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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옥수수밭의 아이들 - 스티븐 킹 : 별점 2.5점

옥수수밭의 아이들 - 6점 스티븐 킹 지음/영웅

스티븐 킹은 작품성은 그닥 인정하지 않지만 재미랄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재주 하나는 탁월하다 여기는 작가입니다. 다른 책도 몇 권 구입했었는데 이번에 전집이 새로 출판되었더군요. 하지만 집에 이런 저런 스티븐 킹 단편집이 3권이나 있어서 이번에 새로 나온 정식 번역본은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 역시 번역 출판된 책이 아닌 예전에 해적 출판했던 스티븐 킹 단편집입니다. 그래도 정식 번역본의 목차를 조사해 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단편집 3권의 내용이 거의 그대로 들어 있어서 별로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헌책방 만세!

여튼, 간만에 꺼내 읽은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작가 서문 : 광기와 공포에 관하여"
  • "그들은 때때로 다시 돌아온다"
  • "부기맨"
  • "악의 다리미"
  • "가짜봄"
  • "예루살렘의 땅"
  • "벼랑 끝에 선 사나이"
  • "옥수수밭의 아이들"

정식 번역본이 아닌 티를 내듯이 번역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은 것이 조금 거슬리며, 특히 인명이나 지명이 일어 중역의 티를 팍팍 내 주고 있다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뭐 새책 산것은 아니니 불평은 여기까지!)

전체적으로는 스티븐 킹의 전형적인 룰을 따르기보다는 드라마에 신경쓴 단편들이 실려 있습니다. 스티븐 킹 특유의 잔인한 묘사가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 점 역시 그러한 점을 뒷받침하고요. 덕분에 호러 소설 초심자가 읽기에 적당한 수준의 작품들입니다. "금연 주식회사" 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요.
개인적인 베스트는 "악의 다리미"와 "벼랑끝에 선 사나이" 입니다. "악의 다리미"는 설정과 스티븐 킹의 전형을 잘 따르고 있는 점에서, "벼랑끝에 선 사나이"는 드라마에 굉장히 포커스를 맞춘 심리 단편이라는 점에서 추천할만 합니다. "옥수수밭의 아이들"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결국 등장해서 빼기는 했지만 좋아하는 작품이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그야말로 무난한 단편집입니다. 공포가 조금 약한 편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읽을만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무난한 만큼 호러, 장르소설 입문자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작품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들은 때때로 돌아온다>
영화화된 작품이 30여편에 이르는 헐리우드가 사랑하는 작가 답게 90년대 초 영화로 만들어졌던 단편. 어린시절 형을 살해했던 건달들이 20여년이 지나서 자신이 부임한 고등학교에 한명씩 전학와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내용인데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평이한 편입니다. 마지막에 "주술"을 써서 그 건달들을 퇴치하는 결말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고요. 그래도 스티븐 킹 입문으로 적당한 수준의 공포와 재미는 전해 줍니다.

<부기맨>
정신과 의사를 찾아온 한 남자의 독백으로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약간은 특이한 작품. 집 벽장에 숨어있다가 아이들을 전부 죽인 "부기맨"이라는 악령에 대한 공포를 토로하다가 마지막에 그 공포와 대면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TV시리즈 "환상특급" 류의 반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악의 다리미>
악마가 깃들게 된 세탁기계에 대한 내용인데 특이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기계에 악마가 깃들게 된다는 상상력도 대단하지만 그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결국 다리미 기계가 정말 괴물이 된다는 마지막 결론이 약간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스토리텔러로서의 스티븐 킹의 능력이 정말이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죠.

<가짜봄>
"딸기봄 (스트로베리 스프링)"이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작품. "스트로베리 스프링"이라는 지방 특유의 날씨와 맞물리며 주인공에게 대학 학창 시절 벌어졌던 연쇄살인에 대한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는 이야기로 줄거리는 주로 회상 장면을 토대로 진행되는데 "괴물"이나 "악마"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스티븐 킹 작품 치고는 조금 특이했지만 마지막의 반전은 좀 약했습니다. 그냥저냥한 평작이에요.

<예루살렘의 땅>
악마주의 광신자들 교주의 피를 물려받은 가문의 후계자가 광신자들이 거주하던 잊혀진 도시 근처 저택에 살게되며 가문의 과거를 탐색해 간다는 내용. 악마와 광기를 다루는 묘사라던가 조용하게 보여주는 공포가 인상적입니다. 내용의 대부분이 친구에게 보내는 서신 형태로 되어있는 것도 재미있고 간단한 암호트릭이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단, 대표작으로 알려져있지만 그 정도 작품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벼랑 끝에 선 사나이">
공포보다는 심리묘사에 주력한 독특한 작품. 재벌의 아내와 불륜 관계에 빠진 주인공이 재벌의 덫에 걸려 무모한 내기를 하게되는 이야기인데 짧은 시간동안에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과 심리묘사를 효과적으로 묘사해 내고 있습니다. 스티븐 킹 소설치고는 이례적이지만 "금연 주식회사"같은 시니컬한 맛이 있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물론 "금연 주식회사"같은 멋진 반전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옥수수밭의 아이들>
표제작이죠. 꽤 괜찮은 단편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러 설정이 상당히 공포를 잘 이끌어내는 편이거든요. 특히 "옥수수밭"이라는 존재를 공포의 토대로 묘사한다던가 아이들만 살고 있는 도시라는 설정 등이 좋습니다. 마지막에 초자연적인 "옥수수밭 신"이 등장하지 않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말을 이끌어내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지만, 뭐 작가 취향이니까요. 영화화도 되었는데 조사해봤더니 원작 소설의 "설정"만 빌려온 전혀 다른 스토리의 작품이더군요.

2004/09/28

열흘간의 불가사의 - 엘러리 퀸 : 별점 3점

열흘간의 불가사의 - 6점 엘러리퀸/시공사

2차 대전 이전, 프랑스 파리에서 잠시 교분을 가졌던 하워드 밴 혼의 갑작스러운 부탁으로 엘러리는 라이츠 빌의 밴혼 저택에 머물며 하워드의 기억 상실 발작을 도와준다. 하지만 하워드는 자신의 새어머니 샐리와의 부정한 관계로 고통받던 상태로 마침내 협박까지 받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엘러리는 사건에 뛰어들지만 하워드의 발작이 결국 의외의 사건을 부르며 엘러리는 이 모든 사건은 성서의 "10계"가 바탕이라는걸 깨닫는다.


엘러리의 "라이츠빌" 시리즈의 3번째 작품입니다. 엘러리의 유머와 잘난척이 줄어든 대신 잔인한 인간성에 보다 촛점을 맞춘 작품이죠. 역시 "옥수수밭" 님 덕분에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제목처럼 열흘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성서의 "10계"와 연결시켜 진행해 나간다는 점입니다. 독특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일 뿐만 아니라, 10계의 범죄를 하나씩 행하면서 결국 살인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은 역시 정통파의 거장답더군요. 거기에 더해 굉장히 효과적이고 충격적인 반전을 던져주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하지만 너무 아이디어에 치중한 탓인지 중간 과정에 몇몇 핵심적인 오류가 보인다는 것은 아쉽네요. 하워드의 기억 상실은 예측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범인이 효과적으로 써먹은 여러 자료들이 전부 허구였다는 사실 역시 그간의 치밀함에 비추어 볼때 너무 무신경한 부분이었다 생각됩니다. 범인이 의도한대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던가, 엘러리가 1년전에 받은 쪽지 뒷면을 한번도 보지 않다가 마지막에 뒷면을 보고 진상을 깨닫는다던가 하는 등의 설정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고요.
기발한 아이디어에 치중한 나머지 치밀한 전개가 부족하다는건 다른 엘러리 작품과 유사합니다. "악의 기원" 처럼요.

