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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4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 -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지음, 로버트 실버버그 엮음 / 이정 외 : 별점 2.5점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 - 6점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지음, 로버트 실버버그 엮음, 이정 외 옮김/오멜라스(웅진)

이전에 읽은 1권에 이어지는 2권. 마찬가지로 e-book으로 읽었습니다. 수록작품은 모두 13편입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화성의 오디세이 A Martian Odyssey" - 스탠리 와인봄 Stanley G. Weinbaum
"헬렌 올로이 Helen O' Loy" - 레스터 델 레이 Lester del Rey
"길은 움직여야 한다 The Roads Must Roll" - 로버트 하인라인 Robert A. Heinlein
"소우주의 신 Microcosmic God" - 테오도어 스터전 Theodore Sturgeon
"보로고브들은 밈지했네 Mimsy Were the Borogoves" - 루이스 패짓 Lewis Padgett
"오로지 엄마만이 That Only a Mother" - 주디스 메릴 Judith Merril
"스캐너의 허무한 삶 Scanners Live in Vain" - 코드웨이너 스미스 Cordwainer Smith
"화성은 천국! Mars is Heaven!" - 레이 브래드버리 Ray Bradbury
"즐거운 인생 It's a Good Life" - 제롬 빅스비 Jerome Bixby
"즐거운 기온 Fondly Fahrenheit" - 앨프리드 베스터 Alfred Bester
"친절한 이들의 나라 The Country of the Kind" - 데이머너 나이트 Damon Knight
"앨저넌에게 꽃다발을 Flowers for Algernon" - 대니얼 키스 Daniel Keyes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A Rose for Ecclesiastes" - 로저 젤라즈니 Roger Zelazny

SF계의 어마무시한 거장, 큰형님들의 대표 걸작이 수록되어 있는 것은 1권과 같습니다. 국내 소개 기준으로는 1권보다 이름값은 조금 떨어지지 않나 싶은데, 로버트 하인라인, 레이 브래드버리, 로저 젤라즈니가 묵직하니 중심을 잡아줍니다.

그런데 SF 작가들의 투표로 선정된 리스트이기 때문일까요? "최고작"을 모았다기보다는 역사적 의미까지 고려하여 선정된 느낌이에요.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그러합니다. 좋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명 단편집 수록작 중에서는 "프로스트와 베타"를 꼽고 싶거든요. 디테일한 과학적인 설정, 냉전시대의 세계관 등 현실이 잔뜩 투영된 그간의 공상과학 소설과는 다른 서정적이고도 종교적인 주제를 미려한 문체로 그려낸, 순문학에 가까운 새로운 SF의 "효시"라는 장르 역사적 의미가 커서 선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에서도 "화성은 천국!"이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보기 어렵죠.

위에서 예를 든 작품들을 비롯하여 제 All time best이기도 한 "앨저넌에게 꽃다발을"처럼 다른 곳에서 소개된 작품이 많다는 점, 지금 읽기에는 낡은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은 단점인데 이건 걸작선이라는 특징 및 작품 발표 시기를 볼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만 이상할 정도로 읽기 힘들었는데, 원작 자체가 어렵게 쓰이기는 했겠지만 번역하면서 조금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쓰는 배려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감점요소가 제법 있는데 "앨저넌에게 꽃다발을"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는 강력 추천드립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들만 아래에 짤막하게 리뷰 남깁니다.


"화성의 오딧세이"

열흘간 소식이 두절되었던 화성 탐사대원 자비스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마크 트웨인이 화성을 무대로 한 SF를 쓰면 이런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유머러스한 분위기, 허풍 가득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모험, 거기에 지구인의 탐욕이 모든 문제를 일으킨다는 결말에서의 풍자가 그야말로 마크 트웨인 스타일인 덕분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스타일만 모방한 파스티시가 아닙니다.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동안 친구가 된 타조 외계인 "트윌"에 대한 묘사 같은 설정의 디테일도 뛰어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길은 움직여야 한다"

모든 도로를 움직이게 만들어 나라 전체를 발전시켰지만, 기술자들이 파업을 일으켜 대형 사고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한 총감독관 게인스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분위기는 하드보일드 범죄물 스타일인데 게인스의 활약이 별다른 게 없으며 전개도 뻔하고, 결말도 허무해서 전체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도로가 움직인다는 황당한 설정에 대한 묘사만큼은 굉장합니다. 도로에 대한 세밀한 설정과 묘사에서 그야말로 거장의 힘이 한껏 느껴집니다. 이런 매력적인 설정을 잘 살리지 못한 이야기는 아쉽습니다만 이 설정 묘사 하나만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소우주의 신"

천재 과학자를 이용해 먹는 은행가가 과학자에게 색다른 동력 전송기를 만들게 한 뒤, 그것을 이용해 국가를 협박하고 과학자를 죽이려 합니다. 다행히 과학자에게는 그가 만든 새로운 생명체 네오테릭스들이 있었고, 네오테릭스들이 더 뛰어난 발명을 해서 과학자를 구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악덕 기업가는 물론 기이한 피조물까지 생생한 캐릭터 묘사 역시 아주 일품이고요. 흡입력도 대단해서 네오테릭스가 과학자가 요청한 "방어막"을 만든다는 결말까지 손을 떼기 힘들 정도 였습니다. 재미만 놓고 따지자면 1권의 "투기장"과 비교될 만큼 최고였어요. 제 별점은 5점입니다.

"오로지 엄마만이"

방사능으로 돌연변이들이 태어난다는 내용으로 냉전시대 핵공포가 만연했을 때 쓰여진 듯 합니다. 아이가 팔, 다리가 없이 태어난 돌연변이인데, 엄마만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반전은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작가가 뭘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스캐너의 허무한 삶"

우주(작중에서 "위와 밖") 여행 시 느끼는 거대한 고통을 잊고, 우주를 정복하기 위해 스캐너라는 전문 직업인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몸의 감각을 없애고 "하버맨" 상태가 되어 우주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크랜치"라고 불리는 행위를 통해 잠깐이나마 감각을 회복할 수 있고요.
그리고 이들은 고통 없이 우주를 여행하는 방법을 알아낸 애덤 스톤을 죽이려고 합니다. 자신들 직업의 위대함이 흔들리게 되니까요. 그러나 스캐너 중 한 명인 마텔이 인류를 위해 그를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내용은 굉장히 간단한데 스캐너, 크랜치 등 작중 나오는 관련 설정이 아주 상세하게, 설득력 있게 묘사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텔의 활약이 이러한 설정 묘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빈약하며, 결말이 허무할 정도로 시시하고 간단한 해피엔딩이라는건 단점이지만 압도적인 설득력에는 점수를 줄 수밖에 없네요. "길은 움직여야 한다"와 비슷하달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즐거운 인생"

조물주급의 초능력을 지닌 아이 앤서니를 중심으로 가족, 마을사람들이 마을 통째로 이세계를 방황한다는 내용의 작품.

SF로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이 "아이"로 태어난다면 그것은 재앙일 것이라는 주제를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앤서니에게 속마음을 들키지 않고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전전긍긍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신 앞에 비굴한 현대인을 풍자한 것으로 보이고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서운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즐거운 기온"

인간에 가까운 다기능 안드로이드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를 추리물 스타일로 풀어낸 작품. 일종의 서술 트릭이 도입된 점도 특징입니다.

