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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9

나폴리 특급 살인 - 랜달 개릿 / 김상훈 : 별점 4점

나폴리 특급 살인 - 8점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가상의 역사관을 바탕으로 한 대체역사 SF 소설이면서도, 탐정 다아시경이 활약하는 추리물이기도 한 독특한 작품집입니다. 전에 "세르부르의 저주"를 읽고 딱히 취향이 아닌듯 해 관심을 끊었던 시리즈지만 이번의 50% 할인 행사를 놓칠 수 없어 구매하여 읽게 되었네요.

그런데... 정말 안 읽었더라면 엄청 후회할뻔 했습니다. 일단 이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세계관이 아주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라는 것을 들 수 있는데, 과학적 마법 문명의 지배를 받는 영-불 제국을 무대로 하여 마법이 증기기관과 공존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유사한 분위기의 일본 만화들의 원조격 작품이기도 하죠. 그러나 다른 파생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자 가장 마음에 든 점은 이 세계관에서 "마법"은 일종의 보조적인 역할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마법은 "전문가" 가 행하는 "전문적인 행위" 이기는 한데, 현대 과학기술에서 관련된 전문가가 행하는 역할과 유사한 점이 있는 일종의 "기술" 처럼 그려질 뿐이거든요. 예를 들면 "방부처리" 라던가 "자물쇠 전문가" 같은 식이죠. 즉 수사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에서의 검시관이나 감식관이 수행할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거 정말 획기적 발상이 아닌가 싶어요.

또한(어떻게 보면 당연하게도!) 마법이 사건에 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 것도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이 작품에서 마법은 단지 설정과 재미를 위해서 존재할 뿐이며, 각 사건들 마다 "마법이 개입된 사건이 아니다" 라는 것을 마법사들이 조사해서 먼저 알려주는 점 등으로 철저하게 추리의 영역과 마술의 영역을 구분함으로서 뻔하디 뻔한 SF-판타지가 될뻔한 작품을 추리물로서도 가치를 지닐 수 있게끔 중심을 잘 잡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약간 바람끼(?)도 보이는 카사노바 다아시경과 강의를 좋아하는 현학적이고도 호기심 많은 마술사 마스터 숀, 현명하고 비범한 결단력의 플랜태저넷 왕가 군주인 노르망디공 리처드 등 고정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뛰어나고, 작가가 상상해 낸 영불제국의 묘사 역시 비범한 편이라 여러모로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이기에 할인행사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만족감이 컸을 것 같습니다. 전작에 비해 "추리" 요소가 더욱 풍성해 진 것에 가산점 하나 얹어서 별점은 4점입니다. 첫 단편 "중력의 문제" 는 정말이지 정통 추리팬도 탄복할만한 멋진 밀실 트릭물이에요! 그 외에도 추리 애호가들이 즐길만한 장치도 풍부하니 쟝르 문학을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작품이자 밀실 트릭 걸작 중 하나라는 "중력의 문제" 는 앞서도 말했듯 정말 빼어난, 추리적으로 아주 파헤치는 다아시경의 활약을 그린 단편인데,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멋진 작품입니다!

일단은 탑 꼭대기에 위치한 방 안에서 누군가에게 떠밀려 추락했지만 방은 그야말로 완벽한 밀실이었다는 무대 설정을 비롯, 유력한 동기를 지닌 것 처럼 보이는 아들에다가 광신도인 딸이라는 기묘한 가족구성, 가스등과 거대한 샹들리에로 대표되는 - 고딕호러스타일도 느껴지는- 배경 묘사가 굉장히 과학적, 합리적으로 잘 짜여진 트릭과 어우러지고 있으며, 동기 및 단서의 제공도 합리적이고 이치에 맞아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SF로 유명한 "다아시 경" 시리즈이기 때문에 추리적으로 손해를 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두 번째 작품인 "비터 엔드"도 상당한 수준의 추리적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다아시경의 부하인 마술사 마스터 숀이 우연찮게 말려드는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로 마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특징도 있지만,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인물이 모이는 카페에서 범인은 가까이 가지도 않은 상태로 피해자만 콕 집어 독살시킨다는 원격조정 트릭이 설득력있게 등장하는 덕분입니다. 경찰이 약간만 디테일하게 수사한다면 범인은 곧바로 밝혀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헛점은 존재하지만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은 된다고 생각되네요.

세 번째 작품인 "입스위치의 비밀"은 좀 애매합니다. 한 남자의 시체가 해변에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총에 맞아 죽은 남자 옆에 발자국은 첫 발견자의 발자국밖에 없었다! 라는 추리적으로 흥미진진한 화두를 던져놓지만, 죽은 남자의 신원이 정보부 소속의 노엘 스탠디쉬라는 것, 그리고 스탠디쉬는 뭔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중요한 "입스위치 파이얼"이라는 물건을 폴란드 제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폴란드 제국의 비밀경찰 세르카 요원을 추적하던 중에 결국 시체로 발견된 거라는 내용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폴란드 제국과의 스파이 전쟁 첩보물로 확 바뀌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름 첩보전의 스릴과 더불어 흥미로운 요소 - 스탠디쉬의 다이잉 메시지라던가, 갑자기 별이 사라진 것과 같은 이유를 알수없는 특이한 현상 등 - 이 많이 등장해서 지루하지는 않지만, 폴란드 제국과의 첩보전을 지나치게 길고 장황하게 묘사해서 결과적으로는 추리적으로 흥미로울 수 있던 소재와 트릭이 첩보전에 파묻혀버려 아깝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폴란드의 미녀 스파이가 등장해서 꿍짝을 맞추는 결말도 썩 마음에 들지 않고요. 

그래도 재미는 있고 추리적으로도 버려진 낡은 외투를 가지고 벌이는 추리와 해변가에서 시체가 발견된 트릭의 발상 자체는 좋았기에 평작 수준은 됩니다. 무엇보다도 카사노바 다아시경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대폭소! 왠지 피터 웜지 경 같은 느낌을 전해주던 다아시경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서 마음에 듭니다.