그래도 엘러리의 패배(정확하게 보면 1승 1패지만 제가 보기에는 패배가 맞습니다)가 선보이는 이야기 전개는 독특하며,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다시 한번 책을 영구대여(?)해 주신 옥수수밭 님께 감사드리며....^^

2006/10/26

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상 / 하 - 스티븐 킹 / 조영학 : 별점 2점

스티븐 킹 단편집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공포소설의 대가이자 팔리는 책을 쓸 줄 아는 작가 스티븐 킹의 단편집. 상 / 하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예전에 국내에 소개된 단편집 "옥수수밭의 아이들"을 이미 구입했었기에 별 관심은 없었는데 지인인 석원님이 선물해 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상권은 스티븐 킹의 재치가 번득이는 머리말로 시작해서
안개 / 호랑이가 있다 / 원숭이 / 카인의 부활 / 토드 부인의 지름길 / 조운트 / 결혼 축하 연주 / 편집증에 관한 노래 / 뗏목 이 수록되어 있고

하권에는
신들의 워드프로세서 / 악수하지 않는 남자 / 비치 월드 / 사신의 이미지 / 노나 / 오웬을 위하여 / 서바이버 타입 / 오토 삼촌의 트럭 / 우유 배달부 1 : 아침 배달 / 우유 배달부 2 : 세탁 게임 이야기 / 할머니 / 고무 탄환의 발라드 / 리치 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가지고 있는 단편집과 겹치지 않는 작품이 대부분이더군요. 게다가 번역이 전혀 다른, 한차원 높은 수준이라 이미 읽은 작품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상권에 수록된 중편 "안개"의 경우는 여러 상황이나 괴물에 대한 묘사 등의 디테일과 묵직한 분량은 전혀 다른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전부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 주지만 제 개인적인 베스트를 꼽자면, 군부대에서 행한 수상한 실험때문에 다른 차원이 열려 안개속에서 괴물들이 습격을 시작한다는 줄거리의 "안개"와 지름길을 찾다가 결국 신들의 땅에까지 이르른다는 내용이 독특했던 작품인 "토드 부인의 지름길", 그리고 다른 단편집에서 이미 읽긴 했지만 자기 자신을 먹어치우는 엽기스러운 발상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는 하권의 "서바이버 타입" 입니다.
무엇보다도 "안개"라는 작품의 임팩트가 상당하기 때문에 두권중 한권만 구입해야 한다면 상권을 우선 추천하고 싶네요. 제대로 된 번역으로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좋은 기회이기도 했고요. "안개"를 제외하고는 다른 작품들은 좀 뻔하긴 합니다만 앞서 이야기한 "토드 부인의 지름길"은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으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가 넘쳐서 호러를 싫어하는 초심자에게 적합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하권은 그다지 톡 튀는 작품은 없네요. "신들의 워드프로세서"는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그다지 호러스럽지 않은 것이 매력적이나 나머지 작품들은 그렇게 와 닿는 작품은 없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다른 단편집에서 접했던 걸작인 "금연 주식회사"와 "옥수수밭의 아이들"이 빠진 점입니다. 이왕 단편집을 낼 생각이었다면 최고작들만 모아서 내 놓는 것이 보다 좋았을 것 같은데, 솔직히 이 책은 너무 비슷비슷한, 뻔한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고 보이거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스티븐 킹의 매력과 진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단점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만... 두권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하트포드"와 "캐슬록"이라는 지명에 굉장히 집착하는 태도는 좀 거슬리더군요.

2004/09/29

폭스가의 살인 - 엘러리 퀸 : 별점 2.5점

폭스가의 살인 - 6점 엘러리 퀸 지음/시공사

2차대전의 전쟁영웅으로 고향 라이츠빌에 금희환향한 데비 폭스. 하지만 그에게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한 남자라는 원죄가 굴레처럼 따라다녀 언젠가는 자신도 아내를 죽이고 말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견디다 못한 데비 부부는 엘러리 퀸에게 12년 전의 아버지의 살인사건의 진상 조사를 의뢰하게 되고 엘러리 퀸은 12년 전에 확고 부동한 정황 증거로 유죄선고를 받고 무기 징역을 살고 있는 베야드 폭스의 무고를 밝히기 위한 어려운 작업을 시작한다. 

역시나 옥수수밭님의 증정품 시그마 북스 중 한권입니다. 라이츠빌 시리즈 2번째 작품인데 제가 별 생각없이 읽다 보니 3번째부터 읽고 말았네요. 뭐 그래도 내용 상 큰 지장은 없지만... 


그런데 이전에 읽었던 라이츠빌 시리즈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단점이 제법 많더군요.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한국어판 제목의 문제입니다. 원작에서는 이름보다는 "여우"라는 사전적 의미가 더 강한 듯 한데 억지스러운 번역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트릭이 별로라는 것도 문제에요. 중요한 단서였던 "주전자", 그리고 방문했던 손님에 대한 진상 조사를 결국 경찰이 게을리 했다는 것, 즉 당시 수사의 미흡한 점으로 베야드 폭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단순한 결론은 심히 당황스럽거든요. 그렇게 깔끔하던 베야드가 컵을 확인도 하지 않고 병든 아내에게 주었다는 제일 중요한 설정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고요.
게다가 마지막에 있는 반전도 약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의외의 진범이 밝혀지기는 하지만 앞부분에 나왔던 복선과 단서로 어느정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Y의 비극" 비스무레한 느낌도 나긴 했으나 훨씬, 아주 약한 반전이었어요.

물론 12년이나 지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꽤나 재미난 설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도 해피엔딩이라는 점은 좋았으며 작품 자체가 추리적인 부분보다는 인간 드라마에 촛점을 맞춘 듯 싶기에 몇몇 단점만으로 평가절하할 수 없기는 합니다. 인간 드라마 측면에서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읽는 재미만큼은 발군이라 흡입력이 대단하므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독파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옥수수밭님께 감사를...^^ (즐거운 추석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범작 정도? 별점은 2.5점입니다. 단순한 재미를 떠나 엘러리 퀸의 이 시기 작품들은 추리사적인 가치가 크니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PS : 제가 엘러리였다면 이 작품과 3번째 작품 "열흘간의 불가사의" 두개 모두 의뢰가 들어오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보라고 단호히 거절했을 것 같습니다. 탐정의 영역을 벗어난 의뢰들이라 생각됩니다.^^

2007/04/28

망량의 상자 (상/하) - 교고쿠 나츠히코 / 김소연 : 별점 2.5점

망량의 상자 - 상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손안의책(사철나무)

은퇴한 유명 여배우 미나미 기누코의 동생이자, 재계의 거물 시바타 가문과 연관이 있는 소녀 유즈키 가나코가 열차에 치이고 그 뒤에 유괴장까지 날아오자 경찰은 대대적인 보호에 나섰다. 
한편 도쿄 일대에 여성의 토막난 팔다리가 발견되는 엽기 사건이 뒤이어 발생하고, 우연찮게 세기구치와 추젠지, 에노키즈, 기바 등의 인물들이 사건에 얽히게 되었다. 결국 추젠지의 추리에 의해 점차 복잡한 사건들의 진상이 밝혀지는데...

