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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Season 2 : (9) 축배와 흉기 사이

추리소설에서 와인은 익숙한 소재입니다. 독살에 사용되기도 하고, 중요한 대화가 오가는 식탁에 오르기도 하지요. 하지만 와인 병 자체가 흉기가 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술병을 휘두르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추리소설에서는 오히려 드문 소재입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와인병은 사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와인의 역사는 기원전 수천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당시에는 암포라 같은 토기나 참나무통이 와인을 담는 용기였습니다. 두꺼운 유리병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7세기 이후이고, 지금과 비슷한 형태가 자리 잡은 것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에 이르러서였습니다.와인병의 모양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보르도 와인은 어깨가 각진 병을, 부르고뉴 와인은 둥근 어깨를 가진 병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병의 실루엣만 보고도 어느 지역 와인인지 짐작할 정도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병은 와인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두껍고 단단한 유리로 제작됩니다. 자연스럽게 무게도 제법 나가고, 목 부분을 잡으면 손에 쥐기도 편합니다. 축하와 만찬을 위한 물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둔기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한 형태인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추리소설에서도 와인병은 종종 인상적인 흉기로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앤서니 호로위츠의 "숨겨진 건 죽음"입니다. 

유명 이혼 전문 변호사 리처드 프라이스가 자신의 집에서 와인병에 맞아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현장에는 초록색 페인트로 적힌 ‘182’라는 숫자가 남아 있고, 탐정 호손과 작가 호로위츠는 그 숫자의 의미를 쫓으며 수사를 시작합니다. 여러 용의자가 저마다 충분한 살해 동기를 가지고 있어 마지막까지 범인을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정통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작품 속에서 흉기로 사용된건 1982년산 샤토 라피트 로트실드 병입니다. 보르도 1등급 와인의 대표격으로, 흔히 프랑스 보르도 '5대 샤토' 가운데 하나로 불리우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브랜드 중 하나이지요. 그 중에서도 1982년은 최고의 빈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아무리 와인병이 흉기로 적합했다 하더라도, 흉기로 쓰기는 구하기도 힘들고 너무 비싼 와인이지요. 이 보다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와인이 흉기로 등장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피쳐"입니다. 

이 작품은 사진가를 꿈꿨지만 월가의 변호사가 된 벤 브래드포드의 이야기입니다.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그는 충동적으로 그녀의 연인 게리를 살해하고, 그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지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고, 프랑스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인기작입니다. 유난히 와인이 자주 등장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벤의 인생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 때마다 와인이 함께하거든요.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블랑입니다. 

클라우디 베이는 뉴질랜드 말버러 지역을 대표하는 화이트와인으로, 지금도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벤은 아내의 불륜을 이 와인 때문에 눈치챕니다. 와인을 잘 모르던 베스가 어느 날 갑자기 클라우디 베이를 사 왔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가게에서는 이 와인을 취급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이웃인 게리가 즐겨 마시던 와인이었고, 베스 역시 그에게서 선물받은 것이었습니다. 벤은 게리를 찾아가 같은 와인을 함께 마시다 말다툼 끝에 결국 클라우디 베이 병을 휘둘러 그를 살해합니다. 와인 한 병이 불륜의 단서가 되고, 결국 살인의 흉기로까지 이어지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클라우디 베이 와이너리의 설립자는 더글라스 케네디와 친구였다고 합니다. 작가는 친구의 와인을 작품 속에서 최고의 소비뇽블랑이라고 극찬했지만, 그 와인을 살인의 흉기로 사용해 버렸기 때문에 설립자는 처음에는 못마땅해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설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클라우디 베이 역시 함께 유명해졌고, 와이너리도 고액에 매각할 수 있었으니 지금은 무척 고마와하지 않을까 싶네요.

와인병은 원래 축배를 위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추리소설에서는 때로 사건의 단서가 되고, 때로는 살인의 흉기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와인병이라도 작품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맡는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평범한 식탁 위의 와인 한 병도 작가의 손을 거치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에 클라우디 베이를 보게 된다면, 저는 아마 먼저 이 소설부터 떠올릴 것 같습니다.

2024/09/14

가연물 - 요네자와 호노부 / 김선영 : 별점 2.5점

가연물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리드비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 가쓰라 경부를 주인공으로 한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추리 소설 동호회인 하우 미스터리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이 자리를 빌어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작가 최초의 경찰 수사 본격 추리물인데, 손대는 거의 대부분의 장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뽑아냈던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치고는 평이한 수준이었습니다. 경부 캐릭터도 진부한 스테레오 타입이고요. 
하지만 "목숨빚"만큼은 빼어납니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낭떠러지 밑"
눈밭에서 조난당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목을 무언가에 찔려 살해당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심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끝이 날카로운 말뚝 같은 걸로 목을 찔러 살해했다는 감식 결과를 보았을 때에는 흉기가 고드름일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고의가 아니었다면, 낭떠러지에서 고드름이 떨어져 운 나쁜 피해자 목에 꽂힌 사고일거라 여겼지요. 하지만 다행히 그렇게 뻔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목에 혈액이 응고되는 반응이 있었다는 감식 결과를 토대로, 이는 다른 사람의 혈액이 들어갔을 때 일어나는 반응이니 범인 미즈노의 혈액이 포함된(?) 흉기를 사용했을 것이다. 즉, 흉기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때에 부상당해 튀어나온 미즈노의 팔 뼈였다는 추리로 이어집니다. 흉기는 신선한 편이고, 이에 이르는 추리와 단서 제공 모두 공정하고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물'에 잘 어울리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흉기가 뭐든 범인은 미즈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기소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기 - '고드름'이 흉기였다고 주장해도 될테지요 - 때문입니다. 수사가 아니라 '추리'에 방점을 둔 느낌입니다. 거장 반열에 오른 작가라도 처음 시도하는 경찰 시도물이라서 다소 혼선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네요.
흉기 트릭도 신선하지만 현실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엄청난 정신력이 아니면 실현 불가능했을 방법이니까요. 아울러 수사 기계같은 냉정한 가쓰라 경부의 묘사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다른 작품들 속 냉정한 수사 반장들 - 대표적으로는 "제 3의 시효" - 과 차별화되는 점이 없는 탓입니다. 이 작품을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요?

여러모로 평범했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졸음"
유력한 강도 치상 사건 용의자 다구마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이송되었다. 경찰은 다구마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이 다구마의 신호위반일 경우, 체포 영장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침 새벽 3시 일어난 다구마의 교통사고를 무려 네 명이나 목격했고, 그들은 모두 다구마가 신호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쓰라 경부는 다구마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 즉 신호 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하는데...

처음에는 다구마가 교통사고를 빙자하여, 상대방 미즈우라와 신분을 바꿔 도망쳤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황당하면서도 뻔한 이야기는 아니더군요.
'거짓 증언 부수기' 설정의 작품으로, 피해자나 가해자와 전혀 관계없는 목격자들이 우연히 똑같은 거짓 증언을 하게 된 과정의 설득력이 높다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불성실한 근무 태도로 언제 해고될지 모를 교통 정리원과 편의점 직원이 하필 사고 시점에 졸고 있었기 때문에, 의기투합해서 졸았다는걸 숨기려고 거짓 증언했다는건 말이 되니까요.

그런데 전개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바로 가쓰라 경부의 확신 - 네 명 모두 거짓 증언을 한 것이다! - 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누가 봐도 다구마는 바로 체포해도 되는 상황입니다. 아니, 경찰 수사를 위해서는 증언이 없었더라도 체포 영장을 청구하는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난 사건의 목격 증인이 네 명이나 되고, 이들의 증언이 일치해서 불신을 품었다? 말도 안됩니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지요.
또 응급실 의사와 게임 클랜의 리더인 대학생도 졸아서 위증에 동참했다는건 과했습니다. 이 둘은 빼고 교통 정리원 가마타와 편의점 직원 고가가 입을 맞추었다는 정도로 끝내는게 깔끔했을 거예요. 의사와 대학생은 사고를 보지 못했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뿐더러, 거짓 증언에 똑같이 동참할만한 접점도 마땅치 않으니까요.

이런 단점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목숨 빚"
유명 관광지에서 절단된 사람의 팔이 발견되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나머지 사체 부위들도 발견했다. 피해자의 신원은 노스에 하루요시로 밝혀졌다. 곧 피해자가 오래 전에 생명을 구해 주었다는 미아타무라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발견되었고, 경찰은 미야타무라를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미아타무라의 흉기에 대한 증언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가쓰라 경부는 납득하지 못하는데...

앞서와 마찬가지로 범인이 명확한 상황에서 가쓰라 경부가 의문을 품는 과정의 설득력은 약합니다. 특히 '사체를 절단하는 커다란 수고에 비하면 사소한, 치아를 뽑거나 부숴서 신원을 알아내지 못하게 하지 않은 것이 수상하다'고 하는건 억지스러웠어요. 사체 전달은 옮기기 편해서라는 이유가 더 클 테니까요. 유명 관광지에 사체를 흩뿌린게 이상하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급했다거나, 길을 잘 몰라 실수하는 등 이유는 여러가지 있습니다. 범인이 확실하다면 수상하다고 생각할 까닭이 없어요.

하지만 더 이상 빚과 노모의 간병을 감당할 수 없었던 하루요시가 자살한 뒤, 이를 살인으로 위장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여긴 미야타무라가 현장을 조작했다는게 충격적인 진상이 모든 문제를 덮어줍니다. 우리도 직면한 문제인 '부양하기 힘든 고령 인구의 증가, 중년의 노후 보장 없는 은퇴, 취직도 못하는 삼포세대 젊은이'라는 3대에 걸친 사회 현상을 정면으로, 그것도 제대로 된 추리물로 다루고 있는 덕분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사회파 본격 추리 수사물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그리고 앞서 억지스럽다고는 했지만, 가쓰라 경부가 수상하다고 여긴 상황들이 진상에 딱 들어맞는건 추리물다와서 좋았어요. 우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관광지의 사체를 버린 이유는 빨리 발견되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사망이 확인되어야 보험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사체의 정체를 숨기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 흉기에 대한 거짓말도 같은 이유입니다. 미야타무라는 '노스에 하루요시를 살해했다'는게 진실로 여겨지기를 바랬으니 이렇게 주장할 수 밖에요.
사체를 토막낸 이유가 하루요시의 사체에서 '목을 맨 자국'이 드러나지 않게 숨기기 위해서였다는 트릭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다만, 독자에게 하루요시 사체 중 목의 중간부 일부가 사라졌다라는걸 정확하게 알려 주지 않은건 조금 아쉬웠지만요.

그래도 여러모로 볼만했던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가연물"
월요일 심야부터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여 수사본부가 설치되었다. 잠복수사 결과 몇 명의 용의자가 떠올랐지만, 잠복근무 시작 후 방화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자 잠복 중인 형사가 범인에게 들킨 거 아니냐고 상관이 가쓰라 경부를 질책했다. 그러나 가쓰라 경부는 범인이 이미 목적을 달성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를 내놓았고, 어떤 목적으로 방화를 저질렀는지 동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인 오노하라가 버린 쓰레기에서 착화에 쓰인 잡지가 발견되는데...


후더닛보다는 와이더닛 물인데, 왜 표제작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수록작 중 가장 처지거든요. 범인의 동기가 하찮을 뿐더러, 납득하기도 어려운 탓입니다. 화재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에 돌발적인 화제를 막으려고 안전한 방화를 저질렀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범인은 그냥 수사를 통해 체포하기 때문에 추리의 여지도 거의 없고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진짜인가"
이제사키 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권총을 가진 범인이 농성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가게 점장 아오토와 아르바이트 생 유노가 아직 남아 있었지만, 가쓰라 경부는 아오토와의 통화로 유노가 범인에게 살해당했다는걸 알게 되었다.
범인 시다는 아들에게 생일 선물로 파르페를 사주려고 가게를 찾았는데,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아들에게 견과류가 들어 있는 파르페가 서비스되어 화가 난 뒤 다툼이 시작된걸로 보였다. 유노는 파르페에 대해 시다에게 설명하지 않은 직원이었다.

비교적 독특한 사건이 등장하는 작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인질을 븥잡고 농성을 벌이는 사건은 웬만한 작품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지요. "스완"이 약간 비슷하지만, 결은 전혀 다르고요. 또 이런 작품에서 중요한 '인질범과의 협상'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오로지 가쓰라 경부의 추리에 의한 의외의 진상이 밝혀지는 구조가 돋보였고, 여러 명의 증언을 모아 진상을 추리해내는 전개, 가게 안 장난감 가게에서 타는 물총이 시다가 들고 있는 권총과 비슷하다는 단서 등 여러 가지 정보와 단서들 모두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진상도 재미있었습니다. 사건은 아오토 점장의 자작극이었습니다. 치정 문제로 유노를 살해한 직후, 시다가 사무실로 들이닥쳐 범행이 들키자 시다의 아들을 인질로 삼아 시다가 범인이고 자신은 피해자인 척 농성하는 연극을 시켰던 것이지요. 나중에 구출 직전 시다와 아들은 살해할 생각으로요.

그런데 조리 담당으로부터 사건 당시 오징어 먹물 파스타가 조리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추리해냈다는건 와 닿지 않았어요. 오징어 먹물 파스타 조리 시간을 감안하여, 시다가 항의차 점장을 찾은 뒤, 한참(약 10분?) 지나서 도망치라는 큰 소리가 나왔다는건 그리 큰 단서나 증거로 볼 수 없습니다. 짜증이 쌓여 한참 있다가 폭발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살해 현장을 무마하기 위해 농성이라는 연극을 벌인 것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추리적으로 억지가 많아 감점합니다. 

2018/12/30

10년 만의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 최고은 : 별점 2.5점

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학산문화사(단행본)

2008년 발표된 작품입니다. 저 스스로는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라고 부르는 장르물의 대표작이자, 요네자와 호노부의 출세작 중 하나이지요. 2010년에는 영화까지 제작되어 개봉되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연말을 맞아 책 정리를 하다가 10년만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처음 읽는 것처럼 읽을 수 있었네요.

재미는 있지만 비현실적인 설정은 조금 거슬린다는 개략적인 느낌은 10년 전과 별로 다르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후 읽었던 다른 유사 장르물에서는 "일단의 무리를 폐쇄 공간에 모으는 이유"를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복수, 살육극의 중계 등으로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내용을 전부 무시하고 "암귀관" 에서의 이야기만 묘사하는게 특이합니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는 있는데 솢릭히 완성도 측면에서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점이지요.
또 유사 장르물에 비하면 "암귀관" 에서의 게임 조건(?) 도 그다지 잘 짜여져 있지 않습니다. 작중에서는 니코틴을 가장한 "약살"이 파워 밸런스를 붕괴시킨다며 문제삼지만, 사실 전체적인 흉기의 파워 밸런스 자체가 문제인 탓입니다. 멋을 부리면서 유명 추리소설에 등장한 흉기를 배치하고, 이를 트릭으로 삼은건 그렇다쳐도 공기 피스톨과 보우건, 슬링샷같은 원거리 무기를 확보한 사람이 유리한건 당연하니까요. 밧줄이나 자살용 칼은 정말이지 이게 뭔가 싶네요.
그리고 10년 전에는 무심히 넘겼지만, 모든 식사가 포크나 나이프와 같은 흉기가 될 도구가 불필요한 샌드위치나 도시락으로 준비되었다는 이야기도 역시나 문제입니다. "젓가락"도 충분히 흉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마지막 에필로그는 솔직히 불필요했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10년의 세월 동안 0.5점이 감점되었는데, 이는 보다 나은 다른 유사 장르물이 많이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기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의 원형 중 하나로 다시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는건 분명합니다. 다만 유사 장르물에서 손에 꼽을 걸작은 아닌 것이지요.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23/08/18

샘 호손 박사의 세 번째 불가능 사건집 - 에드워드 D. 호크 / 김예진 : 별점 1.5점

샘 호손 박사의 세 번째 불가능 사건집 - 4점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리드비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한 정통 본격 미스터리 단편 시리즈. 1, 2편 반응이 괜찮았었는지 3편까지 출간되었네요.
추리 소설 애호가로서 출간 자체야 반길 일이지만 솔직히 수준은 영 아니었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아니 걸작들도 포함되어 있었던 첫 번째 사건집에 비해 두 번째 사건집은 다소 처졌었는데, 3권은 아쉽게도 2권보다도 못했어요. 기대했던 불가능 범죄를 해결하는 본격 추리물로서의 가치가 낮은 탓이 가장 큽니다. 트릭부터가 대체로 별볼일 없습니다. 변장, 자작극 트릭이 너무 많더라고요.수십편의 이야기를 쓰다보니 아이디어가 고갈된게 아닌가 싶어요.
이야기 전개도 부실해서 대부분의 작품에서 동기가 헐겁습니다. 불륜과 질투가 너무 많아요. 고작 이 정도로 이렇게까지 범죄를 저지르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동기가 설득력이 떨어지니 불가능 범죄'를 일으킬 타당성도 결여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대부분 수록작들이 평균 이하 수준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이 시리즈도 이젠 더 읽을 일이 없겠습니다.