네 번째 작품 "열여섯개의 열쇠"는 영불제국과 루멜리아제국과의 이른바 "해군조약"에 관련된 이야기로, 주 콘스탄티노플 대사였던 복스홀 경이 맺은 조약의 문서가 사라지고 복스홀 경은 엄청나게 나이를 많이 먹은 모습으로 완전 밀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는 내용입니다. 다아시경이 곧바로 출격(?) 하여 복스홀 경과 그만이 통과할 수 있는 그의 여름 별장 열쇠 16개를 단서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고요.

조금 소품스러운 느낌이기도 한데, 하룻밤의 소동(?)을 재미나게 그려내고 있으며 이야기도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건너기"를 연상시키는 수학적 트릭과 더불어 합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유쾌한 느낌이 가득해서 좋았습니다. 사람이 기괴하게 죽어나가고 중요 문서가 없어졌는데도 이렇게 유쾌하다니 정말이지 모를 일이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트릭 자체는 설득력이 떨어지긴 합니다.

덧붙이자면 "해군조약"은 홈즈, 포와로 등 많은 탐정들이 활약한 전력이 있는 추리계의 완소 아이템 중 하나로, 이 작품에서도 역시나 국가의 명운을 건 중요 조약 문서로 설명되고 있다는 것이 추리 애호가로서 반가운 점이었습니다. 이런게 바로 추리 애호가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중 하나겠지요.

마지막 작품 "나폴리 특급 살인"은 네번째 작품에 등장하는 "해군조약"을 극비리에 운송하는 특명을 띈 다아시경과 마스터 숀이 탑승한 나폴리행 특급 열차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비밀 임무이기에 정체가 발각되면 안되는 이 두 컴비는 열차가 로마에 도착하기전에 사건을 대신 해결해 주기로 마음먹고 서둘러 사건해결에 나서게 됩니다. 

제목 그대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패러디이자 오마주 성격의 작품입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트릭을 재구성하여 보여주는 정통 트릭물로서의 가치도 높지만, 추리 애호가가 즐길만한 장치가 가득해서 정말이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품집의 표제작에 어울리는 좋은 작품이에요. 단서의 제공도 공정하고 복선도 잘 짜여져 있어서 완성도도 아주 높으니까요. "중력의 문제"와 더불어 이 단편집의 투탑, 쌍두마차라 할만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이 작품 덕분에 작가의 또다른 패러디 - 오마주 작품인 "마술사가 너무 많다"(당연히 오리저널은 "요리장이 너무 많다" 죠)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여, 절판도서임에도 인터넷 헌책방을 뒤져서 겨우 한권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배송되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우리 형제의 안팔리는 판타지-추리 소설 "장미빛 인생" 도 유사 쟝르죠. 차이점이라면 우리 작품에서는 마법이 추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정통 추리물처럼 써내려갔으니... 그래서 안팔리는건가?

2011/12/12

밀리터리 실패열전 - 홍희범 : 별점 2.5점

밀리터리 실패열전 - 6점
홍희범 지음/멀티매니아호비스트

호비스트에서 출간했던 월간지 플래툰에 연재되었던 칼럼들을 책으로 엮은 것. 작전편에서 시작해 해상, 항공, 지상, 총기 파트로 크게 나뉘어 있습니다. 상세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ㆍ작전편
1. 무능한 대장이 부하를 잡는다 - 임팔 작전
2. 미국의 오판 - 피그만 침공
3. 구출 아닌 구출 작전? 마야게즈호 사건
4. 병력은 단순한 소모품? 솜므 대공세
5. 첩보전 최악의 실패: 독일의 대영 첩보전

ㆍ해상편
1. 훈련 중의 대형 사고 연속 발생
2. 이라크 미사일, 미군 함정 피격
3. 이지스의 비극 - 이란 여객기 오인 격추
4. 군과 민간 사이에서 망한 여객선
5. 소련-러시아 원자력 잠수함의 사고 연발
6. '위스키 온 더 락', 구형 잠수함도...
7. 미국 원자력 잠수함의 사고 2연타
8. 미 항모 최대의 적은...?
9. 너무 요동치는 미드웨이
10. 결국 못다 한 꿈 - 나치 독일의 항모

ㆍ항공편
1. '막 떨어지는' 전투기? 과부 제조기 F-104
2. 아군기를 쏘면 안 되지...! 항공 오사
3. 위대한 꿈, 충돌로 끝장 - B-70 발키리
4. 너무 앞선 무인 헬기 - DASH(QH-50D)
5.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 - B-17
6. 자국산 전투기 개발의 꿈과 나치 독일
7. 항공기 자폭 테러의 원조는 테러도 아니다?
8. 미 해병대, 스키 리프트 격추?
9. 소련 VSTOL기의 우울
10. F-20 '타이거 샤크'의 실패

ㆍ지상편
1. 여러모로 패착: 2차 대전의 일본 전차들
2. 폼만 나면 좋나? 소련의 다포탑 전차
3. 욕심이 지나쳐도... 미국의 MBT-70
4. 세계 최대의 '실패한 쥐', 마우스
5. 너무 무거운 경전차, 1호 F형
6. 궁합 맞는 짝이 없다? 17파운드포 탑재 작전
7. 뭔가 안 맞는... 연합군의 중전차들

ㆍ총기편
1. 좌충우돌 - 미국의 경기관총 프로젝트
2. 이래 가지고 전차를 어떻게 지켜? M73
3. 또 다른 전차용 기관총의 실패: M85
4. 절약이 능사는 아니다 - 일본 11년식 경기관총
5. 무고장 소총의 꿈... 꿈은 꿈일 뿐? LMR
6. 나치 독일 최후의 발악: 국민 돌격병기
7. 사공이 많으면... GEW88
8. '일석이조'의 실패
9. 대영제국의 SA80, 이름값 못 하다
10. '곡사총'의 꿈

각 소주제별 제목만 보아도 흥미진진하지요? 인상적인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에어리어 88"에서 주인공의 기체로 높이 평가했던 (비싼 값을 주고 산 거야!) 타이거 샤크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와, 위대한 꿈이었던 초초음속 전폭기 발키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발키리는 영화 "파이어폭스"가 바로 떠오르더군요. 멋진 실루엣의 디자인도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실제 시제품이 존재해 비행까지 성공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소련 VSTOL기의 우울"에서 등장하는 수직 이착륙기 이야기도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에서 잠깐 접했던 것이라 반가웠고요.

