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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음식전쟁 문화전쟁 - 주영하 : 별점 2점

음식전쟁 문화전쟁 - 4점
주영하 지음/사계절출판사

문화인류학적인 시각에서 음식의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분석했다는 책으로 도서관에서 충동 대여해서 읽어보았습니다. 먹거리 관련 책으로 잘 알려진 주영하 씨의 책이더군요. 저자의 책은 아직 "차폰 잔폰 짬뽕"과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두 권밖에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구태여 비교하자면 "차폰 잔폰 짬뽕"과 좀 비슷합니다. 음식에 대해 문화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 음식보다는 다른 부분에서의 문제 제기가 많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하지만 주제 하나만큼은 명확했던 "차폰 잔폰 짬뽕"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음식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이야기가 많이 혼란스럽고, 주제가 명확하다기보다는 희석되는 측면이 많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맛의 달인"에도 등장했었던 희석식 소주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 한국인의 폭음은 막걸리를 마시듯 소주를 마셨기 때문에 생겼다는 문화적인 이유가 크다는 점 같이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실려있긴 합니다. (소수민족 롤로족이 도수 4~5%의 옥수수술을 마시다가 중국에 병합된 후 도수 50%에 육박하는 저렴한 바이쥐우로 술이 대체되었으나, 여전히 바이쥐우를 옥수수술 마시듯 하는 사례 소개)
요릿집의 역사와 유명 요릿집 태화관에서 벌어진 "독립선언서 낭독", 식도원에서의 "조선 공산당 결성식"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나 요정에 대해 소개한 부분도 나쁘지는 않았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우리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문화적 측면에서의 고찰이라는 점에서는 건질 게 있기는 한데, 저는 "음식" 그 자체에 좀 더 집중된 책이 더 좋은 것 같네요.

2020/08/02

2020년 8월의 신라호텔 팔선 디너 코스

온 가족이 오랫만에 모여, 좋은 식사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의미있는 자리라 아버님께 의견을 여쭈었는데, 중국 요리를 선택하시더군요. 그래서 신라호텔 팔선에 디너 코스를 예약하여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선택한 코스는 아래의 '여의' 코스였습니다. 코스 이름이 특이해서 찾아보았더니, 불교 용어이기도 하고 '마음 먹은대로 된다' 는 뜻인데, 왜 이런 단어를 썼는지 그 의미는 잘 모르겠네요.
1. 제철 정선 전채
장어와 문어, 찌고 튀긴 듯 크리스피한 삼겹살과 버섯의 구성입니다. 단짠단짠인데 맛이 강하지 않고, 한 입에 먹기 좋아서 그야말로 전채라는 느낌이 드는 메뉴였어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2. 캐비아 망태버섯 제비집.
제비집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는데 식감이 재미있더라고요. 맛은 담백, 무난했습니다. 그런데 망태버섯과 캐비아의 존재감은 무척 약합니다. 맛에 있어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를 정도였어요. 제가 둔감한 탓이겠지만요.
3. 홍소소스 청새리 상어 지느러미 찜.
이거 진짜배기 상어 지느러미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도 어느정도 있고, 쫄깃하지만 질기지 않은 신기한 식감에 소스도 부담없어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4. 고법 불도장
도가니, 전복, 오골계 등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는 불도장. 그러나 고명들보다도 묵직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게, 은근하게 간을 맞춘 국물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코스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5. 어향소스 길품 전복과 오룡해삼
코스의 마지막 요리인데 전복의 크기는 상당한 만족감을 주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을만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소스맛도 특출나지 않고 전복의 맛도 크기에 비하면 그닥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어향 소스는 어향 가지로 아주 친숙하며, 오룡 해삼도 먹어본 적이 있어서 신선함이 부족하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요리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6. 식사.
저는 짬뽕을 선택했습니다. 짜장, 짬뽕, 기스면, 볶음밥, 중국식 냉면 등이 가능합니다. 고명, 건더기 등 전부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재료 외에는 일반 중식당 짬뽕과 구분되는 맛은 아니었어요.
7. 디저트
멜론 반통, 그리고 가운데 씨를 파낸 곳에 감으로 만든 소스를 채워 넣었습니다.
맛은 나쁘지 않지만 역시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대단한 조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손이 간 그런 디저트를 기대했거든요.
이렇게 코스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으로, 가격에 비하면 맛이 만족스럽다고 여겨지지는 않네요. 제가 이 코스를 또 먹을 일은 아마도 없을 듯 합니다. 물론 가족 모임이라는 자리에는 아주 잘 어울렸으며, 어른들께서 좋아하셨기에 불만은 없습니다. 서비스는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이었고, 룸 상태나 이런저런 디테일들도 마음에 들었고요. 혹시라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다른 코스 요리를 먹어볼 생각입니다.

2018/06/15

한국에만 있는 정통 중화요리에 대한 수사보고서 - 최준식 : 별점 2점

한국 문화 전문가인 저자가 한국에만 있는 "중화 요리"가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느 시대의 음식인가를 밝히고 중요 요리와 그 역사,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왜 "중국 요리"가 아니라 "중화 요리" 였는지 여태까지 별 생각이 없었는데, "중화" 라는 단어가 쓰인 이유와 "화교" 라는 말의 유래, 한국의 화교는 어떤 사람들인지 설명하는 등 내용은 아주 본격적입니다.

저자의 질문은 몇 페이지 되지 않아 답이 나옵니다. 화교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역사에 등장한 건 1882년 임오군란 발발 시 중국에서 동원된 청나라 군대를 따라온 40여 명의 청나라 상인들이며, 당시 한국에 온 중국 군대는 산동의 연태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라 이들은 산동에서 온 사람들이었다고 설명됩니다. 그 이후 산동 반도와 인천항 사이 정기선이 오가게 되고, 의화단 사건으로 산동 주민들이 대거 이주했고요. 때문에 우리나라의 중국 음식은 산동 음식이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본토와 고립되어 100여년이 지났기에 우리나라의 중화요리는 본토와 달라지게 되었다고 설명되죠. 즉, 우리나라의 중국 음식은 20세기 초의 산동 요리이며, 해삼과 죽순 등 청나라 말기의 식재료를 고집 - 당시 산동 요리가 궁중요리였기에 - 하는 것입니다!

