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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7

산괴담 - 이토 준지 외 4인 + 아즈마 준페이 : 별점 2점

산괴담 - 4점
이토 준지 외 4인 그림, 아즈미 준페이 원작/미우(대원씨아이)

아즈마 준페이의 원작을 이토 준지, 이토 미미카, 이노카와 아케미, 이마이 다이스케, 요시토미 아키히토의 5인이 만화화한 단편집입니다. 등산 중 일어났던 여러가지 괴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사토끼가 블로그에 연재하는 만화 소갯글을 보다가 꽂혀서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무섭지도 않고, 재미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순 '괴담'일 뿐, 기승전결이 거의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며, 비슷한 설정이 많다는 점도 감점 요소입니다. 원작자 솜씨가 부족한 탓이겠지요. 

마사토끼가 무섭다고 했던 첫 번째, 네 번째 이야기가 그나마 볼 만 했지만 과연 만원이라는 가치에 어울리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만, 한없이 1.5점에 가깝습니다. 마사토끼의 소개가 훨~씬 재미있었어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이야기. 이토 준지. 

H다케 일출 산장에 관리인과 3명의 등산객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며칠 전 일어났던 기묘한 조난 사건에 대해서였다. 노련한 등산객이었던 50대 여성이 등산로에서 제법 먼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했던 사건이었다. 그리고 젊은 등산객과 사진 작가가 각각 자기들이 등산 중 만났던 괴이한 남자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데... 

호러 킹 이토 준지 작품이라 기대했었는데, 영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등산로에서 얼굴에 증오심을 한껏 드러낸 괴이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가 한 명이면 왔던 길을 되짚어 도망갈 수 있었지만 두 명이면 어쩔 수 없이 등산로를 이탈하여 도망가다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인데, 별로 무섭지 않던 탓입니다. 전개도 뻔했고요. 이토 준지다운, 괴이한 남자에 대한 묘사만큼은 볼만 했습니다만 기승전결이 있는, 완성된 이야기라고 보기 어려우며, 전체적인 수준도 그닥이에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뻔하더라도 일출 산장에 모였던 사람 중 한 명이 그 남자였다! 아니면 이야기를 끝내자 산장 문을 열고 그 남자가 들어왔다! 같이 마무리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문으로 들어오면 도망갈데가 없으니...

두 번째 이야기. 이마이 다이스케. 

T대학 산악부는 1년 전, 신입인 코이즈미를 구하려다 실종된 리더 추모 등반에 나섰다. 그날 밤, 산장에 급작스러운 눈보라가 몰아쳤고, 누군가 코이즈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1년 전 죽은 리더가 코이즈미를 계속 찾다가, 코이즈미의 괜찮다는 말을 듣고 안심한채 성불한다는 이야기로 괴담이 아닙니다. 뻔하디 뻔한 감동 신파극에 가깝달까요. "오겐키데스카~"와 별다를게 없어요. 전혀 무섭지 않은건 당연합니다.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 이토 미미카. 

3-1 : 버섯 채집을 나선 아즈미와 타키가와. 버섯 채집은 실종자가 많이 발생하는 위험한 산행이었다. 송이버섯에 정신을 빼앗긴 아즈미는 길을 잃고 말았다. 헤메던 중 폐허가 된 리프트를 발견하는데... 

3-2 : 아즈미는 등산 중 급작스러운 악천후로 휘테로 향하던 중, 지친 등산객과 만났다. 그리고 휘테에서, 그 등산객이 이미 죽어있는걸 알게 되는데...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두 편 모두 뻔하고 별로 무섭지 않다는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앞서의 이야기가 조금 더 낫기는 합니다. 아쉽지만 리프트가 사람을 홀려 죽게 만든 뒤, 망자를 태우고 움직인다는 설정을 효과적으로 풀어냈더라면 괴담으로서는 꽤 쓸만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너무 짧고, 결말도 시시해서 여러모로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 요시토미 아키히토. 

