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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3

연쇄살인범 지도 매핑 - 브렌다 랠프 루이스 / 이경식 : 별점 2점

연쇄살인범 지도 매핑 - 4점
브렌다 랠프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휴먼앤북스(Human&Books)

이런 류 연쇄살인범 관련 논픽션은 그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꾸준히, 많이 읽어왔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애호가로서의 흥미, 그리고 창작을 지망하는 사람으로서 자료 및 아이디어 확보 측면에서 말이죠. 허나 세계적인 연쇄살인마가 흔한 것도 아닌만큼 몇권 읽으면 충분하기는 합니다. 특히나 미국에서 발표된 책이라면 미국 중심이기에 미국의 유명 살인마들 - 에드 게인테드 번디, 샘의 아들, 나이트 스토커 등등 - 은 이제 지겨울 정도로 많이 알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제목 때문입니다. 연쇄 살인범의 범죄 행각을 지도에 매핑했다는 제목에서 뭔가 색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거든요. 미드 <넘버스>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수학자 동생이 무작위로 보이는 범죄 행위가 실제로는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수학이론을 통해 밝혀내고 (범인이 범행 장소와 자신과의 연관성을 숨기기 위해 무작위적으로 범행 장소가 바뀌지만 이러한 무작위는 외려 작위적인 수열을 형성하므로 그 시작점을 수학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 범인이 어디 있을지 추론하던 에피소드였죠.

그러나... 지도 매핑은 그냥 범죄 행위를 지도에 그려놓은 것일 뿐이라 실망스러웠습니다. 지도가 실려있을 뿐 연쇄살인범들과 그들의 범죄행각을 요약해서 소개해주는 방식은 다른 책들과 대동소이해요.
물론 이 책만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도가 별 정보를 전해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없는 것 보다는 당연히 있는 것이 낫고 그 외의 도판들, 예컨데 피해자 사진들이 조금 더 많이 수록되어 있는 점도 괜찮았어요.
무엇보다도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비키니 살인마 찰스 소브라즈, 트럭 운전사 연쇄 교살범 폴커 에케르트 등의 연쇄살인마들이 수록되어 있는 점에서는 나름 가치가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씌여졌기에 최근의 범죄, 배낭여행객 살인자 이반 밀라트나 유명한 사건이었던 워싱턴의 저격수 존 앨런 무하메드와 리 보이드 말보, 베르사체 저격범 이야기가 실려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얼마전 보았던 영화 <툼스톤>의 원작 <무덤으로 향하다>의 범인들 모델로 생각되는 싸이코패스 컴비인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 살인마 비태커와 노리스 이야기도 충격적이고 놀라왔습니다.


다른 책들에 비해 소설처럼 조금 더 생생하게 쓰여진 것과 체포와 수사 과정 및 범인들이 체포된 이후 사법거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던가, 사형을 기다리고 있다던가, 사형을 당했다던가, 아니면 놀랍게도 해당 국가의 형법이 정해져 있어서 석방되었다던가! (안데스의 괴물 페드로 로페즈) 등의 후일담까지 꼼꼼한 것도 특징입니다. 이반 밀라트 차에 탔던 영국인 여행자가 가방과 여권을 모두 버려두고 달아난 사례처럼 적극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 경우 의외로 살아난 경우가 많거나, 최소한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경우가 많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허나 장점보다는 제목에 낚인 듯한 기분도 크며 내용도 아주 새롭거나 하지는 않아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제 이런 책은 좀 많이 지겹습니다...

그나저나 외국 살인자들은 자칭이건 타칭이건 별명이 있는데 참 기묘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별명을 붙이면 장난스럽다고 엄청 공격받을 것 같은데 말이죠. 국가마다 문화가 달라서 그런 걸까요?

2005/06/22

마지막 파티 - 윌리엄 캐츠 : 별점 2.5점

마지막 파티 윌리엄 캐츠 지음, 정태원 옮김/고려원(고려원미디어)

사만다는 꿈에 그리던 남자인 남편 마티를 만나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결혼 1년차의 주부. 그녀는 남편의 다가오는 생일을 맞아 기억에 남을 파티를 준비하려고 남편의 과거 학교 친구와 은사를 초대하려 하나, 그때부터 남편의 과거가 다 거짓이고 자신이 알고있는 남편 마티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편 해마다 12월 5일에 벌어지는 "캘린더"살인마로 불리우는 인물에 의한 연쇄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스펜서 크로스 경감은 우연히 입수한 사만다의 신고 파일을 통해 마티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수사에 착수하는데...

고려원 미스터리에서 출간된 연쇄 살인마를 다룬 서스펜스 스릴러물.

남편의 과거에 대한 거짓을 깨닫고, 조사가 거듭될 수록 남편의 무서운 과거가 드러난다는 설정은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죠. 이야기의 전개 역시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스릴러의 포맷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고요. 내용도 수사과정에 많이 치우쳐져 있으며 범인과 진상 역시 비교적 쉽게 드러나는 편이라 추리적인 요소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드러나는 진상과 연쇄살인과 연계된 스토리 구성은 제법 짜임새있고 흥미진진합니다. 작가가 독자를 사로잡는 포인트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사만다의 남편의 과거에 대한 추적과 살인마가 서서히 마각을 드러내는 과정이 교차되어 전개되는 부분이 특히 탁월하며 사건에도 12월 5일이라는 일종의 "시한 장치"가 있다는 설정이 아주 돋보였어요.
무엇보다도 후반부에 2번의 반전으로 진부함을 상쇄시켜 주고 있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좀 뻔한 이야기 전개에 의외성과 재미를 부여해 주는 요소로 잘 활용되고 있거든요. 특히 그야말로 의표를 찌르는 첫번째 반전이 아주 좋더군요. 두번째 반전은 사실 예측 가능한, 좀 뻔하고 안일한 설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지니까요.
그 외에도 남편의 정체를 궁금해 하며 고민하는 사만다와 연쇄살인마의 심리묘사 디테일도 상당한 수준이라 이래저래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전형적이고 작위적이라는 단점은 있으나 최소한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2009/07/15

하숙인 (the Lodger) (2009) - 데이빗 온다치 : 별점 3점

하숙인 - 6점
알프레드 몰리나, 데이빗 온다치/소니픽쳐스

별채에 하숙을 운영하는 엘렌에게 말콤이라는 하숙인이 나타난다. 그리고 시내에서는 7년전과 동일한 잔혹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7년전에 범인을 체포했던 매닝형사는 범인이 아닌 사람을 사형대로 보냈다는 것 등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다시 수사를 책임진 매닝은 범인이 영국의 전설적 연쇄살인마 "잭더리퍼"의 수법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지만 외려 그런 그의 수사를 통해 경찰 수뇌진은 매닝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된다. 한편 엘렌은 하숙인이 연쇄살인마일지도 모른다는 여러가지 증거를 잡지만 하숙인에게 마음이 끌려 주저하게 되는데...

히치콕 감독의 1944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원작은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네요.

어쨌건 좋은점 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의 정해진 길을 잘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범인이 과연 누굴까? 라는 긴장감과 더불어 주인공에게 닥치는 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상당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시각적으로 잔인한 묘사가 많은 요사이 영화들에 비해서 살해 장면들은 그다지 잔인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지만 섬뜩한 앵글과 효과로 분위기를 잡아가는 것도 마음에 들더군요. 그래, 이런게 히치콕 스타일이야! 마지막으로 반전 영화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2번의 반전이 연속적으로 등장합니다. 어떻게 보면 좀 예상대로 흘러가는 반전이고 반전 두개 중 한개는 확실히 수비범위 안이긴 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반전이라 마음에 듭니다.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 이야기에 아주아주 잘 어울리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첫번째 반전에서 엘렌의 마지막 대사는 정말 인상적이었고요.

하지만 또 아주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는게 단점도 많이 있습니다. 일단 "잭더리퍼"까지 끌어들인 각본이 좀 혼란스럽습니다. 그냥 잔인한 연쇄살인마라고 하면 돼지 구태여 이런 도시괴담스러운 이야기를 꼭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거든요. 범인을 특정하거나 잡는것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특색있는 살인마 캐릭터를 위한 곁가지 이야기일 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야기의 중요한 축의 하나인 매닝형사가 궁지에 몰리는 과정도 그다지 매끄럽지 못한 등 뒤로 가면 갈수록 극의 밀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쉽네요. 반전은 괜찮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의 설득력이 빈약해진달까요? 마지막 타겟이 매닝형사 딸로 설정된건 그야말로 코미디고요.

무엇보다도 감독이 10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인데 흡사 대학을 갓 졸업한 영화학도가 만든 작품이라 생각될 정도로 불필요한 기교가 난무합니다. 아무런 의미없는 쓰잘데 없는 줌인트랙아웃이나 스텝프린팅, 필름 빨리 감기 등 기교의 과잉으로 외려 영화가 더 정신없어졌어요. 앞서 말한 좋은 점 중 하나인 "살해 장면" 정도로만 기교를 부렸다면 딱 좋았을텐데 말이죠. 촬영감독이 "쏘우" 시리즈 감독이라는데 좀...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래도 주말 한때 시간을 보내기에는 적절한 수준의 서스펜스와 재미는 전해주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야말로 기대한 만큼의, 딱 그 수준에 맞춰진 영화였어요. 요새같은 장마철 비오는날 보면 딱 어울릴 것 같네요.

2014/12/15

반가운 살인자 - 서미애 : 별점 2점

반가운 살인자 - 4점
서미애 지음/노블마인

한국의 여성 추리 작가인 서미애의 단편선입니다. 일상계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들로 총 1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표제작이 영화화되기도 해서 궁금하던 차에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이야기들의 설득력이 부족해서 감정이입이 힘들었던 탓입니다. 거의 모든 작품들에서 천편일률적인 똑같은 심리 묘사가 등장하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누군가에게 살의를 품은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모두 다른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똑같습니다.

아울러 작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도 잘 모르겠어요. 정통파 본격 추리물도 아니고, 기묘한 맛의 반전물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굳이 분류하자면 범죄가 테마인 드라마가 대부분인데 그렇게 접근하기에는 묘사력이나 깊이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도진기 작가의 작품집처럼 최소한 한두 작품이라도 아주 뛰어난 작품이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도 않고요.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입니다. 정통 추리물이나 스릴러 애호가분들께 상기의 이유로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가운 살인자"

보험금 때문에 사고로 죽어야 하는 가장이 자신을 죽여줄 연쇄살인자를 찾아다닌다는 내용입니다. 

솔직히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지요.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사고로 위장한 자살을 연구하는 게 당연합니다. 연쇄살인마가 어디서 나올 줄 알고 헤매고 다닙니까? 그거 쫓아다니면 오히려 운동이 되어서 더 오래 살겠네요. 아울러 재미를 위해서라면 연쇄살인자의 정체라던가, 이야기의 흐름에서 반전이 한번 정도 나와줬어야 합니다. 