이 다음은 유명한 음식들의 한국화 과정을 소개합니다. 짜장면과 짬뽕이 대표적인데 이 두 음식의 역사, 유래는 이미 다른 많은 컨텐츠에서 접했던 것이라 별로 새롭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짜장면의 원조인 중국 산동 "작장면"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해 주는 부분은 나름 독특했고, 짬뽕이 아니라 "짬뽕밥"에 대한 소개와 볶음밥에 짜장 소스를 곁들이는 이유는 우리나라 볶음밥이 맛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인상적입니다. 볶음밥 쌀이 인디카 종이어야 잘 볶아지고 맛이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굉장히 그럴듯 했어요. "맛의 달인" 의 한 에피소드에 충분히 쓰임직 할 정도로요. 최소한 이 내용을 먼저 알았더라면 "경성탐정록" 의 "소나기" 에피소드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다른 유명 음식들의 이름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습니다. 난자완스, 유린기 등 몇몇 음식들은 그 설명 자체가 충분히 새로왔을 뿐더러 한국의 중화요리는 그게 무엇이든 굴소스를 잔뜩 넣고 이런저런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며 전분이 많고 오래 찌는 등으로 결국 맛이 비슷비슷하다는 설명도 와 닿습니다. 저도 한국식 "중화 요리"를 좋아해서 자주 먹긴 하지만, 그게 그거라고 생각될 때가 많거든요. 물론 오리지널 중국 요리도 향신료나 향초의 쓰임새가 제 입맛에 맞는다고 하기는 어렵긴 하지만요.

이렇게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을 내용이 많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저자 스스로 가장 큰 참고가 된 건 산동 출신 제자 마 씨아오루의 도움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을 정도로 내용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인용되는 사료의 깊이와 넓이 모두가 부족하여 충분한 고증, 연구를 거친 결과물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150여 페이지가 안되는 짤막한 분량도 읽는 데에는 좋지만 깊이를 느끼게 하기는 역부족이고요. 여기에 12,000원이라는 가격은 많이 과합니다. 거의 한 페이지에 100원 꼴인데, 그 정도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은 되지 않으니까요. 왜 "중국 요리" 가 아니라 "중화 요리" 인지도 결국은 설명이 없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도 있고 여러모로 참고할 점은 많지만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는 결과물은 아닙니다. 가격을 내려 "살림 지식 총서" 의 한 권으로 내 놓았더라면 모를까, 이대로라면 딱히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2010/09/18

차폰 잔폰 짬뽕 - 주영하 : 별점 2.5점

차폰 잔폰 짬뽕 - 6점
주영하 지음/사계절출판사

음식 문화와 일종의 역사 의식을 결합시켜 써 나간 독특한 컬럼을 모아놓은 책. 

제목만 보고 중국 - 일본 - 한국의 음식문화의 유사성과 사례를 설명하는 책으로 알았는데 생각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예를 들자면 짬뽕과 차폰, 잔폰의 관계를 설명하다가 결론은 한국 사회의 배타적인 정책을 지적하며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다문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결론내리는 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다양한 문제 제기가 더욱 많아서 약간 실망스럽더군요.

그래도 다양한 음식 문화를 저자의 실제 체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글 자체도 쉽게 읽히는 편이라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
특히 일본 아마미 군도의 사탕수수 농법에 대한 역사와 현재를 다룬 이야기인 "음식의 식민지" 이야기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쓰마번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가혹한 수탈을 당하다가, 결국 사탕수수 농장 자체는 황폐화되고 자급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져 버렸다는 결말인데,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거든요.
그 외 고추가루를 사용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 증류주의 역사와 종류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요.

단순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앞으로의 식문화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최근의 "맛의 달인"과 비슷한 시각의 책이라 생각됩니다. 기대와는 다른 점이 있어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음식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2015/05/18

어이없게도 국수 - 강종희 : 별점 2점

어이없게도 국수 - 4점
강종희 지음/비아북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며 임원까지 될 정도로 잘나가는 워킹맘이었다가 집에 눌러 앉은 저자가 한가한 틈을 이용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국수들에 대해 한토막씩 써 내려간 음식 관련 수필집.

요리사도 아니고 음식 전문가도 아닌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그다지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국수별로 짤막하게 자기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먹었는지라던가 관련된 자신만의 일화를 써 내려간 글들이에요. "오무라이스 잼잼"에서 음식 관련 내용 대신에 조경규 일화가 중심인 만화다! 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책의 국수 삽화도 조경규씨가 그렸네요. 인연이라면 인연이랄까. 몇몇 글들은 - 대표적으로는 짜장면, 구포 국수, 니신 소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 관련된 시까지 인용하는 등 관련된 설명도 충실한데, 비중으로 따지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과 국수를 엮은 구성이나 저자의 글솜씨가 나쁘지는 않아 재미있게 읽히며, 무엇보다도 누구나 떠올릴법한 평범한 국수들이기에 해당 국수에 대해 저만의 경험과 추억 등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 아주 좋았어요. 마침 생각나는대로 저만의 국수 일대기를 몇개 적어본다면,

  1. 시원한 국물하면 - 안양 관양동 바지락 칼국수.
  2. 더운 여름은 냉면이 최고지. 딸아이가 좋아하는 - 산본 투데이몰 지하 "후원" 물냉면과 육수.
  3. 아버지 학생 시절부터도 유명했다는, 하지만 별 맛은 없더라 - 부산 보수동 완탕.
  4. 밤에 아내와 야식으로 먹는 시원한 국물에 계란 하나 깨넣은 라면.
  5. 아내가 딸아이를 위해 만드는 -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6. 돈내고 먹는거보다 뛰어난, 회사 식당 진리 메뉴 - 해장에는 얼큰 백짬뽕.
  7. 예전 회사 앞 중국집에서 점심마다 먹었더랬지 - 사천탕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꽤 재미난 주제이니 생각날 때마다 추가해 봐야겠군요.

그런데 그냥 바쁜 직장 생활 관련 이야기라면 모를까, 어린 시절이나 특정 지역에 한정된 이야기같이 작가의 개인적인 일화들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워킹맘의 비애가 저한테 와 닿을리 없는건 당연하지요. 직장 생활 이야기도 잡지사 기자나 마케터라는 전문성이 필요한 특이한 업종에서 근무했던 탓에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없었고요.

또 국수들에 대해 설명들도 거의 대부분이 유명 서적에 의존하고 있어서 새롭거나 인상적이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진주냉면 이야기처럼 직접 발로 뛰어 알아낸 정보나, 접해보지 못한 서적을 바탕으로 한 글들도 몇편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도 본인 경험 위주의 일기, 신변잡기류의 글들이라서 저자의 명성이나 경력에 많이 기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성공적이라고 불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무라카미 하루키와 제가 굴짬뽕을 먹은 경험에 대한 수필을 각각 썼을 때 일반 대중 독자들이 어떤 글을 선택할지도 자명하잖아요? 글의 수준이나 완성도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빼어난 글로 보이지도 않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가벼운 읽을거리, 소일거리로 본다면 괜찮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수 관련, 아니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 견문록" 같은 다른 음식 관련 수필과 비교해 볼 때 국수 관련 컨텐츠면 무엇이든 찾아보는 매니아가 아니라면 구태여 선택할만한 가치나 재미는 없습니다.

