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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8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5 (완결)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5 (완결)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드디어! Q.E.D의 스핀오프 C.M.B가 완결되었습니다. 제가 첫 리뷰를 올렸던게 2006년 12월이니, 무려 16여년의 세월을 함께 한 셈입니다.

수록된 작품은 두 편입니다. "대단원"은 이전 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대영박물관의 케이티 이사의 사악한(?) 음모를 분쇄한다는 내용입니다. 전편의 범인이었던 올드리치가 살아있었고, 신라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어 죽이려고 했지만 이는 신라의 함정이었습니다. 신라가 살고 있던 곳은 케이티로부터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케이티도 살인 방조 혐의로 경력이 끝장나고 말고요. 

나름 통쾌하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 대단한건 없습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하기도 어려워요. 화재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박물관에서 극적으로 죽은 척 했지만 살아남는다는 올드리치의 계획부터가 억지스러웠으니까요. 이 계획은 올드리치가 범인임이 확정된 후, 여러 목격자들에게 박물관에서 죽음을 맞는다는걸 보여줘야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전 이야기처럼 혼자 신라를 죽이고 반지를 빼앗으려 했다면 불필요한 계획이었어요.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은 제목 그대로 타츠키가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23살이 되어 문화재 복원가가 된 타츠키가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이 숨겨진 곳이 기록되었다는 오래된 일기의 복원 의뢰를 받은 뒤, 여차저차해서 일기를 썼던 일본인 타츠노스케의 발자취를 쫓아 러시아를 횡단해 나간다는 내용이지요. 

역시나 추리적으로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의뢰인 미츠토시가 범인으로 타츠키 일행을 미행했다는 결말도 당황스러웠고, 중간에 등장하는 시체 소실 트릭도 억지스럽기 짝이 없던 탓입니다. 시체를 두꺼운 기차 의자 시트 뒤에 감췄다가, 차장으로 변장해서 꺼냈다는 트릭인데 시체가 시트 뒤에 이렇게까지 숨겨질 정도로 시트가 두껍고 푹신할리가 없지요. 그림으로 그린 결과물도 억지스러웠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 에피소드의 유일한 가치는, 일종의 '도라에몽' 시공이라서 16년간 고등학생이었던 신라와 타츠키도 결국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뒤 함께 '박물관'이라는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걸 알려주는 에필로그밖에는 없습니다.

무려 16년의 세월을 함께 한 작품의 마무리치고는 너무 별로라 아쉽지만, 그래도 완결되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별점은 2점 주겠습니다. 이제 Q.E.D에 보다 집중해 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완결을 기념하여, 그동안 CMB에 등장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꼽으며 리뷰를 마칩니다. 이 목록만 보아도 20권 중반~30권 후반까지가 재미면에서 최전성기 구간이었던게 확인되네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치과"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상상 속 살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광구", "고양이 꼬리"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 목록 36" : "산의 의사", "카스미장 사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5" : "도토리와 솔방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4" : "낡은 집"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혼선"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1" : "지옥혈"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0" : "소우야 군의 실종"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5" : "백 스토리", "향목"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4" : "다이아몬드 도둑", "옷장 속의 유령"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3" : "네 번째 코테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2" : "여름 보충 수업", "유리의 낙원", "나선 골동품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4" : "주사위게임", "꽃집 아가씨"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2" : "노파와 원숭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1" : "마루지메네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 : "도시전설"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 : "파란 빌딩", "저주의 가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 : "의태"

2019/12/30

2019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16차, 열 여섯번 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이글루스 블로그도 어느덧 고등학생 레벨에 진입하였군요. 감개무량합니다.