영화화가 되었다고 해서 잠깐 조사해보았는데, 사뭇 다른 각색으로 제작된 것 같더군요.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연쇄살인마를 찾아다니는 백수가 연쇄살인마로 몰린다는 영화의 설정이 더 나아 보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남편을 죽이는 방법에 골몰하던 주부가 실제 남편이 죽은 것을 알고 당황하다가, 완전범죄 이야기로 넘어가는 작품입니다. 정신과 의사와 주인공의 관계가 드러나면 꼬리가 밟힐게 뻔해서 잘 짜여진 이야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수록작 중에서 추리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작품입니다. 나름 반전이 있다는 점도 괜찮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냄새 없애는 방법"

냄새에 민감한 여주인공이 이웃집의 개 때문에 이성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런데 주인공부터 정상이라 하기 힘들 정도로 예민해서 감정이입하기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보면 거의 초능력 수준으로 묘사되는데, 이럴 거면 슈퍼히어로물을 만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또 공동주택에 살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 있는 게 당연한 상식이며, 단지 6개월치 월세를 선불로 주었다고 이사를 고려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피냄새를 지우는 방법을 알게 된 204호 남자가 덕분에 연쇄살인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반전이 있기는 한데 대단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딱 하나, 남자의 이름이 "유영철"이라고 밝혀지는 정도만 괜찮았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살인 협주곡"

부부가 서로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으로 앞서 이야기한 천편일률적인 심리묘사가 이어져서 지루합니다. 서로 미워하는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왜 이혼 같은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는지도 설명되지 않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차라리 블랙코미디로 풀어나가는 게 나았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이전에 읽었던 "완벽한 부부"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완전범죄를 계획하다가 둘 다 죽는다는 걸작 단편과 굉장히 유사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에필로그까지 완벽했던 해당 작품과 비교할 때 완성도도 더 낮아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정글에는 악마가 산다"

파파라치로 돈을 벌려는 찌질이에게 닥친 가혹한 현실을 다룹니다.

최근 이슈인 수원에서 발견된 토막 살인 사건과 약간 겹쳐지는 부분이 조금 있어서 신기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공통적인 문제는 여전합니다. 장기 밀매를 하는 범인들이 시체를 서툴게 처리한 이유, 주인공이 사건의 핵심에 접근할 때 무방비로 접근하는 이유 등 설명되지 않는 것도 너무 많고요. 채팅 프로그램이 트리거가 된다는 아이디어 하나만 신선했을 뿐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숟가락 두 개"

평생 중 교도소 생활이 더 길었던 전과자와 벙어리 아가씨가 가족이 된 뒤 벌어진 가혹한 현실을 다룬 일종의 드라마입니다. 김성종 선생님의 "어느 창녀의 죽음"이 떠올랐는데, 약간 억지스러운 감동 외에는 별다른 반전이나 극적 요소가 없어서 감히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뻔하기도 했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녀만의 테크닉"

친구가 자기의 남자를 빼앗았다고 생각한 여인의 납치극으로 시작되어, 다중인격 백합물로 끝나는 이색작입니다. 아무런 복선 없이 급작스럽게 진상이 드러나는 구성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광기 묘사도 별로 새롭지 않았고요. 차라리 완벽한 서술트릭물로 꼼꼼하게 작업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비밀을 묻다"

불륜 관계였던 친구 남편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프리랜서 방송작가의 이야기. 촬영 테이프에 찍힌 자동차 번호판과 친구의 지인은 별로 중요한 단서로 생각되지 않으며,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인 아내의 친구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설명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그나마 조금 괜찮았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경계선"

왕따와 원조교제 소녀의 기이한 교제와 학교 일진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다룬 작품입니다. 핸드폰을 숨겨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반전은 괜찮았지만 그 외의 요소는 사족에 불과합니다. 원조교제 소녀는 당췌 왜 나왔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콩가루 집안의 설정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작품과는 별 상관없는 내용이었으니까요. 가족관계의 회복을 그린 것도 아니고... 뭔가 다른 미디어믹스를 노린 티도 너무 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거울 보는 남자"

살인자의 관상이 따로 있다는 뻔한 아이디어를 현대적으로 풀이한 설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전개의 비약이 너무 심해서 마음에 들지 않네요. 교수의 분노나 주인공의 범죄가 딱히 설득력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요. 좀 더 짧고 임팩트 있게, 서늘하게 써야 했을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14/09/17

낮비 1~6 - 후루야 미노루 : 별점 2.5점

너무나 외롭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무것도 없는 하루하루에 불만인 주인공 오카다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직장 동료 안도에게 말을 걸고,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안도가 짝사랑하는 유카와의 만남, 그리고 유카를 죽이려는 연쇄살인마이자 고교 동창 모리타의 등장...

후루야 미노루의 우울 + 심각 계열 작품으로 전작인 "시가테라"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루저에 가까운 주인공에게 미모의 여자친구가 먼저 대시한다는 판타지, 고교 동창인 사이코패스와 주변 인물들로 인해 본의 아니게 이상한 상황에 처한다는 이야기 구조가 거의 판박이거든요. 왕따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고요.

그러나 "시가테라"와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가테라"의 주인공 오기노는 왕따 피해자라서 핵심 사건에서 주변에만 있기 힘든 탓에 이런저런 일에 계속 휩쓸리는데 반해, 이 작품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 커플인 오카다와 유카의 연애담과 비일상적인 연쇄살인마 모리타의 살인 행각이 분리되어 교차 전개(물론 나중에 합쳐지지만)된다는 점입니다. 오기노 캐릭터의 평범한 부분과 피해자 부분을 둘로 나눈 셈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오카다와 유카 커플, 그리고 안도가 등장하여 양념을 쳐주는 일상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의 이야기가 재미있다기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고집하는 상남자 안도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이나중 탁구부", "그린힐"에서 보여주었던 작가의 개그 센스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도 하고요. 안도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이 나와도 참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에 반해 모리타의 폭주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환상을 확실히 깨준다는 측면에서는 성공하고 있으며, 막판까지 사이코 범죄물로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맛도 있지만 너무나 몰상식한 연쇄살인마로 묘사되기에 과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시가테라" 정도로—인터넷에서 우연히 만난 꼴통이 살인마더라, 중퇴당한 고교 동창은 야쿠자가 되었더라—마무리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아니면 차라리 모리타가 오카다와 유카를 살해하는 데 성공하고 끝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무계획으로 막 나가는 모리타가 유일하게 목표하고 계획한 것이 바로 둘의 살해인데, 다른 우발적인 살인은 잘도 저지르면서 정작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던 탓입니다.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우리네 인생살이를 풍자한 걸까요?
마지막으로, 모리타가 학생 때 자신이 비정상임을 깨닫고 오열하는 장면, 그리고 그의 체포로 이어지는 마무리는 솔직히 좀 의아했습니다. 갑자기 '모리타도 인간이었던 적이 있었다'는 메시지가 이 작품에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뜬금없기도 했고요.

그래도 "시가테라"보다는 마무리가 깔끔할 뿐더러 나름 해피엔딩—어쨌든 오카다 커플은 목숨을 건지고, 안도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여성이 생기고, 모리타는 체포되니 만큼—이라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하나로 묶이게 되는 구성도 괜찮았고요. 두 작품의 장점만 하나로 합쳤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오카다와 유카의 미래에 행복만 있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칩니다.

2024/08/07

키스 더 걸 (1997) - 게리 플레더 : 별점 1.5점

알렉스 크로스의 조카 나오미가 납치되었다. 범인은 젊고 아름다우며 능력있는 여성들을 연달아 납치하는 '카사노바'였다. 알렉스 크로스는 '카사노바'를 잡기 위해 관할이 아닌 노스캐롤라나 더램으로 향해 수사팀에 합류했다. '카사노바'에게 납치되었다가 탈출에 성공한 여의사 케이트의 도움이 수사에 큰 힘이 되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본 1997년도 영화. 제임스 패터슨의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 중 한 편을 영화하였습니다. 원작 소설은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군요. 리뷰도 올리지 않았고요. 그래서 처음 보는 작품처럼 볼 수 있었습니다.

대체로의 제임스 패터슨 작품이 그러하듯, 전형적인 헐리우드 범죄 스릴러입니다. "양들의 침묵" 이후 대 유행했던 천재 연쇄 살인마와 수사관의 대결이 뻔하게 펼쳐집니다.
그래도 몇 가지 차이점을 두어 변주를 꽤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범인 '카사노바'가 연쇄 '살인마'는 아니고, 사랑을 갈구하여 여성을 납치하는 연쇄 '납치마'라는 점입니다. 이게 꽤 중요합니다. 납치한 여성들을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경찰이 알아내지 못해서, 알렉스 크로스를 비롯한 경찰이 용의자를 추격할 때 쉽게 총격을 가하지 못하게 되거든요. 혹여 죽기라도 하면, 납치된 여성들이 굶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서부(LA)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쇄 살인마 '젠틀맨'과 '카사노바'는 동일인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명이라는 진상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헐겁습니다. 알렉스 크로스가 FBI에게 알리지 않고 케이트와 루돌프 검거에 나서 그를 놓친다던가, '카사노바'의 은신처에 대한 단서를 얻은 뒤 둘이서만 찾아나서는 것처럼 알렉스 크로스와 케이트 컴비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비합리적인 전개도 많습니다. 루돌프가 범인이라는걸 케이트가 확신한 이유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루돌프는 범인의 지인이었을 뿐인데 말이지요. 카사노바가 은신처를 손에 넣은 방법도 모르겠고요.
'카사노바'가 생각보다 별로 뛰어난 범죄자가 아니며(증거를 계속 남김), 하는 짓도 뻔하기 그지없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덕분에 대결 구도는 초반부를 지나면 제대로 펼쳐지지 못합니다. 액션이 별볼일없는데 두뇌 싸움도 없으니, 영화가 재미가 있을리가 없지요.
경찰이 '카사노바'였다는 반전도 지금 보기에는 너무 시대에 뒤떨어졌습니다. "범죄도시 3"에서도 써먹을 정도로 널리 퍼진 설정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앞서 별다른 비중도 없던 인물이 갑자기 범인이라고 등장하는건 뜬금없었습니다. 반전에 집착한 나머지, 합리성을 결여한 결과랄까요.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모건 프리먼은 알렉스 크로스와 별로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포르쉐를 타고다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의사이자 형사인 인물에는 좀 더 섹시(?)한 배우가 나았을 겁니다. 애슐리 쥬드가 연기한 케이트와의 관계 설정을 위해서도요. 영화에서는 거의 부녀 관계처럼 보이더라고요.

건질 장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알렉스 크로스가 케이트에게 투여된 약물의 출처를 조사하여 LA의 의사 루돌프가 수상하다는걸 알아내는 장면, 마지막에 경찰 서명과 카사노바 서명을 비교하여 정체를 알아채는 장면은 추리적으로 볼만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역시 저는 제임스 패터슨과는 안 맞는 듯 합니다.

2008/07/19

GOTH - 오츠 이치 / 권일영 : 별점 2점

GOTH 고스 - 4점
오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학산문화사(단행본)

오츠 이치의 단편집입니다. 이전에 읽었었던 "ZOO"와 다른 점은 동일 캐릭터로 이루어진 연작 작품들 이라는 것으로,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네요.

쟝르는 "ZOO"나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과 같은 호러 단편집으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추리적인 요소를 작품에 많이 도입했다는 점은 추리 애호가로서 반가운 부분이었습니다. 제 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다고 광고를 하고 있기도 했고 "ZOO"에서도 접했던 오츠 이치의 추리물은 꽤 완성도가 높았기에 기대가 컸었는데 정통 추리물은 아니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곳곳에 적절하게 사용되는 편이고 정보의 제공도 공정한 편이라 본격물은 아니지만 추리물로서 즐기기에 충분한 수준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6편 중 추리물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은 반 정도밖에는 안되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추리적인 요소만 놓고 봤을 때 작품들 중 베스트는 역시 "암흑계 Goth" 를 꼽겠습니다.

