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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3

파기환송 - 마이클 코넬리 / 전행선 : 별점 1.5점

파기환송 - 4점
마이클 코넬리 지음, 전행선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진상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방검사장 게이브리얼이 미키 할러에게 특별 검사 자리를 제안했다. 아동살해범으로 유죄 선고를 받고 20년 이상 수감되어 있었지만, 스스로 사법 투쟁을 벌여 파기 환송을 만들어낸 제이슨 제섭 사건 때문이었다. 사건 당시 발견되었던 정액이 DNA 분석 결과, 제이슨 제섭의 것이 아니었다는게 결정적 이유였다. 앞으로 60일 이내에 검찰은 그를 무죄 방면할지, 재심할지 결정해야 했다. 게이브리얼은 사건을 재심하기를 원했지만 특별 검사제를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미키 할러가 필요했다. 

전처 매기를 차석 검사로, 이복형 해리 보슈를 전담 수사관으로 임명하는 조건으로 사건을 받아들인 미키는 팀을 꾸렸고, 재판을 위해 여러가지 자료를 조사한 끝에 세라의 증언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걸 알아챘다. 사건 당시 13살의 나이로 제섭을 범인으로 지목했던 그녀는 현재 실종 상태였다. 해리 보슈는 수사를 통해 세라를 찾아냈고, 그녀를 증언대에 세우는데 성공하는데....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이후 이어지고 있는 마이클 코넬리미키 할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이전 작에서 언급되기는 했었지만, 미키 할러가 '특별 검사'로 변신하여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변호사 클라이브 로이스와 맞서 싸운다는 설정 변주가 독특했습니다. 전처인 검사 매기 맥퍼슨, 그리고 작가의 또 다른 인기 시리즈 주인공 해리 보슈와 함께 하는 '드림팀' 구성도 볼만했고요.

그러나 내용은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제이슨 제섭 사건 재판은 분량에 비하면 정말로 아무 것도 없습니다. 대단한 조사가 진행된 듯 하지만, 실상은 세라의 증언 - "제이슨 제섭이 동생을 납치한 바로 그 사람이다", "정액이 묻었던 옷은 원래 내 옷으로, 양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탓에 정액이 묻었었다." - 가 증거의 거의 전부인 탓입니다. 이를 뒤집기 위한 클라이브 로이스의 카드도 별볼일 없습니다. 세라의 전 남편인 에디 로만을 증언대에 세워, 당시 양부가 멜리사를 죽였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세라에게 거짓 증언을 시킨 거라는걸 폭로하려 했는데, 이 시리즈 내내 반복되어 왔던, '검찰 측 거짓 증인' 이나 '교도소 내 밀고자' 를 통한 물 흐리기 작전과 똑같아서 식상했어요. 

게다가 미키 할러가 법정에서 에디 로만을 무너트리는건 전작들보다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에디 로만의 현재 동거인 소니아 레이예스를 법정 안에 데리고 들어온게 전부거든요. 그녀가 있거나 없거나 에디 로만의 증언이 바뀔 이유가 딱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에디가 그녀를 본 뒤 증언을 완벽하게 번복한다는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어차피 클라이브 로이스의 작전은 배심원들에게 의심의 씨앗만 심으면 충분했는데, 이렇게 전적으로 증언을 번복할 이유 역시 없고요.

추리, 범죄, 스릴러물로도 기대 이하입니다. 멜리사 사건의 진범이 제섭이고, 초반 재판의 키 포인트로 보였던 정액이 양아버지 것이었던 이유는 세라가 성폭행 당했기 때문이라는 등 주요한 수수께끼 모두는 세라의 증언으로 밝혀지니까요. 세라는 제섭의 얼굴을 24년이 지났지만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고, 양아버지 정액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추리의 여지는 전무합니다. 

다른 수수께끼들은 억지스럽기만 합니다. 제섭이 재판 전, 한 밤중에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따라 프랭클린 캐니언 등의 공원에 몰래 방문해서 촛불을 피운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수수께끼가 대표적이에요. 제섭은 연쇄 살인범으로 자기가 죽였던 피해자들이 묻혀있어서, 그걸 기념(?)하는 행동이었다고 주장하고, 이를 해리 보슈의 지인인 FBI 심리 분석관 레이철의 분석으로 설명하는데 이해하기 힘듭니다.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뒤, 자기의 실수를 깨닫고 피해자를 살해했던걸 어떻게 연쇄 살인과 연결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동 살해범이 이전에도 범행을 저질러왔던 연쇄 살인마라는건 당황스러울 정도로 전형적이었을 뿐더러, 설령 그렇다쳐도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 자신의 범행이 드러날 수 있는 곳을 어슬렁거리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묻혀있는 시체를 제섭과 연결시킬 수 없으니 일단 묻고 가자는 미키 할러의 주장은 용납할 수도 없고요. 그게 제섭의 범행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종된 여자들과 그 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동정심이 있다면 만사 젖혀두고 시체를 찾아보아야 했습니다. 제섭이 해리 보슈의 집 앞에 머물렀던 이유, 은밀한 거처를 만들었던 이유 등도 딱히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아서 답답했습니다.

전개도 시원치 않습니다. 우선 미키 팀이 피해자의 언니 세러를 찾아내서 인터뷰하는 부분이 작품의 1/3 정도 지점이라 그 이후 제섭 사건에 대한 흥미는 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제섭이 진범이라는게 확실하니 당연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에 미키 팀이 에디 로만의 증언을 박살내 버린 후, 좌절한 제섭이 자기 변호사 팀과 감시하던 SIS 요원들을 사살하고 도주한다는 결말은 최악입니다. 법정물, 추리물 비스무레한 뭔가에서 헐리우드 액션물로 전락해버리는 탓입니다. 제섭이 도주 후 딱히 하는 것 없이 사살당하는 장면도 허무했고요. 복수를 노린 것도 아니고, 뭔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단지 숨어있으려고 했던 것 뿐이라 실망스럽습니다. 

