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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동토의 여행자 - 다니구치 지로 / 홍구희 : 별점 3점

동토의 여행자 - 6점
다니구치 지로 지음, 홍구희 옮김/샘터사

다니구치 지로의 단편집. <<송화루>>를 제외하고는, 대자연을 다룬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는게 특징. 그 중에서도 <<동토의 여행자>>와 <<하얀 황야>>, <<산으로>> 3편은 추운 설산을 배경으로 한 남자들의 생존기이자 모험물입니다. 이야기는 비교적 평범하지만 다니구치 지로의 압도적인 화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네요.
대체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수록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동토의 여행자>>
북아메리카 사금 채취자인 잭 런던과 프레드 톰슨은 식량 마련을 위한 사냥 중에 눈 속에 고립된다.
그들을 구해준건 원주민 카르나트 족 노인 징 하. 그는 순록 사냥을 떠난 동족들 뒤에 남아 홀로 수호신 '북녘의 신령' (하얀 말코손바닥 사슴)을 찾는다.
그의 모습을 보고 감화받은 잭은 금 채취를 그만두고 홀로 캘리포니아에 돌아온다.

실제로 있었음직한, 잭 런던의 미발표 유고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숭배해야 한다는 자연에 대한 외경심이 잘 드러난 수작입니다.
딱 한가지, 극한의 추위에서 처절하게 생존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조금 약했다게 조금 아쉽네요. 다니구치 지로의 그림으로 <<테러호의 악몽>> 느낌의 생존기를 그렸더라면 굉장했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하얀 황야>>
헨리와 빌은 알프레드 경의 시체를 고향으로 운구하기 위해 여섯마리 개가 끄는 썰매로 동토를 가로지른다. 그러나 이리떼가 덮쳐 개가 한마리씩 사라져가고, 결국 빌 마저 잡아 먹히는데...
잭 런던의 <<하얀 이빨>>을 재구성했다는 단편. 혹한 속에서 습격해오는 이리떼와 인간의 처절한 승부를 그리고 있습니다. 도망친 암캐를 이용하여 썰매개를 꾀어내는 이리 때의 전략 등, 사람을 능가하는 모습은 흡사 크리쳐 물을 연상케 하더군요. 잠도 자지 못하고 끝까지 맞서 싸우는 헨리의 처절한 사투도 잘 표현되어 있고요.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구조, 그리고 마지막 헨리가 살아난건 순전히 구원군이 운 좋게 도착했을 뿐이라는 결말은 조금 시시하지만 전체적으로 박진감이 넘치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산으로>>
마타기 (사냥꾼) 군파치는 아들 도키조오와 영양 사냥을 나섰다가 거대한 곰에게 아들을 잃고 사냥을 그만둔다. 그러나 그 곰이 다시 나타나고, 군파치는 복수를 위해 홀로 사냥을 다시 떠난다.<<골든 카무이>>의 초반부가 떠오르는, 일본인 사냥꾼의 곰 사냥 이야기. 진한 액션, 모험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거친 자연과의 한판 승부라는 점은 이전 단편들과 같지만, 인간이 이긴다는 차이가 두드러지네요. 그래도 길들인 사냥개 시로의 도움으로 이긴다는 결말은, 자연과 먼저 친해져야 이길 수 있다는 뜻이라 생각됩니다. 뻔하긴 하지만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가이요세 섬>>
1958년 8월, 부모님의 이혼으로 큰 외삼촌이 사는 상잉 마을에 맡겨진 초등학교 3학년 다카시는 큰 외삼촌이 돌보는 아예 누나와 함께 자멱질에 나섰다가 조난당해 가이요세 섬으로 난파하는데...
어린 시절, 극적이면서도 두근거리는 여름 방학 체험담. 모험물인줄 알았는데 로맨스물이었고, 심지어 해피 엔딩이라는게 의외였던 소품.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 어린 시절의 모험이라는게 지금 돌이켜보면 다 그런 셈이겠지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송화루>>
송화루라는 오래전 유곽이었던 싸구려 아파트에 머무는 '나' 는 문득문득, 송화루가 얼마나 기묘한지 새삼 느끼게 되는데...
다니구치 지로 본인이 모델인듯한 자전적인 이야기. 기묘한 숙소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갑니다. 기묘하다는 것도 유령이 나온다던가 하는게 아니에요.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 느껴진다던가, 천장에 난 창을 통해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공포감이 든다던가 하는 정도라 일상계에 가깝습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다 주인공의 상상일 뿐이라 딱히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는건 단점입니다. 차라리 친동야 (거리에서 선전, 광고하는 사람), 호스티스 등 역시나 독특한 마을 주민들이 등장하는 부분이 더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클로로포름>>이라는 다니구치 지로의 미발표 단편은 정말로 궁금하네요. 과연 어떤 작품이었을지... 별점은 2.5점입니다.

<<바다로 돌아가다>>
고래학자인 '나'는 이누이트의 전설에 따라 늙은 흑고래 올드 딕의 최후를 추적한다. 고래의 무덤이 실존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드러내는 또 다른 작품. 짤막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별점은 2.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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