그러나 단편집 전편에 걸쳐 등장하는 작품의 주인공인 "나"와 친구 "모리노 요루", 두명 모두 죽음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을 품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시종 설정이나 여러 묘사를 볼 때 역시나 오츠 이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질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솔직히 이상성격도 어느 정도여야지 이 정도 설정이라면 거의 판타지나 다름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비현실적인 인물들이었거든요. 실제 일본의 사회 분위기가 이런 캐릭터들이 현실적으로 용납되는 사회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장도 어느정도여야죠.... 부수적으로 특유의 적나라하며 잔인한 묘사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더군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별점은 제 개인적 기준으로는 2점입니다. 본격물로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호러물로 보기에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는 적나라한 피떡 묘사만 난무하는 알맹이 없는 작품이었거든요. 잔인한 묘사가 없이 추리 부분을 약간만 보강했더라도 충분히 괜찮은 추리 단편집으로 성립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나저나, 작품을 2개나 읽었는데 이 작가가 왜 천재라고까지 불리우는 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군요. 장편을 읽어봐야 하나?
그리고 잔혹성으로 문제가 된 듯 한데, 최소한 19금 딱지는 붙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암흑계 GOTH
"나"는 의외로 공통의 취미를 가진 것을 알게되어 친해진 "모리노 요루"가 연쇄 엽기 살인마에게 납치된 것을 알게된다. 유일한 단서는 모리노가 주웠던 연쇄살인마의 수첩. 수첩을 단서로 "나"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데..
주인공들의 인물 설정이 등장하는 첫번째 단편입니다. 연쇄 살인마가 누구인지를 알게되는 추리 자체는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높지만 연쇄 엽기 살인마의 범행 자체가 불필요할 정도로 잔인해서 작품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2. 리스트 컷 사건 Wristcut
사람들의 손을 잘라가는 엽기 범죄가 일어나는데 "나"는 우연한 기회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주인공이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게되는 과정이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네요. 단서가 너무 적었거든요. 결론을 도출해나가는 추리 자체는 말이 되긴 하는데 지나친 비약이라 생각되고요. 주인공의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를 보여주는 약간의 섬뜩한 결론 빼고는 별로 건질게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추리물로 보기에는 2% 이상 부족한 작품.

3. 개 Dog
마을에 애완동물 실종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나"는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조사를 시작하고 얼마 뒤 여동생의 덕분에 애완동물들의 시체가 버려진 구덩이를 발견하게 된 것을 계기로 사건의 전모를 깨닫게 된다.
이 작품집에 속한 작품 중 가장 서정적인 작품입니다.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의 단편 중 하나인 "소녀의 기도"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결말은 보다 해피엔딩이긴 합니다. 그런데 "나"라는 캐릭터의 설정이 이 작품에서만 좀 다르다는 점, 그리고 추리라는 요소는 없어서 별로 건질건 없네요. "나"는 방관자일 뿐일텐데 말이죠....

4. 기억 Twins
모리노는 불면증에 걸린다. "나"는 그녀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목에 걸 끈"을 찾다가 그녀가 쌍둥이였고 그녀의 동생이 목을 메고 자살했다는 과거 이야기를 듣는다. 사건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그녀의 고향집을 찾은 "나"는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게된다.
음.. "ZOO"의 "카자리와 요코"와 조금은, 아주 조금은 비슷한 설정이랄까요? 진상을 알게 되는 몇가지 단서와 추리는 좋았습니다만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나름 잔잔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마음에 들었지만요.

5. 흙 Grave
사람을 생매장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범인. 그가 다음 타겟으로 납치한 것은 여고생 소녀였다. 그러나 납치 후 자신의 수첩이 없어진 것을 알게된 그는 패닉에 빠지고 다시 사건 현장으로 찾아가게 된다.
시점이 주인공 "나" 에서 연쇄 살인범인 범인의 시점으로 이동한 단편입니다. 시점의 이동이 크게 중요한 작품은 아니지만 범인의 심리묘사는 제법 그럴듯 했습니다. 또 "수첩"을 기반으로 하여 전개되는 추리의 과정들도 괜찮았고 마지막의 결말도 아주 깔끔했습니다. 우연에 기반한 설정이 좀 있긴 했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6. 목소리 Voice
엽기적으로 살해된 키타자와 히로코 사건이 발생한 이후, 히로코의 동생 나츠미에게 스스로가 범인이라고 밝힌 고등학생이 나츠미에게 히로코 최후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 테이프를 전해준다. 테이프에 이끌려 나츠미 역시 마지막에 사지(死地)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마지막 작품으로 주인공과 키타자와 나츠미, 다시 주인공으로 세번 시점이 이동하는 작품입니다. 시점 이동이 가장 중요한 트릭으로 사용된 서술 트릭물이기 때문인데 좀 뻔한 트릭이라 사실 중간에 알아낼 수 있긴 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끝나는 결말 덕분에 작품이 괜찮게 마무리 된 것 같긴 하네요.

2019/01/19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 나카야마 시치리 / 김윤수 : 별점 2.5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 6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북로드
아래 리뷰에는 진범,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엽기적인 살인 범죄가 잇달아 일어났다. 사건 담당 형사 고테가와는 과거 성범죄 등을 일으켰던 우범자 수사 중 알게 된 우범자 도마 가쓰오와 그의 보호 관찰관 우도 사유리와 친분이 생겼지만 우도 사유리의 아들 마사토가 세번째 피해자로 발견되었다. 피해자들의 성이 아-에-이.. 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급기야는 우범자 명단을 내 놓으라며 경찰서까지 습격했다. 시민의 습격을 막던 고테가와는 시민들이 도마 가쓰오를 노린다는 우도 사유리의 전화를 받고, 그를 구하려 반장 와타세의 도움을 받아 경찰서를 나서는데...

저자인 나카야마 시치리는 2010년 "고노미스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대상을 받으면서 데뷰한 작가입니다. 이력을 봤더니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쏟아내었더군요. 하지만 잘 모르는 작가이고 제목도 전혀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던 차에, 어디선가 괜찮은 작품이라는 리뷰를 얼핏 보고 출장 중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괜찮은 부분이 많네요. 우선 엽기적인 범죄극에 형법 39조에 대한 비판이 곁들여져 사회파스러운 느낌을 주는게 좋습니다. 저 역시도 최근 일어나는 흉폭한 범죄에 대해 더 강하게 단죄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범인이 심신 미약이었다던가, 단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형을 경감해준다는건 말도 안되니까요. 짐승은 짐승답게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병자들이 회복해서 사회에 복귀하는걸 막자는건 아니지만, 그들의 회복을 지원하고 기다려주는건 죗값을 치룬 다음이어야 합니다.
이 작품은 절대로 회복되지 않고 다시 살인마로 돌변하는 정신 이상자와 그들의 끔찍한 범행 묘사를 통해 이에 대한 메시지만큼은 확실하게 전해줍니다. 참고로 제목의 "개구리 남자"는 범인이 개구리를 잔혹하게 가지고 노는 어린 아이처럼 사람을 죽이고 다녀서 붙여진 별명인데, 그만큼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범행이 이어집니다.

전개도 탄탄하고 세련된 편입니다. 대표적인게 도마 가쓰오와 이름이 비슷한 나쓰오라는 소년의 과거 일화를 조금씩 소개해주면서 도마 가쓰오가 범인이 아닐까? 라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어주는 과정입니다.
물론 나쓰오가 저지른 미카 살인 사건은 이미 앞부분에서 도마 가쓰오의 범행으로 소개된 '교살'이 아니라서 나쓰오는 도마 가쓰오가 아니라는게 밝혀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미카 사건 직후, 시민의 한노 경찰서 습격이 몰아치기 때문에 고테가와가 도마 가쓰오의 집에서 그가 범인일 수 있다는 증거를 포착한 뒤 도마 가쓰오와 생명을 건 사투로 이어지는 과정은 위화감없이 진행됩니다. 경찰서 습격 장면 묘사는 그만큼 임팩트가 넘쳐서 독자가 딴 생각을 하기는 힘든 덕분입니다.

추리적으로도 비록 본격물 수준의 대단한 트릭이 사용된건 아니지만 범죄 스릴러물로서의 완성도는 충분합니다. 특히 도마 가쓰오가 범인이었다고 마무리되는게 아니라 이 뒤에도 무려 두 번이나 반전!이 더 있다는게 돋보입니다. 단지 깜짝 반전이 아니라 나름대로 설득력도 높습니다.
첫 번째 반전은 우도 사유리가 진범이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근거도 충분히 설명됩니다. 네 번째 피해자 에토 가즈요시가 남긴 물어 뜯은 듯한 상처, 그녀가 과거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는 묘사, 보험금 등 받을 수 있는 돈과 그녀의 주택 대출금이 일치한다는 등 여러가지 복선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나쓰오였다는 진상은 살짝 서술 트릭 느낌도 들고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부상을 입은 채 우도 사유리와 맞서 싸우는 고테가와에 대한 묘사는 "검은 집"의 절정부가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마지막 반전인 오마에자키 교수가 흑막이었다는 결말도 좋습니다. 이 쪽은 증거보다는 형법 39조에 대한 복수라는 동기가 와 닿은 덕입니다. 우도 사유리와 같은 단순히 "돈" 이라는 측면 보다는 훨씬 그럴듯했고, 사회파 소설다운 느낌을 전해주어서 괜찮더라고요. 결국 풀려나게 된 도마 가쓰오가 자신이 "개구리 남자" 임을 자각하고 아-이-우-에-오 순으로 오마에자키 교수를 죽이러 가겠다고 결심하는 마지막 에필로그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의 에필로그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경찰서 습격 이후의 묘사가 장황하고 강약조절에 실패하고 있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경찰서 습격에서 이미 한바탕 클라이막스를 거치고, 다시 도마 가쓰오와 고테가와의 목숨을 건 사투가 이어진 후, 또 다시 우도 사유리와 어둠 속에서 결전을 벌이는 식으로 강-강-강으로 이어지는 탓입니다. 덕분에 가장 중요한 우도 사유리와의 결전은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합니다. 목숨도 한 번 걸어야지 세 번이나 연속으로 걸면 값이 싸 보이게 마련이니까요.
오마에자키 교수의 동기도 앞서 말씀드렸듯 설득력은 높지만 그가 우도 사유리를 다시 범죄로 인도했다는 이야기는 영 와 닿지 않아요. 사람의 정신과 기억을 마음대로 복사하고, 집어넣을 수 있다는건 너무 허황된 이야기였어요. 설령 그녀의 악마성을 깨워 아들 살해까지 유도했다 하더라도, 에토 가즈요시를 살해한 이유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결국 도마 가쓰오가 범인으로 드러날 판인데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없잖아요? 사유리가 오마에자키 교수가 지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하지 않은 이유 역시 불분명하고 말이죠. 싸이코 연쇄 살인마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도 석연치는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서스펜스 넘치는 전개에 더해 몇 번의 반전까지 제공한다는 점과 형법에 대한 비판 정신만큼은 괜찮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서스펜스가 지나쳐 표류해 버리는 후반부는 아쉽지만 추리, 스릴러물 애호가시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킬링 타임용으로는 충분한 수준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26/03/27

어둠이 돌아오라 부를 때 - 찰리 돈리 / 안은주 :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죄 재구성 전문가 로리 무어는 변호사인 아버지 프랭크 무어의 급작스러운 사망 후, 아버지의 고객이었던 장기 복역수의 가석방 절차를 인계받아 진행하게 되었다. 그는 '도적'이라는 별명으로 40년 전 유명했던 연쇄 살인범 토머스 미첼이었다. 그러나 토머스 미첼이 죽였다는 피해자의 시신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찰리 돈리의 장편 범죄 스릴러입니다.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었습니다.

작품은 현재 시점의 로리와 과거 시점의 앤절라 미첼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되는데, 앤절라 미첼 시점에서 ‘도적(The Thief)’이라 불린 연쇄 살인범의 정체를 쫓는 과정이 더 볼만 합니다. 앤절라가 주변 인물들을 의심하며 조금씩 진실에 접근하는 흐름이, 앤절라의 자폐로 인한 강박적인 심리묘사와 함께 펼쳐져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덕분입니다. 앤절라가 헛다리 - 남편 회사의 새 고용인이 범인이다, 친구 남편이 범인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 - 를 짚어 나가다가 범인이 남편 토머스라는걸 깨닫는 장면까지의 빌드업도 좋습니다.