10년 전, 곤들메기를 잡기 위해 산행을 떠났을 때의 이야기. 누군가 먼저 텐트를 쳐 놓은 것을 발견했지만, 텐트 주인은 자러 들어갈 때 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잠자리에 누으니 옆 텐트에서 수 많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모두 자기가 사고로 죽었을 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마사토끼가 무섭다고 한 또 다른 이야기로 "이트맨", 등의 작가 요시토미 아키히토의 작품입니다. 그다지 무섭지 않다는 점에서는 다른 작품들과 똑같지만, 그래도 기승전결이 있는 완결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조금 낫습니다. 특히 '나'가 텐트를 친 곳 바로 옆 텐트에 귀신들이 모였던 이유가, 텐트를 친 곳이 물살이 잔잔해져 조난자들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괜찮았어요. 무언가 타당한 이유를 대고 있다는 점에서요. 제 별점은 2.5점으로, 수록작 중에서는 베스트였습니다. 확실히 단편으로 단련된 작가는 다르네요.

다섯번째 이야기. 이노카와 아케미 

5-1 : 아즈미는 오래 전, 겨울에 카미코우치에 들어가면 K다이라 캠핑장에 있는 화장실은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선배로부터 들었다. 화장실 거울을 봤을 때 목이 없으면, 사고로 목이 날아간 시체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선배도 K다이라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화장실 거울을 본 것일까?

5-2 : 신주쿠발 급행 '알프스'를 타고 북알프스로 향할 때, 파란 비옷을 입은 청년을 만났었다. Y다케에서 청년이 알려준 흑백합 군락지를 찾았는데, 그 곳에서 청년의 시체를 발견했다. 

세 번째 이야기처럼 두 편의 짤막한 괴담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가 조금 더 낫다는 것도 똑같네요. 곧 죽을 사람은 목이 잘린 채로 보이는 거울이 있다는 설정이 꽤 흥미로왔거든요. 물론 단순한 괴담이고, 결말도 시시한 편이라는 단점마저 같다는건 문제지만요. 뒤이은 이야기도 이미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종의 드라마라는 비슷한 설정을 반복할 뿐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23/05/07

우타카타 다이얼로그 1~3 - 이나이 카오루 / 유유리 : 별점 4점

우타카타 다이얼로그 3 - 8점
이나이 카오루 지음, 유유리 옮김/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카타노는 드러그 스토어 와카바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타가와를 좋아한다.

만화 원작으로 유명한 마사토끼는 콘티 느낌의 자필 만화로도 유명하지요. 자기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주요 소재는 말장난 중심의 개그, 기묘한 경험담과 생각들, 그리고 재미있었던 만화들의 소개입니다.
이 중 만화 소개를 가장 관심있게 보고 있는데, 이유는 마사토끼의 말주변과 생각이 범상치 않고, 워낙 맛깔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기에, 낚여서 구입했지만 실망한 작품들도 많아요. 대표적으로는 <<이 삶을 다시 한번>>과 같은 도다 세이지의 만화, <<시오타 선생과 아마이 양>>등이 있지요. <<산괴담>>도 별로였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아래와 같이 워낙에 강력 추천하길래 속는 셈 치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이 "대박이다! 간만에 취향을 정통으로 저격한 만화가 나왔네!" 가 맞더군요. 완전 제 취향이었어요.
고등학생 카타노와 우타가와의 귀여운 밀땅을 담담하게, 평범하게, 지극히 일상적으로 그리는데 둘의 대화와 비교적 평범한 행동들 - 쇼핑, 노래방, 사진 촬영, 화장 등 - 만으로도 에피소드가 이루어지는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아래와 같이 우타가와의 별 거 아닌 말에 과하게 반응하는 카타노를 보는 재미가 큽니다. 작화도 치밀하고 잘 짜여져 있어서 만족도가 높고요.


평범하지만 둘의 캐릭터도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불량은 아닌데 금발에 기묘한 패션으로 오해를 사는 카타노도 그렇지만, 냉정해 보이는데 이상한 쪽으로 생각이 튀어버리는 우타가와야말로 '찐'입니다. 개인기로 '흐미'를 할 줄 아는 여고생이라니,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요?



