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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1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 夏期限定トロピカルパフェ事件 (2006) - 요네자와 호노부 / 박승애 : 별점 1.5점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노블마인

소시민을 지향하는 고교생 고바토는 컴비격인 오사나이의 여름 방학 계획인 "오사나이 스위트 섬머 셀렉션"에 동참하여 마을의 맛있는 과자가게 순례에 나선다. 그러던 중 갑자기 오사나이가 유괴되고 직후 고바토에게 수수께끼같은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다. 고바토는 유일하다 할 수 있는 친구 겐고와 더불어 오사나이 구출 작전에 나선다.

전작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에 이어 읽게 된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바토-오사나이 컴비 시리즈. 전작을 그런대로 재미나게 읽었기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작과 비교한다면 실망스러웠어요. 전작을 재미나게 읽었던 가장 큰 이유가 일상속의 사소한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박한 일상계 추리물이라는 것이었는데 이 작품은 일상계도 아니고 추리물도 아니거든요. 기둥 이야기인 오사나이의 유괴 이야기가 너무 황당하고 스케일이 커서 도저히 일상계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두어편을 제외한 다른 이야기들, 프롤로그나 유괴사건 관련 이야기는 별다른 트릭조차 등장하지 않아 추리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전채만 푸짐하고 메인 요리는 형편없는 코스 요리를 먹은 느낌이랄까요? 차라리 청춘 모험물이라고 포장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아요.

그나마 읽을만 했던 것은 첫 번째 사건 - 샬로트 게임 과 두 번째 사건 - 알쏭달쏭 수수께끼의 메모 정도였습니다. 이 두 단편만 그런대로 추리물의 형식을 갖추고 일상 속 사소한 사건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죠. 샬로트 게임의 경우 지나칠 정도로 사소한 이야기라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하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내용도 별로였지만 아무래도 제가 읽기에는 너무 어린 작품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앞으로 구입하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 궁금하시다면 전작만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유치한 제목과 창피한 수준의 표지 일러스트 탓에 더 구입하기가 싫어집니다....

2008/06/15

무지개집의 앨리스 - 가노 도모코 / 장세연 : 별점 2점

무지개집의 앨리스 - 4점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손안의책(사철나무)

전에 읽었던 "나선계단의 앨리스"에 이어지는 샐러리맨 출신 탐정 니키와 아리사 컴비 연작의 두번째 단편집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른바 "일상계 미스터리물"을 많이 접하다보니 식상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없는 탓입니다. 일상계 미스터리가 잔잔하고 소소한 사건들을 다루는 이야기라고는 하더라도, 이렇게 재미없어서야 소설 자체로 성립하기 어려운거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추리적으로 잘 짜여진 이야기도 별로 없어서 추리물로의 재미 역시 많이 부족합니다. 소시민 고바토 - 오사나이 시리즈 역시 두번째 작품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이 무척 재미없었던 기억에 비추어 볼 때, 역시 "일상 속에서 펼쳐질만한 재미있고 기발한 소재"가 동일한 캐릭터로 계속 등장하는건 무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하여튼, 수록된 여섯편의 이야기 대부분이 지루하고 시시합니다. 이렇게 시시할 바에야 만화 QED처럼 일상계에 얽매이지 않고 잔잔하고 소박한 사건 + 강력 사건 미스테리가 잘 어우러져서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이 나았을 겁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인 "네 탓이야" 같은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니면 일상 속에서의 악의나 서늘한 사건을 그리는 로열드 달 분위기로 가 주던가.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세 번째 시리즈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루한 일상계 시리즈의 전형이라 판단되기에 저는 더 이상 읽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중 그나마 베스트를 꼽으라면 평작 이상 수준은 보여주는 "감옥의 집의 앨리스"를 꼽습니다.

"무지개 집의 앨리스"

아리사를 통해 소개받은 주부들의 모임에 참석한 니키는 자신이 "미세스 하트"라 별명을 지은 부인에게 조사 의뢰를 받았다. 그녀가 속한 주부들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과 협박장들에 대한 의뢰였다. 