하지만 그냥 추리극 형태로만 풀어내는 게 깔끔했을 것 같아요. 밴덜루어와 안드로이드에게 서로를 구분할 수 없는 일종의 "투영" 현상이 일어났다는건 이야기에 넣을 필요가 없었거든요.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혼란스러워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좀 더 짧고 깔끔하게 전개했더라면 보기 드문 SF 추리물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5/03/16

SF 명예의 전당 1 - 아이작 아시모프 외 / 박병곤 : 별점 3점

SF 명예의 전당 1 - 6점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로버트 실버버그 엮음, 박병곤 외 옮김/오멜라스(웅진)

SFWA (미국과학소설작가협회)가 생긴 후인 1964년 12월 31일 이전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회원들이 투표를 진행하여 가려 뽑은 작품들을 모은 앤솔러지입니다. 1965년 이전 작품 15편과 30위까지의 작품 일부를 더한 구성이며, 1권과 2권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4권 세트 e-book을 종이책 대비 엄청 저렴한 29,700원에 팔고 있어서 구입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SF라는 장르에는 e-book이 가장 적합한 콘텐츠 형태가 아닐까 싶네요.

1권을 먼저 읽었는데, 수록 작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 어스름 Twilight - 존 캠벨
  • 전설의 밤 Nightfall - 아이작 아시모프
  • 무기 상점 The Weapon Shop - A.E. 밴 보그트
  • 투기장 Arena - 프레드릭 브라운
  • 허들링 플레이스 Huddling Place - 클리포드 D. 시맥
  • 최초의 접촉 Firt Contact - 머레이 라인스터
  • 남자와 여자의 소산 Born of Man and Woman - 리처드 매디슨
  • 커밍 어트랙션 Coming Attraction - 프리츠 라이버
  • 작고 검은 가방 The Little Black Bag - 시릴 콘블루스
  • 성 아퀸을 찾아서 The Quest for Saint Aquin - 앤소니 바우처
  • 표면장력 Surface Tension - 제임스 블리시
  • 90억 가지 신의 이름 The Nine Billion Names of God - 아서 클라크
  • 차가운 방정식 The Cold Equations - 톰 고드윈

대충 봐도 SF계의 대가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작품의 수준도 당연히 높습니다. SF 작가들이 직접 선정한 고전 명작이니만큼, 작품의 수준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겠지요.

하지만 제가 SF를 싫어하는 이유가 이 작품집에서도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다는건 아쉬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불필요하게 어렵게 쓴, 혹은 번역된 내용이 많다는 것입니다. 쉬운 말을 두고 굳이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역장", "정신인자", "윤충류" 등이 대표적입니다. 교황을 '로마 주교이자 사도 전승 카톨릭 성교회의 수장,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는 — 그러니까 교황은 —'이라고 장황하게 소개하는 묘사도 마찬가지고요. 배경이 되는 기본 설정 소개도 인색한 편입니다. "Coming Attraction" 같은 경우, 핵전쟁 이후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역사 SF인데, 단편적인 정보만 설명되는 탓에 전체적인 그림은 미루어 짐작만 가능할 뿐입니다.
SF가 장르적 특수성이 강해서 작가가 '독자가 이 정도는 알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작가의 잘난 척인지 모르겠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대중성은 떨어지고 읽기만 어려워지는 듯 한데 말이지요.

아울러 냉전 시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나 기계 문명과 신성을 빗대어 설명하는, 지금 읽기에는 낡은 소재가 많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먼 미래의 지구는 어떤 이유로든 멸망했고, 영원히 동작하는 기계가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다는 "Twilight", 앞서 말씀드린 "Coming Attraction", 가상 역사 SF이자 기계 문명과 신성을 이야기하는 "The Quest for Saint Aquin" 등이 그러합니다. "Nightfall", "The Cold Equations" 같이 다른 앤솔러지에서 익히 접했던 작품들이 제법 된다는 것도 아쉽고요. 물론 이 책의 취지가 시대를 초월한 걸작들을 모아놓은 것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요.

그러나 당연히, 그리고 다행히도 시대를 뛰어넘는 멋진 작품도 많습니다. 그중 제 개인적인 베스트 작품을 소개해 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The Weapon Shop"

"우주선 비글호" 시리즈로도 유명한 밴 보그트의 작품입니다. 독재 정권에 이용해왔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맹목적으로 충성만 하던 서민이 우연한 계기로 자유를 위한 투쟁에 참여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빗대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와 가진 자들에게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맹목적인 지지를 보낸다는게 정말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SF 뿐 아니라 정치 풍자극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습니다. 일종의 먼치킨 같은 역할을 하는 "무기상점"이라는 아이디어도 참신하게 느껴졌고요. 시대를 초월한 걸작입니다.

"Arena"

외계의 두 종족 간 전면전이 벌어질 찰나, 지구인 주인공이 기묘한 장소로 소환됩니다. 그 이유는 전면전이 벌어지면 두 종족 모두 멸망하게 되므로, 신이 한 종족만이라도 남기기 위해 두 종족의 대표 전사를 소환해 생명을 건 전투를 벌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렇게 롤러 형태의 외계인과 1:1로 생명과 인류의 존망을 걸고 벌이는 전투라는 설정 자체가 매력적인데, 거장 프레더릭 브라운의 명성에 어울리는 전개도 압권입니다. 소환된 장소의 다양한 환경을 이용하는 과정과 마지막 승부에 활용되는 복선까지 잘 짜여져 있는 덕분입니다.

SF가 꼭 심오하게 인류의 미래, 신의 존재와 같은 주제를 다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미를 위해 쓰더라도 이만큼의 흥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존재 이유는 충분하지요. 별점을 준다면 5점입니다.

"First Contact"

게 성운에서 우연히 조우한 지구인과 외계인 비행선. 서로 마음을 열어가면서도 결국 생명을 걸고 양쪽이 전투를 벌여야 할 것이라는 묘한 상황에 빠집니다. 그러나 다행히 놀라운 아이디어로 싸우지 않고, 서로의 정보를 공평하게 가지고 귀환하게 되지요.

외계인을 만났을 때의 딜레마가 잘 표현된 작품으로 완벽한 해피엔딩에 이르는 반전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밝고 유쾌하게 쓰여졌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약간은 냉전 시대의 소산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시대를 뛰어넘는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됩니다.

"The Little Black Bag"

미래에서 온 마법의 의사 가방을 놓고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여러 가지 설정과 이야기가 한데 뒤섞여 있는데, 한 작품에 쓰이는 게 아깝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게 많습니다. 다만 미래의 사람들은 대부분 "바보"가 된다는 설정은 불필요해 보였어요. 그냥 미래에서 의사 가방이 보내지고, 그것이 사용되다가 살인 사건이 벌어져 동작이 취소된다는 정도만 등장해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지요. 작가의 욕심, 의욕이 지나쳤습니다. 

그래도 읽는 재미는 뛰어나고 마지막 마무리까지 완벽합니다.