수록작별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묘지 소풍의 수수께끼>>
혼자 걸어가던 여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다리에서 떨어진 뒤 사망한 사건이 등장하는데, 결론은 변장 트릭이었습니다. 피해자로 변장한 여자가 피해자인 척 물에 뛰어들은게 전부에요.
트릭도 변변찮지만, 이후 전개 과정도 문제입니다. 우선 증거가 너무 빈약합니다. 옷을 갈아입는 여자를 보았다는 (변장 때문에) 술주정뱅이 묘지 관리인의 증언으로 유죄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거에요. 샘 호손이 직접 피해자 - 로 변장한 일당 - 가 샌드위치를 먹는걸 보았지만 피해자는 위장이 비어 있었다는 것도 증거로는 약합니다. 물에 빠진 뒤 토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단편집의 단점을 모조리 갖추고 있는 졸작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유아 보호실의 수수께끼>>
밀실이었던 극장 내 유아 보호실에서 시장이 총에 맞은 사건인데, 트릭은 흔해빠진 자작극이라 특별한게 없을 뿐더러 동기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시장이 밀주 유통을 한다는걸 들켜서 협박범을 살해했다는건 말이 됩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이 총에 맞는 불가능 범죄로 자작극을 벌이는 이유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런 자작극을 벌인다고 협박범을 죽인 사건이 미해결이 될 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죽은 사람이 시장을 쐈을리 없으니까요. 보안관의 수사만 시작될 뿐이지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치명적인 불꽃놀이의 수수께끼>>
독립기념일, 폭죽놀이를 즐기려던 정비소 형제가 불을 붙인건 다이너마이트였다. 형은 즉사하고 동생은 화상을 입었다. 밀봉된 포장에서 꺼낸 폭죽을 어떻게 다이너마이트로 바꿔칠 수 있었을까?

범인은 동생이었습니다. 포장에서 폭죽을 꺼낸건 동생밖에 없으니, 형이 자살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범인은 너무 뻔하지요. 마침 동생이 불을 붙이는데 계속 실패했다는 설명까지 있으니까요. 그래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렌즈 보안관의 추리는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가방한 밀주업자가 폭죽을 검사하는 척 하면서 바꿔치기 했다는데, 동일한 포장의 폭죽 상자를 미리 준비한다는건 말이 안되잖아요? 보안관으로는 너무 수준 미달의 인물이 아닌가 싶네요. 
여러모로 평균 이하 수준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미완성 그림의 수수께끼>>
밀실인 아틀리에에서 테스 웨인라이트가 살해되었다. 가정부 밥콕 부인은 그녀가 라디오를 켜고, 전화를 받았다는고 말했는데.....

문을 닫고 마지막에 나온건 남편이고, 가정부가 들은건 오로지 '소리' 뿐이니 범인이 누구인지는 자명합니다. 라디오를 밖에서 켜고, 전화벨이 한 번 울리고 끊기게 만든 것도 별로 어려운 트릭으로 보이지 않았고요. 전화는 건 사람이 바로 끊으면 되잖아요? 읽으면서 라디오를 켠 건 발명왕이라는 마을 주민 대령의 발명품 덕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보다도 간단한 트릭 - 창고에서 퓨즈를 연결 - 을 사용했더군요.

그래도 테스가 전화를 받았다면 라디오를 끄지 않았을리 없다 - 나중에 밥콕 부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끄러워서 라디오를 끈것처럼 - 는 디테일 만큼은 좋았고, 샘 호손이 환자들에게 집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등 전작들보다 눈여겨 볼 부분은 조금 있기는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밀봉된 병의 수수께끼>>
금주법이 폐지되는 달 축배를 들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크레슨 시장이 독을 마시고 죽었다. 배달된 한 상자의 셰리주 중 시장이 딴 한 병에만 청산가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술을 배달했던 주류업자 얀시도 총에 맞아 살해되는데......

금주법 폐지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하여, 마을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술을 마시기 위해 모인다는 묘사는 재미있었습니다. 충분히 그럴 만 하지요.
술 상자를 진작에 배달받았지만, 사건 당일 배달된 것 처럼 연극을 벌였다는 트릭도 수긍할만 했습니다. '파티'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라는건 시대 배경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있었어요. 샘 호손도 죽이려 했던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었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황당한 수준입니다. 시장 등 별장에서 시간을 보낸 멤버들이 마약중독자들이었다는 설정, 마약에 중독돠어 자살한 남편의 복수였다는 동기 모두가 어이를 상실케했거든요.
사람이 하품을 한 정도로 마약에 중독되었다고 추리한 샘 호손의 추리도 어거지였고, 밀봉된 병에 주사기로 독을 넣었다는 트릭도 별로였어요. 시장이 무슨 병을 잡을지 알고 있어서 독을 한 병에만 넣을 수 있었다는 것 역시 억지스러웠습니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았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사라진 곡예사의 수수께끼>>
서커스단에서 공중 곡예 중이던 곡예사 한 명이 그물로 떨어지는 곡예를 한 뒤, 다시 기어올라갔지만 사라져버렸다. 그 뒤 서커스단 천막이 설치된 목장 주의 집에서 살해된채로 발견되는데....

곡예사가 사라진건 마캐팅으로, 분홍색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서 올라가는 사람을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트릭은 그럴싸했지만, 곡예사가 올라가기 전에 광대 무리가 몰려들었던걸 - 그래서 사라진 곡예사가 광대로 변장하고 빠져나갔다는걸 - 설명하지 않아서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질투로 보이는 살해동기도 대충 얼버무리고 있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담뱃잎 건조실의 수수께끼>>
제닝스 담배 회사 사장 재스퍼 제닝스의 아내 세라가 일꾼 로이 핸슨과 불륜관계라는 괴편지가 도착했다. 그리고 재스퍼는 담배 건조실에서 날카로운 칼에 목이 베어 살해당했다. 주변에 있었던 두 명 - 프레스콧과 핸슨 - 은 모두 범행을 부인했고, 둘에게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누가, 어떻게 제스퍼를 살해했을까?

읽으면서 <<마스터 키튼>>에 나왔던, 주변 사물을 흉기로 쓰는 킬러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담뱃잎을 흉기로 쓴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읽어보니, 흉기인 면도칼을 풍선에 실어서 건조실의 천장에 숨겼다는 장치 트릭이 사용되었던데, <<마스터 키튼>>이 더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트릭이 애들 장난같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서면 금방 드러날 트릭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범인은 함께 있었던 두 명 중 한 명인데, 가장 유력한 용의자 핸슨이 왜 이 때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눈에 갇힌 오두막의 수수께끼>>
새 차를 타고 에이프릴과 메인주로 드라이브 여행을 떠난 샘 호손은 하이킹 도중 오두막에 혼자 살고 있던 쇼터의 시체를 발견했다. 쇼터는 어떤 발자국도 없는 눈밭으로 둘러싸인 집 안에서 칼에 찔려 죽은 상태였다.

밀실 살인 사건인데 전화 설치 기사로 변장한 범인이 철제 케이블을 설치한 뒤, 케이블을 타고 집 안으로 이동했다는 트릭이 사용되었습니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어요. 행글라이더를 타고 날아들어왔다 수준입니다. 흉기를 두고가는걸 잊어서 자살로 위장하는데 실패했다는 상황도 황당했고요. 무슨 장난같은 느낌이에요.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도 아니고.... 중간에 앙드레가 범인일거라며 샘 호손이 펼치는 추리도 말이 안되는건 마찬가지고요.

에이프릴이 휴양소 주인 앙드레와 결혼한다는 결말은 뜻밖이었고, 채광창에 햇빛이 들어온걸 단서로 - 눈이 쌓여있지 않았을 리 없다 - 그곳으로 범인이 들어왔을 것이라 여겨 추리를 시작하는건 좋았지만 그 외에는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천둥 방의 수수께끼>>
결혼한 에이프릴의 후임으로 고용된 간호사 메이는 이상할 정도로 천둥을 무서워했다. 어린 시절 천둥방(뉴잉글랜드의 오래된 가옥에 있는, 폭풍이 칠 때 가족이 대피하는 방)에 숨었던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폭풍이 찾아온 날, 행크 포스터가 살해당했는데, 그 아내는 범인이 메이라고 주장했다. 마침 메이는 폭풍이 칠 때진료실 안에서 혼자 쉬고 있었다. 샘 호손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건 단지 15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행크스라는 아내 브루나의 주장은 너무나 확고했고, 알고보니 메이의 부모님도 천둥방에서 행크처럼 망치에 맞아 죽었다고 했다...


범인은 메이의 쌍둥이 남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풀어가는 전개가 말장난에 가깝습니다. 샘 호손은 메이에게 여동생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다들 없다고 하거든요. '남동생'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동생이 정신이상이라 살인을 저질렀다는 동기도 영 별로였고요. 별점은 1점입니다.

<<검은 로드스터의 수수께끼>>
노스몬트 은행에 강도들이 나타났다. 재빠른 대처로 강도들은 노스몬트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들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샘 호손은 처음에 중고차 판매원 행크가 범인이라고 추리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원들이 작당했던 자작극이었다는게 진상이에요. 은행원들이 감금되었던 방이 뒷 골목과 통해있었던게 핵심이고요.

다른 수록작들보다는 비교적 추리적으로 괜찮고, 동기도 합리이었습니다 (상대적입니다). 샘 호손이 한 번 실패한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은행강도 사건을 꾸며낸다는게 비현실적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이 정도면 그럭저럭 평작은 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메리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노스몬트에 남아 샘 호손의 간호사가 된다는건, 그녀가 앞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걸로 보이는데 두고 봐야겠네요.

<<두 출생 모반의 수수께끼>>
병원에 식붕독을 일으킨 스트리터가 입원했다. 샘은 메리와 함께 식중독의 원인을 찾고자 매그놀리아 식당을 방문했다가 누군가 망치로 복화술사 인형을 망가트린 현장을 보았다. 마침 그날, 병원에서는 누군가 스트리터를 살해하려 했고, 다음날에는 상근 간호사 중 한 명인 애나가 잠긴 수술실에서 살해당한채로 발견되었다. 수술실 열쇠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 의사 엔들와이즈만 갖고 있었다.

스트리터가 벌인 자작극이라는건데, 자작극 트릭은 수록작에서 너무 많이 나와서 식상했어요. 시체 은닉은 보안관도 어려운 일이라 말할 정도로 비현실적 -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 - 인데다가 양 쪽으로 열리는 미닫이 문 잠금 장치에 대란 트릭은 글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정하게 정보가 제공되지 못합니다. 알고보니 애나와 스트리터는 이부형제였고 큰 땅을 상속받을 예정이었다는 동기도 억지로 가져다 붙인 느낌이고요. 무엇보다도 불가능한 상황을 억지로 만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빈사의 환자 수수께끼>>
샘 호손이 처방한 디기탈리스를 먹은 노부인이 사망했다. 샘이 실수를 했거나, 노부인을 안락사시켰을거라 생각한 의료협회는 의료 면허 박탈까지 1주일의 기한을 주었다.
샘 호손이 보는 앞에서 노부인은 어떻게 시안화합물을 먹였을까? 그리고 곧 죽을 사람이었는데 누가, 왜?


사탕이라는 증거가 비교적 초반에 제시된다는 점에서는 공정했지만, 그 외에는 딱히 언급할 부분이 없네요. 노부인이 유언장을 바꾸려고 해서 두려워했던 조카딸의 범행이라는 것도 진부했고요. 마을에서는 추리하는 의사로 유명한 샘 호손을 불러서 독살 과정을 지켜보게 만든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농가 요새의 수수께끼>>
농장을 요새처럼 꾸민 루디 프랑크푸르트가 살해된채 발견되었다. 잠긴 정문, 2미터 높이의 전류 울타리, 파수견, 게다가 집은 모든 문과 창문이 다 잠겨 있었다.

베를린 올림픽에 높이뛰기 선수로 출전을 준비하는 빌 크롤리가 범인이 아닐까? 는 추리로 전개되다가, 배달부 폴이 진범이라는게 밝혀지는 구성입니다. 추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이 꽤 합리적으로 사용된 덕분입니다. 폴은 루디를 죽이고 트럭에 실어 놓았었습니다. 그리고 샘 호손과 방문했을 때 집 안애 시체를 유기했던 것이지요. 루디가 배달을 지시한 물건들이 이미 집 안에 있었고, 개들이 폴의 트럭에서 짖어대었다는 등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입니다.

그러나 동기는 영 와닿지 못합니다. 질투 때문에 빌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다? 지나치게 억지스럽습니다. 가문의 원수 정도는 되어야 저지를만한 범행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목적에 맞는 범행으로 보이지도 않아요. 그냥 묘한 불가능 범죄로 보일 뿐이니까요. 빌이 함정에 빠질 이유도 없습니다. 이 정도 트릭을 고안해 낼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다면, 더 직접적으로 빌에게 죄를 물을만한 상황 - 최소한 빌의 운동화같은 증거라도 현장에 두는 등 - 을 꾸며냈어야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저주받은 티피의 수수께끼>>
1880년대부터 1890년대까지 카우보이 일을 했다는 벤 스노가 샘 호손을 찾아와 오래전 수 종족과 만났을 때 있었던 불가능 범죄를 이야기해 주었다.
일족의 추장이 머무는 티피에 저주가 걸려서 추장의 아내, 아들, 손자, 그리고 벤 스노가 보는 앞에서 또 다른 아들 흐르는 구름마저 죽고 말았다는 사건이었다.


진상은 티피에 사용되었던 협죽도 기둥 탓에 사람들이 죽었다는 겁니다. 흐르는 구름은 아내의 복수로 독살당했고요.
스쳐 지나가는 말로 '협죽도'라는 단어를 꺼낸다던가, 흐르는 구름의 아들에 대한 설명 등 주로 '말'로 단서가 제공되는데, 그렇게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늙은 추장 달리는 말이 죽지 않은건 단지 튼튼했다는 설명도 별로였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파란 자전거의 수수께끼>>
차도 트럭도 아무것도 안 지나간 길에서, 앞질러 가서 모퉁이를 돌은 앤젤라가 사라져버렸다. 현장에는 그녀가 타던 자전거만 남아있었다.

앤젤라가 숨을 수 있었던 옥수수밭의 존재를 초반에 잘 설명하지 않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남자친구 필 브륵스와 도피하려고 했다는 동기도 영 아니었고요. 그냥 도망가는 것과, 이런 실종 사건을 떠들썩하게 일으키는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어차피 경찰이 나서서 찾게 될 테니까요. 공들여 연극을 벌일 이유는 없어요. 차라리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가는게 나았을 겁니다.
필 브룩스의 말 실수가 단서가 되는 전개도 식상했으며, 브룩스가 앤젤라의 친구 주디마저 살해한 이유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친구라면 잘 설득해서 숨어있게 해 달라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작 중 렌즈 보안관도 브룩스가 주디를 살해했다는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설득력없는 범행이었어요.
마지막 이야기라는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의 졸작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2020/12/10

묵시록의 여름 - 가사이 기요시 / 송태욱 : 별점 3점

묵시록의 여름 - 6점
가사이 기요시 지음, 송태욱 옮김/현대문학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세 이단 카타리파에 대해 연구하던 야부키 가케루는 나디아와 함께 카타리파 최후의 전장이었던 몽세귀르로 향했다. 툴루즈 기업왕 로슈포르 가문이 카타리파 유적 발굴을 원조하고 있는데, 발굴을 맡은 샤를 실뱅 교수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로슈포르 가문의 산장 에스클라르몽드에 도착하자마자 일행은 기묘한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 독일인 발터 페스트가 에스클라르몽드 산장 자료실에서 살해된 사건이었다.
뒤이어 유력한 용의자였던 장 노디에가 성곽도시 카르카손 성벽 탑 안 밀실에서 살해당했고, 로슈포르의 아내 니콜 로슈포르와 로슈포르마저도 몽세귀르 절벽에서 추락사했다. 이 모든 사건에는 '요한 묵시록'의 계시처럼 여러가지 상징과 말의 죽음이 함께 펼쳐져 있었다.
로슈포르 가문의 외동딸 지젤의 연인 줄리앙은 탐정 역을 맡아 사건 해결에 뛰어들고, 야부키 가케루는 이를 바라보는데...

"사건을 어디까지나 현상으로, 즉 의미와 의미가 뒤얽힌 유기체적 전체로 보고, 거기에서 전체의 지렛대에 해당하는 것을 발견하는 거야." - 야부키 가케루 

"뭔가를 표현하는 것으로서의 상징은 뭔가를 은폐하기 위한 암호가 되는 거죠." - 줄리앙

가사이 기요시의 '현상학 탐정'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썸머 아포칼립스"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고전 명작으로 '문예춘추 선정 미스터리 100선' 에는 36위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일본 본격 미스터리 100선'에서는 무려 4위고요. 하지만 개정된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100'의 상위 50권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리뷰를 하면서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번역되었는지 모르고 있다가, 무려 5년이 지난 얼마 전에야 우연히 작품의 존재를 알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추리 소설 애호가로서 부끄럽네요. 구태여 변명하자면 제목이 제목이 한국어로 번역된 탓입니다. 전작 "바이바이 엔젤"은 원제 그대로 출간되었는데 말이죠.

하여튼, 작품은 명성답게 본격물로서는 완벽합니다. 트릭의 수준도 높고, 추리도 합리적이에요. 고전 본격물다운 불가능 범죄, 기묘한 상황이 펼쳐지는데 이를 절묘하게 수습하고 있거든요.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사건이 그러합니다.

