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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더블, 더블 - 엘러리 퀸 / 이제중 : 별점 2점

더블, 더블 - 4점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검은숲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월 1일, 만우절에 엘러리 퀸에게 신문기사가 담긴 편지가 도착했다. 라이츠빌에서 일어났던 루크 매캐비의 죽음, 루크의 유산 4백만 달러가 주치의 세바스티안 도드에게 상속된 것, 유산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하트 방적 공장 사장 존 스펜서 하트가 자신이 유용한 루크의 돈 때문에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4월 7일에는 마을에서 구걸을 했던 술꾼 톰 앤더슨이 실종되었다는 기사가 담긴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그리고 엘러리 퀸에게 톰 앤더슨의 딸 리마가 찾아와 아버지는 죽었을 거라며 사건 해결을 의뢰했고, 엘러리 퀸은 리마와 함께 십여년 만에 다시 라이츠빌로 향하는데...

엘러리 퀸 장편 중에서는 수작들이 많이 모여있는 '라이츠빌 시리즈'입니다. 

고전 본격 추리물이었던 국명 시리즈에 반해, 라이츠빌 시리즈는 범죄 드라마 성격이 강하다는게 특징이지만, 이 작품은 기존 라이츠빌 시리즈와는 조금 다릅니다.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범죄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부자, 가난뱅이, 거지, 도둑, 의사, 변호사가 차례로 죽는다'는 마더 구스 동요 중 한 편의 내용대로 살인 사건이 벌어지거든요.

그러나 확실히 라이츠빌 시리즈는 라이츠빌 시리즈에요. 이야기 자체는 전혀 본격물처럼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은 우발적인 사고로 여겨진 탓에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도 않는 탓입니다. 경찰이 방관하는 동안, 탐정인 엘러리 퀸 역시 현장에서 단서를 찾아낸다던가 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라이츠빌 시리즈답게 인간 관계와 동기에 집중합니다.

덕분에 왜 동요가 사건과 연결되는지? 왜 범인이 엘러리에게 편지를 보냈는지?에 대한, 와이더닛물로는 꽤 흥미로운 편입니다. 특히 동요와 사건과 연결되는 이유가 참신했어요. 범인 케네스는 죽음에 대한 강박증이 있어서 유언장 쓰기를 미루던 도드 의사가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으면 순순히 유언장을 쓸 것이라 생각하고 모든 사건을 꾸몄습니다. 그래서 두 건의 사망 사고의 피해자 직업에서 착안하여 톰 앤더슨을 죽이고, 니콜 자카르도 사고를 위장하여 살해한 뒤 이 모든게 마더구스 동요 법칙에 따른 죽음으로 다음 차례가 도드 의사인걸 명심하게 만든 것이지요.
도드 의사가 오래 앓아온 신경증 탓에 죽음을 지나치게 두려워한다는게 전개와 묘사에서 계속 드러나서 설득력도 넘칩니다. 우발적인 죽음이 목표한 살인의 연결고리로 이용된다는 트릭은 제법 많이 보아 왔지만, 이 작품에서의 동기만큼은 신선하면서 설득력 높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허나 후더닛물로는 좋은 작품은 못됩니다. 범인은 케네스 아니면 리마일게 너무 뻔했으니까요. 그런데 리마의 경우, 어린 시절에는 몰랐던 바깥 생활에 대한 동경 때문에 아버지를 죽였을 수는 있습니다. 속박에서 풀려나기 위해서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을 죽일 동기는 없습니다. 때문에 범인은 케네스인 거지요. 도드 박사의 유산 4백만 달러는 동기로 차고 넘치잖아요. 세 번째 사건인 니콜 자카르 사살 사건은 어쨌건 케네스가 총으로 쏘아 죽이기도 했고요. 

물론 도드 박사의 유언장이 공개된 뒤, 거의 모든 유산은 종합 병원에 기부되기 때문에 케네스의 동기는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도드 박사 뒤에 살해된 변호사 홀더필드, 양복장이 월더 형제 사건에서는 동기가 아예 없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도드 박사 살해까지는 케네스가, 그 뒤 범행은 리마가 저질렀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은 도드 박사가 죽은 뒤 결혼했으니 뭔가 동기를 공유했을거라고 본 것이지요. 사실 뒷 부분은 여러모로 리마인게 더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동요 순서대로 '대장'이 마지막에 죽는다면, 이는 앞서 엘러리가 리마에게 말했듯 엘러리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결말은 결국 케네스가 진범이라서 조금 맥이 빠졌습니다. 케네스의 자백 외에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점, 그리고 그가 엘러리가 꾸민 리마 체포 쇼를 보고 자백했다는 결말도 좋은 후더닛 본격물로 보기 어렵게 만들고요.

국명 시리즈로 대표되는 엘러리 퀸 본격물처럼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단점도 큽니다. 동요와 사건을 무리하게 엮은 탓입니다. 동요 순서대로 변호사와 장사꾼 (양복장이)가 죽는 상황은 순전히 우연이기 때문입니다. 도드 박사가 유언장을 두 번 남겼다는 것도 우연이고, 이를 진작에 데이비드 월도가 밝히지 않은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변호사 비서 플로스가 때마침 라이츠빌을 떠났다는 것도 동요에 끼워 맟추기 위한 편의적인 발상에 불과합니다. 비서 플로스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게 그나마 말이 되었을 겁니다. 

엘러리 퀸에게 케네스가 편지를 보냈다는 설정은 억지의 정점입니다. 엘러리 퀸의 입으로 도드 박사에게 '죽음을 선고'하기 위해서라는데 이게 말이나 됩니까... 케네스는 그냥 신문에 투고만 했어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살인범이 탐정을 불러서 피해자가 죽는걸 예언하게 만들다니, 억지도 정도껏 해야죠.

캐릭터들도 현실적이지 않은, 만화같은 캐릭터들 뿐이에요. 아버지와 함께 산 속 움막에 살던 청순한 소녀 리마가 대표적입니다. 도드 의사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경증 증상을 보인다는건 사건 동기 설명을 위해 필요했던 묘사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점치기를 시도한다는 설정 등 다른 캐릭터들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고요. 엘러리와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이던 리마가 케네스와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묵직한 라이츠빌 시리즈라면 아예 리마와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게 맞았을테고, 이왕 등장한거라면 팬들에게는 리마가 엘러리와 연결되는 결말이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나이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예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라이츠빌 시리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라이츠빌 시리즈의 장점보다는 기존 엘러리 퀸 시리즈의 단점이 더 불거진 망작입니다. 역시나, 유명하지 않은 작품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네요.

2005/08/02

재앙의 거리 - 엘러리 퀸 / 정태원 (시그마 북스 001) : 별점 4점

재앙의 거리 - 8점 엘러리 퀸 지음, 현재훈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엘러리 퀸은 소설을 쓰기 위해 엘러리 스미스라는 가명으로 한적한 시골마을 라이츠빌을 찾았다. 마을 창시자의 후예이자 지역 유지인 은행장 라이츠 씨의 집에 세를 든 퀸은 라이츠 가족과 친해졌다.
라이츠의 세 딸은 모두 미인인데, 둘째 노라는 약혼자가 사라져 버려 몇 년째 집안에만 은둔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약혼자 짐이 돌연 돌아왔고, 둘은 결혼하여 행복한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짐의 짐을 옮기던 엘러리와 셋째딸 패트리샤는 짐이 쓴, 아내 살해를 예고하는 듯한 편지를 발견했다. 둘은 짐을 철저하게 감시했지만, 새해 전야 파티에서 노라가 한두 모금 마시던, 짐이 만든 칵테일을 억지로 빼앗아 마신 짐의 동생 로즈매리가 죽었고, 여러 정황 증거로 짐이 범인으로 몰리는데...