"쿄고쿠도" 시리즈 두번째 작품. 전작 "우부메의 여름"에 대한 개인적 평가가 그냥 저냥이라 더욱 평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옥수수밭 님이 책을 제공해 주셔서 늦게나마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옥수수밭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확실히 전작보다는 낫더군요. 전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전개 방식, 지루할 정도로 길게 늘여썼다라는 느낌, 그리고 추리적으로 반칙이라 생각되는 황당한 트릭 때문이었는데 이 책은 전작보다는 덜 혼란스러운, 이해하기 쉽더군요. 추리적인 부분도 그런대로 잘 갖추어진 편이었고요.
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트릭은 영화 <박싱 헬레나>를 연상시키지만, 훨씬 스케일이 크고 상상력 또한 기발해서 이색적인 재미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의 에필로그 부분의 여운도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말이죠.
하지만 추리소설로 보기 힘들 정도로 트릭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단점임에는 분명합니다. 전작에서처럼 작중에서 추젠지의 입을 빌어 사건의 동기가 설명되는데 여기서 작가의 생각이 지나칠 정도로 반영된다는 것도 단점이에요. 덕분에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가나코 살해 미수 사건에 대한 동기가 애매하게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좀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네요. 작가의 현학적 욕심이 과해 불필요하고 장황한 묘사가 많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하나 너무나 길 뿐더러 정통 추리소설이라 보기에는 힘들어서 추리소설 애호가 분들께 선뜻 추천하기는 좀 어렵네요. 신감각의 이색적인 변격물을 읽고 싶으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쿄고쿠 나츠히코의 작법이랄까..... 그런 것을 어느정도 엿볼 수 있었던 것이 제일 만족스러운 점이였어요. 소설의 뼈대를 완성한 뒤 부가적인 요소들을 덧붙여 나가는 방식으로 짐작되는데 예를 들자면, 이 책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추리적 트릭, 즉 "상자"와 "토막살인 시체" 라는 아이디어를 작가의 또 다른 전문 분야인 요괴에 관련된 지식과 합쳐 "망량"이라는 존재에 대한 장황한 설명과 해석을 덧붙여 나가는 식입니다. 작중 소설가 구보 슌코의 작품 인용이라던가 여러 편지들의 인용들이 대표적인 예일테고요.
"망량" 이라는 존재와 영능력 등에 대한 설명은 현학적 재미요소일 뿐 소설의 기본적 전개나 추리적 부분과는 별반 상관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처음 읽을 때에는 혼란을 일으키나 끝까지 한번 읽고 난 뒤에 다시 되새겨 보면 상황마다 참 알맞게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방법이 참으로 교묘하지만 아주 효과적이었다 생각됩니다. 다음에 혹 제가 창작할 일이 있다면 한번 따라해보고 싶네요.

2004/09/27

중국 오렌지의 비밀 - 엘러리 퀸 : 별점 2.5점

 
중국 오렌지의 비밀 - 6점 엘러리 퀸/시공사

뉴욕 챈슬러 호텔 22층에 있는 맨더린 출판사 사장 도널드 커크의 사무실에 찾아온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현장인 대기실의 모든 집기에서부터 피살자의 복장까지 거꾸로 뒤집혀 있는 괴상한 상황에 더해 밀실에 가까운 대기실의 존재 탓에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도널드 커크의 친구인 엘러리 퀸은 우연히 사건에 뛰어들게 되고, 피살자의 복장에서 단 하나 빠져있던 "넥타이"를 주목하며 특유의 추리력으로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엘러리 퀸의 국명시리즈의 하나로 초기작이라 볼 수 있는 작품.
개인적으로 엘러리 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모를 어려운 인용구를 남발하는 식의 잘난척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그래서 우연찮게 구했던 몇몇 작품만 읽고 애써 구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블로거 "옥수수밭"님의 도움으로 구해서 읽게된 이 작품은...! 엘러리 퀸의 잘난척과 인용구는 역시나 가득하지만 고전 추리로서의 미덕과 정통파로서의 품격과 내용을 모두 갖추고 있는 좋은 작품이더군요. 역시 선입견을 가지면 안되요... 반성, 반성합니다. 

여튼, 누가 뭐래도 정통파는 의외의 상황, 정교한 트릭, 의외의 범인 이 세가지가 잘 짜여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거의 밀실에 가까운" 방에서 모든것이 뒤집혀진채로 죽은 피해자 (입고있는 옷과 방의 모든 가구들, 심지어 그림까지!)라는 의외의 상황과 이 상황을 잘 이용한 트릭, 그리고 가장 범인 같지 않은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 까지 정통파의 플롯과 내용을 그대로, 하지만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이라는 부분으로 독자에게 지적 게임을 유도한다던가 후반부의 엘러리가 관련자 전원을 모아놓고 추리쇼를 펼치는 부분은 김전일과 코난류의 일본 추리 만화의 마지막 장면과 무척이나 흡사하여 왠지 친근감마저 느껴졌고요. (특히나 김전일과 굉장히 비슷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범인이 갑자기 닥친 상황에서 급하게 짜낸 트릭으로 완벽한 알리바이를 구축할 수 있었다라는 부분의 설득력이 약한 것은 단점이긴 합니다. 이런 트릭으로 방을 밀실로 만들고 알리바이를 만드느니 시체를 잠깐 동안만 숨겨놓고 나중에 태워버린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처리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거기에 방을 밀실로 만드는 방법은 약간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감히 잠깐 생각했던 트릭으로 엘러리 퀸에게 대결하다니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마음에 들은 부분이 많고 내용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국명 시리즈는 "이집트 십자가", "그리스관" 에 이어 이로써 세 작품 째인데 기회가 된다면 더 구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책을 주신 옥수수밭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PS : 그런데.. "중국 오렌지"라는 제목은 억지네요. 국명시리즈라는 타이틀에 엘러리가 너무 집착한 듯 싶어요^^

2005/08/29

이글루땅 머그컵! 수고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옥수수밭님의 휴가 모임에 참석했다가 우연찮게 입수하게 된 멋진 제품입니다. 아아 귀여워라.... daidong 님과 EST님, 옥수수밭님의 수고로 저에게도 입고 되었습니다.
컵의 크기도 마음에 들거니와 무엇보다 세상에 몇개 없는 디자인의 제품이라는 점이 애호가(?)의 구미를 당기는 초절정 레어 아이템이니만큼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는 마음 뿐입니다.

스페셜한 제품이니 만큼 스페셜한 용도로 써야 겠네요. 절대 깨먹지 않고 잘 쓰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2004/10/03

역전재판 1

아리스님과 옥수수밭님의 추천으로 처음 알고 접하게 된 게임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제목대로 "재판"이 중요하긴 하지만 "수사"와 "추리"가 더욱 비중있는 추리게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1편은 전부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최초의 역전"
주인공 나루호도 류이치의 첫 등장이자 변호사로 데뷰하게 되는 에피소드로 절친한 친구 야하리군의 변호를 맡아 해결하는 에피소드 입니다. 시스템을 익히기 위한 목적인지 수사과정도 없고 꽤나 간단해서 쉽게 클리어 할 수 있습니다. 범인이 먼저 밝혀지고 그것을 파헤치는 도서 추리 형식입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역전자매"
1편에서 등장한 변호사 사무소의 선배이자 소장 치히로씨의 살인사건에서 용의자로 몰린 치히로씨의 여동생 마요이의 변호를 맡는 에피소드입니다. 역시 도서추리 형식으로 위증을 파헤치는 과정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에피소드라 생각됩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역전의 토노사맨"
2편에서 친해진 마요이가 비서역으로 등장, 마요이가 좋아하는 어린이용 TV프로 "토노사맨"의 주인공 니보시 사부로가 살인범의 누명을 쓰게 되며 그 진상을 밝히는 에피소드 입니다.

처음으로 범인이 먼저 등장하지 않는군요. 2년전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과 "장소"와 "시간"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일종의 알리바이 깨기 트릭이 쓰이고 있습니다.

네번째 에피소드는 "역전, 그리고 안녕히"
1,2,3 편의 주요 캐릭터가 총 출동하여 2,3편의 검사였던 어렸을 적의 친구 미츠루기 검사의 살인 혐의를 벗기며 아울러 15년 전의 사건까지 같이 해결하는 완결편 에피소드입니다.

사건이 두개나 등장하고 재판도 3일이나 걸리는 최장 에피소드로 그에 걸맞는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이 일종의 "우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 등 현실적이지 못한 트릭이 좀 거슬리지만 짜임새 있는 줄거리로 상당히 몰입하게 해 줍니다. 특히 사건 현장에 출몰한다는 괴수"효시"와 친구 야하리의 아르바이트, 스쿠프 카메라맨 등 일견 상관 없어 보이는 여러 요소들이 조합되는 사건 현장의 설정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주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며 이 에피소드를 클리어하면 모든 등장인물의 후일담이 나오는 등 팬 서비스적인 면이 굉장히 뛰어나더군요.

