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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9

광고로 보는 근대문화사 - 김병희 : 별점 2점

광고로 보는 근대문화사 - 4점
김병희 지음/살림

살림 지식 총서 501입니다. 제목 그대로 근대 신문 광고 분석을 통해 당시 문화를 조망해 본다는 취지의 문화사, 미시사 서적이지요.

살림 지식 총서치고는 두꺼운, 14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도 좋지만 다방 광고를 통해 당시 (1911년) 다방에서는 소라와 전복까지 팔았다는 소소한 정보를 비롯하여, 미술관이나 도장 가게의 광고는 현재와 사뭇 다르기도 하면서도, 시대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습니다. 권번 기생 연합이 봉사료를 신문에 광고로 개제한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당시에는 기생이 당당한 직업이었다는 뜻이니까요.
신문 광고를 통한 사기극 역시 흥미로왔습니다. 10원을 투자하면 월 100원을 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30전을 보내면 알려주마!라는 광고로 이런 사기의 전형적인 모습이지요. 과연 얼마나 현혹되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 외에도 '순수한 처녀의 피 (?)'라는 놀라운 카피의 포트 와인 광고나 콘돔 광고 등도 인상적이었으며, 미국 의학박사로 한국에 와서 간호사 양유식과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의 죽음 후 순애보를 이어갔다는 '어을 빈'의 이야기는 더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도판과 출처, 번역도 꼼꼼하여 자료적 가치도 높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광고를 기반으로 문화를 조망한다는 취지의 다른 책들에 비해 더 나은 점이 많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의견이 많이 개입된 탓이 큽니다. 그것도 당대 문화에 대한 의견보다는 현대 세태 등에 대한 개인 의견들이 많아요. 이래서야 책 취지에는 영 걸맞지 않지요.
뒤로 가면 갈 수록 이러한 개인 의견 추가가 많아지는데, 특히나 해방 이후가 심합니다. 고려교향악단 정기연주회 광고를 통해 타악기의 결정적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원자력 책 광고를 소개하면서 지금의 원자력에 대한 인식을 논한다는 식으로요. 이래서야 역사서보다는 에세이에 가깝겠죠.
어머니와 아이의 일러스트를 크게 선 보인 광고를 소개하며, 지금의 '미니미 룩' 같다는 언급은 억지스러웠으며 저자의 말장난같은 글도 지나칩니다.

또 다른 유사 도서들과는 다르게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춘다던가, 재미있는 카피나 광고 문구에 주목하는건 좋지만, 이러한 내용이 별다른 카테고리 분류없이 단순 시대 흐름대로 두서없이 등장하는 건 아쉬웠어요. 차라리 '재미있는 광고 문구들',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 등과 같이 명확히 주제 구분을 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정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살림 지식 총서 대부분이 이 정도 수준에 그치는데, 앞으로는 구해 읽어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2016/10/03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 - 유승훈 : 별점 2.5점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 - 6점 유승훈 지음/살림

한국의 도박사를 다룬 미시사 서적입니다. 도박은 제의와 점술에서부터 출발하였다는 이론에서 시작하여 신라, 백제, 고려, 조선, 근현대에 걸친 각종 도박을 소개해 줍니다. 도박에 관심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주제이지요.

목차는 크게 9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개인적으로는 "윷놀이", 조선을 주름잡았던 "쌍륙"과 "투전"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도박들에 비하면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될 뿐더러, 그동안 관심이 있었던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백제인의 저포, 윷놀이의 조상인가"에서 소개되는 윷놀이는 중국의 저포에 가깝지만 한국에 특화되어 토착화된 것이라는 기원에서부터, 윷놀이판이 하늘의 천체를 상징하며 말이 가는 길은 해가 가는 길로 비유된다는 것, 도개걸윷모의 확률 - 윗면이 곡면이라 확률은 평면 대 곡면이 6:4, 이것을 기준으로 하면 걸-개-윷-도-모 순으로 나오게 됨 -, 윷사위 이름의 유래 - 도: 돼지, 개: 개, 윷: 소, 모: 말, 걸은 다양한 이론 존재 - 등 내용 모두가 흥미로웠습니다.

"양반과 기생, 쌍륙판에서 내기를 벌이다"와 "조선 후기의 투전, 도박의 전성시대를 열다"에서 소개되는 쌍륙과 투전은 고전 소설이나 근대 개화기를 다룬 미시사 서적에서 접했었지만 정체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에 어떤 것인지를 도판과 함께 설명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투전 - 짓고땡과 거의 동일! - 에 비하면 쌍륙은 소개된 내용 정도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가려운 데는 충분히 긁어주었습니다. 이성계의 증조부 익조가 여진족과 쌍륙 승부를 할 때 원하는 숫자가 나오도록 조작한 주사위로 야바위를 쳐서 이겼다는 고사와 같이 사료로 확인되는 관련 일화들도 자주 등장하여 재미를 더해주고요.

이어지는 식민지 시기 화투 이야기도 상세합니다. 매국노 이지용의 도박 중독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접했었지만, 당시 '골패 세령'이라는 것이 제정되었다는 등 새로운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록 내용 모두가 기대에 값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안압지 출토 주사위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신라의 귀족, 주사위 놀이로 밤을 지새다"는 근거부터가 도박과는 거리가 있어서 주제에 걸맞지 않습니다. 고려시대의 격구를 스포츠 도박이라고 장황하게 소개하는 "고려시대의 격구는 스포츠 도박이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격구가 도박일 수는 있지만 "스포츠"에 더 가까운 것인데 비약이 너무 심했어요. 현대 이후 고스톱을 다룬 부분 역시 관심사와 다를 뿐더러 내용도 특별하지 않아 실망스러웠습니다.