"Surface Tension"

호시노 유키노부의 "2001밤 이야기"가 연상되는 식민화 우주선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호시노 유키노부 작품보다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상상력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식민화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기는 한데, 그 별에 가장 적합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작품의 무대가 된 행성에서는 미생물 — 윤충류! — 로 인류가 탄생하게 되거든요. 이후 이러한 미생물 인류가 이른바 "외계"로 나가기 위해 나름의 "우주선"을 만들고, 살고 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는 내용은 인류의 우주 진출과 비교되며, 살짝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여러모로 잘 짜여진 SF 모험물입니다.


다른 작품에는 불만과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전체 평균한 별점은 3점은 충분합니다. SF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도 최소한 "Arena"만큼은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책 서두에 소개되어 있는, SFWA에서 가장 표를 많이 받은 15위까지의 작품은 알려드리며 리뷰를 마칩니다. 그런데 영문으로만 소개되어 있는건 이해가 안 되네요. 책에는 한글 제목으로 실어놓았는데 말이죠. 또 3위인 "Flowers for Algernon"은 영문 제목이 잘못되어 있기까지 합니다. 거기에 더해 이 작품들을 어떻게 1, 2권으로 나누었는지도 설명되지 않았는데, 여러모로 세심한 배려가 아쉽습니다.

  • 1. "Nightfall" - 아이작 아시모프
  • 2. "A Martian Odyssey" - 스탠리 와인봄
  • 3. "Flowers for Algernon" - 대니얼 키스
  • 4. "Microcosmic God" - 테오도어 스터전
  • (동률) "First Contact" - 머레이 라인스터
  • 6. "A Rose for Ecclesiastes" - 로저 젤라즈니
  • 7. "The Roads Must Roll" - 로버트 하인라인
  • (동률) "Mimsy Were the Borogoves" - 루이스 패짓
  • (동률) "Coming Attraction" - 프리츠 라이버
  • (동률) "The Cold Equations" - 롬 고드윈
  • 11. "The Nine Billion Names of God" - 아서 클라크
  • 12. "Surface Tension" - 제임스 블리시
  • 13. "The Weapon Shop" - A.E. 밴 보그트
  • (동률) "Twilight" - 존 캠벨 
  • 15. "Arena" - 프레드릭 브라운

2014/04/28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 고마츠 사쿄 / 이동진 : 별점 1.5점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 4점
고마츠 사쿄 지음, 이동진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노노무라는 은사의 친구 반쇼야 교수가 발굴했다는 기묘한 모래시계 때문에 탐사여행을 떠났다. 모래시계는 어느 방향으로 뒤집든 끊임없이 모래가 떨어지는 4차원적인 구조를 가진 물체였다. 그러나 발굴 현장인 고분을 탐사하던 모든 일행과 관계자가 잇달아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노누무라 역시 시속 70킬로미터로 달리던 택시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저자인 고마츠 사쿄는 호시 신이치, 츠츠이 야쓰타카와 함께 이른바 일본 3대 SF 작가 중 한명입니다. 그러나 다른 두명에 비하면 국내에서의 인지도나 대접이 시원치 않아서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일본침몰" 이외에는 소개된 적이 없었죠. 그래서 소개만으로도 무척 반갑고 기쁜 일인데다가, 이 작품은 일본 SF 최대 걸작 중 하나로 이런저런 매체에서 항상 소개되고 있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끝없이 떨어지는 모래시계, 모래시계가 발굴된 고분의 기이한 구조, 모래시계와 고분 탐사에 관련된 인물들에게 벌어진 기묘한 사건이라는 초반부만큼은 이해하기도 쉽고 굉장히 흥미로왔습니다. 노노무라 - 사요코 커플의 장대한 러브스토리 역시 인상적이었고요.

그런데 결국 도대체 뭘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더군요. 짧게 이해한 바로는, 노노무라는 신에게 선택받았지만 우매한 인류에게 지혜를 전해주려다가 신에게 쫓기게 되었으며. 이는 최후의 순간에 신에게 가까이 다가서긴 하는데 결국 추락하여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다는 타천사 루시퍼 이야기의 변주로 보였습니다. 여기에 진화와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꼬여있고요.

그런데 이를 설명하는 초반 이후의 이야기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초과학 연구소에서 일어난 폭발사건, 태양의 이상현상으로 멸망이 닥친 지구에 찾아온 외계인들, 외계인들에 의해 분류되는 인류, 이어지는 습격과 추격 등은 모두 토막나 있어서 제대로 연결되지도 않고 앞뒤의 인과관계도 불명확한 탓입니다. 게다가 반쇼야 교수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외계인들이 찾아온 뒤에 지구가 멸망한 것인건지 아닌건지, 엘마와 한스 마리아 후민은 어떻게 되었다는건지, 애초에 대립하는 두 단체의 성격과 대립의 과정은 무엇인지 등 뿌려놓은 복선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모래시계의 정체를 일종의 발신기라고 설명하는건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이래서야 모래시계는 작품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그냥 흥밋거리 소도구에 불과하니까요. 그야말로 전형적인 맥거핀, 흥미거리 떡밥이랄까요. 여튼, 작가의 욕심만 지나칠 뿐 이야기를 제대로 정리하고 마무리짓는 힘이 부족하다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쓸데없이 복잡합니다. 시공간을 4차원 축으로 놓고 어쩌구 한다는 이론은 작품 이해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작가가 나 이만큼 똑똑해! 라고 현학적 능력을 과시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어요. 이러한 현학적 과시의 대표적인 예는 네안네르탈인 집단에 던져진 호모 사피엔스 생존자를 묘사하던 부분입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피해자가 한다는 말이 "1930년에 발굴된 이스라엘 카르멜 산 동굴 기억하나?" 어쩌구라니 오버도 정도가 있어야죠.

차라리 초반부 이야기만 더 깔끔하게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시간 이동에 대한 SF 멜로는 "민들레 소녀"가 이미 한 정점을 찍기는 했지만 이 작품은 물리적인 시간 이동과는 조금 다르게 설명되기 때문에 평행 우주 이론을 살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다른 방식도 가능했을 것 같거든요. 모래시계가 발신기라는 작중 아이디어를 더하여 다른 시공에 있지만 모래시계의 한쪽 끝이 연결된 사요코에게 모르스부호와 같은 신호를 보낸다던가 하는 식으로 모래시계도 적절하게 이용해가면서 말이죠.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좋은 별점을 준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로저 젤라즈니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작가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작품은 쎄고 쎘죠. 예를 들어 불멸의 삶과 그에 따른 진화, 생명에 대한 고찰은 "불새 우주편"이 훨씬 쉽고 재미있었어요. 그 어렵다는 "쿼런틴" 조차도 이 작품에 비하면 차라리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제가 나이가 든 탓에 쉽게 쉽게 읽히는 간단한 독서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으나, 뭔가 있어보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좋은 대접을 받았던 시대의 유산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고마츠 사쿄라는 작가의 작품을 접한 기쁨은 크지만 널리 권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13/10/01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 공유드립니다.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다운 이벤트군요. 아이디어가 참 괜찮은 것 같아 공유드립니다.
이벤트에 포함된 절판도서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적색은 저도 소장한 작품들입니다)

정말 희귀한 작품도 있지만 고려원과 해문쪽 추리걸작선은 아직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 증명 시리즈나 스카페타 시리즈같이 재간된 책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 <비밀일기>와 같이 전체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첨에 참여해도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할 확률이 더 높아보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제가 앞으로 출판사를 하게 된다면 꼭 따라해보고 싶은 이벤트네요. 저만의 절판본 리스트라도 만들어서 한번 관리해봐야겠습니다.

