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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

후쿠오카 살인 - 김성종 : 별점 1점

후쿠오카 살인 - 2점
김성종 지음/뿔(웅진)

국내 추리문학의 거목인 김성종 선생님의 근간입니다만... 단언컨데, 그동안 읽은 책 중에서도 최악을 다툴만합니다. 감히 '작품' 이라는 표현을 붙이기도 어려운 지경의 종이 무더기에요. 얼마전 <<하카다 돈코츠 라멘즈>>가 '나무야 미안해' 수준이라면 이건 미안하다는 말로 끝낼 수준이 아닙니다. 그 정도로 최악이에요.

지나와 봉수 부부, 세호와 서라 부부가 등장하고 그들이 각자 상대방 배우자들과 불륜을 저지른다는 시대착오적인 도입부 설정부터 가관입니다만, 유지나가 이세호를 시켜 서봉수를 죽이기 위한 일본 여행을 떠나는 본편 이야기부터는 더 걷잡을 수 없어집니다. 먹고살기 힘든 인쇄소 사장에 불과해 보였던 이세호의 정체가 사실은 국내 위조 조직에서도 거물인 범죄자로 과거 살인을 포함한 수없이 많은 범죄를 저지른, 변장의 달인익도 한 범죄의 황제라는 진상은 어이를 상실케 만들고요. 알고보니 옆집 남자가 팡토마나 고르고 13이었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설정을 변경하려면 최소한의 설득력은 보장해 줬어야 하지 않을까요? 뜬금없기가 과거 김삼 화백 만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더 웃기는 것은 이세호가 개중 나은 편이라는 사실입니다. 여성들 캐릭터는 모두 삼류 성인만화에나 나옴직한 색정광들로 이해의 영역을 넘어섭니다. 그 중에서도 형사 구밀라 캐릭터는 최악 오브 더 최악이에요. 섹스 중독증이라는 설정부터가 유치하지만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과 관계를 가진다는 전개로 더블맨을 먼저 만나기위해 위조업자 황사장과 관계를 갖는다던가, 한국과 일본 양국 경찰에게 쫓기는 흉악범이 된 더블맨 이세호와 마지막에 관계를 갖는다던가 하는 식입니다. 섹스 중독증에 걸린 이유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어렸을 때의 성폭행 때문이라는데 요새 삼류 성인만화도 이렇게 막 나가지는 않을것 같군요. 게다가 이 조교로 육노예를 만든다는 싸구려 성인물 설정을 구밀라 한명 뿐 아니라 미치코라는 다른 여성에게도 써먹는 것은 정말이지 어안이 벙벙할 지경입니다.

추리적으로도 최악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이세호가 일본에서 위조지폐를 구태여 쓴 행위부터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깟 잔돈푼이 뭐가 중요해서 청부살인을 앞두고 사건을 일으켰을까요? 자신의 위조 기술을 괴신했다기에는 설명이 너무 부족합니다.
서봉수가 유지나를 청부살해하는 전개도 억지스럽습니다. 유지나와 이세호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는 것을 알게된 시점에서 유지나를 죽일 하등의 이유는 없어집니다. 이혼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니까요. 게다가 유지나가 살해된 이후는 더 문제입니다. 적극적으로 피해자 남편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두 여성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섹스나 하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되죠. 경찰이 자신을 찾아온 것도 잊어버렸단 말인가요? 서봉수가 문서라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의 대응도 최악입니다. 당연히 이세호의 불륜을 눈치채고 쳐들어온 것이라고 둘러댔어야죠. 이렇게까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주역을 보는 것도 참 오랫만이에요.
그나마 괜찮았던 것은 도다이, 미치코가 유지나를 죽이기 위해 아무런 연고 없는 부랑자를 동원하여 일종의 자살 테러를 하는 것 정도인데 이 역시 미치코와 범인간의 관계를 작위적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제목처럼 일본 홋카이도에서 후쿠오카에 이르는 장대한 여정을 녹여낸 것 만큼은 나쁘지 않습니다. 등장하는 여행 코스도 꽤 그럴듯하고요. 허나 일본 여행은 작품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결정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살해하는게 여러모로 더 쉽다? 무슨 근거가 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일본도 나름대로 유능한 경찰력을 보유한 선진국인데 말이죠. 또 이 책을 읽으면 일본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무모한 행동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일본 여행 설정은 아무래도 일본에 대해서 잘 알고 많이 가 봤다는 아는척에 분량을 늘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미우라 아야코 문학관'에 대해 장황하게 풀어내는 등 작품과 상관없는 작가 개인 생각이 너무 많이 드러나는 것도 문제였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김성종 선생님은 척박한 한국 추리문학을 어떻게든 일으키셨던 이 바닥의 거목이시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항상 존경하고 있고요. 그러나 이 쓰레기만큼은 도저히 용서가 안되네요. 과거의 좋은 기억만 안고 가는게 훨씬 좋을 뻔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쓰레기만큼은 주의하시고 피하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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