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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6

오징어 게임 (2021) - 황동혁 :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 다 보셨겠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대 흥행작. 얼마전 감상했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설정은 서브 컬쳐, 장르 문학 애호가들에게는 친숙합니다. 여러 사람이 갇힌 공간에서 거액이 걸린 게임을 펼친다는건 제가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라고 이름 붙인 장르물에 흔하게 있으니까요. 대표적인건 "도박묵시록 카이지", "라이어 게임", "살해하는 운명 카드" 등이 있습니다. 김전일도 "게임관 살인사건"이라는 희대의 망작으로 이 장르에 뛰어들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한때 크게 유행했었지요. 내용, 설정도 게임에서 패할 경우 죽느냐, 거액의 빚을 떠 앉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 대체로 비슷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456명의 참가자라는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이해하기 쉬운, 친숙한 게임을 게임에 사용했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마작"을 가지고 목숨을 건 배틀을 벌인다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움직이면 죽는다는건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달고나에서 모양 뜯어내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게임이 초반 탈락자들을 다수 발생시키는데 유리했을 거라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그리고 보통 이런 장르물은 게임을 벌이는 주최측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는데, 이 작품은 경찰이 잠입해서 나름 배경과 진상에 대해, 그리고 게임을 이끄는 프론트맨의 정체를 밝혀내는 등의 활약을 펼치고, 진짜 마지막에서 흑막의 일단락을 드러내 주는데 나름 괜찮았습니다. 

또 캐릭터별 서사와 게임이 시작된 후, 한 번 사회로 돌아가는 설정이 좋았습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 모두 지옥에서 살고 있으며,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걸 보여주어서 게임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주거든요. 동네 친구였던 상우가 최종 보스급 악역으로 진화하는 과정도 잘 그려졌으며 장덕수, 한미녀 같은 조역들도 설정은 뻔했지만 좋은 연기력 덕분에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반면 두뇌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는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대부분 운과 체력에 의존하는 게임이었던 탓입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첫 게임으로 패닉을 일으켜 많은 사람을 탈락시키기 위한 의도였겠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게임 중 달고나 뽑기와 유리 다리 건너기는 명백히 운이 중요했고, 줄다리기는 당연히 체력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나마 두뇌가 개입할 여지가 있던건 구슬 따먹기가 전부였습니다. 상우가 알리를 등쳐먹는 걸로 잘 보여주고 있지요. 여기서는 기훈과 일남의 서사가 더 중요해서 묻혀버리고 말았지만... 

그래서 마지막 기훈과 상우가 오징어 게임으로 펼치는 결승전에서 기훈이 동네에서 제일 유명했던 천재 상우에게 두뇌로 한 방 먹이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처절한 아재들의 몸싸움이 전부라 실망스러웠습니다. 상우의 자살도 허무했고요. 

누군가를 이겨서 죽게 만들어야 살아남는 게임이라는 기본 원칙 그대로 전개와 결말을 가져갈 필요가 있었을지도 의문입니다 . 주최측 의도를 나름대로 농락하는 전개였다면 두뇌 싸움 느낌도 나고 좋았을텐데요. 예를 들어 '유리 다리 건너기'는 옷으로 끈을 만드는 식으로 협력이 충분히 가능했지요. "도박묵시록 카이지" 에서 카이지는 게임의 헛점을 잘 이용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게끔 도와주었는데, 이런 점에서는 카이지의 초반부 몇 에피소드들이 더 나아 보였습니다. 하긴, 카이지 초반부 몇 에피소드는 이쪽 장르에서는 길이 남을 희대의 걸작이라 단순 비교는 좀 어렵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에필로그도 너무 길었으며, 후속 시즌을 노리는 느낌이 강해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주최측이 원하지 않는 한, 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할 방법은 애초에 없잖아요?

이렇게 아쉬움이 없는건 아니지만, 재미 측면에서는 두말할 나위 없었습니다. 이런 류의 장르물로 볼 때 우수한 편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만한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의 대박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나라 장르물이 더 활발히 제작되고 확산되면 좋겠네요.

2007/12/26

고백 - 후쿠모토 노부유키 글 / 가와구치 카이지 그림 : 별점 3점

고백 Confession 1 - 6점
가와구치 가이지 그림, 후쿠모토 노부유키 글/삼양출판사(만화)

아사이는 대학 동창이자 같은 산악회 소속인 친구 이시쿠라와 함께 조난당했다. 죽올거라 생각한 이시쿠라는 자신을 버리고 가라며 아사이에게 과거 저질렀던 살인을 고백했다. 그러나 아사이가 곧바로 산장을 발견하여 둘은 무사해졌고, 이시쿠라는 과거 범죄를 들은 아사이에게 살의를 품었다. 아사이도 이시쿠라의 살의를 눈치챘지만,구조대가 도착할 다음날 아침까지는 충분히 피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이시쿠라가 다리를 다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사이는 고산병에 걸려 앞을 보지 못하게 되는데...

"카이지"로 유명한 후쿠모토의 글을 "침묵의 함대"의 가와구치 카이지가 그림으로 그린 단편 만화입니다. 국내판은 절판인데 북오프에서 원서를 싸게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눈으로 폐쇄된 산장이라는, 오래되고 친숙한 무대에 등장인물이 단 두 명(!)이라는 심플한 설정 아래에서 서로의 살의와 추격이 처절하게 그려집니다.

후쿠모토씨 특유의 징글징글한 심리묘사는 물론, 자신이 처한 긴박한 위기를 순간순간 번득이는 두뇌로 해결해 나가는 재미는 잘 살아 있습니다. 합당한 동기에서 비롯된 두 남자의 사투도 설득력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해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요. 서스펜스 스릴러로는 1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백을 통해 촉발되는 살의라는 소재도 진부하지만 또다른 복선을 지니고 있다는게 괜찮아서 마음에 듭니다. 결말 부분의 반전도 명쾌했고요. 뻔한 결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들어버린 녀석이 나빴어..."라는 처음의 독백이 결말에 반복되는 구성이 반전을 극대화하는게 좋았어요. 이런게 연출의 힘이겠지요.

하지만 기대했던 가와구치 카이지의 그림을 통한 재미의 상승효과는 생각보다 덜했습니다. 후쿠모토의 가장 큰 약점이 그림이니, 작화에 일가견이 있는 가와구치가 그림을 그리면 보다 놀라운 작품이 될거라 여겨 기획된 작품일텐데, 후쿠모토의 이야기 전개가 가와구치의 그림과는 잘 맞지 않더라고요. 부조화가 심하고 그림과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었거든요. 나름 각색하여 자기 풍으로 전개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듯 싶은데 곧이곧대로 그린 탓으로 보입니다.  역시 자기 이야기는 자기가 그려야 제맛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림과 스토리의 부조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작품 자체만으로 놓고보면 역시 탁월한 구성력 때문에 빛이 나긴 합니다. 만화는 역시 그림보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3/05/21

붉은 낙엽 - 토머스 H.쿡 / 장은재 : 별점 2.5점

붉은 낙엽 - 6점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고려원북스

한때 부유했지만 몰락한 전제군주 아버지,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머니, 알코올중독자 형, 암으로 단명한 여동생으로 구성된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사진관을 운영하며 가족을 일군 에릭에게 어느 날 닥친 뉴스. 그것은 전날 아들 키이스가 베이비시터로 돌본 아이 에이미가 실종되었다는 뉴스였다.