로리의 아버지 프랭크와 토머스 미첼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토머스 미첼이 60년 형을 선고받은 결정적 이유는 아내 앤절라 미첼의 실종 때문이었습니다. 도적이 저지른 연쇄 살인은 시체를 찾지 못해 혐의를 입증하는데 실패했거든요. 선고 후 토머스는 아내를 찾아 달라며 프랭크를 개인적으로 고용했습니다. 자신이 죽이지 않은 앤절라의 생존이 확인되면 자신은 풀려날 수 있으니까요.
프랭크도 처음에는 의뢰인인 토머스를 믿고 앤절라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프랭크는 토머스가 연쇄 살인범이라는 것, 그리고 앤절라는 토머스에게 살해된 것이 아니라 출산 중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는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프랭크는 앤절라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갓 태어난 아이를 입양함과 동시에 토머스를 속여 가며 가석방을 늦춰 왔던겁니다.
이는 현재 시점의 화자인 로리가 바로 토머스와 앤절라의 딸이었다는 그럴싸한 반전으로 이어지며, 두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게 만들고요.

하지만 절대로! 좋은 작품은 아닙니다. 연쇄 살인마와 맞서 싸우는, 다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성 화자를 중심으로 한 흔해빠진 양산형 범죄 스릴러에 불과한 탓입니다.
특히 주요 화자인 로리와 앤절라의 자폐 성향이나 강박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 묘사는 과할 뿐더러, 최근 범죄 스릴러에서 자주 보이는 캐릭터 유형을 그대로 반복하여 식상합니다. 친절하고 다정해 보였던 남편이 사실은 연쇄 살인마였다는 설정 역시 뻔하고요.

수사 과정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토머스가 증거를 완벽하게 지웠다고 해도 거의 십 년 동안 여성들을 수십 명이나 살해했는데 경찰과 검찰이 아무런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설정, 그리고 토머스를 체포하는 근거가 되었던 실종 여성의 신분증과 목걸이는 분명한 물증인데 이걸 단순한 정황 증거처럼 취급했던 재판 과정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토머스의 후반부 행동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는 40년 동안 복역한 뒤 가석방되자마자 곧바로 앤절라를 찾아 나섰고, 그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캐서린과 그레타를 살해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무리한 행동을 해야 할 이유가 작품 안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토머스가 시한부라든가 하는 설정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설명은 없어요.
범행 과정 역시 허술합니다. 그레타를 살해하면서 방명록에 서명을 남기는 등 명확한 증거를 남기는데, 이런 방식은 40년 전 이야기라면 모를까 2020년대에서는 빠져나가기 힘들 겁니다. CCTV도 있을테고요.
마지막 전개도 억지스럽습니다. 진상을 눈치챈 로리가 토머스의 집을 혼자 찾아가는 행동부터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토머스가 언제나처럼 희생자를 매단 교수대를 만들어 변태적인 놀이를 즐기다가, 숨어 있던 로리의 기습을 받고 죽는 결말은 허무함의 극치였고요.

불필요한 묘사도 많습니다. 앞서 말했듯 주인공들의 심리적 문제를 강조하는 묘사는 과할 정도로 반복되고, 캐스트너 인형 복원이나 플로이즈 다크로드 맥주 같은 이상한 취미와 집착도 이야기 전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카밀 버드 관련 설정은 차라리 나오지 않는 편이 나았고, 로리의 연인인 레인의 존재 역시 작품 전개에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앤절라가 출산 중 과다출혈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비교적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범죄 전문가라는 로리가 이를 지나치게 늦게 눈치챈다는 점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답답했어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범죄 스릴러에 불과합니다. 흥미로운 요소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지탱할 만큼의 독특함은 없어요. 구태여 읽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2022/09/25

살인자의 사랑법 - 마이크 오머 / 김지선 : 별점 2점

살인자의 사랑법 - 4점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북로드

<<아래 리뷰에는 진상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이는 20년 전, 자기 동네에서 벌어졌던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이웃 글로버라는걸 알았지만 그가 도망가는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만보았던 과거 탓에 프로파일러가 되었다. 그러나 글로버는 그녀 주위를 끊임없이 맴돌며 회색 타이를 보내는 방식으로 자기의 존재를 계속 어필해 왔다.
그리고 현재, 시카고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돕기 위해 조이는 FBI요원 테이텀과 함께 수사팀에 합류했다. 언론에서 '목조르는 장의사'라 부르는 살인범은 살해한 여자들을 방부처리하여 시내에 유기하고 있었다. 조이는 프로파일링과 수사를 진행하면서, 사건의 범인이 20년 전 사건의 범인 글로버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시체를 가지고 장난치는 연쇄 살인마와 프로파일러, FBI 요원 컴비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 작품. <<살인자의 기억법>>과 비슷한 제목 때문에 영 손이 가지 않았던 작품인데, 읽어보니 생각보다는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추리적으로 꽤 괜찮았던 부분이 많았던 덕분이지요.
우선 연쇄 살인마인 '목조르는 장의사'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초반에 방부처리된 사체를 보고 가짜 프로파일러가 범인은 전문 장의사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체의 발목 부분이 부패했다는걸 조이가 간파하고 범인은 이러한 사체 처리에 익숙하지 않은 초짜라는걸 밝혀내는 첫 장면부터 그럴듯했어요.
연쇄 살인의 패턴을 파악하여 범인의 정체를 추리하는 과정도 여타 연쇄 살인물과 비슷하지만 추리의 여지는 많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들의 키가 전부 달랐는데, 딱 맞는 옷을 입고 있었던 이유가 대표적입니다. 범인은 살해 전에 피해자들에게 옷을 사 입혔던 겁니다! 첫 희생자 집 배관이 자주 역류했다던가, 납치되었던 피해자가 범인에 대해 재갈이 물린채 했던 말 등을 통해 범인이 배관공이라는걸 드러내는 식으로 단서 제공도 비교적 공정한 편이고요.

범인이 여성들을 방부처리한 이유와 유기한 시체들이 전부 우는 듯한 표정이었던 이유를 범인이 오랫동안 함께 한 '연인'을 꿈꿨고, 그녀와 헤어지게 되자 사체들이 슬퍼하는 것 처럼 연출했다는 황당무계한 추리도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작품에서는 그냥 범인의 광기 묘사에 집증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교적 객관적인 서술이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광기어리고 비참했던 유년 시절의 끔찍했던 학대가 원인이었다는건 다소 뻔했습니다만, 도화선이 된 사건은 동기로서는 충분하다 생각될 정도로 잘 그려져 있거든요.
아직 살아있는 피해자 목에 칼을 대고 협박하던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조이가 범인의 판타지를 활용하여 방심하게 만들기 위해 범인 앞에서 옷을 벗으며, 팬티에 감춘 권총을 테이텀이 잡게 만드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도 영화화하면 괜찮았겠다 싶더라고요.
현재의 사건과 병행 진행되는 20년 전 과거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글로버가 진범이란걸 확신한 뒤, 그의 집에 몰래 잠입해서 증거를 뒤지다가 글로버와 마주치는 장면, 글로버가 조이의 집에 쳐들어와서 자매를 협박하는 장면은 굉장한 서스펜스를 안겨줍니다. 21세기 작품다운 속도감있는 전개 역시 좋았어요

그러나 워낙 뻔한 설정이라 비슷한 작품과의 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웠고, 캐릭터가 진부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프로파일러 조이 캐릭터가 대표적입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공포스러운 기억, 그에 따른 불면증, 감정적이면서 도전적인 말투와 행동 등 어디서 많이 보아왔던 여성 수사관 캐릭터와 별다를게 없거든요. <<양들의 침묵>>의 클라리스가 바로 떠오를 정도었어요. 그나마 조이에게는 여동생 안드레아, 그레이에게는 여든 살 넘은 할아버지 마빈이라는 가족이 굳건한 유대를 보여준다는건 좋았지만 , 이야기와 크게 관련이 있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편의에 따라 작위적으로 쓰여진 부분도 눈에 뜨입니다. 20년 전 사건 관련 내용에 특히 그러합니다. 우선 12살 중학생의 고발이라 하더라도 이를 무시해버린 처사는 쉬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고발 직후 소녀들 집에 침입해서 협박하다가 도주까지 했는데 말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범인으로 몰려 자살했던 용의자 매니 앤더슨의 부모가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또 1996년이라는 시기는 그리 옛날도 아닙니다. 어느정도 법의학이 정립되어 있었을터라 분명 단서도 남아있었을텐데, 경찰이 매니 앤더슨에게만 촛점을 맞춘건 말이 안됩니다. 글로버의 철벽같았던 알리바이가 알고보니 매니 앤더슨을 옭아매기 위해 검시 보고서가 조작된 탓에 불과했다는건 솔직히 어이가 없더군요. 글로버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이야기니까요. 이를 테이텀이 짧은 시간 동안 밝혀냈다는 것도 당황스러웠어요.
또 현재의 시카고 사건에 갑작스럽게 글로버가 끼어드는건 전혀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글로버가 등장하는 속편을 강하게 암시하는 결말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설득력도 없어요. 조이가 동생 안드레아의 심층 트라우마를 일깨울까봐 글로버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안드레아가 글로버를 알아보지 못하고 납치될 수도 있다는건데, 조이가 스토킹을 당했다면 안드레아도 글로버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건 당연합니다. 진작에 최대한 상세히 정보를 제공해 주었어야 했어요.
덜 떨어진 것 처럼 보였던 글로버가 20여년 동안 FBI의 자문역도 맡고 있는 전문가를 거리낌없이 스토킹하며, 나중에는 덮치는데 성공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과거의 알리바이도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인 충동적 범죄자에 불과하니까요. 게다가 조이가 습격당한건 대낮이었습니다. 미국의 치안이 이 정도로 엉망일까요?
납치되었던 피해자 전화를 통해 위치를 파악하려는 시도 외에는 범인을 잡아낼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것도 별로 와 닿지 않더군요. 범인이 범행을 저질렀던 거리까지 알아냈는데도 불구하고 범행 장소도 결국 특정하지 못하는 등, 시카고 경찰의 무능만 작품 전체에 걸쳐 도드라지고, 범인을 잡은건 오로지 조이의 프로파일링 덕분인데 이는 현실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아주 매력적이라고 보기는 힘드네요. 킬링타임용으로 적합한 작품입니다.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2/08/14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마이클 코넬리 / 조영학 : 별점 2점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4점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는 운 좋게 거물 부동산 업자 루이스가 한 여성을 잔인하게 폭행했다는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었다. 미키 할러는 루이스가 무죄라는걸 확신하여 변호에 임했지만, 어느 순간 루이스가 유죄일 뿐 아니라 과거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진범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루이스에 의해 조사원 라울이 살해당했고 유력한 증거마저 빼앗겼을 뿐 아니라, 라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는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루이스는 이런 미키 할러를 협박하여 자신의 변호에 힘을 쏟게 만드는데....


마이클 코넬리의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엄청난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러입니다. 매튜 매커너히 주연의 영화도 흥행에 성공했었고요. 작가가 생각했던 멋진 트릭과 설정을 아낌없이 쏟아붓기 때문에 시리즈의 경우는 첫 작품이 가장 뛰어난 경우가 많기도 하고, 이전에 읽었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에 대한 기억도 좋아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완독했네요.