아울러 저자가 연구자일 뿐 도박과는 거리가 멀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앞서 말씀드렸듯 소개되는 도박의 "방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 아쉽습니다. 뭐, 비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의 묘수 정도는 소개해 주는 것이 좋았을 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한국 최초의 도박사(史)라는 점에서 의의를 둘 만하지만 내용의 깊이가 아주 깊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도판 및 책의 장정, 디자인은 그냥 무난한 수준이고요.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출판사가 "살림 지식 총서"로 유명한 살림출판사인데, 흥미로웠던 주제(윷놀이, 투전과 쌍륙)를 살림 지식 총서처럼 분권으로 출간하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2009/02/27

대중적 감수성의 탄생 : 도박, 백화점, 유행 - 강심호 : 별점 3점


일본 강점기 시대의 조선의 도박과 백화점, 유행이라는 주제를 당대의 문학작품을 빌어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재미보다는 자료로 쓸까하고 사 본 책이죠. 살림 지식 총서의 책이 모두 그렇듯 얇아서 금새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얇은 책 두께 때문인지 많은 자료를 동원하지 않고 김유정, 이효석, 김기림, 김남천 등 소수의 작가와 텍스트만 예를 든다는 점, 그리고 특정 주제에는 특정 작가의 특정 작품에 대한 사례만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설득력도 떨어지고 말이죠. 설명하고 있는 도박과 백화점, 유행이라는 소재 모두가 상당히 재미난 것들이기에 좀 더 방대한 텍스트와 자료를 참고로 제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물론 그랬더라면 이 가격, 이 두께로는 출간되지 못했겠지만요.

그러나 이효석의 "벽공무한" 같이 잘 모르던 작품에 대해 알게된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게 없다는 것에 더해서 당시 "복권"이나 "경마장" 같은 투기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수확이고 말이죠. 그나저나, 주인공 이름이 "천일마" 던데 이름 참... 강건마도 아니고....

어쨌건 계속 진행 중인 30년대의 경성을 무대로한 소설 창작에는 꽤 써먹을만한 요소가 많아 보였습니다. 덕분에 두께와 가격에 비한다면 그런대로 얻은게 있는 책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제가 여태까지 읽어왔던 몇권의 살림 지식 총서 중에서는 베스트로 꼽을만 하네요.

2015/12/11

불멸의 탐정, 셜록 홈즈 - 김재성 : 별점 3점

불멸의 탐정, 셜록 홈즈 - 6점
김재성 지음/살림

치과의사이자 추리 소설가, 아동 문학가인 김재성 씨가 쓴 셜록 홈즈 가이드북. 살림 지식 총서의 489번째 책입니다.

살림 지식 총서는 특정 주제를 설명하는 목적에는 충실하지만, 100페이지를 조금 넘는 제한된 분량 탓에 살짝 건드리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독자가 호기심을 느끼면 다른 전문 도서를 찾아보게 만드는, 일종의 진입문 역할이라서 별다른 불만은 없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분량도 적절하고요. 그래도 자주 구입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괜찮습니다. 짧은 분량임에도 셜록 홈즈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셜록 홈즈의 기원과 주요 캐릭터들, 주요 장단편 이야기와 저자 코난 도일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물론이고, 셜록 홈즈에 관련된 패스티쉬와 라이벌 탐정까지 소개하는 풍성한 구성을 자랑합니다. 셜록 홈즈에 대해 알기를 원하는 초심자들을 위한 최고의 안내서라 생각됩니다.

저와 같은 기존 셜록 홈즈 애독자들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인용된 작품도 거의 다 읽어본 것이라 새로운 정보는 없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또한 조금 더 체계적으로 목차를 분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그러나 분량과 가격을 고려하면 비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6/08/22

일러스트 칵테일북 - 오 스툴 / 황소영 : 별점 3점

일러스트 칵테일북 - 6점 오 스툴 지음, 황소영 옮김, 엘리자베스 그레이버 그림/봄엔

제목에 혹해서 충동구매한 책입니다. 저자는 실제 바를 운영했던 술 전문 칼럼리스트로, 58종의 칵테일에 대해 유래 및 간략한 관련 에피소드, 레시피를 일러스트와 함께 전해 줍니다. 7편의 짤막한 칼럼도 함께 수록되어 있고요.