엘러리 퀸의 기념비적인 라이츠빌 시리즈 제 1편입니다. 1942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현재까지도 추리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요. 게으른 탓에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가공의 마을 라이츠빌의 폐쇄적인 분위기와 소도시 특유의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그리고 사건의 주 대상인 라이츠 가의 미녀 3자매 같은 설정은 명백히 이후 작품에 강력한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일본 본격물에 비슷한 설정과 묘사가 많지요. 

내용은 기념비적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합니다. 딱 한 명만 살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살인계획을 눈치챈 엘러리와 패트리샤의 고민을 다루는 초, 중반부와 실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 휩쓸려 들어간 라이츠빌의 군중 묘사와 법정극으로 이어지는 구성이고요. 

그래도 작가 명성에 걸맞게 추리적인 장치는 굉장히 탄탄한 편입니다.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아도 드라마와 잘 어우러지고요. 덕분에 국명 시리즈보다 완성도는 훨씬 높습니다. 국명 시리즈는 트릭에 너무 집중한 탓에 실제 이야기 전개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너무 많았던 반면, 이 작품에서는 보다 현실감있는 전개를 보여주는게 독특하면서도 좋습니다. 엘러리 특유의 추리쇼같은 사건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비극적인 결말과 인간 관계의 묘사가 많이 등장하는 점은 드루리 레인이 등장하는 "비극" 시리즈가 연상되는데, 엘러리 퀸의 트릭과 드루리 레인의 서정성이 합쳐진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도 법정극의 묘사도 좋고 라이츠빌이라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에 대한 묘사 역시 읽는 재미를 느끼게끔 하는 디테일이 잘 살아있으며 퀸의 잘난척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만 합니다.

그러나 여주인공이라고 할만한 패트리샤 라이트의 묘사가 그간 엘러리 퀸 작품에 등장하던 말괄량이 아가씨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엘러리는 여성 캐릭터 묘사에는 서투른 것 같아요.
단 한 건의 살인사건만 등장하며, 살인이 최소한이나마 가능했던 인물이 한정되어 있어서 정통 퍼즐 미스테리보다 추리적 흥미는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소합니다. 그간 작품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덜어낸 것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제가 읽었던 엘러리 퀸 장편 중에서는 최고작입니다. 헌책방에서 운 좋게 구입했는데, 마침 정태원씨가 번역한 전설의 시그마북스였다는 것도 좋았고요. 역사적인 작품이자 엘러리 퀸 작품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인데 이제서야 읽어서 좀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과거 읽었었던 라이츠빌 시리즈 "열흘간의 불가사의"와 "폭스가의 살인"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2004/09/29

폭스가의 살인 - 엘러리 퀸 : 별점 2.5점

폭스가의 살인 - 6점 엘러리 퀸 지음/시공사

2차대전의 전쟁영웅으로 고향 라이츠빌에 금희환향한 데비 폭스. 하지만 그에게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한 남자라는 원죄가 굴레처럼 따라다녀 언젠가는 자신도 아내를 죽이고 말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견디다 못한 데비 부부는 엘러리 퀸에게 12년 전의 아버지의 살인사건의 진상 조사를 의뢰하게 되고 엘러리 퀸은 12년 전에 확고 부동한 정황 증거로 유죄선고를 받고 무기 징역을 살고 있는 베야드 폭스의 무고를 밝히기 위한 어려운 작업을 시작한다. 

역시나 옥수수밭님의 증정품 시그마 북스 중 한권입니다. 라이츠빌 시리즈 2번째 작품인데 제가 별 생각없이 읽다 보니 3번째부터 읽고 말았네요. 뭐 그래도 내용 상 큰 지장은 없지만... 


그런데 이전에 읽었던 라이츠빌 시리즈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단점이 제법 많더군요.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한국어판 제목의 문제입니다. 원작에서는 이름보다는 "여우"라는 사전적 의미가 더 강한 듯 한데 억지스러운 번역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트릭이 별로라는 것도 문제에요. 중요한 단서였던 "주전자", 그리고 방문했던 손님에 대한 진상 조사를 결국 경찰이 게을리 했다는 것, 즉 당시 수사의 미흡한 점으로 베야드 폭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단순한 결론은 심히 당황스럽거든요. 그렇게 깔끔하던 베야드가 컵을 확인도 하지 않고 병든 아내에게 주었다는 제일 중요한 설정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고요.
게다가 마지막에 있는 반전도 약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의외의 진범이 밝혀지기는 하지만 앞부분에 나왔던 복선과 단서로 어느정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Y의 비극" 비스무레한 느낌도 나긴 했으나 훨씬, 아주 약한 반전이었어요.

물론 12년이나 지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꽤나 재미난 설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도 해피엔딩이라는 점은 좋았으며 작품 자체가 추리적인 부분보다는 인간 드라마에 촛점을 맞춘 듯 싶기에 몇몇 단점만으로 평가절하할 수 없기는 합니다. 인간 드라마 측면에서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읽는 재미만큼은 발군이라 흡입력이 대단하므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독파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옥수수밭님께 감사를...^^ (즐거운 추석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범작 정도? 별점은 2.5점입니다. 단순한 재미를 떠나 엘러리 퀸의 이 시기 작품들은 추리사적인 가치가 크니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PS : 제가 엘러리였다면 이 작품과 3번째 작품 "열흘간의 불가사의" 두개 모두 의뢰가 들어오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보라고 단호히 거절했을 것 같습니다. 탐정의 영역을 벗어난 의뢰들이라 생각됩니다.^^

2024/03/23

중간의 집 - 엘러리 퀸 / 배지은 : 별점 2점

중간의 집 - 4점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검은숲

<<아래 리뷰에는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엘러리의 지인인 변호사 빌의 매제 조가 살해당했다. 현장을 찾은 엘러리는 피해자가 뉴욕 상류층 사람인 조지프 켄트 김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볼은 조 윌슨이라는 가짜 신분으로 빌의 여동생 루시와 결혼했고, 본래 신분으로는 돈많은 과부 제시카 보든과 결혼했던 중혼자였다.
현장에서 조 윌슨의 아내 루시에 관련된 여러가지 정황 증거들이 수집되었고, 김볼로 가입했던 100만 달러짜리 생명보험 수취인이 얼마전 루시로 변경된걸 근거로 경찰은 루시를 체포했다. 빌은 동생의 변호를 맡아 끝까지 분투했지만 루시는 유죄가 인정되어 20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
하지만 엘러리는 현장을 목격했던 김볼의 의붓딸 안드레아의 결정적 증언을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여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데 성공한다.


검은숲의 엘러리 퀸 전집 중 한 권. "도중의 집"이라는 제목의 자유추리문고 버젼도 이미 읽었지만,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도 잘 나지 않기에 겸사겸사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엘러리 퀸 1기라 할 수 있는 국명 시리즈와 3기 라이츠빌 시리즈 사이에 위치한 2기 시기를 연 작품이라고 하는데, "스웨덴 성냥 미스터리"라는 제목을 붙여도 괜찮았을 거라는 언급이 작중에 등장할 정도로 '국명 시리즈' 속성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후더닛'에 충실한 정통파 본격 추리 소설이며, '독자에의 도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명 시리즈'보다는 드라마의 변화 폭이 넓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반부는 아예 법정물로 간주해도 될 정도니까요. 법정물로의 수준도 높습니다. 특히 범인의 다분히 고의적이고 어설픈 행동들을 열거하며, 이는 루시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함이라는 빌의 마지막 변론은 굉장히 설득력이 높았습니다. 범인이 충분한 휘발유가 있었는데도 구태여 주유소를 방문해 베일을 쓴 얼굴을 보여줄 이유가 없다는 등의 설득력있는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검사 역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낼 만한 좋은 변론을 펼칩니다. '범죄자들은 아둔하며, 뛰어난 지능을 가진 범죄자들은 소설책에서나 볼 수 있다'는 건데 그럴듯했습니다.
거의 빌이 이길 뻔 했지만 흉기에 루시의 지문이 묻어 있있다는 증거를 뒤집는데 실패한다는 결말도 현실적이었고요.