아울러 중반부에서 엄청나게 치밀하고 복잡하다고 설명되었던 SIS 감시 시스템이 제섭의 도주로 별볼일 없이 무너져버리는 설정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이미 제섭이 총을 손에 넣었다는걸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무려 4명이나 제섭에게 살해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SIS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해리 보슈의 등장이라던가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은 나름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결말에서 제섭이 도주해서 사건을 키우지 않았다면, 배심원 중 한 명이 반대해서 - 심지어 미키 할러의 의도로 재판 초기에 바뀐 배심원 -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았다는 나름의 반전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단점이 훨씬 더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이 시리즈도 이제 더 읽을 일은 없을 듯 합니다.

2021/05/29

다섯 번째 증인 - 마이클 코넬리 / 한정아 : 별점 2.5점

다섯 번째 증인 - 6점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키 할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담보대출 관련 민사소송 변호를 시작했다. 그런데 의뢰인 중 한 명이었던 리사 트레멀이 자신의 집을 압류하려 한 은행가 미첼 본듀란트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자, 다시 형사 소송 변호에 뛰어드는데...

해리 보슈를 창조했던 마이클 코널리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큰 인기를 끌어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매튜 매커너히 주연 영화로 발표되기까지 했었지만, 마이클 코널리의 전작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동안은 손대지 않았었습니다. 엄청난 두께도 큰 진입 장벽이었고요.

하지만 읽어보니, 그동안 진작 읽지 않은게 후회될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재미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법정물로 완벽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입니다. 리사 트레멀 재판에서 변호사 미키 할러가 승리하기 위해 프리먼 검사와 벌이는 치열한 법정 공방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에요. 또 미키 할러는 재판 과정에 철저한 작전을 세워서 변칙적이고, 어떻게 보면 불법에 가깝거나 비열해 보이는 짓까지 서슴없이 동원합니다. 단순히 증거 몇 개로 난타전을 벌이는 수준이 아니고요. 그래서 더 치열하고, 처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생하게 묘사되는 미키 할러 캐릭터도 인상적입니다. 미키 할러는 피고인이 정말 무죄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거든요. 돈을 받은 이상, 의뢰인 승리 - 여기서는 무죄 판결 - 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렇게 기브 앤 테이크에 충실한 모습, 그러면서도 변호, 그 중에서도 형사 사건 변호라는 직업적 전문 분야에서의 출중한 능력은 '페리 메이슨'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함께 일하는 수족과 같은 동료들과 유들유들하고 능글맞은 성격, 엄청난 말주변까지 더해져 있으니까요. 그야말로 페리 메이슨의 적자인 셈입니다.

추리적으로도 볼 만 합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나름대로 현실적인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 덕분입니다. 피해자 미첼 본듀란트는 키가 180cm가 넘어서, 키가 160cm밖에 안되는 의뢰인 리사가 망치로 정수리를 가격해서 살해하는건 어려웠다는 증언이 리사의 무죄 평결에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리사는 풍선을 이용해서 본듀란트가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보게 만든 뒤, 뒤에서 망치로 가격했던 겁니다. 

그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 미키 할러가 복수하는 결말도 깔끔했어요. 리사가 전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은닉했다는걸 폭로하고, 본인은 더 이상 변호사를 하지 않고 검사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정말 제대로 된 복수를 보여줄 것 같아 두근두근해지더라고요.

그러나 리사가 진범이라는 반전과 트릭은 좋았지만,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동기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리사가 본듀란트를 급작스럽게 죽인 이유가 딱히 설명되지 않거든요. 작 중 미키 할러의 변론을 통해서도 설명되지만, 미키 할러에 의해 리사의 집 압류는 늦춰질 예정이었지요. 작장을 잃은건 한참 전이니 그 때문에 갑작스럽게 살의가 폭발했을리도 없고요. 우발적인 범행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풍선을 이용해서 사건 현장을 꾸민게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미키 할러의 재판 전략도 복잡하지만, 실상 들춰보면 그렇게 알맹이가 많지는 않아요. 검찰에서 내민 증거는 많다지만, 실제로 리사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직접 증거는 없기 때문입니다. 리사가 쓰던 정원용 장화에 피해자 피가 아주 미량 묻어있던게 거의 유일한 증거지요. 흉기인 망치는 리사 집에 있었던 것이라는게 증명되지 못했고, 오히려 장화와 망치가 놓여있던 차고가 잠겨 있지 않았다는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탓에 직접 증거로 보기는 애매해 졌으니까요. 그러니 장화에 묻은 피 정도로 리사를 살인범으로 단정 짓는다는건 무리로 보였습니다. 제가 배심원이었다면,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을거에요.

그리고 앞서 설명드렸던 결정적 트릭, 즉 키가 큰 피해자 정수리를 때리기 위해 풍선을 이용했다는 트릭도 조금만 생각해봐도 억지스럽습니다. 검시 결과, 피해자 무릎이 깨져 있는걸로 드러나고 이로써 고개를 뒤로 젖힌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부각됩니다. 그러나 고개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정수리를 가격당한다면, 당연히 뒤로 넘어가서 뒷통수가 깨질 겁니다. 무릎을 다칠 이유는 없어요.

위탁 추심업체 ALOFT의 수장 오파리지오가 본듀란트로부터 협박을 받아 그를 죽였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미키 할러의 작전도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본듀란트의 협박(?)성 편지는 딱히 큰 위협이 되지 않는걸로 보였고, 실제로 오파리지오가 회사를 매각하는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요. 미키 할러가 법정에서 오파리지오가 마피아와 관련이 있다는 증언을 끌어낸 뒤 그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장면도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리사가 사건 현장을 잘 빠져나가고, 대부분의 증거를 인멸하는데 성공했다는 것도 설명이 부족했던건 마찬가지에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니, 설명하는 것도 불가능했겠지만요.