토마스 H. 쿡의 장편 스릴러. 작가의 대표작 중 한편입니다. 제가 접했던 작가의 전작 "심문", "밤의 기억들"과 비교해보면, 심리묘사 중심의 스릴러라는 점은 유사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만의 차별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은 그야말로 '일상계 스릴러'라고 명명해도 될 정도로 현실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점입니다. 유괴 사건이라는 강력 사건이 등장하지만, 실제로 에릭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모두 그와 가족들이 관련된 소소한 일들 뿐이거든요. 무지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작가의 묘사력도 여전합니다. 자긍심 없는 청소년인 키이스와 그러한 아들을 어쩌지 못하는 아버지 에릭의 모습은 디테일이 정말 뛰어납니다. 저도 한 아이의 아빠로서 공감 가는 점도 굉장히 많았고요. 특히 극한의 상황에서의 심리 묘사는 정말 제대로였습니다. 탈출구 없이 꽉 막힌, 작중에서 표현되듯 '불길 가득한 방 안에서 덫에 치인 느낌'이 정말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좀 쉽게 비유하자면 "도막묵시록 카이지"의 카이지의 심리를 소설로 쓰면 이렇게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일단 설정이 너무 뻔해요. 범인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절친한 가족에게 닥친 의심을 벗기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흔하니까요. 소설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가 현실에 널려 있기도 하고요. 촌구석이지만 단란했던 가족, 커뮤니티가 하나의 사건으로 붕괴하는 과정의 치밀한 묘사 역시 "심플 플랜" 쪽이 더 낫습니다.

게다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너무 많아요. 전제군주였던 에릭의 아버지가 사업 실패 전에 고려했던 계획이 과연 무엇이었으며, 왜 그 계획을 중지했는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머니 사고의 진상 및 그녀가 보험을 가입한 이유 역시 아버지의 개인적 견해일 뿐이고요. 에릭의 아내 메러디스가 불륜을 정말 저질렀는지, 아니면 형 워렌이 정말 소아성애자였고 제니에게 몹쓸 짓을 했는지는 이야기만 벌려 놓을 뿐입니다. 뭐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건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대충대충 넘어가는 게 현실적이라는건 동의합니다만...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짜증만 났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이 정말 너무 아니더군요. 유괴 사건이 밝혀지는 게 키이스가 아버지 에릭과의 깨졌던 신뢰 관계를 어렵게 회복한 직후, 피자 식당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담배꽁초를 통해서였다는 상황은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결국 모든건 피해자 집에 마지막에 피자를 배달한 배달부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경찰의 실수에 불과하다는 결말도 잘 짜여진 스릴러로 보기 어렵게 만들고요. 유괴 피해 아동의 아버지 빈스가 저지르는 키이스 저격과 자살도 작위적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딸이 어디 갔는지 행방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총질부터 한다는 것도 솔직히 이해는 안 됐어요. 상식적이라면 키이스를 납치해서 진상을 알아낼 때까지 고문하는 게 답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4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을 한 번에 읽게 만드는 흡입력은 역시나 대단하지만, 그만한 알맹이와 가치가 있냐 하면 속 시원히 그렇다라고 답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비슷한 설정과 분위기라도 더 치밀하고 더 극적인 "심플 플랜" 쪽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6/11/12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1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1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자주 찾아가는 LionHeart님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여 읽게된 "Q.E.D" 시리즈 신작입니다. 시즌 2지만, 바뀐거라고는 한학년 올라간거와 토마가 이사한 것 정도밖에는 없습니다. 이래서야 구태여 시즌을 나눌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데, LionHeart님 블로그 댓글을 보니 연재 잡지가 바뀐 탓으로 보입니다.

시즌 1과 같이 두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두 편 모두 나름 강력 범죄가 등장합니다. 제가 시리즈에서 좋아하는 일상계 이야기들은 아니에요. 허나 두 편 모두 기본 이상은 해 주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작가 스스로 매너리즘을 털어내고 새롭게 접근하기 위한 시도 자체는 나름 성공적이라 생각되네요. 시즌 2의 첫 출발은 아주 좋아보이는데, 다음 권도 기대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으시기 전 참고 부탁드립니다.

"iff"

season 2의 부제이기도 한 iff가 제목인 시즌 2의 첫 작품으로 조각가 미사고가 밀실인 아틀리에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을 그립니다. 제목의 의미는 범인이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 무엇이냐... 이고요.

추리적으로는 완성도가 높습니다. 네 명의 용의자들 모두가 일단 범인이라고 가정하고, 어떻게 범행했을지를 들려준 뒤 "하지만 그럴리는 없다"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솜씨가 아주 일품인 덕분입니다.
핵심 트릭인 조각상으로 분장한 모델이 이미 죽은 조각가를 움직여 알리바이를 조작했다는 것 역시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만화라는 매체에 딱 맞는' 트릭이라서 꽤 볼만했습니다. 빈 상자의 수수께끼도 해명되며, 작업 중이던 조각상의 얼굴을 부순 이유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음을 숨기기 위해) 와 같은 몇 가지 단서들도 모두 해결되고요. 

아울러 조각가 미사고가 그녀를 보고 영감을 얻어 조각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은 것(딸이니까 당연하겠죠), 미사고가 사람 내면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드는데 마지막 작품의 완성이 늦어진 것은 두 손이 "안는 것"이냐 "목을 조르는 것"이냐의 갈등이었다는 결말에서의 여운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범인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단서가 범인의 말실수 - 조각상의 얼굴이 부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 - 뿐이라는건 많이 부족합니다. 용의자 모두의 과거를 조사하면 드러날 수 있는 동기였다는 점에서 무모한 범행에 대한 설득력도 낮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최근 삼진, 병살을 반복하던 시리즈에 숨통이 트이는, 오랫만에 터진 깨끗한 안타와 같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양자역학의 해에"

1920년대의 신흥종교 교주가 산속 은거지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시체 옆에 놓여있던 당시 과학잡지를 구입한 인연으로 토마와 가나 일행은 사건 현장을 방문한 뒤, 과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

거의 100년 전, 원수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궁극의 종교 공동체에서 벌어진 집단 학살과 조직 붕괴, 뒤이은 교주의 자살에 얽힌 진상을 파헤치는 작품입니다. 단서라고는 당시 신문기사와 과학잡지 속에서 발견된 과학잡지 기자의 노트가 전부라 안락의자 탐정물같은 느낌도 줍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100여년 전 종교집단을 이끌던 교주 카이지로입니다. 똑똑하고 나름 카리스마가 있는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주사위를 예로 들며 마이너스 확률을 설명하는 장면은 그 중에서도 백미였습니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신흥종교 집단을 그린 묘사도 재미있었고요.

하지만 카이지로의 능력 - 거울과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것 - 이 아산화질소를 사용한 일종의 사기 행각이었다는 진상은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게다가 아내와 아이까지, 일가족을 살해당한 피해자에게 원수를 용서하라니 가당치도 않지요. 그것도 수상쩍은 내세 세계관을 내세워 가족을 다시 만날 것이라 약속한다? 솔직히 천벌을 받아도 싼 놈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아부미가 논리의 모순을 깨닫는 과정 역시 전형적인 Q.E.D 스타일이지만 너무 복잡했고, 상황을 고려한다면 와 닿지도 않았습니다. 어차피 어설픈 사기였으니만큼 이렇게 복잡한 과정 없이도 결국 들통이 났을 테니까요. 양자역학이 구태여 등장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감점 요소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부분 부분 재미있지만 추리적으로는 부족했고, 전체적으로는 아쉬웠습니다.

2009/05/19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누가 울새를 죽였나? - 6점
마사 지음, 나노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세명의 남자가 외딴 산장에 모입니다. 모인 이유는 "울새"라고 하는 대화명의 남자가 자신이 유괴한 소녀의 몸값 받는 작전을 도와준다고 하면 2천만원의 돈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들은 산장에서 누군가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라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작품으로 정통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클로즈드 써클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몇명 안되는 소그룹을 대상으로 누가 살인자인지 모르는, 그리고 큰 돈을 놓고 복잡한 계산이 오가는 심리전을 다루고 있거든요.