추리적으로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핀치의 만년필에 독특한 초록색 잉크가 들어있었다는 것, 범인이 립스틱을 이용하지 않고 구태여 코르크를 태워 필기구로 쓴 것 등 모든 단서가 '독자에의 도전' 단계 전까지 독자들에게 정말로 공정하게 제공된다는건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이를 통해
  1. 범인은 남자다.
  2. 범인은 흡연자고, 아마도 파이프 담배를 피운다.
  3. 범인은 자기 정체를 드러낼 내용이 새겨진 성냥갑을 가지고 있다.
  4. 범인은 김볼과 루시에게 적대적인 동기가 있다.
  5. 범인은 필기구를 소지하지 않았거나, 소유한 필기구를 사용하면 정체가 드러날 위험이 있어 사용하기를 꺼렸다.
  6. 범인은 아마도 김볼 쪽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다.
  7. 범인은 앤드레아에게는 우호적이다.
  8. 범인은 오른손잡이다.
  9. 범인은 김볼이 보험 수익자를 변경한 사실을 알고 있다.
라는 추리를 끌어내고, 관계자들 중 이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도 그럴듯했습니다.
이런 후더닛 추리 외에도 '중간의 집'으로 명명된 집에 대해서 간단한 조사만으로 그 용도를 꿰뚫어 보는 추리도 볼만한 등, 확실히 '엘러리 퀸'이라는 명성에 값하는 점은 많았어요.

그러나 완성도는 다소 부족했습니다. 일단 추리적으로 억지가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였던, 앞서 안드레아가 목격했던 성냥부터가 그러합니다. 이를 토해 엘러리 퀸은 범인은 담배를 피운게 분명한데, 재와 꽁초와 같은 흔적이 없으니 파이프를 피웠다고 추리하지요. 하지만 애초에 엘러리 퀸 스스로가 범인은 현장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강하게 주장했었습니다. 파이프로 흡연이 가능했다는걸 초반에는 왜 말하지 않았을까요? 성냥 모두가 코르크를 태우는데 사용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만, 억지이자 반칙같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의 아내 루시가 빌에게 선물하려고 산 문구 세트 칼을 만졌다는 완전한 우연이 재판에서 그녀의 발목을 잡게 된 것, 핀치의 간단한 변장이 주유소 사장이 루시로 잘못 알아볼 정도였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했고요.

전개 면에서는 수수께끼가 모두 엔드레아의 위증에서 비롯되었다는 단점이 큽니다. 앤드레아가 중간의 집을 방문해서 목격했던걸 모두 털어놓았더라면 사건은 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었을 거에요. 앤드레아가 입을 다문 이유도 납득하기 힘들었고요.
엘러리 퀸 특유의 장황한 대사들은 여전히 짜증스러웠으며, 빌이 엔드레아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도 어처구니 없었어요. 무고한 동생이 20년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동생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악덕 중혼자의 의붓딸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설명도 대체로 부족합니다. 빌이 처음에 '중간의 집'에서 발견했던 앤드레아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숨겼던 이유는?(둘이 원래 알던 사이였는지?) 김볼이 빌에게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려고 마음먹은날 앤드레아까지 중간의 집에 부른 이유는? 대체 핀치는 그 날 그 시간에 김볼이 중간의 집에 혼자 있을거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결국 끝까지 설명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대부분의 '국명 시리즈'보다는 낫지만, 전체적으로 그냥저냥합니다.

2004/09/28

열흘간의 불가사의 - 엘러리 퀸 : 별점 3점

열흘간의 불가사의 - 6점 엘러리퀸/시공사

2차 대전 이전, 프랑스 파리에서 잠시 교분을 가졌던 하워드 밴 혼의 갑작스러운 부탁으로 엘러리는 라이츠 빌의 밴혼 저택에 머물며 하워드의 기억 상실 발작을 도와준다. 하지만 하워드는 자신의 새어머니 샐리와의 부정한 관계로 고통받던 상태로 마침내 협박까지 받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엘러리는 사건에 뛰어들지만 하워드의 발작이 결국 의외의 사건을 부르며 엘러리는 이 모든 사건은 성서의 "10계"가 바탕이라는걸 깨닫는다.


엘러리의 "라이츠빌" 시리즈의 3번째 작품입니다. 엘러리의 유머와 잘난척이 줄어든 대신 잔인한 인간성에 보다 촛점을 맞춘 작품이죠. 역시 "옥수수밭" 님 덕분에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제목처럼 열흘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성서의 "10계"와 연결시켜 진행해 나간다는 점입니다. 독특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일 뿐만 아니라, 10계의 범죄를 하나씩 행하면서 결국 살인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은 역시 정통파의 거장답더군요. 거기에 더해 굉장히 효과적이고 충격적인 반전을 던져주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하지만 너무 아이디어에 치중한 탓인지 중간 과정에 몇몇 핵심적인 오류가 보인다는 것은 아쉽네요. 하워드의 기억 상실은 예측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범인이 효과적으로 써먹은 여러 자료들이 전부 허구였다는 사실 역시 그간의 치밀함에 비추어 볼때 너무 무신경한 부분이었다 생각됩니다. 범인이 의도한대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던가, 엘러리가 1년전에 받은 쪽지 뒷면을 한번도 보지 않다가 마지막에 뒷면을 보고 진상을 깨닫는다던가 하는 등의 설정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고요.
기발한 아이디어에 치중한 나머지 치밀한 전개가 부족하다는건 다른 엘러리 작품과 유사합니다. "악의 기원" 처럼요.

그래도 엘러리의 패배(정확하게 보면 1승 1패지만 제가 보기에는 패배가 맞습니다)가 선보이는 이야기 전개는 독특하며,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다시 한번 책을 영구대여(?)해 주신 옥수수밭 님께 감사드리며....^^

2022/07/10

킹은 죽었다 - 엘러리 퀸 / 이희재 : 별점 1.5점

킹은 죽었다 - 4점
엘러리 퀸 지음, 이희재 옮김/검은숲

아래 리뷰에는 진범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택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퀸 부자는 여러 명의 남자들에게 습격당했다. 그들은 군수 산업계의 거물 킹 케인 벤디고의 부하들이었고, 케인의 동생 아벨이 형의 살해 협박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방법은 마땅치 않았지만 '워싱턴'의 지시도 있어서, 퀸 부자는 아벨과 함께 킹이 지배하는 섬으로 향했다. 그곳은 그야말로 작은 도시였고, 킹은 그 섬의 독재자였다. 

엘러리의 조사로 킹에게 보내진 협박장은 킹의 둘째 동생 유다의 짓이라는게 드러났다. 유다는 발각된 뒤에도 반드시 형을 예정된 시각에 죽이겠다고 말했기에, 퀸 부자는 완벽한 밀실 안에서 일하는 킹과 자기 방에 갖혀 있는 유다를 각각 범행 시각까지 직접 감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정된 자정 12:00, 자기 방에서 유다는 빈 총을 밀실을 겨냥해 쏘았고, 곧이어 킹이 밀실 안에서 총에 맞은채 발견되고 마는데...

