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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오무라이스 잼잼 4 - 조경규 : 별점 3점

오무라이스 잼잼 4 - 6점
조경규 글.그림/씨네21북스

1, 2, 3권을 모두 구입하기는 했습니다만, 2, 3권은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할인 가격에 구입했었습니다. 그래서 4권도 중고 서점 입고를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도서정가제 이후에는 할인폭이 크지 않을테고 중고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 새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이전 권 리뷰에서 '어차피 인터넷에서 모두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을 이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깝다'고 적었었는데, 생각이 바뀌기도 했고요.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2,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450페이지가 넘는 풀컬러 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는 괜찮으며, 인터넷과는 다른 아날로그적인 정겹고 따뜻한 맛은 단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내 요리만화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콘텐츠 자체의 가치가 무척 높다는 장점도 큽니다. 지금은 국내에도 요리 만화가 웹툰 중심으로 제법 많아졌지만, 단순히 요리가 등장하고 레시피가 나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유로운 연상과 전개를 통해 요리와 에피소드가 어우러지는 흉내내기 어려운 독특한 구성은 여전히 발군입니다. 이번 권 역시 그러합니다. 미국 거주 시절 "인큐버스"라는 밴드의 라이브를 보기 위해 톨리도라는 무척 한적한 도시를 찾아간 에피소드가 대게 이야기로 연결된다든가, 자기와 닮은 Sasa 씨 이야기에서 소보로빵, 멜론빵, 파인애플빵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이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요리에 대한 그림과 소개 모두 당장 먹고 싶게 만드는 요리 만화로서의 미덕도 충분하고요.
이러한 독특한 매력은 작가 조경규의 이색적인 이력 덕도 클 것입니다.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중국에서도 수년간 거주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인데, 이시카와 쥰이 "만화의 시간"에서도 이야기했듯, 조금이라도 특이한 인생을 산 사람이 만화가로 유리하다고 하지요. 그 말대로라면 조경규 작가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인생을 산 셈입니다.

또 다양한 음식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부가적인 가치도 큽니다. 츄파춥스의 로고를 살바도르 달리가 디자인했다는 사실이나, 달리와 디즈니의 공동작업 애니메이션이 있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네요. 외에도 닭갈비의 유래나 다양한 연근 요리 등 읽을거리가 가득합니다.

총 24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가장 구미가 당기던 음식은 "차계란"이었습니다. 계란 장조림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지만, 소개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라 꼭 한번 따라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이전 권들과 동일하게 명확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무료로 볼 수 있는 웹툰과 비교한 가치가 얼마나 크냐는 여전히 애매합니다. 이번 권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부록이 특히나 별로입니다. 본편에 소개된 내용의 보강이나 외전 형식의 이야기, 만화로 제작된 레시피 등이 훨씬 가치 있었을 텐데, 정작 수록된 것은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맛집 소개나 재미없는 가족 만화가 대부분이니까요.

또 작가의 가족, 특히 아이들 소재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몇 안 되는 부록 페이지까지 아이들 사진과 그림으로 채워진 점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소재 면에서 보다 자유롭고 유연한 발상의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책을 구입한 독자를 위한 서비스에도 더 신경 써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으나 작화는 물론 내용과 재미, 소개되는 요리의 가치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국내 요리, 음식 만화의 대표작임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여러 번 다시 읽었기에 돈이 아깝지도 않고요. 1, 2, 3권 모두 열 번 이상 읽었으니까요. 요리, 음식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물론 이만한 금액을 지불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2014/12/02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박상현 : 별점 3점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6점
박상현 지음/따비

저자가 규슈 지역을 다년간 수차례 방문하여 직접 발로 뛰면서 맛본 다양한 요리들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책입니다. 

요리들의 과거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설명해 주는 부분은 만화까지 망라하는 다양한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간략한 미시사, 통사로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요리들의 현재는 현재의 맛이 어떠하며, 대표적인 가게는 어디에 있는지가 중심입니다. 때문에 일종의 맛집 탐방기이자 여행기로 읽히기도 하는데, 지금 해당 요리가 해당 지역에서 어떤 의미로 이해되는지를 설명하는 식문화 해설서로서의 가치도 높습니다.

특히 요리의 발전 과정에서 일본, 그리고 규슈라는 지역 및 문화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 부분을 짚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메밀국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가 '고도의 숙련'이라서 단순한 반복작업에서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에 열광하고, 장인들이 대접받는다는 것입니다. 반복작업이 핵심인 탓에 재료가 천차만별이고 아이디어가 많이 가미될 수 있는 스시나 라멘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까지 소개하니 정말 장인의 메밀국수를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집니다.

또 새롭게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 여러 가지 요리들이나 상품들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요리'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이자 '상품'으로, 저자의 말대로 '스토리'와 '경험'을 파는 것들입니다. 온천 마을에서 명물 음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온타마란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무엇이 되었건 온천 달걀만 올려서 먹을 수 있으면 되는 기획 상품으로, 온타마란돈을 찾아다니는 여행 코스마저 개발되었다는군요. 현대에 새롭게 발굴한 식문화 상품인 셈이지요. "맛의 달인"이나 "신장개업" 등의 만화에 흔히 나오는 단순한 지역 특산 별미 음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제 직업이 일종의 경험 디자인이라 그런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그 외에 문체도 깔끔하고 사진과 편집도 완벽한 수준이라 읽는 재미를 더해주며, 저자가 맥주를 사랑한다는 것이 글 전반에 묻어나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진짜 맛있는 음식이라면 술 한잔이 빠질 수 없지요!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맛집 소개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거의 절반 정도의 분량이 평범한 블로거의 일본 맛집 탐방기와 다를게 없거든요. 사진만 봐도 맛있어 보이고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제가 이 책에서 기대한 것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돈가스의 탄생"이나 황교익, 주영하의 책들처럼 음식에 대한 통사나 미시사적인 시각이 더 비중 있게 다루어졌지기를 바랬는데 말이지요.

