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1/04/24

삼귀 - 미야베 미유키 / 김소연 : 별점 2.5점

삼귀 - 6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괴담듣는 아가씨 오치카가 주인공인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시리즈 네 번째 작품. 대충 읽다보니 순서를 건너 뛰었네요. 그래도 읽는데 지장은 없었습니다. 살짝 안 읽은 이야기가 소개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괴담 이야기 한 개가 한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원래도 연재물이기도 하고요.
별로 무섭지 않았고, 다른 곳에서 접해 보았던 설정이 많았다는건 전작과 동일합니다. 그래도 나름의 변형이나 상세한 설정, 묘사가 좋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단, 새로운 등장인물과 함께 시리즈의 큰 변화를 암시하는 마무리는 여러모로 불길합니다. 다음 권에서도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장해주면 좋겠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읽으시기 전 참고 부탁드립니다.

<<미망의 여관>>
고모리, 오사키, 요노 세 마을은 매년 봄, 마을에서 모시는 신인 아카리님을 깨우는 초롱 축제를 열어왔다. 하지만 영주님이 세살짜리 딸을 잃었다는 이유로 축제를 금지하자, 농사를 위해 축제를 멈출 수 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누시의 손님으로 마을에 머물고 있던 화가 이와이 세키조의 제안을 따르기로 뜻을 모으게 되었다. 나누시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유폐시켰던 별채를 초롱으로 만들자는 안이었다.
그러나 이와이 세키조의 진짜 계획은 따로 있었다. 그는 죽은 자신의 어린 아들과 아내에 대한 회한으로, 죽은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초롱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축제날, 별채에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그림이 어우러져 초롱처럼 밝혀지자 저승과의 문이 열리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별채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죽은 사람을 돌아오게 만든다는 괴담은 많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돌아온다는 식의 전개가 대부분이고요. 고전 <<원숭이 손>>,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대표적입니다. 이 작품도 기본 설정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글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어서, 단순한 아류작들과는 수준이 다릅니다. 죽은 사람을 돌아오게 만드려는 이와이 세키조의 계획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실제로 돌아온 뒤 벌어지는 대소동, 그리고 돌아온 망자들을 극락으로 돌려보내는 마무리까지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죽은 사람에 대한 회한, 애정과 연민이 절절이 묻어나는 에피소드들도 감동적이었고요. '집착하지말고,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렇지만 이와이의 계획이 '여러 지방에서 지내는 제사를 조사해봤는데,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열심이었다'는 데에서 착안했다는건 좀 이상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제사는 망자를 잘 먹여서 돌려보내는게 목적이니 그럴듯한 착안인건 맞아요. 그런데 이건 죽은 사람, 망자들이 잘 돌아온다는 뜻이잖아요? 이전에 죽은 사람의 그림을 아무리 열심히 그려봤자,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지 않으면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았는다는 이야기와는 정반대인거지요. 이 말 때문에 3개의 마을을 동원해가면서, 마을 축제급으로 애쓸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아카리 님의 신통력이 뭔가 작용했다는 식으로 조금 설득력을 갖추어 주었더라면 완벽했을텐데 아쉽더군요. 작품에서는 순전히 운이 좋아서 망자들을 불러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에요. 망자들에게 저승으로 가는 통행증을 주는걸로 만사해결되는 결말도 운이 좋았던 것에 불과한건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재미 만큼은 확실했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식객 히다루가미>>
후사고로는 십년만에 방문했던 고향에서 에도로 돌아오는 길에서 아귀 히다루가미에게 씌워졌다. 그 뒤 히다루가미에게 먹을걸 주기 위해 과식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히다루가미는 중요한 손님을 끌어들이는 능력으로 후사고로가 도시락 장사로 성공하도록 도왔고, 후사고로는 '다루미야'라는 도시락 가게를 크게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친 과식으로 히다루가미가 살이 찐 탓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되자, 다루미야는 여름에는 가게를 접고 휴식 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십년 뒤, 다시 후사고로가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히다루가미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장례식에서 들었던 스님의 독경 탓이었으리라...


열심히 일하면 도깨비도 도와줘서 복이 온다는 전래 동화같은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괴담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후사고로가 도시락 가게 다루미야의 주인인 덕분에, 여러가지 요리들이 등장해서 즐거웠습니다.
이야기도 뻔하지만, 히다루가미가 살이 쪄서 집이 무너질뻔하는 등 위기를 불러와서 '다이어트'를 위해 가게를 쉰다는 설정은 조금 특이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좀 극단적이다 싶기는 했습니다만, 한번 뭔가를 한다면 극단적으로 하는게 에도 마인드?라는 생각도 드네요.
소품같지만 여러 볼거리가 많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삼귀>>
구리야마 번의 에도 가로였던 무라이 세이자에몬이 오치카를 찾아와 대략 이십여년전, 그가 겪었던 괴상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그가 죗값으로 깊은 산 속 호라가모리 마을 산지를 맡았을 때의 일이었다. 살기 힘든 호라가모리 마을은 위, 아래 마을로 나뉘어 있었다. 이유는 마을에서 수습하기 어려운 환자를 솎아낼 때, 다른 마을 손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어느 날 부터, '오니'가 나타나 솎아내기를 맡게 되었다.
동료 산지기 스가의 아내와 아이가 솎아내기를 당한 뒤, 무라이와 스가는 오니를 쫓게 되는데...