참고로 탐나는 작품은 아서 클라크의 "환상특급"과 P.D 제임스 시리즈이며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르라면 "챔피언 시저의 죽음"과 "레이디킬러"를 꼽겠습니다.

  • 챔피언 시저의 죽음/ 렉스 스타우트/ 이춘열 옮김/ 시공사/ 1995.
  • 신들의 사회/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4.
  • 낙원의 샘/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9.
  • 순간의 적/ 로스 맥도널드/ 김연남 옮김/ 홍원/ 1994.
  • 코스믹 러브/ 로저 젤라즈니 외/ 박상준 엮음/ 사울창작/ 1994.
  • 열흘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 유명우 옮김/ 1994.
  • 앰버 연대기(1, 2, 3, 4, 5)/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예문/ 1999.
  • 에드가상수상작품집Ⅱ/ 엘러리 퀸 외/ 정태원 옮김/ 명지사/ 1998.
  • 두동강이 난 남과여/ 히가시노 게이고 외/ 봉성기획/ 1999.
  • 세계 심령 미스터리 사이키/ 로버트 실버버그 외/ 박상준 역음/ 서울창작/ 1994.
  • 숏컷/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집사재/ 1996.
  •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 하라 료 외/ 추리작가협회/ 고려원미디어/ 1993.
  • 환상특급/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4.
  • 디바/ 델라코르타/ 안선덕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스노우 크래쉬(1, 2) 닐 스티븐슨/ 김장환 옮김/ 새와물고기/1996.
  • 플레치/ 그레고리 맥도널드/ 정철호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어서 지킨 약속/ 러브 크래프트 외/ 한경희 편역/ 문학사/ 1994.
  • 인형의 눈(상, 하)/ 베리 우드/ 정영목 옮김/ 동아출판사/ 1994.
  • 천재들의 게임/ F. 폴 윌슨/ 고영휘 옮김/ 십일월출판사/ 1994.
  •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 엘리너 설리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4.
  • 결혼해 주세요/ 존 업다이크/ 폴임 옮김/ 밝은세상/ 1993.
  • 죽음의 열립방정식/ 모리무라 세이치/ 정성호 옮김/ 모음사/ 1984.
  • 남아 있는 모든 것/ 패트리샤 콘웰/ 이정환 옮김/ 시공사/ 1994.
  • 두 얼굴의 여자/ 수 크라프튼/ 나채성 옮김/ 큰나무/ 1994.
  • 잔혹한 사랑/ 패트리샤 콘웰/ 정한솔 옮김/ 시공사/ 1993.
  • 검은 휘파람/ 로버트 러들럼/ 홍석연 옮김/ 문지사/ 1998.
  • 호텔 Q의 25시/ 모리무라 세이치/ 정태원 옮김/ 글사랑/ 1995.
  • 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정성호 옮김/ 한겨레/ 2001.
  • 강철군화/ 잭 런던/ 차미례 옮김/ 1989.
  • 영원의 아이(상중하)/ 덴도 아라타/ 김난주 옮김/1999.
  • 샤바케/ 하타케나카 메구미/ 김소연 옮김/ 2005.
  • 인간 쓰레기/ 아이작 싱어/ 박원현 옮김/ 고려원/ 1992.
  • 인생을 훔친 여자/ 미야베 미유키/ 박영난 옮김/ 2000.
  • 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 정태원 옮김/ 1994.
  • 호러 사일런스/ J. G. 발라드 외/ 김성화 옮김/ 1994.
  • 악마 다리/ 코난 도일/ 조용만 옮김/ 학원출판공사/ 1993.
  • 금요일 옷 벗는 도둑/ 마쓰모토 세이초 외/ 정태원 옮김/ 비전/ 1994.
  • 중국 오렌지의 비밀/ 엘러리 퀸/ 이원두 옮김/ 시공사/ 1994.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4.
  • 스나크 사냥/ 루이스 캐럴/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7.
  • 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6.
  • 비밀일기/ 스우 타운센드/ 배현나 옮김/ 김영사/ 1986.
  • 야수는 죽어야 한다/ 오오야부 하루히코/ 박영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비밀의 문/ 김내성/ 명지사/ 1994.
  • 트리스트란과 별공주 이베인/ 닐 게이먼/ 김명렬 옮김/ 2000.
  •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마루야마 겐지/ 김춘미 옮김/ 하늘연못/ 200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별을 쫓는 자/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8.
  • 유년기의 끝/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2001.
  • 유령의 집/ 헨리 제임스/ 이채윤 옮김/ 데미안/ 2003.
  •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클라크/ 김종원 옮김/ 한양출판/ 1994.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하인라인/ 임창성 옮김/ 잎새/ 1992.
  • 울게 될 거야/ 야마모토 후미오/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 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황상훈 옮김/ 황금가지/ 2002.
  • 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윤덕주 옮김/ 씨엔씨미디어/ 1999.
  • 맥널리의 모험/ 로렌스 샌더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 1993.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리더스 다이제스트 걸작추리모음 3/ 존딕슨카 외/ 동아출판사/ 1993.
  • 사이코/ 딘 쿤츠/ 신영희 옮김/ 한뜻/ 1997.
  • 발렌타인의 유산/ 스탠리 엘린/ 고경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태양의 유산(1, 2)/ 아사다 지로/ 한은미 옮김/ 시아/ 2000.
  •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1, 2)/ 마루야마 겐지/ 박은주 옮김/ 책세상/ 2000.
  • A2Z/ 야마다 에이미/ 이유정 옮김/ 태동 출판사/ 2004.
  • 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이주혜 옮김/ 이레/ 2009.
  • 프로페셔널 킬러/ 토마스 페리/ 최인석 옮김/ 모음사/ 1984.
  • 미드나이트 시즌/ 스티븐 킹/ 공경희 옮김/ 대산/ 1999.
  • 나를 기억하라/ 메리 히긴스 클라크/ 임지현 옮김/ 문학사상사/ 1995.`
  • 흔적/ 패트리샤 콘웰/ 조성은 옮김/ 시공사/ 1996.
  • 마지막 대본/ 미키 스필레인/ 정다빈 옮김/ 홍원/ 1993.
  •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김훈/ 문학동네/ 1995.
  • 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홍은주 옮김/ 북하우드/ 2006.
  • 메두사/ 이노우에 유케히토/ 송영인 옮김/ 시공사/ 1998.
  •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문학동네/ 2001.
  • 플레이보이 SF걸작선[1]/ 필립 K. 딕 외/ 황금가지/ 2003.
  • 워터멜론 슈가에서/ 리차드 브라우티건/ 최승자 옮김/ 도서출판 민/ 1995.
  • 무서운 사람들/ 얼 스탠리 가드너/ 강성열 옮김/ 세진출판사/ 1991.