이번 편에 많이 등장하는 주부들 커뮤니티 시리즈 1작입니다. 워낙 사건이 별볼일 없어서 지루합니다. 일본어 말장난은 짜증나는 수준이고요. 결말은 그나마 깔끔했지만 뻔해서,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감옥의 집의 앨리스"

전작에서 인연을 맺은 산부인과 아오야마 의원과 우연한 통화를 통해 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유괴 사건 의뢰를 받는데...

1편에 등장했던 아오야마 의원이 또 등장하네요. 이 작품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약간 강력사건 냄새가 나기도 했지만, 추리적으로 제법 괜찮은 수준이었던 덕분입니다. 동기와 사건 전개 모두 확실한,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고양이 집의 앨리스

"무지개 집의 앨리스" 편의 주부 모임에서의 또 다른 사건 의뢰는, 그녀들의 친구인 애묘인 사나에씨가 우연찮게 발견한 고양이 ABC 살인사건이었다. 

역시나 주부 커뮤니티 시리즈입니다. 고양이 ABC 살인 사건이라는 설정 자체도 웃기지만 모든 것이 익명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진다는 설득력없는 전개가 영 맘에 들지 않더군요. 결말 역시 씁쓸했습니다.

"환상의 집의 앨리스"

아리사의 본가 가정부 후키코의 의뢰로 니키는 아리사가 왜 후키코를 싫어하게 되었는지 조사하는데...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아리사의 과거에 얽힌 추억담으로 보는게 맞습니다. 캐릭터 설명을 위한 취지는 좋지만 힘이 다 빠질정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추리 단편이라기 보다는 아리사 팬픽에 불과합니다.

"거울의 집의 앨리스"

니키의 아들 슈헤이가 자신의 약혼녀 유리아를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다. 과거 사귀던 아키코라는 아가씨로부터 협박을 받게 된 탓이었다.

니키가 추리에 실패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색작입니다. 전작에 이어 이번 편은 니키의 과거와 가정사에 얽힌 이야기인데, 전작보다는 낫습니다. 제법 긴장감있는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말이 매끄럽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유리아에 관련된 결정적인 단서가 그닥 공정하지 못해서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도 힘들었고요. 

그나마 보석 은닉 장소에 대한 내용만큼은 괜찮아서, 이 정도면 평작 정도는 됩니다.

"꿈의 집의 앨리스"

주부 모임을 통한 화분, 화초 도난 사건의 의뢰와 정체불명의 여인으로부터의 마치 소설과도 같은 의뢰 등 갑자기 몰린 의뢰를 해결해 나가는데...

화초 도난 사건의 진상이 그닥 명쾌하지 않아서 주 사건으로서의 긴박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정체불명의 여인의 의뢰는 괜찮았지만 워낙 주 사건이 심하게 아니라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2018/11/10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상, 하 - 요네자와 호노부 / 김선영 : 별점 2.5점

[세트]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상.하 세트 - 전2권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 이후 헤어진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각각 다른 이성 친구와 교제하게 되었다. 오사나이와 교제하게 된 신문부 열혈 부원 우리노는 매달 벌어지는 연쇄 방화 사건에 집중하여 사건을 다룬 기사를 교내 신문에 발표했다. 기사를 통해 몇 개월간 다음 방화 장소를 예언하고 맞춘 우리노는 신문부의 손으로 범인을 잡을 계획을 세우는데...

요네자와 호노부일상계 추리물의 존재를 우리나라에 처음 알림 소시민 시리즈 신간(이라고 하기는 작년에 나와서 좀 어색하지만 제 기준으로는)입니다. 십여 년 전에 출간된 책은 아동용 동화같은 커버 일러스트로 충격을 주었는데, 예쁜 일러스트의 양장본으로 재출간된걸 보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요네자와 호노부는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거의 전작 출간이 되었을 정도의 인기 작가라는걸 여실히 보여주네요. 이런 추리, 미스터리 장르물의 인기에 저도 약간이나마 기여(?) 하지 않았을까 싶어 살짝 뿌듯하기도 하고요.