덧 : "구포 국수"가 정말 맛있다고 소개되고 있더군요! 아버님 고향이자 현재 부모님이 거주하고 계신 곳인데 전혀 몰랐네요. 다음에 부모님 댁에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겠습니다.

2024/07/24

2024년 7월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중식당 남풍 코스

신라 호텔에서 코스를 즐겼던게 엊그제같은데, 다시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일이 생겼네요. 이번에는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부산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부산은 잘 모르지만, 부산 어르신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식당이 파라다이스 호텔 중식당 남풍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약 후 지난 일요일 점심에 코스 요리를 즐겼습니다.
저희 가족이 고른건 Steve Jun 코스였습니다. 디저트까지 모두 8개의 요리와 식사가 이어지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Steve Jun 스페셜 냉채 :
랍스터 회, 찐 전복, 해파리 냉채, 멘보샤(?), 닭 조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료도 좋지만 회부터 튀김, 조림까지 다양한 구성에 간도 적당하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2. 남풍 시그니처 딤섬 3종 : 
하가우, 샤오마이, 구채하 3종. 새우와 부추가 섞인 구채하가 제일 좋았습니다. 다른 2종은 비교적 흔하게 먹을 수 있기도 하니까요.
3. 최고급 통 상어지느러미 찜 :
크기로 압도하네요. 4년 전 신라호텔에서 먹은 것 보다 소스가 훨씬 묵직하고 진한데, 크기가 커서 그런지 잘 어울렸습니다. 고급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전해 주고요.
4. 남풍 서해산 어자 해삼 활전복 :
'어자'는 소스 이름인 듯 합니다. 재료가 좋아서 맛있게 먹었지만, 간은 다소 심심했습니다. 조금 더 짭짤한게 좋았습니다. 
5. 북경 오리 1마리 :
셰프님이 직접 와서 손질해 주시고 말아주셨지만,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배가 부르기 시작해서 양이 적고 조금 자극적인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북경 오리를 뺀 조금 더 저렴한 코스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홍삼 고법 불도장 :
불도장은 제가 좋아하는 요리입니다. 맛있었습니다. 재료도 좋았고요. 하지만 역시 뭔가 좀 심심하다는게 아쉬웠어요.
그리고 식사로는 랍스터 짬뽕, 마지막으로 다과로 구성된 디저트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식사와 디저트는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두 개 모두 별로였습니다. 랍스터 짬뽕은 랍스터는 질겼고 간도 애매했으며, 디저트도 가격에 걸맞는 퀄리티로 여겨지지는 않은 탓입니다. 

신라 호텔과 비교해본다면, 신라 호텔 쪽이 압승입니다. 맛이 없는건 아닌데, 남풍의 간이 전반적으로 제 입맛과는 잘 맞지 않았던 탓이 큽니다. 많이 심심했는데, 이런 간이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한 좋은 식사였기에 만족합니다. 서비스도 좋았고요. 다름에 방문하게 된다면, 맛있게 즐겼던 요리 단품으로 몇 가지 시킬 생각입니다.

2014/03/12

한중일 밥상문화 - 김경은 : 별점 2.5점

한중일 밥상문화 - 6점
김경은 지음/이가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음식 비교를 통해 문화적 고유성과 유전자를 탐색한다는 취지의 책입니다. 같은 재료를 다르게 조리하거나, 같은 조리 방식이지만 다르게 진화한 것 같은 비교 가능한 주제들로 엮여 있습니다. 식은 밥을 요리해 먹는 것의 대명사가 한국에서는 비빔밥이고 중국에서는 볶음밥이라는 차이, 김밥과 스시의 차이, 누룽지를 이용한 숭늉과 누룽지탕의 차이, 빈대떡과 전병(라이빙), 오코노미야키를 비교하여 소개하는 식으로요.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은 요리와 식문화 중심이기 때문에 꽤 재미있습니다. 새로 알게된 정보도 제법 됩니다. "가이세키(회석) 요리"의 명칭 유래처럼요. 누룽지탕의 유래, 고추에 관련된 쓰촨과 후베이 출신 혁명 동지들의 일화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마음에 들었어요.

중국 4대 미인 요리도 처음 알게 된 것인데, "서시설"은 서시가 희생된 바닷가에서 잡히는 사람의 혀를 닮은 조갯살 요리. 상하이의 "귀빈계"는 포도주로 간을 한 암탉 요리로, 양귀비가 사람을 홀리는 것처럼 취하게 만든다고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초선두부"는 모두부와 미꾸라지를 함께 끓인 추두부탕이고요. 간교한 동탁은 미끌미끌 미꾸라지, 하얗고 부드러운 두부는 초선으로, 두부로 미꾸라지를 요리했다는 직선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 왕소군의 "소군오리"는 당면으로 오리탕을 끓인 음식이라네요. 상상이 잘 가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나 단순히 해당 국가에서 그 음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며, 문화적 고유성과 유전자를 탐색한다는 취지에 걸맞는 수준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음식 진화 방향에 대한 배경은 객관적이라 보기 어려운 탓입니다. 학술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고요. 

책 소개에 - 한ㆍ중ㆍ일 DNA음식, 국민음식이 된 유래와 재료는 물론 음식을 대하는 그 나라 국민의 태도, 정치에 투영된 음식문화, 식생활과 습관 그리고 미용(美容)과 보양식 등을 동원하여 그 흔적과 함께 3국 국민성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존이라는 보편적인 욕구가 독창적 요리로 발전, 각 국 고유의 음식문화로 정착되고 이웃나라와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규범과 정치적 이해 그리고 권력의 기호 등에 의해서 설정된 규칙이 독특한 ‘밥상문화’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 라고 언급되는데, 대체 저런 시각과 논리가 어디에 등장하는지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럴 바에야 요리, 식문화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과 관련된 에피소드만 실어주는 게 훨씬 나았을 거예요. 딱히 요리를 비교해서 뭔가 얻어낼 게 없다면 말이죠. 요리 자체가 문화적, 사상적, 역사적으로 강한 의미가 있지도 않으니까요. 아예 주제를 좁혀서 그 주제에 맞는 음식, 요리, 식문화만 걸러내는 게 낫지, 어렵게 주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봤자 사실 와닿지도 않을 뿐더러 그러한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어려운데 왜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비슷하게 접근했던 주영하 씨의 "챠폰 쟘폰 짬뽕"이나 "음식 전쟁 문화 전쟁"이 떠오르네요.

주영하, 윤덕노 씨의 저서 내용이 인용되는 등 다른 곳에서 읽은 내용도 적지 않고, 오히려 다른 콘텐츠에서 소개한 것과 다른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특히 "자장면", "짬뽕" 이야기는 아무리 3국을 비교하기 쉬운 소재였다 하더라도 너무 많이 알려진 것이라 후발주자 위치에서 또 소개하기에는 적절치 못했습니다.

