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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4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 김봉규 : 별점 2.5점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 6점
김봉규 지음/담앤북스

우리나라 유명 종가와 그 종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독특한 음식, 을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내용은 크게 두 항목, 먹치레와 술치레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고요. 두 항목 구성은 약간 다른데 소개되는 내용은 항목별로 같습니다.

먹치레의 1장 '선비, 셰프가 되다'를 예로 들자면, 안동 계암종가와 삼색어아탕을 소개하면서 "수운잡방"이 안동 광산 김씨 가문의 탁청정 김유와 그 손자 계암 김령이 저술한 것이며, 이 책이 안동 계암종가에 물려 내려오면서 관련된 음식들이 전해졌다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수운잡방"에 나오는 30여가지 음식과 술을 재현하는데 삼색어아탕이 그 중 대표격으로 간략한 레시피를 알려줍니다. 은어, 숭어를 이용해 완자를 만든 후, 은어 삶은 물에 집간장으로 간을 한 탕을 만들어 완자, 녹두묵, 대하에 탕을 부어 완성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김유'라는 인물에 대해 2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명을 추가하며 마무리합니다. 먹치레 편의 모든 항목 구성이 이와 같습니다.

종가와 종부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를 알게 되니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당연하지만 서애 류성룡이 '중개'(일종의 약과)를 좋아했다, 고산 윤선도는 의술에 밝아서 직접 장수를 위한 술을 담궈 먹었다는 것 처럼요.
처음 안 인물이지만 독특한 인물도 많습니다. 일제 강점기 바둑고수 노근영이 그러한데, 그의 삶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천재로 유명했다는 노사 기정진의 청나라 사신 수수께끼 풀이도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류이주를  알게 된 것도 수확입니다. 그의 자택인 '운조루'에는 항상 쌀 두가마니가 들어가는 뒤주가 있어서 배고픈 동네 사람들은 누구나 퍼 갈 수 있었다고 하네요. 심지어 밥 짓는 연기가 멀리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굴뚝까지 낮았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종가 고택에 대한 설명들도 재미난게 많습니다. 전주 인재종가의 판소리 공연을 위해 지었다는 칠량집 학인당, 앞서 말씀드린 노근영의 자택이었던 노참판댁 고가는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집니다. 노참판댁 고가는 특별한 건 없지만, 노근영이 바둑 내기에 건 탓에 주인이 27번이나 바뀌었다는 이력이 호기심을 당기거든요.

또 잘 모르는 종가라도 음식만큼은 흥미로운게 많습니다. 지촌종가의 여름철 고급 별미라는 '건진국수'는 정말 맛있을 것 같아 꼭 한번 먹고 싶어집요. 국수를 삶아 바로 건져 사용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예상외로 뽑아낸 국수가 아니라 칼국수라는게 의외였습니다.
성주 사우당종가의 '은어 국수'는 은어를 잡아 내장을 제거하고 손질한 뒤 푹 고아 육수를 만드는데, 지금은 물이 오염된 탓에 은어를 거의 잡을 수 없어서 요리가 끊길 위기라는 소개에서 "라면 요리왕"에 나오는 세리자와의 라면이 떠올랐습니다. 그 라면은 말린 은어로 육수를 내는 것이었는데, 말린 은어를 이용하여 육수를 내어 재현하면 맛이 많이 달라질까요? 궁금하네요.

이어지는 술치레 역시 재미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술치레는 종가를 별도로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술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차이점은 있는데, 항목별 구성은 마찬가지로 전부 동일합니다. 어떤 집안에서 어떻게 전승되어 왔으며, 지금은 누가 비법을 이어서 빚고 있다는 유래와 어떻게 빚는지에 대한 방법의 상세한 소개, 뒤이어 술의 특징과 잘 어울리는 안주, 그 집안 유명인에 대한 짤막한 소갯글로 마무립니다.

제가 술을 좋아해서인지 먹치레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렇게나 모르는, 안 먹어본 술이 많다는 것에도 놀랐고요. 모두 18종의 독특한 전통주가 소개되는데, 이름만이라도 들어본 것은 '교동법주'와 '안동소주' 뿐이니 말 다했지요. 그나마 교동법주와 안동소주도 제가 먹어본 것과는 뭔가 다른, 더 깊이있고 전통있는 술이 소개됩니다.

몇가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술들 소개를 꼽자면, 교동법주는 오랫동안 만석꾼이었던 경주 최부잣집 가양주입니다.
술 이름에 '춘'자가 붙는 춘주는 귀한 술에 붙는 별칭으로 당나라 때 생겨났고요.
이화주가 점성이 높아 숟가락으로 떠 먹기도 했고, 이화주의 梨花가 배꽃이 재료라는 뜻이 아니라 '배꽃이 필 무렵 빚는 술'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육당 최남선이 꼽은 조선 3대 명주는 '관서감홍로', 전라도 '이강고', '죽력고'라는데 세가지 맛 보고 싶습니다. 감홍로는 특히 이런저런 곳에서 언급되는데, "별주부전"에서는 자라가 토끼에게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고 꾀어 냈지요. "춘향전"에서 춘향이 이도령과 이별하는 장면에서의 이별주도 감홍로고요. 아~ 맛이 정말 궁금합니다.
안동소주는 최근 '명인 안동소주'에서 세계적 위스키가 되고자 2015년부터 오크통 숙성을 하고 있다는데 이 역시 꼭 한 병 소장하고 싶습니다. "맛의 달인"에서 일본 술에는 스피리츠가 없다고 한탄하던 평론가가 오키나와 고주를 마시고 감탄한다는 에피소드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이렇듯 재미있는 내용은 많지만, 음식과 술에 대한 소개에 그친다는 단점은 큽니다. 이런저런 정보들이 많기는 하지만 깊이도 많이 부족하고요. 종갓집 한 곳에서 음식 하나만 소개하는 구성도 아쉽습니다. 대표 음식이 많은 곳도 있을텐데 말이지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책보다는 영상 다큐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지금 사업체로 발전한 종가와 종가 음식의 소개는 광고로 보이는게 좀 많았습니다. 물론 어떻게 하면 쉽게 먹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려는 취지였다고 생각은 됩니다. 의련 백산종가의 '설뫼 망개떡'은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백산 안희제를 위함이라는 명분까지 있고요. 그러나 '오희숙 전통 부각'처럼 그냥 광고에 그치는건 빼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복원 전통주들 역시 광고로 보아도 무방할 듯 하고요. 내용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거라면 협찬 형식으로 좀 더 저렴하게 내 놓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쁘지는 않으며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입문서로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편이고 편집에서도 페이지 낭비가 심해서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점은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종갓집별로 분리하여 책 한권씩을 따로 내는게 좋은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살림 지식총서' 정도 두께로 말이죠. "한국 종가의 먹치레와 술치레' 시리즈! 멋지지 않습니까? 가격만 괜찮다면 저는 구입 용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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