그 외 전개에서 불필요한 부분도 많습니다. 미키 할러의 전처 등 사건 외적언 이야기라던가 미키 할러를 깡패들을 시켜 폭행하는 이야기, 잔챙이 3류 영화 제작자 허브 달의 존재, 신참 변호사 애런슨의 정의에 대한 고민 등은 이야기를 길게 늘일 뿐, 딱히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킬링 타임 펄프 픽션으로는 적당했습니다. 제 2의 페리 메이슨 자리를 차지하는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러나 책 보다는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낸 영화로 보는게(나온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2021/05/22

밤과 낮 사이 1 - 마이클 코넬리 외 / 이지연 : 별점 2.5점

밤과 낮 사이 1 - 6점
마이클 코넬리 외 지음, 이지연 옮김/자음과모음(이룸)

영미권 장르소설 비평가와 편집자들이 선택한 최고의 단편 컬렉션이라는 책입니다. 장르 문학 단편을 좋아하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볼륨은 풍성합니다. 무려 5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에 열 여섯 편이나 되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본격 추리물, 범죄물, 스릴러, 액션물에 섬찟한 느낌을 전해주는 '기묘한 맛' 계열 등 수록 장르도 다양한 덕분입니다. 조이스 캐롤 오츠, 마이클 코넬리와 같은 유명 작가들 작품이 수록된 것도 반가웠고요.

하지만 워낙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서 작품별 편차가 큽니다. 첫 수록작인 "그들 욕망의 도구"처럼 좋은 작품도 있지만, 뻔한 설정과 전개를 보여준다던가, 심리 묘사에 치중할 뿐, 이야기 자체는 모호한 등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작품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앤솔러지인데 선정 기준을 잘 모르겠다는 것도 조금 아쉬웠어요. 누가,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선정하여 출간한 것일까요? 

그래서 전체 평균한 별점은 대략 2.5점입니다. 1권과 거의 동일한 분량과 볼륨을 자랑하는 2권도 있는데, 읽어볼지 말지는 조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들 욕망의 도구" 

'나'는 죽기 전, 짐 오빠를 만나 그가 로니 언니를 이용했던 70년 전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로 결심했다. 1931년, 아버지 가출 후 어려워진 가족을 위해 짐 오빠가 로니 언니에게 몸을 팔게 했었던 사건이었다...

끔찍했던 과거에 대한 회상에서 시작해서, 몸을 팔았던건 로니 언니가 아니라 짐 오빠 자신이었다는 충격적 반전까지 완벽했던 단편입니다. 탁월환 회상과 심리 묘사는 독자를 반전으로 이끄는 선입견을 잘 쌓아 올려주고요. 

아빠 실종에 관련된 설정은 지금 읽기에는 뻔하고, 짐 오빠의 고백 후 결말까지가 조금 늘어지는 감은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사소합니다. 단편의 맛을 잘 살린 걸작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밤과 낮 사이" 

표제작. 주인공이 겨우 열기구에 매달려 있고, 두 명이 열기구에서 떨어져 죽거나 불구가 되는 첫 장면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주인공들이 뜬금없이 열기구에 매달리게 된 배경이 흥미로울 뿐 아니라, 결국 열기구 속 아이를 잃게 된 아버지이자 살인 강도인 브래들리가 주인공에게 복수심을 품고 습격해서 죽이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하지만 브래들리가 탈옥해서 주인공을 습격한 뒤의 이야기는 모두 작위적이라는건 단접입니다. “전적이 있는 은행 강도로 풀려난 지 고작 이삼 일 만에 기구를 탈취해서 도와주려던 착한 이웃을 죽게 만든 놈인데, 그래 그놈을 튀게 놔뒀다고요?”라는 주인공 말 처럼 쉽게 이루어진 브래들리의 탈옥, 브래들리가 탈옥 후 주인공 집을 바로 찾아와 주인공을 납치한 것, 마지막 죽기 일보 직전에 사라진 열기구를 발견하는 것 등 모두가 말이지요. 주인공이 브래들리가 3만달러라는 돈을 숨겨놓았을 코인 락커 열쇠를 강탈한 뒤 죽게 만든다는 것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였고요.

또 주인공의 뉴요커 스타일 심리 묘사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가득차 있는 작품이라면, 주인공은 보다 현실적으로 묘사하는게 나았을것 같습니다. 아니면 주인공이 3만 달러를 거의 손에 넣었지만, 로키 산맥 끝자락까지 몰고 왔던 머스탱이 고장나서 마찬가지로 죽음을 맞게 될 거라는, 쇼트쇼트스러운 결말로 마무리하던가요.

그래도 도입부만큼은 역대급이며 스릴과 서스펜스 측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환상특급"같은 TV 시리즈로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책 제본가의 도제" 

베네치아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미국인 졸리 매독스는 부유한 괴짜 노인 샌본과 친해진다. 그는 졸리와 여자 친구 루치아를 식사 자리에 초대하는데....

굉장히 뻔했던 작품입니다. 제목과 책 제본에 대한 장인 정신 가득한 묘사, 희귀 서적 수집가와 책 제본가가 루치아의 피부 문신을 열광적으로 바라보는 묘사 등에서 결말이 쉽게 예상된 탓입니다. 마지막에 졸리가 받은 선물이 인피로 제본된 책이라는것 역시도 뻔했고요. 

샌본과 제본가 주치니가 인피 제본 책을 졸리에게 선물할 이유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졸리가 책 제본에 매력을 느껴 제자가 될 것을 결심할 거라는걸 알려줄만한 단서는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이래서야 편의적인 전개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별다른 재미도 느끼기 힘들어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차라리 졸리는 사실상 이용가치가 없고 루치아의 인피만 중요한 상황인 것 처럼 끌고 가서 결국 졸리가 체포되도록 만드는 결말이었더라면 더 나았을겁니다. 졸리의 여자친구 사체 (머리?)를 여행가방에 몰래 넣어 두는 식으로요.

"스킨헤드 센트럴" 

짐 부부는 아들을 잃은 뒤 시골 마을로 이사왔다. 그곳에서 스킨헤드 머리를 한 데일에게 집안 일을 시킨 뒤, 짐 아내의 패물이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뒤, 데일의 동생 제이슨이 패물을 돌려주는데...

가정 폭력에 따른 범죄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뭘 말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이야기가 명쾌하지 못해요. 동생 제이슨을 폭행한건 형 데일인지? 그렇다면 형 데일을 폭행해서 사과하게 만든건 그 아버지인지? 짐 부부 집에 데일이 불을 지르려고 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탓입니다.

또 형제의 아버지가 폭력 성향을 간직한채 10여년을 살아왔다고 해도, 데일이 저지른 범죄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애초에 데일은 절도를 저질렀고, 이는 맞아도 싼 짓이었으니까요. 때문에 아이를 매질했다고 짐이 이야기하는건, 그 아버지 말대로 오지랖에 불과합니다. 