  • 파프리카/ 쓰쓰이 야스타카/ 최경희 옮김/ 영림카디털/ 1994.
  • 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정탄 옮김/ 끌림/ 2008.
  • 고독의 노랫소리/ 덴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5.
  • 소돔의 성자/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3.
  • 아이스바운드/ 딘 쿤츠/ 안정희 옮김/ 한뜻/ 1996.
  • 불야성/ 하세 세이슈/ 김은아 옮김/ 대원/ 1999.
  •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승진 옮김/ 향연/ 2004.
  • 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송경아 옮김/ 웅진/ 2007.
  • 어둠(1, 2)/ 제임스 허버트/ 김석희 옮김/ 정신세계사/ 1995.
  • 아웃(1, 2, 3)/ 기리노 나쓰오/ 홍영의 옮김/ 다리미디어/ 1999.
  • 대망(1~10)/ 야마오카 소하치/ 박재희 옮김/ 동서문화사/ 1975.
  • 속삭이는 사람들/ 마가리트 밀러/ 현재훈 옮김/해문/1983.
  • 디미트리오스의 관/ 에릭 앰블러/ 이가형 옮김/ 해문/1986.
  • 판사와 형리/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차경아 옮김/ 문예출판사/ 1988.
  • 부머랭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신용태 옮김/ 해문/ 1988.
  • 서재의 시체/ 애거서 크리스티/ 설영환 옮김/ 해문/ 1989.
  • 연성결(상,하)/ 김용/ 박영창 옮김/ 중원문화사/ 1989.
  •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김석환 옮김/ 해문/ 1989.
  • 중국 황금 살인 사건/ 로베르트 반 훌릭/ 이동진 옮김/ 삼신각/ 1990.
  • 내가 죽인 소녀/ 료 하라/ 박영 옮김/ 청림출판/ 1990.
  • 녹정기(1~11)/ 김용/ 박영창 옮김/중원문화사/1990.
  • 부자연스러운 주검/ P. D. 제임스/ 차근호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1.
  • 피부 밑의 두개골(1,2)/ P. D. 제임스/ 이명성 옮김/ 일시서적출판사/ 1992.
  • 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찌/ 이원두 옮김/ 한길사/ 1991.
  • 제3의 사나이/ 그레엄 그린/ 안흥규 옮김/ 문예출판사/ 1991.
  •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박종원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타인의 목/ 조르쥬 심농/ 김수연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열쇠 없는 집/ 얼 비거스/ 유명우 옮김/ 한길사/ 1992.
  • 타이태닉 호의 음모/ 도널드 A. 스탠우드/ 이인복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은 자와의 결혼/ 윌리엄 아이리시/ 김석환 옮김/ 해문출판사/ 1992.
  • 미드나이트/ 딘 R. 쿤츠/ 조석진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벌거벗은 얼굴/ 시드니 셀던/ 한번웅 옮김/ 신원문화사/ 1993.
  • 컴퓨터의 몸값/ 미요시 도오루/ 권자인 옮김/ 수목출판사/ 1993.
  • 마지막 모험/ 엘모어 레오나드/ 김명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한국 서스펜스 걸작선/ 이상우 외/ 고려원미디어/ 1993.
  •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귄/ 윤소영 옮김/ 웅진출판/ 1993.
  • 여형사 K/ 수 그라프톤/ 정한솔 옮김/ 큰나무/ 1994.
  • 쇠못 세 개의 비밀/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4.
  • 경마장의 비밀/ 딕 프랜시스/ 이종인 옮김/ 고려원미디어/1994.
  • 레이디 킬러/ 도가와 마사꼬/ 김갑수 옮김/ 추리문학사/ 1994.
  •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터리 걸작선 추리특급/ 엘러리 퀸 엮음/ 정성호 옮김/ 제삼기획/ 1994.
  • 종소리를 삼킨 여자/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5.
  • SF 시네피아/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5.
  • 죽음의 편지/ 보브 랜들/ 김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6.
  • 유니스의 비밀/ 루스 렌들/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카인의 아들/ 패트리샤 콘웰/ 이창식 옮김/ 시공사/ 1996.
  • 시귀(1,2,3)/ 오노 후유미/ 임희선 옮김/ 들녘/ 1999.
  • 자본론 범죄/ 칼 마르크스/ 이승은 옮김/ 생각의나무/ 2004.
  • 월간 판타스틱 2008/08 Vol.18/ 페이퍼하우스/ 2008.
  • 만연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박유하 옮김/ 고려원/ 2000.
  • 위대한 세월/ 오에 겐자부로/ 김난주 옮김/ 고려원/ 1995.
  • 핀치러너 조서/ 오에 겐자부로/ 허호 옮김/ 고려원/ 1996.
  • 펠리컨브리프/ 존 그리샴/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4.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정계춘 옮김/ 자유문학사/ 1993.
  • 마지막 파티/ 윌리엄 캐츠/ 정태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복수법정/ 헨리 덴커/ 이상곤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아이라 레빈/ 이일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죽음의 세레나데/ 유우제/ 고려원미디어/ 1994.
  • 맨해턴 특급을 찾아라/ 클라이브 커슬러/ 이원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독수리는 날아오르다/ 잭 히긴스/ 박주동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라마(6,7)/ 아서 클라크 & 젠트리 리/ 안정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4.
  • 맥널리의 행운/ 로렌스 샌더스/ 이순주 옮김/ 고려원/ 1992.
  • 맥널리의 비밀/ 로렌스 샌더스/ 이일수 옮김/ 고려원/ 1992.
  •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앤드루 박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A.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석양에 빛나는 감(1,2)/ 다카무라 가오루/ 홍영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5.
  • 무죄추정/ 스코트 터로우/ 최승자 옮김/ 대흥/ 1991.
  • 내가 심판한다/ 미키 스필레인/ 황해선 옮김/ 해문/ 1990
  • 거짓 예언자/ 숀 플레네리/ 김갑수 옮김/ 남도/ 1989.
  • 가족사냥/ 텐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3.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메인 스트리트/ 트리베니안/ 정태원 옮김/ 진음/ 1994.
  • 트럼프 살인사건/ 엘러리 퀸/ 이제중 옮김/ 시공사/ 1995.
  • 어둠의 목소리, 사나이의 목/ 이든 필포츠/ 조르주 심농/ 이가형 옮김/ 하서/ 1981.
  • 두 아내를 가진 남자/ 패트릭 퀜틴/ 심상곤 옮김/ 해문/ 1990.