전부 클리어한 소감을 간략히 이야기 한다면 전체적으로 시나리오가 상당히 짜임새 있어서 재미있게 즐긴 게임입니다. 게임 시스템이 간단하고 쉽게 잘 만들어진 편이라 편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글화 팀 "한마루"가 패치한 한글 패치가 재미도 있고 쉽게 번역되어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제 기대보다도 추리적인 요소가 훨씬 뛰어나서 추리 매니아들은 더욱 즐길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점점 길어지면서 약간 지루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무엇보다 "법정" 부분은 재미나지만 수사 부분이 에피소드가 가면 갈 수록 점점 지루해지는 것은 분명 약점입니다.

또한 중간부분에 힌트를 눈치채거나 범인을 알아버렸지만 게임 진행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어드벤쳐 게임 특유의 불편함과 자유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몇몇 장면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몰입해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 생각됩니다. 덕분에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2,3편도 빨리 해 봐야 겠네요.

덧붙이자면, 사실 제 본래의 직업은 UI & GUI 기획자 입니다. 그래서인지 게임의 시스템도 관심있게 지켜보았는데 조금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어서 몇가지 적어봅니다.^^ (순전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1. 수사방법의 개선
현재 수사 할 배경에서 실마리가 되는 장소를 선택하게 끔 하는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는데 같은 장소를 여러번 선택하거나 장소의 핵심적인 요소를 놓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고 실마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선택하면 꼭 "실마리가 될 것은 없다..."같은 대사가 뜨는 것은 좀 짜증나더군요.
꼭 선택할 장소에 포인터를 위치시키면 그 장소 영역이 전부 활성화 된다던가 Grouping되어 구분되게 한다면 훨씬 편하지 않았을 까 생각됩니다. 아울러 한번 내용을 확인했다면(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면) 아예 비활성 상태로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2. 법정 장면에서 증언 부분의 개선
증언 중간 중간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증거를 제시할 경우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점은 좀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한번 증언이 지나간 다음에는 어떤 타이밍에도 증거를 제시해도 다음으로 진행되는 구조가 어떨까요? 또 증언 후에 나루호도가 "자.. 여기서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 어쩌구 하는 화면이 몇개 지나가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데 이 부분을 삭제하거나 최대한 간략화 하여 사용자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3. Skip의 최대한 활용
제가 에뮬로 해서인지 찾지는 못했지만 지루하거나 쓸데없는 대사의 경우 "Skip" 핫 키로 한번에 넘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뭐 말은 여러가지 했지만 시스템은 조작도 쉽고 간편하며 상당히 잘 만들어진 좋은 게임입니다. 오해 없기를 바라며~^^

2014/07/30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 -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 강상준 : 별점 2.5점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 - 6점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강상준 외 옮김/프로파간다

독자가 공포 영화 속 캐릭터라고 가정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와 유사하지만,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는 "좀비"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반면, 이 책은 순수하게 다양한 공포 영화 속 상황만을 다룬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도 영화의 맹점을 이용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공동묘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거면 뭐든지 다 쏴버리라고 조언하는 식입니다. 남편의 묘에 꽃을 놓으려는 무고한 미망인을 죽였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그녀를 묻고 꽃을 불태우라고 하죠.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논리입니다.
또 "옥수수밭의 아이들" 편에서는 공포영화 육아법을 짤막하게 소개하는데, "아이가 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리며 내가 영원히 지옥에서 썩어버릴 것이라고 말한다"는 증상의 치료법으로 "당신의 아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써 놓는 식의 개그도 많습니다.

그래도 단순한, 시덥잖은 개그물은 아니고 공포 영화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파고들기는 합니다. 공포 영화에서 도출해낸 클리셰와 아이템들도 전부 공포영화에 대해 알고 있다면 무릎을 칠 만큼 대표적인 것들이고요. 이를 소재로 활용하는 개그들도 피식 웃을 수 있는 수준은 됩니다. 

또 몇몇 내용은 저도 그간 생각해왔었던 의문을 짚어주고 있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중 하나는 "인형이 어떻게 움직이든 사람이 훨씬 크고 강하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인간은 모든 면에서 좀비보다 우월하다"는 것이죠. 당연한 상식이지만 그동안 너무 많이 간과된 게 아닌가 싶네요.

그 외에도 맨 마지막에 걸작 공포영화와 쓰레기 5편의 목록을 실어준 것도 좋았습니다. 양이 적고 평도 거의 한 줄이지만 숨겨진 작품들이 많고 평 자체도 인상적인 것이 많아서 잘 정리된 리스트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김시광의 공포영화관"과 비교해도 될 정도였어요.

허나 워낙에 내용 자체가 개그로 일관하는 책이기 때문에 무언가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냥 더운 여름 킬링타임용으로 읽기에 그런대로 어울리는 수준이었달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 1 : 저도 "추리소설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책을 한번 써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런 식입니다. 만약 당신이 부유한 큰아버지의 유산 상속자로, 도박빚에 빠진 큰 조카, 가벼운 정신병에 시달리는 둘째 조카, 백수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는 셋째 조카딸이 있는 상황에서 주말에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면? 그날 저녁을 넘기기 어려울 겁니다. 살아남으려면 파티에 가지 말아야 하고, 가더라도 그 어떤 것도 먹으면 안 되고, 밤에 혼자 자면 절대 안 됩니다! 조카들과 카드게임이라도 밤새 하시길~

덧 2 : "탐정사전", "연필 깎기의 정석" 등 출판사 프로파간다의 책들은 편집이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폰트의 사용이나 편집 구성 자체가 지나치게 독특한데 제 취향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 책 역시 편집과 아트워크 측면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2004/10/13

최후의 비극 - 엘러리 퀸 : 별점 2점

최후의 비극 - 4점 엘러리 퀸 지음/시공사

사립탐정 사무실을 열은 썸 경감에게 괴상한 변장을 한 수수께끼의 사나이가 찾아와 한장의 봉투를 주며 1달에 한번 있을 확인 전화가 없을 시 "드루리 레인"씨와 같이 개봉해 달라는 의뢰를 남기고 사라진다.
이후 브리태닉 박물관에서 세익스피어의 희귀본의 도난과 더불어 벌어진 옛 부하인 경비원 실종 사건 의뢰까지 받게 된 썸 경감은 딸인 페이션스와 배우이자 탐정인 드루리 레인과 더불어 사건의 진상을 풀어나가려 한다.
그러나 드루리 레인과 페이션스 썸의 추리로 사건은 의외의 결말을 맞게 된다....

일전에 말씀드렸던 "옥수수밭"님에게 얻은 귀중한 시그마 북스 책 마지막입니다. 다시한번 옥밭님께 감사를...^^

드루리 레인의 비극 시리즈 최종권으로 제목 그대로 레인의 "최후"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썸 경감과 페이션스 썸양 같은 기존의 조연들도 그대로 출연하고 있으며 드루리 레인의 활약도 예전 그대로죠.
셰익스피어의 죽음의 진상을 둘러싼 살인극으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엄청난 역사적 사실이 공표되는 것을 막으려는 자와 그것을 저지하려는 인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대립 구조와 유사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다른 역사 관련 팩션, 추리-스릴러물과 비교해 볼 때 추론의 논거가 굉장히 희박하다는 점은 아쉽네요. 역사적인 근거 제시는 하나도 없고 오로지 엘러리 퀸의 상상력에만 의지해서 전개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 더해 아무래도 등장인물도 적고 스케일이 상당히 작은 편이기에 밋밋하고 심심하게 느껴지더군요.

거기에 추리적으로도 많이 아쉬워요. 일단 야심차게(?) 준비한 듯한 "3HS wM"이라는 암호 트릭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솔직히 너무 억지스럽거든요. 해결해 나가는 추리 과정은 상당히 돋보이지만 해석은 설득력이 너무 부족해요. 엘러리 퀸이라는 작가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별로였습니다.
또 마지막의 진상조차 명쾌하지 않습니다. 관계자들 중에 추론이 합당한 사람이 단 한명이라고 해서 범인으로 확정된다는 것은 말도 안돼죠. 그 인물의 여태까지의 행적과 묘사를 본다면 작품에서의 모습은 너무 오바(?) 스럽지 않았나 보여지고요.... 무엇보다도 추론 자체가 그다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추리적으로 건질게 거의 없는 작품이에요. 그래도 추리 역사상에 일획을 긋는 거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까 합니다.
드루리 레인 시리즈도 이제야 정복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항상 진지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풍기는 레인보다는 그래도 퀸 쪽이 더 취향에 맞는 것 같습니다.