그러나 이 작품은 별로였습니다. 일단 미키 할러 캐릭터부터가 별로에요. 정의로운 변호사와 악덕 변호사 사이의 애매한 무언가로 그려져 있거든요. 조금 자세하게 설명드리자면, 미키 할러는 의뢰인들이 죄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을 무죄로 풀려나게 만드는데 빼어난 능력을 발휘하는걸로 묘사됩니다. "법은 진실과 아무 상관이 없고 타협과 개량과 조작만이 있을 뿐으로, 나 역시 무죄냐 유죄냐를 다루지 않는다" 면서요. 이 과정에서 "돈이 없으면 죄를 짓지 말라"며 엄청난 돈 욕심도 부립니다. 그렇다면, 루이스의 의뢰를 받아들일 때 그가 무죄임을 확신하고 변론에 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던대로 법의 헛점을 찾아내어 의뢰인을 빼내면 그만이지요.
같은 이유로 루이스가 연쇄 살인범이고, 미키 할러가 과거 사법 거래를 유도해 징역을 선고받게 만든 지저스 사건의 진범이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저스는 돈이 없었고, 루이스는 돈이 많으니까요. 피고만 풀려나게 해 주고 돈만 벌면 되지요.
게다가 앞서 여러 명의 마약 사범들을 무죄로 풀려나게 하는데에는 일말의 주저도, 양심의 가책도 보이지 않으면서 루이스에 대해서만 정의감을 불태우는 것도 앞 뒤가 맞지 않았어요. 이를 미키의 부친 말을 인용하면서 '무고한 사람'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식으로 포장하고는 있는데 이 정도로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물론 루이스가 라울을 살해했기 때문에 복수심을 갖는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는 미키 할러가 불필요한 정의감을 불태워 루이스의 뒷조사를 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즉, 주객이 전도된 상황인 것이지요.
그 외 다른 캐릭터들도 별로인건 마찬가지입니다. 변태 연쇄 살인마 루이스에 대한 설정이라던가 미키 할러와 전처이자 검사 매기와의 관계 등도 진부했습니다. 특히나 루이스의 경우는, 다른 작품들 속에서 숱하게 등장해왔던 두뇌파 연쇄 살인마들과 흡사했을 뿐더러, 다소 뜬금없이 살인마라는게 밝혀져서 영 와 닿지 않았습니다.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설득력있게 그려냈어야 했습니다.

이야기도 작위적인 전개가 많아서 잘 짜여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루이스가 진범이라는걸 알아차리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미키 할러는 옛 의뢰인 지저스 사건의 피해자 마사 렌테리아와 루이스 사건의 피해자가 "쌍둥이처럼 꼭 닮았다"는걸 알아채고 루이스가 진범이라는걸 확신합니다. 허나 두 피해자가 그렇게 닮았다는 것 부터가 비상식적이고 작위적이에요. 루이스가 미키 할러의 총을 훔쳐 라울을 살해할 때 사용했다는건 작위적인 설정의 끝판왕 격입니다. 총은 루이스가 미키를 옭아매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만약 미키 할러가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루이스는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미키 할러를 협박할 생각이었을까요?
미키 할러의 작전도 치밀하지 못합니다. 고작해야 법정에서 밀고자의 입을 빌어 루이스가 과거 살인을 저질렀다는걸 드러내는 정도인데, 그 밀고자의 증언이 허술하다는건 이미 법정에서 미키 할러 자신이 증명해 버립니다. 경찰이 이 증언으로 보강 수사를 벌일 이유는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고요. 유력한 용의자였던 지저스가 사법 거래를 통해 이미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는걸 자백해버렸는데, 경찰이 다시 수사에 나설만큼 한가할리도 없고, 심지어 담당 형사는 미키 할러를 미워하기까지 하는데 왜 다시 수사를 벌일까요?
루이스의 범죄 행각도 왜 진작에 체포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대충이었습니다. 루이스는 CCTV에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히 피해자를 찾아가거든요.

그나마 전자 발찌로 모든 행적이 추적당하는 루이스가 어떻게 라울을 살해했는지? 에 대한 트릭은 하나만큼은 괜찮았습니다. 루이스의 어머니가 대신 범행을 저질렀다는 거지요. 상당히 설득력이 높을 뿐더러, 라울이 죽기 전 손가락으로 남긴 다이잉 메시지 - W, 즉 여자가 범인이다! 라는 것 - 와 연결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단점들이 더 많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킬링 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이미 영상화가 되었으니, 소설보다는 영상화된 버젼을 보는게 더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네요.

2014/02/07

하숙인 - 마리 벨록 로운즈 / 박선경 : 별점 1점

하숙인 - 2점 마리 벨록 로운즈 지음, 박선경 옮김/현인

오랜 집사-하녀 생활 끝에 하숙 사업을 시작한 번팅 부부는 극심한 경제난에 처했지만, 때마침 하숙인 슬루스가 입주하여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번팅 부인은 하숙인 슬루스가 연쇄살인마 "복수자"일 것이라는 강한 의심에 사로잡히는데...

히치콕 감독 영화의 원작소설. 히치콕 감독 영화는 본 적이 없지만 리메이크작은 감상했었기에 호기심에 읽게 된 작품.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최악이었어요. 아무리 두꺼워도 재미만 있다면야 쉽게 읽히는 법인데, 다 읽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릴 만큼 지루할 뿐 아니라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탓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하숙인이 연쇄살인마인 것 같다. 어떡하지?"라는 화두를 초반에 던져놓고는 끝날 때까지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심이 갑자기 시작되는 것은 아니고, 슬루스의 은밀한 밤의 외출을 눈치챈 하숙집 여주인 엘렌이 엿보기, 엿듣기 등을 통해 없어진 가방과 잠겨진 서랍과 같은 단서를 확보하기는 합니다. 번팅 역시 우연히 슬루스 옷의 핏자국과 고무창 구두의 비밀을 눈치채고요. 그러나 뭐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건 없어요. 조조가 여백사의 가족을 몰살시킨 이유가 여백사가 돼지를 잡아 대접하려는걸 오해했던 것 처럼, 이 모든 것은 오해일 수도 있기에 독자에게 뭔가 서서히 진상을 알려주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하숙집 부부의 방관이 시종일관 끝까지 이어질 뿐입니다. 전개도 감질날 정도로 느리고요. 단지 시대의 문제일까요?

게다가 300여 페이지를 넘는 작품의 결말이 하숙인이 진짜 범인이었다는 것, 그나마도 추리나 수사가 아니라 일종의 자백으로 끝난다는 건 황당하기만 합니다. 사람 사귀는 것을 싫어하는 은둔형 외톨이 하숙인이 갑작스럽게 나들이를 가자고 요청하는 마지막 상황이 설득력이 없어서 더더욱 그러하죠. 즉, 그냥 연쇄살인이 있고, 하숙집에 손님이 들고, 몇 가지 단서로 그가 범인임이 밝혀진다는 기본적인 전개조차 망각한 반전도 없고 설득력도 없는 억지스러운 결말에 불과합니다. 특별한 반전을 기대한 것은 아니나 이래서야 300페이지나 될 필요는 없죠. 

또한 빅토리아 시대를 웅변하는 듯한 엘렌 중심의 심리묘사도 쓸데없이 장황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조울증 증세가 있는 꽉 막힌 중년 부인의 심리묘사 그 자체인데 솔직히 읽으면서 짜증만 나더라고요. 아무런 긴장감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쓰잘데 없는 묘사들이었어요. 신사와 숙녀에 대한 낡아빠진 사고방식이 가득한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이런 불필요한 묘사를 걷어내고 압축하는 게 더 나았을 겁니다. "잭 더 리퍼 사건"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설명되는데 런던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도 감점 요소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1점.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한 세기 전 고전을 접했다는 가치 외에는 건질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시간낭비에 불과하니, 혹 관심이 있으시더라도 멀리하시는 게 여러모로 유용하실겁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는 살짝 궁금하기는 합니다만...

2013/12/25

내 안의 살인마 - 짐 톰슨 / 박산호 : 별점 3점

내 안의 살인마 - 6점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황금가지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텍사스 작은 마을의 신뢰받는 부 보안관 루 포드는 창녀 조이스와 얽힌 뒤, 과거 자신을 괴롭혔던 정신적인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조이스를 그녀를 짝사랑하는 엘머 콘웨이와 엮어 살해했지만 조이스가 큰 상처를 입고도 살아있는 채 발견되자 루는 걷잡을 수 없게 폭주하게 되는데....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를 앓고 있지만, 운 좋게 그것을 숨겨온 주인공 루 포드가 특정 사건을 계기로 폭주를 벌이는 이야기를 1인칭으로 그린 범죄 - 심리 서스펜스물입니다.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1952년도에 발표된 고전이기도 합니다. 이 리스트가 없었더라면 아마 읽게 되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여튼 찾아 읽어보게 되었네요.

작품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돌직구'입니다. 죽이고 싶고, 죽여야 하면 바로 죽입니다. 이렇게 시종일관 돌직구 스트라이크가 팍팍 꽂힙니다. 때문에 루 포드 캐릭터 묘사가 가장 중요한데 캐릭터 묘사, 즉 직구의 구위 역시 일품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굿 가이로 통하지만 실상은 잔인무도한 살인마 주인공이 이렇게 설득력 있게 표현된 작품도 드물지요. 1인칭 시점으로 여러 가지 살인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는게 냉정하면서도 하나의 게임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정말로 오싹할 정도였어요. 그야말로 소시오패스 그 자체인 인물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귀공자 연쇄살인마 "테드 번디"가 살짝 연상되는데, 작품 발표 시기가 테드 번디 사건 20여 년 전이라는걸 보면 그야말로 이 분야의 선구자라 불러도 무방할 겁니다.

이러한 캐릭터를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그리는 묘사도 대단합니다. 하드보일드 작가가 맘먹고 그려낸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인데, 1인칭 하드보일드 스타일 범죄물은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등의 작품이 있기는 하나 이 작품의 범인은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타당한 동기는 뒷전인 살인마니까요.

아울러 최초 범행에서 받은 뒤 우연찮게 사용한 20불의 존재가 동네의 껄렁한 불량아인 조니에게 이어지고, 교도소 안에서 살해한 조니가 사실 알리바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다른 희생양을 찾아 약혼녀를 살해하고, 협박범을 강도로 위장하여 살해하는 등의 모든 범행이 1인칭으로 그려져서 도서 추리물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것도 독특했어요. 마지막의 조이스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반전도 나쁘지 않았고요. 사실상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말이죠.

그러나 불필요한 잔설정이 많은 것은 좀 아쉽더군요. 초반에 루 포드가 다국어를 하고 심심풀이로 미적분을 푸는 지적인 인물로 묘사되지만, 이후 그러한 설정은 별로 드러나지 않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루 포드가 정신적 문제를 가지게 된 계기인 가정부와의 에피소드, 그의 죄를 뒤집어썼던 의붓형 마이크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히 사족이었습니다. 이왕지사 돌직구를 날리려면 그냥 나쁜 놈이다는 식으로 가는 게 더 좋았을 겁니다.

전개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콘웨이는 처음부터 진범을 알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초반에 보안관 밥에게 무언가 이야기했다는 것이나, 조니 파파스의 아버지 가게를 리모델링하는걸 돕는 식으로요. 그런데 왜 루 포드를 그냥 방치해서 사건을 키우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또 변호사 빌리 보이 워커가 루 포드를 정신병원에서 꺼낸 것 때문에 불필요한 마지막 사건이 또 일어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이렇게 설정면의 오류나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는 어딘가의 연재물이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만듭니다(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문제는 있지만 강력한 소설로, 컨트롤은 별로지만 돌직구 하나로 타자를 제압하는 투수가 연상되는 작품입니다. 지나치게 잔인하고 묵직한, 불쾌감 남는 묘사 탓에 모든 분들께 권해드리기는 어려우나 명성에 어울리는 가치는 충분하죠. 시대를 뛰어넘어 여러 차례 영화화 된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크리스마스에 읽고 리뷰를 올리기에는 좀 너무하네요....