그 외에도 나치 독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투기 국산화를 꿈꾸었던 아르헨티나의 풀퀴 2와 인도의 마루트, 그리고 아랍권의 HA-300 전투기 이야기도 신선했습니다. HA-300은 빌리 메서슈미트 박사의 설계였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이집트가 산유국이었다면 지금쯤 하늘을 날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무식한 전차들의 역사도 재미있게 (그리고 어이없게) 읽은 내용입니다. 섬이나 정글 등의 야전이 많았던 전장 특성상 개발이 더뎠다고는 하지만, 황당할 뿐이죠. 이 이야기도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에 실려 있던 중전차 치하 이야기가 떠올라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현재는 나무위키 등의 사이트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리고 호비스트 출판 도서 전체의 문제이기도 한데,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부족하고 가벼워 보인다는 점, 그리고 책의 만듦새와 완성도에 비해 생각보다 비싼 가격 (13,000원)도 단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한 밀리터리 애호가에게는 제법 괜찮은 즐길거리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이런 류의 책 중에서는 대안을 찾기 어려운 군계일학적인 측면도 확실히 있는 만큼, 지금은 절판 상태이지만 주위에서 구할 수 있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4/02/03

스파이의 역사 1 : 작전편 - 20세기를 배후 조종한 세기의 첩보전들 : 별점 4점

스파이의 역사 1 : 작전편 - 8점 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이창신 옮김/이마고
이 책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스파이들과 그 정보전을 다루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워낙 소재가 독특하고 제 취향에 맞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간략하게 목차와 내용을 잠깐 소개해드리자면,
“제1부 기만작전: 사상 최대의 속임수”는 가공의 저항 자유 조직을 만들어 서방세계를 속인 소련과, 쿠바인을 스파이로 고용했던 CIA를 역이용하고 농락하는 쿠바와 같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속여 먹는 이야기입니다. 무적으로 느껴지는 CIA의 멍청하고 한심한 일면을 다루고 있어 상당히 통쾌하게(?) 읽었습니다.
“제2부 암호와 감청 전쟁: 보이지 않는 스파이들”은 주로 2차대전을 다루고 있는 편으로 에니그마와 일본 암호 해독 등 서로의 암호를 해독하여 전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명한 에니그마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상당히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다루고 있네요. (물론 “암호의 세계”라는 이 분야의 바이블 같은 책이 있습니다만…)
“제3부 반역작전: 내부의 적을 색출하라”는 제목 그대로 조직 내부의 스파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원자폭탄 관련 정보를 입수하게 되는 소련과 소련의 최 고위층 비밀 요원 “톱해트”의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흡사 영화 같습니다.
“제4부 두더지작전: 미로 속의 첩보 게임”은 역사속에 묻혀진, 그리고 역사의 희생양이 된 몇몇 스파이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스웨덴의 “발렌베리” 사건이 인상적입니다. 스웨덴의 명문 출신이자 인도주의자였던 외교관 발렌베리가 어떻게 누명을 쓰고 죽어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가슴 아프기도 하고요.
“제5부 실패한 작전: 첩보역사상의 대실수들”은 실패로 끝난 작전들이 나옵니다. 일본과 미국의 진주만을 둘러싼 암투라던가, 동유럽의 공산화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가 실패하는 CIA이야기도 있고 태평양의 한 섬을 둘러싼 미-일 간의 첩보 공방전 이야기 등이 실려 있습니다.
“제6부 성공한 작전: 대규모 작전의 눈부신 성과들”은 성공한 유명한 스파이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미국의 “배신자” 워커일가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잡혔을 때 리더스 다이제스트같은 곳에서 특집으로 낼 만큼 유명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영국의 엘리트 5인방 스파이 등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7부 무의미한 작전: 첩보역사상 최대의 코미디”는 제목 그대로 무의미 했던 정보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 뿌리기 위해 만든 반체제 우편물과 우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지금은 그 우표 (반은 해골, 반은 히틀러)가 수집가들 사이에서 굉장히 고가에 거래된다는 이야기까지,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재밌네요.
이렇게 역사적 정보전과 유명 스파이들을 다루고 있는데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부분은 역사책, 그 중에서도 2차대전 물인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부분은 미스터리물 같다는 점도 흥미로왔고요. 읽고나니 스파이와 정보전의 중요성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네요. 역사를 움직이는 “흑막”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역사서적으로의 가치와 재미를 모두 갖춘 보기드문 책입니다. 우리나라 정보기관이나 유명한 (영화로도 나왔죠) “뻐꾸기 알” 이야기가 없는게 조금 의아하지만, 2편을 계속 읽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2016/03/26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 유키 쇼지 / 김선영 : 별점 2.5점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 6점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검은숲

"나"는 사이공으로 파견된 니치난 무역 사원으로 직무와 함께 도쿄 복귀 예정이었던 전임자 가토리의 실종 사건에 대한 진상을 알아낼 의무까지 지게 되었다. 나는 가토리를 마지막으로 목격했다는 훈, 그리고 임시 거처 양양관의 수상쩍은 이웃들인 득, 토 등과 얽히며 복잡한 베트남의 정치적 세력들의 암투가 벌어지는 싸움의 한복판으로 휘말려 들어가는데....