2010/01/21

그림자 잭 - 로저 젤라즈니 / 이수현 : 별점 3점

그림자 잭 - 6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이수현 옮김/페이퍼하우스

다크사이드의 권능자이자 도둑인 그림자 잭은 자신을 괴롭힌 박쥐군주와 일당들에게 복수를 맹세하고 데이사이드로 들어가 그들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잃어버린 열쇠' 콜위니아를 얻어 전능자로 거듭난다. 그러나 그에게 다른 다크사이더와 권능자들은 반감을 갖게 되며, 그들을 모두 처형한 잭은 권능자들이 필요한 다크사이드를 유지하는 실드를 돌보는 것에 실패하자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선다...

로저 젤라즈니는 제가 추리 이외 장르문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죠. 국내에 출간된 대표작들은 다 읽어봤을 정도로요. 때문에 이 책도 기대가 무척 컸답니다.

하지만 생각과는 좀 달랐습니다. 전형적인 히어로 판타지인데 단편을 억지로 길게 늘려놓은 느낌이 없잖아 있거든요. 저 위의 줄거리 요약이 전부일 정도로 이야기도 별다를게 없고요. 주인공이 절벽같은데서 떨어진 뒤 괴물을 잡아먹거나 기연을 만나 무공이 증진되어 돌아와 복수한다는 무협지와 별 다를 것 없는 내용이잖아요.
또 뭔가 있어보이는 설정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이야기에 별로 등장하지 않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여러 캐릭터들과 다크사이드, 데이사이드의 세계관은 분위기는 있는데 별로 치밀하지도 못하고 많이 등장하지도 않는 등 좀 대충대충 분위기가 많이 나네요.

그래도 특유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다채롭고 디테일한 묘사, 작품 내내 보여주는 후까시는 젤라즈니라는 이름에서 기대한 것 만큼 독자를 즐겁게 해 줍니다. 마지막의 다크사이드와 데이사이드가 결합하여 "낮"과 "밤"이 생긴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탁월한것 같아요! 거장이 달리 거장이 아니겠죠. 앞서 말했든 자세하지는 않지만 마법의 다크사이드와 과학의 데이사이드라는 설정 등 세계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이고요. 세계관과 설정이 보다 치밀하게 등장했더라면 거의 "반지의 제왕"급의 판타지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정말 아까운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혹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거장의 배려였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PS : 렛츠리뷰에 당첨되어 받은 책으로 좋은 기회를 주신 이글루스와 페이퍼하우스에 감사드립니다.

2006/08/21

내이름은 콘래드 (This Immortal) - 로저 젤라즈니 / 곽영미, 최지원 : 별점 4점

내 이름은 콘래드 - 10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곽영미.최지원 옮김/시공사

지구가 핵전쟁으로 거의 멸망하고 타이탄과 화성 등지에 이주해 있던 이주인들이 외계인 베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연명하여 지구도 베가인들과 테일러에 있는 부재자 정부를 통해 타격받지 않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지배되는 시기.
지구 정부의 예술 유적 문서 보존국의 국장 콘래드 노미코스는 코르트 미슈티고라는 중요한 지위의 베가인의 지구 관광을 가이드할 것을 명령받고 래드폴이라는 저항 단체의 수장 도스 산토스와 경호원 하산 등 수상쩍은 인물들과 이집트와 그리스 등을 경유하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콘래드 노미코스는 수백년을 살아온 인물로 일찌기 래드폴을 결성하여 지구정부와 베가인들에 대항했었고 그 이외에도 수많은 전설을 남긴 인물. 그는 이 여행에 뭔가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미슈티고의 경호를 강화하지만 수많은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게 되는데...


젤라즈니 선생의 첫 장편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몇번 한 것 같은데 지금 와서 읽었다고 하니까 좀 늦은 감도 있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어쨌건 완독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다른 장편이었던 "신들의 사회"는 동양권, 그 중에서도 주로 인도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리스 신화 중심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인 콘래드의 설정 -불노불사의 인물인것 같다는 것과 타고난 괴력과 체력, 그리고 독특한 외모- 은 그리스 신화의 한 영웅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고, 콘래드가 외계인 관광 가이드(?)를 하며 펼치는 괴물, 식인종들과 벌이는 모험 역시 헤라클레스의 모험과 굉장히 유사하죠. 심지어 식인종 우두머리의 이름은 "프로쿠루스테스" (침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죽였던 신화속 악당) 이기까지 하니까요.
하지만 신들의 사회는 신들 그 자체의 이야기가 중심인데 비해 이 작품은 "인간" 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개인의 능력이나 파워, 그리고 불노불사의 존재라는 것은 물론이고 한 개인이 범 우주적인 거대한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것 자체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자기 자신이 시도한 노력이 지금 와서는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전개는 달리 생각해 본다면 "초인 로크"와 가장 비슷할 것 같네요. 히지리 유키가 이 작품에서 뭔가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개인적으로는 콘래드가 자신의 신성이나 영웅성을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 남은 이후에 장편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굉장히 특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스케일 자체는 작아졌지만 오히려 더 현실감있게 와 닿는 설득력있는 전개가 된 것 같거든요. 외계인에 대항해 싸우는 슈퍼 히어로물보다는 전 이쪽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뭐 중간중간에 불필요한 액션 장면이 너무 길고 특히 "흑수"라는 존재와의 마지막 사투는 너무 우연에 의지하는, 뜬금없는 감이 있지만 읽는 재미는 확실한, 젤라즈니 선생의 필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뒷부분에 같이 수록된 "프로스트와 베타" 역시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SF적으로 풀어낸 걸작이죠. 물론 저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수록된 버젼으로 이미 읽긴 했지만 이 책에는 번역가가 관련된 정보를 잘 제공해 주고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 같네요. 하여간 아직 젤라즈니 선생의 글을 접하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2006/08/19

저주받은 자, 딜비쉬 (Dilvish, The Damned) - 로저 젤라즈니 / 김상훈 : 별점 2.5점

저주받은 자, 딜비쉬 - 6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너머

고귀한 자의 후예 해방자 딜비쉬는 서방과의 전쟁에서 포타로이를 해방시킨 전쟁 영웅으로, 어느날 어둠의 의식을 거행하던 마법사 젤레락을 방해한 뒤 젤레락의 저주를 받아 200년을 지옥의 나락으로 추방당하는 형벌을 받았다. 복수를 위해 지옥에서 파괴의 주문과 친구 블랙을 얻어 현세로 돌아온 딜비쉬는 젤레락을 찾기위한 기나긴 여행을 떠난다...

형이 사둔지는 꽤 되었지만 그닥 손이 가지 않다가 얼마전 읽게된 책입니다. 일단 손이 가지 않은 이유는 형의 혹평도 많이 작용했기에 아무리 젤라즈니 선생의 책이지만 그동안은 좀 멀리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읽고 나니 생각보다는 재미있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단편집이기도 하지만 주인공 딜비쉬와 그 친구인 블랙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딜비쉬는 이 바닥에서는 좀 뻔한 설정의 재반복이긴 합니다. 예를 들자면 고귀한 자의 후예로 용병 생활을 통해 해방자로 거듭나는 사연이나 타고난 강함, 냉정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 모두 이런 영웅담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반복된 이야기이긴 하죠. 그러나 저주받아 떨어졌던 지옥에서 익힌 주문과 보이지 않는 검과 엘프의 선물이라는 녹색장화 (발자국이 남지 않고 어딘가에서 떨어지거나 할 때 발부터 떨어지게 됨) 라는 아이템 등 디테일이 특이하고 젤라즈니 선생 특유의 묘사가 좋아서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인상적인 캐릭터로 창조된 것 같습니다.
또한 강철로 된 말같은 형상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친구 블랙의 설정은 그야말로 왔다!입니다. 판타지의 기본이 되는 아이템인 "말" 그 자체를 주인공의 하나로 만드는 발상이 기발하기도 하지만 이 말이 강철로 된 몸을 지녀 거의 무적에 가깝고 마법까지 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말(言)도 하는데 이 블랙이 지껄이는 대사가 시니컬하면서도 꽤나 유머스러운 것이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떤 여자가 길을 지나는 딜비쉬를 붙잡고 애인을 구해달라고 통사정 할 때 하는 말입니다. "이건 고전적이다 못해 해묵은 수법 아니오. 저 여자 뒤를 따라가면 매복하고 있던 무장한 사내 두어명이 당신을 덮칠거요. 그자들을 처치하면 여자는 뒤에서 당신 등을 찌를 거고. 이런 것을 소재로 한 발라드까지 나와 있지 않소"

