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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6

헐크 : 플래닛 헐크 - Pagulayan, Carlo 외 : 별점 3점

헐크: 플래닛 헐크 - 6점
Pagulayan, Carlo 외 지음/시공사

'카페 <웹진 판타스틱> 오픈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게 된 그래픽 노블입니다. 리뷰에 앞서 좋은 기회를 주신 판타스틱 카페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괴물'과 '파괴자'로서의 헐크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게 특징인 작품입니다. 지구에서는 '괴물'로 인식되어 우주로 추방된 뒤 도착한 행성 사카아르에서 '구세주'로 거듭나는 이야기거든요. 도착 직후 힘이 약화된 상태에서 행성의 독재자 레드킹에게 제압당한 뒤, 검투사로 전락하였다가 자신의 강함으로 타인들의 신망을 얻고, 결국 레드킹을 쓰러트리고 행성에 평화를 가져 온다는 내용이니까요. "글라디에이터"나 "스파르타커스"의 헐크식 변주라고나 할까요? 때문에 모험 액션물로서의 가치도 확실하지만, '헐크'의 다른 시리즈와도 구별되는 독자적인 이야기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또 이러한 서사 - 모험물로서의 가치와 더불어 그동안 헐크 시리즈의 핵심 설정인 인간이냐 괴물이냐의 고뇌 대신 헐크만의 개인적인 고뇌, 즉 구세주가 아닌 파괴자로서의 자기 인식과 성찰이 잘 드러난다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 브루스 배너와 대비되는 괴물로의 야성이 강조되었던 그간의 헐크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 동안의 '헐크'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에요.

그러나 문제도 있습니다. 우선 악당 레드킹이 아쉽습니다. 너무 단순해서 초딩스러운 찌질함이 부각되기 때문에, 행동에서의 악의도 느끼기 어려운 탓입니다. 고뇌하고 번민하는 헐크와 그의 동료들에 비하면 깊이가 없어도 너무 없어요. 설정은 "글래디에이터"의 코모두스 황제와 비슷한데, 코모두스 만큼의 배경 설정이나 음모 정도는 등장시켰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이래서야 압도적인 강함의 헐크에 대항하는 인물로는 보기 어려우니까요.
더 큰 문제는 행성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모든 갈등과 번민을 강함으로 해결해버린 진짜 황제의 결말입니다. 본인도 아닌 타인의 실수로 인한 행성의 종말인데, 급작스럽고 황당한게 흡사 강제 종료를 편집부로부터 지시받은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물론 헐크의 평화로운 안주는 이후 마블 코믹스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므로 어떤 식으로든 끝을 냈어야 했겠지만 이건 답이 아니에요...

그래도 다른 작품과의 연계없이 한편으로 즐겁게 볼 수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작화도 최고 수준이며 번역 역시 매끄러워 마음에 들고요. 단순 화끈한 모험 액션물을 좋아하신다면, 헐크의 이색적인 모습을 한껏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1/02/26

헐크 : 월드 워 헐크 - 그렉 박 외 / 이규원 : 별점 2.5점

헐크: 월드 워 헐크 - 4점
그렉 박 외 지음, 이규원 옮김/시공사

"플래닛 헐크"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헐크의 복수극을 다룬 작품. 머나먼 행성 사카아르에서 안정을 찾자마자 의문의 폭발로 모든 것을 잃은 헐크가 지구로 돌아와 사건을 처음에 일으킨 4인방 - 아이언맨 / 미스터 판타스틱 / 닥터 스트레인지 / 블랙볼트 - 및 기타 인물들 모두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헐크가 압도적인 강함으로 마블의 주요 히어로들을 격파한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단순하지요. 

