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출입 금지 -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김서연 옮김/호메로스 |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시작은 제법 괜찮았습니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컨닝 작전이 재담처럼 소개되는데 아주 유쾌하고 즐거웠거든요. 우리나라 '얄개'와 별 다를바 없는, 학교를 무대로 한 꾸러기물에 많이 나옴직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약간의 장난 끝에 성적표 위조 공범의 누명을 쓰고 정학을 당한 뒤 부터는 영 별로였어요. 일단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거든요. 그나마 어떻게든 학교에 돌아가려고 분투하는 장면까지는 나름 유쾌함이 남아있는 편이지만, 정말로 학교에서 쫓겨난 것을 알게된 후 부터는 걷잡을 수 없더군요. 학교에서 쫓겨난 이유가 장난 때문이 아니라 황제의 '하녀 자식 포고령' 탓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장면은 인민을 위한 사회주의 계몽 소설 분위기도 풍길 정도니 말 다했죠. 좀 과장하자면 <<얄개>>에서 <<사람의 아들>> 급의 변화랄까요?
그래도 최소한 여기서 마무리 되었다면 성장기로는 괜찮았을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쫓겨난 것을 받아들이고 어머니에게 이실직고한 이후는 완전히 사족에 불과했습니다. 특히나 독학으로 학업을 마치는 에필로그는 자기 자랑에 지나지 않아요. 말도 안되는 영어 교과서로 독학해서 영어를 익히게 된다는 등의 이야기가 펼쳐지니까요. <<타잔>>도 아니고...
아울러 '김나지움'은 대학 바로 전 단계의 고등교육 기관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러나 작중 묘사된 주인공과 친구들은 고슴도치를 키운다고 자랑을 하며 몰려다니고, 연날리기와 같은 여러가지 장난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아이들에 불과합니다. <<꼬마 니콜라>>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의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때문에 주인공의 고민도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마음으로는 고등학교라 생각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고작 초등학생이 학교 쫓겨나는 것으로 읽혀 이게 뭐 큰 고민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도 잘 모를, 개인적 이야기를 풀어나간 일기 정도에 불과한 작품입니다. 240페이지 정도에 불과한 짤막한 분량도 매력적이며 당시 러시아와 악동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돋보이고 몇몇 재기발랄한 부분이 있어 읽는 재미는 느낄 수 있긴 합니다. 작품 전체에 강하게 녹아있는 러시아 정서도 볼거리고요.
허나 한 편의 소설로서 완성도를 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네요. 이런건 자전 소설의 한계일 수도 있겠죠. 별점은 1.5점입니다. 저와 같은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읽어볼 일도 없으시겠지만... 딱히 권해드리기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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