2020/05/30

콜드 문 - 제프리 디버 / 유소영 : 별점 2.5점

콜드 문 - 6점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뉴욕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현장에 시계, 기묘한 시와 함께 자신을 '시계공'이라고 서명한 범인을 찾기 위해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가 나섰다. 한편 색스는 이 사건 외에도 자살로 위장한 사업가 살인 사건을 맡게 되었다. 경찰 118번 지구대가 범행에 연루되어 있다는게 드러났으나, 당장은 내사과 투입이 어려워 부시장 월러스와 경정 매릴린 플레허티의 합의로 색스 혼자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것이었다.

전신마비 법의학자 링컨 라임과 그의 수족인 여성 경찰 아멜리아 색스 컴비의 활약이 그려지는 제프리 디버의 베스트셀러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입니다.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30주년 기념 킹 오브 킹 순위'에서 해외편 6위에 당당하게 위치해 있는 탓에, 평소 궁금하게 여기다가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장점이라면 흡입력, 재미입니다. 거의 550여페이지에 달하는 대장편인데 쉽게 읽힙니다. 시계공 던컨의 범죄 행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덕분입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까지 유행했던 "싸이코 연쇄 살인마와 천재 경찰의 대결"을 비튼 아이디어도 좋아요. 반전도 괜찮으며, 철저한 증거 위주의 수사로 수집한 증거를 통해 이런저런 수수께끼를 던져주고 그것들이 추리로 이어지는 과정도 마음에 듭니다.
새 캐릭터인 동작학 전문가 캐스린 댄스의 심문 과정에 대한 묘사도 그럴듯합니다. 거의 인간 거짓말 탐지기 수준으로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럴듯하게 묘사되어서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다른 링컨 라임 주변인물 묘사도 시트콤스러운게 유쾌했고요. 아멜리아 색스가 아버지의 추문, 경찰에 대한 신뢰 추락이라는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결말도 전형적이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좋은 사람은 잘 되고 나쁜 사람은 파멸하는 이야기가 감정이입이 잘 되더라고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에서 지난 30년간 작품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으로 꼽을만하냐면, 그렇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추리의 여지가 많지 않은 탓입니다. 다음 단계로의 진행은 모두 주요 관계자의 증언에 따를 뿐입니다. 빈센트 체포 후 빈센트의 증언으로 다음 피해자 대상이 좁혀지고, 이는 베이커의 작전이었지만 베이커 체포 후 던컨 본인도 체포되어 연쇄 살인극이 아니라는게 그의 입으로 밝혀지고, 던컨이 풀려난 뒤 그의 다음 목표가 델파이 메커니즘이라는 것도 빈센트와 이전 시계점 증언으로 밝혀지는 식이거든요. 이래서야 링컨 라임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솔직히 링컨 라임이 없어도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지나친 반전과 어처구니없는 진상도 문제입니다. 초, 중반까지는 연쇄 살인극을 꾸미는 시계공 던컨과 조수격인 성범죄자 빈센트가 몇 명의 여성 희생자를 집요하게 노리는 묘사가 이어지죠. 그러나 빈센트는 그냥 미끼였고, 던컨의 진짜 목표는 118번 수사대 비리와 연류된 비리 경찰 베이커의 의뢰로 색스를 연쇄 살인범의 범행으로 위장해서 죽인다는 반전, 베이커 뒤에 흑막으로 부시장 월러스가 있었다는 반전, 시계공 던컨의 진짜 목적은 세슘 시계를 조작해서 이전부터 탐낸걸로 묘사된 '델파이 메커니즘'을 훔치려는 것, 인줄 알았지만 진짜 중의 진짜는 뉴욕 도시 개발 공사에서 뉴욕시와 국방부 등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사람을 다량으로 살상하는 테러였다는 반전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렇게 반전이 너무 많다보니 가면 갈 수록 흥미가 떨어지더군요. 90년대 후반부터 유행했던 '반전물' 들을 보고, "내가 진짜 반전이 뭔지 보여주겠다!"라는 결심을 하고 쓴 느낌인데, 지나쳤어요. 과유불급이랄까요....

게다가 '시계공의 목적은 무차별 대량 살상 테러였다!' 라는 진상도 너무 별로입니다. 작 중에서는 사람은 죽이지 않고, 이전에 사람을 죽였다고 언급헸던 범행의 대상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라 안티 히어로 모습을 보여주던 천재 범죄자 시계공이 왜 무작위로 사람을 살상하는 테러를 선뜻 받아들이는지가 잘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계공의 캐릭터도 이상해져 버렸고요.
마지막 범행, 즉 테러를 위해 연쇄 살인 시도를 가장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역시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입니다. 자물쇠를 따고 숨어드는게 쉽다면, 루시 릭터가 친구를 만나러 나갔을 때 집에 침입해서 필요한 서류를 찍어가지고 오면 되는거잖아요? 꽃가게 조앤의 화분 역시 마찬가지고요. 구태여 엄청난 숫자의 뉴욕 경찰이 동원될만한 살인극을 가장할 이유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비리 경찰 베이커의 의뢰를 받아들인 목적도 불분명합니다. 시계공의 범행이 가짜이고 해프닝에 불과했다는걸 구태여 드러낼 이유는 없어요. 테러를 위해서라면 그냥 연쇄살인극을 위장하는게 나은 선택 아니었을까요? 구태여 아는 사람을 늘릴 이유도 없고, 베이커에게 복수하겠다는 가짜 동기 등 시계공의 모든게 가짜라는게 드러나는 것도 시간 문제인데 말이지요. 베이커의 의뢰를 받아들여 아멜리아 색스를 연쇄 살인범에 의한 것으로 가장하여 살해하려는 의도였다고 중간에 설명되지만, 이는 시계공이 베이커의 범행은 실패하게끔 총을 조작했다는 이야기 전개를 보면 역시나 합리적이지 않아요. 차라리 링컨 라임과의 대결을 위해 도전한다는걸 보다 명확하게 표현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 측면에서는 나무랄데 없습니다만, 비리 경찰 베이커와 아멜리아 색스의 아버지 이야기를 빼고 350~400 페이지 정도로 이야기를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2022/07/23

[2022년 버젼] 미스터리 소설 추천 35선. 신간부터 인기 고전 명작까지 랭킹으로 소개! from SAKIDORI

화제가 되는 여러가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준다는 일본의 웹 매거진 SAKIDORI에서 선정한 순위입니다.

개인적 평가로는, 초보자용과 반전계 랭킹은 나름 괜찮습니다. 초보자용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되어 '친숙하고 읽기 쉬운' 측면을 많이 고려한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딱히 대단한 걸작이라고 보기 힘든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 순위가 높은 점에서 추측해보자면 말이지요. 이 중 "푸른 불꽃"과 "거울 속 외딴성"은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2022.10.08에 읽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반전계는 "까마귀의 엄지" 빼고는 다 읽어본 셈인데 ("가위남"은 영화로), 순위는 모르겠지만 선정 자체는 적절해 보입니다(*"까마귀의 엄지"도 2023.06.23에 읽었습니다). 일본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표지의 치명적인 귀여움은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해외 미스터리 추천 랭킹은 좀 불만스럽습니다. 우선 비극 시리즈의 최고 걸작은 "Y의 비극"이라는건 정론입니다. "X의 비극"이 아니라요. "오페라의 괴인"이 미스터리에 속하는지도 의문이며, 잘 모르는 작품이 무려 세 편이나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수많은 걸작들을 제치고 애거서 크리스티, 코난 도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까요? 이는 찬찬히 읽어보고 평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보자용 미스터리 추천 랭킹 

반전계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해외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2024/10/27

종이학 살인사건 - 치넨 미키토 / 권하영 : 별점 2점

종이학 살인사건 - 4점
치넨 미키토 지음, 권하영 옮김/북플라자
'아래 리뷰에는 범인 및 진상 등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준세이 의대 부속 병원 조직 검사실 병리의 치하야의 아버지 미노루가 지병으로 사망했다. 병리해부를 유언으로 남겨서 치하야는 동기이자 지도의 시오리의 보조로 해부에 참석했다. 그런데, 아버지 위에는 암호가 새겨져 있었다. 암호는 28년 전 어린 아이들을 노렸던 미제 연쇄살인극 '종이학 살인사건'의 마지막 피해자 진나이 양의 시신이 숨겨진 곳을 의미했다.
둘은 이를 몰래 알리려 한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28년 전 형사였던 아버지의 동료 사쿠라이 형사와 진범을 찾아내려 나섰다. 그와 함께 다시 연쇄 살인극이 일어났고, 현장에는 28년 전과 똑같이 '종이학 살인사건' 범인의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유리탑의 살인"으로 이름을 날린 치넨 미키토의 장편 소설. "유리탑의 살인"처럼 특수 설정 미스터리라 생각했는데, 전형적인 연쇄 살인마와의 대결을 그리고 있어서 의외였습니다.

그래도 아래와 같이 '위 속에 암호를 새겼다.'는 독특한 설정은 흥미로왔어요. 덕분에 이야기 중반까지 흥미를 잘 잡아줍니다. 
치하야, 시오리가 의사이며 특히 시오리가 병리해부를 맡은 병리의라는 설정도 잘 써먹고 있습니다. 미노루가 생전 유전병인 '구루병'을 앓고 있었다는걸 알아내는 식으로요.

뼈가 약해지는 구루병은 X염색체 변이가 원인으로 100% 딸에게 유전됩니다. 즉, 키도 크며 격투기 동아리 활동을 할 정도로 튼튼해서 구루병을 앓지 않는 치하야는 미노루의 친 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미노루의 친 딸은? 목이 부러진채 발견된, 28년 전의 피해자 진나이 양으로 알려진 시신의 진짜 주인공이었습니다. 구루병 탓에 급작스럽게 딸이 죽어 혼란에 빠졌던 미노루의 아내가 진나이 양을 유괴했고, 범인이었던 야기누마(타치바나) 와카코가 이 사건을 연쇄 살인극이 하나로 위장했던 겁니다. 알리바이를 통해 혐의를 벗기 위해서요. 마침 유괴 사건을 엮어 미노루를 협박하기도 해서 운 좋게 빠져나갈 수 있었지요. 범인을 놓아준 죄책감에 경찰을 그만 둔 미노루는 더 이상의 범행을 막기 위해 와카코를 계속 감시해왔고, 미노루가 죽자마자 와카코는 범행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여러모로 전작보다 못합니다. 일단 추리적으로 많이 부족해요. 범인을 추리할 만한 단서는 없다시피 하거든요. '미노루가 경찰을 그만둔 뒤,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무언가를 감시했다' 정도만 의미있는 단서입니다. 그 외의 단서들은 모두 쓸모가 없어요. 핵심 증거와 단서들은 모두 마지막에 범인이 치하야를 납치하며 스스로 정체를 드러낸 후 독자에게 공개됩니다. 시오리가 알아낸 아버지의 유전병이라는 단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독특했던 '위에 암호를 새긴다는 설정'도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작품에서처럼 위궤양으로 암호가 지워질 수도 있는 등 변수도 많아요. 차라리 변호사에게 사쿠라이 형사에게 전해주라고 편지를 남겼으면 될 일입니다. 게다가 암호로 남길 이유도 없었고, 암호의 내용도 불합리합니다. 마지막 사건의 시신 위치를 알린다 한 들, 이는 진상과 연결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냥 범인 이름을 써 놓지 않았을까요? 범인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탓에 피해자도 두 명이나 생겼는데 말이지요. 암호 해독도 특별한게 없고요.

