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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7

하카타 돈코츠 라멘즈 - 키사키 치아키 / 박춘상 : 별점 1점

하카타 돈코츠 라멘즈 - 2점
키사키 치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후쿠오카는 인구의 3%가 킬러인 마굴. 살인 청부회사의 신입사원 사이토는 이곳으로 파견되어 첫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 와중에 하카타 시장과 시장이 고용한, 무나가타를 리더로 하는 킬러 4인조, 다국적 마피아 화구회, 사립탐정 반바와 화구회에게 배신당한 킬러 린 시안밍간 싸움에 휘말려든다.
킬러 린 시안밍은 어렸을 때 팔려와 화구회에 의해 킬러로 키워졌으나 화구회의 리더 장에게 계속 불만을 품는 와중에, 여동생 등 일가족은 모두 그에게 살해당했으며 자신은 이용당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겨우 사지에서 벗어난 린은 복수를 위해 화구회가 지목한 타겟인 사립탐정 반바와 손을 잡는다.

라멘에 대해 좀 정리할게 있어 뒤적이다가 충동적으로 읽게 된 책. 그런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 말하기도 어려운, 그런 책이었습니다.
일단 후쿠오카 인구의 3%가 킬러고, 누구나 킬러나 복수 대행업자를 고용한다는 설정이야 그렇다고 쳐도 내용 전개가 너무 억지스럽습니다. 보통은 킬러가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타겟을 어떻게 살해할지에 대한 고민이 이야기의 핵심이죠. <<쟈칼의 날>>이나 <<피닉스>>처럼요. <<고르고 13>>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이 작품 속 킬러들은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그냥 찾아가서 죽이고 끝! 입니다. 죽이는 것도 칼이나 손, 폭탄 등 주특기를 이용한다는 만화같은 설정이 전부고요. 이바노프가 린을 죽이려고 할 때 맨손만으로 죽이려고 하면서 강철같은 육체 어쩌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죠. 영화 <<언터처블>>도 안 봤을까요? '총싸움에 칼을 가지고 오는 멍청이가 어딨나'. 이바노프는 린에게 죽어도 쌉니다.
그나마 작전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복수 대행업자 지로가 초등학생 꼬마 미사키와 함께 다니면서 타겟의 경계심을 풀어놓는다는 것, 린이 이바노프에게 죽기 직전 사용하는 피스톨 나이프, 반바가 거미 모양 도청기를 활용하는 것 정도에 불과합니다.

또 킬러가 다수 등장하지만 사람이 많이 죽어나가는 전개는 쉬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작가는 그냥 액션 장면을 쓰고 싶었던 모양인데 최소한의 설득력은 있었어야 합니다. 화구회 장이 구태여 킬러 시안밍을 자극한 후 사무실로 끌어들여 부하들을 그냥 버리는 패로 쓴다는 식인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렇게나 모르다니.
킬러들이 대놓고 활개친다는 것을 시장이 경찰 등 하카타 시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이 역시 말도 안됩니다. 그렇다면 구태여 킬러를 고용하면서까지 반대파를 숙청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경찰을 시켜 누명을 씌우고 쳐 넣으면 될텐데 말이죠.

마지막 반전이랍시고 들어간 니와카사무라이의 정체도 너무 뻔합니다. 반바의 조작질이 직전에 묘사될 뿐더러 반바와 같은 주인공급 인물이 맥락없이 죽었다고 목만 달랑 등장할리 없으니까요.
게다가 완전히 설정 오류인게 이 정도의 실력자가 화구회의 의뢰를 받은 후 움직일 이유는 없습니다. 시게마츠의 의뢰를 받은 시점에 시장을 포함해서 나쁜 놈들을 그냥 다 죽여버리는게 낫잖아요? 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이렇게 화구회와 시장 부하를 쓸어버리면 니와카사무라이가 배신했다는 것이 이 바닥에 쫙 퍼지는건 기정 사실일터라 '킬러를 죽이는 킬러'라는 설정에 반하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는 것도 문제고요.

킬러들이 서로 엮이는 과정도 작위적이라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입니다. 시장의 변태 살인마 아들 유스케를 축으로 그가 벌인 범죄 때문에 이런저런 킬러들이 하나의 줄기로 합쳐진다는 이야기인데 모든 이야기가 우연이에요. 사이토가 사건에 엮이는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원래 사이토의 타겟인 무라세 준은 지로의 타겟이라는 것이 첫번째 이유인데 이것부터 말이 안되죠.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도대체 킬러 몇명이 달라 붙는건지... 또 사이토가 무라세 준으로 오해받아 지로에게 납치되어 죽을 뻔 하다가 안면을 트게 된다는 것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고요. 게다가 무라세 준이 유스케의 친구로 유스케와 함께 사람을 때려 죽여서 시장 부하 무나가타 4인조가 먼저 죽인다는 것도 황당합니다. 뒤이어 무나가타 4인조가 유스케의 다른 범죄를 만취한 사이토에게 뒤집어 씌우는 과정도 너무 작위적이고요. 이것 때문에 사이토가 지로에게 복수를 의뢰해서 지로가 무나가타 4인조를 노리게 된다는 이야기에 이르면 뭐라 더 할 말이 없어집니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야기 최고의 쓰레기 유스케가 맞는 비참한 최후 정도랄까요. 한마디로 당위성을 생각하기 보다는 화끈한 액션을 즐기 위한 액션물입니다. 과거 스탤론이나 아놀드, 이후의 시걸, 최근의 제이슨 스탠덤 영화를 연상케하는 그런 내용이죠. 하지만 이런 액션물이 소설로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게다가 영화나 만화였어도 화면, 작화가 별로라면 혹평을 받아 마땅할 내용으로 소설로 읽기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종이 무더기에 불과했습니다. 요새 말로 하자면 '나무야 미안해' 급이에요. 감히 작품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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