160페이지 정도 분량에 페이지 디자인도 일러스트가 많이 좌우하고 있어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아닙니다. 짧지만 그만큼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책의 독자를 '홈 바텐더'와 '아마추어'에게 맞추고 있어서 레시피, 도구 등에 대해 쏠쏠한 정보가 많은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집에 바 용품을 구입할 때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칼럼이 대표적입니다. 웨딩 파티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방법도 마찬가지에요. 버번 & 사과 주스, 데킬라 & 사과 주스 등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의 조합으로 만드는 칵테일을 소개해 주거든요. 그 외의 레시피들 모두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팁을 제공합니다. 참고로 저자가 추천하는 칵테일은 '네그로니'입니다. 맛있고 간단하기 때문으로 진, 스위트 베르무스, 캄파리를 동량으로 섞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이러한 정보와 레시피 외에도 애주가들, 그리고 만화 "바텐더"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흥미로울 만한 이야기도 제법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제가 좋아하는 '김렛'이 사람 이름이었다거나, 제임스 본드의 유명한 마티니 주문 방법은 엉터리였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열"에서야 비로소 '베스퍼'라는 진짜 칵테일이 등장했다는 것, 그리고 빌 맥코이라는 주류 밀매업자가 금주 시대에 진품만을 취급하여 좋은 평판을 쌓은 뒤 '리얼 맥코이'라는 표현이 생겨났다는 것 등이 그러합니다. "리얼 맥코이"라는 20년도 더 된 킴 베이싱어 주연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는 정말이지 처음 알았네요.

아울러 엘리자베스 그레이버의 일러스트도 뛰어난 수준으로, 제목에 혹하기는 했지만 후회가 없을 정도로 멋진 그림들입니다. 이 정도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분량에 비하면 과하다 싶은 가격, 그리고 제본이 유선(?) 제본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펼쳐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살림 지식 총서'나 '시공 디스커버리 문고' 스타일로 제본하고 보다 저렴하게 출간하는게 나았을 거에요 일러스트 칵테일북 -  오 스툴 지음, 황소영 옮김, 엘리자베스 그레이버 그림/봄엔

제목에 혹해서 충동구매한 책입니다. 저자는 실제 바를 운영했던 술 전문 칼럼리스트로, 58종의 칵테일에 대해 유래 및 간략한 관련 에피소드, 레시피를 일러스트와 함께 전해 줍니다. 7편의 짤막한 칼럼도 함께 수록되어 있고요.

160페이지 정도 분량에 페이지 디자인도 일러스트가 많이 좌우하고 있어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아닙니다. 짧지만 그만큼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책의 독자를 '홈 바텐더'와 '아마추어'에게 맞추고 있어서 레시피, 도구 등에 대해 쏠쏠한 정보가 많은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집에 바 용품을 구입할 때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칼럼이 대표적입니다. 웨딩 파티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방법도 마찬가지에요. 버번 & 사과 주스, 데킬라 & 사과 주스 등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의 조합으로 만드는 칵테일을 소개해 주거든요. 그 외의 레시피들 모두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팁을 제공합니다. 참고로 저자가 추천하는 칵테일은 '네그로니'입니다. 맛있고 간단하기 때문으로 진, 스위트 베르무스, 캄파리를 동량으로 섞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이러한 정보와 레시피 외에도 애주가들, 그리고 만화 "바텐더"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흥미로울 만한 이야기도 제법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제가 좋아하는 '김렛'이 사람 이름이었다거나, 제임스 본드의 유명한 마티니 주문 방법은 엉터리였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열"에서야 비로소 '베스퍼'라는 진짜 칵테일이 등장했다는 것, 그리고 빌 맥코이라는 주류 밀매업자가 금주 시대에 진품만을 취급하여 좋은 평판을 쌓은 뒤 '리얼 맥코이'라는 표현이 생겨났다는 것 등이 그러합니다. "리얼 맥코이"라는 20년도 더 된 킴 베이싱어 주연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는 정말이지 처음 알았네요.

아울러 엘리자베스 그레이버의 일러스트도 뛰어난 수준으로, 제목에 혹하기는 했지만 후회가 없을 정도로 멋진 그림들입니다. 이 정도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분량에 비하면 과하다 싶은 가격, 그리고 제본이 유선(?) 제본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펼쳐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살림 지식 총서'나 '시공 디스커버리 문고' 스타일로 제본하고 보다 저렴하게 출간하는게 나았을 거에요. 비슷한 스타일의 시리즈로 묶어서 말이죠.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기에 만족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구입해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기는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애주가이자 독서가인 친구에게 선물하기 좋은 그런 책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이 책에 실린 대로 대충대충 제 맘대로의 '진 토닉'이나 한 잔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2009/04/15

짜장면뎐 - 양세욱 : 별점 3점

짜장면뎐 - 6점
양세욱 지음/프로네시스(웅진)

아버님이 추천해주셔서 읽게 된 책입니다. 쟝르는 일종의 역사서랄까요? 짜장면의 문화사를 다룬 책이니 미시사 -굉장히 주제를 좁게 본- 학적인 역사서라 할 수 있겠죠. 책 소갯글로는 짜장면 문화사 관련한 최초의 저서라고도 하네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책 소갯글만 보더라도 굉장히 흥미진진할 것 같아 부담없이 읽기 시작한 책인데, 책 내용은 제 기대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짜장면의 문화사라고는 하지만 "1부. 중국, 땅과 사람 그리고 음식" 은 저자의 중국 기행문에 가까운 내용으로 사실 대한민국의 짜장면과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제목, 주제에 걸맞지 않더군요. "3부. 짜장면, 근현대 한중교류의 초상" 역시 짜장면 관련 이야기는 별로 등장하지 않고 말이죠. 정확하게 제목과 주제에 맞는 본격적인 짜장면 이야기는 달랑 "2부. 짜장면과 그의 시대" 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짜장면과 그의 시대" 부분은 그야말로 굉장히 풍성하고 재미있어서 기대에 값하긴 합니다. 정말로 짜장면의 원류가 무엇인지를 고찰하며 대한민국 짜장면의 원조로 알려진 이른바 "공화춘"과 그 외의 초창기 식당들에 대한 이야기, 초창기 화교들에 대한 이야기, 짜장면의 종류와 춘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거든요. 또한 "경성탐정록" 에 등장했었던 중국집 이야기를 다시 손대고 싶을 만큼 당시 중국집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실려 있기에 자료적인 가치 역시 크고요.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에야 "옛날 짜장"과 "쟁반 짜장"의 정확한 정의를 알게 됐습니다^^ (옛날 짜장의 경우 춘장이 다르다고 하네요)