마지막에 집에 불을 지른 데일을 육군 훈련소에 보내는 결말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당연히 경찰을 불렀어야 했습니다. 방화는 굉장한 중범죄니까요. 이미 성인이 된 데일은 그에 대한 책임을 졌어야 합니다. 비교적 길게 설명되는 짐 부부 아들이 죽은 비참한 사고도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데일 가족 이야기는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요. 데일을 자기 아들처럼 여겼다? 이 역시 오지랖이죠.

좀 있어보이는 드라마를 쓰려고 했지만, 알맹이는 그닥인 모래성같은 이야기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심술생크스 여사 유감" 

늙은 노파가 온갖 사람들에게 심술궂은 편지를 보내는 취미가 있다는 설정은 고전 영국 추리 소설에 등장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고전 속에서 이런 편지는 은근한 협박이나 스캔들 폭로였던 반면, 이 작품 속 생크스 여사의 편지는 훨씬 적나라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고전이 은근한 심리 서스펜스라면, 이 작품은 현대물답게 스플래터 하드고어물인 셈입니다. 편지를 받는 사람들 상황 묘사와 엮어서, 독자에게 이 노파는 죽어도 싸다는걸 확실히 알려주거든요. 살인의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던, 교사 시절 학생의 게이 성향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던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정말 치가 떨릴 지경이었어요. 진작에 살해당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니 말 다했지요. 마지막에 생크스 여사가 살해되지만, 동기를 가진 인물이 너무 많아서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결말도 나쁘지 않았고요.

'끔찍한 범행'과 '처단' 자체의 자극적 쾌감에 비해 이야기가 평이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재미를 주는 작품이란건 분명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첫 남편" 

잘 나가던 변호사 리오나드가 아내의 첫 남편 사진을 발견한 뒤, 자격지심과 질투로 오해를 만들고, 결국 첫 남편 야드만을 죽인다는 범죄극입니다. 비교적 분량이 긴데, 리오나드가 붕괴해가는 심리 묘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탓입니다.

긴 만큼 디테일한 묘사는 좋지만, 전개는 평이합니다. 리오나드가 야드만을 죽인다는 결말은 뻔했고요. 아내 발레리도 죽였을 거라는 암시가 살짝 등장하기는 하는데, 제대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야드만을 죽인 뒤, 그의 렌트카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 상황에서 차안에 있던 야드만의 애견에 의해 습격을 당해 죽거나 범행이 드러난다는 결말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지금도 개 때문에 범행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우연히 지나가던 차량이 있었다는 작위적인 전개에 기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길이만큼 좋은 작품은 아니었어요

"운이 좋아" 

텔레파시 능력자 수키 스택하우스와 마녀 아멜리아 브로드웨이에게 보험 사업을 하는 그레그가 사건을 의뢰했다. 누군가 그의 사무실에 침입해서 서류철을 뒤졌는데, 누구인지 알아내 달라는 의뢰였다.

텔레파시 능력자, 마녀, 뱀파이어, 마술사 등이 나오는 판타지 범죄물로 그레그의 경쟁 업자 중 한명이 그레그의 비정상적인 행운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서류철을 뒤졌다는게 진상인데, 이를 수키 스택하우스가 더듬어 밝혀내는 과정은 꽤 재미있습니다. 이런저런 소동으로 뒤섞인 상황에 대한 정리도 깔끔하고 유쾌하게 묘사하며, 판타지적인 설정과 능력들을 조사 과정과 이야기에 잘 써먹고 있는 덕분입니다.

하지만 만화스러운 설정만큼이나 만화스러운 전개는 아쉽습니다. 디테일을 챙기지 않고 대충 넘어가는게 많아요. 그레그가 주변 행운을 빨아들여서 사업이 잘 되었다는게 대표적입니다. 이거야말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기 충분한 설정인데, 어떻게 동작하는지 설명도 없이 그냥 끝나버리고 말거든요.

그래도 재미만큼은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아버지날"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단편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벌어졌던, 더운 날씨에 차 안에 방치되어 사망한 아이 사건이 그려집니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었고, 그 때문에 부모가 의도적으로 아이를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게 진상인데, 아내와 남편을 분리시킨 뒤 심문하여 이를 이끌어내는 과정 묘사가 빼어납니다. 아내가 먼저 자백했다며 자백을 유도하는 장면은 그 중 백미이고요. 또 그냥 심증이 아니라 '이미 그만 둔 보모를 재 고용하는 광고를 내지 않은 점' 에 착안하여, 어차피 아이가 죽을걸 예상했다는 추리를 이끌어내는 것도 좋았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면, 부모 시점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지가 전혀 설명되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범인의 동기가 치열하게 드러나지 않는 탓에, 드라마의 깊이가 부족했어요. 전개와 결말도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경찰 수사물로는 기본은 하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과연 저명한 해리 보슈 시리즈다웠달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개 산책 시키기" 

토론토에 사는 부유한 미시 로라 프랜시스는 개 산책 중에 단역 배우 레이를 만난 뒤 불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레이와 함께 하기 위해 남편 로이드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는데...

정부에게 남편 살인 청부를 맡기지만, 남편이 선수쳐서 정부는 죽고, 선수친 남편도 정부가 의뢰했던 살인 청부업자에게 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딘가에서 많이 보아왔던 -헨리 슬레셔였던가요? - 뻔하디 뻔한 내용이라 한숨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포르노를 연상케 하는 로라와 레이가 벌이는 질퍽한 정사 장면 묘사는 그나마의 수준을 더 낮고 저렴하게 보이게 만들고요. 이럴 바에야 뻔해서 짝퉁스러운 반전을 끼워넣지 말고, 포르노에 가까운 싸구려 펄프 픽션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그럼 지금보다는 조금 더 볼 만한 부분이 있었을겁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모자족인" 

부유한 의료기기 사업가 제더버그 마틴이 살해당했다. 스무살이나 어린 젊은 아내 나네트는 정체불명의 거한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데....

언니의 전 남자 친구인 카일 헤이에스 형사 밑에서 일하게 된 감식관 테스 캐시디가 주인공인 작품. 

