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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4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2025~2026) : 별점 3점

"흑백요리사 시즌 2"는 지금은 흔해빠진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다른 요리 서바이벌과 가장 큰 차이점이었던, 이미 성공한 셰프들과 신인들을 대결시킨다는 대결 구도를 잘 살려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워낙 쟁쟁한 셰프들이 백수저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중 가장 인상적인 참가자는 단연 후덕죽 셰프입니다. 50년이 넘는 요리 경력을 지닌 요리계의 거물이 자신의 긴 이력에 기대지 않고, 거의 자식뻘에 가까운 후배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연에 나선다는 사실 자체가 큰 감동이었습니다. 결승 직전까지 가는 엄청난 실력이 함께 한 덕분이지요. 특히 당근 요리 지옥에서 요리괴물과 맞붙은 대결은 무협지의 비무대회에서 원로 고수와 신예 후기지수가 맞붙는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긴장감과 재미가 넘쳤습니다. 그날의 당근 짜장면은 단연 최고의 한 수였고요. 만약 그게 결승 요리였다면, 요리괴물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애청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친숙해진 셰프들의 출장도 반가왔습니다. 손정원 셰프야 백수저로 등장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이력의 소유자이지만, 정호영 셰프와 샘 킴 셰프는 솔직히 초반에는 애매하거나 웃음 후보가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 경연에서 예상과 달리 끝까지 잘 버텨주어서 좋았어요. 특히 정호영 셰프는 탑 4에 오르는 성적으로 실력을 분명히 입증했지요. 대진운이 따른 측면도 있겠지만, 이런 경연에서 운 역시 실력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인정할 만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또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지나치게 캐릭터를 과시하거나 센 척에 집중하는 흑수저 요리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신감으로 가득찬 요리괴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매너 있게 경연에 임하고 있어, 시청자로서 불편함 없이 대결에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시즌 1에서 중간에 하차했던게 이상한 캐릭터 만들기에 의한 불편함 때문이었는데, 그런걸 별로 느끼지 못했어요.

대결도 꽤 잘 짜여 있습니다. 개인전과 팀전의 배치,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요리 천국과 요리 지옥이라는 대비되는 무대는 흐름을 단조롭지 않게 만듭니다. 특히 요리 지옥에서 진행된 당근을 활용한 30분 요리 대결은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라 할 만합니다. 제한된 재료인 당근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발상과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결과물의 완성도 역시 납득이 갔습니다.

결승으로 이어지는 서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나를 위한 요리’라는 결승전 주제는 경쟁의 끝에서 요리사의 본질을 다시 묻게 만들었고, 최강록 셰프의 우승은 단순한 실력 경쟁을 넘어 감정적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감동과 재미를 모두 잡은,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좋은 이야기였다고 생각됩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분명합니다. 시즌 1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백수저 참가자들 사이의 급 차이는 여전히 큽니다. 각종 대회 우승자, 미슐렝 스타 셰프와 단순히 방송 출연 경험이 많은 스타 셰프를 같은 선상에서 경쟁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참가자 선별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선재 스님은 사찰 요리의 대가이지만 육류나 오신채를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제약을 안고 있고, 고기굽기 연구소장의 경우는 BBQ에 특화된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전문 셰프라고 보기 애매한 참가자, 혹은 특정 장르에만 지나치게 특화된 참가자들은 애초에 어느 정도 걸러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리괴물의 캐릭터 만들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굳이 그렇게까지 센 척하는 연출이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대결도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흑백 팀전이 가장 큰 문제에요. 여기서 패한 팀은 전원이 탈락한다는 규칙인데, 흑수저들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으니까요. 패자 부활전으로 두 명을 살려주기는 했지만, 그 중 한 명이 누가 봐도 결승까지 올라갈 요리괴물이라서 긴장감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팀을 섞거나, 최소한 두 팀 씩 나눠 경쟁하게 했다면 긴장감과 공정성을 모두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심사위원 평가 역시 쉽게 공감되지는 않았습니다. 백종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게 느껴진 탓이 가장 크지만, 안성재 셰프의 심사 또한 일관되게 공정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 가혹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심사위원 수를 늘려 다양한 관점이 반영되었더라면 더 좋았을거에요.

그래도 잘 짜인 미션과 인상적인 참가자, 그리고 감정적으로 설득력 있는 결말을 보여준 재미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 서바이벌 예능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

2020/02/09

타르트 타탱의 꿈 - 곤도 후미에 / 문기업 : 별점 2.5점

타르트 타탱의 꿈 - 6점
곤도 후미에 지음, RYO 그림, 문기업 옮김/영상출판미디어(주)

비스트로 "파 말"은 미후네 셰프와 요리사 시무라, 소믈리에 가네코 씨와 갸르송인 다카쓰키 도모유키 4명만으로 운영되는, 카운터 일곱 석, 테이블이 다섯 개 뿐인 상점가의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맛있는 요리를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내 놓아 인기가 많은 가게.
이 곳에 온 손님들이 이런저런 경험담, 과거 일화를 이야기하면, 무뚝뚝한 미후네 셰프는 항상 그만의 추리로 손님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곤도 후미에의 프렌치 비스트로를 무대로 한 일상계 미스터리 연작 단편집입니다.

저자 곤도 후미에의 일상계는 이전에 "샤를로트의 우울"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딱히 좋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디테일한 묘사와 번득이는 재치는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프렌치 비스트로를 무대로 여러가지 요리들이 주요 소재라는 점에서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이라는 추리 소설과 요리에 대한 책을 쓴 작가라면 읽어봐야 할 것 같아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특정 가게의 주인이나 능력있는 종업원이 방문한 손님들의 수수께끼를 해결해 준다는 일상계 추리물은 정말 수도 없이 많습니다. 가게도 서점, 헌책방, 사진관, 중고매장이나 골동잡화점과 같이 다양하지요. 하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술집이나 음식점입니다. 화과자점니혼슈 바도 포함해서요. 아무래도 주인과 손님과의 대화가 다른 가게들보다는 더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음식보다는 손님이 가져온 수수께끼가 중심인 작품들이 많은데 반해, 이 작품은 프렌치 비스토로라는 장소와 요리의 특징을 살린 이야기가 많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몇 이야기는 아이디어도 돋보였고요.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좋은 수준이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또 "파 말"의 손님들이 주인에게 고민거리를 이야기하지 못해 안달난 것 처럼 보이는 작위적인 전개도 거슬렸어요. 추리를 시작하기 전에 고민거리가 있는 손님들에게 셰프 특제 뱅쇼를 서비스하는 단계 역시 폼은 나지만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뻔한 캐릭터도 감점 요소에요.

그래도 이 정도면 다음 권도 찾아서 읽어볼 만한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가벼운 일상계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쯤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타르트 타탱의 꿈"

다카라즈카 연극 배우인 나쓰미, 아니 구시모토 씨가 니시다 씨와 결혼한 뒤 연기를 그만둔다고 하자, 그녀의 팬이었던 여자아이는 앙심을 품었다. 마침 약혼자 니시다 씨가 프랑스 요리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 요리 학원에 다니던 여자 아이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나쓰미가 만들었다고 하고 대접할 것을 제안했고, 이를 나쓰미는 기쁜 마음으로 승낙했다. 그러나 이는 함정으로, 여자 아이는 니시다 몫의 전채 주키니와 게 갈레트에 날달걀 껍데기를 갈아 넣었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표제작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제목 그대로 타르트 타탱으로, 미후네 셰프는 배탈이 났다는 손님 니시다 씨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먹은 타르트 타탱이 이상하다는걸 간파하고 진상을 추리해냅니다. 이상한건 오븐에서 구워지던 타르트 타탱의 캐러멜색이었지요.

그러나 추리와 전개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범인인 소녀를 바로 잡아온 것도 작위적이지만, 핵심 단서인 캐러멜리제 된 타르트 타탱이 오븐에서 보였던게 저는 그리 이상하다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니시다씨가 다 구워져서 먹기 직전인 상태를 봤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 구시모토 씨가 향신료 강한 음식을 싫어한다는 복선이 등장하기는 하나, 니시다 씨와 확실하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게 절대적이지 않았으리라는 점도 아쉬웠어요. 곧 결혼할 연인과 둘만 나누어 먹는 식사에서는 얼마든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지나치게 프렌치 비스트로를 염두에 둔 작위적인 이야기입니다.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로뇽 드 보의 결의"

편식이 심한 가스야 씨는 "파 말"의 골칫덩이 손님으로 항상 똑같은 미녀와 함께 찾아와 온갖 투정을 부려 셰프를 곤란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나 어느날 셰프가 만든 특선 요리에 감탄하고, 그 모습을 본 동행했던 미녀 오케타니 유리코는 따로 시간을 내어 미후네 셰프를 만나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스야 씨와 불륜 관계인데, 아내와 맞서 싸울 용기를 얻었다고. 이유는 그의 아내 요리는 정말로 심각했고, 재료를 맛있게 하려는 고민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기에 유리코는 아내가 가스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후네 셰프는 이를 반박하고, 얼마 뒤 사랑에 실패하여 찾아온 유리코에게 자신이 생각한 진상을 들려주는데...

가스야씨의 극단적인 편식부터가 작위적이지만, 가스야 씨가 맛없는 아내의 요리를 먹는게 사랑이라는 진상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사랑한다면 영양소가 풍부한 맛있는 요리를 해 주면 되잖아요? 하다못해 먹을 수 있는 재료에서나마 많은 영양소를 얻었으면 하고 바랬다면 말이지요. 양파나 토란을 물에 담근다고 영양소가 유의미할 정도로 빠질 것 같지도 않고요. 게다가 불륜녀가 자신의 불륜과 결심을 비스트로 셰프에게 이야기 한다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어떤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졸작으로 수록작 중 워스트입니다.

"갈레트 데 루아의 비밀"

크리스마스에 요리사 시무라의 부인인 샹송 가수 아사미의 공연이 취소되자 "파 말"의 셰프 미후네는 자신의 가게에서 공연할 것을 부탁했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영업 후 관계자들만 모여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가졌다. 미후네 셰프가 신 메뉴로 개발한 갈레트 드 루아를 내 놓자, 아사미는 예전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에 있었던 미스터리를 풀어 놓는데...

오래전, 시무라가 만들었던 갈레트 데 루아 속 페브(도자기 인형)가 사라진 사건의 진상을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아사미를 마음에 들어했던 티에리로부터 그녀를 지키기 위해, 시무라가 페브가 자신이나 그녀에게 가도록 케이크를 구워냈고 자기가 당첨되자 몰래 먹어버렸다는게 진상입니다. 파티에 참석했던 파트리스, 파트리스의 여자 친구인 주디, 시무라에게 티에리가 페브 당첨 시 테이블 아래 쪽으로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지요. 당첨되면 그날의 왕이 될 수 있어서 티에리는 그 기회를 이용해 아사미와의 사랑을 성사시키려 했거든요.

그러나 유일한 단서는 갈레트 데 루아가 '못 생겼다'는 것 정도라서, 이걸로 추리를 이끌어내는건 과장이 심합니다. 또 페브가 어디로 이동했는지도 아몬드 크림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에(오븐의 쟁반을 기울여 놓아서) 조금 부풀어 있는 곳을 찾으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이를 몸수색까지 감행한 모든 파티 참석자들이 무심히 넘겼다는 것도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자기 인형'을 삼키는게 과연 가능했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파티와 특별한 케이크라는 주제는 좋고, 사랑 이야기에 해피 엔딩이기까지 하니 마음은 푸근해지네요. 젊은 청춘이라면 사랑을 위해서 도자기 인형정도 소화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최소한 전작들보다는 나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오소 이라티를 둘러싼 불화"

와키타라는 손님이 이틀 연속 "파 말"을 찾아와서, 아내가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고 한탄했다. 이유를 물어보지만, 잼 한 통을 지인에게 준 것 밖에는 모르겠다는 와키타에게 미후네 셰프는 한 번 더 가게를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다시 "파 말"을 찾은 와키타에게 바스크 지방의 요리들을 대접한 후, 마지막으로 프로마쥬 서비스 단계에서 하드 치즈 한 개만을 내어 놓았다. 그것은 바스크 지방의 양젖 치즈 브르비였다. 그리고 미후네 셰프는 브르비에 검은 체리 잼을 발라 먹는 방법을 알려주며, 와키타 씨의 부인이 가출한 이유를 알려주는데...

이전 부부가 가게를 방문했을 때, 부인의 말을 와키타 씨는 제대로 경청하지 않았고 잼도 이전에 이야기했지만 와키타 씨가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게 추리의 전부입니다.

그래도 단지 잼 한 통을 선물한 것 때문이 아니라, 과거 와키타가 "파 말"에서 부인과 함께 있을 때 보였던 무관심을 토대로 부인이 실망하여 가출한 이유를 밝혀낸다는 전개는 나쁘지 않아요.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계속 누적된 불만이라는걸 효과적으로 전해주니까요. 잼을 곁들여 먹어야 맛있는 바스크 지방의 양젖 치즈 오소 이라티를 통해 이 과정을 드러내는 방식도 그럴듯했고요.