엘러리 퀸의 장편 추리 소설입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에 소개되었던 작품이지요. 여름 더위를 잊어볼까 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기대를 놓아버린 '국명 시리즈'와는 다르게, 그래도 읽을만했던 '라이츠빌 시리즈' 와 이어지는 작품이기도 했고, "밀실 대도감"에서 소개된 불가능 범죄 상황이 정말로 호기심을 자아냈던 탓입니다. 밖에서 빈 총을 쐈는데, 밀실 안의 사람이 총에 맞는다니!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만화라 해도 설득력이 없어보일 설정들입니다. 군수 산업계의 거물로 전 세계적인 위세를 떨치는 킹 케인 벤디고와 그가 머무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섬에 있다는 어마어마한 제국에 대한 묘사는 황당함이 지나치다 못해 어이가 없습니다. 일개 군수업자가 순양함과 잠수함 여러 척을 포함하여 육,해, 공군을 갖추고 있고, 비밀 섬은 아무도 그 위치를 모르지만 최소 몇 천~ 몇 만 명 정도의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 같다니까요. 후대 007 시리즈의 악당들 비밀 기지 정도는 애저녁에 능가합니다. 킹이 알고보니 남미 혁명과 2차 대전을 일으키게끔 획책했다는 뒷부분 설명도 어이가 없는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 작품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긴 것도 문제에요.

게다가 왜 이런 설정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의 핵심은 어쨌건 킹이 밀실에서 살해당할 뻔한 트릭이 전부이며, 나머지는 전부 곁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007의 닥터 노 같은 빌런을 상상해서 이야기를 썼나 싶어 조사해보니 오히려 "닥터 노" 보다도 빨리 발표되었던데, 영문을 알 수가 없군요.

기대했던 밀실 트릭 역시 별볼일 없었습니다. "완벽한 밀실에서 한 남자가 총에 맞았는데 총은 밀실 안을 아무리 뒤져도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상황인데, 정작 트릭은 "총을 잘 숨겨 두었었다!"가 전부거든요. 즉, 엘러리 퀸과 퀸 경감의 수색이 실패했을 뿐입니다. 물론 유다 말고도 충신으로 보였던 아벨, 그리고 킹의 아내 칼라 모두가 공범이었다는 진상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총을 숨겼던 장치가 술병이라는 것도 유다가 섬 곳곳에 술병을 숨겨두었다는걸 사전에 잔뜩 설명함으로써 독자에게 잘 숨기고 있고요. 이 술병이 유일하게 밀실 밖으로 나간 물건이었다는 것 역시 독자에게 공정하게 설명합니다. 즉, '공정함' 측면에서는 나무랄데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탐정의 실수에 기반하고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워낙 커서 좋은 트릭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킹과 유다, 아벨 형제의 고향이었던 라이츠빌에서의 여러 증언을 수집하여 알아내는 동기도 괜찮은 편이지만, 지나치게 장황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단지 '수영을 잘해서 동생 아벨을 구해주었다는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곁다리 이야기가 너무 많았어요. 또 앞 부분에서 킹이 수영을 못한다는걸 크게 강조한 탓에 독자들도 뭔가 이상하다는건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술병'처럼 정교하게 존재를 숨기는데 실패한 셈이지요. 그리고 킹이 과거 거짓말을 했다 한들, 그게 아벨의 살의에 불을 붙인 이유가 되는지는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차라리 유다처럼 킹이 악당이라서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는게 더 말이 될 것 같아요. 두 형제와 칼라가 손을 잡은 이유 역시 설명되지 않고요. 그녀가 킹을 두려워했다는 묘사는 있지만, 살인은 다른 이야기잖아요?

게다가 아벨과 유다, 칼라가 다시 킹을 자살로 위장하여 살해하고(이는 퀸 경감에 의해 바로 들통납니다), 섬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떠난 뒤 섬을 날려버리는게 결말은 제가 읽어왔던 작품 중 수위를 다툴 정도로 엉망입니다. 이렇게 쉽게 자살로 위장해 죽일 수 있었는데, 왜 퀸 부자를 강제로 데려와서 기묘한 밀실극을 펼쳤을까요? 일부러 자기들 범행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아니었을텐데 말이지요. 이 결말 탓에 밀실 트릭의 존재 이유도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그나마 딱 한 가지, 유다가 범행 예고 시각에 자기 방에서 빈 총을 쏘고, 그 시간에 킹이 아내 칼라에게 총을 맞는 장면의 묘사만큼은 아주 대단했습니다. 유다를 감시하는 엘러리의 시점에서, 유다의 행동이 굉장히 광기어리게 묘사되어서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이외수 작가의 "꿈꾸는 식물"에서 정신분열자인 둘째 형이 벽을 통과하려고 시도하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단점이 워낙 많았기에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을 읽고 굉장히 흥미가 생겨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전반적으로 아쉬움과 부족함이 더 많이 느껴지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유일하게 기대해 봄직했던 트릭마저도 시원치 않았으니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2013/05/09

미국 총 미스터리 - 엘러리 퀸 / 김예진 : 별점 2점

미국 총 미스터리 - 4점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검은숲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모인 와일드 빌의 로데오 쇼에서 옛 헐리우드 스타 벅 혼이 총에 맞아 살해당했다. 마침 현장에 있던 퀸 경감이 직접 지휘하여 철저한 수색을 벌였지만, 흉기인 25구경 권총은 발견하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리고 한 달 뒤 다시 벌어진 로데오 쇼에서 간판스타 외팔이 우디가 벅 혼과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흉기로 살해되는데...

재발간되고 있는 엘러리 퀸 시리즈의 한 권. 시리즈 출간 소식은 이전에 접했었으나 이미 읽었던 작품을 다시 읽는 것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국내 초역된 것이라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부터 소개하자면, 미스터리 황금기 시대의 국명 시리즈답다는 점입니다. 즉, 현대물에서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는 것이지요. 도저히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불가능 범죄, 연이어 등장하는 수상한 등장인물들, 공정하게 제공되는 단서들과 마지막 독자에의 도전까지 충실한, 정통 본격 추리물의 교과서 같은 작품입니다. 덕분에 즐길 거리가 아주 많았어요.

그러나 문제도 많습니다. 첫 번째 문제점은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들이 우연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핵심 트릭인 바꿔치기 트릭 (벅 혼 바꿔치기)는 순전히 와일드 빌과 키트 혼 같은 지인들이 모두 현실을 외면(?)했기 때문에 미궁에 빠졌을 뿐입니다. 과연 아무런 사전 교감 없이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 있었을까요?

두 번째 문제점은 벤지 밀러의 존재입니다. 첫 만남에서 오랜 친구라는 와일드 빌이 그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 그가 수상하고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걸 독자가 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전개되기 때문에 본격물치고는 좀 시시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핵심 트릭 중 하나인 권총을 숨기는 방법이 너무나 쉽게 파악되고, 파악되는 근거도 우연에 기인한 뉴스 촬영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네 번째 문제는 엘러리 퀸이 중반 전에 벅 혼 사건 일부의 진상을 눈치챘음에도 벤지 밀러를 방치한 점입니다. 이건 그야말로 과실치사로 구속감이 아닐까 싶네요.

다섯 번째 문제는 정통 추리물치고는 범인의 동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퍼즐 풀이에만 주력한 느낌이에요. 너무 범인 쪽 드라마가 없다 보니 장대한 추리 퀴즈를 본 게 아닌가 싶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입니다.