하지만 그 과정이 워낙에 통쾌하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복수극이라는게 확실히 재미를 더해주거든요. 어떻게 보면 마블 히어로들을 등장시킨 무협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림을 지배하는 고수 4인방이 본토 무림의 평화를 위해 압도적으로 강한 주인공을 변방 야만인의 땅으로 무공을 봉인한채 내쫓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무공을 서서히 회복하며 새롭게 만난 동료들과 함께 야만인의 땅을 통일하고 평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본토에서 불러 일으킨 재해로 변방의 땅은 황폐화되고, 겨우 살아남은 주인공은 복수를 위하여 다른 야만인들과 함께 본토로 쳐들어가 압도적인 강함으로 그들을 제압한다...' 는 이야기니까요. 

이러한 일직선의 통쾌한 스토리와 더불어 등장하는 히어로들을 보는 재미도 대단합니다. 그야말로 올스타 총출동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초인들이 등장하거든요. 물론 제대로 된 이야기 없이 몇컷 등장으로 끝나는 히어로들도 많고 헐크의 강함에 제대로 활약 한 번 못하는 히어로들 역시 많지만 뭐 그거야 어쩔 수 없고... ('토르'는 아예 등장하지 않아서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센트리의 등장 이후 너무 쉽게 정리되는 결말은 감점요소입니다. 악역을 맡은 4인방 모두가 정의 초인들이기에 마블에서 대충대충 타협하기 위하여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결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시하고 맥이 빠지는 마무리였습니다. 마블 세계관을 어느정도 알고 있지 않으면, 전작을 읽지 않으면 완벽한 내용 파악이 힘들다는 점도 감점 요소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조금 감점은 했지만 화끈한 남자들의 만화임에는 분명합니다. 마블 히어로물을 사랑하는 남자! 라면 전작과 더불어 한번에 읽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나저나 헐크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에서 히어로들이야말로 진정한 지구의 재앙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네요. '강력한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라는 말을 기억이나 하고들 있는건지?

2017/04/07

울버린 : 올드 맨 로건 - 마크 밀러, 스티브 맥니븐 / 임태현 : 별점 2점

울버린 : 올드 맨 로건 - 4점
마크 밀러 지음, 스티브 맥니븐 그림, 임태현 옮김/시공사(만화)

로건 아저씨, 정말 그들과 싸우러 가는 거에요? 악당들을 쓰러뜨리고 법과 질서를 되찾아 오려는 거에요?

그럴까 해,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마블 코믹스 시리즈입니다. 평도 좋고 색다른 맛이 좋다는 작품이라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알려진대로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빌런들과 히어로들이 최종 결전을 벌인 이후, 빌런들이 지배하게 된 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울버린은 최종 결전 직전 미스테리오의 환각에 빠져 동료 엑스맨들을 학살한 탓에, 클로를 봉인하고 '로건'이라는 일반인으로서 살아가며 가족을 꾸린 뒤 늙어가는 상황이고요.

지주인 헐크 패밀리에게 지대를 내야 하지만 돈이 없는 상황에 처한 로건 앞에 호크아이가 나타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호크아이는 미대륙 횡단 여행을 도와주면 돈을 준다고 약속하고, 로건은 싸움도 하지 않고 살인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승낙합니다.
이후 이야기는 1, 2부로 나뉩니다. 1부는 호크아이와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컴비는 여러 히어로들의 잔재와 빌런들이 지배하는 도시를 지나며 숱한 모험을 통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함정이었습니다. 호크아이는 살해되고 말지요. 로건은 레드스컬을 제압하고 겨우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요.
2부에서는 헐크 패밀리가 쳐들어와 가족을 학살한 것을 알게 된 로건이 클로를 꺼내 울버린으로 돌아온 뒤, 헐크 패밀리를 모두 죽이는 복수극이 펼쳐집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잔혹한 복수극이 결합되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북두의 권"이 떠올랐습니다. 무조건 몸으로 부딪혀 싸우는 육탄전 중심이라는 점도 비슷했으니까요. 하드 고어라고 불러도 무방할 작화 역시 마찬가지인데, 작화는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마블 코믹스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잔인하고 화끈합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성공했지만, 가족이 죽어버려 복수한다는 이야기 구조는 서부극 느낌도 전해줍니다. "웨스턴 리벤지"와 분위기만큼은 아주 똑같더라고요. 목장이 중심이 된 배경 및 다른 소품들, 등장인물들의 묘사도 이런 느낌을 뒷받침해 주고요.