결론적으로, 제목과 소갯글에서 느꼈던 짜장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2부에만 실려 있기 때문에 추천하기 좀 애매한 책입니다. 가격도 센 편이고요. 그래도 1부와 3부도 중국 요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충분히 읽을만 하거니와, 자세하지는 않지만 중국 요리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하고 효과적인 지식이 많아서 꽤 괜찮은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짜장면 관련 이야기가 더 심도깊게 들어갔더라면 좋았겠지만, 2부 정도로라도 저에겐 충분한 수준이었어요.

덧붙이자면, 출판사 측에서 저같은 "짜장면"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2부만 보다 압축된 형태의 얇은 소책자로 출간하는 것도 고려해 보는게 어떨까 싶네요. "살림지식총서" 같은 형식으로 말이죠.

2018/06/09

소주 이야기 - 이지형 : 1.5점

소주 이야기 - 4점
이지형 지음/살림

살림 지식 총서 중 한 권. 소주는 개인적으로 즐기는 술이라 그냥 별 생각없이 구입해 읽어보았습니다.

책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소비되는 소주는 가짜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95퍼센트 순도의 에틸알코올인 '주정'에 물을 부어 만든 희석식 소주는 증류해 마시는 전통적인 증류식 소주와는 다르다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희석식 소주의 제조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줍니다. 주정을 만드는 원재료의 대부분은 저렴하면서 에틸알코올을 많이 생산해 낼 수 있는 타피오카이며, 주정을 만드는 열 군데 정도의 회사는 모두 (주) 대한주정판매로 납품하고, 소주업체들은 (주) 대한주정판매에서 주정을 사다가 물과 섞어 만들며, 소주맛을 내는 대표적인 감미료는 과거에는 사카린, 1980년대 이후 스테비오사이드가 많이 사용된다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 한 구절,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을 인용하며 소주는 피난민과 실향민의 술이다, 소주는 삼류였기에 사회 도처의 삼류 인생들을 위로해 주었기에 진짜던 가짜던 상관없다는 말로 마무리해서 좀 당황스럽습니다. 희석식 소주가 아닌 전통 증류 소주에 대해 자세히 파헤치는 내용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어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다음에는 난데없이 소주 광고에 조인성이 모델로 등장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소주 업계의 마케팅 경쟁에 대한 것으로 자도주 의무판매제도 폐지 후 소주업계가 자유 경쟁하기 시작한 1996년 부터 스타를 동원한 공격적 마케팅이 시작되었으며, 초반 부드럽고 순한 술을 강조하기 위한 이영애 등의 순수 컨셉 모델 이후 '처음처럼'의 이효리로 대표되는 섹시 모델 시대로 진입하여 현대로 이어지고 있는 흐름이 설명됩니다. 이러한 극심한 마케팅 전쟁의 이유는 주정에 물을 타고 첨가물을 약간 추가하는 간단한 공법으로 맛에 큰 차이가 없어서 마케팅과 영업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맛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완전히 동의하기는 좀 어려웠어요.

이어서 황석영의 "객지" 속 문장과 함께 막소주와 소주 도수에 관해 설명됩니다 "객지"의 무대는 1960년대 말 쯤으로 당시는 희석식 소주 초창기 로 알코올 도수는 30도였는데, 1973년 주정 배정 제도가 생긴 후 소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25도로 도수가 내려가게 되고 25년간 25도가 대세가 되었다는군요. 저 역시 대학 생활 중 마셨던 소주는 모두 25도의 빨간 뚜껑 진로였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1990년 소비자 단체의 의뢰로 알코올 도수 확인 결과 22~24도 정도로 밝혀졌다는 에피소드는 처음 알았습니다. 진로는 부인했지만 도수를 내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꼼수였던 것이겠죠? 1998년 이후 소주 도수가 유행처럼 지속적으로 떨어진 흐름은 저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요.

그리고는 폭탄주의 역사, 몇 가지 해장국 소개와 저자의 1,2,3차 술자리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이 이어지는데 특별한 내용은 없고, 마지막인 안동이 소주의 명산지가 된 이유 정도만 재미있었습니다. 700여년 전 고려 시대 당시 몽골이 일본을 치기 위한 병참기지가 안동이었고, 안동 외에도 고려의 수도 개성은 몽골 군의 본거지, 제주도와 진도는 몽골의 전진 기지였는데 이 네 지역 모두 전통 소주로 유명하다는 점에서(진도는 홍주) 소주의 유래는 몽골의 독한 발효주 '아라크' 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럴듯하죠?