PS : 시리즈 전체 평점을 따지자면 Y > X > 최후 > Z 의 순서가 아닐까요? Z는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작품이라....

2020/06/27

악몽과 몽상 1 - 스티븐 킹 / 이은선 : 별점 2.5점

악몽과 몽상 1 - 6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엘릭시르

스티븐 킹의 단편집으로 어쩌다보니 2권부터 읽고, 뒤이어 읽게 되었네요. 2권과 마찬가지로 모두 열 두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지만, 모두 완성된 단편이라는 점에서는 차이를 보입니다. 순문학적 작품보다는 박진감넘치는 화끈한 계열이 많다는 점은 2권과 같고요.

하지만 다양한 장르물이 수록된 2권에 비하면, 장르적인 변주는 거의 없습니다. 크리쳐 호러, 범죄 액션 스릴러가 여섯 편이나 되거든요. 게다가 대체로 어딘가에서 보아왔던 설정이 많아서 2권보다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순문학을 추구한건 아니겠지만 도무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작품도 세 편이나 수록되어 있고요. "돌런의 캐딜락"을 비롯해서, 화끈한 계열 작품들은 나쁘지 않았지만, 비슷한 설정과 분위기의 작품들이 연달아 이어져서 읽으면 읽을 수록 지루해진다는 문제도 큽니다. 강-강-강이 아니라 강-중-약으로 구성하는 편집의 묘가 아쉽더군요.

그래도 전체 평균한 별점은 2.5점입니다. 스티븐 킹 다운 작품들은 여전한 매력을 선사해주니까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돌런의 캐딜락"

아내를 죽게 만든 갱단 보스 돌런을 향한 초등학교 교사의 집념의 복수극으로 약 80페이지 가량 되는 단편인데,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거의 60페이지 분량이 복수의 '과정'입니다. 

복수의 방법이 굉장히 황당해서 인상적입니다. 돌런이 이용하는 라스베이거스 고속도로가 공사로 막혔을 때, 그 곳에 캐딜락이 완벽하게 파묻힐 수 있는 거대한 함정을 파는거지요. 그리고 돌런의 차가 지나갈 때 '전방에 우회도로' 표지판을 치우고 돌런의 캐딜락이 함정에 쳐박히게 만듭니다. "루니툰"에서 코요테가 로드러너를 잡기 위해 꾸미는 함정과 비슷한 발상이에요.

계획은 간단하지만, 작열하는 라스베이거스의 태양 아래에서 폭 1.5m, 길이 13미터에 15세제곱미터의 흙을 파내는 과정 묘사는 정말 엄청납니다. 굴착기의 도움을 빌리지만 여러 번 죽을 뻔 하고, 포기할 뻔 하는 모습이 스티븐 킹의 날 것 그대로의 묘사로 생생하게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정말 눈 앞에서 사람이 익어가면서 땅을 파는 모습과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묘사였어요.

하지만 돌란이 그 길을 지난다는 걸 알았다면 이런 생고생을 하지 않아도 다른 좋은 방법이 많지 않았을까 싶은데, 지나칠 정도로 공이 많이 드는 복수극이기는 하네요. 제가 본 복수극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손에 꼽을 수준입니다. 돌런의 캐딜락이 방탄까지 완벽한 탱크같은 차이며, 항상 2명의 프로 보디가드와 함께 하기 때문에 직접 공격은 여러모로 위험하다는 이유를 드는데 그리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다이너마이트를 파 묻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함정을 파는 계산처럼 속도와 시간을 계산해서 넓은 범위를 폭파시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재미면에서는 나무랄데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확실한 권선징악이라는 점, 그리고 독특한 복수 방법과 완벽한 완전 범죄라는 점도 좋았고요.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난장판의 끝"

하워드의 동생인 천재 바비는 세계 평화를 꿈꾸다가 우연히 '라플라타'라는 마을이 범죄가 전혀 없는 평화로운 곳이라는걸 알게된 뒤, 그 곳의 물에 특별한 성분이 있다는걸 밝혀냈다. 바비는 그 물을 농축하여 화산 폭발을 통해 전 세계로 뿌리는데...

"살인 단백질 이야기""엘저넌에게 꽃을"을 결합한 이야기입니다. 물 안에 뇌와 비슷한 단백질 성분이 있는데, 이것이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유발한다는건 "살인 단백질 이야기"이고, 천재가 백치가 되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죽는다는 이야기는 "앨저넌에게 꽃을"이니까요. 특히 1인칭 시점의 일기 형태이며, 글쓴이가 바보가 되었다는 결말은 판박이에요.
한 마디로 내용과 전개, 설정에 새로운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또 엄청난 천재라는 바비가 이 물의 성분이 무엇인지 정말로 알아내지 못하고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는 전개는 앞 뒤가 맞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어요.

스티븐 킹의 흥미진진한 묘사 덕분에 몰입할 수 있기는 합니다만, 스티븐 킹 만의 무언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어린 아이들을 허락하라" 

소갯글은 '옥수수밭의 사악한 아이들이 돌아온다!'입니다만,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아이들이 초자연적인 무언가로 변했다고 믿는 노처녀 교사 시들리 부인이 결국 아이들을 죽이다가 체포된 뒤 자살한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래도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밀리면서 점차 궁지에 몰리는 시들리 부인에 대한 묘사는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시들리 부인이 폭주해서 아이들을 살해하는 것 역시 예상대로지만 긴장감넘치게 풀어내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들리 부인이 진짜 미친건지, 아니면 아이들이 정말로 무언가에 점령당해버려 초자연적인 존재가 된 건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결말에서 은근슬쩍 후자일 거라는 여운을 남기는데, 모호한 채로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결말이 답답하기는 해도 작품과는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네요. 지금의 결말은, A급 심리 스릴러가 B급 싸구려 호러물로 끝난 느낌이라 별로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나이트 플라이어" 

타블로이드 업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민완기자 디스는 경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공항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흡혈귀 '나이트 플라이어'를 쫓아 위험천만한 비행에 나섰다.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월밍턴에서 드디어 '나이트 플라이어'와 조우하는데...

영화화도 된 유명한 작품이지요. 디스가 공항에 착륙하다가 폭풍우와 벼락 등으로 위기에 처하는 장면 묘사는 박진감이 넘치다 못해 터져나갈 정도이고, 월밍턴 공항에서 살육당한 시체를 보고 화장실 세면대에 토악질을 하다가 거울로 흡혈귀 드와이트 렌필드가 소변보는 모습을 확인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흡혈귀는 거울에 비치지 않기 때문에 피에 물든 소변 줄기만 보인다는건데, 정말 기가 막혀요.

그러나 내용은 별게 없습니다. 흡혈귀 드와이트 렌필드의 기원이나 흡혈과 살인의 목적, 동기, 이유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결말 역시 경찰이 디스를 체포하는 듯한 묘사가 전부라 어정쩡한 느낌이 들거든요. 디스가 기사를 썼는지 안 썼는지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요. 영화 쪽을 확인해보니 흡혈귀에 대한 설명이 없는건 마찬가지지만,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영화쪽 결말만큼은 소설보다 더 괜찮아 보였습니다. 디스가 살인마이고, 흡혈귀는 그의 상상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사회 비판적인 의미도 담고 있는 그럴듯한 반전이었다 생각되네요.

동기와 결말이 어쨌건 간에, 흥미로운 전개와 묘사만으로도 읽는 재미는 충분했던 작품. 하긴, 흡혈귀가 피를 빨아 먹고 사람을 죽이는게 무슨 이유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냥 괴물이니까 그런거지. 별점은 2.5점입니다.