첫 번째 사건 피해자 발터 페스트는 머리 앞 부분을 둔기에 맞아 살해당했습니다. 피해자가 창을 통해 들어온, 두 손으로 들어야 하는 흉기를 든 침입자를 봤을텐데 저항없이 죽음을 맞이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자료실 창문은 이미 열려있었는데 범인은 왜 창문을 깼을까요?
그리고 흉기인 석구에는 요한이 부조되어 있었는데 이는 요한 묵시록 제 6장과 관계가 있다는게 밝혀집니다. 흰말 한 필 위에 사람이 활을 들고 있었다는 묵시록 내용에 따라 시체는 화살을 맞았으며 마굿간에 있는 흰 말도 죽은채 발견되지요. 범인이 이렇게 묵시록처럼 현장을 꾸민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수수께끼에 더해 사건 관계자들 모두 알리바이가 명확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집니다. 

두 번째 사건은 더 기괴합니다. 장 노디에는 잠긴 탑이라는 밀실 안에서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됩니다. 자살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상황으로요. 그런데 묵시록처럼 현장에는 큰 칼이 놓여 있었고 탑 밖에는 밤색 말이 죽어 있었습니다. 장 노디에가 자살했다면, 그가 자신의 자살 현장을 묵시록처럼 꾸밀 이유가 있었을까요?

세 번째 사건에서는 로슈포르의 아내 니콜이 절벽에서 추락하고, 현장에서 묵시록대로 죽은 검은말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실뱅 교수가 도주한게 목격되었기 때문에 그가 범인일거라 여겨지게 됩니다. 야부키 가케루와 나디아의 조사로 실뱅 교수는 동기가 있다는게 밝혀지기도 했거든요. 그 외에 현장에 모인 관계자들 알리바이는 모두 확실했고요.

그러나 마지막 네 번째, 로슈포르 추락사 이후 줄리앙에 의해 진상은 드러납니다. 여기서 묵시록 효과를 위해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뿌렸지만, '말'에 주목해야 한다는 추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묵시록에 다른 연쇄 살인은 다른 작품들("장미의 이름", "사쿠라 신부의 사건 노트 - 고도관 살인 사건")에서도 써먹었던 식상한 소재인데, 묵시록은 본질을 흐리기 위한 연출일 뿐이었다는 아이디어는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말은 그냥 마굿간에서 죽여도 되는데, 두 번째, 세 번째 사건에서는 현장 근처에서 말이 죽은 채 발견되었죠. 줄리앙과 가케루는 말이 범행에 이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추리합니다. 두 번째 사건에서는 말의 힘을, 세 번째 사건에서는 속도를 이용한 거지요.

두 번째 사건에서 말의 힘은 밀실 안 피해자의 목을 밧줄로 걸어 밖에서 잡아 당기기 위해 필요했습니다. 사람은 빠져나갈 수는 없지만 창문은 있었거든요. 밖에서 피해자 노디에의 이름을 부르고, 피해자가 내다보기 위해 깊은 창에 머리를 내밀었을 때 창 주위에 바늘로 고정하여 둘러친 밧줄 올가미를 단번에 조여 살해한 겁니다.
이는 추리 애호가라면 친숙하실 유명한 장치 트릭입니다. "소년 탐정 김전일 26. 마신 유적 살인 사건"에서도 비슷한 트릭이 사용되었지요. 밖에서 이름을 부른건 아니고, 밀폐 공간에서 가스 냄새가 나도록 해서 피해자가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게 만들있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명탐정 코난. 25 거미의 집"에서도 창 틀 테두리에 줄을 올가미처럼 장치하고 창에 소리가 나도록 해서 (BB탄 총을 이용) 피해자가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게 한 뒤, 밖에서 강한 힘으로 낚아채는 트릭이 사용되었는데 거의 모든 면에서 똑같아요. 시대에 걸맞게 '말'이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하여 밧줄을 당겼고, 거미님 전설을 이야기에 녹여내었다는 사소한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이렇게 후대에서도 모방한다는건 그만큼 잘 고안된 트릭이라는 뜻이겠지요.

세 번째 사건에서는 말의 속도를 이용했습니다. 범인 로슈포르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때 타고 갔던 겁니다. 이렇게 두 번째, 세 번째 범행에서는 말이 현장에 있을 수 밖에 없어서 그 자리에서 죽게 되었고요. 아주 그럴듯해요.

첫 번째 사건도 묵시록 효과를 빼고 사건 현장에만 주목하여 범인의 트릭을 풀어낸다는 추리를 통해 해결됩니다. 범행에 '투석기'가 사용되었다는 건데, 아주 기발했어요. 사건 현장 건너편 건물에서 동그랗고 무거운 석구를 이용하여 살인을 저지르는데 이만큼 적합한 흉기는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피해자가 멍하니 머리 앞 쪽에 석구를 맞은 이유도 설명되고요.
실제로 머리에 제대로 맞는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 투석은 유리창을 깨기 위함이고, 진짜 흉기는 쇠뇌로 쏜 화살이라는 아이디어도 좋았습니다. 투석에 사용한 석구가 요한 묵시록을 암시하는 조각품이고, 쇠뇌와 활 역시 그러해서 묵시록처럼 현장을 꾸민 발상도 기가 막힙니다. 카타리파의 복수, 혹은 페스트에게 원한이 있는 실뱅 교수에게 혐의를 돌리기에 딱 맞는 연출이었어요.

사건과 함께 진행되는 카타리파의 숨겨진 보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없어진 문서는 13세기 알비주아 십자군의 지휘자로 카타리파를 잔혹하게 살육했던 생조르주가 교황 인노켄티우스 4세에게 보냈던, 카타리파의 숨겨진 보물에 대한 서한일 거라고 설명됩니다. 생조르주는 서한을 보내기 직전 일어난 카르카손 폭동으로 도주하다가 암살당했고, 품 속의 서한은 생조르주가 암살당한 성당인 베네딕트회의 수도사가 은닉했었죠. 베네딕트회는 생조르주가 속했던 도미니크회와 대립했던 탓으로, 이후 책임 추궁이 두려워 이를 영원히 생세르낭 성당에 묻었던 겁니다. 콜베르가 편찬했던 도아트 문서에 생략된 부분은 이 생조르주 서한인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아트 문서에는 기록되었던 걸까요? 콜베르는 실용주의자로 보물을 재정문제로 치부했었습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생조르주 서한을 찾아 나섰죠. 결국 생세르낭 성당에서 서한을 발견하는데, 상황이 변했습니다. 처음 서한을 찾아나섰던 8년 전에는 콜베르는 푸케와 경쟁하던 상황이라 왕에게 보물을 바치고 싶었지만, 8년 뒤 콜베르가 왕궁에서 차지한 지위는 확고부동하게 되기에 그는 왕에게 보물을 바치지 않고,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감췄습니다. 그럴듯하죠?
그러나 콜베르 사후, 이 내용은 왕에게 누설되어 도아트 문서는 헌상되었고, 그 때 생조르주 서한 부분이 삭제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2차 대전 중 우연찮게 발굴된 생세르낭 문서, 그리고 생조르주의 서한을 향토 사학자 투르뉘가 손에 넣었지만, 그는 나치 독일군에게 체포되었고 문서는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그 나치 독일 군인이 발터 페스트였고, 투르뉘의 유복자는 샤를 실뱅이었다는 관계도 여기서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숨겨진 보물의 위치가 기록된 서한을 13세기 십자군을 대표하는 도미니크 수도회, 17세기 부르봉 왕조의 절대주의를 대표하는 콜베르가, 20세기 유럽의 최고 권력이었던 나치 친위대 모두 손에 넣었는데 모두 암호를 해독하지 못해 발굴에 실패했다는건 말이 안되기는 합니다. 작품에서는 이들 중 독일군이 결국 매장된 보물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해 주는데, 보물은 카타리파의 상징인 거대한 황금 태양 십자가라고 합니다. 종전 후 미군이 입수한 뒤 사라져 버렸다고 하네요. "레이더스"와 동일한 결말입니다만, 시기적으로는 이 작품이 더 빠르니 원조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거에요. 이 역시 나름대로 시대를 앞서간 아이디어인 셈이죠.
줄리앙이 투석기 잔해를 버리는 행동, 절벽을 등산 장비를 이용하여 수직으로 타고 내려와 알리바이를 만든 것 등 세세한 부분도 잘 짜여져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카타리파 보물이 사건의 중요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덕분에 관련된 설명도 상세합니다. 묵시록도 마찬가지고요. 개인적으로는 묵시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아주 좋았어요. 소네 신부를 통해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잘 설명되고 있거든요. 원래 유대인들, 그리스도교들 모두 묵시록을 열심히 믿었지만, 로마 제국이 그리스도교를 공인하자 그리스도교는 더 믿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박해하던 로마가 멸망하고 신의 왕국이 오기를 고대하며 믿었는데, 로마 제국이 자기 나라가 되어버렸으니 그 멸망을 고대할 이유가 없어진거지요. 그러나 유대인들은 민족 종교로 유대인들만의 왕국을 기다렸기에 그리스도교와 다른 길을 갔고요. 그래서 묵시록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이단이 된 겁니다.

그리고 남프랑스 일대 풍광이 소개되는 여정 미스터리 느낌도 나쁘지 않았어요. 파리에서 출발하여 피레네 산들에 둘러 싸여 있는 마을 몽세귀르와 몽세귀르 절벽에 위치한 카타리파 유적, 카타리파 최후의 전장인 성곽도시 카르카손, 항구 도시 마르세유를 거쳐 몽펠리에 옆 작은 도시 세트까지의 여정이 손에 잡힐듯 생생하게 펼쳐지거든요. 심지어 실존하는 카르카손 성곽도시의 탑 안에서 시체가 발견되기까지 하니 여정 미스터리로 보아도 손색없을 수준입니다.

여기까지 정리된 내용만 보면 본격물로 완벽하고, 보물 찾기 이야기도 잘 결합된 걸작으로 보이지요? 하지만 발표 이후 여러가지 리스트에 포함되었다가 지속적으로 순위가 하락한 이유도 분명합니다. 추리적으로 큰 헛점이 있을 뿐더러, 그 외의 단점도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추리적인 큰 헛점은 여러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로슈포르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입니다. 노디에가 자신을 협박하고 심지어 죽이려고 한 들, 남프랑스 재계의 지배자가 눈 하나 깜빡할 이유가 있을까요? 게다가 니콜이 실뱅과 불륜을 저지른다고 한 들, 이는 니콜의 잘못입니다. 로슈포르가 니콜의 아버지 피에르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요소이지 피에르와의 동맹이 깨질 위험 요소는 아니에요. 설령 위협을 느꼈다 한 들, 재계의 제왕이 직접 복잡한 살인을 저지른다는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범행의 순서입니다. 발터 페스트 살해는 이어지는 진짜 살인 목적을 흐리기 위함이라는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를 살해함으로써 생조르주 서한이 노디에의 손에 들어간건 순전히 우연입니다. 게다가 노디에를 살해한 두 번째 살인은 공들여 만든 밀실 트릭으로 경찰도 자살로 생각했을 정도인데 세 번째, 네 번째 사건을 계속 일으킨다면 밀실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순서상으로는 생조르주 서한을 어떻게든 노디에게 전해주고 페스트를 죽인 뒤, 니콜을 죽이고 노디에를 밀실에서 죽여서 자살로 위장했어야 합니다. 지금의 이야기는 트릭을 위한 범행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마지막에 로슈포르가 줄리앙과 격투를 벌이다가 절벽에서 떨어진다는 결말도 시시했고요.

이런 추리적인 문제에 더해, 개인적으로 더 큰 문제라 생각하는건 쓸데없는 철학적, 종교적 이야기와 함께 테러 조직 '붉은 죽음'과 러시아인 니콜라이 일리치의 존재가 이야기에 깊숙히 개입해 있다는 점입니다. 탐정이라 생각했던 줄리앙이 사실은 붉은 죽음의 조직원으로 로슈포르 가문의 재력을 이용하여 원자력 제국을 만드려고 한다는게 진상이었다는건 솔직히 헛웃음만 나오더라고요.

시몬이라던가 야부키 가케루 입을 통해서 이야기되는 종교적, 철학적 담론도 지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탐정 역할도 줄리앙이 담당하고 있어서 야부키 가케루는 이런 쓰잘데 없는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 강하고요. 읽다보면 두 번째 사건에서 야부키 가케루는 진상을 파악한걸로 묘사되는데, 희생자가 더 나올 때까지 손도 쓰지 않습니다. 줄리앙이야 로슈포르 부부가 죽어야 유산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라도 있지, 야부키 가케루가 사건을 그냥 지켜만 볼 이유는 없어요.
이렇게 무의미하게 분량을 잡아먹느니 줄리앙을 정의의 명탐정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를 400페이지 정도로 줄이는게 훨씬 나았을겁니다. 이래서야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라고 부르기 창피할 정도에요.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트릭은 멋집니다. 역사적 소재를 작품에 잘 끌고 들어왔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요. 그런데 지금 읽기에는 좀 애매하고, 지루하며 단점도 명확한 편입니다. 책 뒤 해설을 보니 역자분께서 시리즈 최고작이라는 "철학자의 밀실"이 출간될 수 있도록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적고 계신데, 시리즈 출간이 더 이어지지는 않은 듯 싶군요. 약간은 아쉽지만 당연한 결과에요. 발표된지 거의 40여년이 지난 지금 읽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던 시리즈였습니다, 저와 같은 고전 본격물 팬이 아니라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04/08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 히가시노 게이고 / 최고은 : 별점 2.5점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진범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쿄에서 건축사로 일하는 마요는 중학교 선생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한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십여년 만에 만난 삼촌 다케시는 스스로 범인을 찾아내겠다며 수사에 나섰고, 마요도 삼촌과 힘을 합쳤다.
다케시는 오래전 사무라이 젠이라는 예명의 마술사여서 온갖 트릭과 심리전의 달인이었고, 덕분에 결국 범인을 알아내는데 성공하는데....

일본 추리 문학계의 거물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제목처럼 지명이 명확하지 않은 시골마을. 주인공 마요의 표현대로라면 '이름도 없는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본 적 없는 작고 평범한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답게 쉽게 읽히기는 합니다. 이런저런 수수께끼를 배치해서 흥미를 배가시키는건 솜씨도 여전했고요. 살인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누구인지? 범인은 왜 흉기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수건같은 기묘한 도구를 사용했는지? 범인은 왜 이상하게 피해자 집을 어지렵혔는지?와 같은 핵심 수수께끼 외에도 장례식장에 나타났던 모리와키 아쓰미의 정체는 무엇인지? 가미오 에이치가 도쿄까지 가서 만났던 인물은 누구인지? 모모코의 남편은 왜 간사이에 파견 근무를 갔다고 거짓말을 했는지? 마요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비밀은 무엇인지? 등 작 중에 스치듯 등장하는 수수께끼를 합치면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이에 대한 답들도 모두 합리적으로 공개되고 있고요. 최소한 불필요하게 등장해서 끝까지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맥거핀은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탐정역을 소화하는 '블랙 쇼맨' 가미오 다케시가 보여주는 여러가지 현란한 트릭들도 볼거리입니다. 도청기나 몰래 카메라같은 장치의 효과적인 사용은 기본이고, 손재주를 이용해 경찰 스마트폰을 몰래 빼돌려 정보를 입수하고, 사람들을 경험과 마술 트릭에 기반한 심리전으로 현혹시켜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는데 분명 과장되었지만, 그럴듯하게는 묘사되고 있습니다.
특히 장치, 손재주에 비해 심리를 활용하는 부분이 꽤 설득력있는 편입니다. 마요를 처음 만났을 때 "고양이를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말할 수 있었던 방법처럼요. 나중에 알고보니 고양이를 싫어하는 여자 아이는 없고, 그림도 일단 잘 그린다고 칭찬했을 뿐입니다. 어차피 칭찬이니 큰 문제는 안되며, 설령 그림을 못 그리더라도 누군가 칭찬하는걸 들었다고 할 생각으로요.
"일반적으로 인간은 뭔가를 상상하며 이야기하려 할 때 시선이 오른쪽 위로 향하는 경향이 있어. 반대로 사실을 떠올릴 때는 왼쪽 위를 향하지. 대강 말하면 거짓말을 할 때는 오른쪽, 사실을 말할 때는 왼쪽이야."라는 주장은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이전에 수차례 가키타니 경위를 만나서 확인했다는 전제가 뒷받침 된 덕분에 꽤 일리있는 추론의 근거로 사용되고요. "대화를 통한 정보수집의 철칙은 딱 하나다. 침묵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것. 10년지기처럼 대화를 즐겨."와 같이, 전문성이 느껴지는 대사들도 좋았습니다.

그가 수집한 정보들로 펼치는 추리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었던 기름 라이터 오일 자국에 첫 수수께끼였던 '수건을 흉기로 쓴 이유'를 결합한 추리가 대표적입니다. 마요는 범인이 몸싸움을 하다가 오일이 샌 게 아니냐고 했었지만, 라이터의 오일은 왠만하면 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오일 자체를 가지고 왔던 것이고, 이유는 무언가를 불태우기 위해, 즉 방화라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오일을 적시기 위해서 가져왔던 수건이 흉기가 되었던 거지요.