소를 잘 먹지 않은 중국과 한국에서 소는 그만큼 중요한 가축이었다고 이야기한 뒤, 바로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소를 세분화하여 먹는다고 소개하는 식의 전개도 좀 어이가 없더군요. 중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주장한다던가, 일본의 기무치도 호시탐탐 김치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던가 하는 식의 국수주의적인 글도 문화사와는 별 상관이 없지 않나 싶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으나 앞서 이야기한 대로 특정 재료, 음식을 주제로 하여 3국의 차이와 소소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식문화를 재미와 함께 전달하는 취지의 책이 더 나았을 겁니다.

2013/05/12

음식 잡학 사전 - 윤덕노 : 별점 2.5점

음식 잡학 사전 - 6점
윤덕노 지음/북로드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로 접했었던 윤덕노씨의 저서입니다. 2007년에 발표된 초기작이네요. 제목 그대로 여러 가지 음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해주는 잡학 서적입니다. 크게 여섯 개의 주제로 구분되어 70개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익히 알고 있던 내용도 있지만, 새로운 내용도 아주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 일상계 만화인 "오무라이스 잼잼"의 조경구 씨가 이 책을 참조한 듯한 항목을 몇 개 발견해서 더 반가왔고요. "포테이토 칩", "마파두부", "전가복" 관련 이야기가 그러했는데, 이 책에 실린 또 다른 이야기가 만화로 그려질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내용이나 자료적으로 가치가 있던 내용을 몇 개 적어 보자면,

"북경오리구이"

북경에는 전통 북경오리 전문점이 "편의방", "전취덕" 두 군데가 있음. 방식도 다른데 전취덕 방식은 오리를 직접 장작으로 굽는 직화구이, 편의방은 오리를 화덕에 넣어 굽는 방식임.

"중국의 6대 국수"

쓰촨 딴딴면 / 산시 도삭면 / 광둥 이부면 / 무한 열간면 / 란저우 쇠고기라면

"짬뽕"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 천핑순이 가게에 찾아온 화교들에게 인사 대신으로 "밥 먹었어?"라는 뜻의 "츠판?"을 자기 고향인 푸젠성 사투리로 "샤뽕?"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일본인들이 국수의 이름으로 오해해서 "챤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캥거루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해장국"

원래 해장국이 아니라 숙취 정자를 써서 해정국임.

"샥스핀"

중국의 요리 명문가는 담종준 집안과 공자 집안이 있음. 각각 샥스핀 요리의 명품인 담씨 집안의 황민어시, 공씨 집안의 통천어시가 있음.

"떡국"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의 유래. 동국세시기의 떡국 레시피에 흰 떡과 쇠고기, 꿩고기가 쓰이나 꿩을 구하기 힘들면 대신 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적혀있는 것 때문임.

* 그러나 이 부분은 이전에 다른 자료에서 12세기 "주례(周禮)"라는 책에 등장한 다른 이유. 즉 ‘폐백(幣帛)’ 선물이 신분에 따라 피백, 염소, 기러기, 꿩, 따오기, 닭의 순서대로 폐백 서열이 정해진 것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하는데 뭐가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군요.

이러한 내용들이 가득한데 이미 다른 매체나 서적을 통해 읽었던 내용들이 제법 많다는 점, 그리고 각 음식별 도판이나 사진이 없는 점은 아쉬우나 음식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꽤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판형도 조그마한 게 마음에 들고 한 편 한 편이 짧아서 휴대해서 읽기도 수월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05/05/14

르윈터의 망명 - 로버트 리텔 / 강호걸 : 별점 4점

르윈터의 망명 - 8점 로버트 리텔 지음, 강호걸 옮김/해문출판사
미국 MIT 대학의 부교수이자 MIRV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 미사일) 계획의 관계자인 르윈터는 일본에서 소련 대사관으로 망명을 신청한다. 그의 전문분야는 미사일의 탄두부분인 노즈콘이라는 그다지 가치없는 일이지만 그는 극비문서의 비밀 열람을 통해 자신의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암기한 MIRV의 미사일 탄도 공식을 가지고 소련과 협상하여 망명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된 CIA출신의 부차관보 대리 리오 다이아몬드는 자료 조사 및 심리 분석을 통해 르윈터가 실제로 가치있는 진짜 탄도 공식을 가지고 갔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전 동료이자 CIA 담당자 듀크스는 르윈터의 탄도 공식은 가짜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어 서로 대립하게 된다.
다이아몬드와 듀크스, 그리고 소련의 르윈터 담당자이자 유능한 정보국원 포고딘은 체스를 두듯 서로의 계획과 의도를 숨긴채 작전과 계획을 차차 실행해 나가게 되는데....

저는 스파이소설이라는 쟝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슈퍼맨같은 주인공, 미녀-액션이 짬뽕된 007시리즈에 대한 편견 탓에 그동안 선택에 있어서도 항상 뒷전으로 미루어 놓았었죠. 하지만 이 작품은 그간의 저의 선입견을 깨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제목대로 미국 MIT 교수 르윈터의 망명 사건을 주요 소재로 다루는데 르윈터가 주인공이 아닙니다! KGB와 CIA가 중심이 된 양 진형의 "체스게임"이 더욱 중요하거든요. 서로 속고 속이는 관계속에서 르윈터는 단순한 소모품, 이용물로 전락될 뿐입니다. 이러한 게임이 각 진영에서 캐릭터들과 주변인물의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특히 정보전의 근본이 되는 여러 조직들과 회의들에 대한 묘사는 대단합니다) 세밀하고 현실적으로 벌어지며, 그야말로 "정보전"의 실체를 보는 것 같은 긴장감과 재미가 엄청나서 히어로의 큰 액션이나 반전 없이도 커다란 만족감을 전해줍니다. 그야말로 "리얼한 재미"를 전해주는 소설이랄까요?
예를 들자면 소설에서 양 진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르윈터는 과연 탄도함수를 알고 있었는가?"에 대해 많은 추측이 오가지만 답은 결국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양 진영에서 이 정보를 가지고 서로가 게임하듯 진행되는 과정만이 소설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을 뿐이죠. 그 외에도 많은 정보들에 대한 답은 소설속에서 답해주지 않고 오직 서로의 작전의 "과정"과 "결과"만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불친절하다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러한 부분에서 리얼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예외적으로 후반부의 리오 다이아몬드의 작전에 의한 첩보 작전 자체는 꽤 긴박감이 넘치는 부분으로 스파이 소설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는 하지만 작전 자체가 워낙 소규모일 뿐더러 사람과 사람을 서로 도구로 여기고 이용하며 필요여부에 따라 가차없이 배신하기 때문에 역시나 다른 소설들과 차별화되고 있고요.
아울러 여타 소설들에 비해 적수인 소련 정보국원들에 대해서도 인간적인 묘사로 표현하는 것 역시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소련의 체스 마스터 자이체프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마음에 들더군요.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소설 자체가 리얼하기는 하지만 많이 싱겁다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 책은 한단계 높은 수준의 재미와 흥분을 선사해 줍니다. 너무 딱딱하고 약간 덜 다듬어진 듯한 번역 때문에 읽기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04/11/17

