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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걷는 망자 - 미쓰다 신조 / 김은모 : 별점 3점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리드비

"걷는 망자"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미쓰다 신조가 선보이는 단편집으로, 도조 겐야 시리즈의 스핀오프 입니다. 괴이 민속학 연구실 '괴민연'을 배경으로 영능력 소녀 도쇼 아이와 도조 겐야의 제자인 덴큐 마히토가 각종 괴담의 진상을 추리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다섯 개의 단편은 각각 독립적인 사건을 다루며 기묘한 괴담과 이를 해결하는 추리적 재미를 선사합니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도조 겐야 시리즈에서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던 길고 장황한 민속학적 설명이 전부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순수하게 괴이 현상과 그 진상에 대한 추리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괴이 현상과 추리의 결합도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괴담을 이야기하는 영능력 소녀 아이와 이를 듣고 진상을 추리해내는 덴큐 마히토 컴비의 매력은 떨어집니다. 아이의 영능력은 제대로 소개되지 않고 덴큐 마히토는 도조 겐야의 조수격임에도 괴담을 무서워한다는 유치한 설정이 덧붙여져 있는 탓입니다. 이 둘이 "사상학 탐정"슌이치로의 조부모가 된다는 '미쓰다 신조 월드' 설정도 억지스러워서 별로였습니다.

총평하자면, "걷는 망자"는 개별 단편마다 흥미로운 설정과 논리적 추리를 선보이지만, 일부 이야기는 완성도가 아쉽고 설정이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쓰다 신조 특유의 괴담, 민속적 분위기와 참신한 트릭은 독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전체 평균한 별점은 3점입니다.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진상, 트릭 등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걷는 망자

이야기는 어린 시절 '망자길'에서 '살아있지만 죽어있던' 남자 구지라다니 쇼지를 목격했던 도쇼 아이의 경험담에서 시작됩니다. 쇼지는 산책 후 귀가했지만 곧바로 시체로 발견됩니다. 경찰은 그의 죽음을 수사하며 요시코라는 여성과의 밀회에 주목하지만, 아이가 목격한 쇼지의 존재와 가정부의 증언이 요시코를 범인으로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사건의 진상은 덴큐 마히토의 추리를 통해 밝혀지는데, 범인은 요시코가 맞았습니다. 그러나 쇼지의 머리를 잘라 자신의 머리 위에 얹고 '망자길'을 통해 귀가한 척한 요시코의 동생 무쓰코 덕분에 알리바이가 생겨서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있지만 죽어있던 망자'라는 괴이와 알리바이 트릭을 논리적으로 엮은 멋진 이야기였습니다. 무쓰코의 키와 마을 여성들의 특이한 풍습 등, 모든 단서가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제공되며 치밀하게 연결된 점도 인상적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2. 다가오는 머리 없는 여자

어린 시절 가즈히라가 목격한 '가슴은 크지만 머리가 없고 닭 같은 다리를 가진 여자'라는 괴이에서 출발한 사건은, 가즈히라의 친구 다케루의 집에서 이 괴이를 목격한 가정부 다도코로 스에가 습격당하며 점점 미궁으로 빠집니다.
덴큐 마히토는 머리 없는 여자가 다케루의 변장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물구나무를 섰기 때문에 가슴이 크고 다리 관절이 반대로 보였던 것이지요. 다케루는 이 괴이를 통해 집을 떠나려 하지 않는 할머니에게 충격을 주려 했습니다. 스에 습격 사건에서는 사당 장지문 둘레에 금줄을 둘렀다는 일종의 원격 조작 장치 트릭이 사용되어 추리적으로도 풍성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3. 배를 가르는 호귀와 작아지는 두꺼비 집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일관하는 수준 이하의 작품입니다. '소인'이 살고 있어서 집이 작았으며, 더 작아진 이유는 '소인'에게 성장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괴이 현상의 진상은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소인이 피해자 아이들 배를 갈랐다는 진상 역시 마찬가지고요.
폐쇄적인 마을과 몰락한 지배 가문이라는 배경 설정은 식상했습니다. 더불어 일본식 발음을 이용한 트릭은 한국 독자들에게는 도무지 풀 수 없는 영역이라 와 닿지 않았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4. 봉인지가 붙여진 방의 자시키 할멈

괴담 연구회 회원들이 자시키 할멈이 나온다는 여관방을 봉인까지 해 가며 철통같이 지켰지만, 다카코 회장이 습격당하고 말았다는 괴이 사건이 등장합니다.
진상은 여관 주인의 동생이 여관을 방문한 여대생을 공격해서 괴이 현상을 가장했던 겁니다. 그런데 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설득력이 부족힙니다. 핵심 밀실 트릭도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2층에서 자던 마사요를 옮긴 뒤 그 밑의 다다미를 들어올려 1층에 있던 다카코의 목을 졸랐다는 건데, 모두에게 수면제를 먹였다는 걸로 대충 덮고 넘어가는건 많이 허술해 보였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5. 서 있는 쿠치바온나

이 단편에서는 민속학자(도조 겐야 선생)이 고갯길에서 입이 초생달처럼 찢어진 여성 '쿠치바온나'와 만났던 것, 그리고 마을 장례 행렬을 미행하다가 우연찮게 관에서 시신이 빠져나오는걸 보았다는 두 가지 괴이현상을 다룹니다.
쿠치바온나는 밤길에서 남성을 만난 젊은 여성이 긴 머리를 입에 물고 변장한 모습이었으며, 관에서 빠져나온 시신은 마을 사람들이 학자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벌인 연극이었습니다. 폐쇄적인 마을이었다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덕분에 연극을 벌인 이유도 설득력있게 설명됩니다. 두 괴이 현상이 마을의 이상한 전염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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