이글루스에서도 유명하신 마사토끼님의 원작을 "수요전"의 NANO가 극화한 단편으로 이곳저곳에서 유명하기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네요. 읽고나니 과연 유명할만 하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 설정이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탄탄하며, "총알" 과 같은 중요 물건과 돈의 이동을 잘 그려내고 있는 등 이야기의 핵심부분에서 설득력도 갖춘데다가 전개도 깔끔한, 한마디로 좋은 작품이네요.
무엇보다도 한국 쟝르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구성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폐쇄된 공간에서의 서로가 서로를 노린다는 심리전의 긴장감 역시 대단해서 후쿠모토 노부유키 + 가와구치 카이지의 "고백"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더군요. 그만큼 유괴된 소녀와 세명의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인 긴장감의 밀도가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물론 문제도 있습니다. 일단은 세명의 남자가 소녀에게 휘둘리는 전개에서 설명이 너무 부족했어요. 총알 하나에 몇십억을 주고 사겠다고 하는데, 그 돈을 어떻게 줄 것인지를 떠나 애시당초 돈을 어떻게 받아낼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잖아요? 차라리 소녀가 세명을 각각 조종하려고 했다면 자기 자신이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와 더불어 "돈을 어떻게 받아내는지 알고 있다" 쪽으로 잡아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또 개인적으로는 결말도 불만인데, 순환구조를 갖춰나가는 구성도 좋지만 썩 개운하지는 않았어요. 이 나름대로 작품을 마무리하는데에는 전혀 문제는 없지만, 이야기의 배경 설명은 전혀 없이 작품 자체의 완결에만 너무 신경쓴 것으로 보였거든요. 만화에는 그래도 적합하겠지만 소설이었다면 정말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이만한 수준의 작품을 찾아보기는 힘들기에 별 3.5점은 충분한 작품입니다. 덧붙이자면, 작화의 수준도 평균이상이긴 한데 표지가 너무 후져서 점수를 깎아먹은 감이 없잖아 있네요. 솔직히 표지만 봤을때는 전혀 사고싶지 않았습니다.


Q.E.D 큐이디 32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읽기는 한달도 훨씬 전에 읽었는데 추리만화 감상은 한번에 몰아서 올리려고 미루어 두었다가 이번에 올립니다. 이번권도 Q.E.D의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권에 두가지 이야기가 담긴 구성입니다. 한편은 소박한 일상계, 한편은 살인사건이라는 강약 조절도 여전하죠.

첫번째 에피소드 "매직 & 매직"은 마술사와 토마의 두뇌싸움 이야기입니다. 마술사가 자신의 쇼에서 가나에게 마술의 트릭을 설명하는 토마에게 토마가 산 책을 걸고 승부를 할 것을 제안합니다. 승부는 마술사가 토마를 "깜짝 놀라게 할" 마술을 선보이겠다는 것이죠. 일상계라 할 수 있는, 범죄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지만 마술과 추리, 특히 "트릭"이라는 것의 연관성을 잘 그려낸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뻔한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속도감 넘치게 그려낸 전개방식도 마음에 들고요. 마지막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까지 좋았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그에 반해 두번째 에피소드 "레드 파일"은 앞서 말했듯, 한 은행원의 살인사건에서 토마의 과거 대학시절 지인이 말려들고, 토마가 여러 인물들의 증언을 조합하여 진상을 밝혀낸다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입니다. 일단 추리물임에도 "트릭" 이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굉장히 거창한 음모 - 거대은행과 파생상품 - 가 배후에 깔려 있어서 토마와 가나가 사건에 휩쓸리는 부분이 별로 자연스럽지가 않기 때문에 내용만 놓고 본다면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조금 이야기가 막힐만 하면 등장하는 토마의 미국 대학시절 지인 캐릭터도 이제는 지겨웠고요.

하지만 이 에피소드의 가치는 전혀 다른데에 있습니다. 뭐냐 하면 바로 "선물 옵션 거래" 라는 금융 파생상품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는 학습만화로의 가치가 엄청나거든요. 금융 파생상품에 대해서 이렇게 쉽고 머리에 쏙속 들어오게 설명하는 만화는 정말이지 처음이었습니다.

추리물로는 영 아니지만 이 학습만화(?) 로의 가치가 워낙 높기에 별점은 3점 주겠습니다. 결론적으로, 평점은 3.5점. 무난한 수준이네요. 역시 Q.E.D는 대체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단 말이죠^^

2020/08/08

Q.E.D Iff 증명종료 10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Q.E.D Iff 증명종료 10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 시즌 2도 대망의 10권째입니다. 그러나 수록작 두 편 모두 수준 미달이라 아쉽네요. 기본적인 재미, 추리의 완성도 모두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11권부터는 예전의 명성을 회복해 주면 좋겠네요.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한 법이니까요.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아웃로스"

떠다니는 카지노인 호화 유람선 킹 마이다스 호에서 '더 아웃로스 쇼'가 개최되었다. 배의 소유주 리치 부어만이 직접 선택한 아웃로 6개팀이 참가하는 게임이었다. 룰은 다음과 같다.

  1. 팀은 각자 한 개 씩 열쇠를 받는다. 6개를 모두 모아야 보검이 있는 금고를 열 수 있다.
  2. 시간 제한은 3시간으로 1시간마다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 검사하고, 열쇠가 없으면 바로 실격한다.
  3. 마지막 시간 종료 때 까지 열쇠 6개를 모아 보검을 손에 넣지 못하면, 남은 팀 중 열쇠를 많이 가진 팀이 이긴다. 

상금은 1억달러! 과연 어느 팀이 승리할 것인가?

아웃로스가 뭔가 했더니 Outlaws더군요. 토마는 무법자는 아니고, 주최자 부어만의 부탁으로 게임에 참가합니다. 부어만은 딸 케이트가 라스베가스에서 사기 도박을 벌이는걸 고칠 목적으로 도박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하게 하게 할 생각이었지요. 

게임의 규칙은 위의 지극히 간단합니다. 변수라면 여섯 팀은 각자 변장, 3D 프린팅, 소매치기 등의 특기가 있다는 설정인데 정작 과정은 실망스럽습니다. 간단한 규칙이지만 온갖 변수를 만들어내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카이지"와 같은 박진감은 찾아볼 수 없는 탓입니다. 참가자들이 열쇠를 너무 쉽게 빼앗기기 때문이에요. 약간의 변장, 소매치기 등에 의해 열쇠를 빼앗겨버리니, 이래서야 세계적인 아웃로 어쩌구 하면서 모아 놓은 참가자로는 실격입니다. 특히나 열쇠를 그냥 방에 놔 두었다가 빼앗긴다는 게 제일 황당했어요. 무려 1억불이 걸려있는 열쇠인데,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객실에 완벽한 보안 장치가 가동 중이라더라도요.
또 토마가 객실 열쇠를 훔쳐내는 과정도 억지스럽습니다. 금고털이인 맥거폰 부부의 계획을 눈치채고, 그들이 전기를 차단할걸 예측했다는건데, 주어진 단서라고는 게임 시작 전 물어본 질문밖에 없었으며,  이 질문에서 끄집어 낼 수 있는 추리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게임의 결말도 당황스럽습니다. 마지막 남은 두 팀 중 케이트가 가진 열쇠는 2개이고 토마, 가나 팀은 4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케이트가 3백만 달러를 줄테니 열쇠를 전부 걸고 포커를 하자는데, 상식적으로는 이를 받아들일 이유는 없습니다. 상금이 1억불인데, 3%밖에 안되는 돈에 혹해서 확실한 승리를 내팽개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를 수락하고 포커 승부를 펼친 토마에게 필승의 비법이 있다는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갑니다. 다른 동료가 있어도 되는 규칙인데, 딜러가 토마와 한 패였던 거지요. 결국 딜러는 리치 부어만의 변장으로 밝혀지고 딸 케이트와 눈물의 정을 나눈다!는 흔해빠진 신파로 마무리되... 는 줄 알았는데 뜬금없는 반전이 이어집니다. 리치 부어만은 알고보니 게임을 관전하기 위해 참가한 수많은 부자와 스타들의 폰을 해킹하여 정보를 빼돌리려는 사기꾼이었다는 거지요. 폰에서 게임에 배팅하기 위해 접속하는 상황을 이용했다나요?

