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의 발견 - 임두원 지음/부키 |
국내 과학자가 쓴 튀김에 대한 인문학, 과학, 교양서적. 박찬일 셰프 등의 호평이 인상적이라 눈여겨보던 차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튀김의 역사와 대표적인 튀김 요리에 대한 소개로 시작됩니다. 이 책에 따르면, 튀김 요리가 처음 등장한 문헌은 로마 요리서 <<요리에 대하여>>입니다. 유명했던 전설의 미식가 아피시우스가 썼다고 알려진, 1세기 경 편찬되었을 걸로 추정되는 책이죠. 여기에 '알리테르 둘키아 (또 다른 달콤한 요리)'라는 튀김 요리가 실려 있다고 합니다. 밀가루와 우유로 만든 도우를 올리브유에 튀겨낸 뒤 꿀을 듬뿍 바르는 요리로, 지금의 프렌치 토스트와 비슷하네요. 하지만 튀김의 핵심 재료였던 기름이 비쌌던 탓에 튀김이 대중화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13세기 이후부터 많은 튀김 요리가 등장한다고 하니, 거의 천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셈이죠. 그 뒤에는 대표적인 튀김 요리로 덴푸라, 돈카츠, 라면, 프라이드 치킨, 프렌치프라이, 피시앤칩스, 탕수육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이어집니다. 내용은 재미있었고, 특히 피시앤칩스에 대한 소개는 괜찮았습니다. 유대인들이 스페인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이주했는데, 이 때 스페인 전통 튀김 요리 '페스카도 프리토'가 전파된게 그 유래라고 하네요. 식초를 뿌리는게 중요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2부 격인 튀김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튀김의 핵심인 '겉바속촉'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예로 들자면, 이는 '수분 배출이 유리한 구조' 와 '육즙의 유출을 막는' 두가지 기법이 동시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기름에 튀길 때 수분들이 기화하면서 수분이 빠져나간 자리가 팽창하여 부풀어 오르고,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튀김옷의 글루텐과 전분은 재료를 감싸는 보호막 역할을 수행하고요. 그래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요리가 탄생하는 겁니다! 돈카츠가 맛있는 이유는 겉바속촉을 강화했기 때문이에요. 돈카츠는 보호막용 밀가루옷, 튀김옷에 고소한 맛을 더하고 빵가루를 붙여주는 달걀옷, 마지막으로 바삭거리는 식감을 강화하는 빵가루 옷을 입혀 튀겨내니까요. 책에서 설명한대로 '묻고 더블로 가는' 조리법입니다. 튀김이 왜 맛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실려 있습니다. 고온에 의한 마이야르 반응, 그리고 캐러멜화 반응 때문이라네요. 겉바속촉에 마이야르와 캐러멜화 반응이라니, 이건 정말 반칙입니다. 이래서야 맛이 없을 수가 없겠죠.
마지막 3부로 기름, 튀김옷, 튀김기의 종류가 설명되며 책은 마무리 됩니다. 항목별 분류와 차이점에 대한 소개가 아주 상세합니다. 튀김업 입문자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내용이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모두 3부에 걸쳐 튀김에 대해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터치하고 있는데, 솔직히 기대에 미치진 못했습니다. 광고에 낚인 기분이에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책에서 접할 수 있었던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튀김 요리 소개가 그러합니다. 대부분 다른 요리 관련 서적에서 한 번 이상 접했던 요리들이거든요. 총 7종의 요리 중 3종이 일본 요리라는 것도 잘못된 배분이 아닌가 싶고요. 우리나라에서 즐겨 먹는 튀김 요리를 소개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분식집 튀김의 유래에 대해서 파헤쳐주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또 튀김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설명은 <<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에서, 글루텐 때문에 튀김옷을 많이 반죽하면 안되고, 차게 놔 두어야 한다는 건 <<맛의 달인>>에서, 프렌치 프라이는 <<오무라이스 잼잼>>에서, 그 외의 다른 소재들도 다양한 많은 작품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목차와 설명에서 정리가 잘 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쉽게 쓰여진 듯 하지만 읽다보면 뭔가 두서가 없다고나 할까요? 반대로 전문적인 부분은 너무 전문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이 책만 읽는다면 나름의 가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요리 관련 전문 서적을 많이 읽은 분이시라면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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