그러나 정교하거나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아서 추리할 여지는 적습니다. 애초에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를 피해자 가미오 에이치 주변 인물들 조사를 통해 드러내는, 일종의 '와이더닛' 계열 범죄물이거든요. 문제는 동기가 이야기 속 당대 최고의 인기만화 <<환라비>>를 그린 만화가 구기야마와 관련되어 있다는게 예상 가능했다는 점이습니다. '이름없는 마을'과 반대로, 당대 최고의 만화로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계속 이름이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가미오 에이치가 다가오는 중학교 동창회 겸 쓰쿠미 추모식에서 무언가를 공개하려고 했었고, 쓰쿠미는 생전에 구기야마와 아주 절친했다는 정보가 결합되면 답은 뻔합니다. 구기야마는 중학생 시절, 죽은 쓰쿠미와 함께 했지만 공개되면 안되는 추억이 있었던 것이지요. 즉, 구기야마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고고노에 리리카가 구기야마와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깨진 시점에서, 범인은 구기야마가 되는 셈입니다.
작가도 이렇게 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는 없었는지 가시와기가 주도했던 '환라비 하우스'와 관련된 잇권 다툼을 내세우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퇴직한 중학교 교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요. 급작스럽게 동창회를 앞두고 범행이 일어날 이유도 없고요.
추리도 억지가 많습니다. 고고노에 리리카가 범행 시각에 구기야마와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파헤쳐서, 그녀가 스기시타와 불륜 관계였다는걸 드러낸 추리처럼요. 아무런 근거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고고노에 리리카의 상대가 같은 동창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아울러 다케시 캐릭터는 심하게 작위적이라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더군요. 첫 등장에서부터 고구레 경감과 다투기 시작하는데, 과장이 너무 심했어요. 전형적인 천재형 독불장군으로 새로운 맛도 없고요. 조카에게서도 돈을 우려내는 모습 등 안티 히어로적인 묘사도 만화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며, 마지막에 사건에 관련되었던 동창들 앞에서 다케시가 추리쇼를 펼치는 것도 오랜 추리 소설 애호가로서는 즐길거리였지만 대체로는 비현실적인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엔터테이너로는 뛰어나다는걸 입증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재미 외에 읽어볼 만한 뚜렷한 가치는 비록 없어도, 재미가 가장 중요하지요. 제 별점은 2.5점 입니다. 킬링 타임용으로 적합한 작품이에요.

2020/12/06

동급생 - 히가시노 게이고 / 민경욱 : 별점 2점

동급생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소미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명문 슈분칸 고등학교 야구부 주장 니시하라 소이치는 야구부 매니저 미야마에 유키코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학기 초에 충동적으로 니시하라와 관계를 가졌었다. 니시하라는 유키코가 차도로 뛰어들은 이유는, 임신해서 산부인과에 가다가 고전 선생이자 학생 지도부 선생인 미사키 후지에에게 쫓긴 탓이었다는걸 알고 미사키 선생을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미사키 선생이 교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고, 천문부 부장 미즈무라 히로코가 자살 미수 상태에 빠졌다. 니시하라는 야구부 친구들과 탐문 조사를 벌인 끝에, 학생 지도부장인 하이토 선생이 처음부터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극 초기작으로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청춘 미스터리 장편입니다. 

추리적으로는 괜찮습니다. 범행 동기를 마지막 순간까지 교묘하게 감춘 덕입니다. 읽는 내내 미사키 후지에를 살해할만한 사람과 동기를 떠올리기 힘들거든요. 중반 이후 하이토 선생이 진범일거라는 의혹이 불거지기는 합니다. 유키코가 죽었을 때, 미사키 후지에 말고 하이토 선생도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요. 그러나 하이토의 알리바이는 트릭을 사용할 여지없이 완벽하게 입증됩니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게 살인을 저지를만한 동기도 아니고요.
유키코의 부모님 쪽이 동기는 더 확실합니다. 미사키 후지에가 뒤쫓아 간 탓에 딸이 죽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들도 범인일 수는 없습니다. 학교에 몰래 숨어들어 미사키 후지에 선생을 불러내기도 어렵고, 압박 붕대를 이용하여 니시하라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용의자들은 모두 범행을 저지를 수 없어서 독자들을 고민하게 만드는데, 진상은 미사키 후지에가 자살했다는 겁니다. 생각도 못했지만 설득력은 높아요. 

그녀가 자살할 때 사용된 트릭도 볼거리입니다. 그녀는 목에 붕대를 감고 한쪽 끝은 가스 밸브에, 다른 한쪽 끝에 덤벨을 매단 뒤, 학생들 사물함 속 내용물을 이용하여 만든 경사를 이용하여 덤벨을 창 밖으로 굴려 내렸습니다. 무거운 덤벨은 분해하여 현장에서 조립했고요.
단서 제공도 본격물 수준으로 공정합니다. 미사키 후지에가 관리 담당자였던 육상부실에 압박 붕대와 덤벨이 있었다는 증언, 미사키 후지에 자살 현장에서 어떤 학생이 자기 사물함 속 내용물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 교실 내 가스 밸브와 창 틀에 생긴 자국에 대한 설명, 교실 밖 벽에 생긴 이상한 흔적 묘사 등 관련된 정보 모두가 독자에게도 남김없이 제공됩니다.

목을 멘 붕대에 자살한 이유와 하이토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절절하게 써 놓았기 때문에 - 사고 현장에 같이 있었는데 학생들은 나만 비난한다, 하이토 선생이 자기를 지켜줄걸로 믿었는데 여고생 제자와 불륜 관계를 가져서 나를 배신하더라 등 - 뒤늦게 연락을 받고 나타난 하이토 선생이 현장을 수습하고 살인으로 위장했다는 것도 그럴듯했어요.

아울러 사건에 대해 주인공 니시하라가 나름대로 추리력을 선보이는 장면들도 꽤 괜찮았습니다. 신문 기사를 토대로 미사키 후지에를 죽인 흉기는 리본이 아니라 압박 붕대라고 추리하는 장면, 미사키 선생 자택에 남겨져 있던 워드프로세서 속 시험 문제인 '만장기'는 이미 지난 학기 문제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녀가 자살했다고 추리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리본이 흉기라는게 언급되지 않은 이유가 신문 기사는 사실만 써야 하기 때문이라는건 근거가 빈약합니다. 흉기를 숨기는 건 범인 심문 때 써먹기 위해 경찰이 곧잘 벌이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한 마디로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쥐를 잡은 격이지요.

미조구치 형사의 추리력도 돋보입니다. 니시하라의 반응만으로 그가 유키코를 진짜 사랑하지 않았다는걸 알아냈다는건 억지스럽지만, 이를 철저한 수사로 뒷받침하고 있다는건 마음에 듭니다. 유키코에게 연하장도 보내지 않았고, 전화 한 통 없었고,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없었다는 등 증거는 차고 넘치니까요. 그 뒤 히로코와 니시하라가 연인이었다는걸 밝혀낸 과정도 설득력 넘치고, 니시하라가 미사키 후지에 사건 범인이 아님을 확신한 이유도 타당합니다. 미사키 선생이 니시하라를 만나는데 꽃단장을 하고 올 이유도 없고, 니시하라가 범행에 구태여 붕대를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손으로 조르는게 당연하죠. 이렇게 전반적인 추리 관련 내용들은 모두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하지만 그 외의 나머지 부분들은 문제가 많더군요. 먼저, 니시하라를 비롯한 학생들이 선생님, 경찰 등 어른들 모두에게 반감을 품고 있는 치기어린 묘사는 불편했습니다. 선생님들에 대한 적대감이 특히 지나칠 정도에요. 선생님들 거의 모두를 학교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악하는 악인으로 그려졌는데 공감하기도 힘들 뿐더러, 시대착오적인 묘사였다 생각됩니다.
니시하라의 여동생 하루미가 선천적으로 병을 가지고 태어난건, 미즈무라 히로코의 아버지가 임원으로 있는 반도체 공장에서 폐수를 방류한 탓이라는 곁가지 이야기도 사족으로 느껴집니다. 사회파 흉내를 낸 걸까요? 그러나 사회 고발성 메시지는 강하지 않고, 오히려 이 때문에 주인공 니시하라가 사건의 원흉이라는게 불거질 뿐입니다.
원래 니시하라는 미즈무라 히로코와 교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히로코의 아버지를 만나 하루미가 병을 가지게 된 폐수 방류 사건에 대해 비난한 뒤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방황하다가 딱히 사랑한다는 감정도 없이 충동적으로 유키코와 관계를 가졌는데 그녀가 덜컥 임신하게 된 거지요. 한마디로 모든 사건의 원흉입니다. 유키코 부모님에게 살해당해도 할 말이 없을거에요. 이런 녀석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교사들을 폄하하며 정당함을 어필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와 닿을리가 없어요. 이런 점들 때문에 고등학생이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청춘 미스터리 느낌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교사, 어른들과 싸울 생각만 가득한,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들이라 풋풋함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탓입니다. 그나마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야구 시합에서 패한 뒤, 모든 힘든 과거는 떨쳐버리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마무리는 청춘물답습니다만... 앞서 이야기한대로 니시하라가 과거를 떨쳐버린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죗값을 치루는게 맞아요. 청춘이라는 말로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동기, 진상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미사키 선생이 이렇게 복잡스럽게 자살 현장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는 점에서 작위적입니다. 그냥 교실 아무데서나 붕대로 목을 메면 끝날 일인데, 덤벨을 조립하고 굴려내리는 등의 방법을 사용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니시하라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서? 어차피 하이토 선생이 뒷처리를 할 거라 현장의 상태는 상관이 없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추리적으로 볼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 외의 부분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감점합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 니시하라는 최악이에요. 구태여 찾아 읽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2020/08/09

테미스의 검 - 나카야마 시치리 / 이연승 : 별점 3점

테미스의 검 - 6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블루홀식스(블루홀6)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저지른 죄를 동족 인간이 판단하는 행위 자체가 불손하고 오만하네. 구로사와 재판관 (시즈카 재판관의 스승) 

쇼와 59년 (1984), 부동산업자 구루마 부부가 살해당했다. 우라와 경찰서 검거율 1위인 나루미 경부보는 유력한 용의자 구스노키 아키히로를 불법으로 연행하여 심문한 뒤 자백을 이끌어냈다. 나루미의 파트너인 신참 형사 와타세는 나루미의 방식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말없이 따랐다.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아키히로는 결국 몇 년 뒤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헤이세이 1년 (1989) , 나루미의 은퇴 후 도지마와 파트너가 된 와타세는 가미키자키에서 발생한, 고급 주택에서 아이와 아이 엄마가 강도에게 살해된 사건 수사에 나섰다. 주변에 목격자가 없는 환경이라 수사는 난항을 겪지만, 도지마와 와타세 컴비는 이 사건이 단순 빈집털이 사건인 오하라 현장과 유사하다는걸 알아낸 뒤, 흉기와 도구에서 열쇠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수사해 나간 끝에 범인 사코미즈를 체포했다. 그리고 와타세는 이 사건이 쇼와 59년 부동산업자 살인 사건과 유사하다는걸 깨닫고 심문을 통해 사코미즈가 진범임을 밝혀냈다. 

와타세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다가 조직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지만, 시즈카 재판관 등의 조언을 받고 사코미즈의 조서를 공개했다. 이후 언론의 대대적인 공세와 함께 사건 관계자들은 모두 좌천되거나, 해임되고 말았다. 그러나 핵심 수사관이었던 나루미는 이미 퇴임한지 3년이 지났기 때문에, 그리고 와타세는 내부 고발자로서 온다 검사로부터 보호받아 처분에서 빠져나갔다. 와타세 본인은 이에 대해 크게 자책하며 두 번 다시 수사에 오점을 범하지 않는 형사가 될 것을 결심한다.

23년 뒤인 헤이세이 24년 (2012).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사코미즈는 출소 직후 공중 화장실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고, 수사 1과 1반을 맡는 경부가 된 와타세는 독자적인 사건 수사에 나선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시리즈 등으로 접했던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편입니다. 잘못된 수사와 판결에 의한 '원죄'를 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 왜 가해자보다 피해자 가족이 더 비참해져야 하는지, 흉악한 살인범도 인권이라는게 있는지 등 여러가지 질문을 많이 던져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회파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사회파스러운 소재에 더해진 본격 추리라는 작풍이 작가의 특징인 듯 한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에요. 특히 '재판, 특히 사형 판결을 내린다는게 얼마나 무거운 행위인지' 알려주는 작품은 여러 편 보아 왔지만 묵직한 내용을 추리적으로 잘 포장한 작품은 "데이비드 게일"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그런 점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이야기는 시대순으로, 사건별로 구분되어 전개되지만 크게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부동산 업자 부부 살인사건 용의자 아키히로의 자백을 받아내어 그는 사형 선고를 받지만, 5년 뒤 일어난 고급 주택가 모자 강도 살인 사건 수사를 통해 진범이 드러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에 대한 묘사는 빼어납니다. 우선 부동산 업자 부부 살인 사건에서는 나루세 경부보가 용의자 아키히로를 옭아매는 조작 수사와 그 결과에 의한 재판이 아주 상세하고, 5년 뒤 일어난 고급 주택가 모자 살인 사건에서는 와타세 형사의 추리에 이은 수사에 대한 설득력이 높습니다.
모자 살인 사건 범인은 '열쇠업자' 일거라는 착안이 특히 빼어납니다. 범인은 도주하면서 직접 만든 자물쇠 따는 도구인 '피크'를 버렸는데, 와타세는 다시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리한 뒤 관련자 수사에 나서 범인을 체포하게 되거든요. 이후 범인 사코미즈가 전편에 등장했던 부동산업자 살인도 저질렀다는걸 알아차리는 과정 역시 이치에 합당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중반 이후, 진범 사코미즈가 모범수로 감형되어 23년 후 출소하자마자 살해된 사건에 대해서 다룹니다. 앞서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수사 중심이지만, 의외로 본격 추리물 느낌도 강하게 전해 줍니다. 알리바이 조작, 흉기 은닉과 같은 정통 트릭이 등장하는 덕분입니다. 마지막에 와타세 경부가 범인인 아키히로의 부친을 찾아가 사건 시각에 경운기에 탔던건 치매에 걸린 아내이고, 흉기는 농기구인 경운기 부품이었다고 밝히는 장면은 추리쇼와 다를게 없고요. 여기에 사코미즈 사건의 배후에 숨겨진 반전 -그를 죽이려는 온다 검사의 음모였다는 - 까지 더해져 추리적으로는 아주 풍성한 편입니다.

주인공인 와타세 경부도 매력적이에요. "연쇄 살인범 개구리 남자"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수사 기계처럼 등장했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 이유가 잘 드러납니다. 과거 원죄를 저지른 과오를 깊게 인식하고 두 번 다시 수사에 오점을 범하지 않는 형사가 될 것을 결심하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수사 기계보다는 인간적인 모습, 고뇌하고 고민하는 입체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져서 좋았습니다. 내부 고발자라 주위의 눈총을 받는 탓에 출세를 포기하고 범인 체포에 열중하는 모습도 설득력 높고요. 작품 속 진짜 수사 기계인 나루미 경부보는 알고보니 사건 해결에만 집착하는, 자기 중심적인 악당이라서 대비가 강렬했던 탓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 같습니다. 본 작품이 와타세 경부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라는데, 후속권도 계속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개구리 남자"의 주인공이었던 고테가와의 카메오 출연도 반가왔고요.

그러나 '진짜 흑막은 온다 검사!'라고 내세운 반전은 지나쳤습니다. 초반에 정의로운 모습을 보였던 온다 검사가 부동산 부부 살인 사건의 목격자로, 사건 당시 현장 근처 러브호텔에서 불륜을 저지르다가 범인을 목격했지만 나서서 증언하지 않은 바람에 애꿎은 아키히로가 사형 선고를 받고 죽게 되었다는 설정까지는 그럴싸 합니다. 범인 사코미즈도 '커플에게 들켰지만 경찰은 찾아내지 못한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비오는 밤에 커플이 사코미즈의 얼굴을 기억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거니와, 사코미즈가 당시 목격자인 온다 검사의 얼굴을 기억하여 협박하려 했다는건 정말이지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무려 28년 전 비오는 밤에 잠깐 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또 와타세 경부의 수사처럼, 28년 전 사건의 첫 목격자가 당시 '유명 연예인을 닮은 사람'을 보았던걸 떠올린 덕분에 그 선을 수사하여 진상을 알아냈다는건 그나마 말은 됩니다. 허나 이 역시 그 연예인 닮은 사람이 진짜 그 연예인이었다는건 지나친 우연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불확실한 목격 증언에 기대는 것 보다는, 사코미즈가 출옥한다는 편지를 피해자 가족에게 보낸 누군가를 상세히 캐 보는게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싶군요.