리뷰에 대해 숫자로 정리해보면, 2019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48 (40)권, 기타 장르문학 1 (3)권, 디자인 or 스터디 4 (0), 역사서 15 (9)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1 (18)권, 기타 도서 18 (21)권으로 모두 97 (91)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 정도면 취미가 독서라고해도 부끄럽지는 않아 보이네요. 올해에는 책 출간과 같은 개인사로 독서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으니까요. 내년은 올해보다도 많이 읽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9년 베스트 추리소설 : "블러디 프로젝트"

올해의 베스트는 바로 "블러디 프로젝트"입니다. 문체와 같은 작품 외적인 문제로 약간 감점해서 별점은 3.5점이지만 내용과 완성도 모두 빼어나며, 재미 뿐 아니라 생각해 볼만 한 메시지를 함께 전해주는 좋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워스트 추리소설 : "살인 카드 게임" 

올해 읽었던 추리 소설들은 처참한 수준의 작품이 많았습니다. 47편의 작품 중 평균 이하를 의미하는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30작품이나 될 뿐만 아니라, 졸작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별점 1.5점 이하의 작품은 무려 15편이나 되거든요. 읽은 작품 중 졸작 비중이 31%나 되다니, 무척이나 가혹한 한 해였어요. 심지어 졸작 오브 더 졸작, 정말로 종이가 아깝고 나무에게 미안한 별점 1점의 작품도 "귀신나방"과 "살인 카드 게임"의 두 편이나 됩니다.

두 작품 모두 엉망이지만 올해의 워스트로는 "살인 카드 게임"를 선정합니다. 작가의 이름값이나 출판사의 홍보 등을 미루어 보면 "귀신나방"은 그나마 찾아서 읽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살인 카드 게임"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2019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딱 1권을 읽었을 뿐이라 별도로 선정하지는 않겠습니다.

2019년 베스트 디자인 or Study :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저는 디자인 전공자이기는 하지만 북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는 무척 낮았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와는 여러가지로 상황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요. 이 책은 저와 같은 북 디자인 초보자라던가, 제목 그대로 북디자인을 잘 알아야 하는 편집자, 혹은 관련 직업인에게 굉장히 유용한 책입니다. 참 많은걸 배웠던, 좋은 독서였어요.

2019년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이 분야의 독서는 4권 밖에 되지 않고,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기에 올해는 별도 워스트 선정은 없습니다. 도판만 충실해도 기본은 해 주는 분야니까요.

2019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소비의 역사" 

작년에도 "그랜드 투어"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설혜심 교수의 역작. 제목 그대로 소비라는 개념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400 페이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소재가 흥미롭고 내용의 재미가 대단해서 술술 읽히는 마법과도 같은 책입니다. 도판과 편집도 모두 완벽한 수준이고요. 미시사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9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올해 역사 도서는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에는 너무 가혹하기에, 올해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역사 도서는 대체로 선방한 분위기네요.

2019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맛의 천재" 

정말 오랫만에 등장한 별점 5점! 이탈리아 요리와 그 요리에 관련된 역사까지 상세하게 소개해주는, 요리와 미시사 양쪽 분야 모두에서 탁월한 놀라운 책입니다. 단점을 찾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완벽함을 자랑하지요. 요리, 특히 이탈리아 요리를 사랑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 이탈리아인들은 정말로 위대한 민족이에요. 요리와 예술 측면에서는 말이죠. 참고로, 이 책 역시 이 분야의 베스트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추리 / 호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군요.

2019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역사 분야와 마찬가지로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없기에 올해는 이 분야의 워스트는 없습니다.

2019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웃집 살인마" 

기타 도서에는 작년에 이어서 별점 4점을 받은 트리오가 존재합니다. 바로 "이웃집 살인마"와 "위작의 기술", 그리고 "위험한 저녁식사"의 3편입니다. 다 좋은 책이라 우열을 가리기 힘들긴 하지만 "위험한 저녁식사"는 지금 읽기에 조금 낡은 이야기가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위작의 기술"은 다른 책과 겹치는 내용이 있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베스트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물론 모두 좋은 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은 없습니다.