하여튼, 이 작품은 시리즈 1편인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보다는 2편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과 더 비슷합니다. 조금 긴 호흡의 긴 이야기가 핵심으로 펼쳐진다는 점에서요. 주인공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거주하는 기라시에 매달 장소를 바꾸어가며 방화가 일어나고, 이를 쫓는 신문부 후배 우리노와 이에 얽히게 된 고바토와 오사나이의 이야기가 시간으로 따지면 2학년에서 3학년까지 거의 9개월에서 10개월 동안 펼쳐지거든요.

그런데 방화사건 쪽 주인공은 우리노이며 그와 교제하게 된 오사나이가 양념처럼 등장할 뿐입니다. 고바토가 다른 여자 친구 나카마루와 교제하며 일상계 추리를 펼치는 이야기는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어요.
이러한 고바토의 일상계는 다른 일상계들과 마찬가지로 대단한 사건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나카마루와 함께 데이트를 가던 코바토가 만원 버스에서 누가 버스에서 먼저 일어날 것인지를 추리하고, 나카마루가 이야기해 준 자신의 오빠에게 있었던 기묘한 도난사건에 대해서 추리하고, 헤어지기 직전 나카마루가 토마토를 싫어하는게 아닌가하고 추리하는 정도입니다. 이 중 버스 이야기는 추리에 비하면 분량이 과할 정도로 길어 별로였고, 토마토 이야기는 정말로 스쳐 지나갑니다. 그래도 헤비메탈 음악을 좋아하는 나카마루의 오빠가 3일간 여행 갔다 온 후 집에 유리창에 깨져있고, 누군가 침입했지만 없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기묘한 도난사건 이야기만큼은 꽤 괜찮았습니다. 그동안 오디오 알람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몰랐다는건 말이 안되고, 설령 이런 일이 생겨도 집 주인을 부르지 무단 침입은 하지 않겠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아요. 전부 다 소소하고 심심하지만, 담백한 덕분에 일상계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그런데 연쇄 방화 사건 이야기는 불만입니다. 물론 추리적으로는 나름 번득이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특히 연쇄 방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는 괜찮습니다. 우리노가 다음 번 방화 장소를 추리해 낸 게 아니라, 사실은 우리노의 친구이자 범인인 히야가 우리노의 기사를 보고 그곳에 불을 질렀다는 건데 상당히 의외성이 있어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영화 "밀정"에서도 등장했었던, 간단한 트릭으로 용의자를 좁히고 진범을 추리해 내는 과정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제대로 된 추리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거의 전편에 걸쳐 탐정역을 수행하고, 온갖 추리를 펼친 우리노의 마지막 추리쇼를 박살내기 위한 오사나이의 복수극일 뿐이니까요. 게다가 복수를 위한 오사나이의 공작도 억지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잠복해있던 우리노와 통화했을 때 고의로 기차 소리를 들려주어 현장 근처로 오해하게 만들고, 범행 현장 근처에 서점에서 책을 산 영수증을 우리노의 눈에 띄는 곳에 놔 두는 식인데 우리노가 이를 추리해낸다는 보장도 없지만 이렇게 해서 자신을 범인으로 오해하게 만든 의도가 불분명한 탓입니다. 마지막 순간 추리쇼를 펼친 우리노에게 면박을 주고 재기불능 수준의 창피를 주기 위해서? 복수라고 하니 그럴 수도 있지만 이 모든게 작위적입니다. 또 정통 추리물이라면 동기가 무엇인지를 파고들었어야 하는데 우리노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에게는 그런 인식이 전무하다는 것도 실망스럽습니다. 추리를 위한 단서도 독자들에게 공정하게 제공되지 않고요. 이래서야 잘 된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고바토가 마지막에 구리킨톤을 먹으며, 오사나이가 우리노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5월 이후라고 추리해내고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멋대로 오사나이에게 키스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장면은 깔끔했지만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복수를 꾸밀 정도의 일인지도 잘 모르겠네요. 또 우리노는 명예욕은 있지만 사건에 열정적으로 뛰어든 좋은 녀석인데, 이쓰카이치의 기사로 확인 사살까지 당하니 불쌍하기만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전개는 작가의 고등학생이 등장하는 동일한 느낌의 또다른 일상계 시리즈인 고전부 시리즈와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였던 듯 합니다. 고바토가 마지막에 추리를 통해 자기 만족을 채우는 인물이라는 걸 깨닫는다던가, 오사나이는 대단한 행동력과 책략을 갖춘 팜므파탈로 묘사된 것도 같은 이유일 테고요. 소시민을 꿈꾸는 고바토 죠고로와 회색을 신봉하는 에너지 절약주의자 오레키 호타로의 캐릭터부터가 완벽하게 겹치기에,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지요. 아마 시리즈 다음 작품이 출간된다면 고바토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건에 뛰어들어 추리를 펼치고, 오사나이는 추리를 위한 각종 작전을 짜내고 실행하는 행동대장 역으로 묘사되리라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큰 변화가 작품에 좋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고바토야 그렇다 쳐도 오사나이 캐릭터 변화가 문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억지스러운 복수극 전개가 모두 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에요. 그냥 예전처럼 한 발자욱 물러나 사건을 추리하는게 훨씬 좋았을텐데, 지금은 여러모로 작위적이고 억지스럽기만 해서 별로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일상계 추리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드는 구성은 좋고, 추리적으로도 눈여겨 볼 부분도 제법 됩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해요. 억지스럽게 설정까지 바꾸어 가며 시리즈를 이어나가느니 그냥 고전부 시리즈에 집중하는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2010/06/02