그리고 사코미즈가 아키히로 부친에게 살해당한다는건 더욱 억지스러웠습니다. 직접적인 피해자 가족인 부동산 업자 부부의 딸이나, 모자 살인 사건의 남편이 살해했다면 말은 됩니다. 하지만 아키히로의 부친이 진범 사코미즈를 살해한다? 부친이 원죄 사건에 대해 복수를 하고자 하면 최우선 목표는 나루미 경부보가 되어야 합니다. 사코미즈는 원죄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아키히로가 사형 판결을 받고 자살한건 경찰의 무리한 수사, 검찰의 무리한 기소, 그리고 이를 제대로 확인못한 재판관의 잘못이니까요. 그리고 와타세 경부도 이야기 하듯, 무려 28년을 (아키히로가 자살한 것부터로는 25년 쯤?)참고 살다가 급작스럽게 복수를 결심한다는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아울러 이 세 명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온다 검사는 어쩔 셈이었는지 설명되지 않는 것도 문제에요. 사코미즈를 없애기 위해서는 세 명의 피해자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는 정도로는 불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애초에 편지를 보내는 것 보다는 그냥 사코미즈의 주장을 무시하는게 정답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리고 중반부에서 경찰 조직이 과거의 실수를 알아채고 증거 (조서)까지 확보한 와타세가 이를 밝히려하자 철저히 격리시키고, 심지어 폭행까지 저지르는 과정이 지나치게 뻔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조직의 잘못을 알게 된 언론도 대중과 영합하여 총 공격에 나서며, 관계자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보호되고 처벌받으며 이 와중에 지나친 관료 주의가 대두되는 등등 모두가 이런 류의 작품에서 너무 많이 보아왔던 묘사들이에요. 게다가 와타세가 관계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며 사죄하는 모습은 솔직히 어이가 없더군요. 당연한 결과인데 말이지요. 본인이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것은 의아해할 수 있어도, 이는 조직에서는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 내부 고발자는 보호하는데 마땅하니까요. 와타세는 나루미 경부보만 처벌받으면 된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 것일까요? 말리는 선배까지 힘으로 눌러버리던 모습은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네요. 이런 묘사는 와타세 경부라는 캐릭터를 위해서는 불필요했다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비록 단점은 있지만 묵직한 주제를 추리적으로 재미있게 포장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원죄에 대한 뻔한 묘사는 조금 줄이고, 온다 검사 수사에 조금만 더 설득력을 부여했더라면 별점 4점도 충분했을거에요. 물론 이 정도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니만큼,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께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2017/10/02

아름다운 흉기 - 히가시노 게이고 / 민경욱 : 별점 1.5점

아름다운 흉기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스포츠 의학계의 유명인 센도 고레노리가 살해당했다.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던 중, 누군가 경찰을 죽이고 총기를 훔쳐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녀는 센도가 양성하던 궁극의 운동선수 '타란툴라'로, 센도를 살해한 과거 유명 스포츠 선수 4인방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쿄로 향했다. 그리고 4인방을 한 명 씩 차례로 참혹하게 살해해 나가는데...

긴 연휴를 버티기 위한 목적으로 집어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입니다. 얼마전 읽었던 단편집은 별로였지만, 장편은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 역시 기대 이하였습니다. 이유는 많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추리 소설이 아닌 탓이 큽니다. 타란툴라가 은퇴한 스포츠 선수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전부이며, 복수는 그녀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에 기대고 있을 뿐이라 별다른 두뇌 게임이나 추리가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경찰 수사라도 치밀하냐 하면, 그 역시 아닙니다. 무려 키가 190cm 가까이 되는 외국인 여성인 타란툴라가 도쿄 시내를 돌아다니며 행하는 복수 과정에서 본인을 숨기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그녀가 복수를 거의 성공할 때 까지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경찰 여러 명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는데도 캐릭터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뭐 하는게 있어야 기억에 남지요...

추리적으로 별게 없다면 전개에서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어야 하는데, 이 역시 실망스럽습니다. 타란툴라의 신체 능력이 너무나 압도적이며, 복수도 너무 쉽거든요. 임산부를 보고 갑자기 감성적으로 돌변하여 자멸한다는 결말은 허무하기 그지 없고요. 

독자로서 감정이입할 대상을 찾기 힘들다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복수 대상인 도핑 4인방은 어쨌건 과거 도핑 경력에 더해 센도를 죽인 일당이니 벌을 받아도 싸고, 타란툴라 역시 복수라는 명분은 있지만 아무 죄도 없는 경찰을 살해했으니 선역이라고 볼 수 없으니까요. 결국 악당들끼리 서로 죽이는 이야기가 되어버리는데, 이래서야 관심이 갈 리가 없지요.

사실 이렇게 특수 능력을 갖춘 킬러가 복수를 진행하고, 경찰이 이것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작품은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습니다. "신주쿠 상어" 시리즈 두번째인 "독 원숭이"가 대표적이지요. 그러나 단순히 비교해 보아도 "독 원숭이"에서 복수 대상은 사악한 야쿠자이고, 독 원숭이가 복수를 행하는 이유도 충분히 공감할만해서 독자는 충분히 감정이입할 수 있습니다. 독 원숭이를 쫓는 사메지마의 활약도 충분히 설득력있고 흥미진진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러한 특징을 단 한 개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독 원숭이"가 그닥 훌륭한 작품이 아닌데도 도저히 비교가 될 수 없는 수준이에요.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이름값에 걸맞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4인방 중 한명인 사쿠라 쇼코가 진정한 흑막이라는 진상, 반전이 대표적입니다. 그녀가 센도를 살해한 총을 몰래 숨기고 있다가 그 총을 사용하여 타란툴라에게 한 방 먹이고, 히우라 유스케를 살해하여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다는 계획은 꽤 그럴 듯 합니다. "아름다운 흉기"라는 제목이 타란툴라가 아니라 쇼코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중의적 의미를 지녔다는 점에서는 무릎을 치게 만들어요. 아울러 경찰이 진상, 진범을 눈치채게 된 이유가 히우라 유스케에게 총을 쏜 인물의 신장이 160 이하일 것이라는 검시 보고서 때문이라는 전개 역시 합리적입니다.

이과계열 작가다운 독특한 도핑 이론도 눈길을 끕니다. 특별한 스테로이드를 여성에게 장기 투약하여 조기 유산하는 체질로 만들어, 여자를 항상 임신 상태에 있게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임신 상태는 근육이 생기기 쉬운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여러모로 실현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럴듯하게 들리기는 했어요. 이 덕분에 타란툴라가 복수하는 이유(아이의 아버지?)도 나름 부각되고요.

그래도 장점에 비하면 단점이 더 눈에 띄며, 킬링 타임용으로 읽기에도 너무나 시시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무리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차라리 추리,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SF 스릴러 측면에서 봤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추리적으로 별 내용이 없고, 강화인간의 복수 과정이 중심이 된 이야기니까요. "블레이드 러너"나 "사일런트 뫼비우스"처럼요. 타란툴라가 스포츠 의학, 도핑을 통해 만들어낸 일종의 강화인간이기 때문인데, 이러한 점은 "윈터 솔져"하고도 좀 비슷해 보입니다. 내용이나 설정을 놓고 본다면, 영화나 만화로 발표되었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군요.

2020/08/01

현란한 유리 (絢爛たる流離) - 마쓰모토 세이초 / 이규원 : 별점 2점

현란한 유리 - 4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의 소유자들이 온갖 범죄에 휘말린다는 내용의 마쓰모토 세이초의 연작 소설입니다. 1963년에 연재된 작품을 모아서 출간했다니 비교적 초기작이지요. 그래서인지 대담한 시도와 아이디어들이 눈에 띕니다. '연작'이라는 구성과 12편 중 8편의 작품이 두 편 씩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 '트릭'이 괜찮은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시대별로 상세한 배경 설정과 묘사도 돋보였습니다. 고물이 돈이 되는 상황에서 불량품 철사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는 "티켓" 에서는 시대 상황이 범죄의 이유가 되기까지 합니다. 작가의 조선 주둔군 시절을 바탕으로 한 "백제의 풀"과 "도망"은 경험없이는 쓸 수 없는 묘사들로 가득차 있고요.

그러나 이야기 하나하나의 완성도는 아쉽습니다. 구태여 연작으로 엮을 필요가 없었던 이야기들도 많았기에, 12편의 이야기 수를 좀 더 줄이고, 다이아몬드 반지에 얽매이지 않았다면 더 좋있을 겁니다.

단편들 전체를 평균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작가의 다른 단편집들과 비교하면 많이 처집니다. 이 보다는 저도 몇 편 소개해드렸던 작가의 다른 단편집들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무려 12편이나 되니 리뷰도 큰일이네요. 읽다 지치실듯.

"토속 인형" 

기타큐슈의 광산 재벌인 야쓰오 광업의 데릴사위 다다오와 딸 다에코 부부는 별거 상태로 지내다가, 불황으로 야쓰오 광업이 무너진 뒤 다다오는 취미인 토속 인형 수집품과 함께 도쿄의 다에코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다에코에게는 아버지의 유산이 많이 님아 있었던 덕분에 화려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에코가 취미로 배우는 '노' 관련된 사범들이 집에 드나들면서 다에코와 어울리는걸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보던 다다오가 병으로 사망한 얼마 뒤, 다에코는 살인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다다오 유골에서 다량의 비소가 검출되었기 때문이지만, 다행히 변호사 기타야마의 활약으로 그녀는 무죄 판결을 받는다...

쇼와 초기 기타 큐슈 광산 재벌에 대한 묘사도 상세하지만, 정말 남의 눈과 입을 빌어 이야기하는 듯한 완벽한 3인칭 묘사로 진행되는 부부의 관계 묘사가 재미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변호인의 변론이 아주 기가 막히거든요. 토속 인형 수집품에 독살스러울 정도로 도드라지는 빨간색 인형들이 있었는데 이 빨간색은 비소가 함유되어야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인형 수집품을 다다오와 함께 화장해서 비소가 검출되었다고 주장합니다. 현대의 과학 수사로는 비소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다다오의 유해인지, 인형 때문인지) 충분히 구분할 수 있겠지만, 1930년에는 불가능했을테니 무죄 판결을 받은건 당연해 보입니다. 어차피 형식적인 부부였는데, 금융적인 부분도 다에코가 전권을 쥐고 있고 다다오의 죽음으로 별로 얻어서 다에코가 살의를 품을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이를 법정에서 밝혀 무죄 판결을 끌어내기 때문에 괜찮은 법정물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다다오 살해가 급작스럽게, 뜬금없이 일어난다는 점, 특별한 살해 동기가 없다는건 분명한 약점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살의를 품고 비소를 먹였는데, 그 이유가 불분명하니 답답하더군요.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부인의 쓰즈미" 

1편에서 활약한 기타야마 변호사가 다에코의 집에서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다에코의 노 사범 중 한명인 쓰즈미 사범 오쿠라 고헤이였다. 그는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발각되어 체포되었으며, 흉기인 비수에 강습용 쓰즈미의 끈이 감겨 있었기 때문에 범인으로 몰렸다...

비수가 여자 힘으로는 불가능할 정도로 깊게 꽂혀 있었고, 다에코는 흰 기모노를 입고 있었지만 혈흔이 전혀 묻어있지 않아서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갑니다. 그러나 결국 다에코가 범인이었다는게 밝혀진다는 이야기지요.

트릭은 간단합니다. 빨래용 대나무 장대 끝에 비수를 묶은 뒤 먼 곳에서 찌른거에요. 지렛대 효과로 더욱 강한 힘이 가해져 깊숙이 찔렀고, 먼 거리라서 흰 기모노에 피가 튀지 않았지요. 트릭의 밑밥을 깔기 위해 다에코가 몇일 전부터 이웃집에 '노' 강습을 권하러 갔다던가, 그날따라 계절과는 맞지 않는 흰 기모노를 입었다던가 하는 사전 준비도 설득력있게 묘사되며, 쓰즈미 사범 오쿠라 고헤이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간단한 조작 - 단도에 쓰즈미 끈을 감아 둔 - 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 범행이 작품에서처럼 성공했을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뼈 등이 있어서 한 방에 가슴을 찌르는건 먼 곳에서는 쉽지 않았을테니까요. 또 다에코가 범행을 자백한다는 결말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버려진 빨래용 대나무 장대에 경찰이 주목한 정도일 뿐, 아무런 증거도 없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살해 동기, 즉 남편을 살해한건 다에코가 맞으며 기타야마는 이를 가지고 다에코를 협박했기에 살해했다는 동기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에 다에코가 다시 처벌 받을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일사부재리에 대해서는 기타야마가 다에코에게 직접 이야기해 주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 동기 없이도 가까운 남자들을 죽이고 파멸시키는 다에코라는 악녀의 최후를 그렸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뿐, 추리적으로나 내용면으로나 특별히 건질건 없습니다.

"백제의 풀"

일제 강점기 막판, 전라북도 금읍에서 일하던 일본인 이하라는 아내를 두고 군에 소집되었다. 부대는 집과 가까왔지만 이등병 신분으로 외출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부대의 고급 참모 야나기하라 소좌가 자신의 사택에 하숙한다는걸 알고 난 뒤, 이하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어느 날, 모악산 기슭 금산사 경내에서 야나기하라 고급참모가 단도같은 흉기로 난도질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조선이 무대라서 반가왔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조선 주둔군 소속 일본군인들이며, 살인 사건이 벌어진 현장이 백제 고찰 금산사거든요. 죽은 야나기하라가 오른손으로 풀 한 줌을 꽉 쥐고 있었기 때문에 제목도 "백제의 풀"이지요. 전쟁 말기 조선 정읍이라는 지방에 대한 여러가지 상세한 묘사도 돋보였는데 작가가 전쟁 말기, 조선 정읍에서 주둔했던 경험을 토대로 쓴 티가 물씬 납니다. 내지보다 조선이 안전하다, 미국도 조선은 독립시켜 장차 우방으로 확보해 두고 싶을테니 폭격하지 않을거라는 이하라의 식견이라던가, 불령선인이 범인일 수 있다는 등 디테일들도 좋았고요.

추리적으로도 군인으로 위장한다면 만사형통이었을거라는 아이디어, 그리고 이를 위한 간단한 변장 트릭과 이 트릭이 결국 단서가 된다는 전개 모두 괜찮았습니다.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야나기하라 소좌는 사건 당일 누군가 다른 군인과 함께 걸어서 어딘가(금산사) 로 이동하는게 목격되었습니다. 그래서 범인은 정체 불명의 군인이라 여겨졌고요. 그러나 유이치와 친분이 있던 보급 담당자 다카스기의 추리는 달랐습니다. 유이치가 새 군복을 부탁해서 몰래 새 군복 한 벌을 주었지만, 유이치가 새 군복을 결국 입지 않았던걸 단서였어요. 유이치는 새 군복을 어디에 썼을까? 정답은 유이치는 새 군복을 아내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밤에 몰래 부대를 나가, 군복을 입고 군인으로 위장한 아내와 밀회를 즐겼는데, 그만 야나기하라에게 발각되어 버린거죠. 그래서 아내가 이를 가지고 협박하던 야나기하라를 살해했다는 겁니다. 이 추리가 정답이었는지, 결국 유이치는 사지 오키나와로 전속되어 버린다는게 이야기의 결말이고요. 이 범행을 알아챈 윗 선의 누군가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하라 부인이 군인으로 변장해서 금산사까지 이동해 밀회를 즐길 이유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집 근처 어딘가, 혹은 부대 근처 어딘가에서 밀회를 하는게 당연한 발상 아닐까요? 이하라의 장인은 결혼 선물로 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줄 정도의 재력이 있는 인물인데, 이 정도 인물의 후광으로도 근처에 있는 아내를 보러가는게 과연 불가능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밀회를 알아낸 뒤, 야나기하라 역시 부인을 절로 꾀어내어 즐기려다가 살해당했을거라는 추리도 이상합니다. 야나기하라는 이하라 부인 집에 하숙하고 있었는데 구태여 밤에 외출할 필요는 없잖아요.

무엇보다도 전시에 그나마 편한 조선에 있으면서 아내와 밀회를 즐기려고 몰래 부대를 빠져나간 병사는 솔직히 죽어도 싸다고 생각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도망" 

전라북도 금읍에 위치한 남조선 연안 방비 사단에 새로 부임한 시노하라 겐사쿠 경리 대위는 사택 부인들과 안면을 텄다. 그리고 고고학 전공자라서 휴일에 금산사 경내를 산책하던 중, 사택 부인 중 한 명인 히사코를 만나 일종의 연정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금산사를 더 자주 찾다가 하숙집 주인인 야마다 기사장, 금읍 최고의 부자 일본인인 속물 오이시 등만 차례로 만난 뒤, 이들이 왜 절에 왔는지 의문을 품게 되는데...

전편에 이어지는, 조선 주둔 일본군의 최후를 그린 작품입니다. 수수께끼는 야마다 기사장과 오이시가 왜 금산사를 찾는지? 인데, 이는 추리가 아닌 시노하라 대위의 미행을 통해 드러납니다. 야마다 기사장은 절에 초단파 수신기를 숨겨두고 몰래 전황을 들어왔던 겁니다. 기사장은 일본이 망하면 조선인이 봉기할테니 빼돌린 금을 가지고 바로 달아날 생각이었거든요. 오이시 역시 같은 목적이었고요.