또 개인적으로는 요리 만화를 좋아하는데, 요리 관련 소재가 많은 것도 마음에 든 점이었어요. 패밀리 레스토랑 드링크 바에서 제공하는 공짜 음료수를 섞어 만드는 우타가와 블렌드, 구운 떡에 간장 버터를 바르고 김을 말아서 밥 위에 올려먹는 우타가와 찹쌀떡 덮밥, 오무라이스를 만들려다 실패하고 만든 날달걀 밥 플러스 간장 버터 등..... 이에 대한 묘사들도 발군입니다.


군고구마가 사라진 이유를 일상계 추리물처럼 풀어낸 에피소드도 있는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고요.

3권으로 마무리한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별다른 위기 없이 둘이 서로 사귀게 되는 걸로 끝인데, 정말 딱 좋은 분량과 결말이었어요. 1권에서 고교 데뷰하고 3권에서는 입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는, 1권에 1년씩 시간이 흐르는 것도 최근 만화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마음에 들었던 점이었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극적 긴장감은 찾아볼 수 않지만, 일상계 개그만화로는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덧붙이자면, 일상계 추리물 느낌의 에피소드들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런 감성으로 일상계 추리물을 그려주어도 참 좋겠다 싶네요.

2023/07/26

이 삶을 다시 한번 - 도다 세이지 / 조은하 : 별점 1.5점

이 삶을 다시 한번 - 4점
도다 세이지 지음, 조은하 옮김/애니북스

마사토끼의 추천 글을 읽고 보게 된 작품. 아래의 유명한 <<양파와 인생>>이 수록된 책입니다. <<양파와 인생>>처럼 짤막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맛이 있는, 기묘한 맛에 가까운 쇼트쇼트 만화들이 수록되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기승전결이 무난한 드라마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 페이지로 구성된 짤막한, 쇼트쇼트라 부를만한 작품들 역시 반전이나 기묘한 맛 장르물보다는 삶과 인생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고요. 인스타 단상을 만화로 옮긴 느낌이랄까요? 짧고,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별 알맹이 없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유명한 <<양파와 인생>>도 시인 칼 샌드버그의 원본이 있더라고요.

"인생은 양파와 같다. 한껍질씩 벗기다 보면 가끔 눈물이 난다. (Life is like an onion. You peel it off one layer at a time and sometimes you weep.)"

작화도 정성들여 열심히 그리기는 했지만 캐릭터 묘사나 뎃셍력, 터치 모두 좋지 않습니다. 아마추어가 단상을 홀로 SNS에 올리다가 주목을 끌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딱 그 정도 수준의 작품들이에요. 프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완성도도 미흡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마사토끼한테 그만 낚여야겠습니다.

2009/05/19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누가 울새를 죽였나? - 6점
마사 지음, 나노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세명의 남자가 외딴 산장에 모입니다. 모인 이유는 "울새"라고 하는 대화명의 남자가 자신이 유괴한 소녀의 몸값 받는 작전을 도와준다고 하면 2천만원의 돈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들은 산장에서 누군가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라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작품으로 정통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클로즈드 써클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몇명 안되는 소그룹을 대상으로 누가 살인자인지 모르는, 그리고 큰 돈을 놓고 복잡한 계산이 오가는 심리전을 다루고 있거든요.