2019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일상 기술 연구소" 

평범한 생활 속 기술 중 유용한 '꿀팁'을 소개하는 그런 책이라 생각했는데, 제목에서 연상되는 '기술'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실망을 안겨다 준 책. 내용도 영 와닿지 않아서 제 주변인에게 절대로 권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었습니다.

2019년 Movie 리뷰 : 

영화는 제법 많이 보았지만 고작 4편의 리뷰만 올렸으니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는게 무의미해보입니다. 올해는 선정 없이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2019년 추리 or 호러 만화는 전통의 시리즈인 Q.E.D와 C.M.B의 후속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각 권의 수준도 고만고만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베스트 권이 아닌 수록작 중 베스트 에피소드를 꼽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는 Q.E.D가 아니라 C.M.B 쪽이 볼만했다는게 특징입니다. 별점 3.5점짜리 에피소드가 무려 3편이나 등장했거든요.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4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낡은 집",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2의 두 번째 에피소드인 "혼선",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1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지옥혈"이 그 주인공입니다. 

다 좋은 작품이지만 여기서 한 작품을 꼽는다면 "혼선"을 꼽겠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아이의 장난이 강력 범죄와 엮이고, 이 범죄가 극적인 반전과 함께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전개가 깔끔한 수작입니다.

2019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베스트와 마찬가지로 워스트 에피소드를 꼽겠습니다. 별점 1.5점의 졸작 에피소드도 Q.E.D iff 3권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세 명의 자객",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3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보이지 않는 사수", C.M.B 박물관 사건목록 (씨엠비) 32의 세 번째 에피소드인 "사시 부적"의 세 편이니 됩니다.

뭐가 더 낫다고 말하기 애매하지만 한 편을 꼽는다면 "보이지 않는 사수"입니다. 다른 두 작품은 그래도 '추리'와 '트릭'이 등장하는 반면 이 작품은 너무 작위적이며,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2019년 베스트 Comic - 기타 : 

2019년 기타 만화는 별점 2.5점을 넘는 작품이 없기에 베스트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2019년 워스트 Comic - 기타 : "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 

2019년의 워스트는 호시노 유키노부의 단편집입니다. 이 작품말고 다른 단편집인 "요녀전설 1"도 마찬가지로 별점이 1.5점이니 가히 올해의 워스트 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타석이 두 번이었는데 두 번 모두 병살타를 친 셈입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군요. 

참고로 똑같이 별점 1.5점짜리 졸작 중 "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를 선택한 이유는? 미완성으로 결말도 없는 작품을 버젓이 책으로 간행하여 팔아먹는 빌어먹을 행태 때문이에요. 이 정도면 병살타가 아니라 거의 게임 엔딩 수준의 실책이라 생각되어 용서가 안되네요.

결산평 : 

16년 째라니... 강산이 변해도 이제 한번 반넘게 변했네요. 올 한 해 우리 가족 모두가 무탈하게, 건강하게 보냈다는게 너무나 기쁩니다. 개인적인 가장 큰 목표였던, 제 책을 출간한다는 목표도 이루었으니 보람도 있었고요.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서는 올 한해 어떠셨나요? 좋은 일 많으셨었다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18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19/12/08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3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34 - 6점
MOTOHIRO KATOU/학산문화사

이전 권은 기대 이하였다고 리뷰를 남겼었는데, 이번 권인 34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재미도 없고, 추리적으로도 눈길을 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맨 마지막 수록작인 "낡은 집"이 아주 괜찮은 덕분에 별점도 2.5점 줍니다.

이야기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소멸 비행"

신라 박물관에 작가 카가미 요이치가 찾아왔다. 그는 1932년, 일본 운카이 운수의 화물 수송 비행기가 추락 후 사라진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비행기를 절에서 숨겼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신라가 가진 CMB 반지의 권한을 써 줄 것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신라 일행의 조사를 지켜본 주지는, 당시 사고는 운카이 운수 라이벌 회사의 조작으로 일어난 것으로 비행기는 이미 회사에 반환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신라는 동굴 속, 숯으로 흑채를 만들어 숨겨놓은 비행기를 찾아내고 진상을 밝혀낸다. 