문제점을 정리하다 보면, 결론적으로 용의자도 명확하고 트릭도 쉬운데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는 내용에 불과해서 좀 허무하기도 하네요. 벤지 밀러만 잡아다 족쳐도 빨리 끝났을 텐데, 경찰의 무능도 정도껏 해야죠...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점. 고전 추리물 애호가로서 이 책이 소개된 것 자체는 굉장히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이었으며, 책도 아주 예쁘게,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잘 나왔지만 단점이 많아서 완성도는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국명 시리즈보다는 라이츠빌 시리즈가 아무래도 더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2016/05/10

퀸 수사국 - 엘러리 퀸 / 배지은 : 별점 2점

퀸 수사국 - 4점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검은숲

엘러리 퀸 단편집. 1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3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이라서, 이야기의 깊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1. 사건이 발생한다. 2. 유일한 단서로 OOO이 있다. 3. 용의자들 중 범인은 누구인가?' 로 구성되어 있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엘러리 퀸이 쓴 "추리 퀴즈" 모음집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트릭이나 수수께끼의 수준이 굉장히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역시 기대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영어권"에서만 적절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일종의 말장난같은 트릭이 많은 탓입니다. "협박 부서 돈이 말한다", "희귀 서적 부서 괴상한 학장", "자살 부서 명예의 문제", "보물찾기 부서 구두쇠의 황금", "다잉메시지 부서 GI 이야기"의 다섯 편 트릭 모두 말장난입니다. "담합 부서 대리인들의 문제"는 특정 지식 전문성에 기반한 트릭이라 평범한 독자가 해독하기 어렵고요. "허위 주장 부서 타임 스퀘어의 마녀"는 추리물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형편없는 쓰레기라서 작가 명성에 누가 될 뿐입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동기와 용의자가 명백하여 범행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트릭만 믿고 범행을 저지르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역시 비현실적입니다. 훨씬 설득력있는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이 작품들이 '추리 퀴즈'가 아닌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면요.

물론 전부 폄하하기 어렵긴 합니다. 아래 작품별 리뷰에서 상세하게 설명드리겠지만, 엘러리 퀸의 명성에 걸맞는, 정통 본격물 황금기의 고급진 트릭을 사용한 작품도 있기는 하거든요. 저같은 정통파 고전 본격물의 팬에게는 번역되어 출간된 것 만으로도 아주 반가운 일이고요.

그러나 괜찮은 작품은 절반 정도에 그치며, 괜찮은 작품도 트릭을 활용한 '추리 퀴즈' 수준이라서 한 편의 "작품"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더해 별점은 2점입니다만,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각 단편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협박 부서 돈이 말한다

촉망받는 오페라 가수 루치아를 협박하는 협박범의 정체는?
답은 중고 서점 직원 아널드였다. 루치아 출생의 비밀에 대한 협박인데, 비밀은 미국에서는 일언반구 꺼낸 적도 없으므로 영국에서 알려졌을 터였다. 즉 범인은 영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아널드는 고향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영국식 단어를 말해서 들통나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따지면 고향을 속여왔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사투리가 튀어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경성탐정록"의 "운수 좋은 날"처럼 해당 언어권 독자가 아니면 풀 수 없는 트릭이라는 점입니다. 한국 독자로서 딱히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담합 부서 대리인들의 문제

엄청난 돈이 걸린 권투 시합의 도전자가 유괴된다. 범인들의 요구사항은 10만 달러. 그리고 돈을 전달하는 대리인으로 엘러리 퀸이 임명된다. 범인들의 대리인은 유명한 스포츠 기자 잭맨이었다.
돈을 건네주는 자리에서 엘러리는 범인이 기자를 가장했다는걸 눈치채고 그를 제압했다. 스포츠 기자라면 모를리 없는 권투 시합에 대한 잘못된 설명을 떠벌였기 때문이었다(오서독스 스타일의 권투 선수는 라이트 훅으로 치명타를 날릴 수 없다).

일종의 말실수로 꼬투리를 잡는다는 내용인데 비약이 너무 심합니다. 엘러리가 권투에 이렇게까지 빠삭한 이유도 설명되지 않고요. 유괴범 중 한명이 배신했다는 설정도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독특한 소재 (권투 시합과 유괴) 외에는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불가능 범죄 부서 세 과부

새어머니의 유산을 노리는 두 자매는 그녀를 독살할 계획을 세웠다. 새어머니는 첫 번째 독살 기도 실패 이후 철저하게 조심하던 중이었는데, 결국 독살당하고 말았다. 어떻게 그녀를 독살할 수 있었을까?
답은 자매 중 한명이 새어머니의 주치의를 유혹한 뒤, 진찰 시 입에 넣는 체온계에 독을 바른 것!

오래전 "세계의 명탐정 50인 (이후 44인)"에서 접했던 트릭입니다. 트릭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빛을 발할만한 멋집니다. 문제는 동기가 명확하고 용의자가 뻔해서 트릭만 믿고 범행을 저지른다는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추리 퀴즈를 위한 이야기랄까요.

그래도 평균 이상의 트릭이 사용된 것은 분명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희귀 서적 부서 괴상한 학장

셰익스피어 전문가인 뉴욕 대학교 인문학부 학장 매슈 아널드 호프 교수는 엘러리의 하버드 시절 은사로 두음 전환을 하는 말버릇이 있었다. 그는 셰익스피어와 베이컨의 관계를 증명하는 중요한 서적을 1만달러에 구입할 약속을 한 후, 안전을 위해 엘러리와 아버지 퀸 경감이 거래에 입회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도착한 현장에서 엘러리는 쓰러진 교수를 발견했다. 교수는 "고먼"이라는 말만 남기고 기절했다. 범인은 누구인가?
처음에는 영문학교 교수 오즈월드 고먼으로 의심되었으나 교수의 두음 전환 버릇을 반영하여 엘러리는 진범이 누구인지 밝혀냈다. 진범은 바로 영문학 강사 "모건"이었다.

영어권 독자를 대상으로 한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워낙에 명확한 트릭이라 풀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추리 퀴즈라면 초심자용이랄까요? 솔직히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에요. 범행도 굉장히 허술합니다. 교수의 두음 전환은 차치하고라도 범인을 잡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솔직히 추리적인 면보다는 셰익스피어 관련한 도서 거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살인 부서 운전석

세명의 브라더스 형제는 형수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다. 형수가 자신들을 알거지로 만들 권한을 소유했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동기가 있는 탓이었다. 그런데 범행 당일 세명 모두 자신들의 차(캐딜락, 롤스로이스, 쉐보레)를 타고 형수를 방문했기 때문에, 세 명 중 누가 범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제비뽑기로 범인을 정한 뒤, 제비를 뽑은 사람을 다른 두 형제가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유일한 단서는 오른쪽 소매 끝자락이 푹 젖은 레인코트 뿐이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오른쪽 소매만 젖은 이유는 비오는 날 팔로 수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며, 수신호를 오른쪽으로 보낸 이유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었던 것. 즉, 영국 차 롤스로이스의 주인이 범인이다.

트릭과 단서가 뭐건 차종을 통해 범인이 드러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세 대 중 한 대만 영국차니까요. 이 경우 쓸만한 소재는 운전대 위치일게 뻔하고요.
이 작품에서는 그것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수신호'를 선택했는데 시대를 느끼게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동기가 되는 주식 지분에 대한 이야기 등 세세한 재미도 있고요. 

허나 레인코트의 물기가 왜 마르지 않았는지, 레인코트가 범인의 것이 확실한지 등 세세한 부분에서의 설명이 부족한 건 문제입니다. 때문에 감점하여 별점은 2점입니다.

공원 순찰 부서 각설탕

기마 순찰 경관 윌킨스는 세익스 쿠니의 시체를 발견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그에게서 협박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상원의원 크레그, 금융업자 밀라드, 정치가 스티븐스 3명이었다. 유일한 단서는 셰익스 쿠니가 죽기 전 움켜쥔 것으로 보이는 각설탕 한 개라는 다이잉 메시지 뿐이었다. "설탕"을 "돈"이라는 의미로 본다면 세 명 모두 부자이며 승마에는 문외한이라는 공톰점이 있었다. 그 외에는 사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설탕과 관련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최초 엘러리의 추리는 "당뇨"에 걸린 사람이 아닐까 였지만 세명 모두 당뇨와는 무관했다.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은 기마 순찰 경관 윌킨스였다. 각설탕을 손에 들고 다닌다면, 말에게 먹이기 위해서 말고는 다른 답이 없기 때문이다. 세 명 모두 승마와 무관하다면 범인은 제 4의 용의자이기도 하고.