그런데 그럴거면 구태여 유람선에서 게임을 벌일 이유는 없었습니다. 또 토마를 끌어들일 이유도 없고요. 리치 패거리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잠수함을 타고 나타나는 마지막 장면은 황당함의 정점입니다.아울러 Q.E.D스럽게 수학 이론인 '부동점정리'가 등장하는데, 설명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 이론이 '나비 효과'와 연결되는 것도 잘 설명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도 '절대 변하지 않는 부동점' 이 항상 있다는건 게임과 아무 관련도 없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게임이면 게임, 사기면 사기, 어느 한 쪽에 집중하는게 훨씬 좋았을텐데 괜시리 스케일만 크면서 이야기의 설득력은 전무하고, 재미도 없는 어정쩡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유일하게 건질건 플레이어 중 한 명인 에멧이 가나로 변장하여 토마를 유혹하듯 다가와 뺨에 키스하는 장면 뿐인 망작이에요.

"다이잉 메시지"

80년대 개발되던 남쪽 섬의 리조트는 버블 붕괴 후 회사가 도산하고 관계자가 도망쳐 30년 넘게 방치되어 '유령 호텔'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데 호텔을 철거하기 위해 내부 기둥을 해체하던 중 기둥 속에서 백골 사체가 발견되었다. 유령 호텔 건설 당시, 리조트용 토지를 불법적 수단으로 빼앗긴 피해자들을 대신해 개발 회사를 고소했던 변호사 치아키 실종 사건이 있었고, 30년 전 일이라 유전자 감식은 불가능했지만 경찰은 사체가 그녀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호텔 건설 당시 어둠의 보스라고 불리었던, 호텔 부지 소유와 관련이 있는 원 총무부 부장 스에요시 분지는 건설에 대해서는 당시 건설 책임자 유하마 메이에게 물어보라고만 말했는데, 그녀 역시 30년 전에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메이가 치아키를 살해하고 사체를 호텔 기둥 속에 집어 넣은 것일까? 

조사하던 중 유령 호텔은 내진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지만 여러가지 도움과 돈의 힘으로 개업 허가를 받았다는게 밝혀졌다. 그리고 부동산 업자의 의뢰로 사건을 조사하던 사립 탐정 나카노사토가 중상을 입은 채 유령 호텔 방 안에서 발견되었는데, 방의 입구는 안쪽에 냉장고를 놓아 막아 놓고 창문은 합판을 못박아 놓은 상태의 밀실이었다...

수수께끼는 두 가지입니다. 30년 전 백골 사체 사건의 진상과 현재의 나카노사토 탐정이 발견된 밀실에 대한 것입니다. 

30년 전 백골 사체 사건의 경우, 시체는 기둥 속에서 발견되었는데, 그러려면 건물 완성 전에 기둥 안에 시체를 넣어야 하고 유하마 메이는 건물 낙성식에 참석했으니 시체는 치아키일거라는게 경찰과 가나 들의 추리입니다. 그러나 토마의 추리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호텔이 내진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증언을 통해, 낙성식 당시 기둥은 '껍데기만 있는 가짜'였을거라는 거지요.

그리고 현재 유령 호텔의 이상한 기둥 배치를 통해 원래 껍데기만 있는 가짜 기둥에 콘크리트를 담아 굳혀 진짜 기둥을 만들었다고 추리합니다. 이 때 기둥 하나에 시체를 넣고 굳혔던 것이지요. 이 방법을 사용하면 피해자도 치아키가 아니라 유하마 메이가 될 수 있습니다. 낙성식까지는 가짜 기둥이었다는 이야기니까요. 

추리는 대담하고 재미있습니다만 문제는 증거가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짜 기둥은 껍데기만 있었다라는게 핵심인데, 이건 도저히 증명할 수 없어요.
또 미와코로 변장하여 나타난 치아키의 행동도 영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치아키가 호텔 부지를 매입하여 개발에 나선 것 까지는 말은 됩니다. 리조트를 없애고 해안을 원상복구 시키는건 30년 전의 목적이기도 했으니까요. 호텔 해체 작업 시 사체가 발견되고, 옷을 갈아입힌 덕분에 피해자가 치아키로 오인되면 유력한 용의자가 스에요시 분지가 될 거라고 예상한 것 역시 큰 문제는 없고요.
그러나 사체 발견 시 살인 사건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이유는 석연치 않습니다. 또 탐정이 사건 조사를 시작한건 미와코가 살인 사건 해결없이는 부지 매입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서, 부동산에서 어쩔 수 없이 고용한게 발단입니다. 나카노사토 탐정에 의해 미와코가 치아키이며 그녀가 범인이라는걸 알아낸 탓에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렸으니, 한 마디로 긁어 부스럼을 만든거지요. 

아울러 탐정이 진상을 알아냈다 한 들, 스에요시를 옭아매는 계획만 실패할 뿐입니다. 그녀 자신의 범행은 30년 전의 사건이라 공소시효도 이미 끝났을테니까요. 이 진상 때문에 탐정을 습격한다는건 더욱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것도 나이로 보면 상당히 버거울, 빨래 운반 통로를 수직으로 기어올라 탈출하면서까지 밀실을 만들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또 이 두 번째 수수께끼인 밀실 트릭은 추리라고 부르기도 힘든 민망한 내용이에요. 수사를 통해 빨래 운반 통로가 발견되지 않은 것 부터가 이상합니다. 사람이 충분히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있다면 밀실은 아닌데 말이지요. 그리고 치아키가 어떻게든 스에요시 분지를 엮어 범인을 만들 생각이었다면 탐정을 살해했어야 합니다. 단순히 중상을 입힌걸로는 부족했어요. 어차피 탐정이 깨어나면 증언을 통해 모든게 밝혀질테니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도 없고요.

마지막으로 미와코가 호텔에 결함이 있다는걸 알고 있었다고 말한게 앞선 대담한 추리 - 사체는 유하마 메이이며 기둥은 원래 가짜였다! - 의 단서가 되었다는 것 역시 설득력이 전무합니다. 토마는 호텔의 결함은 범인만 알고 있을거라 단언하는데, 그 전제부터가 잘못된 겁니다. 근거도 없고요. 게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됩니다. 호텔이 내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부실 건물이라는걸, 건설 반대파를 대표하는 변호사 치아키가 알고 있었다? 고발 등 모든 조치를 동원하여 개업을 방해하는게 당연하잖아요. 즉, 치아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야 하는게 정상입니다. 설령 범행 때 알게 되었다 한들, 유하마 메이를 죽인 뒤 시멘트를 붓는 등의 공작을 혼자서 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런 작업을 혼자서 하는건 절대로 불가능했을겁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별점은 2점입니다. 추리적으로는 볼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완성도는 영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2014/09/22

생존 Life 1~3 - 후쿠모토 노부유키 / 가와구치 가이지 : 별점 2.5점

생존 Life 1 - 6점
가와구치 가이지 지음/삼양출판사(만화)

딸은 14년 전에 실종되고, 아내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자신마저 암으로 시한부 인생이라는 걸 알게된 다케다는 자살을 결심했다. 그런데 목을 메려는 찰나, 실종된 그의 딸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고백"과 마찬가지로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원작을 가와구치 가이지 (카와구치 카이지)가 그림을 그려 만든 합작 만화입니다. "제 3의 시효" 리뷰 댓글을 통해 marlowe님이 추천해 주셨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 2권에서는 딸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다케다의 모습이 그려지며, 3권에서는 범인과 공소시효를 둘러싼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집니다. 추적자 다케다의 모습에서는 가와구치 가이지 특유의 인간드라마를, 그리고 마지막 권에서는 후쿠모토 노부유키 특유의 두뇌 배틀을 즐길 수 있으며, '공소시효'라는 것을 아주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는게 장점입니다. 특히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두뇌 배틀은 물론, 다케다의 남은 수명과 사건의 공소시효가 동일하다는 설정이 주는 긴장감은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추리적으로도 '아버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끈기 있는 추적만큼은 인상적입니다. 해당 시기에 그곳을 여행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그때 찍었던 사진을 한 장 한 장 확인하여 딸이 등장한 사진을 찾아낸다는게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추적 과정에서 심하게 운이 좋아 보이는 장면이 많다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위의 예를 든 사진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폐차장에서 십수 년 전에 폐차시킨 차를 찾아내는 게 대표적입니다. 솔직히 가능한 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가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는 작위적으로 보이기까지 했고요.