이렇게 몇몇 이야기는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솔직히 그다지 잘 쓴 책은 아닙니다. 미시사 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두서가 없고, 소주 자체에 대한 고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저자 스스로 석달 간 자료조사를 거쳐 열흘 만에 쓴 책이라고 하는 말 만큼이나 내용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이 책은 그 어떤 점도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2016/04/24

다방과 카페, 모던보이의 아지트 - 장유정 : 별점 2점

살림지식총서 342권. 제목 그대로 근대 경성의 "다방"과 "카페"에 대해 서술한 미시사 서적입니다. 경성을 무대로 한 소설을 창작하고 있는터라 자료 삼아 구입했습니다.

처음 생겨난 이후, 속속 개업한 다양한 다방과 카페에 대해 상세하게 알 수 있었던 점은 좋았습니다. 카페 여급의 월 수입이라든가 여급들의 전직, 그녀들의 생각 등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대략은 알고 있었지만 모호했던 다방과 카페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게 된 것도 수확이었습니다. 다방은 문화인들의 문화 공간이었으며, 카페는 여급과 술을 마시며 욕망을 충족시키는 환락의 공간이었다는 점을 상세한 사료와 함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이 쓴 책이라 그런지 발터 벤야민 등을 인용하며 시대를 분석하는 부분은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대 다방과 카페에 대한 사료적 접근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굳이 이론적 분석을 덧붙인건 아쉬웠어요. 100쪽도 되지 않는 분량으로는 깊이 있는 논의가 무리이기도 했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니 아주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2018/06/15

한국에만 있는 정통 중화요리에 대한 수사보고서 - 최준식 : 별점 2점

한국 문화 전문가인 저자가 한국에만 있는 "중화 요리"가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느 시대의 음식인가를 밝히고 중요 요리와 그 역사,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왜 "중국 요리"가 아니라 "중화 요리" 였는지 여태까지 별 생각이 없었는데, "중화" 라는 단어가 쓰인 이유와 "화교" 라는 말의 유래, 한국의 화교는 어떤 사람들인지 설명하는 등 내용은 아주 본격적입니다.

저자의 질문은 몇 페이지 되지 않아 답이 나옵니다. 화교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역사에 등장한 건 1882년 임오군란 발발 시 중국에서 동원된 청나라 군대를 따라온 40여 명의 청나라 상인들이며, 당시 한국에 온 중국 군대는 산동의 연태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라 이들은 산동에서 온 사람들이었다고 설명됩니다. 그 이후 산동 반도와 인천항 사이 정기선이 오가게 되고, 의화단 사건으로 산동 주민들이 대거 이주했고요. 때문에 우리나라의 중국 음식은 산동 음식이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본토와 고립되어 100여년이 지났기에 우리나라의 중화요리는 본토와 달라지게 되었다고 설명되죠. 즉, 우리나라의 중국 음식은 20세기 초의 산동 요리이며, 해삼과 죽순 등 청나라 말기의 식재료를 고집 - 당시 산동 요리가 궁중요리였기에 - 하는 것입니다!

이 다음은 유명한 음식들의 한국화 과정을 소개합니다. 짜장면과 짬뽕이 대표적인데 이 두 음식의 역사, 유래는 이미 다른 많은 컨텐츠에서 접했던 것이라 별로 새롭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짜장면의 원조인 중국 산동 "작장면"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해 주는 부분은 나름 독특했고, 짬뽕이 아니라 "짬뽕밥"에 대한 소개와 볶음밥에 짜장 소스를 곁들이는 이유는 우리나라 볶음밥이 맛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인상적입니다. 볶음밥 쌀이 인디카 종이어야 잘 볶아지고 맛이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굉장히 그럴듯 했어요. "맛의 달인" 의 한 에피소드에 충분히 쓰임직 할 정도로요. 최소한 이 내용을 먼저 알았더라면 "경성탐정록" 의 "소나기" 에피소드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다른 유명 음식들의 이름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습니다. 난자완스, 유린기 등 몇몇 음식들은 그 설명 자체가 충분히 새로왔을 뿐더러 한국의 중화요리는 그게 무엇이든 굴소스를 잔뜩 넣고 이런저런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며 전분이 많고 오래 찌는 등으로 결국 맛이 비슷비슷하다는 설명도 와 닿습니다. 저도 한국식 "중화 요리"를 좋아해서 자주 먹긴 하지만, 그게 그거라고 생각될 때가 많거든요. 물론 오리지널 중국 요리도 향신료나 향초의 쓰임새가 제 입맛에 맞는다고 하기는 어렵긴 하지만요.

이렇게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을 내용이 많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저자 스스로 가장 큰 참고가 된 건 산동 출신 제자 마 씨아오루의 도움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을 정도로 내용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인용되는 사료의 깊이와 넓이 모두가 부족하여 충분한 고증, 연구를 거친 결과물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150여 페이지가 안되는 짤막한 분량도 읽는 데에는 좋지만 깊이를 느끼게 하기는 역부족이고요. 여기에 12,000원이라는 가격은 많이 과합니다. 거의 한 페이지에 100원 꼴인데, 그 정도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은 되지 않으니까요. 왜 "중국 요리" 가 아니라 "중화 요리" 인지도 결국은 설명이 없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도 있고 여러모로 참고할 점은 많지만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는 결과물은 아닙니다. 가격을 내려 "살림 지식 총서" 의 한 권으로 내 놓았더라면 모를까, 이대로라면 딱히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2018/09/08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 안대회 : 별점 2점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 4점
안대회 지음/한겨레출판