꿈의 사도 - Riichi Ueshiba

"가면속의 수수께끼"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전작 "가면속의 수수께끼"는 주위의 매니아도 많고 볼 기회도 많았지만 저는 제대로 보기가 상당히 힘든 만화였습니다. 독특한 설정과 묘사들은 눈여겨 봐둘만 했지만 스토리와 주제 의식에서 공감을 느끼기는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 "꿈의 사도"도 특유의 성적인 상상력은 여전합니다. (장점이 될 수도 있겠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일단은 전작보다 유쾌한 액션물적인 성격을 많이 취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만 보면 여러명 있는 (9명이 있다고 묘사됩니다) "꿈의 사도"라는 "꿈의 힘을 다루는 자"들이 의뢰받은 괴사건을 해결한다는 흔한 전대 액션물의 설정으로 각 사도들이 각각의 특수 능력으로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평범한 내용입니다.

허나 흔한 액션물로 생각하고 본다면 대략 낭패! 이 작품은 오히려 야릇하고 이색적인 러브스토리(첫번째 편은 중학생 소녀들의 레즈비언 경향의 러브 스토리를, 두번째 편은 기계와 인간의 사랑)로 보는게 타당한 작품이에요.
사실 저는 첫번째 이야기부터 이 만화에 반해버렸습니다. 명문 사립 여자 중학교인 "하나비라자카 여학원"에서 발생한 24명의 소녀들의 상상임신 사건... 그 아이들은 이전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백합반 동창생들로 사건은 2년전 여자로 꾸미고 학교를 다녔지만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남자아이 "요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좀 뻔한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일본의 "만엽집", "고사기"의 히루코 전설까지 엮어서 보여주는 이야기 전개가 정말로 탁월해요. 모든 이들이 영생하고 모든 이들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이 성취되는 "히루코의 나라"라는 큰 배경을 깔고 작가 자신이 추구하던 소년 소녀에 대한 야한 상상력 + 액션물의 성격까지 짬뽕하여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만든 능력에는 감탄밖에는 할게 없더군요.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히루코의 나라"의 정체가 돋보입니다.
위와 같이 특유의 지나칠정도로 집요한 디테일의 그림도 여전하고요.

두번째 작품 "광물의 성모"편은 "긴쥬"라는 주인공 소년이 아버지가 만들어 준 인형인 "루루"와 사랑을 엮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루루"에게 생명을 넣기 위한 "돌의 심장", 즉 "현자의 돌"을 노리는 집단인 "헤르메스 교단"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루루"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꿈의 사도"들의 도움으로 그들과 맞서던 긴쥬는 결국 아버지가 "루루"를 자신에게 만들어 준 이유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죠. 요새 유행인(?) "현자의 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지만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차용한 설정이나 무한의 사랑을 반복해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좋습니다.

물론 아직 5편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듯 해서 전반적인 품평을 하기는 아직 어렵긴 합니다.
또 앞서 장점만 언급했지만 딱! 한가지 지적하자면 탁월한 스토리텔링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만화적이고 작위적인 설정들로 이루어진 "꿈의 사도"들의 존재감이 희박해 보여 아쉽더군요. 심리학 이론에 근거한 여러 디테일하고 자잘한 설정들("상자 정원" 요법 등)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에 잘 섞이지가 않고 오히려 "만화 캐릭터나 완구의 무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라는 설정의 액션장면만 눈에 띄게 과장되게 묘사되어 겉도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그래도 작가 특유의 일러스트에 가까운 디테일한 묘사와 성적 상상력 (훗^^)에 덧붙여진 독특한,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로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울러 보다 귀여워지고 다듬어진 캐릭터까지 있으니 흐뭇하네요. 별점을 주기는 아직이기는 하지면 여태까지는 3.5점입니다.

2005/05/11

Arsene Lupin 아르센 뤼뺑 - Jean-Paul Salome : 별점 3점

노르망디의 숙모 저택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던 뤼뺑은 아버지가 사실은 도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숙모 가문의 보물인 "여왕의 목걸이"를 훔쳐서 아버지에게 전해주는 첫 도둑질을 시작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얼굴이 짓이겨진 시체로 발견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뤼뺑은 어린 시절에 작별을 고한다.
세월이 흐른 뒤, 뤼뺑은 장성하여 스스로 라울 당드리지라고 자칭하며 도둑질을 일삼다가 먼 친척이자 소꼽친구인 클라리스와 다시 만나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그러던 중 숙부의 은밀한 밤의 집회를 훔쳐보다가 왕당파인 숙부와 그 일당이 처형하려 하는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조세핀을 구해준 것을 계기로 그녀의 마력에 빠지게 되고 그녀를 위해 막대한 보물이 숨겨져 있는 십자가를 훔친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의 진상과 더불어 자신을 지배하고 조정해서 야심을 채우려는 조세핀의 마력을 깨닫고 십자가를 빼돌린 후, 십자가를 노리는 왕당파와 조세핀에 맞서 보물을 되찾고 진정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싸우게 되는데....

프랑스에서 2004년에 새롭게 제작한 뤼뺑 영화.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해 보게 되었네요.