전개도 어이가 없습니다. 둘이 암호를 곧바로 경찰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 시신 발굴 때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 사쿠라이와 비밀 수사를 하는 이유 모두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경찰 수사도 많이 어설픕니다. 특히 가장 어이가 없었던건, 이전 수사 담당자 이노하라가 타치바나 사장의 자식이 마지막 사건에서만 알리바이가 없었다고 알려주는 장면이었어요. 모든 연쇄 살인이 단독범의 소행일리 없는데, 마지막 알리바이가 없다고 유력한 용의자를 그냥 풀어주는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무려 다섯 명의 아이가 살해된 사건인데, 경찰이 너무 안이한거 아닙니까? 범인이 유괴한 아이를 자기 아이로 키운다는 설정도 많이 접했던것이라 식상합니다. 이에 대한 정보도 많이 전해주고요.

이렇게 위에 새긴 암호, 병리의, 유전병 정도의 소재를 제외하면 연쇄 살인범과 형사의 대결을 그리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범죄 스릴러와 흡사합니다. 범인의 정체도 반전처럼 등장하지만 굉장히 뜬금없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설정은 흥미롭지만 그 뒤의 이야기들은 모두 설득력낮고 억지스러우며, 뻔했다는 점에서 위에 암호를 새기는 상황을 떠올리고, 전체적인 얼개없이 재미있겠다 싶어서 이야기를 써 내려간게 아닌가 싶네요. 

2020/11/27

골든 슬럼버 - 이사카 고타로 / 김소영 : 별점 2.5점

골든 슬럼버 - 6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택배 기사로 일하다가 아이돌 린카를 구해줘 유명세를 탔던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오랫만에 대학 친구 모리타를 만났다. 그러나 모리타가 준 음료수를 먹고 잠들어 버린 뒤, 모리타는 도망치라며 상상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총리 암살과 관련된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으로 선택되었다는 말이었다. 반은 억지로 도주를 택한 아오야기는 경찰에 쫓기며, 총리 암살범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썼다는걸 알게 되는데....

이사카 고타로가 쓴 서스펜스 스릴러로 작가의 대표작입니다. 2009년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1위 등 차지했으며, 여러 상을 수상했던 이력이 있지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영화화되기도 했었고요. 그동안 두께 탓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지만, "남은 날은 전부 휴가"가 재미있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일반인이 거대 조직에 의해 누명을 쓰고 도주하는, 이른바 "도망자" 장르물에 속하는데 전형적인 이쪽 장르 작품들과는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스케일입니다. 무려 일본 총리를 암살했다는 누명이니 아내를 살해했다는건 비교할 수도 없지요. 누명을 씌우려는 조작도 증거를 조작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매스컴을 활용하는 수준입니다. 작 중에서는 '이미지' 구축이라고 언급되는, 아오야기가 범죄 성향이 있었다는걸 조작해서 드러내는 이 매스컴 활용 과정이 특히 재미난데 우선 아오야기에게 치한 누명을 씌운 뒤 도주하게 만드는 걸로 시작합니다. 이를 목격한 사람들 증언이 이어지고요. 그리고 아오야기가 저지르지도 않았던 패밀리 레스토랑 난동을 조작하고, 음험해 보이는 사진을 골라 매스컴에 공개하는 등으로 범죄자 이미지를 덧 씌웁니다. 이는 과거 영웅 이미지에 대한 반동으로 더 큰 충격을 불러 일으키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만듭니다.
총리 암살 누명을 씌우기 위한 공작도 여성에게 호감을 가진 척 연기를 시켜 RC 헬리콥터를 구입하게 만드는 등 디테일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과정에 대한 세밀한 묘사 덕분에 설득력도 높고요.

두 번째 차이점은 진범을 잡거나, 흑막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흑막은 경찰보다도 위에 있는 거대 조직임이 암시될 뿐입니다. 결말도 아오야기가 겨우 도주하고, 성형 수술을 해서 모습을 감추는게 전부에요. 허무하고 시시하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결말이기는 합니다. 경찰까지 좌지우지하는 세력 앞에서 누명을 쓰고 도주하는 평범한 일반인이 할 수 있는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차이점만 있는건 아닙니다.이 쪽 장르물의 재미 요소, 장점은 빠짐없이 갖추고 있습니다. 경찰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과정 묘사부터 빼어납니다. 단지 도망만 다니는게 아니라, 아오야기가 겪었던 경험들, 아오야기가 맺었던 여러가지 관계가 도주를 돕는걸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요하게 등장하는건 대학 시절 친구, 연인과의 경험과 추억입니다. 친구 모리타에게 배웠던 '밭다리 후리기'를 작중 내내 잘 활용하며, 대학 시절 알았던 버려진 차를 도주에 활용하고 있거든요. 과거 아르바이트 했던 도도로키 연화의 도움을 받아 불꽃놀이를 터트려 도주에 성공한다는 클라이막스도 마찬가지고요. 아오야기가 택배 기사로 일했던 시절 익혔던 정보를 이용한 도주극도 꽤나 실감나게 그려집니다.
인간관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택배 회사 선배 '록' 이와사키 에이치로, 예전에 도와주었던 아이돌 린카 및 옛 연인 하루코 등이 적절하게 등장해서, 적절한 도움을 주거든요. 

여러가지 디테일들도 돋보입니다. 하루코가 아오야기는 범인이 아님을 깨닫는 장면이 대표적이에요. 아오야기는 밥풀을 남기는 나쁜 버릇이 있었는데, 아오야기가 범행 전 먹었다는 돈가스 집 주인이 TV에 나와서 "밥풀 하나 안 남기고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니까!" 라고 말하는걸 보는 장면이지요.
그 외에도 비틀즈의 'Help'를 부르는 노숙자를 도와준 뒤, 그 노숙자가 나중에 아오야기에게 도움을 주는 등 디테일은 아주 좋았습니다. 

대학 시절 추억과 여러가지 경험들, 아오야기의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사건에 휘말려 도주하는 과정과 엮어 교차시키는 구성도 일품입니다. 등장인물과 시점을 달리하는 복잡한 교차 전개에 능한 작가 특징이 잘 살아있거든요. 제목처럼 '골든 슬럼버'라는 곡을 돌아갈 수 없는 청춘에 대한 상징으로 사용하는 묘사들도 인상적이었어요.

결국 성형 수술로 도주에 성공한 아오야기에게 하루코가 딸을 통해 "참 잘했어요" 라는 최고급 칭찬을 남기는 장면, 부모님에게 비난같은 안부 편지를 보내는 장면도 마음에 드네요. 승리는 하지 못했어도 최소한 살아남기는 했으니까요. 맞아요. 죽어 천국보다는 살아 지옥이 낫습니다. 일단 살고 봐야죠. 나중에는 신분 세탁에 성공해 르포라이터가 되는 듯 하니 다행입니다. 두 장면 모두 앞서 설명된 복선이 적절하게 사용되는 등 디테일도 여전했고요.

그러나 뒤로 가면 갈 수록 지루해진다는 단점은 어쩔 수가 없군요. 앞서 말씀드렸듯 스케일이 큰 탓에 아오야기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오야기가 이 모든게 누명이며 조작되었다는걸 증명할 증거도 없고요. 그냥 도주만 이어나갈 뿐입니다.

도주 역시 초, 중반부까지 아오야기 혼자 이어나갈 때와 비교하면, 연쇄 살인마 미우라가 도와주기 시작하면서부터 영 이상해집니다. 우선 연쇄 살인마가 아오야기를 도와줄 이유가 도무지 설명되지 않아요. 단지 경찰, 공권력이 싫었다 치더라도, 도쿄로 이송되던 아오야기를 차로 들이받아 탈출시킬 정도로 도와줄 이유는 없잖아요? 본인도 생명과 체포당할 각오를 해야 벌일 수 있는 행동인데 말이지요. 미우라를 통해 자기 모습으로 성형 수술한 가짜가 있다는걸 알게 되고, 그 의사에게 성형 수술을 받게 된다는 결말도 편의적이고 작위적이었어요. 한 마디로 위기에 처할 때 마다 '미우라' 카드를 내미는 식인데, 정도가 너무 지나쳤습니다. 

다른 도주 과정도 뒤로 가면 갈 수록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학 부지 어딘가에 있는 버려진 차의 존재가 대표적이지요. 거의 10여년 버려졌던 차가 배터리 교체만으로 움직일 거라는건 솔직히 말이 안됩니다. 이럴 거라면 택배 기사 시절 자동차 정비를 어느정도 배워서, 그 기술로 차를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하는게 더 나았을거에요. 

경찰도 딱히 하는게 없어서 도주 과정의 긴박감이 잘 살아나지 못합니다. 시민의 편이 아니라 흑막의 편임을 강조하는 무자비한 체포 과정 묘사만 두드러질 뿐이에요. 아오야기가 미우라 도움으로 대포폰을 확보하고, 폐차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경찰이 추적하지 못한다는 것도 좀 어이가 없었고요. 앞서 뭔가 두뇌파인 듯 등장했던 경찰 과장 사사키가 실상 하는게 없는 탓도 큽니다. 시큐리티 포드를 이용한 정보 수집도 거창한 소개에 비하면 정작 하는건 별로 없고요.

그리고 아오야기가 보이는 행동들도 많이 답답했습니다. 미우라가 말한대로 자기 모습으로 성형 수술한 가짜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는건 말이 됩니다. 그러나 마지막 해결책으로 생각한게 방송을 통해 직접 이야기를 하는 정도라는건 순진함이 도가 지나쳐요.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 흑막이 너무 거대해서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건 별로 없긴 합니다만, 그의 말을 누가 믿어줄걸로 생각한다는게 솔직히 납득이 되지 않더라고요. 무슨 말을 해 봤자 '이미지'를 덧씌워 가공하는건 일도 아닐 뿐더러, 무엇보다도 아오야기에게는 증거가 하나도 없습니다. 경찰이 말한대로, 범인이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뻔한 발버둥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론내지라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도주극, 스릴러로서 기본 재미는 보장하는 작품입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아서 감점합니다, 제가 읽은 작품들 중에서도 작가의 최고작이라고 하기는 좀 어렵네요. 그래도 엔터테인먼트로는 아주 우수한 만큼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9/07/28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 나카야마 시치리 / 김윤수 : 별점 1.5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 4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북로드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오마에자키 교수의 집이 폭파된 후, 산산조각 난 시체와 함께 개구리 남자의 범행 성명서가 발견되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 도마 가쓰오를 쫓지만 그런 경찰을 비웃듯 개구리 남자는 이번에는 '사' 로 시작되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연이어 잔혹한 범행을 성공시키고 성명서를 남겼다. 한편 이전에 개구리 남자로 가장하여 아들을 살해한 사유리마저 의료교도소에서 탈주했다.
캐리어 관리관의 수사 지시에 반발한 고테가와는 개구리 남자 사건 수사에서 배제된 뒤, 와타세 경부의 묵인하에 독자적인 수사에 나서는데....

단점도 있었지만 괜찮은 부분도 있었던 전작에 대한 기억이 나쁘진 않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한 졸작입니다.