단서, 증거, 동기 모두 애매하고 설명은 부족하지만, 본격 추리물입니다. 테스 캐시디가 몇 가지 단서와 정보를 가지고 귀납법 추리를 통해 범인을 밝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서는 두가지입니다. 고인이 생전에 불을 두려워했으며, 친아들이 반대하는데도 나네트가 화장을 고집한 이유가 첫 번째, 흉기인 도끼에 찍힌 커다란 엄지손가락 지문이 두 번째입니다. 테스는 도끼에 찍힌 엄지손가락 지문은 고인의 엄지발가락 지문이었고, 이를 감추기 위해 화장을 서두른 것으로 추리합니다.

이 엄지발가락 지문에 대한 추리를 우연히 테스가 알게 된 '모자족인' - 아이가 바뀌는걸 방지하기 위해 엄마의 손가락 지문과 어린아이의 엄지발가락 지문을 찍는것 - 과 연결시키는 전개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현대 법의학으로 발가락과 손가락 구분이 불가능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설령 구분이 불가능했다 치더라도, 동기가 있는건 나네트와 아들 스티븐 뿐이니 어떤 식으로든 범행은 드러났을테고요. 이런 점에서 현대물보다는 근대물에 더 적합했으리라 생각되네요. 아울러 테스와 상관과의 관계도 전개에는 불필요한 요소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뱁스"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한 뒷골목 싸구려 범죄극. 주인공이 스트리퍼 뱁스와 함께 마약 전달책을 찾아가 마약을 강탈해오는게 전부입니다. 온갖 비속어가 난무하지만 특기할 만한 내용은 전무합니다. 주인공이 때때로 '십자가'를 본다던가, 대학교를 나왔다던가 하는 기묘한 설정이 덧붙여져 있는데, 작품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도 않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죽음과도 같은 잠" 

묘지 관리인 그레이브 디거는 과거 마크 틴들이라는 과거 용병이었다. 실수로 포로가 되었었지만, 상관 월터 잭슨의 희생으로 귀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묘지에 월터의 시신이 매장되게 되는데, 얼빠진 아르바이트생들이 시신을 모욕하자 그는 용병 마크 틴들로 돌아간다....

그레이브 디거가 용병으로 돌아온다는, 영화로 따지면 캐릭터 탄생을 알리는 도입부 격입니다. 그나마 마지막 각성은 조각내버렸다는 한 마디로 끝이고요. "존 윅"에 빗대어 보면, 자동차와 개의 복수는 하지도 않고, 다시 킬러로 각성해서 집에 쳐들어온 마피아 조직원을 죽이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끝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없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즐거운 응원단" 

고등학교 응원단에 미모의 호랑이 코치가 부임했다. 그녀는 단원들에게 맹훈련을 시켰는데, 단원 중 3명은 그녀가 스터드 하사와 불륜을 저지르는걸 목격했다. 코치는 그녀들을 꼬드겨 친해지지만, 3명 중 한 명인 베스의 도발로 결국 트러블이 일어나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코치가 불륜을 저지른 뒤 아이들을 입막음 시키려고 억지로 친한척을 한건 알겠어요. 아이들 중 한 명인 베스가 계속 입을 놀리자 그녀를 견제한 것도 알겠고요. 

하지만 코치라는 사람이 아이들을 데리고 불륜남 친구들과 마약 파티를 벌인다? 한국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불륜남 스터드의 친구 프라인이 베스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결말도 뭔가 싶어요. 죽인 것도 아니고, 설령 이 자리에서는 죽였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될게 뻔하잖아요? 볼짱 다 본 막장 인생 이야기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설명되지 않고 답없는 전개와 결말을 그려냈는지 알 수가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교차로" 

3인조 은행 강도인 잭 일당은 서부 텍사스 일대를 떠돌다가, 교차로에 있는 작고 낡은 주유소 겸 잡화점에 들르게 된다. 그곳에서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던 더브와 로이간에 다툼이 벌어지고, 둘은 충동적으로 가게 주인인 노부부를 살해한다. 둘은 이런 짓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두목 잭의 분노가 두려워, 잭에게도 총격을 가하는데....

서부 텍사스의 황량한 묘사, 그리고 작은 가게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묘사가 볼 만했던 범죄 액션극. 가게를 찾은 꼬마가 가지고 있던 총으로 잭이 기사회생하고, 꼬마가 잭의 새로운 동료가 된다는 결말은 독특했습니다. 주어진 암시와 내용을 보면 잭은 악마이고, 나이가 들어 쓸모없어진 인간 부하들을 때때로 교체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별다른 내용은 없지만 액션 장면만으로도 별점 2점은 충분합니다.

"악마의 땅" 

소몰이꾼 출신으로 서던퍼시픽 철도탐정으로 일했지만 해고당한 형제는, 핑커튼 탐정사 취직을 위해 바바리 해안으로 향했다. 구스타프 형은 사람을 관찰해서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는, 셜록 홈즈같은 취미가 있었다. 하숙집 주인 메그가 둘에게 수상쩍은 일자리를 제안했다. 구스타프는 동생에게 일행인걸 들키지 말자고 말했고, 찾아간 술집에서 갑작스럽게 구스타프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출판사에 보낸 원고에 대해 기묘한 독촉을 하는 편지에서 시작해서, 편지를 쓴 사람이 형 구스타프와 겪었던 사건으로 끝나는 작품.

사람이 술집에서 삽시간에 사라져 버린 불가능 범죄를 다루고 있는 본격물로 셜록 홈즈만큼 똑똑하다는 구스타프 형이 아니라, 힘쓰는 쪽인 동생이 추리를 하는 탐정과 이야기를 하는 화자 역할인 왓슨, 그리고 액션 담당인 브라운 신부의 동료 프랑보우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셜록 홈즈의 경구를 떠올리며 추리하는 과정은 홈즈 팬에게는 큰 즐거움이었고, 설득력도 높습니다. 술집에서 급작스럽게 피아노를 친 이유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서이며, 좌, 우로 빠져나갈 수 없다면 위나 아래로 사라졌을 거라고 추리하는 식입니다. 결국 동생은 바닥에 문이 있다는걸 알아내고 형을 구해내게 되지요. 