여러모로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라면 비스트로를 무대로 특정 요리가 활약하는 일상계 추리물로는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불가사의한 술주정뱅이"

젊은 화과자 가게 주인 하기노 씨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파 말"에서 식사를 즐겼다. 그러면서 그들은 학창 시절, 갑자원을 노리고 분투하던 야구부였는데 불미스러운 사고로 출장이 취소되었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시 말썽꾼이었던 2학년 '야마다'가 합숙소에서 술에 취한 채 난동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철저한 신체 검사 및 소지품 검사, 출입 통제 및 감시로 술을 입수하기가 불가능했었는데 야마다가 술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방법은 아직까지 알 수 없었다. 미후네 셰프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이틀 뒤 가게를 다시 방문해 줄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틀 뒤 세 명에게 미후네 셰프가 내어 놓은 것은 냉장고에 들어있던 수박이었다.

수박에 구멍을 뚫어 독주를 집어 넣은 뒤 밀봉하고, 이를 배달시켰다는게 진상으로 설득력있는 동기, 그리고 충분히 실현 가능한 트릭이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요리가 중요하게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미후네 셰프가 이 트릭에서 영감을 얻어 '술주정뱅이 수박 프루트 샐러드'라는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기는 하지만, 정통 프렌치도 아닐 뿐더러, 딱히 새로운 요리로 보이지도 않으니까요. 오히려 하기노 씨가 만든다는 '매실주 수박이 들어간 미쓰마메' 가 더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일상계 추리물로는 거의 완벽합니다. 이 단편집에서 거의 유일하게 트릭다운 트릭이 등장한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별점은 3.5점입니다.

"텅빈 카슐레"

단골인 편집자 미키모토 씨가 유명 에세이스트 데라카도 고유키 씨와의 식사 예약을 하며, 거위 콩피로 만든 카슐레를 주문했다. 미후네 셰프는 데라카도 고유키 씨가 실연했던 과거를 그린 에세이 "최악의 카슐레"를 통해, 그녀가 맛 보았던 최악의 카슐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식사 당일, 셰프는 요리와 함께 5년 전 그녀의 애인 앙리가 준비했던 거위 콩피 카슐레의 진상에 대해 알려준다. 

최악의 거위 콩피 요리는, 메인인 푸아그라를 빼 내고 남은 오리로 만든거라 맛이 없었다는게 진상입니다. 앙리는 푸아그라를 이용하여 제대로 고유키 씨 생일을 축하해줄 생각이었던거죠. 우리나라 식이라면, 메인인 생선 요리를 준비할 때 딸려온 서더리로 먼저 매운탕을 끓여 내 놓았다는 식으로 변주할 수 있겠죠? 이렇게 특정 요리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으며, 이야기의 설득력도 높아서 만족스러웠어요. 손님이 고민거리를 자의적으로 털어놓는게 아니라, 고유키 씨의 기묘한 주문과 그 이유를 전해듣고 미후네 셰프가 그녀가 썼던 에세이를 읽어본 뒤 추리를 펼친다는 전개도 설득력있고요.

앙리가 무려 5년 동안 연락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는건 인터넷과 SNS가 널리 활성화 된 작금의 상황에 잘 맞아 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단점은 사소할 뿐입니다. 수록작 중 최고로 별점은 4점입니다.

"나누어지지 않는 초콜릿"

"파 말"에 방문한 커플이 서로 싸우는 심각한 상황에서, 남자는 "파 말"에서 내 놓은 봉봉 오 쇼콜라가 맛없다고 지적했다. 쇼콜라는 외부에서 구입한 제품으로 실제로 맛이 변했던게 맞았기 때문에, 미후네 셰프는 남자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차에 잡지 기사를 통해 그 남자가 최근 유명한 쇼콜라티에 쓰루오카 다다시라는걸 알게 되었다.

갸르송 다카쓰키 토모유키는 쓰루오카의 가게 "놈브르 프르미에"를 방문하여 셋트 메뉴를 구입해 오고, "파 말" 관계자 모두 맛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리플릿을 통해 특이한 사실을 알게 된다. 세트 메뉴의 구성이 2개, 3개, 5개, 7개......에서 41개로 불규칙한 숫자로 구성되어 있던 것이었다. 요리사 시무라 씨는 이 숫자들이 소수라는걸 알아낸다. 그런데 왜 세트 메뉴를 소수로 구성했을까? 

쓰루오카와 싸우던 여자는 그의 동생으로, 암에 걸려 임종을 앞 둔 어머니 병문안을 오빠에게 부탁하고 있지만 거절당해서 울었던 겁니다. 그러나 쓰루오카가 불효막심해서 그런건 아닙니다. 어머니를 사랑한 탓에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던거죠. 이는 세트 메뉴 구성으로 밝혀집니다. 어머니가 쓰루오카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누어주고 딱 한 개만 남았을 때만 먹었다는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거든요. 즉, 쓰루오카는 어머니가 어떻게 초콜릿을 나누어 주어도 꼭 먹을 수 있도록, 어떤 숫자로 나누어도 1이 남게끔 소수로 구성한 것입니다.

일단, 소수라는 숫자를 이런 이야기에 활용한건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여태까지 보았던 일상계와 수학 관련 아이디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 세트 메뉴 구성이 어머니에 대한 쓰루오카의 애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건 대충 이해가 되지만, 정작 당장 병문안을 가지 않는걸 단지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을 것이다' 정도로 퉁치고 넘어가는건 그다지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사랑한다면 중간 과정이야 어쨌건, 만사 젖혀두고 병원으로 달려갔어야 맞는거잖아요?

한마디로 빼어난 아이디어를 이야기가 잘 받쳐주지는 못한 작품이에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7/07/29

라멘의 사회생활 - 하야미즈 겐로 / 김현욱, 박현아 : 별점 3점

라멘의 사회생활 - 6점
하야미즈 겐로 지음, 김현욱.박현아 옮김/따비

라멘이 현재의 위치를 점하게 된 이유를 다양한 사회 현상과 연결하여 설명해주는, 식문화서이자 미시사-사회사 서적입니다.

뻔한 라멘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라멘의 발전을 주변 환경 및 사회의 흐름과 함께 엮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 설명이 상당히 그럴듯하고 이치에 합당한건 물론이고요.
안도 모모후쿠의 '치킨 라멘'이 대세가 된 이유로 전후 극심한 식량난을 든다던가(쌀 부족으로 인한 밀가루 음식의 발전), 전쟁 전부터 있었던 '지나 소바', '주카 소바' 등의 명칭이 '라멘'으로 통일된 것은 닛신 식품의 텔레비전 광고 덕분이라던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삿포로 미소 라멘이나 규슈 돈코츠 라멘은 모두 각자 독립적으로 발전한 음식이지만 이 모든게 '라멘'이라는 명칭으로 통일된건 역시나 텔레비전 광고 때문이며 이러한 지역적 특산물 라멘은 원래부터 있던게 아니라 관광지화 되면서 그 지역의 유명 라멘이 순식간에 퍼져 굳어진 것이라는 등 새로운 분석이 가득합니다.
안도 모모후쿠의 '치킨 라멘'이 포드의 T형과 마찬가지로 대량 생산하는 공업 제품으로 접근하여 성공했다는 시각도 독특했어요. 여기서 피터 드러커의 그것과 유사한 '데밍'의 피드백 방법론이 도입되었다는 것도 그러하고요.
이런 내용을 "사자에 상", 마쓰모토 레이지의 최초 소년지 장기 연재 출세작 "사나이 오이동", 영화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등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 "아사마 산장 사건"와 같은 당대 유명 사건 등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가 쉽다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사자에 상"의 경우는 무려 1948년 연재된 에피소드를 가지고 설명할 정도라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아울러 흔하게 접했던 라멘의 유래에 대해서도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는 나름의 '고급' 정보들도 눈에 띕니다. 메이지 시대 중기 요코하마나 나가사키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길거리 음식 '난킹 소바'로 일본에 들어온 후, 도쿄 아사쿠사의 중화요리 식당 '라이라이켄'에서 지나 소바를 처음으로 내 놓았으며, 이 때 아사쿠사 말고 다른 지역에서 지나 소바의 침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이동식 포장마차 "차루메라"라고 소개하면서 에도가와 란포가 이동식 포장마차를 했다고 알려주는 식입니다. 의외네요.

이외에도 재미있는 정보가 많습니다. 나폴리탄 스파게티에 대한 설명이 그 중 인상적이었어요.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처음 만든 사람은 이리에 시게타라고 전해지는데, 그는 종전 직후에 아쓰기 비행장에 내린 더글라스 맥아더가 처음 머물렀던 요코하마의 호텔 뉴그랜드의 셰프였습니다. 그가 미군 병사가 가져온, 스파게티에 토마토 케첩을 뿌렸을 뿐인 간이 전투 식량에 피망과 햄을 넣어 이 요리를 발명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이것이 미군 점령기를 지나 미국 것을 일본식으로 변형시킨 새로운 문화가 도래한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우리로 따지면 "부대찌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 특산물 라멘" 이야기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전통이고 뭐고 없는 음식으로, 관광지로 해당 지역이 유명해지면서 삽시간에 유명해졌을 뿐이라는 것으로 우리나라에도 '진주 냉면'과 같은 동일, 유사 사례가 많지요.

라멘이 지금과 같은, "라면 요리왕"에 나오는, 장인이 요리하는 음식으로 발전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누벨 퀴진 및 슬로푸드 운동과 결합하여 소개하는데 그 중에서도 누벨 퀴진의 특징은 현대 라멘집과 정말 딱 들어맞더군요. 오너 셰프 레스토랑이며 지방의 서민적 음식 문화를 중시한다는 점에서요. 구체적으로는 식재료의 풍미를 살리는 것과 전통보다 요리사의 창의력을 중시하고 그 지방의 제철 소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라면 요리왕"에 등장하는 라면 장인 세리자와의 "라면 세류보"가 바로 떠오릅니다. 오너 셰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말린 은어의 풍미를 살린 담백한 맛, 진한 맛 라면이 대표 요리라는 점에서요.

중간에 장인 정신으로 무기를 만든 탓에 미국의 생산성에 뒤져서 전쟁에 졌다는 난데없는 이야기는 황당했고 '라면 지로'에 대한 이야기는 분량에 비하면 알맹이는 별로 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아, 도판이 극히 드문 편임에도 가격이 16,000원이라는 것도 단점이고요.
그래도 장점이 더 많습니다. 재미있는 정보, 새로운 시각이 가득 담겨 재미있게 읽었어요. 라면, 아니 라멘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3/03

셰프 1~40 / 돌아온 셰프 1~5 - 카토 타다시 : 별점 3점

셰프 38 - 6점
카토 타다시 지음/서울문화사(만화)

"기적의 프로젝트 X : 컵라면의 탄생"을 읽고 탄력받아 다시 읽게 된 가토 타다시의 대표작입니다. 고액의 의뢰비만 받으면 어떠한 요리라도 해 주는 요리계의 블랙잭 아지사와 타쿠미가 등장하는 옴니버스 만화죠.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최고의 실력자", "고액의 돈을 받고 어떠한 의뢰도 해결해 준다" , "악인같지만 사실은 자신만의 소신이 확실한 프로" 라는 블랙잭 류의 3대 명제 역시 그대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요리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요리 만화보다는 전문가 만화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의뢰인들 - 주로 무너져가는 가게를 일으키기 위한 식당의 주인들이나 개인적으로 최고의 요리를 의뢰하여 요리를 맛보는 사람들 - 이 주인공인 인간드라마이기도 하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식가 소설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두 종류의 오르되브르"의 예를 들자면, 한 레스토랑에서 미식가로 유명한 소설가를 최고로 대접하기 위하여 속물 지배인이 아지사와에게 요리를 의뢰합니다. 아지사와는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뿐 별다른 특혜를 제공하지 않죠. 그리고 폐점시간 직전, 남루한 술주정뱅이가 들어와 음식을 주문하나 지배인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합니다. 하지만 아지사와는 여전히 솜씨를 발휘해서 최고의 요리를 대접합니다. 그리고 그 술주정뱅이가 소설가가 변장한 것임을 나중에 밝혀내지요. 소설가가 변장한 이유는, 과거의 괴로왔던 경험때문에 아무리 평판이 좋더라도 손님을 차별하는 곳은 가지 않기 위해하였습니다. 가게의 진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함이기도 하고요. 소설가는 가게를 나서며 말합니다. "이 최악의 레스토랑에서 당신의 요리만이 진짜였습니다"
이러한 드라마를 일종의 안티히어로이지만 자신의 실력과 요리에 절대적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아지사와 타쿠미라는 캐릭터가 잘 조율하고 있어서 요리만화의 홍수속에서도 무려 40권 (속편 5권까지 총 45권)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 이어질 수 있었지 않나 싶네요.