또 제목 그대로 "규슈"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지방에 대한 소개는 부족합니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규슈만 돌아다녀도 일본의 식문화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목부터가 "규슈를 먹다"인데 다른 지방 먹거리가 없다는 단점은 말도 안 되는 트집일 수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진짜 맛있는 음식은 도쿄에 많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도 진짜 맛있는 회는 산지가 아니라 서울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또 도쿄 쪽이 실제 방문할 기회나 가능성이 더 높기도 하고요.

아울러 가격 역시 쉽게 권해드리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책의 완성도와 만듦새는 훌륭하나, 비례해서 만만치 않은 가격을 자랑합니다. 조금만 더 저렴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사소할 뿐, 재미와 의미, 자료적 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책이기에 식문화나 음식 역사 관련 서적, 혹은 맛집 구루메 기행과 같은 책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덧 : 이 책을 통해 스시장인 지로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로의 스시를 먹어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2014/12/01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 레이먼드 챈들러 / 안현주 : 별점 3점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 6점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북스피어

레이먼드 챈들러의 다양한 편지들을 주제별로 모아놓은 서간문집입니다. 창작관과 인생관은 물론 헐리우드에서의 생활, 고양이, 아내와의 사별과 그녀에 대한 사랑 같은 일상사와 농담들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다양한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창작론, 창작관에 대해 쓴 편지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작가 지망생이기 때문인데,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입니다.

  • 챈들러 스타일로 글을 쓰는 방법. 쓸 수 있을 때는 쓰고, 쓸 수 없을 때는 쓰지 않는다. 전업 작가라면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일정한 시간을 두고, 그 시간에는 글쓰기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꼭 글을 써야 할 필요는 없고, 내키지 않으면 굳이 애쓰지도 말아야 한다. 다만 다른 어떤 일도 하면 안 된다. 글을 쓰거나 아니면 아무 일도 하지 말 것. 아주 간단한 두 가지 규칙. 첫째, 글을 안 써도 된다. 둘째, 대신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
  • 작가란 몹시 고된 직업이다.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다. 글로 먹고살 가능성은 아주 낮다.
  • 창작 교육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미 출간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해서 알아낼 수 없는 건 하나도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도움이 된다는 건 인정하고 때로는 필수적이기도 하나, 그걸 위해 돈을 내야 한다면 대체로 수상쩍은 것이다.
  • 나도 그저 그런 추리소설이 너무 많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엄밀히 보면 모든 종류의 책들이 다 그저 그렇다.
  • 내가 만난 어떤 추리소설가도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좀 더 잘 쓰고 싶어할 뿐.

다른 작가와 작품을 평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임스 케인에 대해 '문학계의 쓰레기', '매춘부의 집 같다'라고까지 엄청나게 비하하는게 눈에 띕니다. 선정적이고 날것의 문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게까지 비판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중배상"의 각본을 쓴 것이 몹쓸 경험이었던 걸까요? 또 편집자에게 쓴 이러한 돌직구 평가 편지 뒤에, 제임스 케인에게 직접 쓴 편지가 이어지는 책의 구성도 재미있었습니다. 뒷담화하다가 본인과 대면한 술자리 느낌이에요. 편지의 내용은 평범했습니다만.

로스 맥도널드의 '녹이 여드름처럼 돋아있다' 같은 문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허세라고 여기는 시각도 특이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서정적 문체가 맥도널드의 작품을 다른 하드보일드와 구분짓는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아무래도 챈들러는 정직한 직구 승부로 일관해서 그랬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임스 해들리 체이스에 대해서도 싸구려 소설이라고 매도하는데, 이는 자신과 대실 해밋의 문장을 표절한 것에 대한 정당한 비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반대로 높이 평가하고 있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건 서머싯 몸과 오스틴 프리먼, 피츠제럴드입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호평을 아끼지 않더군요. 피츠제럴드는 그럴 줄 알았습니다만 펄프 픽션의 제왕 얼 스탠리 가드너와 페리 메이슨 시리즈를 엄청나게 높이 평가하고 있는건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문학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그다지 높이 평가할 만한 작품들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그 외에도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제가 아주 재미있게 본 히치콕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시나리오 초고를 챈들러가 썼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챈들러의 막말 때문에 히치콕이 그를 해고했고, 초고도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고 하네요. 초고 그대로 영화가 만들어졌더라면, 범죄소설과 범죄영화의 거장이 손잡은 진정한 콜라보를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말조심 좀 하지... 면전에서 대놓고 욕을 한 뒤, 편지로 구구절절 자기 해명을 늘어놓는 모습은 썩 보기 좋지 않았고요.

"빅슬립" 시나리오 작업 중 언급된 최고의 멋진 장면에 대한 소개도 기억에 남습니다. 보가트와 카멘이 가이거의 집에 갇힌 뒤의 이야기인데, 덕분에 "빅슬립" 영화를 다시 봐야 할 이유가 하나 생겼습니다.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편지에 언급된 대로라면 정말 멋진 장면이었을 것 같거든요.

하여튼, 결론적으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인물에 대해 상세하게 알 수 있고, 당대 헐리우드 및 추리문학계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과 재미도 얻을 수 있는 독특한 서간문집입니다. 가격 대비 분량이 짧다는 점에서 감점하지만, 하드보일드 팬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임은 분명합니다. 그나저나... 국내에서는 하드보일드의 거장이라서가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팔린다니 괜히 서글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