또 소몰이꾼 1인칭 시점의 말투로 전개하는 묘사, 특히나 중간중간 삽입된 소몰이꾼 감성 유머가 아주 유쾌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근대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약간 무식한 막노동꾼 탐정이 등장하는 본격물이라는 점에서 "탐정 피트 모란"이 살짝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바닥의 문은 셜록 홈즈 운운하지 않아도 관찰만 한다면 알아낼 수 있었을 거라 생각되고, 메그의 술집에서 벌어진 다툼같은 불필요한 요소는 감점 요소이지만, 장점이 명확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시리즈로 보이는데 다음에는 구스타프 형이 활약하는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네요.

"킴 노박 효과" 

제목은 주인공이 벌이는 사기의 명칭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그가 애착을 가진 존재를 등장시켜 사랑에 빠지게 한 뒤 돈을 울궈내는 사기지요. "현기증"에서의 킴 노박 역할에서 따 와 붙인 이름이라고 하네요.

주인공의 킴 노박 효과 사기 생각이 이어지다가, 주인공이 정조역전세계처럼 나이든 과부들에게 킴 노박 효과를 일으키며 돈을 빼 먹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결말은 독특했습니다. 이게 바로 남녀평등이겠죠. 질퍽하면서도 상세하게 묘사된 범죄와 심리 묘사도 볼거리였습니다. 엘모어 레오나드의 작품들이 떠오를 정도였어요.

하지만 '주교님'에게 사로잡힌 주인공이 빠져나온 뒤, 남창 역할을 하게 되는 결말은 설명이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완벽한 범죄자였던 주인공을 몰락시키려면, 정교한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쉽게 약점을 잡혀버려서 인생이 막장에 몰려 버린다면, 앞서 대단해 보였던 사기와 범죄 행각에 대한 장황한 묘사도 힘을 잃을 수 밖에 없고 결국 이 작품은 시간 낭비에 불과해버리고 마니까요.

주인공과 성형외과 의사, 킴 노박 효과를 일으켰던 배우, 피해자 등의 시점을 오가는 전개는 괜히 복잡하게 보일 뿐, 이야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또 킴 노박 효과도 의문스럽습니다. 어떤 사람이 옛날 사랑했던 애인이나 전처, 혹은 영화배우와 비슷한 외모의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게 과연 사기일까요? '그 사람이다!'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 다른 사람이라는건 당하는 사람도 알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거짓말로 돈을 울궈내는건 사기일 수는 있지만, 이 정도면 추억에 대한 댓가로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이들고 부자인 남자가 젊은 여자를 만나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작품은 단편에 어울리지는 않았어요. 훨씬 길고 정교한 작품으로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2013/09/03

라인업 - 켄 브루언 외 / 오토 펜즐러 엮음 : 별점 3점

라인업 - 6점 켄 브루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박산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추리애호가이자 편집자이기도 한 오토 펜즐러의 본업은 추리 전문 서점 주인입니다. 서점의 매출 증진을 위해 고민하던 오토는, 유명 작가들의 시리즈 캐릭터 전기나 프로파일을 제작하여 고객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을 모은 결과물이고요. 자신의 영리 창출을 위한, 한마디로 사심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반응도 좋았고 팬들도 색다른 읽을 거리를 만나게 된, 윈-윈 기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스물한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켄 브루언의 잭 테일러
  • 리 차일드의 잭 리처
  •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 존 코널리의 찰리 파커
  • 로버트 크레이스의 엘비스 콜과 조 파이크
  •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 존 하비의 찰리 레스닉
  • 스티븐 헌터의 밥 리 스왜거
  • 페이 켈러맨의 피터 데커와 리나 라자루스
  • 조너선 켈러맨의 알렉스 델라웨어
  • 존 레스크로아트의 디스마스 하디
  • 로라 립먼의 테스 모나한
  • 데이비드 모렐의 람보
  • 캐롤 오코넬의 말로리
  • 로버트 B. 파커의 스펜서
  • 리들리 피어슨의 루 볼트
  • 앤 페리의 토머스와 샬럿 피트
  •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의 펜더개스트
  •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프레셔스 라모츠웨

이중 제가 알고 있는 캐릭터는 겨우 절반 정도? 그 중 읽은 것은 더 적군요. 음.. 공부가 부족해요. 어쨌거나, 이 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얼마 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가 발표되기도 한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창작 비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유는 본인의 창작 이론이 명확하게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 첫째 캐릭터가 왕이다. 독자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플롯이 아니라 캐릭터다.
  • 둘째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 세번째 캐릭터를 너무 구체적으로 설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같은 것이죠. 솔직히 세 번째 것은 좀 이해가 안되지만 어쨌거나 초인기작가의 발상은 한번 봐두어서 나쁠 건 없겠죠?

그리고 스티븐 헌터의 밥 리 스웨거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황당하게도 다른 책에서 플롯을 훔쳤다는 고백에서 시작하여 데뷔작 "탄착점"을 쓰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아주 재미나요. 실제 저격용 총을 사서 훈련도 하는 등 별짓을 다했더라고요. 이러한 것이 리얼리티를 보장해 준 것이겠죠. 밥 리 스웨거 시리즈는 "더블 타겟"이라는 영화로만 접해보았는데 이 정도 입담이라면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또 이런 류의 책이라면 작가로 성공하기까지의 고생담이 빠질 수 없을텐데, 고생담으로는 존 레스크로아트의 디스마스 하디 이야기가 최곱니다. 요약하자면, 문학도이자 밴드 활동을 한 뮤지션인 저자가 순문학 작가로 야심을 불태우지만 상업적으로 잘 풀리지 않아서 일종의 패러디를 통해 장르문학에 뛰어들고, 이를 성공시켜 그 돈으로 생활하면서 순문학 소설 (즉, 진짜 소설)을 쓰기 위한 발판 마련을 위해 첫 추리소설을 쓰나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합니다. 이 시점에 그는 원고를 네 개나 완성했는데 딱 하나만 출판되었고 그나마도 문고판 초판본이 전부라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이후 작가로의 삶을 포기하지만 병이 생겨 직장을 그만두었고, 마지막으로 전업 작가에 도전하여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운 좋게도 2년 전 책이 대박이 나서 결국에 작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파란만장하다는 말이 잘 어울려요.