검은 외투를 걸치고 요리도구가 든 가방하나만을 지닌채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아지사와 타쿠미가 지나칠정도로 블랙잭과 겹쳐보인다는 것, 인간 드라마이기 때문에 요리는 이야기의 소재일 뿐이라 요리에 대한 정보나 작화가 부실하다는 것, 후반부로 갈수록 유사 에피소드와 자가복제가 반복된다는 약점은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굉장히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8/09/16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 - 윌리엄 시트웰 / 안지은 : 별점 2.5점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 - 6점
윌리엄 시트웰 지음, 안지은 옮김/에쎄

제목 그대로 특정 역사를 대표하는 요리사 - 미시사 서적입니다. 레시피 소개에 이어, 해당 레시피가 어떤 역사를 만들었는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상상 속 레시피는 아니며 모든 레시피가 명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레시피인 고대 이집트의 빵은 룩소르 세네트 묘실 벽 기록이 근거이며, 두 번째인 바빌로니아의 카나수 수프는 설형문자 점토판이 출처라고 하네요.

레시피만 보면 이게 뭔가 싶기도 한데, 읽어보면 "역사"를 만들었다는 제목에 수긍이 갑니다. 인류사, 아니면 최소한 요리계에 영향을 준 것들 중심으로 수록되어 있는 덕분입니다. 고대 로마 카토의 햄 레시피는 그 자체가 특별한건 아니지만 이를 '염장 보관' 과 연결하여 그 중요성을 드러내며, 로마 문화의 절정은 소스가 가장 맛있었던 시대였다는 해석처럼 설명도 아주 그럴듯합니다. 소개되는 소스는 후추, 로바지, 파슬리, 말린 박하, 회향, 포도주에 적신 꽃, 구운 견과류나 편도 열매, 소량의 꿀, 포도주, 식초를 섞은 수프를 가열하여 휘젖다가 녹색 셀러리 씨와 개박하를 넣는 소스인데, 이 정도의 재료를 갖추어 요리할 정도의 문명이라면 대단히 번성한건 분명할테니까요.
그 외에도 샌드위치가 이동이 잦아진 시대에 유행했다는 해석, 키치너 박사의 레시피와 책을 통해 영국의 쓸데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형식주의를 드러내고, 카렘의 유명한 과자 레시피로 프랑스 요리의 화려함을 극명하게 알려주는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레시피를 통해 새로운 식재료가 전파된 것, 그리고 요리가 국가와 대륙 사이로 이동이 이루어 졌다는걸 당대 문화 교류사와 엮어 설명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콜릿의 전파와 식민주의를 연결하는게 대표적인 예이고요.

근대 이후는 라디오 방송에서 시작된 쿡방으로 레시피가 널리 알려지고, 전자 레인지로 대표되는 여러 도구들의 도입을 통해 획기적으로 식생활이 변하는 과정, 전쟁 당시 배급제로 빚어진 열악한 레시피들, 풍요의 시대를 거쳐 즉석 식품의 유행, 그리고 방송과 언론, 미슐랭 가이드를 통해 연예인 수준의 유명인이 된 셰프들의 등장, 각종 먹거리의 범람에 대한 반동과 환경 운동으로 등장한 채식주의와 슬로 푸드 운동, 인터넷과 앱으로 매체가 변하고 마지막에는 다시 중세의 레시피 재해석 소개로 마무리됩니다.
절대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역사의 흐름과 요리, 레시피가 특별한 해석 없이도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는게 재미있어요. 브리아 샤바랭의 말 처럼 "무엇을 먹는지"를 통해 그 사람과 시대를 알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나저나, 다시금 중세 요리로 복귀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라면 중세의 그 으리으리하고 시끌벅적했던 쇼와 같은 만찬이 다시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네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직접 연출을 지휘하기도 했다는 르네상스 연회는 항상 궁금했었는데, 곧 실제로 보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세계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된 레시피를 다루고 있기에 당연히 범위도 넓습니다. 고대의 경우는 중국을 포함해 모든 고대 문명의 레시피가 수록된건 물론이고 역사적으로도 고대 - 중세를 거쳐 타이방 이후 체계를 갖추는 과정, 중세 이후 근대, 현대,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를 대표하는 레시피가 소개됩니다. 타이방과 카렘에서 줄리아 차일드, 제이미 올리버 등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도 많으며 지금도 널리 알려져 있고 많이 먹는 에그 베네딕트, 흘렌다이즈 소스, 피치 멜바 등 친숙한 요리 소개도 반가왔어요.

하지만 주로 "영국" 기준으로 쓰여진건 아쉬웠습니다. 세계사와 관련된 요리를 다루는 것도 앞부분의 잠깐일 뿐 결국 영국의 요리, 영국의 요리사, 영국의 식당이 관련된 레시피 비중이 높은 탓입니다. 근대 이후에는 동양권 요리는 찾아보기도 힘들고요. 그리 큰 비중은 아니더라도 일본의 제국주의의 시작과 "고기 감자 볶음" 정도는 연결해서 설명해줄 만 했을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읽기 쉬운 글도 아니었습니다. 도판이 부실하여 글만으로 요리와 그 맛에 대해 상상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딱딱하고 단순한 번역투 문체가 상당히 거슬렸어요.
아울러 정말로 역사적인 레시피이냐? 라고 할 때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레시피도 제법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약점이에요. 어떤 역사를 대표한다거나, 요리 역사에 있어서 변곡점이 되었다거나 하는 레시피가 많은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기획 자체의 아이디어는 좋고 소장 가치가 있는 단락도 있지만 600페이지 가까운 분량 모두가 흥미롭지는 않습니다. 요리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지만, 재미가 있는 책은 아닌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8/08/04

공정드래곤즈 1~3 - 쿠와바라 타쿠 : 별점 2점

[고화질] 공정 드래곤즈 03 - 4점
쿠와바라 타쿠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입니다. 백종원 씨를 비롯, 여러 셰프들이 스타덤에 오른지 오래이며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는 온갖 예능들도 넘쳐나고 있고,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마저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만화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요리 만화는 등장한지 오래되긴 했습니다. 빵이나 카레, 중화요리, 초밥, 도시락, 와인, 술 등 요리사가 주인공이며 특정 요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주로 주인공의 직업과 소재가 특이한 배틀물 - 고전 "맛의 달인"의 '완벽과 최고'의 대결처럼 - 에 머무른 작품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다양한 장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음식과 요리를 소소한 일상, 인간 드라마와 결합시키거나, 평범한 음식을 실존하는 평범한 식당에서 평범하게 먹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로 전개하는 '음식을 소재로 한 소소한 일상계'입니다. 앞서는 "심야 식당", 그리고 뒤에는 "고독한 미식가"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외에도 영상화 된 작품만 해도 "하나 씨의 간단 요리", "와카코와 술",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 "음식의 군사" 등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인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두 번째로 현재 음식 만화에서 작지만 확실한 인기를 몰고 온 분야는, 판타지 세계관과 음식 소재를 결합한 '이세계 미식물'입니다. 쿠이 료코"던전 밥" 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장르는 "던전밥"처럼 이세계의 몬스터를 재료로 친숙한 음식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이세계 주점 노부" 등 처럼 현대(그 중에서도 일본) 요리를 그러한 음식을 잘 모르는 이세계 주민에게 소개한다던가, 아예 현대 일본인이 이세계로 이동하여 자신의 요리 실력으로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맛없는 밥 엘프와 유목생활", "이세계에서 카페를 개점했습니다" 등으로 아이디어가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가 아니라 현대 요리사가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다는 "노부나가의 셰프" 와 같은 이야기도 유사 장르로 포함시킬 수 있을테고요.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 만화는 이러한 '이세계 미식물' 장르에 속한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원조 "던전 밥" 의 특징을 많이 따릅니다. 용을 사냥하는 용 사냥꾼들이 용을 재료로 이런저런 친숙한 음식들을 만든다는 점에서요. 이세계 전문직 종사자의 평범한 식단을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는 '일상계 음식 만화'의 한 범주로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아류작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포룡선 퀸자자호를 타고 용을 사냥하는 사람들과 사냥 과정에 대한 디테일 - 용이라고 불리우긴 하지만 크툴루 신화 속 크리쳐가 연상되는 "용", 고전적인 비행선인데 용을 잡기 위한 다양한 장비(작살총, 봄랜스, 창과 이런저런 와이어, 후크들, 오토자이로)를 갖춘 퀸자자호, 포룡 과정에서 하늘에 떠 있는 퀸자자호 내부에서의 식사와 빨래와 같은 생활 묘사 등등등 - 이 펜터치 중심의 고전적이면서도 빼어난 작화로 그려져 있어서 큰 재미를 선사해 주는 덕분입니다.

그런데 1권은 용 사냥꾼이 용을 사냥하고 그 부산물을 조리해 먹는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2, 3 권부터는 세계관이 긴 호흡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나가더군요.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2권은 용의 거래로 먹고 사는 마을 '퀀 시'에 기항한 퀸자자호가 마을에서 깨어나 폭주하는 용을 사냥하는 이야기에 승무원 지로의 짤막한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지며, 3권은 사냥 중 지상으로 떨어진 타키타가 지상의 사냥꾼에게 구조된 후, 자신을 따르게 된 새끼 용을 무리에게 돌려보내 준다는, 한 권에 한 편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구성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이세계 미식물' 을 보고 싶었던 것이지 일상계 이세계 사냥 판타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야기도 딱히 새롭거나 재미있지도 못합니다. 전형적인 설정의 전형적인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그나마 용잡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우러지는 2권은 조금 낫지만, 3권은 전형적인 나우시카류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고기에 푹 빠진 미카는 "던전밥"의 라이오스와 유사한 등, 퀸 자자호의 승무원들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캐릭터라는 점이 더해져 식상해도 너무나 식상할 따름입니다.
용 고기가 무슨 색깔이며 구울 때는 어떻고, 날로 먹으면 어떤지 등 기본적인 특성조차 소개되지 않고 이런저런 요리를 선보인다던가, 뒤로 가면 갈 수록 특별한 요리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전개를 보면 판타지 구루메 만화를 그려달라는 편집부의 요구를 따르는 척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그려나가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뭐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테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3권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읽기는 했는데, 다음 권을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면 저와 같은 이세계 미식물 팬을 위해서 지브리에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를 활용하여 비슷한 컨텐츠를 내 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나우시카 세계관에서 오무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 등이 등장하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요? 서둘러라 지브리!

2010/10/31

에드워드 권의 Yes Chef (예스셰프)를 보고

주말에 우연히 메가TV에서 전편을 몰아본 요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 자체는 흔한 서바이벌 오디션과 다르지 않아 특별히 새로운 점은 없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요리'라는 세계가 예전에 잠깐 몸담았던 '디자인' 업계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업종 모두 오너 셰프와 오너 디자이너의 명성과 경력이 중요하고, 그러한 오너를 흠모하여 직원들이 입사한 뒤 매우 하드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더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도제식 문화에는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었기에, 방송을 보면서 옛 생각이 떠올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제식 문화는 몸으로 기술을 익히고 체득하기 쉽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바로 지적받고, 유사한 업무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니까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장인들이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에드워드 권이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던 '아이디어'나 '창조성'을 배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이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새로운 작업을 찾아다니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드한 업무에 쫓기다 보면 그런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 방송이었습니다.

2016/12/25

초콜릿의 비밀 : 자크 제냉의 아틀리에로 떠나는 미식 여행 - 프랭키 알라르콩 / 강현정 : 별점 3점

초콜릿의 비밀 - 6점
프랭키 알라르콩 지음, 강현정 옮김/시트롱마카롱

만화가 프랭키 알라르콩이 초콜릿에 대한 만화를 그리기 위해 프랑스의 유명 셰프 자크 제냉의 아틀리에를 찾아간 후 여러가지를 배우고 경험한다는 내용으로, 부제처럼 자크 제냉의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원래 셰프 출신이지만 딸 아이에게 가장 아름다운 생을 맞게 해 주기 위해 초콜릿의 세계로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장인이지만 겸손하다는게 독특하게 다가왔습니다. 초콜릿에 대해서는 장인급의 충분한 솜씨와 자부심을 갖춘건 확실합니다. "딱 보면 즉각적으로 느낌이 와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단순함에서 최고를 추구한다는 사고방식부터 범상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스스로를 우월하다 내세우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습니다. 대화와 사교 면에서 여러모로 겸손해서 매력적이었어요. 이러한 점은 스스로를 쇼콜라티에라고 부르지 않고 초콜릿 가공사로 부르는 첫 장면부터 대표적으로 드러나는데, 일본 요리 만화에 흔히 나오는 스스로의 실력만을 믿는 괴짜 장인들 - 우미하라 (가이바라), 세리자와 등등등 - 과는 정 반대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만화와 현실의 차이인지, 일본과 프랑스의 문화 차이인지도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포인트였습니다.

등장하는 수많은 레시피와 초콜릿, 케이크들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집에서 해봄직한 레시피 중의 하나는 핫 초콜릿입니다. 잘게 자른 초콜릿 300g (카카오 64%?)에 우유 1리터. 우유를 끓이고 잘게 자른 초콜릿을 넣은 후 거품기로 계속 저어 녹인 후,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려 뜨거운 상태로 서빙한다는데, 이건 꼭 딸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번 주말에 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시피, 인터뷰 뿐 아니라 초콜릿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과정도 자세히 소개해 줍니다. 카카오 열매의 경우에는 자크 제냉의 친구인 쇼콜라티에 스테판 보나와 함께 페루까지 날아가 어떻게 재배하고 어떻게 수확하며, 어떻게 제조, 유통하는지 알려줄 정도로요. 몇몇 초콜릿은 프랭키가 직접 실습생으로 만들어 본 경험도 소개되고요.