덧없는 양들의 축연 - 요네자와 호노부 / 최고은 : 별점 2.4점

덧없는 양들의 축연 - 4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인사이트 밀"로 잘 알려진 일본의 젊은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5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신작 단편집.
부유한 가문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점과 모두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으로 묶이는 "기묘한 맛" 류의 연작단편집입니다. 일상계 소품이었던 작가의 전작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고, 클로즈드 써클 정통 본격 추리 스릴러였던 "인사이트 밀"과도 전혀 다른 장르로 작가의 도전 정신이 눈에 띕니다.

그러나... 도전은 좋았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전작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트릭' 덕분에 추리적으로는 볼 만 했었습니다. 이러한 트릭 창작력은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허나 이 작품은 추리적인 부분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트릭이 거의 등장하지 않을 뿐더러, 거의 모든 이야기의 동기가 애매하고 설득력이 없는 탓입니다. 물론 장르가 정통 추리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의 명성에서 일말의 기대를 했었는데 많이 아쉽더군요. 아울러 "기묘한 맛"류의 작품치고는 반전이나 서늘함 역시 별로 뛰어나다 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문제고요.

그리고 작가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설정과 전개는 여전히 별로입니다. 일상계 두 편은 아무래도 일상계이기에 비현실적인 설정이 덜했고, "인사이트 밀"은 설정보다는 트릭이 포인트라서 단점을 많이 상쇄시키지만 이 작품에서는 연작이라는 주제에 얽매여 작위적인 설정이 난무합니다. 그래서 단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느낌이에요. 하녀와 메이드, 그리고 광기에 가까운 집착은 너무 만화적인 설정이잖아요? 부유한 가문의 어두운 진실이라는 주제도 현실적이지 못한 낡아빠진 설정이고요.

작품별 상세 분석을 통한 별점은 2.4점입니다. 작가의 단점이 두드러지고 장점은 잘 보이지 않아 감점합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덧없는 양들의 만찬"인데 그나마도 별점은 3점에 불과하네요. 차라리 만화 원작이었다면 더 나았을 뻔 했습니다. 다음 작품은 작가가 스스로의 장점을 잘 살린 정통 본격 퍼즐 미스터리를 선보여주었으면 합니다.

덧붙이자면 출판사 홍보문구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블랙 미스터리 연작 소설. 상류계급의 영애들만 가입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독서 모임이 있다. 남들에게 알릴 수 없는 은밀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바벨의 모임'. 명예, 애증, 꿈…. 이 '바벨의 모임'에 소속된 영애들과 그 집안을 둘러싼 차갑고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인데 이거 완전 과장광고예요! 뭔가 온다 리쿠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환상이고 뭐고 없는 내용이며 주요 소재인 것으로 보이는 "바벨의 모임"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작품도 딱 두 편 뿐이라 연관성을 지녔다고 말하기 힘들거든요. 게다가 "블랙 미스터리"가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나 로열드 달이 "블랙 미스터리" 작가던가? 홍보 문구에 낚이는 게 한두 번은 아니지만 씁쓸합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후키코의 오빠로 부적절한 행실 탓에 집안에서 쫓겨났던 소타가 저택을 습격하다가 한 손을 잃는 큰 부상을 입고 사라졌다. 그 뒤 후키코의 고모와 할머니가 살해당한 채, 그것도 한손을 잃은 상태로 발견되는데...

