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 미야지마 미나 지음, 민경욱 옮김/㈜소미미디어 |
"올여름의 추억 만들기랄까?"
평이 좋길래 읽어본 최신 일본 단편 연작 소설. 2024 제 21회 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입니다. 서점 대상은 서점 직원들 투표로 선정되기 때문에, 독자에게 먹힐만한 오락성이 보장된 작품이 많은 편이지요. 이 작품도 확실히 읽는 재미만큼은 전혀 빠지지 않더군요. 재미있게,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루세 아카리의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까지를 다루는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청춘 소설로 나루세 아카리가 작품의 핵심입니다. 나루세는 공부와 운동 모두를 잘하는 슈퍼 우먼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엄청난 마이 페이스 소녀입니다. '다,나,까'에 가까운 딱딱한 말투도 독특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특징은, 한 번 세운 목표는 몸과 마음을 다해 전념한다는 겁니다. 천하를 잡을 목표를 세우면 정말로 잡을지도 모를 정도로요.
이러한 특징은 "고마웠어! 오쓰 세이부 백화점!"과 "제제에서 왔습니다"라는 두 편의 단편에서 제대로 선보입니다. "고마웠어! 오쓰 세이부 백화점!"에서는 곧 문을 닫는 도시의 유일한 백화점에 폐점 때까지 매일 방문해서 지역 방송에 매일 나오겠다는 여름 방학 계획, "제제에서 왔습니다"는 만담 경연대회인 M1 그랑프리 예선전 출전이라는 계획과 실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견 황당무계한 계획이 점차 틀을 갖춰가는 과정이 이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등과 얽혀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아울러 이 두 편에서 화자 역할로 등장하는 나루세의 유일한 친구 시마자키 미유키가 불러일으키는 재미도 큽니다. 만담의 보케 - 츳코미 관계와 비슷하거든요. 황당한 계획을 세우지만 자신만의 기준으로 이를 강행하는 나루세가 보케, 상식인으로 계획의 황당함을 지적하는 미유키는 츳코미 역할이라 할 수 있는데, 둘의 티키타카가 정말 볼만합니다! 미유키가 결국 어느새 말려들어가서 계획의 일부분이 된다는 전개도 뭔가 만담스러웠고요. 정작 M1 그랑프리 출전은 보케가 미유키, 츳코미를 나루세가 맡는다는 의외성도 좋았어요.
이렇게 황당함이 강한 캐릭터를 바라보는 평범한 주변 사람을 소재로 한 작품은 "멋쟁이 마사루"를 비롯하여 엄청나게 많습니다. 1년 전에 소개해드렸던 "유가미군은 친구가 없다"도 별다를게 없죠. 그러나 이 작품은 소녀 청춘물스러운 분위기로 '개그'보다 추억 만들기같은 '일상'에 주력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황당 캐릭터를 여성 작가가 여성의 마음으로 바라본 따뜻한 묘사로 소녀스럽게 그려내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외의 다른 세 단편들은 재미가 덜합니다. 화자가 바뀌는 탓이 큽니다. "선이 이어지다"가 특히 별로였어요. 나루세와 정 반대로 어떻게든 평볌함을 연기하려는 동급생 오누키가 화자인데, 그녀의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루세의 기이함만 강조되는 듯한 전개가 영 별로였기 때문입니다. 끝 부분에서 약간의 이해 정도로 수습하고 넘어가기는 하는데, 너무 무난한 결말이라 썩 개운치는 않았어요. 마지막 "도키메키 고슈온도"는 화자가 나루세 본인인데, 타인이 바라본 그녀의 독특함을 잘 느끼기 어려워 아쉬웠고요. 유일한 친구 시마자키 미유키와의 우정과 제제카라의 존속을 그리며 끝맺는 마무리도 지나치게 평범했습니다. 천하를 잡으러 가는 소녀 이야기의 결말로는 너무 부족하잖아요!
"계단에서는 달리지 않아"는 아예 나루세와는 거의 관계가 없는 아저씨들이 주인공이라 붕 뜹니다. 첫 단편과 엮이기는 하는데 다소 작위적이며, 구태여 엮을 이유도 없었고요. 내용도 흔해 빠져서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루세와 시마자키 컴비의 캐미가 폭발하는 앞의 두 편은 별점 5점도 아깝지 않은데, 뒤이은 단편들이 평균을 많이 깎아 먹었습니다. 혹시라도 후속작이 나온다면, 미유키 시점으로 나루세의 황당한 계획을 계속 그려주었으면 합니다.
'시가현'이라는 무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뭔가 중요한게 빠져있는 동네이지만 비와호라던가 빅쿠리돈키 등 나름의 매력이 가득하다는게 잘 그려져 있는 덕분입니다. 오래전 시가현 출신 일본 개그맨의 히트곡 '시가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세븐 일레븐도 없어' 같은 가사가 있었는데....
"레츠 고 미시간"은 화자가 미유키가 아니라 나루세에게 호감을 가진 남학생 니시우라로 바뀝니다. 미유키처럼 분석적이 아니라 그냥 순수한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츳코미'보다는 단순 관객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나름의 맛이 있더군요. 나루세의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녀가 깊이 고민하고 니시우라의 마음에 어렵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장면은 아주 상큼했어요. 이 작품이 영상화된다면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츠 고 미시간"은 화자가 미유키가 아니라 나루세에게 호감을 가진 남학생 니시우라로 바뀝니다. 미유키처럼 분석적이 아니라 그냥 순수한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츳코미'보다는 단순 관객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나름의 맛이 있더군요. 나루세의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녀가 깊이 고민하고 니시우라의 마음에 어렵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장면은 아주 상큼했어요. 이 작품이 영상화된다면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외의 다른 세 단편들은 재미가 덜합니다. 화자가 바뀌는 탓이 큽니다. "선이 이어지다"가 특히 별로였어요. 나루세와 정 반대로 어떻게든 평볌함을 연기하려는 동급생 오누키가 화자인데, 그녀의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루세의 기이함만 강조되는 듯한 전개가 영 별로였기 때문입니다. 끝 부분에서 약간의 이해 정도로 수습하고 넘어가기는 하는데, 너무 무난한 결말이라 썩 개운치는 않았어요. 마지막 "도키메키 고슈온도"는 화자가 나루세 본인인데, 타인이 바라본 그녀의 독특함을 잘 느끼기 어려워 아쉬웠고요. 유일한 친구 시마자키 미유키와의 우정과 제제카라의 존속을 그리며 끝맺는 마무리도 지나치게 평범했습니다. 천하를 잡으러 가는 소녀 이야기의 결말로는 너무 부족하잖아요!
"계단에서는 달리지 않아"는 아예 나루세와는 거의 관계가 없는 아저씨들이 주인공이라 붕 뜹니다. 첫 단편과 엮이기는 하는데 다소 작위적이며, 구태여 엮을 이유도 없었고요. 내용도 흔해 빠져서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루세와 시마자키 컴비의 캐미가 폭발하는 앞의 두 편은 별점 5점도 아깝지 않은데, 뒤이은 단편들이 평균을 많이 깎아 먹었습니다. 혹시라도 후속작이 나온다면, 미유키 시점으로 나루세의 황당한 계획을 계속 그려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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