이렇게 좋은 내용이 많은데, 문제는 120여페이지라는 분량으로는 이 모든걸 다루기에는 분량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14,000원이라는 가격도 과한 편이고요. 또 자크 제냉 아틀리에의 1년 시즌을 바탕으로 그려진 만큼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일반적인 초콜릿보다는 특정 아이템(발렌타인 초콜릿 등)에 소재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풀 컬러에 작화도 빼어난,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도 나쁘지 않은 좋은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실제로 먹을 수 없으니 최악이려나요?

2023/05/05

수상한 레스토랑 세컨즈 - 브라이언 리 오말리 : 별점 2.5점

수상한 레스토랑 세컨즈 - 6점
브라이언 리 오말리 지음/미메시스

인기 레스토랑 '세컨즈'의 셰프 케이티는 젊고 야망넘치는 여성으로 '러크나우'에 오픈할 자신의 레스토랑 개업 준비에 골몰하면서 많은 갈등을 만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 잘못된 선택'을 되돌릴 수 있게 만드는 마법의 버섯을 발견한 케이티는 실수를 할 때마다 버섯을 먹어가며 실수를 지워나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세상은 이상한 비현실 세계로 바뀌고 말았다. 케이티는 버섯을 처음에 알려준 세컨즈의 터주 '리스'에게 모든걸 돌려 놓으라고 따지지만, 알고보니 이미 리스는 '러크나우'의 터주 마녀에게 힘을 빼앗겨 버린 상태였다. 러크나우에서 케이티가 마녀가 담긴 항아리를 세컨즈에 가져다 놓았던 탓이었다. 케이티는 러크나우의 마녀를 설득해서 모든걸 처음 세계로 돌려 놓는데 성공한다.


미국 만화인데 일본 풍의 모에한 캐릭터가 등장인물이라서 신기한 마음에 구입한 작품입니다. 정가 25,000원은 제법 쎄지만, 300페이지가 넘는 풀컬러 양장본이라는 특성상 더 싸게 내 놓을 수는 없었겠지요.
 
물불안가리고 즉흥적인 케이티 성격에 따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박진감넘치는 전개, 화끈한 묘사와 모에 캐릭터의 결합이 상당한 화학 작용을 불러 일으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모에한 캐릭터들이 미국 막장 드라마같은 치정극을 벌이는 - 이미 결혼한 세계관에서 수석 셰프와 불륜을 저지르는 등 - 장면같은 독특한 부분도 재미 요소였어요. 작화와 컬러도 마음에 들며 양장본인 책의 만듦새도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딱히 신선하지는 않았습니다. 집에 나의 눈에만 보이는 무언가 살고 있다? 흔하디 흔한 일본의 지박령 설정을 그대로 차용한 것입니다. 실수를 지워주는 버섯은 알고보니 또다른 세계의 나로 깨어나게 만들 뿐이었다? 널리고 널린 멀티버스, 다차원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요. 케이티만 터주 리스를 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데, 레스토랑 스탭 헤이즐은 리스를 볼 수 없어도 느낄 수는 있고 그려낼 수 있다는 아래와 같은 설정 역시 익히 많이 보아왔던 것입니다. 
이런 류의 만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을 서구권 독자들에게는 모를까, 저에게는 그리 새롭지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한, 두 페이지의 설득 만으로 러크나우의 마녀가 케이티를 용서하고 모든게 처음으로 돌아가는 결말은 영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6/05/29

어려운 문제가 가득한 레스토랑 - 유키 신이치로 / 김은모 : 별점 2.5점

"#진상을 말씀드립니다"의 작가 유키 신이치로의 공유 주방을 배경으로 한 연작 단편집입니다. 다양한 음식점 수십 개를 등록해 우버 이츠로부터 배달 주문을 받는 공유 주방의 점장이, 외부 활동을 하는 배달원들이 모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추리를 펼치는 안락의자 탐정물입니다.

설정은 꽤 좋습니다. 점장은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미남이지만, 정의감 넘치는 명탐정이라기보다는 적절한 가격에 추리 결과를 제공하는 냉정한 장사꾼에 가깝습니다. 의뢰인만 알고 지불할 수 있는 거액의 요리를 시스템에 등록해 거래하는 방식도 합리적이고요. 배달 앱과 공유 주방이라는 현대적인 시스템을 추리소설의 장치로 활용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스템에 대한 깊은 연구도 돋보이고요.

사건 역시 일상계에 가까운 이야기부터 묵직한 살인까지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앞부분 수록작들은 설정도 좋고, 추리적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은 이 시리즈가 가진 장점을 잘 보여줍니다. 배달원이 사건 현장에서 직접 뛰어다니고, 점장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는 구조도 안정적입니다.

다만 뒤로 갈수록 설정이 애매해지고, 추리적으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점장의 정체를 실체적으로 밝혀내려는 시도가 등장하는 점은 영 별로였습니다. 이런 인물은 판타지로 남아 있을 때 더 매력적입니다. 굳이 현실적인 설명을 붙이려는 순간, 앞에서 쌓아둔 쿨하고 냉정한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최소한 앞의 수록작 두 편만큼은 괜찮았습니다. 작가의 전작이 영 아니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자기만의 무언가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로서 성장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전체 완성도가 아주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공유 주방과 배달 앱을 결합한 안락의자 탐정물이라는 설정, 그리고 앞부분 수록작들의 추리적 재미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있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넘어져도 빈손으로는 일어서지 않는 완두콩 싹 달걀 수프 사건

맨션에서 화재 사건이 벌어졌다. 화재가 일어난 방의 입주민이었던 대학생 가지와라 료마는 팬티 바람으로 입주민들을 깨워 도망치게 하여 대참사를 막았다. 그러나 전소한 료마의 방에서 료마의 전 여자친구 유즈키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경찰은 자살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유즈키가 헐렁한 옷을 입고 화재 현장에 나타나 ‘당해봐라’라는 복수에 가까운 말을 내뱉은 뒤, 불길이 치솟는 건물 안에 자기 발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실연에 따른 극단적 선택처럼 보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점장의 추리는 다릅니다. 료마는 유즈키를 미리 죽여 자기 방에 놓아둔 뒤, 불을 지르고 유즈키의 옷을 입고 나와 유즈키인 척했습니다. 그리고 밖에 있다가 다시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유즈키가 스스로 불길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꾸몄던 겁니다.

근거는 배달원의 조사입니다. 료마가 여성스러운 외모와 체구의 소유자이며, 심한 근시라 잘 때는 렌즈를 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료마는 팬티 바람으로 밖에 나와 있을 때 현장에 있던 현재 여자친구를 알아봤습니다. 이 증언을 통해 점장은 료마가 렌즈를 끼고 있었고, 따라서 자다가 급히 나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깨어 있었다는 사실을 간파합니다.

시리즈의 설정과 분위기를 알려주는 첫 작품으로는 꽤 좋습니다. 사건 자체도 나쁘지 않고, 여장 트릭과 시력 단서를 결합한 추리도 깔끔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결말입니다. 사건을 의뢰해던 료마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진상을 알고 싶어 한게 아닙니다. 그 진상을 가지고 아내를 협박하려 했지요. 점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에게 추리를 들려줍니다. 점장은 음식점의 셰프로서 고객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면 충분하다는 식이거든요. 정의를 내세우지 않고, 자기 추리가 진짜라고 보장하지도 않고요. 이 부분에서 의뢰와 돈에만 충실한 추리를 펼친다는, 이 시리즈만의 독특함이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첫 작품으로서 세계관 소개도 잘하고, 추리적으로도 준수합니다. 무엇보다 점장의 냉정한 캐릭터가 확실하게 각인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잉꼬부부의 갈릭 버터 치킨 수프 사건

남편 다이시로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 아내는 처음으로 남편의 왼손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이시로는 왜 손가락이 절단된 것을 숨겼을까? 그리고 아내는 왜 몇 개월 동안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는가?

설정부터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손가락이 절단된 남편, 그 사실을 몇 개월 동안이나 모른 아내라는 출발점만으로도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배달을 맡은 배달원의 가정사와 연결되며 부부 사이의 애정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는데, 이 드라마가 특히 좋습니다. 배달원은 자기 손가락이 잘렸을 경우, 아내가 그걸 알아챌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이 불안과 의심이 마지막 식사 장면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이 작품의 백미이고요. 사건의 수수께끼와 배달원의 개인사가 따로 놀지 않고, 부부라는 공통된 주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부부간의 소통 부족이라는 사회파스러운 문제 제기까지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깔끔합니다. 남편의 아내가 엄청난 악처로, 결혼반지에 대해 히스테리에 가까운 집착을 보였다는 증언이 핵심 단서입니다. 점장은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남편이 그것을 숨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가락을 절단했다고 추리합니다. 극단적인 해결책이기는 하지만, 이는 앞서 쌓아온 부부 관계의 드라마와 맞물리면서 충분한 설득력을 얻습니다. 추리에 대한 근거 - 구급차 대신 택시를 탔고, 절단된 손가락을 가져가지 않았다 -도 합리적이고요.

반지를 누가 가져갔는지에 대한 추리도 좋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호스티스 리리카를 만났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아내의 이름을 말했을 리 없지요. 그런데 리리카는 아내 요리코의 이름을 알고 있었습니다. 결혼반지 안쪽에 부부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반지를 가져간 사람은 리리카였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단순하지만 논리적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추리였습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악처의 잔소리가 싫었다 하더라도 손가락을 절단한다는건 너무 극단적이지요. 베란다에 대한 조사 역시 조금 과하게 작위적입니다. 그러나 단점들은 사소합니다. 설정과 전개, 드라마, 추리가 모두 잘 맞물린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수록작 중 최고작입니다.

뜻대로 안 되는 세상의 양파 토마토 수프 사건

나는 전직 패션모델 출신 싱글맘으로 아들 하루토와 함께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유일한 위안은 수시로 X에 올리는 글에 대한 반응이었다.

배달원의 일상이 사건과 연결된다는 전개 방식은 직전 작품과 같습니다. 이번에는 배달원이 SNS, 정확히는 X에 중독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폐해를 직접 알거나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 역시 같은 상황에서 비롯되고요.

수수께끼는 빈집털이범의 기묘한 행동입니다. 범인은 빈집을 털러 들어왔는데, 그 안에서 무언가에 놀란 듯 핸드폰을 확인하다가 붙잡혔습니다. 도대체 그는 왜 빈집 안에서 갑자기 핸드폰을 확인했을까요?

정답은 빈집털이범이 집을 착각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빈집털이범은 배달원으로 일하며 배달품 안에 집집마다 다른 감사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감사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X에 글을 올리면, 범인은 어느 집인지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사람이 X에 집을 비운다는 글을 남기면 그때 빈집을 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범인은 그 집을 유명 인플루언서 마루미 짱의 집으로 착각했습니다. 이는 모두 마루미 짱의 계획이었습니다. 마루미 짱은 자기 고교 동창이자 친구인 고토미의 집을 털게 하려고 일부러 고토미의 집에 놀러 가서 배달을 시킨 뒤, X에 감사 메시지를 올렸지요. 이유는 자신에게 악플을 달던 악플러의 정체가 고토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고요. 복수하려 한 것이지요.

동기는 좋고, 추리도 깔끔합니다. SNS를 활용하는 범죄 수법도 재미있습니다. X에 중독된 배달원이 X 때문에 개인 사생활이 드러나고, 대중의 관심을 얻으려 할수록 오히려 가족에게서 멀어지는 과정을 사건과 결합한 부분도 괜찮아요. 소재와 주제가 잘 맞물린 편입니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감사 메시지를 보낸 배달원이 반드시 빈집털이범이라는 전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마루미 짱은 빈집털이범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 고토미 집에 놀러 가서 배달을 시킬 생각이었을까요? 이 부분은 뭔가 설득력 있는 설정이 추가로 필요했습니다. 마루미 짱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을 거라는 점장의 추리는 재미있지만, 지금의 내용만으로는 범행 계획이 지나치게 우연에 기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또 하나 불만이었던 건 점장의 태도입니다. 앞선 작품들에서 점장은 사건의 진상이 몰고 올 파장과 무관하게 순수히 돈과 주문에만 추구했습니다. 그게 특징이자 멋있는 점이었고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배달원에게 훈계하는 듯한 말을 남겨서 점장만의 카리스마가 깨져버립니다. 때문에 캐릭터의 일관성이 이어지지 못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SNS와 배달 시스템을 이용한 범죄라는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지만, 사건의 설득력과 점장 캐릭터 운용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수치가 이상한 수준의 건더기 가득한 육개장 수프 사건

작가인 배달원이 점장에게 수수께끼를 가져왔다. 한 여성에게 열 번이나 똑같은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했고, 마지막 배달 때에는 밀봉된 배달 음식 봉투 안에 머플러가 들어 있었다는 사건이었다. 마침 그녀가 머플러를 잃어버린 직후였기 때문에,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상황인데...