이와는 정 반대인 "콜린 덱스터와 모스 경감"에 대한 글도 인상적입니다. 독자의 질문에 대해 답하는 형태로 구성된 글인데 모스 경감 시리즈는 그냥 취미로 쓴 글이라는 것, 본인은 운이라고 말하는데 첫 작품을 수정 없이 당대 최고의 범죄소설 출판사에서 출판하게 된 일, 뛰어난 인재들 (앤서니 밍겔라!)과 배우들 (존 길구드에서 엘리자베스 헐리까지)가 포진된 유명 TV 시리즈로 방영되기까지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읽으면서도 다른 작가들과는 너무나 판이한 성공담은 정말이지 놀랄 정도였어요. 그만큼 작품의 질이 뛰어난 덕이겠지만요.

조금 장르는 다르지만 "람보"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월남전 당시의 분위기가 어떻게 창작에 반영되었는지가 아주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는 덕분입니다.

몇 편의 픽션 형태의 글 중에서는 리들리 피어슨의 "루 볼트"가 최고였습니다. 루 볼트 형사가 경찰서 내부에서 일어난 1만 달러 반환 사건에 연루된 뒤 취조를 받는 과정에 대한 기록인데 ,볼트가 당당한 태도로 상대방을 교묘하게 옭아맨 뒤 빠져나가는 솜씨가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의외의 진상이라는 반전까지 있기에 한 편의 단편으로도 손색없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들도 한번 읽을 가치는 충분해요. 프로 작가들의 창작과정은 읽는 것 자체가 공부죠. 별점은 3점입니다.

2011/09/18

범죄의 탄생 - 마이클 코넬리 / 안재권 : 별점 1.5점

범죄의 탄생 - 4점
마이클 코넬리 지음, 안재권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해리 보슈 시리즈의 작가 마이클 코넬리가 범죄담당 기자로 근무할 때 발표했던 22건의 사건 기사를 모아놓은 논픽션.

그런데 낚였습니다... 대충 표지만 봤을 때는 80년대 LA 지역의 강력범죄 중 유명한 것만 엄선하여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논픽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사건의 경중과는 관계없이 마이클 코넬리가 기자 시절 썼던 기사를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크게 흥미를 끌만한 사건 이야기는 별로 없고요.

물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증거들의 모순이 인정되어(예를 들자면 밖에서는 떼어낼 수 없었던 창문을 실제로는 떼어낼 수 있었다던가) 풀려난 뒤 경찰을 고소한 사건, 총을 제대로 쏘지도 못한 코미디같은 청부업자들 사건과 같은 재미있는 사건이 몇 개 소개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어차피 상상력이 결여된 그야말로 "기사"라서 이야깃거리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어요. 기사들도 하나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 같은 사건을 여러번 기사화한 탓에 반복되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도 감점요소고요.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인 기사들이기는 하나 마이클 코넬리한테나 기념비적인 것이지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07/01/19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2007년판 - 독자 투표를 통한 진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순위

2005년 판에 이어 1년 건너뛰고 포스팅합니다.

국내판, 즉 일본 창작물 1위는 생전 처음 보는 호러 전문 작가의 단편집인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고, 해외 1위는 로리 린 드라몬드라는 여성 작가의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한다"라는 중단편집으로 이번 시즌에는 단편집이 많네요. 작년부터의 유행이었다는데 단편 팬인 저같은 독자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기도 합니다.

일단 국내판 목록을 살펴보면 오랫만에 돌아온 신쥬쿠 상어가 눈에 띄고 오츠 이치와 노리즈키 린타로의 쥬브나일 쟝르라 하는 아동용 "미스터리 랜드"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온 책 두권,  "총과 쵸콜렛"과 "괴도 그리핀 절체 절명"이라는 책이 관심이 가네요. 아동용 괴도물이라고 하는데 쉽고 유쾌하게 읽을 거리가 요새 땡기기에 한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판매 순위로는 교코쿠 나츠히코, 이사카 고타로, 오사와 아리마사,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모리 히로시의 이름이 올라와 있지만 교코쿠와 이사카, 미야베, 모리 히로시는 작품 자체는 별로인지 언급이 별로 없군요.
해외판에서는 2위를 차지한 제프리 디버의 첫 단편집 "크리스마스 프레젠트"와 아담 파우어라는 작가의 스릴러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하다라는 장편이 굉장히 기대가 되며 신쥬쿠 상어처럼 간만에 보는 해리 보슈 시리즈 신작 "천사와 죄의 거리"도 반갑네요. 또 데이비드 알렉산더라는 단편집 붐에 힘입어 새롭게 발굴된 작가의 단편집 "교수인 1다스"라는 책 역시 구해보고 싶고요.

기존 시즌과 같이 작가들 인터뷰 역시 풍성한데 이번에는 신쥬쿠 상어의 오사와 아리마사 인터뷰가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인 평이 이번에 발표한 신쥬쿠 상어 시리즈 "랑화"를 굉장히 높이 쳐 주고 있는데 확실히 괜찮긴 한가 보더군요. 신쥬쿠 상어 자체는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만...
또 다른 시즌과는 달리 내년의 20주년 기념을 위한 복면 좌담회, 과거 18년 동안의 베스트를 뽑는 게스트들의 좌담회가 특히 좋았습니다. 해당 목록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년의 20주년 기념호는 꼭 사봐야 겠더군요. 독자 투표를 통해 20주년 기념호에서 독자가 선정한 진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는다니 말입니다.

마지막의 "바가미스 (바보미스)" 베스트는 역시나 폭소! 얼마전 읽었던 황당 개그만화 아사리 요시토오의 "소녀탐정 가네다 하지메의 사건부"가 만화부분 베스트로 당당히 선정되어 있기에 다른 책들도 얼마나 황당한지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하여간 역시 추리 강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만큼 풍성하고 알찬 기획서라 생각됩니다. "국내판"이라는 챕터가 따로 존재하며 그 안에 포함되는 작품의 수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 가장 부러운 일이고요. 우리나라도 빨리 추리 강국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다시금 생깁니다.