일본 추리 문학사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스파이 소설의 고전.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테리 100선에서 무려 19위로 선정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 포인트는 분명합니다. 베트남 전쟁 직전의 남베트남을 무대로 평범한 일본 파견 주재원인 주인공이 목숨이 위태로운 첩보전의 세계에 휘말려 들어가는 과정을 꽤나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반면 스파이 소설에서 기대해 볼만한 정교한 작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모리가키의 덫에 걸린 것에 불과하니까요. 우연이기는 하지만 사택을 빠져나와 양양관에 머물게 된 시점부터요. 주인공이 한 일이라곤 모리가키의 부탁으로 옆방 토에게 서류를 전해준 게 전부고요.
물론 주인공이 우편배달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토리를 찾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두 세력 - 응오딘지엠 정부 전복을 노리는 세력과 베트콩 세력 - 모두에게 쫓기게 되고, 결국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제목이기도 한 "고메스의 이름은..." 이라는 말을 살해당한 "초"로부터 들은 이후는 그야말로 숨 쉴 틈 없이 여러 사건이 벌어져서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아울러 베트남 전쟁 직전의 베트남에 대한 묘사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작가 후기에서 밝히듯 당시 베트남을 방문하지 못하고 한정된 자료로 썼다는데, 그런 것 치고는 사이공과 여러 유명 장소에 대한 묘사 모두 괜찮았어요. 저도 가보지도 못하고 당시를 살아보지 못했으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럴듯하다는걸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유명 식당과 클럽, 주인공이 휘말린 양대 조직과 조직원들의 묘사 모두 말이죠.

또 잔류 일본군을 소재의 하나로 사용한 것이 아주 괜찮았어요. 고메스를 자칭한 전화를 일본어로 한 이유는, 베트남어와 프랑스어로 주인공과 이야기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약간의 트릭처럼 사용되기도 하는데 작품과 참 잘 어울렸습니다. 오히려 이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예요.

하지만 과연 이게 스파이 소설인가? 하는 의문은 생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주인공은 스파이가 아니고 별다른 작전이 등장하지 않는 탓입니다. 스파이의 사전적 의미는 "수단을 써서 적이나 또는 경쟁 상대의 정보를 탐지하여 자기편에 통보하는 사람"인데, 주인공은 그냥 봉투 전해주는 운반책일 뿐입니다. 그것도 끝까지요. 이런 류의 소설에서는 아무리 일반인이라도 결국 특정 조직을 위해 싸워나가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요소는 전혀 등장하지 않아요. 즉, 주인공 입장에서는 모험물이나 재난물(?)일 수는 있지만 스파이 소설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주인공과 가토리를 진짜 스파이 모리가키가 끌어들인 이유 역시 불분명합니다. 몰래 봉투를 전해주기 위한 의도였다면 양양관에 거주하게만 해도 충분했을 거예요. 같은 일본인이라 반가운 마음에 자주 방문한다, 정도의 핑계를 대고 방문한 후 돌아갈 때 직접 옆집 문 앞에 봉투를 던져 놓는 정도로도 가능했을 일이니까요.

게다가 결말이 시시하다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무엇보다도 고메스가 누구였는지 중요치 않다는 건 정말 문제예요. 고메스는 그냥 고메스로, 어차피 주인공과는 별 관계없는 베트콩 조직 내 암호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이게 뭔가 싶더군요. 최소한 "부머랭 살인사건"에서의 "왜 그들은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라던가 "39계단"의 "39계단" 정도의 의미와 용도는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이 말을 들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는 식으로요. 허나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수사와 미행을 통해 사건에 개입하고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이 말은 하등의 상관이 없어요. 이렇게 소재를 낭비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그나마 조직에서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만큼은 긴박감이 넘치지만 이 역시 모리가키의 변덕에 불과할 뿐더러 운이 많이 좌우하기에 잘 짜여졌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묘사도 매력적이고 내용도 상당히 흥미롭지만 위의 단점 때문에 감점합니다. 고전으로 일상계 스파이물이라는 독특함은 있지만,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슈퍼 스파이들이 난무하는 지금 시점에 먹힐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딱히 고전을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3/12/15

"우먼 인 윈도"에서 소개된 애나 폭스의 영화들

"우먼 인 윈도" 속에서 소개된 애나 폭스의 영화들 목록입니다. 책 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10월 24일 일요일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1956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도리스 데이 주연, 히치콕 감독이 자신이 1934년 만든 동명의 영화(영국) 를 리메이크한 작품, 휴가를 보내던 가족이 암살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으로, 극중에서 도리스 데이가 부른 'Que Sera, Sera'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길다(Gilda)
1946년. 미국. 찰스 비도르 감독, 리타 헤이워스, 글렌 포드 주연, 도박꾼 조니는 카지노 사장의 심복이 된다. 사장의 집에 초대받아간 조니는 사장의 부인이 된 전 애인 길다를 만난다. 두 사람은 강하게 이끌리고 선을 넘는다. 리타 헤이워스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이다.

10월 27일 수요일
과거로부터 (out of the Past)

1947년, 미국, 자크 투르뇌 감독. 로버트 미첨, 제인 그리어 주연, 왕년의 사설탐정으로, 지금은 은퇴하고 주유소에서 일하는 제프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조용히 살아가려던 그의 앞날에 과거의 위험한 사랑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에어플레인(Airplane)
1980년. 미국. 데이비드 주커, 제리 주커 공동 감독 및 주연, 택시 기사인 테드 스트라이커는 공군 조종사로 참전한 기억 때문에 비행공포증을 앓는다. 어느 날, 비행 승무원인 여자친구 일레인이 결별을 선언하자 테드는 엉겁결에 그녀를 따라 비행기에 오른다. 그런데 식중독으로 기장이 정신을 잃고, 테드가 조종간을 잡게 된다.

10월 29일 금요일
디아볼릭(Les Diaboliques)

1955년, 프랑스,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 시몬 시뇨레, 베라 클루조 주연, 폭력적인 남편인 미셸 때문에 괴로워하는 크리스티나에게 미셸의 정부인 니콜이 찾아와 함께 그를 죽이자고 제안한다.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미셸을 죽이고 시체를 수영장에 던지지만, 그의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몰락한 우상(The Fallen Idol)
1948년, 영국, 캐럴 리드 감독. 랠프 리처드슨, 미셸 모건 주연, 런던의 프랑스 대사관, 대사관 집사의 아내가 죽고, 유일한 목격자는 어린 소년 필립이다. 유럽 심리 스릴러의 고전.

공포의 내각(Ministry of Fear)
1944년, 미국, 프리츠 랑 감독, 레이 밀랜드, 마조리 레이놀즈 주연, 제2차 세계대전 중 출소한 닐이 뜻하지 않게 첩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10월 30일 토요일
39 계단(The 39 Steps)

1935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로버트 도넷, 매들린 캐럴 주연, 리처드는 자신이 첩보원이라고 주장하는 애너벨라를 돕는다. 다음 날 새벽, 애너벨라가 공격을 받아 죽고, 살인 혐의를 뒤집어쓴 리처드는 도망자가 된다.