범인이 제 4의 인물이었다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던 작품입니다. 수수께끼고 뭐고, 마지막에 메시지를 남기려면 범인을 곧바로 지칭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엘러리의 이론도 공감할 만 하고요. 허나 다이잉 메시지로는 너무 빈약해 보이긴 합니다. 기마경찰과 각설탕이 그렇게나 짝이 잘 맞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거든요. 발표 당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떠 올릴 수 있는 보편 타당한 상식이라면 그건 또 그것대로 너무 쉬워지니 문제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공개 파일 부서 차가운 돈

챈슬러 호텔에서 필리 멀레인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맨해튼 급여 강도 협의로 10년 복역 후 출소한 상태로, 돈을 찾으러 온 것으로 의심되었다. 그런데 그의 사체는 깨끗이 면도가 되어 있었는데, 호텔 방 안에는 수건이 없었다. 범인은 누구?
범인은 바로 메이드였다. 쓰던 수건이 없는 이유는 메이드가 가져가고 수건을 교체한 것이었다.

사소한 단서를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전형적인 고전 황금기 본격물입니다. 돈을 호텔방에숨겨 놓았다는 설정도 재미있었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횡령 부서 구관조

늙은 앤드러스 부인은 의사, 변호사, 말벗이 자신의 돈을 횡령하고 있는 사실을 알아챘다. 세명의 횡령범은 그녀를 죽여 입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마침 경찰이 들이닥쳐 그들을 체포하고 말았다. 앤드러스 부인이 미리 퀸 경감에게 연락을 했기 때문이었다. 세명 중 범인은 누구?

용의자들은 브릿지 게임 중 카드를 뽑아 범인을 뽑았다. 3, 9, 킹의 카드를 각각 뽑았는데, 킹을 뽑은 사람은 킹 옆 재떨이에 시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의사 쿡이었다. 그러나 의사가 심장의 위치를 놓쳐 4번이나 칼질을 할 이유는 없으므로, 범인은 3을 뽑은 말벗 배곳양이다.

카드 추첨으로 실행범을 결정했다는 잔혹한 아이디어에 더해 누가 무슨 카드를 뽑았는지, 그리고 범인이 누구인지까지의 추리는 논리적이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심장의 위치를 잘 안다고 해도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 아닐까요? 손이 떨릴 수도 있는 등 변수가 많은데 말이죠. 범행 직후 경찰이 들이닥쳤기에 딱히 추리가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고요. 

이런 점에서 추리 퀴즈의 영역을 벗어나지는 못한 듯 싶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자살 부서 명예의 문제

중요한 결혼의 당사자를 협박하는 협박범과 교섭하기로 한 런던 경시청의 버크 경감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협박범이 버크 경감의 뒤통수를 쳐 돈을 빼돌린 탓에, 절망하여 자살한 것으로 보였다. 유력한 용의자 애클리, 체이스, 벤슨 중 범인은 누구인가?
유서로 보이는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영국식으로 표기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범인은 문서위조범 벤슨이다.

앞서 말씀드렸던 미국식 - 영국식 표현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트릭물이라 딱히 와 닿지 않았습니다. 단서가 뭐든, 유서를 위조했다면 범인은 벤슨일 수 밖에 없기도 하고요. 세 명의 알리바이를 파헤치는 짤막한 추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노상강도 부서 라이츠빌의 강도

마을의 성공한 사업가 앤슨 휠러는 공장의 급여를 도둑맞았다. 범인은 의붓아들 델버트로 추정되었는데, 엘러리는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도둑맞은 돈뭉치를 찾아냈다. 그러나 5개월 여 방치되어 거의 썩어 못 쓰게 되어 버렸다. 범인은 누구인가?
당연히 돈을 방치할 이유가 없으므로 바로 찾을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5개월이나 찾아가지 못한 이유는? 모종의 이유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던 탓이었다. 즉, 범인은 델버트를 쫓다가 부상당해 누워있는 경관 조킹이었다.

라이츠빌이 무대라 오랜 팬으로 무척 반가왔습니다. 내용도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나름 하나의 작품으로서 충분한 수준을 보여주고요. 주어진 단서도 공정하며 추리도 합리적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록작 중 최고로 꼽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사기 부서 돈을 두배로 돌려드립니다.

전형적인 폰지 사기로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 시어도어 F. 그루스를 체포하기 위해 퀸 경감과 엘러리가 출동했다. 그러나 그루스는 개인 사무실에서 사라져 버렸다. 비서 앨버트 크로커가 사무실 문을 열지만 방은 완벽한 밀실 상태. 그는 어디로 사라졌나?
방에는 출구가 단 두 개 - 문과 창문 - 뿐인데, 문은 경찰들이 지켜보고 있었으므로 탈출구는 창문일 수 밖에 없다. 그루스는 창문을 통해 옆방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대머리, 몸 속 패드 등을 뗀 후 변장하여 다시 사무실을 "크로커"라는 이름으로 방문했던 것이다. 그리고 창문을 잠가 완전 범죄를 완성하려 했다.

독특한 인간 소실 트릭물. 트릭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문이 잠긴 상황 말고는 명확한 탈출 방법이 있다는 점에서 의외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이라는 장점은 있지만요. 무엇보다도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 그루스가 도주 후 변장하여 다시 돌아온 이유가 이해불가라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단지 불가능 범죄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설득력이 너무 약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보물찾기 부서 구두쇠의 황금

의사 벤과 서점 주인 이브 커플이 엘러리를 찾아왔다. 전당포 주인 엉클 맬러키가 남긴 유산 4백만달러를 찾기 위해서였다. 유일한 단서는 멜러키가 "도둑맞은 편지"를 읽다가 "방 안에 명백한 단서가 있다"라는 말을 남긴 것 뿐이었다. 책으로 가득찬 그 방에서 엘러리가 찾은 단서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오 헨리의 "4백만 달러"라는 책이 단서이다. 책 속 목차를 통해 의미가 있는 유일한 제목인 "between rounds"라는 말을 찾아내어 돈을 찾아낸다.

요약된 줄거리 그대로 영어권 독자를 위한 트릭물입니다. 별로 코멘트할게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마술 부서 7월의 스노볼

보석강도 다이아몬드 짐 그레이디를 교수대로 보낼 수 있는 증인 리즈벳의 열차 호송 작전에 퀸 경감과 엘러리가 동행했다. 그러나 전 역을 출발한 열차가 다음 역에 도착하지 않았고, 경찰들은 두 역을 수차례 오갔지만 열차를 찾지 못했다. 열차는 어디로 갔는가?
전 역 역장이 매수되어 거짓말을 했던게 진상이다. 즉 열차는 전 역과 지금 역 사이가 아니라 전 역과 전전역 사이에 있었다.

딱 한명 (전 역 역장)만 매수하여 기차가 사라진다는 놀라운 불가능 범죄를 구현한 아이디어가 기발했던 작품입니다. 변장 호송 작전, 화끈한 총격전 등 잔재미도 괜찮으며, 리즈벳의 대사 등에서 엿보이는 유머도 돋보였어요. 현실적으로 과연 잘 되었을지 궁금하기는 하고 엘러리 퀸이 명탐정답지 않게 너무 헤메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평작급은 되지 싶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허위 주장 부서 타임 스퀘어의 마녀

위칭검 양 사후, 그녀의 재산은 조카에게 가기로 되어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명의 조카가 나타났다. 둘 중 한명은 가짜. 누가 가짜인가?

엘러리가 말도 안되는 이론을 들먹여 범인을 자백처럼 밝혀내는데... 솔직히 추리물로 볼 수 없을 만큼 조잡했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1점.