비행기 기술자들의 집념을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트릭은 대단치 않으나 합리적이며, 1930년대 시대 상황하고도 잘 맞물린 사건의 전개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의 보잉사처럼 영국 최신 기종의 결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운카이 운수의 사정도 충분히 설득력 넘치니까요.

그러나 무려 7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진상을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는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관계자들도 모두 사망하고, 운카이 운수마저 사라진 상태라면 비밀로 놔 둘 필요가 없잖아요? 주지 스님이 그렇게까지 충실하게 사명을 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마리아나의 환상"

1946년 아마존에서 마리아나는 일본계 연인 모리오와 결혼할 계획을 세우지만 그가 사기를 당한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마리아나는 에콰도르에서 '마녀'라는 별명으로 주술적 치료를 행하며 먹고 살고 있는데 일본으로 돌아왔던 칸베 모리오가 그녀를 찾아 에콰도르로 향하고, 모리오의 손자 부탁으로 역시 에콰도르로 향한 신라 일행은 1945년 종전 직후, 일본의 승패를 알 수 없던 상황에서 승리파와 패배파가 다툼을 벌여 혼란에 빠졌고, 승리파였던 모리오가 마리아나와 만난 직후 패배파로 돌아섰다는걸 알아냈다. 신라 일행은 마리아나의 행방을 추적하여 모리오가 그곳을 방문했으며, 마리아나의 보물을 찾으면 모리오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보물을 찾아 나섰다.
마리아나가 당시 모리오에게 마술을 걸었는데, 그건 모리오의 의식을 넓혀 기억을 밖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문제는 마리아나에 대한 기억까지 잊어버리게 했다...

두 편으로 이어진 제법 긴 호흡의 이야기로 마리아나의 마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리아나의 보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결국 마술은 일종의 기억 상실이고, 보물은 그녀가 모리오를 위해 만든 마을이라는 순애보였다는 내용은 의외성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2차 대전 직후, 브라질 일본계 이주민들 사이에서 있었던 분쟁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것도 수확입니다. 오지인 탓에 공신력있는 뉴스가 원할히 공급되지 못해서, 심지어 '일본이 승리했다'는 승리파가 다수 존재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그러나 에피소드 2편 분량을 할애하여 길게 진행할 정도의 깊이있는 이야기였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야기가 너무 작위적인 탓이에요. 집 뿐 아니라 마을까지도 마리아나가 모리오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는 설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억지가 지나쳤어요 또 추리의 여지도 거의 없다는 것도 감점 요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낡은 집"

세토는 회사를 그만두고 연인과 함께 빵집을 차리기 위해 시골로 내려왔다. 운 좋게 집세가 0엔인 집을 구해 수리를 하고 살려고 하지만 마을에서 기묘하고 불쾌한 인상을 받고, 목수들도 모두 집 수리를 거절하는데...

의외로 깔끔한 일상계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아시겠지만, 시골 마을이나 외국에서 외지인을 배척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는 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괴물 가면을 쓴 범인이 나타나서 입주를 방해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식이 딱 그러했으니까요.
그러나 원인이 착해 보이는 집 주인 때문이었다는 진상은 놀랍습니다. 집세를 받지 않는 대신, 임대차 계약서를 쓰지 않은 점을 악용하여 세입자가 집을 수리하게 만든 뒤 쫒아낸 것이지요. 이를 집 주인의 아들이 집의 장미 덤불을 베어 넘기는 등의 기묘한 행동으로 추리해 내는 신라의 활약도 아주 볼 만 합니다.