이글루스에서도 유명하신 마사토끼님의 원작을 "수요전"의 NANO가 극화한 단편으로 이곳저곳에서 유명하기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네요. 읽고나니 과연 유명할만 하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 설정이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탄탄하며, "총알" 과 같은 중요 물건과 돈의 이동을 잘 그려내고 있는 등 이야기의 핵심부분에서 설득력도 갖춘데다가 전개도 깔끔한, 한마디로 좋은 작품이네요.
무엇보다도 한국 쟝르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구성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폐쇄된 공간에서의 서로가 서로를 노린다는 심리전의 긴장감 역시 대단해서 후쿠모토 노부유키 + 가와구치 카이지의 "고백"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더군요. 그만큼 유괴된 소녀와 세명의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인 긴장감의 밀도가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물론 문제도 있습니다. 일단은 세명의 남자가 소녀에게 휘둘리는 전개에서 설명이 너무 부족했어요. 총알 하나에 몇십억을 주고 사겠다고 하는데, 그 돈을 어떻게 줄 것인지를 떠나 애시당초 돈을 어떻게 받아낼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잖아요? 차라리 소녀가 세명을 각각 조종하려고 했다면 자기 자신이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와 더불어 "돈을 어떻게 받아내는지 알고 있다" 쪽으로 잡아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또 개인적으로는 결말도 불만인데, 순환구조를 갖춰나가는 구성도 좋지만 썩 개운하지는 않았어요. 이 나름대로 작품을 마무리하는데에는 전혀 문제는 없지만, 이야기의 배경 설명은 전혀 없이 작품 자체의 완결에만 너무 신경쓴 것으로 보였거든요. 만화에는 그래도 적합하겠지만 소설이었다면 정말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이만한 수준의 작품을 찾아보기는 힘들기에 별 3.5점은 충분한 작품입니다. 덧붙이자면, 작화의 수준도 평균이상이긴 한데 표지가 너무 후져서 점수를 깎아먹은 감이 없잖아 있네요. 솔직히 표지만 봤을때는 전혀 사고싶지 않았습니다.


Q.E.D 큐이디 32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읽기는 한달도 훨씬 전에 읽었는데 추리만화 감상은 한번에 몰아서 올리려고 미루어 두었다가 이번에 올립니다. 이번권도 Q.E.D의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권에 두가지 이야기가 담긴 구성입니다. 한편은 소박한 일상계, 한편은 살인사건이라는 강약 조절도 여전하죠.

첫번째 에피소드 "매직 & 매직"은 마술사와 토마의 두뇌싸움 이야기입니다. 마술사가 자신의 쇼에서 가나에게 마술의 트릭을 설명하는 토마에게 토마가 산 책을 걸고 승부를 할 것을 제안합니다. 승부는 마술사가 토마를 "깜짝 놀라게 할" 마술을 선보이겠다는 것이죠. 일상계라 할 수 있는, 범죄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지만 마술과 추리, 특히 "트릭"이라는 것의 연관성을 잘 그려낸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뻔한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속도감 넘치게 그려낸 전개방식도 마음에 들고요. 마지막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까지 좋았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그에 반해 두번째 에피소드 "레드 파일"은 앞서 말했듯, 한 은행원의 살인사건에서 토마의 과거 대학시절 지인이 말려들고, 토마가 여러 인물들의 증언을 조합하여 진상을 밝혀낸다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입니다. 일단 추리물임에도 "트릭" 이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굉장히 거창한 음모 - 거대은행과 파생상품 - 가 배후에 깔려 있어서 토마와 가나가 사건에 휩쓸리는 부분이 별로 자연스럽지가 않기 때문에 내용만 놓고 본다면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조금 이야기가 막힐만 하면 등장하는 토마의 미국 대학시절 지인 캐릭터도 이제는 지겨웠고요.

하지만 이 에피소드의 가치는 전혀 다른데에 있습니다. 뭐냐 하면 바로 "선물 옵션 거래" 라는 금융 파생상품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는 학습만화로의 가치가 엄청나거든요. 금융 파생상품에 대해서 이렇게 쉽고 머리에 쏙속 들어오게 설명하는 만화는 정말이지 처음이었습니다.

추리물로는 영 아니지만 이 학습만화(?) 로의 가치가 워낙 높기에 별점은 3점 주겠습니다. 결론적으로, 평점은 3.5점. 무난한 수준이네요. 역시 Q.E.D는 대체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단 말이죠^^

2023/09/27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1~16 - 이시구로 마사카즈 : 별점 3점


마사토끼 등 여러 리뷰어들에게 낚여서 이런저런 만화책을 구입하곤 했는데, 별로 성공을 거두지를 못해왔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던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다시 구입하기로요. 그래서 첫 번째로 선택한게 바로 이시구로 마사카즈의 히트작인 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라 선택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천국대마경>>도 재미있게 감상하기도 했고요.

