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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3

퍼스널 - 리 차일드 / 정경호 : 별점 2점

퍼스널 - 4점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오픈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잭 리처는 우연히 주운 '아미타임즈' 광고를 보고 군에 출두한 뒤, 프랑스 대통령 암살 기도범에 대한 수사를 의뢰받았다. 1300미터 밖에서 저격이 가능한 저격수는 전 세계에 몇 명 없는데, 그 중 한 명이 16년전 잭이 잡아 넣은 존 콧트이며 그가 암살범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런던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서 저격이 시도될 수 있는 탓에 암살 계획은 러시아, 영국 정보원들까지 뛰어드는 국제적 스캔들로 비화했고, 잭 리처는 국무부 요원 케이시 나이스, 영국 SAS 요원 벤슨 등과 함께 그에게 개인적 원한이 있는 존 콧트를 쫓게 되는데...

잭 리처 시리즈 19번 째 작품입니다.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킬링 타임펄프 픽션으로는 딱이더군요. 대중적 인기가 이해가 갑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었어요. 

이유는 이야기가 굉장히 간단한 덕분입니다. 잭 리처가 누군가를 노리고, 그 누군가를 지키는 악당들과 한판 벌이고, 알고 보니 음모가 있었다는 식인데 복잡한 구석은 하나도 없습니다. 잭 리처부터가 별다른 생각 없이 사건에 뛰어들고, 위기가 닥칠만하면 본인의 격투 능력으로 쉽게 빠져나오기 때문에 정교하지도 않으며 별다른 드라마도 없어요.
이런 점에서는 흔해 빠진 무협지와 굉장히 비슷합니다. '한 마리 늑대와 같은 유랑 절대 고수 재구리차 (材究利嗟)는 어느날 과거 은인 수메이의 부름을 받았다. 정파 장문인들을 노리는 공전절후의 원거리 비도술 소유자들이 등장했는데, 그 중 한 명이 과거 리차가 뇌옥에 가두었던 조고두였다! 리차는 고두를 쫓아 정파 장문인들이 모두 모이는 태산 비무 대회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을 주름잡는 녹림방 무리와 손잡은 고두를 잡기 위해 녹림방 소굴로 뛰어드는데...'라는 식으로 그냥 번안만 해도 무협지가 될 정도에요.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오히려 생각 없이 쓴 티가 너무 많이 나서 실망스럽습니다. 이야기 앞뒤가 안 맞는 것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설정도 너무 많으며 여러모로 급조한 티가 많이 나니까요. 오죽하면 싸구려 무협지와 비교하겠습니까.
우선 음모의 핵심인 첫 암살 시도부터 허술합니다. '첫 한 발로 방탄 유리를 깨고, 두 번째 총알로 죽이려 했다'면 당연히 두방을 거의 동시에 쏴야합니다. 첫발로 방탄 유리가 깨지는 것을 확인하고 두번째 발을 쏜다? 1,300미터에서는 총알이 목표에 도착하려면 3초가 걸린다고 이미 설명됩니다. 그런데 작중에서 총알이 확인되고 경호원이 인의 장막을 치는데 걸린 시간은 2초입니다. 애초에 말이 안되는 암살 작전이에요. 이걸 애초에 간파하지 못한 정보 요원들은 모두 얼간이고요.

콧트가 숨어있는 리틀 조이의 집에서 벌어지는 활극도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자국에 모인 G8 협상 멤버인 각국의 수뇌들 생명이 위험한데도, 동네 건달 조직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영국 정부의 모습부터가 웃음거리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우리나라에 회의 차 참석한 미국 대통령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암살범을 숨겨주고 있는 범서방파 중간보스를 손대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는건데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이러한 건달 조직간의 암투에 불필요한 시간을 소모하는 것도 모자라 총을 가진 사람이 세 명이나 되는데 2미터가 넘는 괴력의 네안네르탈인 리틀 조이와 육박전을 벌이는 클라이막스도 황당합니다. 이것은 순전히 잭 리처와 리틀 조이의 일기토를 드라마틱하게 그리려는 흥행 전략에 불과해요. 리틀 조이를 쏘면, 유탄이 동네 다른 주민들에게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기는 하지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저 놈을 죽이지 못하면 모든게 끝나는데 걱정도 팔자지요. 저 같으면 탄창 하나 비울 때 까지 리틀 조이를 쏘고 또 쐈을겁니다.

리틀 조이의 거대한 인형의 집에 들어가서 콧트와 벌이는 밀땅도 어설픕니다. 우선 불구대천의 원수 잭 리처가 몇 백 미터 앞에서 격투를 벌이는데 콧트가 저격하지 않은 이유부터 불분명합니다. 수없이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도 말이지요! 작 중에서도 저격수가 무서운 점은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고 계속 이야기되고, 심지어 파리에서는 천 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저격을 시도하는데 왜 런던에서는 가만히 있는단 말입니까?
게다가 이렇게 유능한 저격수가 기껏 여자나 인질로 잡다가 잭 리처에게 총알 한 발로 사살되는 장면도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리틀 조이야 어설프게나마 일기토를 벌이기라도 했지, 진짜 끝판왕의 최후치고는 너무나 허무하고 한심했어요.

그나마 괜찮은 것은 오데이의 음모 정도입니다. 방탄 유리 시연회나 참석하는 신세로 전락한 오데이가 재기를 위해 방탄 유리와 저격범을 활용하려고 했다는 설정 자체는 꽤 그럴듯하니까요. 하지만 전 세계 정보기관이 힘을 모았는데 자금의 흐름 등 뒷 배경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듭니다. 영국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그려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또 이 음모는 잭 리처가 리틀 조이 일당을 몰살시키고 콧트를 죽이는 일련의 행동과는 무관합니다. 오데이가 왜 잭 리처를 불러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읽는 동안 시간은 잘 가지만,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전형적인 펄프 픽션입니다. 차라리 헐리우드 액션 영화라면 그런대로 즐길만 했을텐데, 소설로 진득하게 읽기에는 좀 별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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