여기까지는 꽤 흥미롭지만, 진상이 밝혀지는건 미행에 따른 결과라 추리물로 보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이후 전개는 상상을 아득히 초월합니다. 착하고 순진해보였던 역사학도 출신 군인 시노하라 대위가 일본 패망을 알고 군비를 빼돌리고 오이시와 야마다를 꼬드겨 일본으로 탈출하다가 둘 다 살해한다는 막장 이야기로 흘러가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이하라 부인마저 살해하고 반지를 빼앗는다는 암시마저 등장하니 말 다했지요.

일장기에 색을 칠해 태극기를 만들고 봉기한다는 등 당시 조선에 있지 않았다면 몰랐을 디테일은 여전히 놀라운 수준이고, 일본인들이 자기 하나 살자고 조강지처까지 버리면서 발악하다가 모두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들어요. 허나 앞서 설명드렸듯이 추리적으로나 전개 면으로나 그다지 점수를 줄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비와 2층" 

전쟁 때 군대에서 운전사로 일하던 하타노는 물자를 빼돌린 뒤 전후 암시장을 통해 한 몫 단단히 잡았다. 레이코와 바람이 난 하타노는 아내 아키에와 이혼하고 싶어지지만 위자료가 아까와 죽일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하타노가 아키에를 살해하는데 사용된 기상천외한 트릭이 눈길을 끕니다. 아키에에게 큰 장화를 뒤집어 씌운 뒤, 곧바로 외출하면서 아랫층 관리인에게 부인이 히스테리를 부리니 윗층에는 올라가지 말라고 지시했던 겁니다. 피해자는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든 장화를 벗으려 발버둥 쳤지만, 관리인은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생각해서 올라가지 않았고요. 이후 아키에는 질식해서 죽음에 이르지만 이 때까지는 살아있었으니 범인 하타노의 알리바이도 완벽하게 성립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일종의 시한장치 트릭인거지요. 

트릭도 트릭이지만 흉기인 고무 장화는 하타노가 취급하는 물자로 현장에 널려있었다는 점, 또 시체를 발견한 뒤 곧바로 장화를 벗기고 자신이 신어서 증거를 인멸한 마지막 행동이야말로 진짜 탁월한 아이디어였습니다. 하타노가 1년 뒤 암시장에서 총에 맞아 죽는다는 허무함도 전후 일본의 상황과 잘 어울렸고요.

범인 하타노가 대단한 완력을 지녔다는 등의 디테일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건 조금 아쉽네요.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나무랄데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석양에 물든 성" 

스미코는 아버지의 지인인, 국회의원이었다는 아와시마에게 속아 시골 명문가의 미치광이 외동아들에게 시집간다. 행복했던 나날은 잠깐 뿐, 남편의 광증을 알게 된 스미코는 이혼한 뒤 본가로 돌아온다. 그런데 뻔뻔한 아와시마는 되려 그녀를 농락하고, 살의를 품은 스미코는 아와시마를 사고로 위장하여 살해한다.

시골 명문가의 미치광이 외동아들, 후계자라는 뻔한 소재가 등장하기는 하는데 그 존재는 사건과는 무관하다는게 특이했던 작품입니다. 솔직히 왜 등장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그 외에는 딱히 인상적인 부분도 없어요. 스미코가 아와시마에게 농락당한다는 전개도 지금 보면 영 이해가 되지 않았고요. 스미코가 러브 호텔에 투숙한 아와시마에게 수면제를 탄 맥주를 먹이고, 욕실에서 익사시킨다는 범행의 설득력은 높지만 추리적으로는 그닥입니다. 결국 사고사로 처리될 뿐 범행은 드러나지도 않고, 추리의 여지도 없으니까요.

한마디로 신세 망친 처녀의 복수를 그린 드라마인데 전형적이고 뻔해서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전등" 

아버지의 골동상에서 일하던 스미코에게 혼담이 들어오지만 계속 거절하던 어느 날, 그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혼담을 가져오던 가나이와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추파를 던지던 무라타였다. 둘 중 누가 범인인가?

전편의 주인공 스미코가 이번에는 피해자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스미코가 살해된 시간과 그녀의 방에 침입한 수법 등 범행 관련 정보를 초반부에 상세히 알러줍니다. 이 과정에서 '왜 범인은 살해 후 도주하면서 전등을 켜 놓았는지?'라는 수수께끼도 드러나고요. 전등만 꺼 놓았다면 시체가 보다 늦게 발견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 수수께끼가 앞서의 범행 시간, 범행 방법과 조합되어 뭔가 대단한 트릭이 나오겠구나! 싶은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그런데 진상은 생뚱맞습니다. 불을 끄지 않은 이유는 범인이 도주할 때 지진이 일어나서 지진을 무서워한 범인이 경황없이 도주했기 때문이라는 건데, 앞서의 복선이나 단서를 통해 밝혀지는게 아니거든요. 이를 경찰이 밝혀낸건 가나이가 연행된 상태에서 지진이 일어난 덕분입니다. 운과 우연이 조합된 결과인거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착상은 재미났지만, 정교함이 아쉽습니다.

"티켓"

고물상 다이치는 골동상의 첩 스가를 통해 철공소의 폐품 철사를 얻어 팔게 된다. 철사의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폐품 철사를 풀어서 파는데 큰 인건비가 들게 되어 고민 끝에, 고물업자 사카이의 요청 - 철사 푸는 기계를 만들테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 - 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스가까지 끌어들여 큰 돈을 투자한 기계는 실패했고, 스가의 독촉에 시달린 나머지 다이치는 사카이와 함께 스가를 살해하고 그녀가 가진 돈을 가로챌 계획을 세우는데...

다이치와 사카이가 스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그녀를 범행 현장까지 끌고가 죽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도서 추리물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범인의 완벽한 계획을 파헤치는 수사가 이어서 펼쳐지지는 않고, 사카이가 다이치까지 죽이려다가 자신이 죽고만다는 다소 허무한 결말이라서 도서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추리물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어려워요. 사카이가 다이치를 죽일 이유가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왕 한 명을 죽였다면, 한 명 더 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죽이려면 인적없던 스가 살해 현장에서 바로 죽이는게 당연합니다. 스가가 가지고 있던 돈을 반으로 나누지 않아도 되니까요. 멀고 먼 시골 촌구석인 현장에서 기껏 도망쳐 나온 뒤, 시체에 유력한 증거인 '기차표'를 남겨두었다는 말로 다시 다이치를 현장으로 보낼 이유는 없어요.

전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돈에 매달리는 인간 군상에 대한 디테일은 좋습니다. 범죄에 빠져드는 과정, 범행이 일어나기까지의 긴장감도 잘 그려내고 있고요. 그러나 정작 중요한 범행 동기가 여러모로 납득이 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대필"

쓰치다 사부로의 집에 하숙하는 양공주 나쓰코는 대필을 업으로 하는 도쿠라와 사귀게 되었다. 그녀는 빅터라는 중사의 '키푸' (병사 한 명에게만 전속된 아가씨)였는데, 종종 빅터에게 폭행을 당해 멍이 들고 화상을 입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쓰코는 도쿠라와 밀회를 위해 준비했던 집에서 죽었다. 사인은 질식사였는데, 그녀의 몸 어디에도 아무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고 가스 중독이나 약물에 의한 죽음도 아니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범인이 나쓰코를 어떻게 살해했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인 본격물입니다. 허나 후더닛물은 아니에요. 범인은 도쿠라일 가능성이 가장 높거든요. 가장 처음 시체를 발견했을 뿐더러, 유력한 용의자는 빅터와 도쿠라밖에 없는데 빅터는 나쓰코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요. 그래서 범행 방법만 알아내면 되는, 구태여 표현하자면 하우더닛물인 셈이지요.

등장하는 흉기는 전기입니다. 변압기를 연결하여 가정용 100볼드를 승압하여 감전사 시킨 것으로, 도쿠라는 간다에 있는 전기 학교를 졸업했다는 부연 설명도 있고, 나쓰코 시체에 땀을 많이 흘렸다는 단서도 제공하는 등 나름 공정한 정보 제공에도 신경 쓴 티가 납니다.

그러나 전기 감전사의 경우 몸에 흔적이 남기 마련입니다. 도쿠라가 나쓰코 화상 자리에 전선을 가져다 대었다 한들 그 흔적이 완벽하게 감추어졌으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어요. 또 앞서 말했듯 유력한 용의자는 도쿠라밖에 없기에, 경찰이 조금만 더 파고들었다면 범행 방법은 몰라도 범인을 밝혀내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생각되고요. 무엇보다도 도쿠라의 동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양공주와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대표작인 "제로의 초점"이 떠오르네요.

"안전율"

도아 철강 회장 가구 류헤이에게 좌익 학생운동 단체인 총학련 재정부 부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흥미를 느낀 가구는 후쿠시마 준이치와 만나 그들의 사상을 들은 뒤, 2만엔을 기부했다. 그 뒤, 가구는 자신과 내연 관계에 있는 스탠드바 '코스타리카'의 마담 사호코가 바텐더 기미지마로부터 협박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총학련 시위를 이용해 기미지마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는데...

적군파로 대표되는 60년대 급부상했던 좌익 학생 운동이 등장하는게 이채로왔던 작품. 사회적 이슈를 고발하는 작품을 써 왔던 사회파 작가답습니다. 좌익 운동의 지도부는 대학생 애송이들이지만 당시 사회 지배층들이 상당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묘사도 신기했고요. 또 프락치를 멤버들이 구분하여 린치하기 위해 특별한 표식을 한다는 설정도 그럴듯 했습니다.

그러나 좌익 운동은 그냥 신기한 소재 이상의 역할을 하지는 못합니다. 이를 범행에 사용할 의도였다면 목적, 방법이 명확했어야 하는데 , 단지 등 뒤에 마크를 하는 정도로는 많이 부족해요. 기미지마가 연적이라 할 수 있는 가구의 초대로 선뜻 학생 운동 현장에 나타났다는 내용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시위가 격해지기 전에 귀가해 버렸을 수도 있는 등 헛점도 많습니다. 차라리 마크는 경찰을 속이기 위함이며, 가구 회장이 직접 살인을 저질렀다는 식의 전개가 나았을거에요. 여러모로 너무 대충 넘긴 느낌입니다. 이 한 편만으로는 완성된 이야기로 보기 어렵네요.

아울러 "시마 과장" 등을 보아도 알 수 있지만, 당시 일본 고위 인사가 내연의 처가 있는게 별로 문제가 되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문제가 되었더라도, 회장이 직접 살인에 나선다는건 현실적이지 않지요.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림자"

전 편에서 기미지마가 좌익 학생 운동 단체에게 살해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호코가 살해했다는게 밝혀지는 이야기입니다. 전 편이 완성된 작품이 아닌 느낌이 든 건 당연합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기미지마 살해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니까요. 사호코 마담이 기미지마를 바에서 찔러 죽인 것이라고요. 그 뒤 그녀는 가구를 위해서 죄를 지었기에 그를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사랑 이야기죠? 그런데 와 닿지 않기는 전편과 마찬가지입니다. 전 편은 이야기의 구멍이 많은게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범행 방식이 문제입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이용해 유리를 잘라 흉기로 사용했다는게 특히 억지스러워요. 바에 흉기가 한두개가 아닐텐데 왜 흉기를 만들어가면서까지 범행을 저질렀을까요? 그것도 끼고 있던 다이아몬드로 유리를 잘라가면서까지? 그냥 유리를 깨도 뾰족한 조각은 쉽게 얻을수 있었을텐데? 게다가 마지막에 다이아몬드에 난 상처가 큰 증거인 것 처럼 묘사되는데, 이는 절대로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그걸로 유리를 잘랐다는건 증명하기도 불가능하고요.

경찰 수사망에 반지가 걸리는 것도 우연에 불과한 등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소멸" 

N시 호텔 공사 현장에서 일하게 된 17세 소년 지로는 휴일에 우연히 별장촌 주민 도요코를 만났다. 그녀는 지로가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는걸 알고 여러가지 선의를 베풀었고, 지로는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도요코는 결혼하여 별장촌을 떠난다고 지로에게 말했고, 지로는 도요코의 약혼자를 살해한 뒤 약혼 반지를 빼앗지만 이후 주박처럼 반지에 얽메이는데....

계급간 격차로 인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살의를 불러온다는 통속적인 내용의 작품. 그래도 밑바닥 노동자와 부잣집 딸이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보다는 현실적이기는 합니다. 계급 격차를 빼면 '질투심'으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러나 도요코가 경찰에게 지로의 존재를 숨길 필요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별장에 초대해서 식사까지 대접해서 별장 고용인들도 아는 사실인데 왜 함구시켰을까요? 그녀 역시 나름대로 지로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걸까요? 하지만 그에 대한 묘사는 전무합니다. 

게다가 마무리는 최악입니다. 지로가 증거인 다이아몬드 반지를 두려움 때문에 항상 소지하고 다녔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낮지만, 급작스럽게 반지를 공사현장 철근에 용접한 뒤 철근이 떨어져 이상한 흔적이 들통난다는 결말은 우연치고도 그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심지어 공사장 옆을 지나가던 행인이 떨어진 철근 자재에 맞아서 중상을 입고, 그래서 경찰이 함께 현장을 조사하던 중 철근에 백금이 달라붙은걸 알게 된다? 이 정도면 지로가 반지를 낀 채로 사건 담당 형사 앞에 떨어진다 수준의 우연일 겁니다.

고도 성장이 시작되는 상황에서의 빈부 격차, 사회 문제를 통속적이고 다룬 진부한 이야기로 추리적으로도 눈여겨 볼 부분은 없습니다. 반지를 이야기에 억지로 엮다가 마지막에 없애기 위해 만든 이야기로밖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21/11/13

노킹 온 록트 도어 - 아오사키 유고 / 김은모 : 별점 2.5점

노킹 온 록트 도어 - 6점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엘릭시르

우리 탐정 사무소의 현관문에는 인터폰이 달려 있지 않다.
차임벨이나 초인종, 노커 따위도 없다.
따라서 방문자들은 반드시 맨손으로 문을 노크해야 한다.
왜냐하면 노크하는 방법에 따라서 어떤 손님이 문 앞에 서 있는지 대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타쿠 탐정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새로운 시리즈 단편집입니다. 불가능 전문 고텐바 도리, 불가해 전문 가타나시 히사메, 두 명의 탐정이 함께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 '노킹 온 록트 도어'에서 의뢰받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일곱 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완벽한 고전 본격물 스타일이라는 점입니다. 모든 작품들에 일정 수준 이상의 트릭이 사용되어 있으며, 이를 추리하기 위한 단서들도 독자 시점에서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추리 소설 황금기 시절 대표작들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에요. 과연 신세대 본격물로 유명했던 오타쿠 탐정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작가다왔습니다.

그러나 현대 배경 본격물의 지닐 수 밖에 없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단점은 있습니다. '탐정 사무소'에 '불가능 사건'의 해결을 의뢰한다는 기본 설정부터가 현대물에 적합할리 없지요. 의뢰를 받기는 하는데, 보수를 누구한테서 어떻게 받는지는 설명되지 않는 등, 여러 모순이 눈에 뜨이기도 하고요. 작품 속 트릭들도 마찬가지에요. 법의학이나 법과학으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었던 트릭이 많은 탓입니다.

캐릭터도 아쉬웠습니다. 고텐바 도리가 특히 그러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반말을 하고 탐정이라는 자의식이 넘쳐나는 캐릭터 묘사 자체가 영 별로였거든요. 우라조메 덴마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캐릭터의 독특함과 매력은 훨씬 못 미칩니다. 히사메는 약간이나마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덕분에 그나마 조금 낫기는 했습니다만, 도긴개긴이었어요.

게다가 한 명은 불가능, 즉 하우더닛 쪽 전문가이고 다른 한 명은 불가해, 즉 와이더닛 쪽 전문가라는 설정은 최악입니다. 와이더닛 탐정 히사메의 존재는 아무리봐도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수록작 중 히사메가 '불가해'를 풀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은 "다이얼 W를 돌려라"밖에는 없습니다. "이른바 하나의 눈 밀실"에서 불가해한 상황을 풀어내기는 했지만, 완벽하지는 못했고, "칩 트릭"에서는 트릭을 풀어냈지만 이는 이토기리 미카게로부터 결정적 증거를 입수했던 덕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차피 불가능 범죄에 대한 내용이라서 설정상으로는 히사메가 활약하면 안되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반대로 불가해 상황이 등장하는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에서는 히사메는 헛다리를 짚고, 진상은 도리가 풀어냅니다. 이 역시 설정에 반하는 작품인 셈이지요. 대체 왜 두 명의 탐정이 필요했던걸까요? 셜록 홈즈와 그 라이벌들의 시대였다면 모를까, 현대물에 가당키나 한 설정도 아니었고요. 그렇다고 둘이 있을 때 뭔가 재미가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종일관 둘의 말다툼이 이어지지만 별다른 재미는 없었어요. 추리를 하면서 둘 사이의 티키타카가 빛났던건 "십 엔 동전이 너무 없다"가 유일했습니다. . 