스토리를 간략하게 훝어보면 뤼뺑의 여러 작품을 짬뽕해서 각본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꽤 그럴듯하고 앞뒤가 잘 맞으면서도 핵심 줄거리를 놓치지 않아 상당히 재미있고 완성도 있는 모험 영화로 완성되었네요. 아르센 뤼뺑의 "모험" 도 아르센 뤼뺑과 "기암성"도 아르센 뤼뺑과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도 아닌 그야말로 당당하게 "아르센 뤼뺑"이라고만 타이틀을 달고나온 값은 하는 영화랄까요?
"기암성"에서 기본 설정과 무대를 빌려오고 있는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둥 줄거리에 오리지널에 가까운 뤼뺑의 가족사와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진상 이야기, 마녀 백작부인 이야기라는 크게 3개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기둥 줄거리에 발맞춰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정리를 잘 해서 풀어나가는 각본이 상당히 뛰어나요. 모든 이야기를 정교하게 엮으면서도 나름의 반전까지 준다는 점에서 정말로 칭찬할 만 하더군요. 원작에 비해 각색은 많은 편이나 뤼뺑의 아버지에 대해 전해주는 부분도 꽤 그럴듯해서 팬으로서도 그다지 불만 없었고요. 뤼뺑의 아내와 아들에 대한 설정은 약간 의외였긴 했지만 아내와 아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 역시 팬으로서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물론 추리물이 원작인 추리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겠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상은 추리적인 요소는 덜 했지만 상당히 기발하게 처리했다고 보여지며, 무엇보다도 십자가 3개를 이용한 지도 해독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영화인 탓에 어렵고 복잡한 암호는 등장하지 않지만 순간적 우연+논리에 의한 해독 장면은 정말 그럴듯 했거든요. 우연에 의지하며 관객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거의 없는 만큼 치밀하거나 정교한 맛은 별로 없지만 이러한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모험물로서의 미덕은 충분히 잘 끌어내고 있다고 보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매력은 젊은 시절의 패기 넘치고 변장의 귀재이면서도 순간적인 기지와 도둑질에 능한 바람둥이 뤼뺑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잘 살려냈다는 점이겠죠. 이러한 뤼뺑의 모습은 팬으로서 영화내내 즐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우가 좀 느끼하게 생겼고 뤼뺑 특유의 유머러스한 부분이 모자란 것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그간 보아온 뤼뺑 관련 영상물 중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풍스러운 20세기 초엽의 파리의 모습과 의상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였고요.

하지만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조세핀을 정말로 마녀로 설정한 점은 이유가 좀 궁금합니다. 그 때문에 영화가 약간 삼천포로 빠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원작의 라이벌격인 가니마르나 소년탐정 이지돌 군, 헬록 숄메보다야 드라마 구성상 더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조세핀이 너무 전능한(?) 악당이라는 점에서는 거부감이 오기도 했고 말이죠. 그냥 현실적인 캐릭터로 묘사해도 충분히 괜찮은 팜므파탈로 창조해 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어요. 조세핀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연기도 좋았지만 뤼뺑이나 주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 듯 "마성의 미모" 의 배우로는 절대 보이지 않어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라 생각되고요. 아울러 호흡이 굉장히 빠르고 생략도 많아 내용적으로 약간 부실한 부분도 적잖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각종 뤼뺑관련 영상물 중에서, 그것도 각색을 한 작품 중에서 이만한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그동안 없었다고 생각되며, 무엇보다도 "괴도신사"로서 살아 숨쉬는 뤼뺑과 실제 "기암성"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는 정말로 만만치 않습니다! 결말부에서 은근슬쩍 예고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속편이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06/01/03

타이거 & 드래곤

야쿠자 조직 유성회의 조원 야마자키는 보스의 채무 400만엔을 받아내기 위해 만담가 돈베이를 찾아갔다가 만담의 매력에 푹 빠져 만담가가 되기를 결심한다. 보스는 야쿠자에서 발을 빼는 것은 허락하지만 채무는 해결하고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하여 어쩔 수 없이 만담 수업료를 내고 그 수업료로 보스의 빚을 해결하게 하는 방식으로 돈베이의 제자가 된 야마자키는 "고토라"라는 이름을 받게 된다. 그래서 그는 낮에는 만담가, 밤에는 야쿠자라는 생활을 하며 엄청나게 소질 없지만 하나씩 만담을 자신의 것으로 해 나간다.

한편 돈베이의 둘째 아들 류지는 천재 만담가였지만 여러 이유로 파문당하고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 "드래곤 소다"라는 샵을 오픈하여 일하지만 너무나 뒤떨어지는 디자인 감각으로 가게는 파리만 날린다. 사실 이 가게를 열기위해 돈베이가 고토라의 조직에게서 돈을 빌렸던 것. 점차 만담과 스승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고토라는 류지가 만담을 다시 시작하도록 하기 위해 설득하려 하는데...

시간이 요새 많이 남아서 일본어 공부한다는 핑계와 함께 일본 드라마를 제법 많이 보았습니다. 그중 방영한지는 꽤 된 것 같지만 이 드라마가 최근 본 드라마 중에서 제일 재미있어서 소개합니다. "타이거 & 드래곤". 제목의 의미는 주인공 야마자키 토라지 (고토라)의 "타이거"와 또 다른 주인공인 류지의 "드래곤"을 합쳐 지은 제목이죠.

드라마는 옴니버스물로 고토라가 새로운 만담을 배우게 되면서 실제로 그 만담과 유사한 에피소드가 그의 주위에 벌어지지만 결말은 당장 보여주지 않고, 고토라가 마지막 만담장("요세"라고 하더군요) 에서 실제로 그 에피소드를 자기 식 (야쿠자 식?)으로 적절하게 각색하여 만담으로 들려주며 모든 이야기가 정리되는 방법으로 전개되는데 만담의 세계 자체를 드라마 내용에 절묘하게 조합시켜 보여주는 것에는 정말 감탄하게 됩니다. 또한 만담 부분에서 에도시대를 왔다 갔다 한다던가 등장인물들이 만담의 주인공 역들을 소화하는 등 여러가지 재미난 장치들로 만담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이요, 재미를 더해주는데에도 한 몫 단단히 해 주고 있고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판소리나 창 등을 통해 실제 이야기와 고전을 짬뽕하여 각색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꽤나 어려울 것 같은 방법이지만 정말이지 기발한 센스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쿠도 칸구로라는 각본가의 작품인데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은 본 것이 없지만 한번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개가 참 마음에 드네요. 전체적으로 우직하게 흘러가며 웃기는 부분은 확실히 웃겨주고 울릴 때는 확실히 울려주는 것도 좋고요. 딱 분위기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물론 일본 드라마를 볼때마다 약점으로 생각되는 단점을 전부 지니고 있긴 합니다. 인물의 캐릭터 성을 과도할 정도로 부각시켜 이야기의 현실성을 엄청나게 떨어트리고 짜증을 유발하며, 이야기의 전개가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않아서 흡사 만화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솔직히 류지의 형인 돈키치 같은 인물은 등장할 때마다 미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단점이 없을 수는 없겠죠. 개인적으로는 수박 겉핥기 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 만담의 세계를 접했다는 것이 제일 좋았던 것 같네요. 주인공인 고토라라는 캐릭터도 정말 마음에 들었고 "에르메스땅" 이토 미사키의 코믹한 모습 역시 즐거움이었습니다. 재미도 있고 그다지 길지도 않으니 한번쯤 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럼 여러분도 "타이가 타이가 지렛타이가~!!!"