뭐 작위적으로 보자면 마지막 두뇌 싸움이 더 심하긴 합니다. 차 트렁크에 메시지를 남길 시간이 있었더라면 더 자세한 내용을 적을 수도 있었을 테고, 또 평범하게 날짜와 요일, 시간을 적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평범한 사람은 알기도 힘들 주가를 적어 놓았을까요? 주가를 적어 놓더라도 날짜 정도는 같이 적는 게 상식이었을 테고요. '한방'의 임팩트는 있었지만 억지스러웠습니다.

이렇게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묵직한 묘사와 공소시효를 핵심 소재로 놓고 전개한 치밀한 전개는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두 작가의 팬이시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24/10/05

그림자 없는 남자 - 대실 해밋 / 구세희 : 별점 2점

그림자 없는 남자 - 4점
대실 해밋 지음, 구세희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유한 아내의 사업체를 관리하며 유유자적하던 전직 탐정 닉에게 그가 몇 년 전 다루었던 사건의 의뢰인 와이넌트의 딸 도로시가 찾아왔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부탁 때문이었다. 그런데 와이넌트의 비서 줄리아가 살해당한채 발견되었고, 와이넌트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였다. 닉은 옛 인연으로 도로시를 도우며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서는데....

대실 해밋 전집 다섯 번째 작품으로, 전직 탐정 닉과 노라 부부가 우연찮게 만난 사건을 다룹니다. 

전직 탐정이자 지금은 처가 사업체를 관리하는 사업가인 주인공 닉이 꽤 독특합니다. 전통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의 스타일을 보여주면서도, 결혼한 남자답게 어느 정도 매너와 배려를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혼에 성공했겠지요. 닉이 아내를 잘 만나 상류층이 된 덕분에 미국 상류층들의 시끌벅적, 흥청망청 분위기 한 가운데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도 이색적이었고요. 보통의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이런 분위기의 주변인물들이었는데, 정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진상을 드러내는 추리쇼도 괜찮습니다. 닉의 추리로는, 와이넌트 작업실에서 발견된 시체는 와이넌트였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 와이넌트를 만났다고 한 건 그의 변호사 맥컬리밖에 없다는 점, 작업실에서 일하던 기계공들을 해고하고 작업실의 문을 닫은 다음 작업실 임대 기간을 연장하고 계속 비워 놓은 점이 근거입니다. 줄리아는 공범이었는데 그녀가 겁에 질려했거나, 혹은 입막음을 위해 살해했고요. 넌하임은 줄리아 살해 당시 맥컬리를 목격했었기 때문에 없앴습니다. 이후 와이넌트의 채권을 미미에게 준 것도 맥컬리입니다. 와이넌트를 만나 받은거라고 시켰지요.
이 추리를 위한 단서들도 모두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와이넌트 행방이 4개월 동안 묘연하다는 것, 그와의 연락은 전보나 전화 등으로만 이루어졌다는 것, 미미가 돈에 환장했다는 것, 와이넌트 작업실의 존재 등 모든 것들요.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하드보일드'라고 보기 어려운 탓입니다. 이 작품과 정통파 하드보일드는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일일외출록 반장"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하드보일드 특유의 끔찍한 인간 관계, 잔혹한 현실 등은 전혀 그려지지 않으니까요. 범행 동기도 그냥 돈 문제였을 뿐이고요. 닉도 밑바닥 탐정이 아니라 상류층 인물이고, 호화롭고 흥청망청한 생활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사람이 세 명이나 - 와이넌트, 줄리아, 넌하임 - 살해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닉은 탐정이 아니라서 정식으로 의뢰를 받지도 않았고, 닉 본인이 관련된 사건도 아니라서 닉에게 별 위험이 닥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대실 해밋이 쓴 크리스티의 "부부 탐정"에 불과합니다.

추리 역시 후더닛 측면에서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줄리아를 살해할 등기가 있었던 건 와이넌트 밖에는 없습니다. 그녀에게 거액을 사기당했으니까요. 그런데 와이넌트의 동기도 줄리아가 사기친 금액이 고작 4천 달러라는 점에서 애매해집니다. 와이넌트는 1년에 수만 달러의 특허료를 받는 부자니까요.
또 다른 유력한 용의자는 와이넌트 부인 미미인데, 그녀가 줄리아를 살해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같이 살고 있으니 질투라는 동기는 말이 안되고, 돈이 목적이라면 줄리아가 아니라 와이넌트를 살해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4개월 전에 누군가가 와이넌트를 죽이고 살아 있는 걸로 위장한 뒤, 줄리아를 살해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비서였던 줄리아가 입을 맞추지 않으면 와이넌트가 살아 있다고 속일 수도, 그의 재산을 빼돌릴 수도 없었으니 그녀는 공범이었고요. 그렇다면 와이넌트와 줄리아를 죽인건 동일인물이고, 와이넌트와 그동안 연락을 했다라고 주장하는 건 변호사 맥컬리밖에 없으니 범인은 그밖에 없습니다. 경찰이 진작에 맥컬리를 체포하지 않은 이유를 모를 정도로 뻔합니다.

전개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여러 등장인물이 나와 서로 얽히며 여러 사건을 동시에 진행해 나가는게 하드보일드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여러 증인의 입으로 풀어내는게 전부라서 잘 짜여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증인들이 이곳저곳에서 두서없이 등장하여 혼란스럽고, 도로시의 동생 길버트의 기묘한 행동 등 불필요한 이야기도 너무 많고요. 읽으면서 졸릴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하드보일드 답지 않다는게 신선하기는 한데, 그게 장점은 아닙니다. 별로 권해드리고 싶은 작품은 아닙니다.

2006/12/26

제 1회 독자 미스터리 대상 - 만화부분

제 1회 독자 미스터리 대상 시작.

decca님이 추진하시는 국내 최초 독자선정 미스터리 대상 투표인데 만화부분이 빠져 개인적으로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알라딘을 통해 올 한해 나온 추리 만화만 대~충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목을 불문하고 본격이나 정통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만 골라서. 시리즈는 재판이나 재간된 것이 아닌 신간만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가가 탐정 사무소 9~10 : 칸자키 스미

검은 사기 6 ~ 9 : 쿠로마루 / 나츠하라 타케시

곤충감식관 파브르 1~5 : 키타하라 마사키 / 아키야마 히데키

데스노트 7 ~ 12 : 오바 츠쿠미 / 오바타 다케시

도박 묵시록 카이지 31 ~ 33 : 후쿠모토 노부유키

라이어 게임 1 ~ 2 : 카이타니 시노부

명탐정 코난 52~55 : 아오야마 고쇼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4 : 하야미네 카오루 / 에누에 케이

미궁 시리즈 32 ~ 33 : 카미야 유

미녀형사 아시미 15 ~ 16 : 곤도 마사유키

범죄 교섭인 5 : 키 타카시

사신탐정과 우울온천 / 사신 탐정과 유령학원 1 : 사이토우 미사키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 ~ 3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원 아웃 15 ~ 17 : 카이타니 시노부

월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 사사키 노리코

절대미각 식탐정 5 ~ 6 : 테라사와 다이스케

탐정학원 Q 20 ~ 22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CMB 박물관 사건 목록 1 ~ 2 : 카토우 모토히로

Q.E.D 23 ~ 25 : 카토우 모토히로

더 있긴 하겠지만 대충 대충의 기억과 조사로는 여기까지. 읽은 것은 반 이상이지만 새 시리즈는 거의 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탄력과 관성에 의해 보게되는 코난이나 김전일, QED 같은 시리즈는 선뜻 베스트라 내세우기가 좀 어렵네요.

그래도 단 한권을 꼽아야 한다면 구관이 명관, 명탐정 코난 53권과 QED 24권을 꼽겠습니다. 코난은 첫번째 에피소드는 그냥 저냥이었지만 두번째의 암호트릭이 꽤 괜찮았거든요. QED 24권은 QED만의 자그마한 에피소드인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어서요. 