투기부서 증권 투기자 클럽

증권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16명으로 구성된 클럽 멤버 3인이 엘러리를 찾아왔다. 자신들에게 지난 세 번에 걸쳐 좋은 정보를 제공한 정보원이 2만 5천달러를 주면 진짜 핵심 정보를 가져다 주겠다고 유혹했기 때문이었다.
진상은 퀸 경감의 말대로 16명의 그룹원을 반으로 나누어 반대 정보를 제공했던 것이었다(반은 오른다, 반은 떨어진다). 이렇게 3주가 지나면 호구(?)는 두명만 남는다. 때문에 찾아온 3명 중 한명이 범인이다.

퀸 경감의 이론이 재미있었던 작품. 시대를 감안하면 아주 선구자적인 아이디어였다 생각됩니다. 이 작품이 원조인지가 좀 궁금하네요.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추리쇼를 할만한 범죄가 아니라는 겁니다. 세 명의 재정 상태만 조사하면 될 일이잖아요? 게다가 두명의 돈을 가져가려면 당연히 가장 늦은 시간대에 찾아갈 사람이 범인일 확률이 제일 높을테고요. 안 그러면 두번 가야할테니 금방 들통날 거잖아요. 이러한 전개면에서의 작위적인 부분이 많아 조금 감점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다잉메시지 부서 GI 이야기
라이츠빌의 가정용 조명 기구 상점 주인 클린트 포스딕이 살해된다. 용의자는 포스딕의 의붓아들들 중 하나인데, 유력한 상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클린트가 죽기전 남긴 "GI"라는 글과 부합하지 않아 골머리를 썩는 중. GI의 의미, 그리고 범인은 누구인가?
GI는 조지 워싱턴 스미스의 이름을 쓰려 한 것이고, E의 세로획까지만 쓴 것이다.

다잉메시지가 아니라 다이잉 메시지 아닌가요? 여튼, 누가 자기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안다면 이름을 적었을 것이다라는 당연한 논리가 핵심입니다. 이 논리에 기반하고 있기에 트릭은 별거 없어요. 아들들의 풀 네임만 알면 누구나 풀 수 있는, 추리 퀴즈 초심자용 작품이라 할 수 있죠. 

당연한 이야기에 뻔한 트릭, 나름 가치는 있지만 많이 부족하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마약 부서 검은 장부
미국 내 주요 지역 마역 공급책의 이름이 적혀있는 52페이지짜리 장부를 뉴욕으로 옮기는 임무를 맡은 엘러리 퀸. 그러나 출발과 거의 동시에 마약왕에게 납치되고 말았다. 그러나 마약왕의 꼼꼼한 수색에도 장부는 발견되지 못했다. 장부를 어떻게 옮겼을까?
마이크로 필름으로 찍은 뒤 파이프 속에 숨긴 것.

일종의 장치 트릭이 등장하는데, 시대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앞서간 아이디어라 생각됩니다. 

허나 본격물 특유의 공정한 맛(담배맛에 대한 묘사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부족하죠)은 없다시피하며, 트릭 역시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냥 몸만 뒤지고 고이 풀어주는 마약왕의 행태가 설득력없어요. 당연히 고문이라도 했어야죠. 트릭과 내용 모두 평균 이하의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유괴 부서 아이가 사라졌다!

뉴욕에 사는 빌리 하퍼가 유괴된 후, 유괴범의 몸값 편지가 도착했다. 그러나 몸값 전달 장소가 로스앤젤리스로 지정된 탓에, 편지 도착 후 2시간 뒤 몸값을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괴상한 편지는 무엇이고 유괴범은 누구인가?
엘러리는 옛 신문을 뒤져 협박 편지가 1년 전 기사화된 유괴 사건에서의 편지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범인은 사건을 벌였지만 뉴욕과 로스앤젤리스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즉, 어린 아이 빌리 하퍼로 사건은 부모의 이혼을 앞두고 벌인 자작극이었다.

유괴범의 편지로 진상이 드러나는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작품. 단서들도 공정하게 배치된 편이며 이야기의 설득력도 높습니다. 가족간의 행복을 다룬 주제와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 엔딩도 마음에 들고요. 추리소설 입문자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괜찮은 소품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09/05/17

꼬리 아홉 고양이 - 엘러리 퀸 / 문영호 : 별점 3점

꼬리 아홉 고양이 - 6점
엘러리 퀸 지음, 문영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엘러리 퀸의 1949년 작 장편. 국명 시리즈나 라이츠빌 시리즈같은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조금은 독특한 작품입니다. 정통 고전파 퍼즐 트릭물의 거장으로서의 엘러리 퀸의 모습보다는, 헐리우드 스릴러에 가까운 모습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제임스 페터슨이나 마이클 코넬리 같은 후대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선구자적인 모습이 엿보인달까요? 대도시 뉴욕을 무대로 벌어지는 무차별 연쇄살인극을 그리고 있는 점이라던가, 이 연쇄살인에 어떤 트릭이 있다기 보다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특정하게끔 하는 일종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사건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점 등이 그런 느낌을 강하게 전해 줍니다.
이런 작품에서는 특히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피해자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범인을 밝혀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 부분을 상당히 공들여 잘 표현하고 있기에 중간부분까지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색다른 공통점이라 생각되며 맹점을 찌르는 맛이 잘 살아있는 좋은 설정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좀 오래된 탓인지,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제일 큰 아쉬움은 피해자들에게서 찾아낸 공통점이 너무 한가운데 직구라 그때부터 범인이 특정화되면서, 마무리까지는 지루해진다는 점이었죠. 가장 마지막 부분에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사건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추리적으로는 무가치한 수준의 반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웠던 것은 범인의 동기 부분이었습니다. "정신병"으로 몰아가는 것은 21세기에 읽기에는 너무 뻔했거든요. 쉬운 설정이고 작품에도 어울리긴 했지만, 진부한건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 헐리우드 스릴러물에 가깝기 때문에 "정통 추리물"을 기대한 저같은 독자에게는 기대에 갚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겠죠.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에는 솔직히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의 과정에 독자가 동참할 수 없기에 개인적으로 실망도 좀 컸고요. 물론 어설픈 트릭과 트릭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무너지는 억지스러운 작품보다야 훨씬 낫긴 하지만 제가 "엘러리 퀸"이라는 작가에게 기대한 것과는 너무 달랐어요. "독자에게 도전" 하던 정통 퍼즐러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연쇄살인범 "고양이"와 엘러리 퀸의 대결을 통해 엘러리 퀸의 색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과 싸이코 연쇄살인극의 선구자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지만 별점은 3점 정도의 무난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2005/05/16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 엘러리 퀸 / 설명환 : 별점 2점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엘러리 퀸 지음, 설영환 옮김/해문출판사

웨스트 버지니아의 시골마을 애로요에서 마을 학교 교장 앤드류 밴이 교차로의 "T"자 형 표지판에 목이 잘린채 매달린 시체로 발견되었다. 엘러리는 사건 조사차 애로요 마을에 방문했지만, 마을에 수상한 "절름발이"가 나타났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했다.
6개월 뒤, 롱아일랜드의 부유한 카펫 수입상 토머스 브래드가 저택의 토템 기둥에 마찬가지로 목이 잘려 매달린 채 발견되자, 엘러리는 은사였던 야들리 교수의 소개로 사건에 뛰어들었다. 