탄잔 가문의 후계자이자 외동딸인 후키코의 하녀 유우히의 수기 형태로 전개되는 작품. 

일견 전형적인 고전 추리소설과 같은 전개죠? 하지만 급작스럽게 후키코의 지병(?)이라는 동기로 마무리되며 이야기는 안드로메다로 가 버립니다. 정말이지 동기가 이해하기 어렵고 너무나 뜬금없었어요. 몽유병이라는 설정 역시 작위적이었고요. 후키코가 비밀스럽게 읽는 책들을 유우히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나중에 동기와 연관된다는 부분 하나만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북관의 죄인"

무츠나 가문의 정부의 딸로 태어난 나(아마리)는 북관에 거주하는 무츠나 가문의 후계자 소타로의 하녀 겸 간수가 되었다. 절대 북관을 나갈 수 없는 소타로의 부탁으로 다양한 물건들을 구해주지만, 그 물건들의 사용처는 몰랐다. 하지만 소타로가 병으로 사망한 뒤, 남긴 그림을 통해 물건들의 사용처를 알게 된다.

작품들 중 가장 합리적인 동기, 즉 "돈"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는 동기와 범죄보다는 소타로가 아마리에게 부탁한 여러 가지 물건들의 사용처를 더 궁금하게 만듭니다. 식초로 시작해서 압정, 실톱, 막자사발, 목재, 니스, 연을 날릴 때 쓰는 실, 마로 된 천, 납, 계란, 피, 라피즈라줄리 원석들 말이죠. 이 물건들이 앞부분에서 등장했던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앞과 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전개가 아주 깔끔해서 마음에 드네요. 그림에 약간의 장치를 통해 서서히 색깔이 변해가도록 했다는 트릭이 사건의 진상, 즉 아마리의 범죄를 드러낸다는 내용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를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너무 번잡스러웠고,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한 것 자체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고 작위적이어서 아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장난스러운 장치 이외의 의미는 없던 트릭 역시 문제였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산장비문"

무역상 타츠노의 별장 비계관의 관리인 야시마는 조난당한 등산객 오치를 구해준 것을 계기로, 손님이 없어 활기 없는 비계관에 손님을 찾아오게 할 묘책을 생각해 내는데...

"바벨의 모임"과는 별 관계없는 별장 관리인이 등장합니다. 합리적인 내용과 이야기 전개가 깔끔했던 소품이에요. 

다만 마지막에 입막음의 수단으로 쓴다는 '만지면 손을 벨 것처럼 날카롭고 사람을 때려죽일 수도 있는 벽돌 같은 덩어리'라는 묘사는 지나치게 기교를 부린 느낌이라 별로였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금괴라고 하던가. 아니면 그냥 죽이던가...

그래도 합리적인 동기와 더불어 오치의 생사를 놓고 도우미 유키코와 두뇌싸움을 벌이는 등 흥미진진한 전개 등으로 평균적인 수준의 재미는 보장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

오구리 가문의 외동딸 스미카의 유일한 친구는 하녀 이스즈.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후계자 지위에서 박탈당한 스미카는 집안에 유배되고 목숨까지 위협받게 된다.

할머니에게 지배되는 시골의 명문가라는 설정은 21세기에 들고 나오기에는 너무 낡은 게 아닐까요? 손자 타이하쿠의 죽음과 노마님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연쇄 역시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고요. 또한 스미카의 추측과 추정으로만 진행되고, 이스즈의 심리 묘사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등 사건으로 성립하는 게 힘들어 보였습니다. 서늘한 느낌은 괜찮았는데 뭔가 좀 미완성인 느낌이 강한 작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덧없는 양들의 만찬"

졸부 오노데라 가문의 딸은 일기에서 "바벨의 모임"의 소멸에 대해 다룬다. 이유는 그녀가 "아밀스턴 양 요리"를 가문의 요리사 나츠에게 시켰기 때문이었다...

