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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다이아몬드 목걸이의 모험 - G.F 포레스트 (1905)


문을 연 나를 맞은 건 황홀한 선율이었다. 워록 본즈가 몽환적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날카로우면서도 단정한 얼굴은 몹시 더러운 브라이어 파이프에서 피어오른 자욱한 연기로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를 알아챈 본즈는 숨 막힐 정도로 흐느끼는 선율을 마지막으로, 환영의 미소를 담뿍 지으며 일어섰다.

"안녕, 고즈웰"

본즈가 쾌활하게 말했다.

"그런데 왜 침대 밑에서 바지를 다림질하는 거지?"

사실이었다, 명확한 사실. 놀라운 관찰자이자, 온갖 가공할 범죄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 그리고 역사에 알려진 가장 위대한 두뇌의 소유자 본즈는 비정하게도 나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아,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놀랍고 멍한 표정으로 나는 물었다.
본즈는 내가 당황하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바지에 대해 특별히 연구한 적이 있지. 침대에 관해서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잘못 볼 리가 없어. 하지만 그런 지식은 잠시 젖혀 두도록 하라고. 우리가 석 달 전에 함께 살았던 걸 잊었나? 그때 본 거야."

본즈는 그 날카로운 추리로 나를 놀라게 했다. 그의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흉내조차도 낼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놀라고 감탄할 뿐이었다. 이 은혜로운 추리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아 양팔로 본즈의 왼쪽 다리를 열렬한 존경심과 함께 껴안고, 그의 지적인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본즈는 소매를 걷어 올려 그의 가늘고 섬세한 팔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한 컵 분량의 청산을 단숨에 주사했다. 주사를 끝낸 후 그는 벽시계에 눈을 돌렸다.

"23분이나 24분 안에"

본즈가 말했다.

"한 남자가 나를 만나러 올걸세. 아내와 두 아이가 있고 의치가 세 개, 그중 하나는 최근에 교체했지. 또 그는 약 마흔 일곱 살쯤 된 성공한 주식 거래인으로 순모로 된 옷을 입고 있으며 '잃어버린 세계 대전'의 열렬한 후원자야."

"그 모든 걸 어떻게 알았나?

나는 숨을 헐떡이며, 애타게 조르는 심정으로 그의 무릎을 두드렸다.
본즈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가 오는 이유는 말이지."

본즈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지난 목요일, 그가 사는 리치먼드의 집에서 보석이 도난당했기 때문에 내 의견을 듣기를 원하고 있어. 도난당한 보석 중에는 정말 놀랄 정도로 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있거든."

"설명해 줘"

나는 황홀함과 존경심에 사로잡힌채 벅차 울부짖었다.

"제발 좀 설명해 달라고!"

"친애하는 고즈웰군"

그는 웃었다.

"자네는 정말 어리석군. 자네는 내 방식을 잊어버렸니? 그 남자는 내 친구야. 어제 시티에서 만났을 때, 도난 사건에 대해 오늘 오전에 나에게 상담하러 오겠다고 말했지. 그게 전부라네. 추론이지, 고즈웰 군, 아주 단순한 추론이라고."

"하지만 보석은? 경찰은 수사에 나섰겠지?"

"완전히 속수무책이야. 우리 경찰은 세계 제일의 바보니까. 그들은 이미 아무런 죄도 없고 무해한 사람들을 27명 체포했어. 미망인인 공작부인을 포함해서 말이야. 그녀는 충격 탓에 아직도 몸져누워 있다더군. 게다가 내가 틀리지 않는다면, 경찰은 오늘 오후 내 친구의 아내를 체포할 생각이야. 친구 아내는 도난 사건 당시에는 모스크바에 있었지만, 그런 건 우리 사랑스러운 바보들에게는 하찮은 문제일 뿐이겠지."

"보석의 행방에 대해 뭔가 단서가 있나?"

"아주 유력한 게 하나 있어. 꽤 유력하지. 사실 목걸이를 지금 이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건 정말 간단한 사건이야. 내가 여태까지 다루어 왔던 사건 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간단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그렇다고는 해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점은 있어. 보통 관찰자에게는 어려운 점도 몇 개 보이기는 해. 우선 동기가 그렇지. 흔히 있는, 돈을 목적으로 한 범행은 아니거든. 자기 이름을 날리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생각된다네."

"상상도 못 하겠는걸."

나는 놀라서 외쳤다. 도둑이, 도둑으로서 자신의 업적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단 말인가.

"맞아 고즈웰. 자네는 상식이라는 게 있지. 하지만 상상력은 가지고 있지 못해. 상상력은 탐정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것인데 말이야. 자네는 열정적이고 힘이 넘치지만, 우둔한 경찰과 다를 바 없어. 그들에게는 어떠한 사건도 쉽지 않겠지만, 나에게 이 사건은 그야말로 햇빛처럼 분명하다네."

"그건 이해할 수 있어."

나는 경건하게 본즈의 무릎을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사실 이 도둑에게는 말이지."

본즈의 말은 계속되었다.

"말하고 싶지 않은 다양한 동기가 있기는 해. 하지만 보석에 관해서는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바로 내 손에 쥐고 있다고 말해도 좋아. 바로 여기에!"

본즈는 그의 무릎을 감싸고 있던 내 팔을 풀고, 방구석에 있는 안전 금고로 걸어갔다. 그리고 금고에서 커다란 보석함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눈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웅장한 목걸이 한가운데에서 겨울빛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 광경에 나는 숨을 삼켰다. 감탄한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본즈 앞에 넙죽 엎드렸다.

"하지만.... 하지만 어떻게..."

나는 횡설수설하다가, 이윽고 나의 당황하는 모습을 본즈가 즐기고 있다는 걸 눈치챈 뒤 입을 다물었다.

"내가 훔쳤지"

워록 본즈는 말했다.

<<끝>>

G.F.Forrest 'The Adventure of the Diamond Necklace'(1905)
출처는 여기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이제 번역까지 도전해 보게 되었네요.
의역을 넘어선 졸역이지만,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짧아서 다행이에요....
부디,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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