작품은 다시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더군요. 미치오 슈스케의 <<N>> 보다 앞서 시계열을 바꾼 전개를 시도했다는게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띄엄띄엄 발매될 때마다 한 권씩 읽었을 때는 쉽게 알아채지 못했던 부분인데, 한 번에 읽으니 호토리의 헤어스타일 등으로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몰아 읽은 덕분에 대책없는 동네 말괄량이에서 '탐정'으로 성장해나가는 호토리를 비롯하여, 스스로가 쳐 놓은 울타리를 호토리의 도움으로 하나 씩 넘어서는 콘 선배 등 등장인물들의 성장도 눈에 더 잘 들어왔고요.
학원물로도 볼만했습니다. 예전에는 별 생각없이 넘겼는데, 다시 읽어보니 수학여행, 학원제, 운동회, 부활동 등 청춘 학원물의 필수 에피소드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덕분입니다. 부 합숙 정도만 빠져있는데 이건 등장인물들이 하리바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귀가부' 소속이기 때문인데, 대신 상점가 여행, 그리고 밴드 '메이즈' 활동이 등장하니 엇비슷하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초반의 번역은 아쉬웠습니다. 일본어 말장난을 억지로 한국말로 바꾼 탓에 "사나다 사카나 사라다 (사나다 생선 샐러드)"같은 언어 유희들이 사라져버리고 말았거든요. 후반부처럼 그냥 일본어로 쓰고 해석을 덧붙이는게 훨씬 나았습니다.

그래도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학원물, 청춘물, 추리물, 개그물 등 모든 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주니까요. 아직 읽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추리물로 볼 수 있는, 추리가 핵심인 에피소드만 꼽아보며 글을 마칩니다. 
1권 
<<눈>>
모리아키 선생님의 할아버지가 그린 기묘한 그림의 정체는?
호토리가 추리력을 발휘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 
가족들이 나눠 가졌다는 그림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2권
<<파자마 천사>>
화창한 날 정해진 시간에 선글라스를 끼고 정해진 장소에 나와 시간을 보내는 환자의 목적은?
일종의 일상계 추리물. 현장 조사만으로 풀 수 있는 수수께끼입니다.

4권
<<아라시야마 보물 조사단>>
시즈카 언니로부터 얻은 보물 지도가 품고 있는 보물은?
지도의 나무 그림과 강 형태가 일치하고, '황금 호수'는 안개에 덮인 마을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진상 등 소소한 재미가 가득했던 작품. <<C.M.B>>의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5권
<<시내 설방 이야기>>

타츠미야 시로를 찾는 온나 유키는 누구였나?
일상계라면 일상계, 말장난이라면 말장난.

<<학교 미궁 안내>>
학교 관찰 연못 속 괴수 메시의 수수께끼
경비 아저씨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소문으로 보였지만, 알고보니 진짜 괴물이 있다는 반전.

6권
<<환상의 소년>>

도랑 속 수박을 공으로 바꿔치기한 이유는?
일상계. "탐정 교훈 첫째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놈은 탐정으로서 실격입니다."가 딱 들어맞는 이야기.

8권
<<호토리와 수수께끼 왕국>>

판타지 세계에서 조세핀이 내 놓는 퍼즐을 풀어라!
추리물이라기보다는 <<레이튼 교수>>가 연상되는 판타지 퀴즈물.

<<대괴수 오야 고교에 나타나다>>
영화연구회에서 만든 촬영용 괴수 오야코돈을 부순건 누구?
추리물로 보기는 다소 부족했지만, 후쿠자와가 호토리를 '명탐정'으로 존경하게 되는 에피소드.

9권
<<대량구매 계획>>

베치코 과자는 어디서 만들어서 유통된 것인지?
추리물이라기보다는 SF에 가깝지만 시즈카 언니의 추적 수사는 볼거리.

10권
<<콘 데드엔딩>>

콘 선배가 방에서 살해한 사체를 힘을 합쳐 유기한다!
호토리를 위해 준비한 깜놀 이벤트. 나름의 반전도 좋았다.

<<Detective Girls 2>>
세탁소 아저씨 아라이는 어디로 사라졌나?
호토리의 추리에 탓층이 진심으로 놀라는 (그리고 호토리를 진짜로 인정하게 되는) 에피소드

11권
<<어둠 속에 도사린 목소리>>

옛 구민 센터 자리에서 있을리 없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토리가 타카부라는 별명의 아이를 착각했던게 진상. 
"탐정 교훈 첫째,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놈은 탐정으로서 실격입니다."