그런데 이 책 한 권만으로는 설명이 너무 부족합니다. 미국 만화 특유의 문제점이기는 한데, 히어로들이 어떻게 패배했는지, 헐크가 왜 악당이 되었는지, 그의 패밀리는 왜 식인종 집단이 되었는지 등 기본 설정들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 탓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여러 히어로들의 잔재나 호크아이의 딸 이야기도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나지 못합니다. 솔직히 1부에 해당하는 호크아이와 함께한 모험 이야기는 일종의 추억팔이에 불과해요. 차라리 설명을 보강하고 2부 이야기에 치중하는게 이야기의 완성도는 더 높았을 겁니다.

파워 밸런스도 문제입니다. 1부의 최종 보스인 레드 스컬, 2부의 최종 보스인 헐크 브루스 배너 모두 울버린에게 너무 쉽게 제압되기 때문입니다. 2부의 헐크는 울버린을 산채로 잡아먹지만, 힐링 팩터로 부활한 울버린에게 내부부터 파괴되어 패배한다는 설정이라 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최종 보스답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헐크 패밀리와 헐크의 최후가 실망스러운건, 이렇게 허약한 놈들 때문에 울버린이 가족을 잃었다는게 어찌보면 황당하기 때문입니다. 진작에 다 쓸어버렸으면 됐잖아요?

그래서 충격적인 세게관과 꼼꼼하고 완성도 높은 작화를 제외하고는 좋은 이야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종의 평행 우주를 다룬 외전에 불과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지만 선뜻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012/12/15

어벤져스 (2012) - 조스 웨든 : 별점 3점

[3D 블루레이] 어벤져스 - 6점
조스 웨든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월트디즈니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토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가 함께 로키와 외계 군단에 맞서 싸운다는 히어로 무비. 극장가를 강타한 메가 히트작이기도 하죠. 원래 이런 영화는 닥치고 극장에서 관람했었는데, 결혼하고 애까지 있다 보니 제때 챙겨보는 것은 불가능하더군요. 이제서야 뒤늦게 감상하고 포스팅 남깁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돈 들인 티도 확실히 날 뿐 아니라 대히트칠 만한 요소도 충분한 괜찮은 액션 오락 영화였습니다.

물론 단점을 짚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긴 합니다. 로키가 쉴드에 자발적으로 잡혔던 이유, 호크아이가 습격을 강행한 이유, 마지막 결전에서 헐크가 갑자기 이성을 찾은 이유 등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거든요. 메인 악역인 로키가 자칭 신이라면서 너무 약해 빠진 것도 밸런스에 문제가 있어 보였고요.

그러나 이런 영화에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있을까요? 매력적인 히어로들의 캐릭터도 도드라질 뿐더러, 액션 역시 충분히 즐거울 뿐 아니라 특수효과를 잘 사용한 임팩트 있는 영상도 넘쳐난다는 점에서 오락 영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마지막 최종 결전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의 액션을 원테이크처럼 찍은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였어요. 거기에 더해 위트 있는 대사는 보너스와도 같고요. 그야말로 기대했던 그대로를 충실하게 영상으로 옮겨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5/10/01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Avengers: Age of Ultron) (2015) - 조스 웨던 : 별점 2.5점

제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마블 슈퍼히어로 무비, "어벤져스" 2탄입니다. 이미 올해 초 개봉하여 폭풍 흥행한 작품이죠. "킹스맨"과 마찬가지로 뒤늦게 감상하게 되었네요. 다들 아시는 영화일 터라 줄거리는 생략합니다.

일단 러닝타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영화치고는, 그것도 액션 블록버스터치고는 정말 길었기 때문입니다. 약 2시간 30분 정도인데 체감상 3시간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1, 2부로 나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어요. 덕분에 본전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질보다 양 아니겠습니까?