점장은 음식을 가져다준 사람이 배달원이 아니라, 잘못 배달된 음식을 받은 다른 건물 입주민이었다고 추리합니다. 오래된 맨션의 1호와 2호가 나란히 서 있어서 배달원이 착각했고, 그 잘못 배달된 음식을 받은 남자가 다시 여성에게 가져다주었다는 것이지요. 마침 그는 여성에게 호감이 있었고, 여성을 관찰하다가 머플러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된 뒤 선물로 머플러를 넣었습니다. 이는 가게 포장지가 기성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는 배달 온 포장을 뜯은 뒤, 기성 포장지로 머플러와 함께 다시 포장해서 배달품을 가져다준 겁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더 좋았던 건 이 표면상의 추리가 아닙니다. 실제로는 작가가 점장의 정체를 캐내려고 이런 사건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추리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점장은 작가에게 실제 배달 경로로 배달을 시킨 뒤, 그 동선을 확인해서 오배송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밝혀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장의 정체를 캐내려는 작가 설정은 영 별로였습니다. 물론 이런 수수께끼의 가게와 점장에 대해 궁금해하고, 어떻게든 그 실체를 밝혀내려고 애쓰는 인물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그 방법이 너무 어설프다는 겁니다. 미행도 그렇고, 사건을 의뢰하는 방식도 와 닿지 않습니다. 이 수수께끼를 해결한다고 해서 점장의 정체에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도 애매하고요.

게다가 작가가 점장의 손에 의해 죽고 만다는 결말은 완전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점장은 만화적이고 판타지 같은 인물이지만, 배달원이 현실을 붙잡고 있는 덕분에 그럭저럭 실감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판타지 속 인물처럼 보였던 점장이 현실에 있는 배달원에게 직접 손을 대는 순간, 그 실감은 완전히 깨져버리고 맙니다. 판타지는 판타지로 남아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과 추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점장의 정체를 파고드는 방향과 결말시리즈의 매력을 깎아먹었기에 감점합니다.

악령 퇴치 닭봉 삼계탕풍 수프 사건

분명히 비어 있는 이웃집에 계속해서 물건 배달이 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달라는 의뢰가 접수되었다. 

진상은 빈집의 옆집 여자, 정확히는 의뢰인 집 기준으로 옆옆집에 사는 여자가 벌인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허술한 맨션 방범 체계를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비어 있는 집 앞으로 계속 물건이 배달되는 상황을 만들면, 관리인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CCTV를 설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사건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비어 있는 집으로 계속 배달이 온다는 수수께끼는 일상계 미스터리지만 나름대로 기묘함을 전해줍니다. 다른 수록작들보다 범죄의 무게가 덜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하지만 진상은 영 와 닿지 않았습니다. 맨션의 방범을 강화하고 싶었다면 이런 노력을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직접 CCTV를 사서 맨션 주인에게 가져다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만두 배달만 한가득 시켰는데, 최소한 몇십만 원은 들었을 테니까요. 그 돈과 수고를 생각하면 범행 동기가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맨션 관리인이 진상 주민을 내쫓기 위해 다른 층에서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전개도 억지스럽습니다. 다른 층에서는 장기 출장 간 집 앞으로 배달이 계속되어 그 이웃집 진상이 이사를 갔다고 하는데, 정작 기분 나쁜 건 배달이 온 집 주민이지 이웃집 주민은 아닐 겁니다. 유명한 진상 세입자가 이 정도 일로 꿈쩍이나 할까 싶기도 하고요.

시리즈의 매력인 배달원의 일상과 사건의 연계도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번 배달원은 인기 없는 개그맨입니다. 그런데 이 수수께끼를 자기 개그 소재로 쓰는 것이 전부이고, 본인의 드라마와 사건이 깊게 엮이지는 않습니다. 앞선 작품들에서 배달원의 개인사가 사건의 주제와 맞물렸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약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수수께끼의 출발점은 괜찮았지만, 진상과 동기, 배달원 캐릭터 활용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모르는 게 약인 완탕 고추장 수프 사건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나(가지와라)’는 죽기 전에 범인의 정체를 확신했다...

첫 번째 사건의 배달원이 점장에게 인간 소실 사건 해결을 의뢰했다. 첫 번째 사건의 의뢰인이었던 가지와라 씨가 실종되고, 그의 자택에서는 강한 루미놀 반응이 발견된 사건이었다.

마지막 수록작인데 연작 단편집의 마무리로는 괜찮은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앞선 단편들의 배달원들이 모두 등장하고, 첫 번째 사건 의뢰인과 관련된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작품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마지막 작품으로 돌아오는 방식은 일종의 수미쌍관으로, 확실히 연작 단편집이구나!라는 재미를 전해줍니다.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부분이 있습니다. 가지와라가 배달을 시켰을 때, 범인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배달원보다 먼저 찾아가 살해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진상은 특정 상품을 주문하면 안건 상담 비용을 할인해준다는 쿠폰에 있었습니다. 범인은 가지와라에게 그 쿠폰을 전달해두었고, 가지와라가 특정 상품을 주문하자 상담 의뢰가 들어온 것을 알고 배달원보다 먼저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를 살해한 뒤, 큰 우버 이츠 가방에 시체를 넣어 옮겼던 겁니다. 이는 특정 상품이 상담과 관련되어 있다는 앞선 설정과도 잘 연결되고, 쿠폰 전달 같은 소소한 정보도 비교적 공정하게 제공되어 마음에 듭니다. 

배달 앱과 공유 주방 시스템을 이용한 시리즈 특유의 장치도 마지막까지 살아 있고, 모든 추리는 결국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점장의 철학도 잘 드러나서 시리즈 작품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이 범인이었다는 결말은 뜬금없었습니다. 가지와라의 전처, 그러니까 가지와라 료마의 어머니로부터 암살 의뢰를 받았다고 해서 실제로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전개는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앞선 작품들에서 쌓아온 세계관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로 직접적인 살인 실행까지 가는 것은 과했습니다.

배달원들이 합심해서 진상을 알아내려고 노력한다는 설정도 생각만큼 와 닿지 않았습니다. 연작의 마무리로 여러 인물을 다시 모으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인물들의 감정이나 관계가 충분히 쌓여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마지막에 점장의 추리 철학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긴 것도 단점입니다. ‘모든 것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생각 자체는 이 시리즈와 잘 맞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 철학을 길게 풀어 설명하다 보니, 사건의 긴장감보다 작가의 설명 의식이 더 강하게 느껴진 탓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2017/06/04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 김봉규 : 별점 2.5점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 6점
김봉규 지음/담앤북스

우리나라 유명 종가와 그 종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독특한 음식, 을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내용은 크게 두 항목, 먹치레와 술치레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고요. 두 항목 구성은 약간 다른데 소개되는 내용은 항목별로 같습니다.

먹치레의 1장 '선비, 셰프가 되다'를 예로 들자면, 안동 계암종가와 삼색어아탕을 소개하면서 "수운잡방"이 안동 광산 김씨 가문의 탁청정 김유와 그 손자 계암 김령이 저술한 것이며, 이 책이 안동 계암종가에 물려 내려오면서 관련된 음식들이 전해졌다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수운잡방"에 나오는 30여가지 음식과 술을 재현하는데 삼색어아탕이 그 중 대표격으로 간략한 레시피를 알려줍니다. 은어, 숭어를 이용해 완자를 만든 후, 은어 삶은 물에 집간장으로 간을 한 탕을 만들어 완자, 녹두묵, 대하에 탕을 부어 완성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김유'라는 인물에 대해 2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명을 추가하며 마무리합니다. 먹치레 편의 모든 항목 구성이 이와 같습니다.

종가와 종부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를 알게 되니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당연하지만 서애 류성룡이 '중개'(일종의 약과)를 좋아했다, 고산 윤선도는 의술에 밝아서 직접 장수를 위한 술을 담궈 먹었다는 것 처럼요.
처음 안 인물이지만 독특한 인물도 많습니다. 일제 강점기 바둑고수 노근영이 그러한데, 그의 삶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천재로 유명했다는 노사 기정진의 청나라 사신 수수께끼 풀이도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류이주를  알게 된 것도 수확입니다. 그의 자택인 '운조루'에는 항상 쌀 두가마니가 들어가는 뒤주가 있어서 배고픈 동네 사람들은 누구나 퍼 갈 수 있었다고 하네요. 심지어 밥 짓는 연기가 멀리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굴뚝까지 낮았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종가 고택에 대한 설명들도 재미난게 많습니다. 전주 인재종가의 판소리 공연을 위해 지었다는 칠량집 학인당, 앞서 말씀드린 노근영의 자택이었던 노참판댁 고가는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집니다. 노참판댁 고가는 특별한 건 없지만, 노근영이 바둑 내기에 건 탓에 주인이 27번이나 바뀌었다는 이력이 호기심을 당기거든요.

또 잘 모르는 종가라도 음식만큼은 흥미로운게 많습니다. 지촌종가의 여름철 고급 별미라는 '건진국수'는 정말 맛있을 것 같아 꼭 한번 먹고 싶어집요. 국수를 삶아 바로 건져 사용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예상외로 뽑아낸 국수가 아니라 칼국수라는게 의외였습니다.
성주 사우당종가의 '은어 국수'는 은어를 잡아 내장을 제거하고 손질한 뒤 푹 고아 육수를 만드는데, 지금은 물이 오염된 탓에 은어를 거의 잡을 수 없어서 요리가 끊길 위기라는 소개에서 "라면 요리왕"에 나오는 세리자와의 라면이 떠올랐습니다. 그 라면은 말린 은어로 육수를 내는 것이었는데, 말린 은어를 이용하여 육수를 내어 재현하면 맛이 많이 달라질까요? 궁금하네요.

이어지는 술치레 역시 재미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술치레는 종가를 별도로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술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차이점은 있는데, 항목별 구성은 마찬가지로 전부 동일합니다. 어떤 집안에서 어떻게 전승되어 왔으며, 지금은 누가 비법을 이어서 빚고 있다는 유래와 어떻게 빚는지에 대한 방법의 상세한 소개, 뒤이어 술의 특징과 잘 어울리는 안주, 그 집안 유명인에 대한 짤막한 소갯글로 마무립니다.

제가 술을 좋아해서인지 먹치레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렇게나 모르는, 안 먹어본 술이 많다는 것에도 놀랐고요. 모두 18종의 독특한 전통주가 소개되는데, 이름만이라도 들어본 것은 '교동법주'와 '안동소주' 뿐이니 말 다했지요. 그나마 교동법주와 안동소주도 제가 먹어본 것과는 뭔가 다른, 더 깊이있고 전통있는 술이 소개됩니다.

몇가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술들 소개를 꼽자면, 교동법주는 오랫동안 만석꾼이었던 경주 최부잣집 가양주입니다.
술 이름에 '춘'자가 붙는 춘주는 귀한 술에 붙는 별칭으로 당나라 때 생겨났고요.
이화주가 점성이 높아 숟가락으로 떠 먹기도 했고, 이화주의 梨花가 배꽃이 재료라는 뜻이 아니라 '배꽃이 필 무렵 빚는 술'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육당 최남선이 꼽은 조선 3대 명주는 '관서감홍로', 전라도 '이강고', '죽력고'라는데 세가지 맛 보고 싶습니다. 감홍로는 특히 이런저런 곳에서 언급되는데, "별주부전"에서는 자라가 토끼에게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고 꾀어 냈지요. "춘향전"에서 춘향이 이도령과 이별하는 장면에서의 이별주도 감홍로고요. 아~ 맛이 정말 궁금합니다.
안동소주는 최근 '명인 안동소주'에서 세계적 위스키가 되고자 2015년부터 오크통 숙성을 하고 있다는데 이 역시 꼭 한 병 소장하고 싶습니다. "맛의 달인"에서 일본 술에는 스피리츠가 없다고 한탄하던 평론가가 오키나와 고주를 마시고 감탄한다는 에피소드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이렇듯 재미있는 내용은 많지만, 음식과 술에 대한 소개에 그친다는 단점은 큽니다. 이런저런 정보들이 많기는 하지만 깊이도 많이 부족하고요. 종갓집 한 곳에서 음식 하나만 소개하는 구성도 아쉽습니다. 대표 음식이 많은 곳도 있을텐데 말이지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책보다는 영상 다큐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지금 사업체로 발전한 종가와 종가 음식의 소개는 광고로 보이는게 좀 많았습니다. 물론 어떻게 하면 쉽게 먹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려는 취지였다고 생각은 됩니다. 의련 백산종가의 '설뫼 망개떡'은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백산 안희제를 위함이라는 명분까지 있고요. 그러나 '오희숙 전통 부각'처럼 그냥 광고에 그치는건 빼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복원 전통주들 역시 광고로 보아도 무방할 듯 하고요. 내용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거라면 협찬 형식으로 좀 더 저렴하게 내 놓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쁘지는 않으며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입문서로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편이고 편집에서도 페이지 낭비가 심해서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점은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종갓집별로 분리하여 책 한권씩을 따로 내는게 좋은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살림 지식총서' 정도 두께로 말이죠. "한국 종가의 먹치레와 술치레' 시리즈! 멋지지 않습니까? 가격만 괜찮다면 저는 구입 용의 있습니다.