사람의 선의는 무조건 의심해 봐야 한다는 씁쓸한 결말이지만, 일상계로는 최고 수준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신라가 진상을 눈치채는 단서가 조금 작위적이기는 하나 큰 문제는 아니에요. 별점은 3.5점 입니다.

2020/06/05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도 40권 째를 향해 가네요. 이번 권에는 총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상계 두 편에 묵직한 이야기 두 편이라는 구성 역시 언제나와 비슷합니다. 특이한건 외전 형식의 근미래 SF가 한 편 있다는 점이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려 전체 별점은 평균하여 2점인데, 앞의 두 편이 심하게 망작인 탓입니다. 뒤의 두 편은 좋았어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길.

"크로스로드" 

악우惡友 요코야리와 친구들이 등장하는 학교 무대 일상계 소품입니다. 미국 뮤지션인 로버트 존슨이 십자로에서 악마와 계약하여 음악 재능을 손에 넣었다는 유명한 전설이 핵심 소재고요. 미술실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미묘하게 바뀐 분위기, 열쇠로 열리지 않는 미술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기름 냄새, 조명이 꺼졌다 켜지지 걸려있던 그림이 모두 바뀐 현상... 이 모든게 미술부원 미치바타의 급작스러운 실력 향상과 엮여 악마와 계약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는 이야기거든요.

미술실 괴담의 진상은, 미치바타가 실수해서 물감이 많이 튄 탓에 몰래 문을 잠가놓고 청소하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바닥에 튄 물감은 마법진을 그려 감추고, 벽에 튄 물감은 그림과 조각상을 옮겨 가린 것입니다. 악마 그림은 액자 앞 그림이 쉽게 떨어지도록 장치한 뒤, 불이 꺼졌을 때 벽을 울려서 떨어트린 것이고요.

그러나 동기가 무엇일까요? 미치바타가 이렇게까지 해서 괴담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믿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청소하는게 이런 수고로운 작업보다도 훨씬 빨랐을거라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낮고요. 그림 실력이 좋아진건 엄연한 사실인데, 단지 '아름답다고 생각한 무언가(여기서는 신라의 암모나이트 화석)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결말도 허무했습니다. 그림 실력이 이런 급작스러운 계기로 엄청나게 좋아진다는건 솔직히 말도 안됩니다.

무언가 새로운 걸 만나는 장소라는 의미의 '십자로' 메타포를 가져온 건 나쁘지 않습니다만, 동기와 트릭, 진상 모두 마음에 들지 않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종려나무 동전"

마우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신라와 타츠키를 만났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 반도에서 몇 번이나 습격당하고도 살아남은 마을의 비밀이 숨겨져있다는 고대 그리스 동전의 비밀을 풀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종려나무가 그려진 동전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신라는 그 마을로 향했고, 그 곳 성당에 새겨진 시계 조각을 통해 진상을 깨닫는다.

'발칸 반도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는, C.M.B 다운 현학적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소재로는 지나치게 무거웠습니다. 비밀의 해답이 "용서해라" 라는 메시지였다는 결말도 많이 허무했고요. 이를 알아내는 방법도 너무 뻔했습니다. 성당 시계 조각의 시간과 분을 시계 문자반 성인 이름에 대입한 '마태 복음 18장 22절, 누가 복음 23장 34절'이라는 건데, 암호 트릭이라고 보기에는 함량 미달입니다. 의외성이라고는 전무하니까요.

현학적으로 얻을 내용이 많지 않고, 결말도 의외성 없고 트릭도 수준 이하라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네요. 최근 마우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모두 이 모양인데, 안 나오는게 낫겠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광구 A-11"

아무도 없는 소혹성 광구 A-11의 유일한 작업원이 총에 맞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항공우주감사관 나나세는 우주공학박사 신라와 함께 진상 조사를 위해 소혹성으로 향하는데...