허나 늘어난 분량만큼 재미가 있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아이언맨 3",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같은 최근 흥행작들과 비교해 보면 이야기와 캐릭터 모두 허술하고 문제가 많았습니다. 긴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액션이 이어지긴 하지만 지루함이 앞서더군요.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를 엮어가는 과정의 부실함입니다. 울트론이 토니 스타크에게 반감을 가지고 기계들의 세상을 꿈꾼다는 설정은 더 깊게 다듬었어야 했습니다. 호크아이의 가정사, 블랙위도우와 헐크의 썸, 급작스러운 비전의 탄생 등 곁가지 이야기들도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고요. 신 캐릭터인 스칼렛 위치와 퀵 실버도 등장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퀵 실버의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한 퇴장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어요. 결국 이 모든건 마블의 다음 작품들을 위한 포석에 불과한 느낌입니다. 지나치게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도 별로였고요.

또한 울트론이 악역으로서 강력함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로키는 최소한 신이었는데, 울트론은 그저 깡통 느낌이거든요.

그래도 마지막 소코비아 결전은 약간의 유머가 살아 있었고, 어벤져스가 액션보다 시민 구호에 치중하는 모습은 현실적인 묘사로 인상 깊었습니다. 그동안 슈퍼히어로 영화가 간과했던 부분을 잘 짚어낸 장면이었지요. 대작 블록버스터다운 화려한 화면 구성도 볼거리는 확실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장대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인 탓에 완성도 면에서는 감점할 수밖에 없지만, 어벤져스 히어로들이 한 화면에서 함께 활약하는 모습만으로도 즐거웠기에 아예 폄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저냥 즐길 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추후 시리즈가 완성된다면 중간에 건너뛰어도 괜찮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퍼스트 어벤져", "아이언맨 2"처럼 말이죠.

2004/05/28

트로이 - 볼프강 페터슨 : 별점 2점


고대 그리스, 가장 잔인하고 불운한 사랑에 빠지고 만 비련의 두 주인공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올란도 블룸)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다이앤 크루거).
사랑에 눈 먼 두 남녀는 트로이로 도주하고, 파리스에게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 (브렌든 글리슨)는 치욕감에 미케네의 왕이자 자신의 형인 '아가멤논'(브라이언 콕스)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이에 아가멤논은 모든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규합해 트로이로부터 헬레네를 되찾기 위한 전쟁을 일으킨다. 그러나 전쟁의 명분은 동생의 복수였지만,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는 모든 도시 국가들을 통합하여 거대한 그리스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심이었다.
그러나 '프리아모스' 왕(피터 오툴)이 통치하고 용맹스러운 '헥토르' 왕자(에릭 바나)가 지키고 있는 트로이는 그 어떤 군대도 정복한 적이 없는 철통 요새. 트로이 정복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불세출의 전쟁 영웅 위대한 전사 '아킬레스' (브래드 피트) 뿐. 그러나 아킬레스는 전리품으로 얻은 트로이의 여사제 브리세이스(로즈 번)를 아가멤논 왕이 빼앗아가자 몹시 분노해 더 이상 전쟁에 참가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칩거해버린다. 아킬레스가 전의를 상실하자 연합군은 힘을 잃고 계속 패하게 되고 트로이의 굳게 닫힌 성문은 열릴 줄을 모른다. 병사들이 점차 지쳐갈 때쯤, 이타카의 왕인 지장 오디세우스(숀 빈)가 절묘한 계략을 내놓는다. 그것은 바로 거대한 목마를 이용해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자는 것...