국내판 :

1. 신쥬쿠 상어 - 오사와 아리마사
2. 화차 - 미야베 미유키
3. 망량의 상자 - 교코쿠 나츠히코
4. 백야행 - 히가시노 게이코
5. 하늘을 나는 말 - 기타무라 카오루
6. 마크스의 산 - 다카무라 카오루
7.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8. 동기 - 요코야마 히데오
9. 베를린 비행지령 - 사사키 조 (국내 미출간)
10. 쌍두의 악마 - 아리스가와 아리스 / 화이트 아웃 - 신보 유이치

해외판 :

1. 양들의 침묵 - 토마스 해리스
2.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3. 본 콜렉터 - 제프리 디버
4. 무죄추정 - 스콧 터로우
5. 밤의 기억 - 토머스 H 쿡
6. A Dance at the Slaughterhouse - 로렌스 블록 (국내 미출간)
7. A Cool Breeze on the Underground - 돈 윈슬로우 (국내 미출간)
8. 블랙 아이스 - 마이클 코넬리
9. 블랙 달리아 - 제임스 엘로이
10. 소년시대 - 로버트 매캐먼 / eleven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국내 미출간)

2004/02/02

블랙 아이스 - 마이콜 코넬리 / 이종인 : 별점 2.5점


블랙 아이스 - 4점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종인 옮김/시공사

최근 의심스러운 투서로 인해 비밀리에 내사를 받고 있었던 마약전담반의 칼 무어 반장이 LA의 한 모텔방에서 머리가 날아간 자살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우연찮게 사건에 뛰어들게 된 해리 보슈는 “블랙 아이스”라고 불리우는 신종마약의 커넥션에서 칼 무어 반장의 죽음의 원인을 찾게되고 “블랙 아이스”의 제조 본부와 그 밀수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멕시코까지 찾아가서 사건의 한복판에 뛰어 들게 됩니다…
 

<블랙 에코>에 이어 읽은 헐리우드 경찰서 강력반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2작. 얼마전에 “반디 앤 루니스”에 갔다가 구입한 책입니다. <블랙 에코>에 비하면 조금 스케일이 작다 싶은데, 나중에는 아니나 다를까 거대한 음모와 스케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네요. 

해리 보슈라는 지독한 골초에다가 재즈를 좋아한다는 다소 특이한 분위기의, 하드보일드의 계보를 잇는 듯한 “고독한 늑대” 캐릭터는 꽤 멋있지만 그간 미국식 스릴러 (특히 헐리우드 영화들)에서 많이 보아왔던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소설속에서도 그의 활약을 다룬 영화가 제작되어 한 몫 단단히 잡은것으로 묘사될 정도니까요. 이런 주인공을 비롯해서 이야기 거의 전부가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일로 묘사되고 있는 듯 합니다. 뭐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고 완성된 구조로 읽히기는 하지만 치밀하거나 예상을 뒤집는 그런 반전의 묘미는 좀 모자라다고 해야겠죠. 특히 결말 부분을 위한 복선이나 설정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소설 자체도 추리물 보다는 형사 스릴러 수사물에 가깝습니다. 덕분에 수사의 방식이나 경찰 및 경찰 조직에 대한 묘사 같은 것은 확실히 빼어난 디테일을 자랑합니다. 한편의 영화 같은 완급 조절도 좋고, 드라마를 만드는 방식에 있어서도 탁월한 면이 있고요. 하지만 기대했던 것에 비해 추리적인 요소나 치밀한 복선에 따른 꽉 짜여진 서사 구조 등은 별로 건질게 없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제임스 페터슨보다는 확실히 낫지만 그렇다고 계속 관심을 가질만한 작가는 아닌 듯 합니다. 차라리 “영화 시나리오”쪽으로 방향을 돌리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2003/12/15

블랙 에코 - 마이클 코넬리 / 이종인 : 별점 2점

블랙 에코 2 - 6점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종인 옮김/시공사
시체 한 구가 LA 근처의 멀홀랜드 댐 배수구에서 발견되었다. 죽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 메도스 - 베트남 전에서 보슈와 생사를 넘나들며 "터널쥐"로 활약했던 전우였다. 그러던 그가 전후 15년이 흐른 지금 LA의 "터널"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다시 되살아 난 전쟁의 공포,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열대림의 위험한 미로에서부터 도시의 아스팔트 아래로 이어지는 "검은 메아리". 반드시 폭로해야 할 범죄자와 내부자와의 더러운 결탁.... 해리 보슈의 생존 본능은 다시 그 한계를 시험받기에 이르고 그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경찰에서 쌓은 경험과 베트남에서 터특한 생존기술을 총 동원하는데.... (이상 책 커버 요약입니다)

마아클 코넬리의 에드거상을 수상했다는 해리보슈 시리즈 1탄. 상의 권위도 권위이지만 평도 좋은 편이라 사뭇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한 장편입니다.

사소한 시체 한구의 발견에서 시작된 사건이 점점 수백만달러가 걸린 은행강도 사건, 그리고 내부자 결탁에 이르는 대형 사건으로 커지는 과정과 그 중간 중간에 있는 자잘한 묘사들이 치밀하고 재미있으며 주인공인 "슈퍼형사" 해리 보슈가 추리력과 탁월한 조사 능력에 냉소적이고 독불장군같은 성격까지 잘 짜여진 캐릭터라서 아주 매력적이었어요.

하지만 전에 읽었던 제임스 페터슨의 "시간의 침묵"과 비슷한 구성이 많습니다. 이게 미국식 대중 스릴러의 기본 룰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부분이 많네요.
게다가 엘리너 위쉬와 보슈와의 관계와 그 결말같은 부분은 정말로 너무 뻔했습니다. 진정한 흑막을 여러번 꼬아서 반전을 노린것도 좋았지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거든요.

결론내리자면 한편의 헐리우드 스릴러 물을 보는 듯 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뭔가 깊이도 없고 너무 뻔한 요소들이 많아서 그랬던것 같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해리 보슈가 LAPD소속이니 만큼 이것도 칭찬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해리 보슈 다음 시리즈를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네요. 소설로서 이만한 길이의 장편이라면 조금 더 의외성을 기대하는게 당연하다 생각됩니다.

덧 : 영화화 되었나 알아보았는데 영화화는 안 되었나 봅니다. 영화라면 그래도 더 재미있었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