일기라는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작품으로, 스텐리 엘린의 걸작 단편 "특별요리", 윌리엄 아이리시의 긴박감 넘치는 소품 "색다른 토끼스튜 (손톱)" 등 명작 추리 소설 속 요리들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즐길거리가 많았습니다. '맛'보다 '머리'로 즐기는 것이라는 아밀스턴 양 요리에 대한 설명과 마지막 결말의 서늘한 느낌도 괜찮았고요.

하지만 1인칭의 일기 형태로 작품을 진행시킨 것은 불필요한 설정이라 생각되며, 전개도 지루한 편이라 마지막 반전의 맛이 부족한 것은 좀 아쉽네요. 그래도 "기묘한 맛"류의 작품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이라 생각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2007/12/29

2007년도 읽은 책 총 결산

 2006년도 읽은 책 총 결산

이글루 결산에 이어 진행하는 올해 읽은 책 총 결산. 이제 4년째인데 6년만 버텨서 딱 10년 채웠으면 좋겠네요.
올해는 결혼과 이직, 기타 등등 여러가지 개인사가 많아 책을 작년보다도 못 읽었습니다. 물론 읽었지만 바빠서, 또는 별로 와 닿지 않아서 평을 쓰지 않은 책도 한 10여권 남짓 되지만 전체 독서량이 작년에는 90여권이었다면 올해는 달랑 55권... 1년에 30여권씩 읽는 책이 감소하는데 더 많이 읽어야 겠어요.  바쁜 일이 정리된다면 내년에는 좀 더 힘을 내 봐야 겠습니다. 내년에도 줄어든다면 더 이상 결산도 못할거 같습니다...
그럼 결산 들어갑니다~
  • 2007년 베스트 추리소설 : 무죄추정 - 스코트 터로우 / 최승자
  • 2007년 워스트 추리소설 :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 요네자와 호노부 / 박승애
  • 2007년 베스트 장르 문학 : 5권 밖에 읽지 않아서.. 베스트는 없음
  • 2007년 워스트 장르 문학 : 상동
  • 2007년 베스트 역사 관련 도서 : 럭키경성 (樂喜京城)- 전봉관
  • 2007년 워스트 역사 관련 도서 : 없음
  • 2007년 베스트 전공관련 / 스터디 도서 : 소니침몰 - 미야자키 타쿠마 / 김경철
  • 2007년 워스트 전공관련 / 스터디 도서 : 없음
  • 2007년 베스트 기타 도서 : 게임의 역사 - 아타리에서 블리자드까지 - 러슬 드마리아, 조니 L 윌슨 / 송기범
  • 2007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없음
  • 2007년 베스트 단편 : 에반 헌터 "다시 만남" (in "주정꾼 탐정")
결산평 : 책을 너무 띄엄띄엄 읽어서 선정할게 많지 않다.

올해의 특징이라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출간되었지만 사실은 추리소설이 아닌 작품이 많다는데 있었습니다.
추리문학 베스트인 "무죄추정"은 올해 읽은 책 중 몇 안되는 정통물로, "대유괴", "대답은 필요없어"와 경합했는데 묵직함이 남달라 별 고민 없이 선정했습니다. 아울러 워스트인 "여름철~" 은 사실 워스트까지는 아닌데 제 취향과 너무 달랐고 전작에 비해 실망이 커서 골라보았고요.
다른 책들은 별로 읽지 못해 해당 쟝르나 분야에서 워낙 비교할만한 표본이 적어서 사실 선정하기가 난감했습니다. 그냥 읽은 것 중에서 괜찮았단 것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아울러 기타 분야를 잠깐 공개하자면, 올해의 워스트 영화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 - 감벽의 관"을 단연코 선정하고 싶습니다. 다른 워스트들은 나름 건질게 있는데 이 영화는 그야말로 쓰레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