아울러 악당들을 위해 트릭을 설계해주는 '칩 트릭' 이토기리 미카게도 "소년탐정 김전일"의 지옥의 광대 요키치나 "탐정학원 Q"의 케르베로스와 같은 만화 속 등장인물을 떠올리게 만들며, 경찰 쪽 협력자이자 친구인 우가치 기마리 경위가 막과자를 좋아한다던가 하는 소소한 설정들도 만화적이라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본격물로는 나쁘지 않지만, 이런 점들로 볼 때 차라리 만화화 버젼 쪽이 더 나으리라 생각되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노킹온록트도어" 

살해당한 화가 가스미가 히데오의 미망인 미즈에가 사건 해결을 의뢰했다. 화가는 잠긴 작업실에서 등에 칼에 꽂힌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작업실은 밀실이었다. 남겨져있던 화가의 풍경화 여섯 점은 액자에서 꺼내져 바닥에 내팽겨쳐져 있었고, 그 중 한 점은 온통 새빨갛게 덧칠이 되어 있었다...

두 탐정 및 관련된 모든 설정이 소개되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표제작입니다. 트릭은 그림 여섯 점을 쌓아서 문 앞에 놓고, 카펫으로 덮어놓았던 겁니다. 그 위에 성인 남자 두 명이 서서 문을 열려고 해서 문이 열리지 않았던 거지요. 문이 잠겨있던게 아니라요. 그림 두께만큼 카펫 길이가 부족해져서, 맨 위 그림은 카펫 색깔로 덧칠했던게 새빨간 그림으로 남게 되었고요. 

범인은 걸쇠를 열 도구를 가져와 달라는 핑계로, 함께 있던 어머니와 미술상을 아래로 내려보내어 현장을 정리할 수 있었던, 그리고 잠겨져 있지 않았던 문을 여는 척 했던 화가의 아들 류지였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본격 추리 소설로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트릭의 핵심인 복도의 폭과 레드 카펫의 존재, 그림 크기와 캔버스 두께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릭을 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단서였던, 문을 두드릴 경우 바닥으로 떨어지는 하얀 페인트 가루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빼 놓지 않고요. 트릭을 파헤친 뒤, 이를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전개도 합리적이었어요.

그러나 그림을 카펫 바닥에 깔았던 이유는 아버지의 친구인 미술상이 그림을 밟게 만드려는 목적이었다는 히사메의 추리는 억지스러웠습니다. 자기 작품에 대해 모욕받았다는 동기는 명확했고, 작업실을 밀실로 만들려는 목적도 확실해서 이를 불가해 상황으로 볼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논리대로라면 밀실은 우연히 발생했다는 의미가 되잖아요? 

마지막 히사메의 추리가 없었다면, 아니, 히사메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 

사건 중개인 진보가 받아온 의뢰는 극단 "목이버섯"의 리더 젠다 미카 살인 사건이었다. 그녀는 속옷만 입은 채 연습실의 물이 틀어져 있는 욕실에서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되었다. 문제는 그녀의 치렁치렁했던 긴 머리가 짧게 잘린 채였다...

진상은 젠다 미카가 스스로 머리를 잘랐던 겁니다. 애인 오쿠데라로 변장하기 위해서요. 연습실에서 다투다가 애인 오쿠데라를 목졸라 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습실에서 시체를 옮기기 위해 큰 상자 속 짐을 비운 뒤, 그 안에 시체를 넣을 생각이었습니다. 연습실에서 시체가 발견되면 젠다 미카가 범인이라는게 너무 쉽게 드러나게 되니까요. 그래서 짐은 다른 극단원 니시베를 시켜 옮기고, 자기는 오쿠데라로 변장해서 극장을 방문한 뒤 다른 사람으로 변장해서 사라질 속셈이었지요. 그럼 극장을 방문했던 오쿠데라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고 생각할거라 여긴거지요. 그러나 오쿠데라는 죽지 않았었고, 의식을 회복한 후 그녀를 목졸라 죽였던 겁니다.

이렇게 기묘한 상황을 합리적인 추리로 설명하는 전개는 좋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본격 추리 소설로는 완벽했어요. 단서 제공은 공정하고, 추리도 합리적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전편보다도 설득력은 약했습니다. 일단 젠다 미카의 계획은, 실제로 일어났다 한들 과학 수사의 벽을 넘을 수 없었을 겁니다. 검시가 이루어지면 오쿠데라의 사망 시각은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각 이전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렇다면 경찰은 극장으로 옮겨진 커다란 '짐'의 존재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겠죠. 

머리카락을 흉기로 썼을거라는 히사메의 최초 추리도 용의자를 조사할 필요는 없었어요. 목에 남은 흔적으로 흉기가 뭔지는 파악이 가능했을 테거든요. 죽은 줄 알았던 오쿠데라가 일어나사 젠다 미카를 다시 살해했다는 진상도 억지스러웠습니다.

또 불가해한 상황 풀이인데 히사메는 헛다리를 짚고, 도리가 진상을 풀어낸다는 전개도 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럴 거라면 두 명의 탐정이 필요 없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설득력 높은 이야기라기 보다는, 불가해한 상황을 풀어내는 추리 퀴즈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던 작품입니다.

"다이얼 W를 돌려라" 

30분 간격으로 의뢰가 들어왔다. 첫 번째 의뢰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금고를 열어달라는 나가노사키 히토시의 의뢰였다. 유언장에 남겨진 대로, 금고 위 아래 다이얼을 돌렸지만 금고는 전혀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 의뢰는 한 밤중 산책을 나갔다가 죽은 아버지는 경찰은 사고사로 판단했지만, 아버지는 살해당했다며 찾아온 시마즈 나쓰코의 의뢰였다. 두 탐정은 각각 사건을 맡아 해결을 위해 나서는데...

결국 두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는 구조로 금고가 열리지 않았던 이유는, 뒤집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해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범인이 금고를 뒤집어 놓았던건, 윗면에 할아버지를 죽일 때 피가 묻었기 때문이었고요. 금고가 뒤집혔다는걸 알아낸 히사메의 추리도 좋았지만, 할아버지가 실제로 살해당했던 것을 지팡이를 통해 알아내고,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 내는 도리의 추리도 좋았습니다. 모처럼 컴비 플레이가 빛났네요. 이를 추리해내기 위한 단서 제공도 공정하고요.

고작 십만엔 정도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을지, 금고가 뒤집힌걸 그렇게 쉽게 눈치채기 어려웠을지, 왜 탐정이 오기 전에 원상태로 복구해 놓지 않았는지 등 의문이 없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칩 트릭"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난 하나와 스쿨의 핵심 용의자였던 중역 유바시 진타로가 저격으로 사망했다. 문제는 그는 암살을 극도로 두려워해서 평소 서재 창문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던 탓에, 그를 창 밖에서 저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암살이 가능하도록 만든 건, 도리와 히사메, 그리고 경찰 우가치의 대학 동기인 '칩 트릭' 이토기리 미카게였다...

창 밖에서 쏜 총에 유바시가 맞아 죽은건 확실합니다. 입사각도 명확했고요. 그러나 그가 창 바로 앞에 있었던게 아니라면? 서재 중앙 지점에서 발판 위에 올라가 있었던 겁니다. 높이가 높아졌던 탓에 입사각이 맞아 떨어졌던 거지요.발상 자체는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총 한 발로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을까요? 저는 불가능했을거라고 봅니다. 형광등을 가는 위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중심에서 빗나가 있어도 원거리 저격은 성공했을리 없어요. 그리고 메이드 고노에가 해고되지 않기 위해, 시체를 창 밑에 옮겨놓았다는 것도 억지스러웠습니다. 해고되는 것 보다, 현장 조작이 더 큰 중죄잖아요? 

또 상황이 이상하다 하더라도, 유바시가 저격당해 죽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범인 입장에서는 이렇게 조작할 이유가 없고, 경찰도 구태여 탐정을 불러다가 불가해 상황을 해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그 날만 우연히 유바시가 창가에 서게 되었다는 설명으로 충분했을 테니까요. 이런 점에서는 불가해한 상황의, 불가능 범죄를 만들기 위한 억지에 불과했던 이야기에요.

아이디어는 평가할 만 하지만, 현실성없고 설득력없는 이야기였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른바 하나의 눈 밀실" 

눈이 쌓인 공터 한 가운데에서 칼에 찔린 가쓰히코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시체까지는 가쓰히코의 발자욱 하나만 남아 있었고, 흉기인 칼에 지문은 없었다.

동생과 싸운 뒤 흥분한 가쓰히코가 갓 세척을 마친 식칼을 들고 동생 집으로 향하다가 실수로 쓰러질 때 칼에 찔려 죽었다는 진상은 합리적이었지만, 흉기에 지문이 남아있지 않았던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손에 묻었던 눈이 녹으면서 씻겨 나갔다는데, 현실성이 없어 보였거든요. 물 좀 묻는다고 지문이 그렇게 쉽게 지워질까요? 그렇다면 손바닥에 묻었던 피는 왜 안 지워진 걸까요?

이 진상보다는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가쓰히코 공장 직원 두 명이 공모했다는 도리의 추리가 훨씬 더 나았습니다. 한 명이 먼저 현장으로 가서 죽은척 하고, 그 뒤 다른 한 명이 집에서 죽인 시체를 짊어지고 간 뒤, 시체를 내려놓고 공범자를 짊어지고 오면 된다는 추리로 꽤 그럴듯했어요. 최소한 지문이 눈이 녹은 물에 씻겨 나갔다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칼에 대해 잘못 말한건, 그냥 말실수였다고 해도 무방했을테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십엔 동전이 너무 없다" 

탐정사무소의 여고생 아르바이트 구스리코는 심심해하던 탐정들에게 학교에 가다가 들었던 기묘한 말의 진상에 대해 추리를 부탁한다. 수상한 남자가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했던, "십 엔 동전이 너무 없어. 다섯 개는 더 필요해."라는 말이었다.

제목과 내용 모두 걸작 단편 "9마일은 너무 멀다"를 오마쥬하고 있는 작품으로 두 탐정이 서로 각자 추리를 말하고, 반론하며 서서히 진상에 근접해 나가는 과정의 빌드업이 좋습니다. 탐정이 두 명인게 그나마 긍정적으로 사용된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수상한 남자는 꽤 여러 번 공중전화를 사용하여 전화를 걸어야 했지만,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서 남자가 공중전화를 사용한 이유가 신원을 감추기 위해서라는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 동전 갯수를 어림잡았다는 점과 평일 낮이었던 시간을 근거로 둘은 수상한 남자가 전화번호부를 통해 알아낸 특정 지역에 사는 주부들에게 모조리 전화를 하려고 했다고 추리합니다.

추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이야기 특성 상 그냥 여기서 마무리해도 좋았을텐데 추리가 진짜였다는게 드러나는건 좀 별로였어요. 전화번호부와 공중전화가 과연 21세기에 먹힐 이야기는 아닌 듯 싶었거든요. 저만 해도 집에 전화가 없습니다. 휴대전화로 충분하니까요. 또 수상한 남자의 의도대로 형편좋게 전화를 받았다고 한 들, 1분 정도의 전화 통화를 통해 들은 목소리로 그 주부가 누구인지 특정한다는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피해자가 마침 떨어트린 화과자 포인트 카드로 범인들이 그녀가 사는 동네와 성을 알아냈다는 것도 작위적이었고요.

"9마일은 너무 멀다"의 변주로 적당한 완성도는 갖추고 있었지만, 추리 놀이는 놀이로만 끝내는게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99퍼센트 확실한 독살" 

중의원 의원이었던 도자마 간조가 독살당했다. 후원회 파티에서 접객 담당 종업원이 날랐던, 똑같은 잔 10개 중 도자마 간조가 무작위로 고른 한 잔에만 독이 들어있었다. 독살 방법은 '칩 트릭' 이토기리 미카게가 설계했다는게 드러나는데...

도리는 처음에 의원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던 비서가 샴페인을 마시기 직전에 독을 넣었다고 추리하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게 밝혀져 실의에 빠집니다. 다른 작품과는 다른게 히사메는 트릭 담당이 아니라며 위로만 할 뿐이고요. 그래도 위로 덕분인지, 곧바로 도리는 진상을 추리해냅니다. 독은 이미 마셨던 것이고, 샴페인 잔이 아니라 의원이 서 있던 위치를 가늠하여 바닥에 독을 발라 놓았던 겁니다.

하지만 추리와 전개 모두 억지스럽고 작위적이었던 수준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의 착안점이 의원의 유류품이었던 것 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여러가지 약이 있었지만, 물이 없었다는 것에 주목하는데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물은 어디서나 쉽게 구해 마실 수 있는데, 그걸 항상 상비해서 들고 다닌다?

그리고 바닥에 미리 발라 놓았던 독이 떨어트린 샴페인 잔 속 내용물과 섞여, 삼페인에서 독이 검출되었다고 오인되었다는 것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지나치게 운에 의지했을 뿐더러, 현대 과학 수사를 너무 우습게 본 걸로 보이니까요.

과거 도리가 목이 베여 죽을 뻔 했던 적이 있고, 그 사건 때문에 동창 4명의 행보가 갈렸으며 도리는 목이 긴 터틀넥 스웨터를 고집하게 되었다는 과거사도 살짝 선보이지만 이야기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만화적이며 과장된 캐릭터 형성에 불과해서 거슬렸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2019/10/25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 구라치 준 / 김윤수 : 별점 2점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 4점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작가정신

잘 모르는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한 모두 여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목이 흥미로와서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기발함, 기묘함이 부족한 탓이 가장 큽니다. 개개의 이야기들 모두 아이디어에 비하면 긴 편이라는 것도 단점이고요. 호시 신이치였다면 10페이지 안 쪽으로 끝냈을, 그런 내용들에 불과하거든요. "사내 연애"와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은 특히 쇼트쇼트 스타일로 쓰여지는게 어울렸을겁니다. 기발한 농담에 가까운 이야기였다는 점에서요.

물론 쓰고 싶은 글을 느긋하게 썼구나 싶은 작품도 있습니다. "밤을 보는 고양이"는 고양이를 정말 사랑하는 애묘인이구나! 싶은 묘사가 가득하여 읽는 내내 아주 흐뭇했어요.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기발함이 추리적으로 잘 포장된 괜찮은 이야기였고요.

하지만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고 아이디어도 괜찮았지만 약간은 어정쩡한 느낌이 컸기 때문입니다. 호시 신이치 쪽인지, 아토다 다카시 쪽인지를 좀 더 명확히 하면 좋겠네요. 호시 신이치 쪽이라면 더 짧게, 아토다 다카시 쪽이라면 아이디어의 보강과 약간의 엽기성(?)이 추가되어야 할 겁니다.

각 단편별 상세 소개로 리뷰를 마칩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BC

불특정한 희생자를 살해하는 무차별 살인이 벌어지는데, 주인공은 우연히 2 건의 살인 사건이 ABC의 규칙을 따른다는걸 알아내고 C에 해당하는 희생자를 찾아내어 살해하려 했다. 이유는 유산을 노리고 동생을 죽일 계획인데 동생이 'D'에 해당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호그 연속 살인ABC 살인 사건의 결합은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에서도 써 먹은 아이디어입니다. 아마 다른 작품에도 쓰여진 경우가 있을 거에요. 그만큼 유명한 트릭이자 설정이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핵심 아이디어는 범인이 C 사건을 일으킨 뒤, 곧바로 다수의 D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반전입니다. 여러 사람이 연쇄 살인에 편승하여 저마다 모방 범죄를 일으킨 것이죠. 그리고 주인공이 급작스럽게 자신도 D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는걸 깨달으며 마무리됩니다.

반전과 결말 모두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흔해 빠진 서두를 조금 더 줄여서 쇼트쇼트로 발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사내 편애"

인사 관리를 컴퓨터가 전담하게 된 이후, AI 시스템 '마더컴'로부터 편애를 받게 된 주인공이 회사 내에서 이런 저런 황당한 일을 겪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공 지능이 인사 관리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새롭지 않지만 '모더레이트 플리커 메소드식 (MFM)' 이라고 불리우는 설정이 아주 기발합니다. 인사 관리를 지나치게 합리적이지 않도록 하는, 인간적인 모호함을 넣은 서브 프로그램으로 덕분에 좀 느슨하고 인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정성'이 훼손되는거라 일부러 이런 오류를 집어넣을 이유는 없지만, 상황 자체는 꽤 그럴듯 했습니다.

이 모호함이 주인공 데라시마에게는 '편애'로 작동하여 일으키는 소동들도 재미있습니다. 전무가 직접 커피를 타다 주고, 상사가 허물을 덮어주는 정도에서 마음에 둔 여사원과 억지로 이어주는 민폐 수준의 도움까지 진화하게 되거든요. 심지어 마음을 고백한 것도 아닌데 주인공의 눈빛 등을 분석하여 이런 억지를 이끌어내니 어떻게 보면 무섭지요.

그러나 결국 지긋지긋해진 주인공이 회사를 그만 두고 다른 회사 면접을 보는데 그 회사 마더컴은 주인공을 그냥 싫어하더라는 결말은 조금 시시했습니다. 조금 더 재미있는 상황을 끌어낼 부분이 많았는데 너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끝낸 느낌이에요. 별점은 2점입니다.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

살해된 피해자 입에 파가 물려있고, 머리 맡에는 케이크가 놓여있는 기묘한 상황을 그린 단편입니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데 추리물로 보기는 어려워요. 나카모토 경부의 합리적인 수사를 통해 범인은 아주 쉽게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기묘한 범행 현장에 대한 아마치 형사의 추리가 전부인데, 진상이 밝혀지지 않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혼잣말과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라 공허합니다. 아마치 형사 본인 스스로도 마음껏 공상한, 상식 밖의 엉뚱한 생각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니까요.