보기가 망설여졌던 영화입니다. 평이 워낙에 안 좋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일단은 “전쟁” 보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전개 방식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여러 주요 등장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은 큰 전투 위주의 기존의 대하 역사극과는 사뭇 다른 전개를 보여주는데 나름대로 괜찮더라고요. 아킬레스와 헥토르를 중심으로 각 등장 인물들을 어느 정도 비중 있게 묘사하지만 이야기의 밀도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이런게 감독의 역량이겠죠.
배우들의 캐스팅도 좋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에릭 바나!”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는 이 영화 최고의 수확이에요. 헐크에서는 몰랐지만, 서사 시대극에 어울리는 외모와 진지한 카리스마 곁들여진 연기를 통해 헥토르라는 캐릭터를 정말 근사하게 보여줍니다. 광신자이지만 자비롭고 현명한 왕 프리아모스 역의 피터 오툴이라던가, 나오자마자 아킬레스의 일격에 죽어버리기는 하지만 WWE 스타 출신의 레슬러 네이선 존스도 반가왔어요.

하지만 2억불이나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대작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 탓이죠. 딱히 전투씬이 압도적으로 그려지거나 하지 않아서 스펙터클은 기대 이하입니다.
그리고 기존 신화를 각색한 방향성에도 문제가 많아요. 신화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격하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역사극으로 각색한 것, 또 아가멤논이라는 캐릭터를 최대의 악역으로 설정한 것은 나쁘지 않은데 몇몇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감으로 역사에 등장하는 다른 여러 매력적인 영웅들이나 신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트로이의 목마가 너무도 시시하게 그려져서 극의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고요.
무엇보다 주인공 아킬레스 역의 브래드 피트가 제일 문제에요. 사실 비쥬얼만 놓고 본다면 아킬레스보다는 파리스역에 훨씬 잘 어울리는 배우라 생각되거든요. 아무리봐도 지상 최강의 전사는 아니고 달달한 “가을의 전설” 필의 로맨틱가이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서 영 와닿지 않더라고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던 파리스역의 올랜도 블룸도 실망스러웠으며 그리스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비롯한 여배우들도 다 그냥 그랬습니다. 특히나 여주인공인 브리세이스...전 처음엔 신지인줄 알았습니다. 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에릭 바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만 2억불짜리 대작답지 않다는 허전함은 어떻게 해도 채우기 어렵군요. 세세한 인간 관계와 현실적인 신화 이야기는 좋았지만 2억불짜리는 그만한 스펙터클이 있어야하는 법이겠죠.

2020/09/10

별걸 다 기억하는 - 한지은 : 별점 2점

별걸 다 기억하는 - 4점
한지은 지음/보통의나날

저자가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회고 형식으로 짤막하게 정리한 에세이집입니다.

저자의 옛 집, 옛 동네에 얽힌 추억은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그 시절 인기있었던 여러가지 컨텐츠나 소재들, 그리고 보편 타당했던 문화와 풍물에 대한 회고들은 저 역시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브이"는 첫 방영 당시 정말 사람들을 늘었다 놨다 했었지요. "WWF"도 마찬가지고요. 당시 토요일 오후 AFKN에서 WWF를 볼 수 있었는데, 헐크 호건과 워리어의 경기를 TV로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대한민국 시간표"에서 새마을 노래, 국기 하강식, 9시 잠자리를 안내하는 TV의 '착한 어린이' 멘트에 대한 회고도 반가왔어요. 그간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었으니까요. 여기에 '애국가'와 방송 종료 시그널도 더하면 제 어린 시절 시간표가 완성될 겁니다.

