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그널 -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 지음/흐름출판 |
유튜브 채널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에서 운영하는 경제 분석팀이 집필한 책입니다. 이 책은 현대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10가지 핵심 신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호를 통해 독자가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개인의 경제적 판단과 투자를 보다 현명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각각의 신호는 금리, 인플레이션, 부동산 시장, 노동 시장 등의 요소를 다루며 각 장 별로 해당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신호가 나타나기까지의 배경과 이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무엇인지와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에 대한 통찰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장점이라면 우선 복잡한 경제 개념을 대중적인 언어로 쉽게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의 변화를 읽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도 활용되고 있고요.
기존의 경제적 상식을 넘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의 기본 개념으로 알려진 '보이지 않는 손'의 문제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작은 정부 이론의 부적절성을 비판하며 정부의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 인구 감소에 대한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인구 감소를 단순히 경제 악화의 원인으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과잉 인구밀도의 해소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거든요.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은 기업이 더 크게 느낀다는데 -소비 인구가 줄어들고, 인간의 가치가 올라가므로- 와 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은 내야 하는 돈 6종 세트와 보유하거나 팔 때 내야 하는 3종 세트를 따져볼 때 결코 순수한 이득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 그리고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거 형태 변화를 해외 사례를 통해 알려주는 부분인데 가까운 미래에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웨덴, 덴마크, 일본 등의 다양한 공동 주택 정책을 보니, 충분히 우리나라에도 먹힐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AI 도입 이후 변화할 직업 형태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어요. 단순 반복 업무가 사라지고 창의적이거나 의미 있는 일이 남을 것이라는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를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공감 능력이 중요한 직업들을 강조하면서 상세히 알려주는 덕분입니다. 미래 직업 선택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유익한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사라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직업 상위권을 보면 공통적으로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레크리에이션 지도사나 사회 복지사처럼요. 제 딸에게도 꼭 이야기해 주어야겠네요.
통계와 숫자를 이용한 오류에 대한 경고도 담고 있습니다. 2003년, 국내 언론이 “이혼율 세계 1위 눈앞”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해당 연도의 결혼 부부 수를 이혼 부부 수로 단순히 나눈 결과로서 누적 계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잘못된 통계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짧은 치마의 유행과 주가의 관계를 주장하는 마브리 박사의 연구도 여러 해석의 오류를 드러내고요. 이러한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수치와 인과관계에 대해 의심하고, 기준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걸 저자 중 한 명인 기자의 실수로 잘 알려줍니다. 어떤 수영 선수가 하루에 140.8킬로미터를 수영했다고 주장했지만, 간단한 계산을 통해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던 실수였습니다. 스마트폰 계산기만 사용해도 오류가 쉽게 밝혀질 수 있었지만, 이를 귀찮아하여 검증하지 않아서 오보를 냈던 것이지요. 이렇게 주의하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에 속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 외, 새롭게 알게된 정보들도 많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우선 ‘폭스 팩터’는, 유명 대학 교수의 권위와 복잡한 숫자 앞에서 전문가들조차 쉽게 신뢰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간의 뇌가 복잡한 계산을 피하고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노후 대비 상품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든든한 금융상품은 국민연금이고 그 다음에 주택 연금이다, 각종 연금이 좋다는건 금융사의 홍보에 불과할 수 있다는 주장도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금융사가 복지 활동을 해 줄리가 없으니...
투자 방법에 대한 역사적 고찰도 해 주는데, 192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의 우량 주식 수익률은 배당금을 포함해 연평균 10퍼센트였다고 합니다. 90년이라는 긴 세월을 감안하면 굉장히 우수한 성적이지요. 같은 기간 미국 국채와 금은 연간 5퍼센트, 부동산은 4퍼센트, 정기 예금은 3퍼센트의 수익률을 거두는 데 그쳤고요. 게다가 주식의 경우, 매년 7퍼센트의 우수한 실질 수익률을 90년간 지속했습니다. 반면 안정적이라고 인식되는 국채와 금은 정기 예금 금리에 그쳤으며, 부동산과 현금자산은 가지고 있어봤자 큰 재미를 못봤습니다. 즉, 부자가 되려면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특정 계층, 특히 20~30대 청년들만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저자가 담고 있는 정보와 조언들도 그 연령대에 맞춰져 있어, 다른 연령층의 독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은 탓입니다. 이는 이 책이 팟캐스트에서 출발한 만큼, 주 청취자들의 관심사와 니즈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정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가 없지 않습니다. 대표적인게 부동산과 주식입니다. 저도 통계를 찾아본건 아니지만, 경험만 놓고 보아도 최근 10년간은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수익률이 주식을 압도했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우리나라 주식은 솔직히 믿을만한 시장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기존 상식을 깨는 새로운 시각과 실용적인 정책 제안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양한 통찰을 제공하지만, 특정 계층을 주로 겨냥한 내용은 아쉽습니다.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과 약간은 시대가 지나간 감도 있고, 무엇보다도 제목처럼 10개의 핵심 신호라는건 잘 와 닿지 않아서 조금 감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