목이 잘린 시체와 "T" 라고 남겨진 이니셜에 주목하여 두 사건의 연관성을 캐 나가던 엘러리는, 브래드의 동업자 메가라의 협조로 앤드류 밴과 토머스 브래드, 메가라가 형제이며 앤드류가 아직 살아있다는걸 알아냈다. 범행 동기는 오래된 가문간의 전쟁으로 인한 복수심이었다. 유력한 용의자로 절름발이 "크로삭"이 떠오르지만, 메가라마저 요트 마스트에 목이 잘려 매달린 시체로 발견되는데...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중 가장 지명도 높고 잘 알려진 작품이지요. 오래전에 해문의 어린이 문고로 읽기는 했는데, 마침 해문의 세계 추리 걸작선집을 싸게 구입할 기회가 생겨 다시 정독해 보고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네 건의 연쇄살인, 그것도 목을 잘라 "T"자 형으로 매다는 엽기적인 살해 방식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는 독자를 강렬하게 사로잡지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얽힌 간단한 트릭, 브래드의 살해 장소를 잠깐 위장해서 중대한 단서를 깨닫게 해주는 트릭 등도 논리적으로, 그리고 작품 중간중간에 계속 등장하여 읽는 재미도 어느 정도 보장해 주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범인의 동기부터 설득력이 없는 탓입니다. 네 명이나 살해하고 목을 잘라 매달기까지 해서 얻는게 단지 5천달러 뿐이니까요. 고작 이 정도의 돈이 목적이었다면, 범인인 앤드류는 브래드를 죽인 직후 메가라로부터 돈을 받으므로 이후에는 살인을 그만 두는 것이 당연합니다. 계속 연쇄살인을 범할 이유가 없어요. 

마지막에 엘러리 퀸의 "독자에게의 도전장" 역시 이론적으로 타당하며 상당히 설득력 있지만, 결과적으로 범인을 잡는건 추리 덕분이 아닙니다! 범인의 행적을 우연하게 발견한 야들리 교수의 도움을 얻은 "추적"덕분이지요. 트릭도 이제는 "김전일"에서도 인용하는 "목없는 시체 바꿔치기"라서 지금 읽기에는 식상했고요.

그 밖에도 "대단한 힘"이 필요했을 살해 방법에 대한 설명이 전무한 점, "이집트"라는 상징을 무리하게 끼워넣으려는 시도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왜 이렇게 국명에 집착했을까요? 이집트 십자가라는 소재를 설명하기 위한 부분은 솔직히 불필요했어요.

이렇듯 헛점도 많고 문제도 많은 부분들 때문에 그렇잖아도 아쉬움이 남는 판에, 너무나 잘난척하는 엘러리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저에게 심히 짜증까지 유발시켰습니다. 별다른 활약도 하지 못하면서 입만 살아가지고.... 이 작품에서 엘러리 퀸의 역할은 잘난척과 부가 설명을 위한 "해설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탐정으로서의 역할은 너무나 미미합니다.

어렸을 때에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었지만 읽고 난 감상은 예전과 사뭇 다르군요. 그 당시의 무섭고 두근두근했던 감정은 거의 없고 불만족스러운 부분만 눈에 띄니 말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이 작품을 읽고나니 역시 국명 시리즈는 라이츠빌 시리즈 보다는 한단계 아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3/06/21

악의 기원 - 엘러리 퀸 : 별점 3.5점

악의 기원 - 8점
엘러리 퀸 지음/시공사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기본 이상은 해 주는, 어느 정도 기대를 가지게 하는 작가들이 몇 명 있습니다. 저에게는 크리스티 여사님이나 반 다인, 딕슨 카 만큼이나 엘러리 퀸 역시 그러한 작가 중 한명이죠. 그러나 이 작품은 국명시리즈나 라이츠빌 시리즈하고는 다른 시기별로는 '헐리우드시기'라고 불리우는 후반기 장편으로 걸작이나 유명한 작품은 거의 초중기에 몰려있기 때문에 아무리 엘러리 퀸이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허나 역시 명불허전이랄까요? 제목 '악의 기원'에 걸맞게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인용해가며 헐리우드의 거물 보석상 살인/협박사건을 차분히 해결해 나가는 엘러리의 모습은 전성기 못지 않은 흥분과 재미를 불러 일으키는 걸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트릭이 조금 억지스러운것 같기도 하고 범인역의 설정도 황당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읽는 동안은 눈을 떼기가 힘들 정도의 재미를 주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엘러리 퀸의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 아직 읽지 않으신 팬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2008/10/07

추리소설가로 타율왕을 알아보자 (수정)

형이랑 메신저로 대화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포스팅하게 되었네요.

제 블로그 기준이며, 읽었지만 포스팅하지 않은 일부 작품은 편의상 "이전 시즌" 으로 통칭하였습니다.
일단 3타석(?) 이상 들어온 작가 기준이며 별점 3개가 단타, 4개가 2루타, 5개는 홈런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쓰고나니 이게 도서관련 포스팅인지 야구관련 포스팅인지 알쏭달쏭 하네요.

어쨌건 제가 평점이 좀 후해서 타율들이 다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이었습니다만 역시 로스 맥도널드가 최고였습니다. 전타석 장타라니.... 기타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대산초어님 댓글을 보고 제가 장타율을 잘못 계산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정하였습니다. 대산초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로스 맥도널드 - 4타수 4안타 / 2루타 3개, 홈런 1개 / 타율 1.000, 장타율 2.500, 출루율 1.000, OPS 3.500
: 완벽한 타자. 모든 타석에서의 안타 및 모두 장타 달성. "소름"은 끝내기 만루홈런급.

2. 레이먼드 챈들러 - 4타수 4안타 / 단타 2개, 2루타 2개 / 타율 1.000, 장타율 1.500, 출루율 1.000, OPS 2.500
: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보여주는 타격솜씨.

3. 콜린 덱스터 - 6타수 6안타 / 단타 4개, 2루타 2개 / 타율 1.000, 장타율 1.333, 출루율 1.000, OPS 2.333
: 정통 영국식 타법. 꾸준하고 장타율도 높은 신뢰할만한 타자. 캐릭터도 확실해서 인기가 높다.


3. 데이비드 리스 - 3타수 3안타 / 단타 2개, 2루타 1개 / 타율 1.000, 장타율 1.333, 출루율 1.000, OPS 2.333
: 타석수가 약간 작긴 하지만 기대되는 신인.

5. 딕 프란시스 - 4타수 4안타 / 단타 3개, 2루타 1개 / 타율 1.000, 장타율 1.250, 출루율 1.000, OPS 2.250
: 정교한 타자. 기본 이상의 타격솜씨를 갖춰 항상 믿을만 하다.

6. 애거서 크리스티 - 18타수 15안타 / 단타 12개, 2루타 3개, 내야땅볼 3개 / 타율 0.830, 장타율 1.000, 출루율 0.830, OPS 1.830
: 이전 시즌(?)에서 놀라운 타격을 보여준 탓에 이번 시즌에는 크게 눈에 띄진 않았으며 홈런이 없어 장타율이 낮은 것이 아쉽다. 하지만 좋은 타자.

7. 딕슨 카 - 5타수 4안타 / 단타 2개, 2루타 1개, 홈런 1개, 내야땅볼 1개 / 타율 0.800, 장타율 1.600, 출루율 0.800, OPS 2.400
: 거장다운 놀라운 타격솜씨. "모자수집광 사건" 이라는 내야땅볼이 없었다면 보다 상위권에 랭크되었을 것이다.

8. 모리스 르블랑 - 5타수 4안타 / 단타 2개, 2루타 2개, 내야땅볼 1개 / 타율 0.800, 장타율 1.200, 출루율 0.800, OPS 2.000
: 제 몫은 항상 하는 타자. 크게 타율을 까먹지도 않고 장타도 꼬박꼬박 쳐준다.

9. 미야베 미유키 - 4타수 3안타 / 단타 1개, 2루타 1개, 홈런 1개, 내야땅볼 1개 / 타율 0.750, 장타율 1.750, 출루율 0.750, OPS 2.500
: 내야땅볼이 하나 있지만 OPS가 높음으로 인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받았다. "화차 (인생을 훔친 여자)"는 만루홈런.

10. 엘러리 퀸 - 8타수 6안타 / 단타 3개, 2루타 3개, 내야땅볼 2개 / 타율 0.750. 장타율 1.125, 출루율 0.750, OPS 1.875
:  "국명"과 "비극" 시리즈가 중심이었던 이전 시즌에 비해 "라이츠빌" 시리즈를 통하여 상당히 타율을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