이중배상(Double Indemnity)
1944년, 미국 빌리 와일더 감독, 프레드 맥머레이, 바버라 스탠윅 주연, 보험회사 직원인 월터는 고개인 디트리히슨의 집에 방문 했다가 그의 아내 필리스의 유혹에 넘어간다. 두 사람은 디트리히 슨을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보험사는 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수사에 들어간다.

가스등(Gaslight)
1944년, 미국. 조지 큐커 감독. 샤를르 보와이에, 잉그리드 버그먼, 조셉 코튼 주연. 폴라는 잘생긴 그레고리와 결혼해 상속받은 집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그레고리는 폴라의 외출을 막고, 그녀를 정신이상자로 몰고 간다. 가스라이팅 (gaslighting)'이라는 심리학 용어와 관련이 있다.

파괴공작원(Saboteur)
1942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프리실라 레인, 로버트 커밍스 주연, 공장에서 일하던 배리는 화재로 친한 친구를 잃고 방화범으로 몰린다. 배리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방화의 배후에 있는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려 한다.

빅 클락(The Big Clock)
1948년, 미국, 존 패로 감독, 레이 밀랜드, 찰스 로튼 주연, 어떤 이를 살해한 언론 재벌 얼은 무고한 남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 남자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려 한다.

그림자 없는 남자(The Thin Man) 시리즈
1934~1947년, 미국. 윌리엄 파월, 머나 로이 주연, 은퇴한 경찰인 닉 찰스와 그의 아내 노라 찰스가 사건을 풀어가는 코미디 탐정물, 은퇴한 형사인 닉 찰스는 부유한 집안의 딸 노라와 결혼한다. 닉은 느긋하게 은퇴 생활을 누리고 싶어하지만 스릴을 원하는 노라 때문에 이런저런 사건에 뛰어든다. 대실 해밋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시리즈로, 모두 6편이 있다.

도살자(The Butcher, Le Boucher)
1969년, 프랑스, 이탈리아. 클로드 샤브롤 감독, 스테파니 오드런, 장 얀느, 안토니오 파살리아 주연, 시골 학교에 부임한 교사 엘렌은 푸줏간 주인 포폴을 만난다. 포폴은 엘렌에게 반해 사랑을 고백하지만 엘렌은 거부한다. 한편 마을은 연쇄 강간, 살해 사건으로 흉흉해지고 엘렌은 포폴을 의심한다. 히치콕을 모방했으면서도 히치콕보다 더 히치콕답다는 평을 받았다.

다크패시지(Dark Passage)
1947년, 미국, 델머 데이브즈 감독, 험프리 보가트, 로런 바콜 주연, 빈센트는 아내를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가까스로 감옥에서 탈옥한 빈센트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 하고 그런 그를 아이린이라는 여자가 돕는다.

나이아가라(Niagara)
1953년, 미국, 헨리 해서웨이 감독. 마릴린 먼로, 조셉 코튼, 진피터스 주연. 나이아가라 폭포로 여행 온 신혼 부부가 다른 투숙객 부부의 갈등에 휘말린다.

샤레이드(Charade)
1963년, 미국. 스탠리 도넌 감독. 오드리 헵번, 캐리 그랜트 주연, 남편의 재산을 노리는 남자들에게 쫓기는 여자 레지나와 이를 돕겠다고 나선 조슈아가 파리에서 겪는 일을 다룬다.

서든 피어(Sudden Fear)
1952년, 미국. 데이비드 밀러 감독, 조안 크로포드, 잭 팰런스 주연, 상속녀이자 극작가인 마이라는 배우인 레스터를 만나 결혼한다. 그러나 레스터에게는 아이린이라는 정부가 있었다. 레스터는 아이린과 함께 마이라를 죽이고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

어두워질 때까지(Wait Until Dark)
1967년, 미국, 테렌스 영 감독, 오드리 헵번, 알란 아킨 주연, 수지는 최근에 시력을 잃었다. 그녀의 남편은 비행기에서 인형을 잠시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인형 속에는 밀수된 마약이 있었고, 악당들은 수지에게 접근해 인형이 숨겨진 곳을 알아내려 한다.

배니싱(The Vanishing)
1988년, 프랑스, 네덜란드, 조지 슬루이저 감독. 버나드 피에르 도나디우, 기니 베르보에츠 주연, 연인인 렉스와 사스키아는 여행을 떠난다.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사스키아가 실종되고 렉스는 그녀를 찾아 주변을 뒤진다. 그리고 삼 년 후, 렉스에게 한 남자가 접근한다. 그는 평범한 교사로 보이지만 실은 정신병자였다.

실종자(Frantic)
1988년, 미국. 로만 폴란스키 감독. 해리슨 포드, 베티 버클리 주연, 파리로 여행을 온 부부, 리처드가 샤워를 하는 사이 호텔방에서 부인이 사라진다. 리처드는 아내의 실종이 바뀐 가방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s).
2013년, 미국,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루니 마라, 채닝 테이텀, 주드 로 주연, 우울증 환자 에밀리는 의사인 뱅크스가 처방해준 신약을 복용하고 증세가 호전된다. 하지만 몽유병 증세가 나타나면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모든 것이 약의 부작용 때문이라 믿는다.

카사블랑카(Cassablanca)
1942년, 미국, 마이클 커티스 감독,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 모로코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릭은 우연히 옛 사랑인 일자를 만난다.

밤 그리고 도시(Night and the City)
1950년, 미국, 영국. 줄스 다신 감독, 리처드 워드마크, 진 티어니 주연, 런던의 밤거리를 헤매는 해리는 은퇴한 세계적인 레슬링 선수를 만나고, 생각지도 못한 음모에 휘말린다.

소용돌이(Whirlpool)
1949년, 미국, 오토 프레밍거 감독, 진 티어니, 리처드 콘트 주연. 마비 증상으로 고통받는 여자가 최면요법을 시도한다. 하지만, 최면에서 깨어난 그녀는 기억에 없는 살인 현장에서 발견되고, 용의자가 된다.