"팝시"

처음에는 유괴물로 생각되었습니다. 유괴범 셰리던이 아동 유괴를 시작하게 된 계기, 그로부터 유괴 행각이 이어지는 전개가 흥미롭게 펼쳐지거든요. 그러나 "나이트플라이어"와 마찬가지로 흡혈귀가 나오는 크리쳐 고어물입니다. 크리쳐는 바로 제목이기도 한 '팝시'고요. 팝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어디에 있어도 유괴된 이이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괴범 셰리던의 자동차를 찾아내어 습격하는게 작품의 클라이막스인데, 역시나 킹 다운 박진감넘치는 묘사가 일품입니다.
유괴된 아이가 팝시의 손자로 이른바 크리쳐 혈족이라는 살짝의 반전도 나쁘지 않으며,도 아동 유괴범 셰리던에게 처절한 응징을 가하는게 또 다른 악인 흡혈귀라는 설정이 재미있었습니다. 권선징악 측면에서도 마음에 드네요.

스티븐 킹의 장점이 20페이지 안쪽의 분량에 전부 담긴, 공포 소설가 스티븐 킹을 대변할만한 단편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익숙해질거야"

캐슬록의 노인들이 잡화점에 모여 폐허가 된 뉴올 저택에 대해서 이런저런 추억을 이야기한다는 내용의 작품.

솔직히 뭘 이야기하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코라 뉴올이 게리 폴슨에게 왜 추잡한 짓을 했는지. 노인들의 기억이 진짜인지, 허구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야기가 완성된건지 아닌지도 헛갈리고요. 뉴올 저택을 다시 짓는 것도 당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

스티븐 킹이 뭔가 있어보이는 이야기를 하려는거 같기는 합니다만, 저는 기승전결 확실한 괴물 나오는 이야기가 더 좋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움직이는 틀니"

잡화점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거대한 움직이는 틀니 장난감이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의 작품. 간단한 설정만 보아도 무척 황당해 보이죠? 하지만 이를 박진감 넘치게,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묘사는 정말이지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나 호건과 브라이언의 사투, 이어지는 브라이언과 틀니의 사투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에요. 모래바람과 태풍이 불어오는 와중에 갇힌 차 안에서 두 명의 등장인물만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몰입감 넘치게 선사한다는건 정말이지 타고난 재능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움직이는 틀니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고, 이야기의 개연성은 전무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악마의 소도구였다던가, 누군가의 저주였다던가하는 최소한의 설명마저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그런걸 기대하면 안되겠죠? 그런 점에서는 "나이트 플라이어"와 비슷하지만, 정의가 악을 물리친다는 이 쪽이 더 제 취향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헌사"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2. 

흑인 하우스키퍼 마서 로즈월이 자신의 아들이 내 놓은 첫 소설책에 대해 친구 다시와 술을 마시면서 하는 이야기인데, 내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친부는 강도짓을 하다가 죽은 조니인게 명확하지만, 흑인 마녀 마마 들로름에 의해서 그 아이의 아버지는 유명한 백인 소설가 피터 제프리스가 되어 아이가 그 능력(?)을 이어받았다는 내용인가 싶기는 한데... 분명하지는 않네요.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기승전결로 완결되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모르는 내용에, 완성된 이야기로 보이지도 않아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움직이는 손가락" 

세면대에서 기어나오는 손가락을 없애려고 고군부눝하는 하워드 미틀라의 이야기. 스티븐 킹 특유의 고어 크리쳐물과 궁지에 몰린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결합된 작품. 킹이 잠결에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쓴 작품일거라 생각되네요. 변기 속에 손가락을 가두기는 했지만, 쾅쾅거리는 소리에 뚜껑을 열기 직전 이야기는 마무리 되며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결말이 인상적입니다.

설정 면에서 치밀한 맛은 없고, 개연성도 많이 부족하지만 킹이 크리쳐 물의 대가라는걸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운동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3. 

결국 존 텔은 유령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령은 존 텔 주변 인물에 대해서만 몇 가지 이야기하고 말 뿐이에요. 폴 재닝스가 범인으로 삼만 달러를 넘게 챙겼다고 해도... 그게 존 텔 앞에 나타난 이유가 될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존 텔의 성장기로 보기에도 여러모로 애매했고요.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른 알 수 없는 이야기들보다 낫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점수를 줄 만한 여지가 있지는 않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밴드가 엄청 많더군"

여행객이 길을 잃은 뒤 이상한 마을에 방문하여 위험에 처한다는 내용의 작품은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리뷰로 소개했던 작품만 해도 러브크래프트의 "인스머스 (인스마우스)의 그림자"라던가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수록작인 "역사적 오류" 등이 그러합니다. "웰컴 투 동막골"도 위험에 처하지 않다 뿐이지 기본 발상은 마찬가지라 할 수 있을테고요. 그 외에도 수많은 작품에서 사용된 설정이지요.

보통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마을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은밀한 의식과 관련이 있는게 보통입니다. 여행객들은 산 제물로 쓰이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은밀한 의식'에서 한 발, 아니 두 세 발자욱 더 나아갑니다. '은밀한 의식'이 아니라 난리법석의 로큰롤 공연을 추구하는 마을이었던거지요. 여행객들은 공연에 관객이 없어서 필요했던 것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시장으로 나오는 등 설정이 워낙에 황당해서 우습기까지 한데, 이런 내용을 스티븐 킹의 묘사로 읽으니 공포가 따로 없다는게 재미있는 점이었습니다. 마을에서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자동차 추격신은 여전한 박력을 자랑하고요. 로큰롤 공연을 몇 일 동안 계속 보면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공포스럽기도 하네요. 작중에 나오는대로 로큰롤 '헤븐'이 아니라 '로큰롤 헬'인 셈입니다.

딱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지는 않지만 그 어떤 설정과 이야기라도 약간의 변주를 통해 박진감넘치는 호러 소설로 만드는 스티븐 킹의 필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가정 분만" 

좀비가 창궐하는 세상에서, 외딴 섬 마을에서 아이를 낳으려는 매디의 이야기.

일단, 기둥이 되는 이야기는 아버지가 중심인 가정에서 살다가, 아버지의 사후 중심축을 잃고 흔들리던 매디에게 성실하고 충직한 남편 잭이 나타나 청혼하는 이야기입니다. 좀비 창궐로 시체가 되어 돌아온 잭을 매디가 도끼로 처단한 뒤, 가정 분만을 결심하는게 결말이고요. 이 이야기에 매디가 사는 섬마을 사람들이 자경단을 조직하여 마을에 하나 있는 공동묘지를 지키며 깨어나는 시체들을 토악질을 해 가며 해치우는 내용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두 이야기가 난잡하게 흩어져 잘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에요. 한 개의 이야기를 하다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또 매디가 가정 분만을 결심하는게 딱히 대단해 보이지도 않아서 이게 기둥 이야기가 될 수 있나 싶었습니다. 전 세계에 좀비가 창궐했다면 어차피 다른 대안도 없잖아요? 기승전결로 보더라도, 완전한 '결'로 끝맺지 못한 느낌이라 조금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차라리 섬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좀비를 격퇴하고 섬을 지켜내는 이야기로 끌고가는게 더 나았을겁니다. 마을 공동 묘지에서 되살아난 가족들과 싸우는 이야기는 충분히 드라마가 될 수 있으니까요.