일단 추리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 합니다. 전작의 '이름 순서대로라는 룰에 의한 무차별 살인 같지만 사실은 의도가 있다' 는 핵심 트릭이 동일하게 반복된 탓이 큽니다. 게다가 이건 "ABC 살인사건"과 같은 트릭이라는 점에서 감점 요소였는데, 이번에는 여기에 '사고로 죽은 사람을 자신이 죽인 걸로 위장한다'는 "호그 연쇄살인" 아이디어까지 곁들여서 더 한심해 보입니다. 이 정도면 표절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그나마 전작에서는 두 번에 걸친 반전으로 의외성을 강하게 전해 주는데 그런 요소도 없습니다.
물론 오마에자키 교수가 죽지않고 살아있었으며, 도마 가쓰오를 가장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반전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반 백치에 가까운 도마 가쓰오가 일련의 지능적인 범죄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낮다는건 누구나 알 수 있기에 반전의 쾌감은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찰력이 총 동원된 상황에서 오마에자키 교수가 오노우에 기자를 습격하고, 스에마쓰 겐조 의사 살해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기자 습격은 백주 대낮에 다른 언론 매체들도 출동한 현장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에마쓰 겐조 의사는 '스'로 시작되는 인물이 타겟이 되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와타세 경부의 번득이는 추리도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 더 강합니다. 교수 폭사 현장에서 임플란트를 발견하지 못해서 의심하기 시작했다는게 대표적입니다. 아무리봐도 그렇게 치밀하게 현장 조사를 했다고 설명되지는 않거든요. 이 사실을 수사반, 그리고 고테가와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도 불분명하고요.

이야기 전개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와타세 경부가 오마에자키 무네타카 교수는 정말 죽은게 아니라는걸 언제 알아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걸 알아낸 순간, 유력한 용의자는 백치에 가까운 도마 가쓰오가 아니라 엄청난 지능범 오마에자키라는게 명확해집니다. 모든 수사기관이 쫓는 인물의 신상 명세가 바뀌어야 하는건 물론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전무합니다. 단지 일종의 깜짝쇼처럼 반전으로 등장할 뿐이에요.
와타세 경부는 교수의 진짜 목적이 교수의 딸과 손자를 잔혹하게 살해했지만 정신병이라고 속여 중형을 피한 후루사와 후유키 살해라는걸 알아차리고, 미리 잠복하고 있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의 타겟에는 후루사와 외에도 후루사와에게 무난한 선고를 내렸던 재판관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교수를 놓쳤다면 굉장한 문제를 불러 일으켰을 겁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경찰들끼리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았는지는 영 알 수가 없습니다.

자세한 설명 없이 고테가와 혼자 날뛰게 만들어서 얻는 잇점도 전무합니다. 와타세 경부의 추리로 모든게 해결될 수 있는데 고테가와는 왜 생고생을 하는걸까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왜 오마에자키 교수가 노숙자 헤이 씨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사유리는 어떻게 도피 행각을 이어갈 수 있었는지 등인데 특히 사유리가 의료 교도소에서 탈옥하여 후루카와에게 진짜 복수를 완료한다는 결말은 그 정도가 심합니다. 사유리가 오마에자키 교수의 칼이 되어 범행을 실행할 이유도 없을 뿐 아니라, 둘이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없어서 어떻게 후루카와를 살해하기에 이르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오마에자키 교수의 말대로 후루카와를 죽인 뒤, 재판관들까지 살해하는게 최종 목적인걸까요?
그리고 사유리의 목적 중 하나가 후루카와일 수 있다는건 와타세 경부나 고테가와는 충분히 추리할 수 있었을텐데 이를 방조한 것도 석연치 않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를 난도질해 토막냈던 미코시바 변호사의 등장도 문제입니다. 실존했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 온 걸로 보이는데, 심신미약에 의한 범죄에 죄를 묻지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년법의 허술함을 고발하고 싶은 취지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코시바 변호사의 비중이 애매해요. 비중만 보면 좀 더 입체적으로, 복잡하게 그려낼 필요가 있었습니다만 그냥 능력있는 변호사 역할에 그칩니다. 하는 역할도 고테가와에게 조언을 주는게 전부고요. 이는 와타세 경부가 이미 추리해낸 내용과 같으니 구태여 등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형법 39조, 책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나쁜 짓을 해도 죄를 묻지 않는건 문제라는 주장도 반복되어 지루합니다. 사회파 추리물로는 나쁘지 않지만 정도가 지나쳐요. 만악의 근원 후루사와가 정신병을 가장하여 중형을 선고받지 않고 의료 교도소에서의 나름 평탄한 생활을 보낸다는 묘사로 독자의 공분을 이끌어 내기는 하나 역시나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작에서 가장 좋았던 결말이 퇴색되어 버린게 가장 아쉽습니다. 아-이-우-에-오 순으로 이어진 범행이 진짜 흑막 오마에자키로 끝난다는건 아주 깔끔했는데, 이 후속권은 한 권 분량의 사족을 만든 것에 불과한 탓입니다. 독설가 와타세 경부 캐릭터만 여전히 날카롭다는게 위안이에요. 2차대전에 대해서 제정신이 아닌 양 전혀 승산이 없는 전쟁에 돌입했던거라고 가차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하죠. 만악의 근원이자 죽어 마땅한 후루사와가 어떻게든 정리(?)되는 결말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 책임 능력이 있고 없고간에 죗값은 지은 죄와 동일하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유명 소설들의 트릭을 베낀 뒤 사회파스러워 보이는 장황한 문제 제기와 고어 묘사를 덧붙인게 고작입니다. 전편을 재미있게 읽으셨더라도 구태여 찾아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06/08/31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 제프 린제이 / 최필원 : 별점 1점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 2점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비채

마이애미,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살인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덱스터는 양부였던 헨리의 충고에 따라 사회악적인 존재만 골라서 처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본 직업인 경찰 혈흔 분석가로서의 이중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그러나 덱스터와 유사한 연쇄살인범이 나타나 마이애미는 광란 상태에 빠지고 덱스터는 살인범과의 교감을 느끼면서도 의붓 여동생인 데보라의 소망에 따라 자신의 직감과 본능에 따라 살인범을 추적한다...

모던 스릴러 소설가이자 기획자라는 모중석씨가 선정한 스릴러 소설들을 출간하는 "모중석 스릴러 클럽"의 4번째 작품입니다. 스릴러 소설은 별로 취향은 아니지만 평도 좋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네요.
그러나.. 읽어본 결과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실망!" 입니다.
일단, 대체 이 소설의 어디가 스릴러라는 것인지 저는 당쵀 알 수 없더군요. 살인범과의 몇가지의 단서를 놓고 벌이는 스릴 넘치는 두뇌게임이나 쫓고쫓기는 추격? 이 작품에서는 그런건 전혀 없습니다. 살인범의 추적은 덱스터가 같은 연쇄살인범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순전히 자신의 "본능"과 "직감"에 따를 뿐입니다. "단서" 이런건 전혀 없습니다. 단서랍시고 나오는 것들은 하나같이 실제 수사에는 군더더기일 뿐이고요. 압권은 살인범이 덱스터를 자기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오히려 서서히 접근해 온다는 설정. 장난쳐 지금? 주인공은 하는게 하나도 없잖아!
혹 잔인한 장면의 나열만으로 스릴을 줄 수 있다고 작가가 착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구태의연하고 지루한 묘사였을 뿐입니다. 제임스 옐로이의 블랙 다알리아같은 숨이 콱콱 막히고 마음 한구석을 건드리는 범죄소설 보고 연구나 좀 할 것이지... 작가가 본 건 헐리우드 영화들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의붓동생과의 관계나 직장 상사와의 관계 등 모든 다른 세부 설정들도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를 아주 충실히 모방하고 있거든요. 아, 주인공 직업에 대한 설정이나 몇몇 장면들에서는 CSI도 좀 본 티를 내긴 하더군요.
그리고 덱스터의 심리묘사에 너무 많이 치중하고 있는 것도 실수로 보입니다. 작가의 필력이 그닥 캐릭터의 심리묘사를 돋보이게 할 정도로 화려하지도 않아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져서 소설만 불필요하게 길어질 뿐이었습니다. 이놈은 왜이리 잡생각이 많은지 원...

범죄자를 잔인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는 온갖 만화에서 써먹은 소재이니 별반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고 경찰과 범죄자의 이중생활 역시 뻔한 이야기고.... 잔인하면서도 완벽한 연쇄살인범을 "착한"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설정빼고는 건질게 별로 없는 알맹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연쇄살인마가 경찰 업무를 수행한다는 이중생활을 드라마틱하게 그렸더라면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최소한 웃기기는 했을텐데.
요새 이래저래 안좋은 일이 생겨 좀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라 이 작품이 좀 집중포화를 맞은 듯도 하지만 두번다시 손에 잡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뒷 커버에는 "리얼리티의 힘!" 이라는 카피가 나와있는데 이 소설의 어디가 리얼하다는 건지 대관절 알 수가 없네요. 보름달에 살인 충동을 이기지 못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게 리얼하다니... 보름달이 뜰때 주인공이 늑대인간으로 변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인하는 것이 리얼하다고 표현한 건가?

PS : 원제가 "Darkly Dreaming Dexter" 니 줄이면 "3D"군요. 전혀 상관없지만 더들리 보이스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PS2 (2006.10.11) : 블로그를 둘러보다 보니 영상화가 끝난 모양이군요. 의외로 TV Series인 듯 합니다. 뭐 워낙 영상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작품이다 보니 의외성은 없고 외려 보고싶어지네요.

2012/04/11

마리오네트의 덫 - 아카가와 지로 / 이용택 : 별점 1점

마리오네트의 덫 - 2점
아카가와 지로 지음, 이용택 옮김/리버스맵

프랑스어 전공 대학원생 우에다 슈이치는 지도교수의 소개로 외딴 곳에 위치한 미네기시 집안의 대저택에서 프랑스어 가정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일하던 중 슈이치는 우연히 미네기시 집안의 막내딸 마사코가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풀어주었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연쇄살인범이었다... 

마사코의 연쇄살인극이 펼쳐지는 동안 슈이치의 약혼녀 미나코는 슈이치를 구해내기 위해 미네기시 집안 마약 밀매의 본거지인 요양소로 잠입하는데...

아카가와 지로의 초기 대표작 중 한 편인 범죄 스릴러. 요새 아카가와 지로 출판 러시에 힘입어 정발되었네요. 사실 명성에 비하면 그리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쓰는 작가는 아닌, 일본의 "시드니 셀던" 정도의 작가로 알고 있어서 별로 챙겨 읽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읽고 난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마약왕의 외딴 대저택을 무대로 미모의 세 자매(흑묘관인가?)가 등장하고, 자매 중 큰 딸은 색녀이고 막내는 광기 어린 연쇄살인마라는, 현실성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는 설정을 바탕으로 치밀하지도 않은 즉흥적인 연쇄살인을 모래성처럼 쌓아 올린데다가, 중간중간에는 정사 신 같은 자극적인 묘사를 끼워 넣은 싸구려 3류 소설입니다. 십여 페이지에 한 번씩은 자극적인 장면이 등장하니 3류 소설의 교과서라 해도 되겠어요. 물론 자극적인 장면을 등장시킨다는 조건을 충족시키면서도 나름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했던 '로망 포르노'라는 장르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 작품은 그냥 자극과 흥행이 될 만한 요소만 집중적으로 파고든 펄프 픽션에 불과합니다.

추리적으로 본다면 애초부터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는 힘들고, 미치광이 연쇄 살인범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서스펜스 스릴러로 부를 수 있으나 이야기 자체가 허점투성이라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전무합니다. 슈이치가 마사코를 조종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이유와 방법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 것이 가장 큰 예이겠죠. 그 외의 설정과 여러 사건들은 솔직히 성인 만화라고 해도 유치할 수준이고요. 마지막에 반전이 있기는 하나, 반전 역시도 설득력이 전무한 만화 같은 이야기라는 문제점은 동일합니다.

어떻게 보면 제 기대 수준을 거의 맞추긴 했습니다. 그만큼 애초에 기대치가 낮기는 했지만요. 그러나 제 기대치보다도 형편없었다는 건 좀 문제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혹 궁금하신 분들께는 시간이 아무리 많이 남으셔도 세상에는 훨씬 유익한 것이 많으니 이 책만큼은 관심 두지 않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나저나 왜 이 작가가 일본에서(나마) 인기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더 깊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