시리즈를 하나 꼽아보라면, 역시 몇년 전 부터 계속된 시리즈라 올해의 베스트로 꼽기에는 난감하지만 독특한 소재와 심리게임이 발군인 "원 아웃 을 꼽습니다.

2014/09/12

감방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2 - 하시 몬도 외 / 페가나 : 별점 3점

감방 -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 2 - 6점
하시 몬도/페가나

"심령 살인사건"에 이은 페가나북스의 두 번째 일본 추리소설 단편집입니다. 건승을 기원한다는 글도 남겼었는데 출간된 지 1년도 더 되었네요. 조금 무안합니다.

작가의 명성보다는 추리소설의 형식과 완성도를 기준으로 일본 근대 추리 단편의 걸작을 골라 수록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확실히 그에 걸맞게 좋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나 작품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분량도 적절하고 완성도도 괜찮습니다. 번역도 깔끔하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요. 최소한 2,000원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다시금 페가나북스의 건승과 함께, 이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기를 기원합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방" - 하시 몬도

전전 홋카이도의 가혹했던 노동 현장(일명 문어방)을 무대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관리가 파견되어 노동자들로부터 고충을 듣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내용입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지하 강제 노역장이 연상되는 독특한 무대가 인상적이며, 발표 시기에는 금기시되었을 듯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현장 묘사도 짧지만 꽤 괜찮은 편이고, 극적 반전—사실은 정부관리가 파견되기 전 불평분자들을 걸러내기 위한 쇼였다—도 좋았고요.

한 번 정도 더 비틀어 주인공 화자가 진짜 정부관리 앞에서 또다시 실태를 증언하고, 그것조차도 쇼인지 아닌지 독자가 고민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깔끔한 단편이라는 미덕에 충실한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덤불 속"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유명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 원작 중 하나. 영화는 소설 "라쇼몽"의 무대 설정에 이 "덤불 속" 서사를 혼합한 구조라고 하죠.

여러 증언을 통해 진상을 밝히려는 전통적 추리물 구조를 갖추고는 있으나, 끝내 진실이 밝혀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피해자 타케히로의 마지막 증언—빙의를 통해 전달된—때문에 더더욱 그러하지요. 다른 인물들이 모두 자기 이득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만큼, 피해자의 증언이야말로 진실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여지기는 하지만요.

발표 시기를 고려하면 독창적 시도였음은 분명하겠지만, 지금의 독자에게는 그 울림이 약합니다. 유명세에 비해 감탄할 만한 요소도 많지는 않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세 광인" - 오오사카 케이키치

이전까지 몰랐던 작가인데 정말 인상적인 본격물이었습니다. 망해가는 정신병원을 무대로 세 명의 정신병자가 등장하는데, 이들의 특징을 복선과 트릭에 훌륭히 녹여낸 솜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토록 복잡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 인물이 과연 피해자의 주요한 특징을 간과했을까? 라는 의문은 들지만, 워낙 본격물로의 완성도가 높아서 이 단편집 중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일본 추리소설의 저력을 느끼게 해주는 수작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꼭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진동마" - 운노 쥬자

화자인 "나"가 친구 카키오카 아키로의 기묘한 낙태 작전, 그리고 직후 닥친 폐질환에 대해 서술해나가는 이야기.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공명 현상을 이용해 자궁을 진동시켜 낙태를 유도한다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매우 참신했습니다. SF 작가다운 상상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카키오카의 폐와 여성의 자궁 크기가 유사하다는 우연, 이를 기반으로 범죄를 계획하는 화자의 전개는 억지스러웠습니다. 또한 탐정이 갑자기 등장해 모든 진상을 설명하는 방식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사망보험금 수령이라는 단서도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입니다.

아이디어는 뛰어났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구성과 전개가 부족한데 전문 추리작가가 썼다면 훨씬 좋은 결과물이 되었을 듯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는 누구를 죽였는가" - 하마오 시로

아내의 불륜 상대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된 인물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고, 그 차량 운전자가 바로 첫 번째 피해자의 형이었다는 내용으로 치밀한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반전에서 모든 사고가 우연이었음이 밝혀집니다.

다양한 복선(특히 자동차 교체)이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등, 여러모로 모범적인 범죄물 단편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국내에 작가의 장편인 "살인귀"가 번역되어 있다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네요.

2019/11/29

회색 인간 - 김동식 : 별점 2점

전문적인 글쓰기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꾸준히 업로드한 글이 인기를 얻은 덕분에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결과물입니다. 과거 하이텔 시기에나 존재했을 법한 이야기의 재림이네요. 올린 글의 분량만 따지만 거의 "태백산맥"에 육박한다니 그 열정과 노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러나 하이텔 시기 인기를 끌었던 "퇴마록" 등과는 명확히 다른 점은, 굉장히 짧은 꽁트, 아니 쇼트쇼트라고 불러도 무방한 이야기들이 표제작을 포함하여 무려 스물 네 편이나 수록된 단편집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한 편의 이야기로의 완성도가 부족한 탓입니다. 게다가 모든 이야기들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단점도 큽니다. 기묘한 설정, 그리고 그 기묘한 설정 때문에 인간들의 집단 이기주의나 탐욕이 생겨나 결국 파국을 초래한다는 결말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에요.
기묘한 설정이라도 재미있다면 괜찮지만, 그냥 기묘하다는 상황에만 매몰되어버린 이야기들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건물이 급작스럽게 식인 괴물로 변하여 밖의 사람들을 잡아먹는다는 "식인 빌딩", 인간이 녹았다가 다시 돌아오면 완벽한 컨디션이 된다는 기적의 물 정화수가 대유행한다는 "흐르는 물이 되어"가 대표적이에요.
또 기묘한 설정에 기댈 뿐,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가고 반전도 뻔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아우팅"에서 인류 모두가 인조인간이라는게 밝혀지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차라리 연구소 경비병들만 진짜 인간이었다는 반전이라도 넣어 주었어야 했어요. 그나마 조금 신선한 반전들도 대체로 기존 상식이나 그때까지의 현실을 반대로 뒤집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괜찮아 보여도 읽으면 읽을 수록 식상해 질 수 밖에 없어요.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에서 나이를 먹지 않게 만드는 영원의 구가 사실은 저주였다던가, "공 박사의 좀비 바이러스"에서 좀비 바이러스는 무적의 재생력을 안겨다주는 선물로 사람들은 다시 인간이 되려 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피노키오의 꿈"에서 피노키오의 소원이 인간이 되는게 아니라 건강한 소나무가 되는 것이었다는 결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반전이라도 있는 이야기는 조금 나은 편입니다. 특별한 반전 없이 인간미, 감동 쪽에 방점을 찍으려 노력한 이야기들은 더 엉망이에요. 표제작인 "회색 인간"이 대표적입니다. 1만여 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납치되어 땅을 파는 가혹한 노동에 시달립니다. 먹을게 부족해서 문화는 사치였지만, 어느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나타나 문화가 생겨난다는 결말입니다. 문화가 사라지면 인간도 아니라는 주제인데, 솔직히 억지스럽죠. 이런 상황이라면 집단이 생기고, 자체적인 법률이 생기는게 타당한데 그런 내용은 전혀 없이 그냥 살기 힘든 상황만 길게 묘사되는 것도 지루하고요. 가혹한 노동 환경에서도 추구하는 문화에 대한 욕구와 인간미는 "도박묵시록 카이지 외전 반장의 일일 외출록" 에서 훨씬 더 재미있게 잘 그려졌다 생각됩니다.
손가락 여섯개인 신인류를 낳게 만드는 비정상적인 계획이 비선 실세의 농간으로 밝혀진 후, 손가락 여섯개인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자는 생각이 모든 차별을 없앤다는 꿈같은 이야기도 황당하기 그지 없고요. 괴물이지만 또 인간이기도 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처럼 다른 작품들에서 흔히 접했었던 설정도 많습니다. 어설픈 풍자, 별 것 아닌 내용을 길게 늘려쓴 이야기도 눈에 거슬렸어요.