몇몇 사료를 바탕으로 주로 조선 후기에 이름을 날렸던 기인들을 소개하는 인물사 - 미시사 서적입니다. 내용 대부분은 조수삼의 "추재기이"가 바탕이지만, 그 밖의 다양한 사료를 찾아 증명하고 보완하여 설명하려는 노력도 돋보이고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게, 쉽게 쓰여져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제목과 부제인 "시대를 위로한 길거리 고수들 이야기"만 보면 거리를 무대로 한 사기꾼이나 범죄자들이 연상되는데, 의외로 지금으로 따지면 엔터네이너(?) 들이 주로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독특한 기예로 인기 연예인이었던 사람들이나 기생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거든요. 

지금으로 따지면 성대 묘사의 대가인 "구기"의 달인 박뱁새가 대표적입니다. 다양한 동물, 상황, 사람 목소리를 흉내내어 혼자서 극을 이끌어 나가는 공연의 달인으로 소갯글을 보면 무척 재미있겠더라고요. 지금은 실전되었다고 하는데, 남보원 선생님 등의 공연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걸로 생각됩니다.
종친 남원군이 스승으로 모셨다는 전설적인 음악 거장 김성기의 존재도 눈길을 끕니다. 신분이 천했지만 남원군은 "재능이 있는 곳이 바로 스승이 있는 곳이다. 나는 재능을 스승으로 삼을 뿐, 귀천이 있고 없고는 모른다"고 했다는데, 캬~ 정말 멋진 말이에요. 암요, 실력이 중요하지요.
그 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 즉 재담의 달인이었다는 김옹.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소설 구연 직업인 '전기수' 등 여러 당대 예인들의 소개가 이어지는데 모두 재미있습니다. 재담은 지금으로 따지면 개그맨으로, 소설 구연은 오디오 북으로 이어지고 있는 등 그 명맥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사람들이 좋아하는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리고 당대 조선의 사고 방식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노처녀 삼월이와 같은, 예인이 아닌 기인들 이야기도 많습니다. 삼월이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배필이라 여기며 장사하여 돈을 벌어 스스로를 꾸미며 항상 당당했다는데 이 역시 현재의 골드 미스와 비슷하죠? 이외에도 사랑 때문에 불가를 등진 비구니, 몰락한 양반 거지, 우월감 때문에 값비싼 서화골동품을 수집했다는 모지리들 이야기 모두 지금 시점에서 그렇게 낯설어 보이지 않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삼월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삼월이보다 조선 후기 혼수를 애걸하는 박도령의 호소문이었습니다. 결혼하고 싶다는 절절한 내용이 이어지는 중간에 "기분이 안 좋을 때 마누라를 패는 재미가 어찌 없으랴?"라는 문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거 참, 결혼 못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제목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은건 아쉬웠어요. 기생 이야기들 대부분이 그러했습니다. 한 남자에게 순정을 바쳤다던가, 번 돈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었다는 정도의 이야기인데 조금 독특할 뿐 시대를 대표한다던가, 무언가를 사로잡았다고 할 만한 내용은 아니에요.
아예 사료에 기반하지 않은 전설이나 야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은 실망스러운 수준이고요. 물고기로 변신한 여인, 의적 일지매와 점쟁이 이야기들로 전체 내용과 어울리지도 않고, 사료적인 가치도 없는 탓입니다.
또 제목에 어울릴 만한 굵직한 인물의 묵직한 이야기가 전무해서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고 저잣거리의 평범하지만 나름 명성을 떨쳤던 사람들을 모아 소개한다는 발상은 좋지만 재미 외의 또다른 가치 측면에서는 부족했기에 감점합니다. 몇몇 꼭지만 따로 분리해서 '살림 지식 총서' 분량으로 나누어 내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2017/12/10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 별점 2.5점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6점
김정선 지음/유유

20년 이상 단행본 교정 교열 작업을 해 온 저자가 어색한 문장을 다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예제가 많고 현실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굉장히 실용적이에요.

특히 빼야 하는 것들이 아주 대박이네요. 굉장히 충실하고 이치에 맞습니다. 저 자신부터 생각없이 반복했던 습관이 빼야 하는 것들로 굉장히 많이 등장해서 부끄럽기도 했고요. 그래도 이런 방법들을 잘 익힌다면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겠죠. 대표적인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 '-적', '-의' 를 뺄 것
  • 의존명사 '것'을 뺄 것
  • '있다' 라는 표현은 주의하고 뺄 수 있으면 빼자. 쓸데없는 장식이다.
  • '- 들 중 하나', '- 중 대부분' 역시 습관적으로 쓸 때가 많다. 되도록 빼자.
  • '될 수 있는', '할 수 있는' 도 뺄 수 있으면 빼자.
  • 지시대명사 '그', '이', '저' 와 '이렇게' 도 마찬가지로 빼자.
  • '여기', '저기', '거기'도 가려 써야 한다.
  • '놀라기 시작했다' 대신 '놀랐다' 처럼 '시작하다'는 명확한 항목 외에는 붙이지 말자.
  • 말을 이어 붙이는 접속사는 자제하자. '가령', '그리고', '그래서' 나 '은', '는' 과 같은.
  • '이', '가' 와 같은 주어 하나에는 서술어 하나를 쓴다. 그 뒤에 관형사를 붙이는 말도 많지만 뺄 수 있다.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 대신 '아무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 처럼.
  • '- 같은 경우', '- 에 의한', '-으로 인한' 은 쓸 수는 있지만 습관처럼 반복하지 말자.
이렇게 빼야 하는 요소들을 실제 문장 예와 함께 차분히 설명해 주고 있어서 이해가 쉽습니다. 당연하지만 사전적인 의미와 함께 설명되어서 합리적이기도 하고요. '-에 대한' 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입니다. 사전적 의미와 함께 용례를 설명해 주는데, 뭉뚱그리지 말고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는 결론이에요. '사랑에 대한 배신' 이라는 문장에서는 빼기 어려우며, 빼려면 '사랑을 저버리는 일'과 같이 풀어써야 한다는 식입니다. 뭉뚱그려 표현한 문장은 구체적으로 쓰는게 좋다고도 하고요. 아울러 '-에 대해'는 빼도 된다고 하네요.