<<헌대판 얼룩 띠의 비밀>>
타케루의 친구 맛키가 줄넘기 줄에 다친 날, 친구들과 같이 쓰는 노트에 '긴 줄로 전원 죽인다'는 섬뜩한 문구가 써 있었다.
우연이 겹쳐 일어난 사건.

12권
<<호토리는 탁상 난로 안에서 추리한다>>

호토리 사촌이 취주악부 합숙을 갔는데, 스키장 통나무 집 1층 객실에 있을 남자아이들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1층이 2층이었다 - 눈에 파묻힌 1층이 있었다 - 는게 진상으로, 호토리 사촌은 2층을 1층으로 잘못 알았던 것. 추리 퀴즈에 가깝다.

13권
<<폐허촌>>

유령이 나온다는 폐촌 스사비 마을 탐험을 떠난 시즈카, 호토리, 콘은 마을에서 기묘한 조각상과 가면을 쓴 사람들을 목격하고 도주한다....
3부작으로 이어지는 긴 호흡의 모험 추리물. 재미와 흥미 모두를 갖춘 수작.

<<저주받은 비디오>>
오래전 영화 동호회 자료에서 발견된 수수께끼 비디오. 오야 고교의 이상한 풍경이 찍혀 있었다.
오야 고교 7대 불가사의를 찍었던 비디오로, 원래 불가사의였던 우물이 사라지고 화단이 새로 등장한 이유를 밝히는 조사로 이어진다. 세리자와 선생의 고백(?)으로 진상이 밝혀지기 때문에 추리의 맛은 부족하지만, 일상계로는 나무랄데 없다.

15권
<<안경 행방불명 사건의 전모>>

안경을 잊어버렸던 토시코에게 돌아온 안경은 지저분해져 있었다. 수영 보충 수업을 받던 토시코가 사라졌던 사건과 관계가 있었다.
토시코에 빙의(?)한 호토리의 '메소드 추리'가 돋보인다. 일상계로는 나무랄데 없다 (2) 

16권
<<대사건>>
호토리가 협박장을 받았다. 모리아키 선생님과 사귄다고 착각한 누군가로부터였다.
과거 모리아키 선생님을 좋아했다는 여선생이 범인으로, 일상계스러운 추리에 더해 호러블한 작화가 인상적.
<<악>>
모리아키 선생님 할아버지가 남긴 붉은 그림에 블랙 라이트를 비추자 기묘한 그림이 떠올랐다.
1권의 주사위와 조합하여 금고를 여는 방법을 알려주는 암호였다는 내용.
암호도 재미있지만, 할아버지가 연구했던게 '사람을 죽이는 그림'이라는 진상도 이렇게 끝내기에는 아까왔다.

2024/10/26

렌지맨 1~6 - 모리 타이시 : 별점 2.5점

렌지맨 6 - 6점
모리 타이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오츠카 렌지는 끊임없이 연애에 실패하는 고등학생으로, 우연히 수수께끼의 노인 Dr. 오기쿠보를 만나 사랑의 힘으로 변신할 수 있는 히어로 ‘렌지맨’이 된다. 하지만 그 대가로 변신 시마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잃는 슬픈 운명을 맞는데....