하지만 인터넷에서 널리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답게 반짝이는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무인도에 표류한 생존자들이 얼마 안 되는 식량을 노인에게 나누어주기를 거부하자 노인이 자신이 부자라면서 통조림을 500만원에 사겠다고 제의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무인도의 부자 노인", 신에게 소원을 빌 당사자로 선택되는 개인에게 닥치는 집단 광기를 설득력있게 보여준 "신의 소원", 노인을 가상 세계에 모신다는 발상이 그럴싸 했던 "디지털 고려장" 등이 그러합니다. 다만 문제는 이후의 전개가 뻔하고 결말의 반전이 억지스럽거나 작위적이거나 아예 없다는 단점은 그대로라는 점입니다 .

다행히 설정도 좋고, 전개도 괜찮으며 결말과 반전도 완성도 높은 보석과도 같은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 재활용" 입니다. 돈만을 위해 살아온 두석구가 딸이 교통사고로 죽자, 13일 내 시체 세 구를 섞어 넣으면 한 명이 부활한다는 주술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생존은 랜덤이라 딸이 살아나지 못하자 두석구는 전 재산을 투자해서 13일 동안 이 주술을 계속 시도하고요.
그런데 영혼들이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하고, 영혼들은 두석구의 딸 부터 영혼을 찢어발긴다는 마지막 반전이 아주 기가 막혔습니다. 두석구는 딸이 살아날 때 까지 주술을 시도할테니 영혼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딸부터 처치하는건 당연하니까요. 이를 고통스러워 하는 딸의 마지막 대사도 좋았고요.
쇼트쇼트로는 그야말로 완벽했던 작품으로 수록작 중에서 베스트입니다. 이 정도면 호시 신이치의 대표작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 합니다.

"보물은 쓸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도 평균 이상입니다. 정대리가 가진 보물인 쇠구슬은 손을 대면 비가 오게 만듭니다. 김대리는 이를 훔쳐내는데 성공하지만 그가 아무리 손을 대도 비는 오지 않습니다. 아내 역시 흐려지기만 할 뿐이고요. 그런데 아기가 손을 대자 지진이 발생하여 결국 집이 무너지고 맙니다. 원리는 비가 오는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날이 실현된다는 이야기지요. 기묘한 설정도 좋지만 제 생각대로 전개되지 않았던 덕분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세 모녀, 한 사내와 협곡에 갇힌 김남우가 극심한 굶주림 끝에 식량으로 희생될 사람을 뽑는 제비뽑기에 참여하는 "협곡에서의 식인"도 기묘한 맛 측면에서는 꽤 괜찮습니다. 김남우의 편인줄 알았던 사내가 놀랍게도 급작스럽게 김남우를 살해하는데, 알고보니 그들 4명은 모두 가족이었던 반전 덕분입니다. 김남우가 가족을 경계하고 오히려 위협할까 두려워 남인척 김남우 편에 섰다가 배신을 했던 거지요. 살아난 가족이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는다는 마지막 한 방도 묵직하고요.
아쉬운건 에이즈가 지금은 그렇게 위험한 병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좀 더 '천벌'에 가까운 병에 걸리는게 나았을 거에요. 그런 면에서는 "살인단백질 이야기"에 나왔던 프리온을 활용한 병이 어땠을까 싶네요. 식인으로 전염되고, 치사율 100%이니까요.

"지옥으로 간 사이비 교주"도 반전이 좋습니다. 사이비 종교 교주 두석구가 지옥에서 악마들의 부탁으로 죄인들에게 환생을 약속하는 환생교를 만들어 포교합니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 통제를 잘 하려는 악마들의 계획으로 생각하고요. 그러나 1년 뒤, 절대자가 강림하여 두석구를 찢어 발기고 죄인들의 희망을 끝냅니다. 죄인들에게 어설프게 희망을 주었다가 큰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결말인데 아주아주 그럴 듯 했습니다.

하여튼, 전체 평균해서 별점을 주자면 2점입니다. 모든 수록작 중 세네 편 정도가 중간 수준, 세 편 정도가 중간 이상, 한 편이 수작이고 나머지가 모두 기대 이하이니 이 정도가 적당해 보입니다. 반 타작도 하지 못한 셈이니 전반적으로 좋은 단편집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네요. 다음 권은 읽어볼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하면서, 전문적인 교육도 받지 않고 이런 이야기를 계속 창작하여 발표한 작가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등단도 한 만큼,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다음에는 보다 완성도있게 다듬어 발표해 주기를 바랍니다.

2015/02/25

먹는 존재 - 들개이빨 : 별점 2점

먹는 존재 1 - 4점
들개이빨 지음/애니북스

처음 시작은 전문가들이 등장하여 겨루는 배틀물의 하나로, 일종의 틈새시장이었던 요리 만화. 수십 년이 흐르는 사이 어느새 요리는 하나의 소재일 뿐, 요리를 즐기는 일상 속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형태로 변해갔죠. 그러면서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구루메 (미식가) 만화 버블 시대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만화 장르에서 일상툰이라는 형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라, 다양한 일상 속 요리만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팬이라고 이미 말씀드렸던 "오무라이스 잼잼"을 비롯해 "코알랄라", "수상한 그녀의 밥상" 등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죠. 이 작품도 그러한 흐름의 하나로, 요즘 시장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료 결제까지 하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평이 괜찮아 염두에 두고 있다가 설 연휴를 대비하기 위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위에서는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일상 속 이야기와 요리가 결합된 만화도 세 가지 분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상 속 드라마가 중심인 작품입니다. 요리는 그저 분위기 환기를 위한 도구일 뿐이며, 커피나 술, 책, 음악이어도 상관없을 작품들이죠. "심야식당"이 대표적입니다.
두 번째는 일상 속에서 맛보는 요리에 대한 소개가 중심인 작품. "고독한 미식가"가 그 예입니다.
세 번째는 음식에 대한 정보나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이 핵심인 작품으로, "아빠는 요리사", "술 한잔 인생 한입" 같은 경우죠.
이 작품은 이 중에서 첫 번째 분류, 즉 일상 속 드라마에 해당합니다. 주인공 유양이 못된 상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뒤떨어진 기획을 하는 회사에서도 쫓겨난 뒤, 한 추남 박병을 만나 사귀게 되는 등 파란만장한 청춘의 기록에 이런저런 음식들이 소소하게 얽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위에 소개했던 다른 작품들은 대부분 즐겁고 행복한 일상 이야기인데 비해, 이 작품은 불편하고 찜찜합니다. 주인공 유양이 필요 이상으로 거친 성격의 사회부적응자인 탓이 큽니다. 작가가 실제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에요. 
여기서 비롯되는 그녀의 돌출행동과 이를 야기하는 주변 인물들의 사고방식도 시대에 뒤떨어졌습니다. 어린 시절 치기 정도로 볼 수 없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너무 가득하거든요. 직장생활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인물이 혼자 창작을 하겠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없고요. 작화 또한 인디만화 스타일의 연필 드로잉으로, 카이지를 연상케하는데 솔직히 불편함이 더 컸습니다.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읽는 맛 자체는 괜찮습니다. 희극이나 비극이나 결국 방향은 하나라는 식으로, 애인도 생기고 절친도 생기고 원수와도 친구가 되는 등 유양이 어떤 식으로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또한 요소요소에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장면도 많습니다. 메밀국수의 표현 장면이 대표적이죠. “배고픔이란 질 낮은 양아치다”, “발기부전 영감 같은 처량한 맛”, “빵집에서 비싼 빵을 사는 자신을 자책하며, 미녀에게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졸부 3세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식의 명대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묘사는 많지 않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친구가 "훠궈"로 하나가 된다는 등의 이야기는 좋았어요. “초코파이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라는 방식을 유행시킨 공로는 인정할 만하고요.

하지만 스토리 라인이 기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기대했던 “일상계 요리-음식 만화”와는 거리가 멀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단행본 가격도 비싸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확인해보니 레진코믹스에서도 연재분을 무료로 모두 감상할 수 있어, 굳이 이 책을 돈 주고 샀던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완결편까지 모두 본 이상, 따로 책을 구입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04/05/12

poirot님 블로그에서 퍼온 25문 25답

25문 25답

01. 당신은 책을 좋아합니까? (좋든 싫든) 그럼 그 이유는 뭐죠?