무라이가 산지기가 되기 전 서두는 장황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구리야마 번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은 특히 과했고요.
다행히 진짜 괴담인 호라가모리 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윗 마을과 아랫 마을로 나뉜 이유가 섬뜩하더군요. 기근이 닥친 마을에서 아이들을 잡아 먹기로 했는데, 자기 아이는 잡아 먹을 수 없어서 나무 상자에 넣고 교환했다는 중국 괴담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보통 이런 경우, 죽음을 도맡는 '처형인'이 있는게 일반적이지 않을까요? 단지 입을 줄이는 정도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끈질기게 가혹한 삶을 이어나간 이유도 잘 모르겠고요.
무엇보다도 오니의 정체가 설명되지 않은건 아쉬웠습니다. 단지 사람의 죄?를 용서하지 않는 산의 분노라고 하기에는 애매했습니다. 오니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윗 마을에 환자가 생기면 아랫 마을 촌장이 가서 죽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계속 이어졌을겁니다. 오니는 아무런 댓가 없이 촌장들의 죄책감만 줄여준 셈으로, 오니는 그나마 마을이 유지되도록 도운, 유익한 지박령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형편좋은 요물이 있을리 없지요. 마을 사람들의 원념이 모인 결정체였다던가 같은 설명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무라이와 스가가 오니를 추격하다가 마지막에 오니가 빈 껍데기라는걸 알게 되는 정도에 그칩니다. 무라이가 '이 슬픔과 분노를 어찌할까'라고 생각하는건 그냥 멋드러질 뿐, 설명되는건 없어요. 오니가 뭔가 이유라도 외치며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라도 - 사라졌다면 더 나았을텐데 말이죠.

호라가모리 마을 묘사가 탁월하고, 윗 마을과 아랫 마을에 얽힌 비밀에 대한 진상은 흥미로왔지만 오니의 정체 등 상세 설정이 개운하게 설명되지 않는 단점은 큽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오쿠라님>>
흑백의 방에 찾아온 손님은 향료가게 비젠야 미녀 3자매의 막내 오우메였다. 그녀는 오치카에게 자기 가게에서 모시는 수호신 오쿠라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오쿠라님은 가게의 안녕을 돕고, 화재와 같은 재앙에서 가게를 지키며 가게 여주인과 딸들이 모두 미인이도록 도와주는 신이었다. 그러나 큰 재앙에서 가게를 지킨 뒤에는 딸 들 중에서 한 명이 오쿠라님이 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그 말대로 오우메가 15세가 되었을 때, 큰 화재에서 비젠야가 무사한 뒤 오우메의 언니 오기쿠가 새로운 오쿠라님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집의 수호신이 사실은 신이 아니라 불행을 가져다 주는 요물이었다는 괴담은 많습니다.
그래도 설득력있게 수호신을 그려낸 묘사도 좋고, '수호신'의 존재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전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젠야의 오쿠라님은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거든요. 집을 지켜준건 분명하니까요. 이를 위해 오쿠라님이 딸 중 한 명이라는 진상도 으스스했는데, 생각해보면 딸 중의 한 명을 무조건 바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몇 대에 걸쳐 큰 재앙이 닥쳤을 때 바치는 정도라면 꽤 합리적인 거래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간의 설정 변주 외에 재미를 느낄만한 부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결말도 뻔했고요. 이 이야기를 해 준 오우에는 사실 '생령'이 찾아온 거라는 진상도 별로였습니다.
비젠야의 마지막 데릴사위가 딸을 잃는건 참을 수 없다며 스스로 오쿠라님의 가호를 끊어버린 결과도 영 납득이 되지 않더군요. 행동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문제는 비호를 잃자 그간의 재난들이 모두 한꺼번에 몰려와 비젠야가 삽시간에 멸망해 버리고 말았다는데, 이런 기본적인 정보가 비젠야에서는 전승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이런 점에서는 오쿠라님 괴담보다는 미시마야의 둘째 도미지로와 세책점 후계자 간이치를 비중있게 등장시키기 위한 발판 역할의 작품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문제는 새 등장인물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한량으로 재미삼아 괴담에 관심을 가지는 도미지로는 최악입니다. 괴담 이야기는 단순히 재미로 접근할건 아닌데 말이죠. 그나마 간이치가 과자 종류를 맞출 때 추리력을 살짝 선보이는건 인상적이었지만, 오우메와 비젠야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는 딱히 두드러지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새로운 인물들과는 반대로 반대로 이전에 오치카 상대역으로 보였던 아오노 리이치로가 결혼과 귀향이라는 이유로 퇴장하는 결말도 급작스러워서 당황스럽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쉬어가는 느낌의 작품이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