사전적 의미를 통해 새롭게 알게된 용법들도 많습니다.

  • 주격 조사는 '이','가' 고 '은', '는' 은 보조사이기 때문에 '이', '가' 는 말하는 주체이고 '은', '는' 은 화제의 중심이라는 설명.
  • '에' 는 처소나 방향, '을' 은 목적이나 장소라는 것.
  • '-에' 는 무생물, '- 에게'는 생물에 붙이므로 선전포고는 '적국에게' 가 아니라 '적국에' 하는게 맞다는 것.
  • '- 을 하다'와 '하다'는 다른 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 '멋진 그림으로 장식을 했다.' 에서는 장식이 목적어입니다. 멋진 그림으로 다른걸 할 수도 있었지만 장식을 했다는 의미죠. '멋진 그림으로 장식했다' 는 말 그대로 멋진 그림으로 장식한 것이고요. 즉 내가 쓰려는 문장이 하다가 동사인지, 다른 동사가 주가 되는지 가려 써야만 합니다.
피해야 하는 용법 설명도 많아요.
  • '-로의', '-에게로' 처럼 조사가 겹친 표현은 피하자.
  • '-로부터' 는 '-에게', '-와', '-에서' 로 나누어 써야 할 표현을 뭉뚱그려 대신한 것으로 피해야 한다.
  • 두번 당하는 말을 만들지 말자. '나뉘어지다' 는 '나누다'의 당하는 말인 '나뉘다'와 '나누어지다'가 합쳐진 말이다.
  • '시키다'는 자제하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대신 '소개해 줘' 로 충분하다.
  • '-가 되다'와 같이 구태여 '되다'를 동사로 쓸 필요는 없음.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저자가 쓴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임." 이라는 글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여태까지 놓치고 있던 것을 비로서 깨달은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실용적이고,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은데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용례 중간 중간에 삽입된 저자와 소설가 함진주 씨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은 재미도 없고, 내용에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200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인데 가격이 12,000원이나 한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요. 도서출판 유유의 책들이 대체로 분량에 비해 가격이 높은데 솔직히 무슨 근거로 책정된 가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만 해도 쓸데없는 함진주 씨 이야기를 빼고 120여 페이지 정도로 정리해서 '살림 지식 총서' 처럼 5,000원 이하 가격으로 내 놓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글을 쓰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쯤 읽어보셔도 괜찮겠지만 가성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도판이 하나도 없는 만큼 ebook으로 읽어도 되긴 하지만 ebook의 현재 가격도 8,400원이나 하는군요. 혹시 모를 세일이 있다면 한 번 노려보시기 바랍니다.

2017/06/04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 김봉규 : 별점 2.5점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 6점
김봉규 지음/담앤북스

우리나라 유명 종가와 그 종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독특한 음식, 술을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내용은 크게 두 항목, 먹치레와 술치레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고요. 두 항목 구성은 약간 다른데 소개되는 내용은 항목별로 같습니다.

먹치레의 1장 '선비, 셰프가 되다'를 예로 들자면, 안동 계암종가와 삼색어아탕을 소개하면서 "수운잡방"이 안동 광산 김씨 가문의 탁청정 김유와 그 손자 계암 김령이 저술한 것이며, 이 책이 안동 계암종가에 물려 내려오면서 관련된 음식들이 전해졌다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수운잡방"에 나오는 30여가지 음식과 술을 재현하는데 삼색어아탕이 그 중 대표격으로 간략한 레시피를 알려줍니다. 은어, 숭어를 이용해 완자를 만든 후, 은어 삶은 물에 집간장으로 간을 한 탕을 만들어 완자, 녹두묵, 대하에 탕을 부어 완성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김유'라는 인물에 대해 2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명을 추가하며 마무리합니다. 먹치레 편의 모든 항목 구성이 이와 같습니다.