마사토끼가 추천했던 작품. 이전에 읽었었는데 리뷰를 올리지 않았더군요. 다시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이 작품의 장점은 전대물과 개그 러브 코미디의 조합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잘 살려냈다는 점입니다. 사랑을 하면 파워가 생기지만 그 대가로 사랑을 잊는다는 설정도 좋아요. 이를 통해 개별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여주거든요. 좋아하는 사람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열혈 캐릭터인 렌지도 '코이즈미 마이 러브~'를 외치던 "이케테루 후타리"의 사지가 떠오르는 올드 타입이지만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작품이 지나치게 개그 위주로 전개되는건 아쉬웠습니다. 좌충우돌 렌지와 그에게 빠져드는 후카의 이야기를 좀 더 집중해서 풀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마지막 편에서 전대 액션을 전혀 넣지 않고 후카 시점에서만 이야기를 풀어나간건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렌지가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한 리키와 후카와의 삼각관계 에피소드도 지나치게 길었습니다. 나름 전대물인데 한 권 이상 분량을 밀땅으로 때우는건 말이 안되지요. 리키에게 정말로 푹 빠진 묘사를 강조해서 마지막 실연, 그리고 후카와의 사랑과 기억 상실을 더 극적으로 만드는게 좋았을겁니다.
마찬가지로 오쿠다가 후카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전개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억지스러웠고, 등장 인물들 비중 분배도 실패한 느낌만 줍니다. 인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을 계속 등장시키기는 하는데,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도 반복되고요 .후카의 라이벌이라고 자칭하는 레미가 대표적입니다.
레미가 유혹하려고 했을 때 렌지가 넘어가지 않은것도 이상합니다. 원래 그런 캐릭터도 아니고, 이 때는 후카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편도 인상적이었지만, 결말만큼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후카를 잊은 렌지를 한 대 때리자마자 기억이 돌아온다는건 지나치게 편의적인 발상이었으니까요. 기껏 쌓아올린 애틋함을 한 방에 무너뜨리는 마무리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독특한 설정과 참신한 개그 요소는 좋지만, 개그와 스토리의 균형 면에서는 다소 아쉬워 감점합니다.

2010/05/23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 이시모치 아사미 / 박지현 : 별점 3점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 6점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살림

대학 경음악부 '알코올중독분과회'의 멤버로 술을 좋아해서 친하게 된 대학 동창들이 오랫만에 동창 중 한명인 안도의 가족이 운영하던 초고급 펜션에서 동창회를 갖는다. 그리고 저녁식사 직전 동창회의 리더이기도 한 후시미 료스케는 후배 니이야마를 죽이고 완벽한 밀실 살인을 만들어낸다. 저녁식사 이후까지 모두들 니이야마가 피곤하여 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서히 의심이 쌓여가고, 후배인 우스이 유카가 합리적인 추리를 통해 서서히 범행을 재현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네이버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카페에서 뽑은 2009년 미스터리"에서 17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사실 이 작가는 예전에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라는 작품에서 너무 실망이 컸기에 다시 작품을 구해볼 생각은 없었는데 블로그 지인이신 kisnelis님 의 평도 좋고 마침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두 가지 독특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주인공 후시미가 완벽한 밀실 트릭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도서 추리물이면서도, 뒷 부분에서 밝혀지는 이유 때문에 시간까지 철저히 계산된 계획에 따라 밀실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완벽한 밀실 트릭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곧바로 밝혀지면 안 되는 상황을 일정 시간, 즉 10시간 동안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이 시간 동안 밀실을 앞에 두고, 제목 그대로 '문이 아직 닫혀 있는 동안' 탐정역인 유카와 후시미가 불꽃 튀는 두뇌 대결을 펼쳐 나간다는 점입니다. 유카는 "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방 안과 니이야마의 상태를 추리하고, 후시미는 이러한 추리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면서 첫 번째의 이유, 즉 '밀실 상태를 일정 시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려고 애쓰는 대결 구도가 이루어집니다.