안녕, 내사랑 (Murder, My Sweet)
1944년, 미국, 에드워드 드미트릭 감독. 디 포웰, 클레어 트레버, 앤 셜리 주연, 전직 사기꾼의 여자친구를 찾는 일에 고용된 필립은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미스터리에 빠진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나이트 머스트 폴(Night Must Fall)
1937년. 미국, 리처드 소프 감독. 로버트 몽고메리, 로사린드 러셀 주연, 브람슨 부인은 고립된 저택에 사는 자산가이다. 그녀는 저택을 돌봐달라며 대니를 고용한다. 그녀의 조카 올리비아는 그에게 끌리면서도 그를 의심한다.

로라(Laura)
1944년, 미국. 오토 프레밍거 감독. 진 티어니, 데이나 앤드루스 주연, 광고회사 디자이너인 로라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되고, 한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10월 31일 일요일
현기증(Vertigo)
1958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킴 노박 주연, 고소공포증 때문에 은퇴한 경찰 스코티는 사립탐정이 된다.그는 사건을 맡았다가 마들레인이라는 여인에게 연정을 느끼고, 마들레인이 자살한 이후 그녀를 너무나 닮은 주디라는 여인에게 강박적으로 매달린다.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
1949년, 영국, 캐럴 리드 감독, 조셉 코튼, 알리다 발리 주연,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삼류 소설가 마틴스가 친구에게 일자리를 얻으려고 비엔나를 방문하지만, 친구가 의문의 사고로 사망한 것을 알게 된다.

리피피 (Du Rififi Chez Lex Hommes)
1955년, 프랑스, 이탈리아. 줄스 다신 감독, 진 세바이스, 칼 모너 주연, 형기를 마치고 출옥한 토니는 여전히 충성스러운 부하 조를 다시 만난다. 조는 토니에게 보석상을 털자고 제안한다. 이 마지막 한탕을 끝으로 은퇴하자고 말이다.

11월 2일 화요일
스펠바운드(Spellbound)
1945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잉그리드 버그먼, 그레고리 펙 주연, 정신병원의 의사로 근무하는 콘스탄스는 새로 부임한 의사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사실 에드워드가 아니었고, 죽은 친구의 이름임이 밝혀진다. 남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죽음의 항해 (Dead Calm)
1989년, 오스트레일리아. 필립 노이스 감독, 니콜 키드먼, 샘 닐주연,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가 요트 여행을 떠난다. 조용할 줄만 알았던 여행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만난 한 남자로 인해 흔들린다.

레베카(Rebecca)
1940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로런스 올리비에, 주디스 앤더슨, 조앤 폰테인 주연, 수줍은 여자가 부인과 사별한 남자를 만나 결혼해 대저택에 들어가지만, 남자는 아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1월 3일 수요일
열차 안의 낯선 자들(Strangers on a Train)
1951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팔리 그레인저, 루스 로먼 주연, 프로 테니스 선수 가이는 아내를 두고 외도를 즐기며 이혼을 바라고 있다. 어느 날 가이는 기차 안에서 브루노를 만나고, 브루노는 그에게 교환살인을 제안한다. 영화 마지막에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목마 장면이 등장한다.

위커 맨(The Wicker Man)
2006년, 미국, 닐 라부티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고속도로 사고로 죽어가던 모자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경찰관 에드워드는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는 옛 연인의 편지를 받는다.

로프(Rope)
1948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 두대학생이 재미삼아 동급생을 밧줄로 목 졸라 죽인 후 그의 시체를 아파트에 숨긴다. 이들은 완전범죄를 위해 친구와 가족을 초대해 파티를 연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1959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캐리 그랜트, 에바 마리 세인트 주연, 뉴욕의 광고업자가 외국첩보기관에 의해 정부요원으로 오해받아 살해될 위기에 처한다.

숙녀 사라지다(The Lady Vanishes)
1938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마가렛 락우드, 마이클 레드그레이브 주연, 여행 중인 젊은 여성이 기차에서 한 부인의 도움을 받는다. 두통으로 잠이 들었던 여성은 깨어난 뒤 그 부인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찾아 나선다. "반드리카 초특급"이라는 제목 으로도 알려졌다.

11월 4일 목요일
아담스 패밀리(The Adams Family)
1991년, 미국, 베리 소넨필드 감독, 안젤리카 휴스턴, 라울 줄리 아, 크리스토퍼 로이드 주연, 아담스 가에 이십오 년간 행방불명이던 친척이 찾아온다. 1964년 TV 시리즈로 방영된 동명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으로, 개봉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스터 에드(Mister Ed)
1961~1966년, 미국, 저스터스 아디스 외(外) 감독. 앨런 영, 코니 하인즈 출연, 미국 C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TV 시리즈. 말하는 말인 에드와 그 주인의 좌충우돌을 다루었다. 이 소설에서 애나가 올리비아에게 언급한 물론(Of course)이라는 말이 주제가에서 말장난으로 반복된다.

11월 5일 금요일
무법자(The Outlaw)
1943년, 미국, 하워드 휴즈, 하워드 혹스 감독. 잭 부텔, 제인 러셀 주연, 서부의 무법자들이 리오 맥도날드라는 여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좌충우돌한다. 제인 러셀이 전형적인 핀업걸 이미지로 등장하는 포스터로 유명하다.

열정(Hot Blood)
1956년, 미국, 니콜라스 레이 감독, 제인 러셀, 코넬 와일드 주연, 열정적인 여성 애니와 정략결혼으로 얽힌 형제 이야기, 집시 스커트를 입고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제인 러셀을 담은 포스터로 유명하다.

11월 7일 일요일
의혹의 그림자(Shadow Of A Doubt)
1943년, 스릴러,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테레사 라이트, 조셉 코튼 주연, 미국 소도시에 사는 찰리의 단조로운 삶은 이름이 같은 찰리 삼촌이 찾아오면서 활기를 띤다. 그러나 찰리는 삼촌이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진다.

이창(Rear Window)
1954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 주연, 다리를 다친 사진작가가 이웃들을 엿보는 것으로 소일하던 중 한 이웃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확신한다.