종가와 종부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를 알게 되니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당연하지만 서애 류성룡이 '중개'(일종의 약과)를 좋아했다, 고산 윤선도는 의술에 밝아서 직접 장수를 위한 술을 담궈 먹었다는 것 처럼요.
처음 안 인물이지만 독특한 인물도 많습니다. 일제 강점기 바둑고수 노근영이 그러한데, 그의 삶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천재로 유명했다는 노사 기정진의 청나라 사신 수수께끼 풀이도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류이주를  알게 된 것도 수확입니다. 그의 자택인 '운조루'에는 항상 쌀 두가마니가 들어가는 뒤주가 있어서 배고픈 동네 사람들은 누구나 퍼 갈 수 있었다고 하네요. 심지어 밥 짓는 연기가 멀리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굴뚝까지 낮았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종가 고택에 대한 설명들도 재미난게 많습니다. 전주 인재종가의 판소리 공연을 위해 지었다는 칠량집 학인당, 앞서 말씀드린 노근영의 자택이었던 노참판댁 고가는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집니다. 노참판댁 고가는 특별한 건 없지만, 노근영이 바둑 내기에 건 탓에 주인이 27번이나 바뀌었다는 이력이 호기심을 당기거든요.

또 잘 모르는 종가라도 음식만큼은 흥미로운게 많습니다. 지촌종가의 여름철 고급 별미라는 '건진국수'는 정말 맛있을 것 같아 꼭 한번 먹고 싶어집요. 국수를 삶아 바로 건져 사용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예상외로 뽑아낸 국수가 아니라 칼국수라는게 의외였습니다.
성주 사우당종가의 '은어 국수'는 은어를 잡아 내장을 제거하고 손질한 뒤 푹 고아 육수를 만드는데, 지금은 물이 오염된 탓에 은어를 거의 잡을 수 없어서 요리가 끊길 위기라는 소개에서 "라면 요리왕"에 나오는 세리자와의 라면이 떠올랐습니다. 그 라면은 말린 은어로 육수를 내는 것이었는데, 말린 은어를 이용하여 육수를 내어 재현하면 맛이 많이 달라질까요? 궁금하네요.

이어지는 술치레 역시 재미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술치레는 종가를 별도로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술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차이점은 있는데, 항목별 구성은 마찬가지로 전부 동일합니다. 어떤 집안에서 어떻게 전승되어 왔으며, 지금은 누가 비법을 이어서 빚고 있다는 유래와 어떻게 빚는지에 대한 방법의 상세한 소개, 뒤이어 술의 특징과 잘 어울리는 안주, 그 집안 유명인에 대한 짤막한 소갯글로 마무립니다.

제가 술을 좋아해서인지 먹치레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렇게나 모르는, 안 먹어본 술이 많다는 것에도 놀랐고요. 모두 18종의 독특한 전통주가 소개되는데, 이름만이라도 들어본 것은 '교동법주'와 '안동소주' 뿐이니 말 다했지요. 그나마 교동법주와 안동소주도 제가 먹어본 것과는 뭔가 다른, 더 깊이있고 전통있는 술이 소개됩니다.

몇가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술들 소개를 꼽자면, 교동법주는 오랫동안 만석꾼이었던 경주 최부잣집 가양주입니다.
술 이름에 '춘'자가 붙는 춘주는 귀한 술에 붙는 별칭으로 당나라 때 생겨났고요.
이화주가 점성이 높아 숟가락으로 떠 먹기도 했고, 이화주의 梨花가 배꽃이 재료라는 뜻이 아니라 '배꽃이 필 무렵 빚는 술'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육당 최남선이 꼽은 조선 3대 명주는 '관서감홍로', 전라도 '이강고', '죽력고'라는데 세가지 맛 보고 싶습니다. 감홍로는 특히 이런저런 곳에서 언급되는데, "별주부전"에서는 자라가 토끼에게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고 꾀어 냈지요. "춘향전"에서 춘향이 이도령과 이별하는 장면에서의 이별주도 감홍로고요. 아~ 맛이 정말 궁금합니다.
안동소주는 최근 '명인 안동소주'에서 세계적 위스키가 되고자 2015년부터 오크통 숙성을 하고 있다는데 이 역시 꼭 한 병 소장하고 싶습니다. "맛의 달인"에서 일본 술에는 스피리츠가 없다고 한탄하던 평론가가 오키나와 고주를 마시고 감탄한다는 에피소드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이렇듯 재미있는 내용은 많지만, 음식과 술에 대한 소개에 그친다는 단점은 큽니다. 이런저런 정보들이 많기는 하지만 깊이도 많이 부족하고요. 종갓집 한 곳에서 음식 하나만 소개하는 구성도 아쉽습니다. 대표 음식이 많은 곳도 있을텐데 말이지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책보다는 영상 다큐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지금 사업체로 발전한 종가와 종가 음식의 소개는 광고로 보이는게 좀 많았습니다. 물론 어떻게 하면 쉽게 먹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려는 취지였다고 생각은 됩니다. 의련 백산종가의 '설뫼 망개떡'은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백산 안희제를 위함이라는 명분까지 있고요. 그러나 '오희숙 전통 부각'처럼 그냥 광고에 그치는건 빼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복원 전통주들 역시 광고로 보아도 무방할 듯 하고요. 내용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거라면 협찬 형식으로 좀 더 저렴하게 내 놓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쁘지는 않으며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입문서로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편이고 편집에서도 페이지 낭비가 심해서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점은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종갓집별로 분리하여 책 한권씩을 따로 내는게 좋은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살림 지식총서' 정도 두께로 말이죠. "한국 종가의 먹치레와 술치레' 시리즈! 멋지지 않습니까? 가격만 괜찮다면 저는 구입 용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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