☞좋아합니다. 부자의 법칙 중에 "책을 많이 읽어라! 그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어쩌구.." 하는 글귀도 있잖아요. 물론 전 부자가 아니지만....

02. 한 달에 책을 몇 권 정도 읽나요?

☞음.. 많이 읽으면 15권 이상, 적게 읽으면 4권 정도....

03. 특별한 독서 취향이 있다면?

☞추리 단편집의 광적인 팬입니다.

04. 가장 최근에 읽은 책과 현재 읽고있는 책은?

☞읽은 책: 피터 크레머 "U-333"
☞읽고 있는 책: 제임스 레스턴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

05.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어떤 거죠?

☞작가와 서지정보 정도랄까요...

06. 책은 사는 편인가요, 아니면 빌리는 편인가요? 빌린다면 어디에서 빌리죠?

☞사는 편이고 형이 사는 책을 공유하는 편입니다.

07. 특히 좋아하는 작가와 싫어하는 작가는 누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뭐고요? (장르 불문하고)

☞좋아하는 작가 : 좋아한다기 보다는 일본 작가들 책을 많이 읽습니다.
☞싫어하는 작가 : 아카가와 지로(!), 제임스 페터슨, 조갑제(!),

08. 특히 좋아하는 장르와 싫어하는 장르가 있다면 어떤 거죠? 그 이유는 뭐고요?

☞좋아하는 장르: 미스터리, SF, 역사물, 전기물, 잡다구레한 상식서적 들, "세계의 불가사의"류같은 장르들....
☞싫어하는 장르: 싫다기 보다는 순문학 장편은 지루하더군요. 그리고 성적인 묘사로 점철된 의미없는 장편 들....

09. 소설 속 인물 중에 특히 좋아하는 인물과 싫어하는 인물은 누구죠?

☞좋아하는 인물: 뤼뺑(!), 홈즈, 다아시경, 류젠이(불야성), 모스주임
☞싫어하는 인물: 가타야마 형사(^^) 딱히 기억이.....

10. 일반적인 책말고 만화책도 좋아하시나요?

☞광적입니다.

11. 만화책 중에서 인상깊었던 작품이나 작가를 꼽아본다면요?

☞추리만화는 거의 대부분 좋아합니다. 스포츠 만화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두 장르이외에 인상적인것은 초중반의 "베르세르크"(미우라 켄타로), "바나나 피쉬"(요시다 아키미), 아사리 요시토오 작품은 다 좋아하고요. TONO씨도 거의 전작품이 좋고..."현시연"이야 당근 좋아하고.. "갤러리 페이크"는 요새 관심있게 보고 있고..."도박묵시록 카이지" 중반부까지, "건담 Origin" (야스히코 요시카즈)도 관심대상이고... 너무 많군요. SKip!

12. 만화 속 인물 중에 특히 좋아하는 인물과 싫어하는 인물은 누구죠?

☞좋아하는 인물 : 너무 많아서...
☞싫어하는 인물 : 기억이....

13. 기억에 남는 대사나 문구가 있다면 말씀해보시겠어요?

☞"단순한 성욕보다 훨씬 고도의 지적활동이야!" (By 마다라메)

14. 특별히 게임, 영화 등 다른 매체로 제작됐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거죠?

☞"시민 쾌걸" 제작 진행중이라는데 왜 소식이 없는지...

15. 다른 매체로 제작된 것 중, 좋았던 작품과 나빴던 작품을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좋았던 것: 39계단 (히치콕영화), 올드보이, 스캔들 (최근 1년간만 쳐서요)
☞나빴던 것: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했던 아르센 뤼팽, "체포하겠어" 드라마 판, 소년탐정 김전일 영상버젼 (전부!). "퇴마록"(쓰레기), "모방범""39계단" (이 일본원작의 두 작품은 너무 영화가 재미없어서...) 등등등 엄청나죠....

16. 미스터리 소설 장르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실래요?

☞어렸을 적 팔았던 홈즈 단편 1편씩이 실려있는 단행본 문고 시리즈 (어디 출판사인지는 기억이 안나네요)를 하나씩 모으면서....

17. 그 당시 미스터리 소설 장르에 대한 느낌은 어땠어요?

☞홈즈 나이스!

18. 읽어본 것 중 가장 인상깊었던 미스터리 소설을 꼽아주실래요?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10개의 인디언 인형"

19. 읽어본 것 중 가장 최악이었던 미스터리 소설은 어떤 것이죠?

☞"미스코리아 살인사건" 글쓰기의 기본도 안 되어있는 작가가 장편을 내 놓다니...

20. 요즘의 미스터리 소설 시장에 대해 어찌 생각하세요?

☞팬들의 사랑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21. 최근 읽은 작품 중 괜찮다 하는 미스터리 세 편을 꼽아보시겠어요?

☞ "얼굴에 흩날리는 비"-기리노 나츠오, "바리바"-모리스 르블랑, "엘러리 퀸의 모험"-엘러리 퀸

22. 미래의 미스터리 소설 장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밝지 않나요?

23. 게임, 영화 등등 소설 외 미스터리 장르 중 좋았다 생각하는 것을 꼽는다면?

☞ "QED" 최고!

24. 특별히 추천하는 게임을 들어보실래요?

☞ WWE SMACK!DOWN, 하지만 주로 하는 것은 워크래프트3 입니다.

25. 기획 중이거나 집필 중인 소설이 있나요? 있다면 소개를 해주실래요?

☞ 한국형 안락의자 탐정이 나오는 소설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습니다. "지식검색 탐정" 하하하!

2024/05/25

내가 읽었던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분석

제 멋대로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라고 이름 붙힌 장르가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힘(또는 조직)에 의해 모인 뒤 보상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의 작품을 뜻합니다. 특별한 게임에서 이기거나,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정해진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게임, 혹은 찾아내야 하는 특별한 조건이 재미의 핵심입니다. 아래의 조건들을 충족시키면, 누가 뭐래도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1. 게임, 혹은 특별한 조건은 참가자들 모두에게 합리적이고 공평한가?
  2. 게임, 혹은 특별한 조건은 독자도 쉽게 이해해서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는가?
  3. 게임, 혹은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걸작은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첫 에피소드인 '한정 가위바위보'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2번과 3번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1번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지요. 운과 체력이 중요한 게임이 많으니까요.
이 기준으로 제가 읽었던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소설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영화와 만화도 많지만 그런 작품들은 워낙에 유명하니.... 작품별 상세 리뷰는 링크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미야베 미유키
  • 누가 모이는가? 죄를 지은 여섯 명의 사람들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생존,유일한 생존자만 가능.

"거울 속 외딴 성" - 츠지무라 미즈키
  • 누가 모이는가? 왕따를 당하는 일곱 명의 아이들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 줌, 조건은 정해진 시간 내에 소원의 방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아낼 것.

"앨리스 살인게임" - 가코야 게이이치
  • 누가 모이는가? 가상 공간 '앨리스'에 갇힌 사람들.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생존, 조건은 다른 생존자들을 죽일 것.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 누가 모이는가? 일주일간 진행되는 실험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12명.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돈. 살아남으면 복잡한 조건에 따라 돈을 수령하게 됨.

"살해하는 운명카드" - 윤현승
  • 누가 모이는가? 게임의 승자가 되면 거액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참가한 5명.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돈. 각자 받은 운명 카드의 운명을 거스르면 승리.

"24시간 7일" - 짐 브라운 : 별점 2점
  • 누가 모이는가? 미국 방송사 리얼리티 쇼 참가자 12명.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생존, 조건은 시청자들 투표를 통해 살아남을 것.

"크림슨의 미궁" - 기시 유스케
  • 누가 모이는가? 아르바이트에 응모한 10명의 플레이어
  • 보상과 조건은? 보상은 상금 500만엔. 조건은 유일한 생존자가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