하지만 이러한 멋진 설정도 이야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이 책에는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딜비쉬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셀린데의 노래"를 제외한다면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셈이죠. 저는 개인적으로는 스케일이 큰 전쟁 이야기 보다는 적은 규모의 무대와 인물들을 바탕으로 색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메라이사의 기사" 와 "악마와 무희",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저주받은 자 딜비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이건 순전히 제 개인 취향이니 다른 분들은 다른 편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 취향이든 아니든 대부분 본격적인 영웅담을 한번 써 보고 싶어서 손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맛이 잘 살아 있어서 쭉쭉 읽는 재미 하나는 확실합니다.

뭐 젤라즈니 선생 수준에 걸맞지 않는 단순하고 뻔한, 그냥 무협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알맹이가 없긴 하지만 젤라즈니 선생도 심심풀이로 쓰고 싶은 책도 있을 테니까요. 작품의 수준을 논하지 않고 젤라즈니의 작품에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수준으로 보면 적당할 것 같네요. 작가 이름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라 생각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5/09/09

바람의 12방향 - 어슐라 K 르귄 : 별점 3.5점

바람의 열두 방향 - 8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시공사

이 바닥에서는 유명한 여류 작가 어슐라 K 르귄의 단편집입니다. 이쪽 쟝르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형이 구입했길래 우연찮게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워낙 단편집을 좋아라 하기도 하죠.

처음에 제목을 보고는 단편이 12편 있겠구나 싶었는데 오히려 생각보다 많은 15편(!) 이나 되는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양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유명 장편 시리즈물의 초안이나 외전격 이야기도 있고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도 있으며 장르도 SF와 판타지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품의 수준 또한 높고요. 한마디로 쟝르문학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선물세트 같은 책이랄까요? 
거기에 각 단편별로 소개하는 말머리 글까지 꼼꼼하게 번역한 번역도 좋고 책도 깔끔하고 예쁘게 나와서 즐거움을 더해주네요.

사실 조금 어려운 글들도 제법 되기는 합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지 않으면 참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외전격 이야기도 몇개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조금 감점하여 별점은 3.5점입니다만 모든 작품들이 글 하나는 확실히 유려하게 잘 쓴다는 느낌은 전해주며 거장으로서의 풍모를 잘 느끼게 하는 좋은 작품들입니다.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와 더불어 이 바닥 단편집의 양대산맥으로 남을 것 같군요.

제가 재미있었거나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샘레이의 목걸이"
다른 장편과 연관이 있는 고전적인 SF-환타지로 새로울 것이 없는 설정이지만 작가 특유의 묘사로 작품이 힘을 받는 느낌입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단편이었어요.

"파리의 4월"
작가로서의 데뷰작이라고 하는군요. 현대 프랑스 역사학자와 14세기 프랑스 흑마술사의 기이한 우정을 그리고 있는 환타지인데 유머스러운 묘사가 볼거리입니다. 그런데 이야기에 몰입하기는 좀 어려웠어요. 꼭 여자들을 불러내어야만 했는지도 의심스럽고 불러낸 다음의 이후 이야기가 오히려 볼거리 같은데 좀 어정쩡하게 끝난 느낌도 들고요.

"어둠상자"
이 작품이 저 사진의 표지 삽화입니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장편 판타지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단편인 탓에 세계관과 설정이 자세히 묘사되지 않아 아쉽더군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해제의 주문"
두 마법사들의 마법대전을 다루고 있는데 무척 긴박하고 현실감이 넘치는 묘사 탓에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주문인 "해제"가 무슨 뜻일까요? 한자어를 같이 표기해 주던지 원문을 언급해 주었어야 할 것 같은데... 

"이름의 법칙"
동화같은 전개로 진행되어 의아했지만 반전이 확실한 작품입니다. "용과 기사"류의 이야기의 독특한 변주인데 간단명료하고 약간의 반전이 있는, 이런 쉬운 이야기가 아무래도 제 취향이라서 아주! 즐겁고 재미나게 읽은 작품입니다. 이 책에서 저의 베스트입니다. 

"겨울의 왕"
아주아주 예전에 읽었던 "어둠의 왼손" 세계관을 공유하는 외전격 이야기입니다. 장편 덕에 워낙 방대한 설정이 쌓여있는터라 작품에 힘이 느껴집니다.

"아홉 생명"
복제인간 이야기로 정통 SF입니다. 설정이나 전개는 지금 읽기에는 약간 식상한, 그다지 독특하지 못한 소재이지만 결말부의 여운이 진하게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물건들"
벽돌공장 사장으로 최후의 땅에서 마지막 벽돌로 섬까지의 둑을 만드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 몽환적인 끝맺음이 인상적이네요.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오즈본이 소속된 행성 탐사대가 공포의 감정을 발산하는 외계 행성에서 벌이는 이야기. 오즈본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정과 묘사가 굉장히 좋습니다. 결말은 약간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재미있었어요.

"땅속의 별들"
중세시대의 천문학자를 모델로 한 듯 합니다.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하기 직전 탈출한 천문학자가 광산에 숨어살며 땅의 별자리를 발견하는 이야기인데 발상과 전개, 모든것이 완벽하게 맞물린 작품입니다.

"시야"
심한 충격을 받아 이상이 생긴 두 우주 비행사의 이야기인데 굉장히 기발하면서도 반전이 인상적입니다. 신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랄까요? 



2004/12/24

2004년 총 결산!

2004년 연말 결산

2004년 베스트 추리 소설 : 로스 맥도널드 "소름"
>> 촌평 : 하드보일드의 진정한 걸작의 하나!

2004년 워스트 추리 소설 : 장용민, 김성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 촌평 : 종이가 아까움.

2004년 베스트 기타 쟝르 문학 : 로저 젤라즈니 "신들의 사회"
>> 촌평 : 신화와 환타지와 SF를 넘나드는 방대한 상상력의 산물

2004년 워스트 기타 쟝르 문학 : 그렉 이건 "쿼런틴"
>> 촌평 : 너무나도 어려운........

2004년 베스트 기타 독서 : 로저 코먼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 촌평 : 유머가 살아 숨쉬는 자서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필독 도서.

2004년 최고의 작가 : 기시 유스케 ("검은집")
>> 촌평 : 금년 새로 읽은 책들 작가 중에서 가장 인상적

2004년 최악의 작가 : 장용민, 김성범 ("작가"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다면)
>> 촌평 : 다행히 후속작은 나오지 않고 있음.

2004년 베스트 영화 : "범죄의 재구성"
>> 촌평 : 걸작까지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힌 치밀한 범죄 사기극.

2004년 베스트 애니메이션 : "인크레더블스 (The Incredibles")"
> 촌평 : 말이 필요한가?