2075년을 무대로 한 근미래 SF 추리극입니다. 로봇 외 작업원은 1명 뿐이라는 가혹한 상황에, 가족의 죽음까지 겹쳐 자살한 것이라는 동기도 설득력 높으며, 아시모프의 로봇 공학 3원칙과 소혹성의 특이한 상황을 이용한 과학적인 트릭도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트릭이 특히 돋보이는데, 그냥 우주 공간에 대고 총을 쏜 겁니다. 그러면 탄은 궤도 비행을 하게 되는데, 근처에 있는 달 때문에 가속이 붙어 위력이 더욱 커져서 살상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입니다. 총알이 제 자리로 다시 돌아오려면 소혹성을 한 바퀴 돌아야 하니, 그 동안 매그너스는 총을 쏜 뒤 그걸 다시 정리해서 창고에 가져다 놓아서 일종의 완전범죄를 만들었고요. 이렇게 모든게 아주 합리적이고 과학적입니다.

로봇 3원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건 현장에 있던 로봇 팔이 매그너스는 왜 죽었는지 말해주지도 않고, 총을 마지막에 창고에 가져다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답할 수 없다는 식으로 진상을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못하는 이유도 그럴싸합니다. 매그너스가 자살했기 때문이에요. 자살은 허락되지 않는 행동이라, 그의 생명 뿐 아니라 '존엄'까지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는 거지요. 조금 카톨릭적 발상인데, 뭐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타츠키와 신라의 미래 모습도 재미있었고, 외전으로서 여러모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다른건 몰라도 트릭만으로도 별점 3점은 너끈해요.

"고양이 꼬리"

일본 어디에나 있는 시골 마을. 특이한건 그곳 출신의 유명화가 이토우 류우카에 관련된 소문으로, 그는 재산을 황금으로 바꾸어 마을 어딘가에 숨겨두었다고 했다. 유일한 단서는 "고양이 꼬리 앞에 있다"는 그의 말 뿐이었다. 초등학생 후루타는 이 소문을 알게 된 후 친구들과 마을의 '네코다 신사'로 향한다. 절벽 위 신사 뒷쪽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 꼬리'라는 말, 절벽 위에 덩그러니 위치한 신사, 보통 육지와 이어져있는 땅을 뜻하는 '에가시라'라는 이름을 가진 신사 앞바다의 섬이라는 단서로 화가가 말한 의미를 밝혀내는 일상계 작품입니다. 신사와 에가시라 섬은 원래 이어져있었는데 지진으로 이어진 지형이 붕괴하여 신사는 올라갈 수 없는 절벽 위에 놓였고, 에가시라는 섬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예전 지형으로 생각해야 답을 알 수 있는 것이죠.
즉, 예전 마을은 멀리서 보면 고양이 모양이었다는게 진상입니다. 네코다 신사의 이름도 고양이 모양의 머리에 위치했던 거에서 유래된거지요. 황금은 화가가 이 말을 한 가을 저녁때에야 그 정체를 알 수 있어요. 곡식과 나뭇잎이 황색으로 물들고, 석양이 강에 반사되어 황금색 고양이가 출현하는걸 의미한 겁니다. 고양이 꼬리 앞은 모두 황금색!

이렇게 민속학적 테마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건 아주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응용해 봄직한 이야기가 충분히 있을듯합니다. 제가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선바위역의 원래 있었던 선바위 위치를 토대로 뭔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런데 초등학생마저도 화가의 말을 들었을 때 "보물은 신사 뒤"라고 생각했지만 보물이 그곳에 없다는게 전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은 살짝 옥의 티입니다. 신사 뒤 동굴은 너무 위험하여 이 곳에 들어갔던 사람은 모두 죽어버린 탓이라는건데, 섬뜩하면서도 기발하기는 합니다만 이게 현대까지 이어진다는건 조금 설득력이 약하지요. 또 화가의 말은 이어져 왔으면서도, 정작 마을이 고양이 모양이었다는 것 역시 구전되지 않은 것도 이상합니다.

그래도 일상계로는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수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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