물론 실제 진상이 드러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를 스토킹하면서 피해자가 파를 싫어하고 케이크를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된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후,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고 싶어도 싫어하는 파가 입을 막고 있어서 먹지 못해 원통해서 마음 편히 성불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성불을 막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는 추리는 솔직히 억지스러워요. 피해자에게 집착해서 그녀가 죽어서 영원히 손에 닿지 않는 곳에 가면 안되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건데, 누가봐도 정신병자의 행동입니다. 정신병자의 정신나간 행동을 합리적으로 추리한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에요.

때문에 추리 소설로의 가치는 별로 없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밤을 보는 고양이"

할머니 혼자 사는 시골집에 내려간 주인공 유리에는 할머니의 고양이 미코가 며칠동안 밤에 어딘가를 바라보는걸 알아챈다. 미코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고양이 미코에 대한 묘사가 꽉 채워져 있는데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시종일관 느껴져 좋았습니다. 고양이를 쓰다듬고, 만지고, 같이 노는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러워요.

하지만 고양이가 어딘가를 바라보는 이유가 '냄새' 때문이며, 이는 이웃집 할머니를 아들이 암매장하기 위해 땅을 판 탓이라는 결말은 좀 억지스럽습니다. 고양이의 후각이 예민한건 맞지만, 이웃집에서 땅을 판다고 밤에 자지 않고 그쪽을 쳐다본다는건 좀 이상하잖아요? 땅을 판다고 해서 그렇게 특별한 냄새가 날지도 잘 모르겠고요. 실제로 공사 현장 옆에 산다고 해서 고양이가 그곳을 바라보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 고양이 묘사는 좋지만 그 외에는 그냥저냥한 소품이었습니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패전 직전인 1944년 겨울, 나가노 현에 위치한 제국 육군 특수 과학 연구소 2-13호 실험실에서 벌어진 기묘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날카로운 흉기는 하나도 없는 밀실인 실험실에서 피해자가 후두부를 날카로운 흉기로 얻어 맞아 죽은 사건이었다. 언뜻 두부 모서리에 부딪혀 사망한 걸로 보이는데 과연 진상은 무엇일까?

밀실 살인물이자 불가능 범죄물입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마사키 박사가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인력 '공간 전위', 즉 일종의 텔레포트 현상을 인력으로 발생시켜 미국에 폭탄을 투하한다는 연구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특무 첩보 기관에서 파견 나온 도네 소좌의 추리는 꽤 기발했습니다. 공간 전위의 첫번째는 공간 역전 현상으로 공간이 뒤집혀 피해자는 거꾸로 떨어졌고, 우연찮게 지금은 움푹 들어간 천장 모서리에 후두부가 찍히게 되었다는 추리입니다. 공간 역전이 일어나면 움푹 들어간 곳은 반대로 튀어나올 테니까요.

하지만 당연히 이런 괴기한 추리는 진상도 뭐도 아니며, 뒤이어 주인공인 이즈카 가쓰오 이등병의 합리적인 추리가 등장합니다. 범인은 도네 소좌이며, 이유는 피해자가 스파이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흉기는 벽돌 같은 걸로 범행 후 멀리 던져버렸고, 아침에 문을 열 때 문 앞의 눈이 치워져 있었다는게 증거고요. 밀실은 특무대 소속이면 자물쇠 여는 것 쯤은 식은죽먹기였을거라는 식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이즈카 이등병의 상상일 뿐입니다. 근거도 없고, 진상도 결국 밝혀지지 않아요. 그리고 이즈카 이등병의 상상이 진상이었다 하더라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고를 위장하여 연구에 종사하는 병사들을 죽이는건 별로 어렵지 않다고 이즈카 본인 스스로 이야기하는데, 도네 소좌가 이런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해 가면서까지 가게우라 이등병을 죽일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가 스파이라고 생각했다면 사람들 앞에서 총으로 쏴 죽여도 괜찮았을겁니다. 그만큼 미친 시대였지요.

그래도 일본의 전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무식한 특수 과학 실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걸 풍자하는 묘사와 내용은 인정할 만 합니다. 공간 전위라는 기묘한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와 이를 추리에 응용한 발상도 좋았고요. 차라리 이 추리가 마지막에 진상처럼 드러나고, 결국 진상은 아무도 모르지만 미친 시대에 누가 그런걸 신경이나 쓸까? 라는 형태로 마무리했더라면 훨씬 마음에 들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하마오카는 회사 연구소에 극비 신소재 관련 자료를 가져오기 위해 방문했다. 그런데 마침 그 곳에서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교 선배 네코마루를 만났고, 우연히 연구소 내 산책을 함께 하다가 연구 소장 살인 미수 사건을 접하게 되는데...

일종의 불가능 범죄를 다룬 정통 본격 추리물입니다. 그런데 도가 지나친 삼엄한 연구소 경비, 기묘한 연구원과 도저히 알 수 없는 센스의 연구소 마스코트 네코멜론군, 이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기이한 네코마루 선배 등 설정이 만화적이라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건 단점입니다. 네코마루 선배 정도만이었다면 괜찮았을텐데 말이죠. 이래서야 지극히 현실적인 동기 - 극비 신소재에 대한 정보를 빼돌리는 것 - 와 거리감이 커서 영 와 닿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시종일관 장난으로 일관하는 행동과는 다르게 추리 자체는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네코마루 선배의 추리만큼은 괜찮았습니다. 아무도 범행을 저지를 수 없었으니 이 범행은 소장의 자작극이다! 그리고 물이 가득 든 양동이를 던질 수 없으니 빈 양동이를 던져 부딪혔고 물은 그 전에 쏟아 놓았다!는 추리로 아주 현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극비 신소재 자료를 빼돌리고 이를 하마오카에게 뒤집어 씌우려 했다는 동기도 좋았고요. 농담같은 철저한 보안은 구급차를 타고 빠져나감으로써 뚫을 수 있다는 발상 역시 보안이 나름 강한 회사에 다니는 제 입장에서 보아도 설득력이 높아 보입니다. 과연 시리즈 작품에 탐정으로 등장할 만 합니다.

만화적이고 과장된 묘사를 줄이고 좀 더 일상계스러운 작품으로 쓰는게 여러모로 더 나아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5/04/30

샘 호손의 사건부 - 에드워드 D 호크 : 별점 3점


하아.. 정말 긴 기간동안 읽었네요. 그동안 바쁘기도 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림 하나 없는 원서를 읽느라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선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시리즈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가 컸습니다. 특히나 1920~30년대의 미국 촌동네를 무대로 한 색다른 배경과 시골의사인 주인공 샘 호손의 설정이 여러모로 재미를 가져다 주더군요. "금주법"을 이야기 중간중간에 포함시켜 보여주는 식으로 시대물 분위기를 물씬 내주고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시골에서의 생활상을 현실감있게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무엇보다도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 기발한 착상의 불가능 범죄가 속출하는 전통 퍼즐 미스테리 형식의 작품 성격이 딱 제 취향이었습니다. 때문에 어렵게 한줄한줄 읽기는 했지만 나름 재미있고 보람있는 독서였다 생각됩니다. 아울러 번역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죠.

하지만 단편의 명수라는 별칭에는 걸맞지 않는 수준의 작품도 분명 있습니다. 이 작가의 문제는 트릭보다는 "동기"와 "전개" 라고 보여지는데 이러한 소설적인 플롯이 약한 작품이 꽤 있는 편이거든요. 이런 점만 더 신경써 주었더라면 완성도를 훨씬 높일 수 있었을텐데 아쉽더군요. 이런 부분 때문에 번역이 된다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작품집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수록작 중 베스트로는 "유개교의 수수께끼"와 "투표 부스의 수수께끼", 그리고 호손 시리즈는 아니지만 보너스로 실려있는 단편인 "긴 추락" 이었습니다.

뒷부분의 해설에 따르면 시리즈는 시간대순으로 계속 진행되어 이제 2차대전 직전의 시대까지 왔다고 하는데 후속 작품집도 궁금해지네요. 한권 읽어 봤으니 다음 권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완독하는데 1년은 족히 걸릴 것 같아 두렵긴 합니다만....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 이야기 "유개교의 수수께끼" :
이 시리즈의 기념할 만한 첫번째 작품입니다. 트릭 자체도 상당히 괜찮을 뿐 아니라 당시 시대상황과 잘 맞물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조금 억지스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어요.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제 어설픈 번역 참고하세요.

두번째 이야기 "물레방앗간의 수수께끼" :
마을 물레방앗간에 화재가 발생하고 마을에 소설을 쓰기위해 찾아왔던 보스턴의 학교선생 고드웨어너가 시체로 발견된다. 샘 호손은 자기가 직접 운반을 도와준 잠겨있던 금고안의 소설들이 사라진 수수께끼에 집중하는데.....
물체 소실 트릭이랄까요? 금고안에 있던 소설이 사라진 방법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묘사됩니다. 투계장이나 금주법시대 밀조주를 파는 곳 같은 것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 있던 것도 재미있었고요. 그러나 동기나 이야기 전개는 좀 대충대충...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세번째 이야기 "가재잡이 오두막의 수수께끼" : 
부유한 대 부호 딸의 약혼식이 벌어지는 저택에서 당시 인기있던 "후디니" 같은 류의 탈옥 마술을 연기하기 위해 마술사 줄리안 샤벨이 가재잡이 오두막에서 쇠사슬과 수갑으로 묶인 채 갇혀있다가 목이 잘려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당시 가재잡이 오두막 주위는 약혼식 파티 손님들이 둘러싸서 지켜보고 있는 상태. 범인은 어떻게 그를 죽이고 사라질 수 있었을까?
밀실 살인 트릭으로 트릭 자체는 기발하고 신선하지만 과연 가능했을까..라는 점에서는 납득하기 좀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설정이나 무대 배경은 참신하고 좋았는데 약간 아쉽더군요.

네번째 이야기 "저주받은 야외음악당의 수수께끼" : 
독립기념일 축제가 있는 날, 예전 흑인 노예가 린치당해 죽어 유령으로 나타난다는 야외음악당에서 음악회 도중 드위킨스 촌장이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칼에 찔려 죽으며, 그 직후 섬광과 함께 유령처럼 범인이 사라진다....
일단 작가가 좋아하는 "불가능 범죄"에 너무 치중한 듯한 작품입니다. 동기도 문제가 있고, 트릭도 설득력이 부족했을 뿐더러 이러한 야외음악당에서의 음악회 도중에 촌장을 죽여야 했던 그 당위성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냥저냥한 수준이었다 생각되네요.

다섯번째 이야기 "승무원 차의 수수께끼" : 
이웃 마을 의사의 신혼여행때문에 대신 이웃 마을로 가야하는 샘 호손은 특수 제작된 밀폐된 공간인 승무원 차 안에 설치된 금고로 보석을 운반하는 기차에 타게 된다. 하지만 한밤중에 모든 문이 닫혀진 승무원 차 안에서 차장이 살해당하고 금고가 열려 보석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밀실 살인이긴 하지만 차장의 다이잉 메시지가 등장해서 이채롭네요. 상식적으로 이해가능한 트릭으로 그다지 놀랍거나 치밀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섯번째 이야기 "붉은 소학교의 수수께끼" : 
소학교에서 선생이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 학생이 유괴당한다. 당시 근처에는 어떤 어른이나 자동차, 마차도 없었고 길에도 인적이 전혀 없는 상태, 아이는 결국 찾지 못하고 유괴범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하는데...
또 등장하는 "인간소실" 트릭이네요. 이 작은 촌동네에 왜 이리 강력범죄가 많은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유괴범이 등장합니다. 트릭은 상당히 잘 짜여져 있고 제목부터 "붉은"색에 집착하여 독자에게 힌트를 주는 방식이 신선했고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사람이 죽지 않는 등의 독특함도 괜찮았어요.

일곱번째 이야기 "크리스마스 첨탑의 수수께끼" : 
크리스마스 예배가 끝난 직후, 마을 목사가 첨탑 종루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당시 첨탑의 입구는 잠겨진 상태의 밀실로 그 장소에 있었던 집시가 범인으로 체포되는데...
"범인이 안에 있는 잠겨진 방" 이라는 밀실같지도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내용면으로 본다면 2번이나 반전이 거듭되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읽는 재미를 전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여덟번째 이야기 "16호 독방의 수수께끼" : 
우연찮게 검거한 전국적인 범죄자 조르쥬 렘 (통칭 "뱀장어")은 렌즈 보안관이 자신있게 신축한 감방 건물의 가장 안쪽 방인 16호 독방에 수감된다. 하지만 탈옥의 명수인 그는 모두에게 탈옥을 예고한 후, 철저하게 감시되는 엄중한 감옥안에서 탈옥에 성공하게 되는데...
탈옥물. 그러나 트릭도 그다지 기발하지 않을 뿐더러 렌즈 보안관의 부주의에 기인하고 있는 등 완벽하고 세밀한 점도 부족했습니다. 작품 안에서 같이 진행되는 총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짤막한 부분이 오히려 추리적으로는 더 뛰어나나 여겨질 정도로 말이죠. 작품 내에서도 푸트렐의 "13호 독방의 문제"를 언급하는 데 그냥 일종의 오마쥬라고 생각하고 읽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아홉번째 이야기 "오래된 여관의 수수께끼" :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여관에서 주인이 강도에게 총격당해 살해된다. 여관 종업원은 그가 뒷문으로 도망쳤다고 하나 뒷문은 잠겨있는 상태로 보안관은 증언의 모순을 고려하여 종업원을 범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날 다른 일로 여관을 찾아간 호손 앞에서 같은 강도가 나타나 총격을 가하고 잠겨있는 뒷문으로 사라지는데....
간만에 총격 사건이라는 큰 사건이 발생하지만 사건의 전개나 트릭은 간단합니다. 여관의 구조를 자세하게 서술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가고는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허무할 정도로 별다른게 없더군요.

열번째 이야기 "투표 부스의 수수께끼" : 
선거 투표일에 렌즈 보안관과 경합하는 보안관 입후보자 헨리 오티스가 투표 부스 안에서 치명상을 입고 살해된다. 칼에 찔린 상처이지만 투표 부스 어디에도 흉기는 발견되지 않고 그가 투표 부스 안에 있는 동안 외부에서 접근한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흉기를 감추는 트릭이 교묘하게 잘 짜여진 작품입니다. 동기와 범인은 굉장히 시시하지만 흉기를 감추는 이 트릭 하나 때문에라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되네요. 개인적인 베스트 중 한편입니다. 궁금하시다면 제 번역을 한번 참고해 보시길.

열한번째 이야기 "농산물 축제의 수수께끼" : 
마을의 농산물 축제 날, 최대 행사인 "타임 캡슐 묻기" 행사가 벌어진 직후, 마을의 문제아 맥스 맥니어가 실종된 것을 알게된 호손은 피묻은 책을 단서로 타임 캡슐을 다시 발굴할 것을 요구하며 발굴된 타임 캡슐 안에서 맥스의 시체를 발견한다. 타임 캡슐은 밀봉된 상태였고 여러 물건들을 넣고 파묻기 직전까지 안에 시체란 없었던 것을 마을 주민 모두가 확인 한 상태. 과연 어떻게 범인은 시체를 안에 넣었을까?
마을 축제를 배경으로 해서 호손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성이 등장하는 등, 팬으로서는 즐길 요소가 많았던 작품입니다. (이 책 한권 읽고 팬이라고 하기도 좀 뭐하지만요^^)
그러나 밀봉된 타임 캡슐안으로 시체를 이동시킨다는 기발한 발상과 괜찮은 트릭에 반해 공정한 정보 제공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힌트인 캡슐의 구조를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을 좀 대충 대충 넘어간 것 같거든요. 그래도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열두번째 이야기 "떡갈나무 고목의 수수께끼" : 
영화 촬영중에 낙하산으로 뛰어내린 스턴트맨이 저주받은 나무로 알려진 마을의 고목에 매달려 목이 졸려 죽은채 발견된다. 뛰어내릴 때 까지는 살아 있었고 착륙하자마자 죽은, 사고가 아닌 살해당한 시체. 그를 누가 어떻게 살해한 것일까?
이 작품은 무성영화에서 토키 영화로 넘어가던 과도기 영화 촬영이 소재인지라 이야기 자체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QED"에서 한번 먼저 읽었었던 공중에서 살해당한 다이버라는 소재도 흥미로왔고요. 하지만 이 작품 최대의 약점은 호손의 부주의로 비롯된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참고로 말한다면, 예전 "코난"에서 동일한 트릭이 등장한 적이 있다는 정도?

열세번째 이야기 "긴 추락" : 
쥬피터 스틸의 카리스마 경영자 빌리 컴이 중역실에서 투신하지만 어디에서도 시체를 발견하지 못한다. 하지만 3시간 45분이 지난 후 그가 투신하여 떨어지고 회사의 경비담당 맥그러브가 사건을 추리하여 범인을 밝혀낸다.
이 작품은 보너스같이 실려 있는 작품으로 호손 시리즈는 아닙니다. 하지만 밀실에서 투신한 후, 4시간여가 지나서 아래로 떨어진 시체 라는 기상천외한 사건은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동기와 트릭이 완벽해서 단편의 모범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제 발번역도 한번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