11월 8일 월요일
싸인(Sign)
2002년, 미국, 나이트 샤말란 감독. 멜 깁슨, 호아킨 피닉스 주연.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는 그레이엄은 어느날 원과 선으로 만들어진 복잡하면서도 거대한 미스터리 서클을 발견한다.

로즈메리의 아기 (Rosemary's Baby)
1968년, 미국, 로만 폴란스키 감독. 미아 패로 주연, 새로운 아파 트로 이사 온 젊은 부부가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되고, 부인이 임신한 후에 더욱 심각해진다.

침실의 표적(Body Double)
1984년, 미국.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크레그 워슨, 멜라니 그리피스 주연, 단역배우 제이크는 폐소공포증 때문에 배역을 잃는다. 애인에게서도 버림받은 제이크는 다른 사람의 집을 관리해주기로 하고, 그 집에서 이웃 여자를 훔쳐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끔찍한 일에 휘말린다.

욕망(Blow-up)
1966년, 영국, 이탈리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세러 마일스 주연, 런던의 사진작가가 황량한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던 중 의심스러운 것을 발견한다.

2023/02/19

리버티 바 - 조르주 심농 / 임호경 : 별점 2점

리버티 바 - 4점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바캉스 분위기 가득한 휴양지 앙티브에서 과거 전쟁 당시 프랑스 정부를 위해 일했던 윌리엄 브라운이 살해되었다. 경찰은 메그레 경감을 파견했다. 첩보전에 관련된 사건이라는 괴소문을 막기 위해 빠른 진상 파악이 필요했던 탓이었다.
수사 결과, 브라운은 오스트레일리아 거대 목장주였지만 유럽에 왔다가 향락에 빠진 나머지 아내와 가족으로부터 의절당해 빈털털이가 된 신세였다. 수입은 매달 아들이 보내주는 5천 프랑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중 2천 프랑 정도만 정부에게 주고 나머지 돈은 한달에 9일 정도를 칸의 리버티 바에서 보내며 써 버렸다는 것, 그리고 아들 해리 브라운이 그가 재산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조건으로 백만프랑을 제안했지만 윌리엄 브라운은 가족을 귀찮게 하려는 일념하나로 그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리버티 바에서 사는 창녀 실비가 해리와 만난 뒤 2만 프랑을 손에 넣는걸 발견한 메그레 경감은 그 돈은 윌리엄 브라운의 유언장 댓가라는 증언을 확보했다. 알고보니 윌리엄은 정부와 장모, 리버티 바의 주인 자자와 실비에게 유산을 남겼었다....

조르주 심농의 대표작인 메그레 경감 시리즈. 완역 출간 시도가 좌절된 국내 출간된 시리즈 중 17번째 작품입니다. 1932년에 발표되었던 고전이지요. 메그레 경감이 휴양지 앙티브, 그리고 칸을 무대로 활약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무대만 휴양지일 뿐, 피폐하고 팍팍한 소시민의 삶이 작가 특유의 묘사를 통해 가득 담겨있습니다. 하긴 메그레 시리즈에서 꿈과 희망, 여유를 느낀다는건 말도 안되죠. 모든걸 잃은 남자가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인 리버티 바의 묘사도 아주 멋드러집니다. '방탕한 게으름'이라는 표현이 아주 기억에 남네요.

장점이라면 '드라마'로서의 재미입니다. 밑바닥 인생끼리 얽힌 기묘한 인간 관계에서 동기가 빚어져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의 극적인 전개가 아주 볼만한 덕분입니다. 원래 창녀 출신이었던 리버티 바의 여사장 자자는 단골 윌리엄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윌리엄이 실비와 관계를 가지자 격분하여 살해하고 말았던게 진상이거든요. 이 진상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은 일종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함으로서 상당한 재미와 흥미를 가져다 줍니다.

자자가 윌리엄을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리고 칼에 찔린 윌리엄 브라운이 자자에 대한 마지막 애정과 책임을 쥐어짜서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간 뒤 죽었다는 점에서는 진짜 사랑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수차례 영화화된 이유도 이런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라는 이유가 클 것 같아요. 사건을 마무리하고 메그레 경감이 부인과 나누는 아래의 마지막 대사는 정말이지 심금을 울립니다.
"그는 한 선술집과 한 착한 늙은 여자를 찾아냈어. 그러고는 같이 술을 마셨지."
"술을 마셔요?"
"그래요! 그들이 술을 마시면 세상이 다르게 보였지.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었거든……. 그들은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었지……."
"그러고 나서요?"
"늙은 여자는 그게 왔다고 믿게 되었어."
"뭐가 왔는데요?"
"누군가가 자기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자기가 영혼의 짝을 찾게 되었다고! 모든 것을 찾게 되었다고!"
메그레 경감이 죽을 날이 머지 않은 자자를 풀어주고 사건을 대충 마무리하는 결말도 진짜 사랑 이야기에 잘 어울렸습니다. 해피 엔딩이라고 하기는 애매합니다만.

그러나 추리적으로 딱히 별볼일 없다는건 아쉬웠습니다. 메그레 경감 시리즈가 고전이지만 대단한 트릭이 사용된 작품이 거의 없다시피한데, 이 작품은 제가 읽었던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을만큼 추리물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메그레 경감의 끈질긴 수사로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은 잘 그려져 있지만, 우연과 운이 많이 좌우했다는 점에서 정교한 이야기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실비와 해리가 만나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면 진상을 알아낼 수 있었을까요? 아마 불가능했을겁니다.
스스로 자기 파괴적인 행동만 반복하는, 또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몰고가는 여러 등장인물들 묘사도 지나칠 정도로 뻔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메그레 시리즈에서 그동안 많이 등장했던 인물들과 별로 다르지 않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드라마로서는 볼 만 했지만, 추리물로 보기는 다소 어렵기에 감점합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브루노 크레머 주연의 1991년도 제작된 TV 시리즈 버젼이 올라와 있더군요. 프랑스어를 몰라서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대체로 원작을 그대로 영상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작을 읽으셨다면 한 번 비교해보셔도 재미있을겁니다.