도서 추리물에서 탐정과 범인이 두뇌 싸움을 벌이는 작품이 흔하지만,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벌이는 배틀은 자주 접하지 못한 설정이라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추리 배틀 자체도 완성도가 높고요. 특히 탐정과 범인의 지력이 대등한 수준이라 서로 주고받는 심리전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주로 유카가 먼저 논리적인 펀치를 날리는데, 예를 들어 방을 밀실로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도어스토퍼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지, 창밖에서 내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는지 등, 합리적이면서도 이야기 전개에 걸맞은 단계별 논리를 선보입니다. 앞부분에 제공되는 단서들, 예컨대 위스키 병이나 니이야마의 시력 등은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되어 독자도 추리에 참여할 수 있게끔 배려된 점도 좋았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마사토끼"의 만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유카와 다른 동창생들의 발언과 추리가 촉발시키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오는 서스펜스도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동기' 부분에서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에서의 동기를 쉽게 설명하자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부상 위험이 있는 선수가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되어 팀에 피해를 주지 못하게 하려고 그 선수를 죽인다'는 이야기와 다름없습니다. 이런 설정은 작가 미쓰하라 유리가 책 뒤에서 해명하고 있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우연과 운에 의존하는 전개가 많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니이야마가 약에 의해 수면 상태에 빠지는 것이 대표적이며, 다른 동창생들의 심리가 후시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 역시 운에 의지한 억지 설정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거든요. 작 중에서 이런 우연을 작가가 스스로 해명하기도 했지만, 차라리 작가가 책 뒤에서 설명한 대로 '심야에 범행을 저지르는 설정'이 훨씬 설득력이 높았을 겁니다. 물론 그런 방식이었다면 소설로서의 재미가 크게 줄어들었겠지만요.

이렇게 단점이 없지는 않으나, 정통 본격 추리소설의 매력을 잘 살려 재미있게 몰입해 읽을 수 있었으며, 번역도 훌륭하고 책의 디자인도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통해 이시모치 아사미라는 작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게 좋았어요. 앞으로 작품 한두 개만으로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야겠습니다.

2016/08/17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 - 천상현, 김수정 : 별점 3점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 - 6점
천상현.김수정 엮음/안그라픽스

국내 유일의 그림책 전문 계간지였던 "그림책 상상" 폐간 후, 수록되었던 특집 기사를 토대로 단행본으로 만든 책입니다. 그림책 강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러시아의 나라별 그림책 역사 및 유명 작가, 대표작 소개, 유명 출판사, 그림책 관련 어워드 소개가 이어지는 구성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그림책 전문 서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림책 관련 레퍼런스로는 감히 국내에 견줄 만한 콘텐츠가 없으리라 생각될 정도에요. 이 책 한 권이면 그림책의 역사는 물론 유명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이해가 가능하니 과장된 찬사는 아닙니다. 읽으면서 딸아이를 위해 구입하고 읽어주었던 작품이 가끔 등장하는 것도 아주 반가왔고요.

그림책의 역사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수록 작품들의 그림 수준이 워낙 빼어나기 때문에 26,000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임에도 본전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이 자체가 일종의 '어른용 그림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안그라픽스' 출간 서적답게 책의 완성도도 높으며 인쇄의 질도 좋은 편이에요.

다만 이전 "시작, 그림책"에서도 지적했듯이 국내 그림책 시장과 현황에 대한 부분이 없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림책 강국은 아닐지라도 전문 출판사도 있고 꾸준히 창작 그림책이 발표되고 있으며,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품도 나오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출간된 그림책 전문 서적에서 당연히 언급해주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말이지요. 출판사나 작가들의 인터뷰도 해외보다 용이했으리라 생각되는데 왜 빠졌는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소개된 작품들이 국내에 모두 출간되지 않은 것은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아쉽습니다.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압도적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작가와 작품도 많은데 아래와 같습니다. 전부 국내 출간된 작품으로만 꼽아봅니다. 조금 시간이 나면 딸아이를 위해 발품(?) 좀 팔아봐야겠네요.

  • 존 버닝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 올리버 제퍼스 "마음이 아플까봐"
  • 토미 웅거러 "세 강도"
  • 그레고와르 솔로타레프 "난 꼬마 토끼가 아니야!"
  • 필립 코랑텡 "풍덩!"
  • 먼로 리프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 클라우스 엔지카트의 삽화들
  • 비네트 슈뢰더 "개구리 왕자"
  •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의 수잔네 사계절 시리즈
  • 크빈트 부흐홀츠 "책 그림책"
  • 완다 가그 "백만 마리 고양이", "투명 강아지 아무개의 마법"
  • 버지니아 리 버튼 "작은 집 이야기"
  • 레오 리오니 "프레드릭"
  • 크리스 반 알스버그 "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
  • 피터 시스 "왕자와 매 맞는 아이", "생명의 나무"
  • 초 신타 "양배추 소년"
  • 안노 미쓰마사 "이상한 그림책", "여행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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