2020/01/12

중국요리 백과사전 - 신디킴, 임선영 : 별점 2.5점

중국요리 백과사전 - 6점
신디킴.임선영 지음/상상출판

부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진짜 중국 음식'으로, 중국요리의 정석이라고 하는 8대 요리 - 루차이 (산둥요리), 촨차이 (쓰촨요리), 웨차이 (광둥요리), 쑤차이 (장쑤요리), 저차이 (저장요리), 민차이 (푸젠요리), 샹차이 (후난요리), 후이차이 (후이저우요리) -와 기타 지역별으로 대 분류를 나눈 뒤, 각 분류별 주요 요리를 3~4페이지씩 할애하여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90개가 넘는 요리에 여러가지 기타 정보가 방대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각 요리별 소개는 말씀드린대로 3~4 페이지 분량에 불과해서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주로 그 맛과 유래에 대해 소개해 주고 있어서 불필요한 설명도 별로 없고요.
또 8대 요리에 대한 설명이 요리별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는게 눈에 뜨입니다. '루차이, 즉 산둥 요리의 핵심은 육수로 "군인의 창, 요리사의 탕"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쓰촨의 매운 맛은 화자오와 고추가 조화된 '마라'의 맛이며, 광둥 요리는 제철 음식과 식재료의 궁합을 중하게 생각한다. 장쑤 화이양 요리에서는 칼을 절묘하게 쓰는 요리가 많다. 저장 요리는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식입니다.

'딤섬'을 소개하며 그 종류 - 빠오, 자오, 까오, 펀, 퇀, 쑤 등 - 를 알려주는 것처럼 음식의 종류는 물론, 중국 4대 민물고기는 '황하의 잉어, 송강의 농어, 흥개호의 대백어, 송화강의 쏘가리'이며 저장 요리의 3대 보물은 '룽징차, 사오싱 황주, 진화햄'이라는 등 재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샤오롱빠오는 워낙에 존엄하기에 초간장에 적신 생강채를 만두에 가져가는게 원칙이라는 식문화 관련 내용 등 관련되어 소개되는 정보가 실로 깊고 범위 또한 넓으며, 처음 알게 된 내용도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배추의 탄생이 천여년 전 중국 장강 이남에서 즐겨 먹던 채소 숭차이가 북방에 전해졌는데, 추운 날씨에서 잘 자라지 않자 북방에서도 잘 자라는 순무 우징과 교배시킨게 유래라는 이야기 등이 그러합니다.
전세계에 퍼진 화교의 요리가 주로 푸젠과 광둥 요리인 이유도 그럴듯 했어요. 중원지역 한족들이 청나라의 침략 때문에 푸젠 지방으로 피난을 간 뒤, 난징조약으로 홍콩이 개방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간게 계기라고 하네요. 나가사키 짬뽕을 만들어 낸 천핑순도 푸젠 사람이었죠.

오래된 문헌과 자료에만 의지하는게 아니라 최신 정보에 기반한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쓰촨요리 푸치페이펜이 '2017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올해의 애피타이저 상을 수상하였는데, 영문이름은 Mr and Mrs Smith였다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푸치는 부부, 페이펜은 허파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허파가 아니라 여러가지 소 내장을 재료로 쓴다는군요. 데친 뒤 썰어낸 소 내장을 고추기름, 화자오, 깨, 참기름, 간장 등으로 양념하는 요리라는데 차가운 곱창볶음 비슷해 보입니다.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상세하지는 않지만 대략의 맛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수준의 레시피가 수록된 것도 마음에 듭니다. 불과 웍을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하는 요리들이 많아서 집에서 해 먹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건 아쉽지만요. 이 중에서는 국내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레시피들이 인상적입니다. 대표적인게 궈바오러우에요. 우리나라에 알려진 '찹쌀 탕수육'이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찹쌀은 중요하지 않고, Double Cooked Pork Slices라는 영어 이름처럼 두 번 나누어 튀기는게 핵심이라는군요. 1차로 고기를 약불에 오래 튀겨 익히고, 2차로 센 불에 빠르게 퀴겨 색을 입히는게 비결이라나요.

이렇게 많은 요리가 소개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먹고 싶었던걸 한 가지 꼽으라면 당나귀 고기 화덕 빵 샌드위치인 뤼러우훠사오를 꼽겠습니다. '천상에는 용 고기, 지상에는 당나귀 고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당나귀 고기를 육식 중 최고로 꼽는다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죠. 고기를 12시간 정도 끓여내는 동안 맛을 살리기 위해 제가 질색하는 중국 향신료도 거의 쓰지 않는다니 왠지 제 입맛에 딱 맞을 것 같고요. 당 현종이 제위 전 허베이성 허지엔에 들어 이 음식을 먹고 갔다는 등 유서까지 깊으니 호기심이 무척 동합니다.

또 이미 접했었던 요리가 소개되는 것도 반가왔습니다. 유명하기 그지없는 동파육, 궁바오지딩, 마파두부, 샤오롱빠오, 훠궈, 탄탄멘 등이야 두 말 하면 잔소리일테고, 그 외에도 국내에서 체인점으로 접했던 '꺼우부리빠오주 (구불리 만두)', 남경 출장 때 접했었던 차가운 오리 요리 '옌수이야', 옛날 구로동 중국인 거리에서 처음 먹어보았던 맵디 매웠던 닭볶음 '라즈지' 등은 나름대로 추억도 떠오르고, 그 맛도 떠올라서 읽는 내내 무척이나 흐뭇했거든요.

그러나 단점도 여럿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별 요리를 대표하는 요리로 선정되어 소개되는 요리들이 무슨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겁니다. 단지 저자가 알고 있는 요리라서 소개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해당 지역 요리를 대표하는 요리인지를 알 수 있는 근거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요. 북경 오리는 물론 거지닭, 불도장, 빠바오판, 딤섬, 동파육, 띠산센, 마라롱샤, 마라탕, 마파두부 등 몇몇 요리들은 그 유명세가 익히 국내에도 알려져 소개가 납득이 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요리들은 왜 그게 대표 요리인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연길 냉면이 여기 수록될 정도의 중국요리라는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연길 냉면이 중국 10대 면 요리에 선정되었다는게 이유라면, 다른 10대 면 요리는 왜 다 소개하지 않는지 그 이유도 불명확하고요. 심지어 마카오 에그타르트가 소개되다니,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네요.

또 중국 발음과 중국어 한자를 그대로 쓴 표기 방식은 정말이지 최악입니다. 발음이야 그렇다쳐도 원래 이름을 간체가 아닌 일반 한자체로 표시해주었다면 그래도 그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으로서는 초보자 수준의 짐작에 그칠 뿐이라 답답했거든요. 레시피도 가지된장볶음 장체즈 항목에서처럼 '집에서 따라할 수 있다', '오늘 당장 해 먹어 볼 수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확한 분량과 그 방법을 소개하지 않은 건 좀 짜증이 나더라고요. 실제로 소개 자체가 간단해 보여서 양념 분량만 정확하게 알려주었더라면 도전해 보았을텐데 말이죠. 그 밖에도, 대분류별로 분량이 일정치 않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도판도 좋고 내용도 재미있지만 자료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해 보여서 감점합니다. 재판이 나온다면 분류와 요리 선정에 있어서 학술적인 근거가 좀 더 뒷받침된다면 좋겠습니다.