2026/05/30

Chat GPT가 그린 점장 ("어려운 문제가 가득한 레스토랑")

Chat GPT로 탐정들을 원하는 스타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도한 건 유키 신이치로의 연작 단편집인 "어려운 문제가 가득한 레스토랑"에 등장하는 점장이자 셰프 탐정입니다.

그려보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너무 잘 생겼기 때문입니다.

  • 정말이지 한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미남이었다. 어느 한군데가 아니라 전부. 얼굴 생김새도, 목소리도, 몸동작도 전부 완벽할 뿐만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
  • 한눈에 반할 만큼 미남이었다. 얼굴 생김새도, 목소리도, 몸동작 자체도 전부 완벽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 

그를 처음 본 사람은 모두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미남이거든요. 좀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묘사가 일관되어 있다는 점도 그림으로 그려내기 쉬우리라 생각했고요.

그래서 그려보도록 시켰는데, 대단합니다. 확실히 엄청난! 미남이네요.

소설을 읽고 떠올렸던 이미지를 초월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점장에게 주문을 넣어보고 싶어집니다.

2024/07/24

2024년 7월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중식당 남풍 코스

신라 호텔에서 코스를 즐겼던게 엊그제같은데, 다시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일이 생겼네요. 이번에는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부산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부산은 잘 모르지만, 부산 어르신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식당이 파라다이스 호텔 중식당 남풍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약 후 지난 일요일 점심에 코스 요리를 즐겼습니다.
저희 가족이 고른건 Steve Jun 코스였습니다. 디저트까지 모두 8개의 요리와 식사가 이어지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Steve Jun 스페셜 냉채 :
랍스터 회, 찐 전복, 해파리 냉채, 멘보샤(?), 닭 조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료도 좋지만 회부터 튀김, 조림까지 다양한 구성에 간도 적당하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2. 남풍 시그니처 딤섬 3종 : 
하가우, 샤오마이, 구채하 3종. 새우와 부추가 섞인 구채하가 제일 좋았습니다. 다른 2종은 비교적 흔하게 먹을 수 있기도 하니까요.
3. 최고급 통 상어지느러미 찜 :
크기로 압도하네요. 4년 전 신라호텔에서 먹은 것 보다 소스가 훨씬 묵직하고 진한데, 크기가 커서 그런지 잘 어울렸습니다. 고급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전해 주고요.
4. 남풍 서해산 어자 해삼 활전복 :
'어자'는 소스 이름인 듯 합니다. 재료가 좋아서 맛있게 먹었지만, 간은 다소 심심했습니다. 조금 더 짭짤한게 좋았습니다. 
5. 북경 오리 1마리 :
셰프님이 직접 와서 손질해 주시고 말아주셨지만,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배가 부르기 시작해서 양이 적고 조금 자극적인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북경 오리를 뺀 조금 더 저렴한 코스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홍삼 고법 불도장 :
불도장은 제가 좋아하는 요리입니다. 맛있었습니다. 재료도 좋았고요. 하지만 역시 뭔가 좀 심심하다는게 아쉬웠어요.
그리고 식사로는 랍스터 짬뽕, 마지막으로 다과로 구성된 디저트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식사와 디저트는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두 개 모두 별로였습니다. 랍스터 짬뽕은 랍스터는 질겼고 간도 애매했으며, 디저트도 가격에 걸맞는 퀄리티로 여겨지지는 않은 탓입니다. 

신라 호텔과 비교해본다면, 신라 호텔 쪽이 압승입니다. 맛이 없는건 아닌데, 남풍의 간이 전반적으로 제 입맛과는 잘 맞지 않았던 탓이 큽니다. 많이 심심했는데, 이런 간이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한 좋은 식사였기에 만족합니다. 서비스도 좋았고요. 다름에 방문하게 된다면, 맛있게 즐겼던 요리 단품으로 몇 가지 시킬 생각입니다.

2021/04/23

튀김의 발견 - 임두원 : 별점 2점

튀김의 발견 - 4점
임두원 지음/부키

국내 과학자가 쓴 튀김에 대한 인문학, 과학, 교양 서적입니다. 박찬일 셰프 등의 호평이 인상적이라 눈여겨보던 차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튀김의 역사와 대표적인 튀김 요리에 대한 소개로 시작됩니다. 이 책에 따르면, 튀김 요리가 처음 등장한 문헌은 로마 요리서 "요리에 대하여"입니다. 유명했던 전설의 미식가 아피시우스가 썼다고 알려진, 1세기 경 편찬되었을 걸로 추정되는 책이죠. 여기에 '알리테르 둘키아(또 다른 달콤한 요리)'라는 튀김 요리가 실려 있다고 합니다. 밀가루와 우유로 만든 도우를 올리브유에 튀겨낸 뒤 꿀을 듬뿍 바르는 요리로, 지금의 프렌치 토스트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튀김의 핵심 재료였던 기름이 비쌌던 탓에 튀김이 대중화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13세기 이후부터 많은 튀김 요리가 등장한다고 하니, 거의 천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셈이죠. 그 뒤에는 대표적인 튀김 요리로 덴푸라, 돈카츠, 라면, 프라이드 치킨, 프렌치프라이, 피시앤칩스, 탕수육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이어집니다.
다 재미있지만 특히 피시앤칩스에 대한 소개가 괜찮았습니다. 유대인들이 스페인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이주했는데, 이 때 스페인 전통 튀김 요리 '페스카도 프리토'가 전파된게 그 유래라고 하네요. 식초를 뿌리는게 중요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 

2부 격인 튀김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튀김의 핵심인 '겉바속촉'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예로 들자면, 이는 '수분 배출이 유리한 구조' 와 '육즙의 유출을 막는' 두가지 기법이 동시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기름에 튀길 때 수분들이 기화하면서 수분이 빠져나간 자리가 팽창하여 부풀어 오르고,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튀김옷의 글루텐과 전분은 재료를 감싸는 보호막 역할을 수행하고요. 그래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요리가 탄생하는 겁니다!
돈카츠가 맛있는 이유는 겉바속촉을 강화했기 때문이에요. 돈카츠는 보호막용 밀가루옷, 튀김옷에 고소한 맛을 더하고 빵가루를 붙여주는 달걀옷, 마지막으로 바삭거리는 식감을 강화하는 빵가루 옷을 입혀 튀겨내니까요. 책에서 설명한대로 '묻고 더블로 가는' 조리법입니다.
튀김이 왜 맛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실려 있습니다. 고온에 의한 마이야르 반응, 그리고 캐러멜화 반응 때문이라네요. 겉바속촉에 마이야르와 캐러멜화 반응이라니, 이건 정말 반칙입니다. 이래서야 맛이 없을 수가 없겠죠. 

마지막 3부로 기름, 튀김옷, 튀김기의 종류가 설명되며 책은 마무리 됩니다. 항목별 분류와 차이점에 대한 소개가 아주 상세합니다. 튀김업 입문자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내용이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모두 3부에 걸쳐 튀김에 대해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터치하고 있기는 한데, 광고에 낚인 기분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책에서 접할 수 있었던 내용이 많았던 탓입니다. 대표적인 튀김 요리 소개가 그러합니다. 대부분 다른 요리 관련 서적에서 한 번 이상 접했던 요리들이거든요. 총 7종의 요리 중 3종이 일본 요리라는 것도 잘못된 배분이 아닌가 싶고요. 우리나라에서 즐겨 먹는 튀김 요리를 소개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분식집 튀김의 유래에 대해서 파헤쳐주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또 튀김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설명은 "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에서, 글루텐 때문에 튀김옷을 많이 반죽하면 안되고, 차게 놔 두어야 한다는 건 "맛의 달인"에서, 프렌치 프라이는 "오무라이스 잼잼"에서, 그 외의 다른 소재들도 다양한 많은 작품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목차와 설명에서 정리가 잘 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쉽게 쓰여진 듯 하지만 읽다보면 뭔가 두서가 없다고나 할까요? 반대로 전문적인 부분은 너무 전문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책만 읽는다면 나름의 가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요리 관련 전문 서적을 많이 읽은 분이시라면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2020/01/30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3)

애정하는 작품인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작가 라즈웰 호소키가 온갖 초밥을 연구하며, 심지어 직접 초밥을 쥐기까지 하는 과정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입니다.

음식, 특히 초밥 및 각종 관련 정보를 재미와 함께 잘 제공해 주는게 좋습니다. 나무젓가락이 무려 네 등급이 존재한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또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직접 실험하고 경험한 내용이 많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편의점 초밥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여러가지 실험해보거나, 초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차와 함께 먹거나, 초밥의 간을 여러가지로 만들어 먹어 본다던가, 맥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시를 만들어 본다던가(심지어 그 중 하나는 소시지 스시!) 하는 식으로요. 이 과정에서 터득한 레시피 제공도 아주 좋습니다. 스키야바시 지로의 메인 셰프인 지로 씨의 스시를 먹은 경험담 등도 값지고요.

그러나 단점도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1권과 2권은 1/3 가량이, 3권은 2/3 이상이 전혀 다른 만화로 채워져 있다는 점입니다. 1권은 작가가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음식을 먹었던 일상계 여행 에세이 만화가, 2권은 약간 소심한 식도락가 샐러리맨 에비코지 아지마로가 등장하는 "내 멋대로 1성 식당"과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스핀오프 같은 "소라의 술", 3권은 목욕이 취미인 공무원 센타로의 목욕 생활을 다룬 "속세 목욕"이 각각 수록되어 있거든요. 이 만화들이 재미가 없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분량을 차지해가면서 수록한건 반칙같이 느껴져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요. "라스시"만으로는 두 권 분량으로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이 단점에 비하면 모든 음식들에 대해서 작가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었으며, 한글화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는 사소할 뿐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고화질] 미식탐정 란포 2권 (완결) - 6점
Kusumoto Tetsu/미디어팜

'식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탐정 우타가와 란포가 의뢰받은 조사 대상이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의뢰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브리아 샤바랭탐정화한 아이디어지요.

억지도 있지만, 정말로 먹는 걸로 의뢰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예측하는게 나름 설득력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같이 소금구이를 좋아하는 그녀의 진심이 알고싶다는 의뢰를 받고, 미행을 통해 사실은 그녀가 양념 구이도 좋아하는 사실을 밝혀내어 그녀의 마음을 알게된다는 식으로요. 또 주인공 란포의 식도락 철학과 각종 요리 관련 설명 및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패턴이 단순하며, 조사 대상이 란포가 있는 음식점에 찾아올 정도로 너무 일(미행, 탐문 조사 등)이 쉽게 풀리는 전개 탓에 드라마가 별 볼일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아울러 요새 트렌드와 맞지 않는 작화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혼술 땡기는 날 - 4점
다케노우치 히토미 지음, 김진희 옮김/애니북스

집순이 히토미가 이런저런 술을 즐기는 이야기. 기본적으로 집에서 먹더라도 룸메이트가 있을 뿐더러, 여럿이서 같이 마시는 경우도 많아서 '혼술' 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집술'이라고 하는게 훨씬 맞는 표현일텐데 말이죠. 혼술 유행에 편승하려 한 느낌이에요.

그래도 내용은 나쁘지 않습니다. 맛있는 술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먹는게 전부인데 종류도 여러가지이고, 다 맛있어 보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레시피들도 대충대충이지만 실려있어서 이해를 돕고요. 

그러나 너무 대충 그린 작화는 문제입니다. 술과 요리까지도 성의없어 보이는 스타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건 음식, 요리만화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만 받쳐주었더라도 평균 이상은 되었을텐데 아쉽습니다.

2019/03/30

맛의 천재 -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 / 윤병언 : 별점 5점!

맛의 천재 - 10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윤병언 옮김/책세상

이탈리아인이 자국의 유명 요리와 그 요리에 관련된 주변 역사까지 상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는 요리 관련 미시사 서적입니다. 딱딱할 내용을 재미나게 써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세집 운운하는 박찬일 셰프의 소갯글부터가 재미난데 이어지는 본문도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기묘한 유머가 가득합니다. 

