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개집의 앨리스 -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손안의책(사철나무) |
전에 읽었던 "나선계단의 앨리스"에 이어지는 샐러리맨 출신 탐정 니키와 아리사 컴비 연작의 두번째 단편집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른바 "일상계 미스터리물"을 많이 접하다보니 식상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없는 탓입니다. 일상계 미스터리가 잔잔하고 소소한 사건들을 다루는 이야기라고는 하더라도, 이렇게 재미없어서야 소설 자체로 성립하기 어려운거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추리적으로 잘 짜여진 이야기도 별로 없어서 추리물로의 재미 역시 많이 부족합니다. 소시민 고바토 - 오사나이 시리즈 역시 두번째 작품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이 무척 재미없었던 기억에 비추어 볼 때, 역시 "일상 속에서 펼쳐질만한 재미있고 기발한 소재"가 동일한 캐릭터로 계속 등장하는건 무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하여튼, 수록된 여섯편의 이야기 대부분이 지루하고 시시합니다. 이렇게 시시할 바에야 만화 QED처럼 일상계에 얽매이지 않고 잔잔하고 소박한 사건 + 강력 사건 미스테리가 잘 어우러져서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이 나았을 겁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인 "네 탓이야" 같은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니면 일상 속에서의 악의나 서늘한 사건을 그리는 로열드 달 분위기로 가 주던가.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세 번째 시리즈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루한 일상계 시리즈의 전형이라 판단되기에 저는 더 이상 읽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중 그나마 베스트를 꼽으라면 평작 이상 수준은 보여주는 "감옥의 집의 앨리스"를 꼽습니다.
아리사를 통해 소개받은 주부들의 모임에 참석한 니키는 자신이 "미세스 하트"라 별명을 지은 부인에게 조사 의뢰를 받았다. 그녀가 속한 주부들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과 협박장들에 대한 의뢰였다.
이번 편에 많이 등장하는 주부들 커뮤니티 시리즈 1작입니다. 워낙 사건이 별볼일 없어서 지루합니다. 일본어 말장난은 짜증나는 수준이고요. 결말은 그나마 깔끔했지만 뻔해서,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감옥의 집의 앨리스"
전작에서 인연을 맺은 산부인과 아오야마 의원과 우연한 통화를 통해 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유괴 사건 의뢰를 받는데...
1편에 등장했던 아오야마 의원이 또 등장하네요. 이 작품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약간 강력사건 냄새가 나기도 했지만, 추리적으로 제법 괜찮은 수준이었던 덕분입니다. 동기와 사건 전개 모두 확실한,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고양이 집의 앨리스
"무지개 집의 앨리스" 편의 주부 모임에서의 또 다른 사건 의뢰는, 그녀들의 친구인 애묘인 사나에씨가 우연찮게 발견한 고양이 ABC 살인사건이었다.
역시나 주부 커뮤니티 시리즈입니다. 고양이 ABC 살인 사건이라는 설정 자체도 웃기지만 모든 것이 익명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진다는 설득력없는 전개가 영 맘에 들지 않더군요. 결말 역시 씁쓸했습니다.
"환상의 집의 앨리스"
아리사의 본가 가정부 후키코의 의뢰로 니키는 아리사가 왜 후키코를 싫어하게 되었는지 조사하는데...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아리사의 과거에 얽힌 추억담으로 보는게 맞습니다. 캐릭터 설명을 위한 취지는 좋지만 힘이 다 빠질정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추리 단편이라기 보다는 아리사 팬픽에 불과합니다.
"거울의 집의 앨리스"
니키의 아들 슈헤이가 자신의 약혼녀 유리아를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다. 과거 사귀던 아키코라는 아가씨로부터 협박을 받게 된 탓이었다.
니키가 추리에 실패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색작입니다. 전작에 이어 이번 편은 니키의 과거와 가정사에 얽힌 이야기인데, 전작보다는 낫습니다. 제법 긴장감있는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말이 매끄럽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유리아에 관련된 결정적인 단서가 그닥 공정하지 못해서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도 힘들었고요.
그나마 보석 은닉 장소에 대한 내용만큼은 괜찮아서, 이 정도면 평작 정도는 됩니다.
"꿈의 집의 앨리스"
주부 모임을 통한 화분, 화초 도난 사건의 의뢰와 정체불명의 여인으로부터의 마치 소설과도 같은 의뢰 등 갑자기 몰린 의뢰를 해결해 나가는데...
화초 도난 사건의 진상이 그닥 명쾌하지 않아서 주 사건으로서의 긴박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정체불명의 여인의 의뢰는 괜찮았지만 워낙 주 사건이 심하게 아니라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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