2018/10/14

중국집 - 조영권, 이윤희 : 별점 3점

중국집 - 6점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CABOOKS(CA북스)

경력 26년의 피아노 조율사인 저자가 조율 등 업무를 위해 전국 각지로 출장을 다니며 해당 지역 유명 중국집을 탐방한 글과 사진, 그리고 글을 바탕으로 한 만화와 함께 엮은 맛집 탐방기입니다.

전국 출장을 다니며, 업무가 끝난 후 극심한 허기를 느끼고 식사를 하는 한편 한편의 구성은 "고독한 미식가"와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큽니다. 저자 조영권씨의 피아노 조율 업무가 중국집 식사와 같은 비중으로 설명된다는 점, 아무 식당이나 찾아가는게 아니라 '중국집' 만 찾아간다는 점입니다. 특히 피아노 조율에 대한 디테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워낙 전문가, 장인들의 세계를 다룬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그런 류의 다른 작품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심오하면서도 복잡하고, 저자만의 노하우가 드러나는 부분들이 많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간단한 선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구도와 투시 모두가 꼼꼼한 만화도 아주 마음에 들었고요.

이야기의 핵심인 중국집 탐방도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을 망라하고 있는 덕분에 볼륨도 풍성하고, 밑반찬이 뭐가 깔리는지에서부터 시작해서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 재료와 레시피에 대한 상세한 소개에 더해진 저자 나름의 요리별 분석과 맛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어서 쉽게 읽힙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짜장면의 역사와 물짜장을 비롯한 다양한 짜장면들의 소개, 탕수육의 부먹과 찍먹의 유래는 중국집에서 배달이 시작되었던 70년대에 탕수육 배달할 때 시간이 지나면 바삭함이 사라지기 때문에 튀김과 소스를 별도로 배달하며 생겨난 것으로 원래는 소스와 함께 볶아나오는게 맞다, 충청도 물쫄면을 소개하며 인천에서 시작된 쫄면이 경부선을 타고 지방으로 전파되었을 것이다라는 추측 등 오랜 맛집 블로거다운 식견이 느껴지는 글들도 재미 요소고요.

하지만 '혼밥' 이기 때문에 특별한 요리없이 대부분 볶음밥, 짜장면, 짬뽕과 만두 정도만 먹는건 조금 아쉬웠어요. 많이 먹어도 면 요리에 만두 한 종류 곁들이는 정도거든요. 이왕 지방까지 내려가 먹는 거라면 좀 더 다양하게 이것저것 먹어 보아도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아무리 볶음밥만으로 그 중국집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래서야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또 책의 디자인, 만듦새는 나쁘지 않으나 저자의 글을 만화로 옮긴 내용은 사진이 전무한 편집은 영 별로였어요. 인천 신성루의 자춘결을 먹는 에피소드가 대표적으로 뭔가 맛있어 보이는 요리인데 그림만으로는 그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아 안타까왔습니다. 그 외에도 '인발루' 소개에서 첫 페이지 글이 두번째에도 다시 나오는 오류와 가로형 사진이 세로로 편집된 부분은 눈에 거슬렸던 부분입니다. 혹 재판을 찍는다면 수정되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피아노 조율의 세계와 중국집의 식사 메뉴 탐방이라는 굉장히 독특한 두가지 세계를 하나로 엮어 재미나게 풀어내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독보적인 부분도 있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맛집 소개글이나 미식 블로그를 자주 찾으신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04/11/23

반 헬싱 - 스티브 소머즈 (2004) : 별점 3점



로마 교황청 소속의 특수 요원 "반 헬싱"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여 싸움에 뛰어든 전사로 그의 새로운 임무는 트랜실배니아의 드라큘라 백작을 해치우고 정통 왕위 계승자들을 보호하는 것.
하지만 이미 왕자는 늑대인간에게 습격당해 늑대인간이 되어 버린 상태이며 안나 공주의 목숨도 계속 위협받고 있었다. 늑대인간이 된 오빠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공주가 위험에 처하게 되고 반 헬싱의 활약으로 겨우겨우 탈출에 겨우 성공하지만 지하에서 우연히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와 만나게 되고 드라큘라가 자신의 새끼들을 부화시키기 위해 몬스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결국 납치된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를 구하고 드라큘라의 야망을 저지하기 위해 드라큘라 성의 비밀입구를 찾아내어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는데.... 

올 여름을 강타했던 블록버스터 화제작. 드라큘라 소설의 설정만 살짝 가져와서 헐리우드 식으로 각색하여 액션영화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에 보고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의외로 보고나니 흥행에 성공할 만 하더군요. 

일단 느낌은 그야말로 "블레이드+007"이라는 생각입니다. 주인공이 뱀파이어에서 늑대인간으로 설정이 바뀌었고, 007의 영국 첩보부가 로마 교황청으로 바뀌었을 뿐 두 영화에서 이미 친숙한 모든 요소들을 동원하여 영화를 끌어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흥행에서 이미 검증된 요소들만 모아 놨달까요? 더군다나 원래 특수효과가 짬뽕된 과장된 액션을 잘 뽑아내는 감독의 영화답게 액션 장면은 과장되었지만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연출되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각종 고딕 호러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초반에 잠깐 등장한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하이드를 비롯하여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 드라큘라와 그의 3미녀등의 캐릭터들은 설정도 확실하고 원작을 잘 구현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의 몬스터가 잘 표현되어 있더군요. 반 헬싱역의 휴 잭맨이나 수도사 칼 역의 데이빗 웬험, 공주역의 케이트 베킨세일, 그리고 드라큘라 역의 리처드 록스버그 모두 캐릭터에 딱 맞는 호연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의 최강 보스격인 드라큘라 백작과의 사투가 생각보다 무척 시시하다는 점과 몇몇 사소한 점의 의문을 제외한다면 킬링타임용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물로는 합격점을 충분히 줄 만 합니다. 그야말로 단순화끈 액션물로는 더말할나위 없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PS : 의문점이 몇개 생겼습니다. 중요하진 않지만..... 
  1. 늑대인간만이 드라큘라를 처치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다른 늑대인간들은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드라큘라가 왜 반 헬싱만 조종할 수 없었을까요? 
  2. 마지막 사투에서 드라큘라는 그냥 밖으로 날아서 도망가 버리면 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새끼들을 전부 부르던지... 
  3. 그럼 반 헬싱이 원래 대천사 가브리엘이었다는 이야기인가요?
  4. 마지막에 그 드라큘라의 소굴에서 어떻게 빠져나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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