요리 역사에 대한 사료적 가치도 엄청납니다. 피자만 해도, 피자의 역사만 오롯이 다룬 책도 읽어보았지만 오히려 이 책 쪽이 밀도가 더 높을 정도니까요.
원래, 19세기 초 까지만 해도 반죽에 먼저 치즈 등 식재료를 올리고 그 위에 토마토 소스를 뿌렸다는데 언제 이 순서가 뒤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원래 있었지만 요리사 라파엘로 에스포지토가 재치(피자의 이름을 묻는 왕비에게 왕비의 이름이라고 대답한)를 발휘한 덕분에 역사에 길이 남았다는 등 시시콜콜하면서도 실제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디테일이 가득합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스파게티의 마르코 폴로에 의한 중국 유래설은 오류라고 합니다. 1929년 미국의 "마카로니 저널" 이라는 월간지에 실린 근거없는 기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사를 읽어보니 베네치아 뱃사람 이름이 스파게티였다는 등 황당하기 짝이 없어서 이 기사가 사실처럼 굳어진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애초에 재료부터 다르니까요. 물론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에 수마트라 지방의 파스타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은 실제 중국에서 유래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전해주기는 합니다. 당연히 마르코 폴로보다는 훨씬 전 시대에 말이죠.
또 스파게티가 주력 국수가 되고 마카로니는 샐러드 용으로 밀려난 계기는 1927년 크래프트 사의 파마산 치즈 가루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마케로니는 귀족들의 음식이었는데 안타까와요.

샐러드는 이탈리아 대표 요리의 하나랍니다. 로마에서부터 먹어왔다지요. 소개되는 로마식 샐러드 레시피를 보니 식초는 아끼되 기름은 아끼지 말고, 소금은 많이 후추는 적당히 쳐서 먹는다는데 완전 제 취향입니다.
프로슈토는 고대 로마에서도 먹었던 유서깊은 음식으로 포 강 유역의 에트루리아 문명터에서 발굴된 뒷다리가 없는 돼지의 뼈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고 합니다. 당시의 돼지 종류는 지금과 달랐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좋았어요. 또 놀랐던 건 당연히 생으로만 먹을 줄 알았는데 볶거나 익혀먹는 레시피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튀김까지 있는데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카르파초가 그 명성에 비하면 만들어진지 고작 50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에도 놀랐네요. 실존 인물로 의사가 건강 문제로 날고기를 권했던 후작 부인 니나 모체니고를 위해 만들어진 요리라는 역사도 흥미롭고요. 이름도 화가 카르파초의 이름에서 따온 직접적인 네이밍이라는데 역시나 처음 알았습니다. 요리 창조자인 베네치아 해리스바의 주세페가 아들 아리고와 요리 이름에 대해 고민하다가 앞 벽에 화가 비토레 카르파초의 전시회 포시터를 보고 옳다쿠나 싶어 이름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화가가 즐겨 쓴 붉은 색이 요리의 색상과 유사했기 때문이라는데 무릎을 칠 만 합니다.

후반부 누텔라 이야기에서는 다시금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누텔라가 어떻게 생겨났고, 그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현재와 같은 세계 정복 (?) 이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그야말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경쟁 제품까지 소개하니 말 다했죠. 그나마 누텔라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던 "오무라이스 잼잼"에서의 내용은 그냥 겉핥기에 불과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옥수수, 모짜렐라, 와인, 티라미수 등 친숙한 음식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과감한 발상도 돋보입니다. 포크에 대해 소개하며 샤를마뉴 재위 당시 왕과 귀족들은 사냥한 동물들을 끊임없이 먹어야 했기 때문에 통풍이 직업병과 같았다는 반쯤은 우스개스러운 이야기도 좋은 예지만, 로마 시대에 늑대는 야수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로마인들이 기본적으로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에 기반하며, 그들이 양을 먹지 않았기에 늑대는 경쟁자, 야수가 아니라 친구였다는거지요. 그러나 인간이 양을 먹기 시작하면서 늑대가 야수가 되었다는데, 무척이나 그럴듯합니다.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에게 젖을 먹인게 늑대였던 것이 이 발상을 뒷받침합니다.
와인과 사과주의 대결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인이 세계를 뒤덮은 이유를 기독교와 연결시켜 설명하거든요. 초기 기독교, 로마 교회는 포도주와 깊이 연관되어 있었는데 알프스 북쪽 드루이드 교도는 사과주를 마셨다는 사실에서 시작합니다. 드루이드들 천국 명칭 '아발론'은 아발의 섬, 즉 사과의 섬이라는 뜻이라는 말과 함께요. 결국 로마 교회가 승리한 뒤 사과가 지옥을 상징하며 종교 행사에서 사과주가 영원히 사라져 버리게 된 것이지요.
샐러드가 식사의 시작에서 식사 도중의 곁들임 음식으로 밀려나는 과정과, 다시 식사 시작 음식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실제 역사적 사실 - 식초가 들어간 음식을 거부하는 문화와 비타민 유행 - 과 결합해 보여주는 내용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디테일이 탁월한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습니다. 르네상스 시기의 연회 문화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와인을 따르던 전문가 코피에레에 대한 묘사는 처음 봤네요. 온갖 좋은 점은 한 몸에 다 갖춘 듯한 사람이더라고요. 길게 늘어뜨린 옷에 주홍색 양말, 붉은색이 아닌 검은색 벨벳 신발을 신는다는 패션 센스마저 돋보입니다.
또 당시 요리들은 모두 단품이 아니라 코스였으며 당시 설탕을 많이 사용했던건 소금의 짠맛을 상쇄하기 위해서였다는 발상도 눈에 띕니다. 그리고 안 좋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료가 필요했다는 것도 사실과 멀었다는군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먹어야 했던 사람들은 당연히 비싼 향료를 살 여유도 없었을 거라는게 이유인데 확실히 와 닿습니다.
캐비아는 원래 굉장히 싸구려 음식으로 1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영국 병사들에게 보급품으로 캐비아 캔을 나누어 줄 정도였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참치 대뱃살, 킹크랩과 같은 과정을 밟은 셈이네요.

그 외에도 유명한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의 손길이 닿은 에스프레소 머신과 저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모카 에스프레소 디자인 등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스러운 이야기들도 마음에 들었고 다빈치가 실제로 레스토랑을 경영했다는 이야기, 그곳에서의 일화도 기억에 남습니다. 음식의 양을 줄이고 플레이팅에 신경을 쓴 최첨단의 세련된 레스토랑이었는데 손님들 모두 격분해서 경영은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과연, 플레이팅 따위보다는 가성비가 최고인거죠.

이런 내용이 재미난 글과 함께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빼곡하게 실려 있습니다. 단점을 찾는게 힘들 정도로 재미있고 가치도 높은 책입니다. 2만원이라는 가격도 수긍할만 합니다. 제 별점은 5점! 요리, 특히 이탈리아 요리를 사랑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 이탈리아인들은 정말로 위대한 민족이에요. 요리와 예술 측면에서는요.

2015/12/15

금단의 팬더 - 타쿠미 츠카사 / 신유희 : 별점 2점

금단의 팬더 - 4점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끌림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리사 코타는 아내 아야카의 친구 미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미사의 결혼 상대가 '퀴진 드 듀'의 주인이기도 한 나카지마의 손자 기노시타 다카시였던 덕분에, 코타는 피로연에서 지고의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뒤, 기노시타 가문 회사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마츠노 쇼지가 살해당했고, 사장(다카시의 아버지) 요시아키도 실종되고 말았다. 경찰은 나카지마의 유산에 관련된 사건으로 생각했지만, 현경의 아오야마는 밀수와 관계가 있을 거라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고 독자적인 수사에 착수하는데...

2008년 고노미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공모 대상 수상작입니다. 

그런데 고노미스 대상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추리적으로 별볼일 없어서 실망스럽네요. 같은 대상 수상작이었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전개도 엉망입니다. 아오야마가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하는건 성당에 침입하여 조사하는게 전부입니다. 수사 과정도 짜증나는 심문과 사정 청취가 전부일 뿐 특별한 게 없고요. 딱 하나, 아야카의 옥션 등록 이야기를 복선처럼 활용한 것 하나만큼은 괜찮긴 했는데, 이 역시 너무 자주 등장해서 속이 다 들여다보였어요.

진상 역시 너무 뻔합니다. "워싱턴 조약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재료를 조리한 미미극식회라는 모임이 있다", "그 어떤 재료를 가지고도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천재 요리사 이시구니", "나카지마 가문의 주변 인물들이 한 명씩 실종된다. 그것도 성별 나이 순으로..." 이 세 가지가 합쳐졌을 때, 다른 진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진상이 너무 뻔해서 독자는 모두 다 알지만 주인공들만 모르는, 기묘한 상황이 되는건 좀 웃기기까지 했습니다. 여태까지 제가 알고 있던 추리소설의 정의를 근본부터 흔들었으니까요. 독자를 어떻게 속여 넘길까를 궁리하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는 전부 알려주면서 등장인물만 모르게 하다니! 완벽하게 주객전도된 느낌입니다.

아울러 음식, 맛에 대한 묘사를 빼면 다른 묘사는 진부하고 별볼일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나 탐정역인 현경의 아오야마 캐릭터는 정붙이기 힘든, 자기 멋대로에다가 예의는 찾아볼 수도 없는 재수 없는 인간으로 묘사되어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보다 압도적으로 표현되었어야 할 뱅상 신부와 갓 나카지마 역시 그냥 말 많은 악당으로만 보이고요. 미식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나카지마에 비해 그냥 "젊어지기 위해" 인육을 먹으려 한다는 뱅상 신부의 동기도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직업 의식에 충실한 이시구니만 제법 그럴 듯했는데, 여러모로 포스는 부족했어요.

그래도 '미식 미스터리'라는 별칭에 걸맞게 음식과 맛에 대한 묘사는 그야말로 발군이기는 합니다. 코타가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퀴진 드 듀의 셰프 이시구니의 코스 요리를 맛볼 때의 묘사, 그리고 코타의 가게 "비스트로 코타"에 갓 나카지마와 이시구니가 방문했을 때 묘사 이렇게 두 번이 개중에서도 백미입니다. 정말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탁월합니다.
심지어 바로 앞서 말씀드렸던, 인육으로 만드는 실제 요리에 대한 자세한 묘사마저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한 마디로 "특별 요리"를 코스테인 시점이 아니라 스비로스 시점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이러한 시도는 비교적 참신했습니다. 묘사 역시 여태까지 제가 보아왔던 다른 동일 설정의 작품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고요.

또 요리를 시험해 본 이시구니의 결론 - 인육은 냄새가 강하다. 숙성시키면 그 냄새가 더 심해진다. 가능한 한 신선하고 어린 고기를 사용하는 게 제일이다. 특히 남자 고기는 냄새가 나고 딱딱하다. 여자 고기 쪽이 질이 좋고 냄새도 적고 부드럽다. - 덕분에 기노시타 요시아키 - 나카지마 유리 - 기노시타 미사 - 시바야마 아야카로 이루어지는 유괴의 연계가 설득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 물론 인육이 아니라 모든 고기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하죠? '애저찜'이라는 요리도 있으니)
요리사 코타가 요리사로서의 호기심과 인육이라는 재료의 매력에 굴복하여 페이스트 (혹은 퐁)에 스푼을 꽂는다는 마지막 묘사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어떻게 보면 요리사이기에 쓸 수 있었던 결말이었다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주 무대가 고베인데 주요 등장인물 몇 명이 제대로 된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오사카 소년 탐정단" 리뷰에서 사투리를 사용한 번역이 없어서 아쉽다고 적었었는데 역시나, 사투리로 번역하는 게 훨씬 좋군요. 누가 토박이이고, 누가 좀 재수 없는지 등 캐릭터마저도 살아나니까요. 고베에 대한 상세한 풍경 묘사는 약간 여정 미스터리 느낌도 들게 해주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뻔한 설정을 실제 요리사인 작가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차별화한 점 하나만큼은 점수를 주지만, 추리적으로는 너무나 기대 이하라 감점합니다.

덧붙이자면, 제목은 영 이해가 안 되는군요. '팬더'가 대나무를 먹게 된 것은 타의에 의해서가 강하고 원래 육식을 좋아하는 동물이었다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금기되는 음식을 먹는 행위를 설명하려 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팬더가 팬더를 먹었기 때문에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은 순전한 작가의 창작일 뿐이니까요.

2014/12/24

오무라이스 잼잼 5 - 조경규 : 별점 2.5점

4권 리뷰를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출간되어 구입한 따끈따끈한 신간! 4권 구입 당시에는 혹시나 가격 할인이 있을까 끝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구입했는데, 5권은 도서정가제 덕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져 나오자마자 구입했습니다. 4권에서의 좋았던 기분이 계속 유지된 탓도 크고요.