2023/08/18

샘 호손 박사의 세 번째 불가능 사건집 - 에드워드 D. 호크 / 김예진 : 별점 1.5점

샘 호손 박사의 세 번째 불가능 사건집 - 4점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리드비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한 정통 본격 미스터리 단편 시리즈. 1, 2편 반응이 괜찮았었는지 3편까지 출간되었네요.
추리 소설 애호가로서 출간 자체야 반길 일이지만 솔직히 수준은 영 아니었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아니 걸작들도 포함되어 있었던 첫 번째 사건집에 비해 두 번째 사건집은 다소 처졌었는데, 3권은 아쉽게도 2권보다도 못했어요. 기대했던 불가능 범죄를 해결하는 본격 추리물로서의 가치가 낮은 탓이 가장 큽니다. 트릭부터가 대체로 별볼일 없습니다. 변장, 자작극 트릭이 너무 많더라고요.수십편의 이야기를 쓰다보니 아이디어가 고갈된게 아닌가 싶어요.
이야기 전개도 부실해서 대부분의 작품에서 동기가 헐겁습니다. 불륜과 질투가 너무 많아요. 고작 이 정도로 이렇게까지 범죄를 저지르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동기가 설득력이 떨어지니 불가능 범죄'를 일으킬 타당성도 결여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대부분 수록작들이 평균 이하 수준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이 시리즈도 이젠 더 읽을 일이 없겠습니다.

수록작별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묘지 소풍의 수수께끼>>
혼자 걸어가던 여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다리에서 떨어진 뒤 사망한 사건이 등장하는데, 결론은 변장 트릭이었습니다. 피해자로 변장한 여자가 피해자인 척 물에 뛰어들은게 전부에요.
트릭도 변변찮지만, 이후 전개 과정도 문제입니다. 우선 증거가 너무 빈약합니다. 옷을 갈아입는 여자를 보았다는 (변장 때문에) 술주정뱅이 묘지 관리인의 증언으로 유죄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거에요. 샘 호손이 직접 피해자 - 로 변장한 일당 - 가 샌드위치를 먹는걸 보았지만 피해자는 위장이 비어 있었다는 것도 증거로는 약합니다. 물에 빠진 뒤 토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단편집의 단점을 모조리 갖추고 있는 졸작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유아 보호실의 수수께끼>>
밀실이었던 극장 내 유아 보호실에서 시장이 총에 맞은 사건인데, 트릭은 흔해빠진 자작극이라 특별한게 없을 뿐더러 동기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시장이 밀주 유통을 한다는걸 들켜서 협박범을 살해했다는건 말이 됩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이 총에 맞는 불가능 범죄로 자작극을 벌이는 이유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런 자작극을 벌인다고 협박범을 죽인 사건이 미해결이 될 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죽은 사람이 시장을 쐈을리 없으니까요. 보안관의 수사만 시작될 뿐이지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치명적인 불꽃놀이의 수수께끼>>
독립기념일, 폭죽놀이를 즐기려던 정비소 형제가 불을 붙인건 다이너마이트였다. 형은 즉사하고 동생은 화상을 입었다. 밀봉된 포장에서 꺼낸 폭죽을 어떻게 다이너마이트로 바꿔칠 수 있었을까?

범인은 동생이었습니다. 포장에서 폭죽을 꺼낸건 동생밖에 없으니, 형이 자살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범인은 너무 뻔하지요. 마침 동생이 불을 붙이는데 계속 실패했다는 설명까지 있으니까요. 그래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렌즈 보안관의 추리는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가방한 밀주업자가 폭죽을 검사하는 척 하면서 바꿔치기 했다는데, 동일한 포장의 폭죽 상자를 미리 준비한다는건 말이 안되잖아요? 보안관으로는 너무 수준 미달의 인물이 아닌가 싶네요. 
여러모로 평균 이하 수준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미완성 그림의 수수께끼>>
밀실인 아틀리에에서 테스 웨인라이트가 살해되었다. 가정부 밥콕 부인은 그녀가 라디오를 켜고, 전화를 받았다는고 말했는데.....

문을 닫고 마지막에 나온건 남편이고, 가정부가 들은건 오로지 '소리' 뿐이니 범인이 누구인지는 자명합니다. 라디오를 밖에서 켜고, 전화벨이 한 번 울리고 끊기게 만든 것도 별로 어려운 트릭으로 보이지 않았고요. 전화는 건 사람이 바로 끊으면 되잖아요? 읽으면서 라디오를 켠 건 발명왕이라는 마을 주민 대령의 발명품 덕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보다도 간단한 트릭 - 창고에서 퓨즈를 연결 - 을 사용했더군요.

그래도 테스가 전화를 받았다면 라디오를 끄지 않았을리 없다 - 나중에 밥콕 부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끄러워서 라디오를 끈것처럼 - 는 디테일 만큼은 좋았고, 샘 호손이 환자들에게 집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등 전작들보다 눈여겨 볼 부분은 조금 있기는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밀봉된 병의 수수께끼>>
금주법이 폐지되는 달 축배를 들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크레슨 시장이 독을 마시고 죽었다. 배달된 한 상자의 셰리주 중 시장이 딴 한 병에만 청산가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술을 배달했던 주류업자 얀시도 총에 맞아 살해되는데......

금주법 폐지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하여, 마을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술을 마시기 위해 모인다는 묘사는 재미있었습니다. 충분히 그럴 만 하지요.
술 상자를 진작에 배달받았지만, 사건 당일 배달된 것 처럼 연극을 벌였다는 트릭도 수긍할만 했습니다. '파티'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라는건 시대 배경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있었어요. 샘 호손도 죽이려 했던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었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황당한 수준입니다. 시장 등 별장에서 시간을 보낸 멤버들이 마약중독자들이었다는 설정, 마약에 중독돠어 자살한 남편의 복수였다는 동기 모두가 어이를 상실케했거든요.
사람이 하품을 한 정도로 마약에 중독되었다고 추리한 샘 호손의 추리도 어거지였고, 밀봉된 병에 주사기로 독을 넣었다는 트릭도 별로였어요. 시장이 무슨 병을 잡을지 알고 있어서 독을 한 병에만 넣을 수 있었다는 것 역시 억지스러웠습니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았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사라진 곡예사의 수수께끼>>
서커스단에서 공중 곡예 중이던 곡예사 한 명이 그물로 떨어지는 곡예를 한 뒤, 다시 기어올라갔지만 사라져버렸다. 그 뒤 서커스단 천막이 설치된 목장 주의 집에서 살해된채로 발견되는데....

곡예사가 사라진건 마캐팅으로, 분홍색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서 올라가는 사람을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트릭은 그럴싸했지만, 곡예사가 올라가기 전에 광대 무리가 몰려들었던걸 - 그래서 사라진 곡예사가 광대로 변장하고 빠져나갔다는걸 - 설명하지 않아서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질투로 보이는 살해동기도 대충 얼버무리고 있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담뱃잎 건조실의 수수께끼>>
제닝스 담배 회사 사장 재스퍼 제닝스의 아내 세라가 일꾼 로이 핸슨과 불륜관계라는 괴편지가 도착했다. 그리고 재스퍼는 담배 건조실에서 날카로운 칼에 목이 베어 살해당했다. 주변에 있었던 두 명 - 프레스콧과 핸슨 - 은 모두 범행을 부인했고, 둘에게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누가, 어떻게 제스퍼를 살해했을까?

읽으면서 <<마스터 키튼>>에 나왔던, 주변 사물을 흉기로 쓰는 킬러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담뱃잎을 흉기로 쓴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읽어보니, 흉기인 면도칼을 풍선에 실어서 건조실의 천장에 숨겼다는 장치 트릭이 사용되었던데, <<마스터 키튼>>이 더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트릭이 애들 장난같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서면 금방 드러날 트릭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범인은 함께 있었던 두 명 중 한 명인데, 가장 유력한 용의자 핸슨이 왜 이 때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눈에 갇힌 오두막의 수수께끼>>
새 차를 타고 에이프릴과 메인주로 드라이브 여행을 떠난 샘 호손은 하이킹 도중 오두막에 혼자 살고 있던 쇼터의 시체를 발견했다. 쇼터는 어떤 발자국도 없는 눈밭으로 둘러싸인 집 안에서 칼에 찔려 죽은 상태였다.