2004년 베스트 만화 : 시마모토 가즈히코 "호에로 펜"
> 촌평 :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다 재미있다!

2004년 워스트 만화 : 굳이 꼽자면.... 구달 "야화도" (스포츠서울 "절찬" 연재중)
>> 촌평 : 국내 만화 수준을 80년대 세운상가 옥상 수준으로 끌어내린 문제작. 한 10회 보고 안봐서 요새는 어떨지 잘 모르겠음.(사실 관심 없음) 

2004년 뉴스 베스트 : 정치 ) 대통령 탄핵 / 사회 ) 밀양 성폭행 사건 / 경제 ) 없음 / 문화 ) 욘사마 열풍 / 스포츠 ) 프로야구 병역 비리
>> 촌평 : 기쁜 뉴스가 거의 전무한 한해. 음.....

2004/02/06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로저 젤라즈니 / 김상훈 : 별점 4점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8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열린책들

작가의 초기 중단편들로 구성된 작품집. 원래 집에 사두기는 꽤 오래 되었지만 무언가 어려워 보이는 제목과 거창한 작가 이름만 보고 지레 기죽어 모셔만 두고 있었던 책입니다. 하지만 형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신들의 사회”가 워낙 괜찮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기 시작해서야 알아챘는데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중, 단편집”이더군요. 그것도 무려 17편!이나 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으며 각 작품들 하나하나마다 일정수준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실로 주옥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워낙 수록작품이 많아 전부 소개하는 것은 어려우니 인상적이었던 작품들만 짤막하게 소개해드리자면,

첫 단편 “12월의 열쇠”
“신”이 되어가는 한 피조물과 행성의 장대한 이야기를 짧게 풀어놓은 작품.
“신들의 사회”와 비스무레하게 장대한 시공간을 아우르는 작품이었습니다. 젤라즈니라는 작가에 대해 놀라운 것은, 이 단편의 주인공 캐릭터와 “행성의 환경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묘사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과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이며, 또한 풍자적이라는 것입니다.

2번째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금성에 살고있는 100미터나 되는 “이키”라는 이름의 물고기(?)를 낚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모험소설 SF로 분위기가 이색적이며 젤라즈니답지 않은 현실적이고 조금 허무주의적인 주인공도 좋았던 작품.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밀도는 조금 떨어진다 생각되더군요.

3번째 “악마차”
지성을 가진 자동차들이 인간을 습격한다는, 스티븐 킹의 “맥시멈 오브 드라이브”등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
신선함은 좀 떨어졌지만 여러가지 성격의 인공지능 차량에 대한 묘사와 여운을 남기는 후반부 묘사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4번째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표제작이기도 한 걸작 중편.
서두 부분의 고대 화성 문명과의 조우에서부터 결국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고 모든 것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말까지, 장중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 나가는 젤라즈니의 탁월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여러 부분에서 후대에 미친 영향이 상당할 것 같은데, 후대의 모방작들과는 전혀 다른 원전으로서의 품격과 가치를 잘 알려주는군요.

6번째 “이 죽음의 산에서”
외계의 100마일이나 되는 높이의 산을 등반하는 탐험가와 그들을 방해하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
2번째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과 같은 모험소설 SF인데 모험소설 쪽으로 더 치중한 느낌의 작품. 약간의 SF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산악 모험담으로 보아도 좋을 작품입니다. 그만큼 모험소설로의 가치가 높아요.

9번째 “폭풍의 이 순간”
머나먼 외계의 한 행성을 무대로 한 “재난”드라마. SF적인 설정, 묘사보다는 긴박하고 스릴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단편입니다.
그러나 뒷부분의 후일담은 조금 사족인 듯 싶긴 합니다.

14번째 “화이올리를 사랑한 남자”
거대한 인간 냉동 창고의 묘지기(?)역할을 하고 있는 사이보그(?)와 화이올리라는 신화적 존재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독특한 작품.

16번째 “프로스트와 베타”
인류가 멸망한 이후의 새로운 신, 새로운 인류가 되어가는 컴퓨터의 이야기.
설정이나 스토리, 결말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이런 작품을 걸작이라고 하는 것이겠죠.

결론내리자면, 수록작마다 편차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이 많아 전체 평균 별점은 4점입니다.
SF와 환타지를 잘 조화시키며 거기에 나름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를 부여하는 젤라즈니라는 거장의 재능을 한껏 느낄 수 있게해준 좋은 작품집으로,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접할 수 없었지만 한번 손을 댄 이후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모셔만 놓았던 다른 책들도 한번 손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04/01/29

Happy SF 03 : 신들의 사회 - 로저 젤라즈니

신들의 사회 - 8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먼 미래의 어느 행성인 이곳에 우주선 “인도의 별”을 타고온 1세대 이주민 중 한명으로 과학 기술로 다들 신으로 군림하던 1세대인들에게 “촉진주의”의 기치를 들고 반란을 일으키나 패배한 뒤 추방당했던 "샘"을 죽음의 신 “야마-다르마”가 기계장치의 도움으로 부활시킨다. 샘은 몇번에 걸친 전투와 환생 끝에 마지막으로 제 1세대 중 한명이었지만 전 세계를 기독교화 하려는 야심가 “니리티”와 신들의 전쟁에 참전하는데…

뉴 웨이브 SF의 걸작으로 인도신화를 배경으로 한 장대한 서사 SF입니다. 힌두 신화의 신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방대한 세계관과 역사관 속에서 서양인이 잘 이해할 수 없을 불교 사상과 윤회, 전생, “업” 등등의 종교적 요소와 신들의 무기인 “열추적 미사일 = 루드라의 화살”, “우레의 전차 = 공격형 비행선”, 등 같은 SF적인 요소를 잘 결합시킨 작품이죠.

사실 힌두의 신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싸운다.. 라는 설정은 이제 21세기가 된 지금에는 그다지 특이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더군요. "공작왕", “3X3 eyes”도 있고, “수라왕 슈라토”도 있고 clamp의 “리그-베다 (성전)” 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의 세계관과 역사관, 설정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냥 단순한 신들의 설정만 빌려와 전투 능력만을 강조한 후대 일본의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온갖 동양철학과 사상을 집어넣어 방대하면서도 심오하게 묘사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딱딱하지만은 않고 소설적으로도 굉장히 재미있는 것이, 흡사 무협지를 읽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예를 들자면 다양한 능력과 기술로 전투를 묘사할 뿐더러 전투 와중에 설법을 교환하는 특이한 장면들이 그러합니다. 목을 조르면서 “아무도 공기를 찬미하는 자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없을 경우를 생각해 보라!” 라는 장면이 대표적이죠
샘이 “불타”의 모습으로 설법을 하는 중간부분까지는 조금 지루하지만 뒷 부분의 전투장면등은 확실히! 재미있습니다.

사람 취향을 좀 타는 책일 수도 있지만 책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너무나도 가볍고 얄팍한 설정의 기존 환타지에 비하면 확실히 무게감이 느껴지는 수작입니다. 물론 저도 재미있게 읽었고요. SF와 환타지를 좋아하시는 장르문학 팬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PS : 번역이 조금 딱딱해서 읽기가 좀 어렵더라고요. 더 부드럽게… 표현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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