음식과 요리만큼은 국내 최고가 아닐까 싶은 빼어난 작화와 더불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미와 매력도 여전합니다. "등교길의 소시지빵"처럼 별다른 내용없이 처음부터 그냥 소시지빵 이야기만 나오는 단순 돌직구 이야기도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의식의 흐름이 톡톡튀는 매력적인 이야기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제비 4개요~"가 대표적입니다. 아이들과 디즈니 만화를 보다가 모든 캐릭터들의 손가락이 4개라는 것을 알게 되는게 시작입니다. 살펴보니, 다른 캐릭터들(톰과 제리, 둘리 등등등)도 손가락이 4개였고요. 이유는 손가락 하나라도 줄이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금전적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나도 음식 그림을 좀 쉽게 그리고 싶다로 이어지고,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는 대충 빚어 그리면 되는 수제비다! 라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이 에피소드는 뒤에 이어지는 서비스 페이지도 물수제비에 대해 다루는 식으로, 전체적으로 뜬금없음이 가득해서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동춘 서커스를 찾아가 저글링 박의 공연을 본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요리사나 식당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요리 중 하나라는 북경오리를 소개하며 전개하는 "저글링 박 vs 오리구이", 그리고 "맥스와 나 그리고 캔스파게티"도 기억에 남습니다. "매드맥스 2"는 저도 인상적으로 감상했던 작품인데, 작가가 이야기한 개사료 통조림 먹는 장면은 기억에 별로 남아있지 않네요. 하지만 중학생 때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 작중에서처럼 남자의 로망으로 생각해 왔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로망이라면 비밀기지로 통하는 책꽂이가 있는 서재입니다. 언젠가 이사할 때는 아쉬우나마 비밀기지가 아니라 비밀 공간(?)이라도 확보해 놓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식빵은 오토 프레데릭 로웨더 씨가 만들었다" 역시 걸작 에피소드입니다. E.T를 딸아이와 감상하다가 E.T의 생김새에 대해 논하면서 김창완의 노래로 이어지고, 노래에서 식빵으로, 그리고 식빵을 썰어서 포장해서 판매하는 기계를 만든 오토 프레데릭 로웨더의 일생 이야기로 넘어가다니, 뜬금없기 그지없지만 무척이나 자연스러울 뿐더러, 오토 씨의 이야기와 E.T를 보던 저자의 딸 은영이의 감상이 겹쳐지는 엔딩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명장면이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패러디들도 역시나 반가웠습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안 요리사 셰프 보얄디가 미국에 이민 올 때의 컷은 대부 2에서의 한 장면이죠. (아래 이미지!)

커피 우유 이야기에서의 엄지와 오혜성 역시 아주 적절한 투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점도 여전합니다. 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구입했지만, 무료로 볼 수 있는 웹툰과 비교할 만한 가치는 여전히 부족하거든요. 물론 책으로 만들면서 편집이 조금 바뀐 부분, 책만의 서비스로 실린 만화와 기사들, 몇몇 레시피들은 꽤 인상적이기는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뚜기 스프를 만드는 사람들과의 인터뷰인 업체 탐방 스프 연구원의 하루, 앞서 말씀드린 물수제비의 모든 것을 다룬 이야기 등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요. 그리고 가족 만화가 조금이나마 재미있어졌다는 것, 아이들 사진이 조금 덜 실린 것도 이전 권에 비하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맛집 소개나 저자의 가족 관련 만화가 대부분이기에, 이런 점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겠죠. 덧붙이자면 저는 초판 특전으로 디저트 달력을 받기는 했으나, 딱히 필요하거나 관심이 가는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책 값을 깎아주는 게 훨씬 좋았을겁니다.

아울러 단점은 아닌데, 인터넷에서 최근에 감상했던 작품이 다수 실려 있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목차로 따지면 중간 정도에 위치한 "맥스와 나 그리고 캔스파게티"부터 뒤의 이야기는 모두 기억에 생생해서,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었어요. 찾아보니 거의 올해 1월부터의 연재분이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4권처럼 나오고 한참 있다가 구입할 걸...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작화는 물론 내용과 재미, 소개되는 요리의 가치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국내 요리, 음식 만화의 대표작임에는 분명합니다. 웹툰으로 언제든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조금 애매합니다. 특히나 아직 기억이 휘발되지 않은 경우 더더욱 그러하지요. 저는 구입에 큰 후회가 없고, 이런 구루메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권해드고는 있습니다만 이만한 금액을 지불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본인의 선택일걸로 생각됩니다.

2010/02/22

기적의 프로젝트 X : 컵라면의 탄생 - 가토 다다시 : 별점 2점

기적의 프로젝트 X : 컵라면의 탄생 - 4점
가토 다다시 글.그림, 이길진 옮김/에이케이(AK)

제가 좋아하는 닛신 컵누들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화한 것입니다. 원래는 NHK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X-도전자들'이 원작이라고 하네요. 만화는 "더 셰프"로 유명한 가토 다다시가 각색하고 그렸습니다. 다큐멘터리도 좋아하고, 관심이 있던 라면 이야기인데다가, 만화도 좋아하는 작가가 그렸기에 주저없이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망스러웠습니다. 컵누들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용비어천가식으로 찬양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시행착오의 반복인 중간 과정도 별로 어려웠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생략되어 있어서 별로 와 닿지도 않았고, 복사본으로 퉁친 듯한 성의 없는 작화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노력하는 자만이 성공한다"라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강요하는 듯 하는 뻔하디 뻔한 전개 역시 별로였고요. 원작 다큐멘터리를 구해보는게 훨씬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만원 가까운 황당한 가격까지 감안해서 별점은 2점. 1점 주려다 뒷부분에 실려있는 사진 등 그나마의 자료적 가치로 별하나 더 얹습니다. 그야말로 CEO가 사원 교육용으로 구입하는 것 이외의 다른 용도는 없는 작품. 이걸 거의 제값주고 샀다니 눈물만 납니다 ㅠ.ㅠ

2020/09/13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6)

먹고 자는 마르타 1 - 4점
타카오 진구 지음/대원씨아이(만화)

포르투칼 대학원생 마르타는 석사 논문을 제출한 뒤에도 일본 도쿄가 너무 좋아서 떠나지 않고 머문다. 그러나 항상 가난뱅이 신세. 돈을 아끼기 위해 있는 재료를 최대한 아껴 쓰고, 비싼 재료는 어떻게든 비슷하게 만든다!는 극빈 유학생의 혼밥 + 궁상 먹방 이야기입니다.
최대한 절약해서 먹는게 핵심으로, 고향 어머니가 보내준 바캴라우 (염장하여 말린 대구)로 튀김을 만들어 먹는다던가, 100엔으로 생크림과 요구르트를 구입하여 사워크림을 만들고, 여기에 바칼라우를 미끼로 낚은 가재를 섞어 사워 크림 딥을 만드는 등의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카레 가게에서 주문할 때의 팁이었어요. 고기를 뺀 카레를 주문하면, 그만큼 카레의 양이 늘어난다고 하네요. 여기에 공짜 락교를 가득 담아 먹는데, 정말 생각도 못한 방법이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자급자족에 가까운 내용이니만큼 레시피도 꽤 많은데, 사진 작가 로버트 카파가 헤밍웨이를 초대한 파티에서 선보였다는 칵테일 '빌린' 제조법은 눈길을 끕니다. 복숭아를 자르고 씨와 껍질을 제거한 뒤 어항(또는 비슷한 통)에 담고 브랜디 절반, 샴페인 절반을 채워 만드는 칵테일로 맛있을 수 밖에 없어 보이네요.

그러나 있는 재료로 아는 요리를 최대한 비슷하게, 그럴듯하게 만든다는 내용은 "격식 파괴 요리책 한그릇 더!"와 같습니다. 최대한 근검절약해서 아껴 먹는다는 내용은 "빈민의 식탁"이고요. 때문에 그다지 새롭거나 신선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게다가 현대 일본 도쿄에서 자급자족은 말도 안되니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요. 

작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뒤로 가면 갈 수록 옆집 아가씨가 재료를 준다던가, 도우미로 일하는 그림 교실에서 칵테일을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풀어나갑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이래서야 취지에는 어긋나지요.
또 주 재료는 아껴서 산다 쳐도, 온갖 조미료와 도구가 갖추어져 있다는건 억지스러웠습니다. 올리브유나 버터 정도는 포르투칼인이니 구입했다 쳐도, 간장과 미림까지 전부 갖추어 놓는다는건 납득하기 어렵잖아요. 게다가 바닐라 에센스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되죠.... 아울러 포르투칼 아가씨 마르타가 귀엽기는 한데, 민폐에 가까운 궁상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후속권을 더 볼 일은 없을 듯 합니다.

[고화질] 삼국지의 밥상 01 - 4점
혼조 케이/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중화요리집 "누상촌"을 운영하는 삼국지 매니아 아타루와 그의 가족들이 가게를 방문한 신선 '좌자'의 영향으로 삼국지 속 요리를 현세에 재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도원결의' 속 요리를 재현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 (제민요술)를 찾은 뒤 새끼돼지를 통째로 튀길 수 없어서 돼지고기 덩어리를 사용하고, 천채를 우락으로 볶은 것은 말린 배추 등을 활용하여 재현한다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좋았습니다. 제 기대에도 부합했고요.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에피소드와 요리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일단, 삼국지 본편과 상관없는 요리가 너무 많은 탓입니다. 계륵 (닭갈비)로 만든 닭고기 수프는 삼국지에는 등장하지 않는 아타루의 오리지널이며, 유비가 칼과 바꿨던 낙양의 차는 중요 아이템이지만 마시는 장면이 삼국지에 등장하지는 않으니까요. 조비가 배와 포도로 시를 지었다는 이유로 배와 포도로 디저트를 만드는 등 삼국지에서는 그냥 소재, 재료만 따 온 것도 많습니다. 제갈량의 만두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래서야 제목과 취지에 걸맞는 이야기들로 보기는 힘듭니다.

또 좌자의 등장까지는 이야기 전개상 그렇다 쳐도, 그의 능력으로 삼국지 시대로 이동해서 당시 요리를 실제로 보고 온다! 는 설정, 그리고 심지어는 주인공 아타루가 실제로 전장으로 이동해서 요리를 만든다는 설정은 불필요했습니다. 아타루가 삼국지 당시 재료와 도구로 최대한 현재의 맛을 재현한다는건 "노부나가의 셰프"와 다를 바도 없고요. 좌자의 말을 듣고 아타루와 가족들이 이런저런 고민 끝에 요리를 만드는 정도로도 충분했습니다. 이야기 전개도 문제가 많습니다. 삼국지의 내용과 본 편의 이야기를 엮는 부분은 억지스러우며, 전개에서도 등장인물들의 감정 과잉이 수시로 드러나는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때문에 별점은 2점.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이야기 전개와 소재들은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후속권 구입 계획은 없습니다.


전통의 시리즈도 이제 45권째네요. 이번 권에서도 언제나처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소다츠의 술과 안주에 대한 개똥 철학(?)을 웃으며 즐길 수 있습니다. 꼬치 요리의 재료를 빼야 하는지 그냥 먹어야 하는지? 라던가 왜 이자카야는 월요일에 붐빌까?와 같은 주제에 대한 확고한 견해같은건 나름 그럴듯 했어요. 화이트 와인은 이탈리아, 레드 와인은 칠레 등 남미산이 좋다는 주장은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는 측면에서는 볼 만했고요.
무엇보다도 소다츠의 절친인 타케노마타가 약혼하고 약혼자를 소개해주는 에피소드는 놀라왔습니다. 소다츠와 카스미도 빨리 진전이 있어야 할텐데 말이지요. 은근하게 분위기만 깔고 가는게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에키벤 투어 관련 이야기나, 오사카 타코야키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 보아왔던 소재라 별로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소재 고갈 탓도 있겠지만, 이런 기행문스러운 이야기는 한 권에 한 편 정도로만 수록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타코야키는 무려 3편에 걸쳐 소개할 내용과 분량도 아니었어요. 다카키 나오코의 작품 어딘가에서 소개되었던 분량 정도 만으로 충분했을겁니다. 그 외의 다른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제는 재미보다는 팬심으로 읽는 작품이 되었네요. 그래도 소다츠의 개똥 (?) 철학은 언제나 재미있는 만큼, 다음 권은 그런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상계 식도락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양이 맘마 - 6점
우오노메 산타 지음, 김진희 옮김/애니북스

다른 음식 만화로 접했었던 우오노메 산타의 작품입니다. 메이지 초기를 배경으로 하여, 당시 갓 들어왔던 새로운 음식들과 당대 풍물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단지 메이지 시기를 무대로 한 음식 만화라면 특별할게 없겠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을 미식가 고양이로 하여 고양이 시점에서 묘사한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입니다. 주인공인 이름없는 고양이가 소설가 메이지노 씨 집에서 함께 살면서 메이지노 선생님과 그 가족, 그리고 주변 식당 등에서 먹는 음식들을 소개하는데, 미식가라서 음식에 정통하고 심지어 반주를 즐기기까지 하거든요.

이야기들도 굉장히 짤막해서 대단한 내용은 없지만, 훈훈하고 잔잔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어서 마음에 들 뿐 아니라, 모리 소바와 자루 소바의 차이를 알려 주는 등 새로운 내용도 제법 많아서 만족스러웠어요. 참고로 두 소바의 차이는 쓰유에 있답니다. 자루 소바는 처음 우러낸 육수로, 모리 소바는 두 번재로 우려낸 육수로 조리한거라 면 자체는 동일해서, 직원이 잘못 나르지 않도록 자루 소바 위에 김을 뿌린거라는군요. 그 외 중간중간 '메이지 시대 미식 탐방기'라는 짤막한 한 페이지짜리 5편의 컬럼도 볼거리입니다. 미식, 요리 뿐 아니라 꽃놀이까지 소개하는 등 이런저런 소개가 많습니다. 오노메 산타의 포근한 그림도 마음에 들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