밀실 살인 사건인데 전화 설치 기사로 변장한 범인이 철제 케이블을 설치한 뒤, 케이블을 타고 집 안으로 이동했다는 트릭이 사용되었습니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어요. 행글라이더를 타고 날아들어왔다 수준입니다. 흉기를 두고가는걸 잊어서 자살로 위장하는데 실패했다는 상황도 황당했고요. 무슨 장난같은 느낌이에요.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도 아니고.... 중간에 앙드레가 범인일거라며 샘 호손이 펼치는 추리도 말이 안되는건 마찬가지고요.

에이프릴이 휴양소 주인 앙드레와 결혼한다는 결말은 뜻밖이었고, 채광창에 햇빛이 들어온걸 단서로 - 눈이 쌓여있지 않았을 리 없다 - 그곳으로 범인이 들어왔을 것이라 여겨 추리를 시작하는건 좋았지만 그 외에는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천둥 방의 수수께끼>>
결혼한 에이프릴의 후임으로 고용된 간호사 메이는 이상할 정도로 천둥을 무서워했다. 어린 시절 천둥방(뉴잉글랜드의 오래된 가옥에 있는, 폭풍이 칠 때 가족이 대피하는 방)에 숨었던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폭풍이 찾아온 날, 행크 포스터가 살해당했는데, 그 아내는 범인이 메이라고 주장했다. 마침 메이는 폭풍이 칠 때진료실 안에서 혼자 쉬고 있었다. 샘 호손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건 단지 15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행크스라는 아내 브루나의 주장은 너무나 확고했고, 알고보니 메이의 부모님도 천둥방에서 행크처럼 망치에 맞아 죽었다고 했다...


범인은 메이의 쌍둥이 남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풀어가는 전개가 말장난에 가깝습니다. 샘 호손은 메이에게 여동생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다들 없다고 하거든요. '남동생'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동생이 정신이상이라 살인을 저질렀다는 동기도 영 별로였고요. 별점은 1점입니다.

<<검은 로드스터의 수수께끼>>
노스몬트 은행에 강도들이 나타났다. 재빠른 대처로 강도들은 노스몬트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들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샘 호손은 처음에 중고차 판매원 행크가 범인이라고 추리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원들이 작당했던 자작극이었다는게 진상이에요. 은행원들이 감금되었던 방이 뒷 골목과 통해있었던게 핵심이고요.

다른 수록작들보다는 비교적 추리적으로 괜찮고, 동기도 합리이었습니다 (상대적입니다). 샘 호손이 한 번 실패한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은행강도 사건을 꾸며낸다는게 비현실적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이 정도면 그럭저럭 평작은 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메리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노스몬트에 남아 샘 호손의 간호사가 된다는건, 그녀가 앞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걸로 보이는데 두고 봐야겠네요.

<<두 출생 모반의 수수께끼>>
병원에 식붕독을 일으킨 스트리터가 입원했다. 샘은 메리와 함께 식중독의 원인을 찾고자 매그놀리아 식당을 방문했다가 누군가 망치로 복화술사 인형을 망가트린 현장을 보았다. 마침 그날, 병원에서는 누군가 스트리터를 살해하려 했고, 다음날에는 상근 간호사 중 한 명인 애나가 잠긴 수술실에서 살해당한채로 발견되었다. 수술실 열쇠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 의사 엔들와이즈만 갖고 있었다.

스트리터가 벌인 자작극이라는건데, 자작극 트릭은 수록작에서 너무 많이 나와서 식상했어요. 시체 은닉은 보안관도 어려운 일이라 말할 정도로 비현실적 -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 - 인데다가 양 쪽으로 열리는 미닫이 문 잠금 장치에 대란 트릭은 글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정하게 정보가 제공되지 못합니다. 알고보니 애나와 스트리터는 이부형제였고 큰 땅을 상속받을 예정이었다는 동기도 억지로 가져다 붙인 느낌이고요. 무엇보다도 불가능한 상황을 억지로 만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빈사의 환자 수수께끼>>
샘 호손이 처방한 디기탈리스를 먹은 노부인이 사망했다. 샘이 실수를 했거나, 노부인을 안락사시켰을거라 생각한 의료협회는 의료 면허 박탈까지 1주일의 기한을 주었다.
샘 호손이 보는 앞에서 노부인은 어떻게 시안화합물을 먹였을까? 그리고 곧 죽을 사람이었는데 누가, 왜?


사탕이라는 증거가 비교적 초반에 제시된다는 점에서는 공정했지만, 그 외에는 딱히 언급할 부분이 없네요. 노부인이 유언장을 바꾸려고 해서 두려워했던 조카딸의 범행이라는 것도 진부했고요. 마을에서는 추리하는 의사로 유명한 샘 호손을 불러서 독살 과정을 지켜보게 만든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농가 요새의 수수께끼>>
농장을 요새처럼 꾸민 루디 프랑크푸르트가 살해된채 발견되었다. 잠긴 정문, 2미터 높이의 전류 울타리, 파수견, 게다가 집은 모든 문과 창문이 다 잠겨 있었다.

베를린 올림픽에 높이뛰기 선수로 출전을 준비하는 빌 크롤리가 범인이 아닐까? 는 추리로 전개되다가, 배달부 폴이 진범이라는게 밝혀지는 구성입니다. 추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이 꽤 합리적으로 사용된 덕분입니다. 폴은 루디를 죽이고 트럭에 실어 놓았었습니다. 그리고 샘 호손과 방문했을 때 집 안애 시체를 유기했던 것이지요. 루디가 배달을 지시한 물건들이 이미 집 안에 있었고, 개들이 폴의 트럭에서 짖어대었다는 등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입니다.

그러나 동기는 영 와닿지 못합니다. 질투 때문에 빌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다? 지나치게 억지스럽습니다. 가문의 원수 정도는 되어야 저지를만한 범행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목적에 맞는 범행으로 보이지도 않아요. 그냥 묘한 불가능 범죄로 보일 뿐이니까요. 빌이 함정에 빠질 이유도 없습니다. 이 정도 트릭을 고안해 낼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다면, 더 직접적으로 빌에게 죄를 물을만한 상황 - 최소한 빌의 운동화같은 증거라도 현장에 두는 등 - 을 꾸며냈어야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저주받은 티피의 수수께끼>>
1880년대부터 1890년대까지 카우보이 일을 했다는 벤 스노가 샘 호손을 찾아와 오래전 수 종족과 만났을 때 있었던 불가능 범죄를 이야기해 주었다.
일족의 추장이 머무는 티피에 저주가 걸려서 추장의 아내, 아들, 손자, 그리고 벤 스노가 보는 앞에서 또 다른 아들 흐르는 구름마저 죽고 말았다는 사건이었다.


진상은 티피에 사용되었던 협죽도 기둥 탓에 사람들이 죽었다는 겁니다. 흐르는 구름은 아내의 복수로 독살당했고요.
스쳐 지나가는 말로 '협죽도'라는 단어를 꺼낸다던가, 흐르는 구름의 아들에 대한 설명 등 주로 '말'로 단서가 제공되는데, 그렇게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늙은 추장 달리는 말이 죽지 않은건 단지 튼튼했다는 설명도 별로였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파란 자전거의 수수께끼>>
차도 트럭도 아무것도 안 지나간 길에서, 앞질러 가서 모퉁이를 돌은 앤젤라가 사라져버렸다. 현장에는 그녀가 타던 자전거만 남아있었다.

앤젤라가 숨을 수 있었던 옥수수밭의 존재를 초반에 잘 설명하지 않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남자친구 필 브륵스와 도피하려고 했다는 동기도 영 아니었고요. 그냥 도망가는 것과, 이런 실종 사건을 떠들썩하게 일으키는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어차피 경찰이 나서서 찾게 될 테니까요. 공들여 연극을 벌일 이유는 없어요. 차라리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가는게 나았을 겁니다.
필 브룩스의 말 실수가 단서가 되는 전개도 식상했으며, 브룩스가 앤젤라의 친구 주디마저 살해한 이유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친구라면 잘 설득해서 숨어있게 해 달라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작 중 렌즈 보안관도 브룩스가 주디를 살해했다는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설득력없는 범행이었어요.
마지막 이야기라는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의 졸작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