2021/06/25

Q.E.D Iff 증명종료 14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5점

Q.E.D Iff 증명종료 14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각각 걸작과 졸작으로 극명하게 수준이 갈립니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났던 권은 많지 않았었는데 말이지요.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 

파자마 차림으로 1억엔을 든 채 배회하던 남자가 발견되었다. 기억을 잃은 그는 '우라시마 타로'라는 남자로 밝혀졌다. 교통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였는데 아내가 죽은 뒤 의식을 회복했으며, 1억엔은 사고 배상금으로 집에 놓여져 있던 돈이었다. 

타로는 아내 나오코가 언제나 오르골로 쇼팽의 이별의 곡을 울렸으며, '오토구치를 찾으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겼다는 걸 기억해내었고, 토마의 조사로 오토구치 마사요시는 실존 인물로, 그가 지방검사 시절에 담당했던 우라시마 긴지 살인 사건 피고인이 우라시마 타로였다는게 밝혀졌다. 그는 나오코와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 주장을 했지만 오토구치 검사가 가져온 CCTV 영상으로 거짓이 밝혀져 15년 형을 선고받았었다. 12년 뒤 석방된 그는 4년만에 자살을 시도해서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오래전 있었던,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의 범죄 드라마이자 본격 추리물이자 복수극입니다.

우선 토마는 우라시마 긴지 사건 재판의 진상에 대해 추리해냅니다. 우라시마 타로가 갔던 에비스 카페 주차장이 범행 현장 주차장과 같은 형태였던걸 이용하여, 우라시마 타로가 현장에 있었다고 오토쿠치 검사는 증거를 조작했던 겁니다. 토마는 사진 속 가로등과 그림자 위치로 이 추리를 증명해 내고요. 그리고 이를 통해 지금의 수수께끼, "우라시마 타로에게 일어난 일은 정확하게 무엇이며, 1억엔이 왜 남겨져 있었고, 나오코는 왜 오토구치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남겼는지"를 풀어냅니다. 그 답은, 이 모든건 오토구치의 증거 조작을 알아낸 나오코의 복수였다는 겁니다. 

지금의 우라시마 타로는 오토구치 검사였고, 나오코는 오토구치가 조작으로 이겼던 재판에서의 형량만큼 그가 형을 살도록 하기 위해 26년간 약을 먹여 재운 겁니다! 1억엔은, 국가에서 죄가 없는 사람이 형을 살았을 때 보상금에 기초한 금액이고요. 하루에 대략 1만엔이니, 365일 곱하기 26년하면 대충 1억엔인거지요. 나오코가 마지막에 남긴 메시지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떠올려 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는 오토구치가 검사 시절 선고했던 형량의 총합인 26년과, 오토구치가 기록에서 사라진지 올해가 26년 째라는 점 등으로 증명됩니다.

추리를 위한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이라서 본격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반전이 드러나는, 우라시마 타로가 사진을 보고 자기가 오토구치였다는걸 깨닫는 장면도 아주 좋았습니다. 사진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자기 딸이 미도라는걸 깨닫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만화라는 매체에 어울리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이 끔찍한 진상을 담담하게, 웃는 얼굴로 밝히다가 가나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는 토마의 모습은, 토마 소라는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잘 드러난 명장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소중한건 가나 뿐이라는 이야기니까요. 가끔 보면 이 친구는 정말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싶어요. 사회적인 공감이 결여되어 있는걸로 느껴지거든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전개 과정에서 약간의 헛점은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헛점은 오토구치의 실종이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냥 기록에서 사라졌다고만 언급되고 있거든요. 아무리 옷을 벗었어도 전직 검사인데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건 말도 안되지요.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닐테고요. 또 26년간 약으로 잠들어 있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오토구치였다는 '기억'을 잃은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의 우라시마 타로는 자살했는데, 그 역할을 오토구치에게 맡길 때 시체를 어떻게 했는지도 설명되지 않아서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완성도는 손색이 없는 좋은 작품입니다. 타나바타 형사의 재등장도 반가왔고요. 별점 4점은 충분합니다.

"메모리" 

MIT 출신 수학자 황성이 사망 후, 양자 암호에 대한 핵심 기술을 남겼는데, 이 기술을 러시아와 중국, 미국 정부가 노려서 대 소동극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작이 아주 빼어나서 기대가 컸는데, 아쉽게도 부응하지는 못했습니다. 세계 초 강대국 3개국이 가담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유치한 첩보전이 그려지는 탓입니다. 토마와 가나의 변장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던가, 가나가 강대국 정보부원들의 습격을 격투와 함정(?)으로 저지한다던가, 3개국이 USB를 확보하기 위해 유원지에서 대소동을 벌인다던가 하는 전개 모두 유치하기 짝이 없네요. 토마가 애초에 가짜 USB를 넘겨줘서, 3개국 정보기관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진상도 유치하기는 마찬가지고요.

약간 등장하는 추리적인 요소도 실망스럽습니다. 황성이 토마의 데이터를 훔치려고 했지만 훔치지 못했던 방식에 대한 소소한 트릭 - 몰래 작은 USB를 노트북 후면에 꽂아 두고, 누군가 USB를 연결하면 그쪽 연결은 없이 후면 USB가 연결되게 함 - 은 일견 그럴듯해보이지만 설득력은 낮아요. 노트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탐색하여 USB로 복사하는 과정에서 보통은 자기 USB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니까요. 황성이 사망전 머물렀던 산장 벽걸이 시계에서, 멈춘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장소에서 USB를 발견한다는 일종의 암호 트릭도 유치합니다. 구태여 암호 트릭을 풀지 않았더라도, 주변만 수색했어도 정보기관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을테고요.

황성이 러시아에서 태어난 조선족으로 중국 칭화대에서 공부했으며 여동생 황해심이 한국의 친척에게 보내졌다는, 우리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설정의 인물이라는건 재미있었습니다. 일본도 토마가 손에 넣은 USB를 입수하기 위해 움직이는데, 이 과정에서 전작에 등장했었던, 단맛을 좋아하는 내각 조사실 소속 나시다가 재 등장하는 것도 반가왔고요.

하지만 대체로 점수를 줄 부분은 없는 졸작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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