제가 아예 몰랐지만, 저자의 소개로 새롭게 알게된 것도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호러 드라마 "전설의 고향"의 전설적 명작 '덕대골'편 소개입니다. 남편의 병을 고치려는 한 부인이 지나가던 스님으로부터 "덕대골에 가서 죽은 지 사흘이 안 된 남자의 다리를 잘라 푹 고아 먹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서 덕대골을 찾아가 시체 다리를 잘랐는데 갑자기 시체가 벌떡 일어나 "내 다리 내놔!" 하며 외다리로 쫓아 왔다죠. 결국 집에가지 도망친 뒤 다리를 팔팔 끓는 물에 집어 넣었더니 시체가 쓰러지고 그 물을 먹은 남편의 병은 씻은 듯 나았으며, 시체를 찾아보니 한쪽 다리가 없는 사람 모양 산삼이 있었답니다.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 듯 한데, 실제로 어떤 작품이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쌍쌍바, 더브러, 나무젓가락, 아폴로 등으로 하는 "우정 테스트"도 처음 들어보았고요. 이런게 있었던가...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제 기대와는 너무 다른 책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문화와 풍물을 잘 알 수 있도록 상세한 소개와 함께 분석과 도판이 어우러진 책이라 생각하고 구입했거든요. 이렇게 단순히 저자의 어린 시절 경험을 다룬 이야기들만 있을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저자의 고향, 옛 동네 이야기를 제외하면 제 어린 시절들 추억과도 별 차이 없는 비슷한 이야기 뿐입니다. "연고전" 이야기에서 저자가 고등학교 다닐 때 이상민, 우지원이 연고전에 나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70년대 중, 후반생일거에요. 또 학교 수업을 땡땡이 치고 연고전을 보러 갔다니 서울 살았던게 분명하고요. (최소 경기권) 그렇다면 저와 거의 동시기에, 비슷한 지역에서 별다를게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을걸로 추측됩니다. 저로서는 구태여 남의 글로 읽을 필요가 없는 추억들인거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기대와는 달랐을 뿐더러 앞서의 이유로 제가 구태여 찾아 읽어야 할 글은 아니었습니다. 돈 주고 사서 읽기 보다는, 인터넷 블로그나 페이스 북 등에서 가끔 찾아보고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가 딱 좋아 보이네요.

2015/03/04

순전히 재미와 감으로 써보는 2015 프로야구 예상!

2015 프로야구 개막을 앞둔 나만의 순위 예상입니다.

외국인 선수의 성적은 예상 자체가 어렵기에 10개 구단 모두 동일한 클래스의 선수들로 가정하였습니다. 즉, 국내 선수들의 전력에 따라 예상한 순위라는 것이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가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감으로 잡은 순위이니 재미로 봐 주세요.

제 예상으로는 삼성과 SK가 상위권을 형성하고, 중위권은 LG, 넥센, 두산이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와 NC는 다크호스로 언제든지 중위권 다툼에 끼어들 수 있는 팀이고요. 그리고 롯데, 기아, KT가 하위권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세 예상 순위와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두산 순위는 팬심이 반영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퐈이팅 허슬 두!

1위 삼성

에이스였던 벤덴헐크, 하위 선발인 배영수, 계투 권혁 선수가 이적했지만 큰 타격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간 외국인 선수의 도움 없이도 우승했던 팀이고, 국내파 선발이 탄탄하며 계투진, 타선, 수비, 경험 등 모든 면에서 탑 클래스의 완성된 팀입니다.

2위 SK

정우람과 박희수 선수가 돌아오고, 김광현도 지켜냈으며, 모든 FA를 잔류시킨 스토브리그의 승자입니다. 외국인 선수들도 교체하여 큰 폭의 전력 상승이 기대됩니다.

3위 넥센

작년 외국인 타자의 도움을 못 받은 부분은 스나이더가 메워줄 수 있지만, 강정호가 빠진 공백은 크다고 봅니다. 에이스 벤 헤켄도 후반기에는 흔들렸고, 국내파 선발은 마땅한 선수가 없어 한현희를 선발로 돌렸습니다. 전형적인 아랫돌 빼서 윗돌 막기죠.

그래도 박병호가 이끄는 타선은 여전히 강력하며, 이기는 경기를 잡는 힘은 유지될 것입니다. 중위권 수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4위 LG

가장 큰 장점은 투수진, 특히 불펜입니다. 확실한 셋업과 마무리가 버티고 있죠. 국내파 선발진에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후보군이 많아 큰 걱정은 없고, 다만 평균 연령이 높은 주전 야수층은 보강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 시즌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5위 두산

장원준은 분명한 전력 상승 요인이지만, 불펜진은 눈에 띄게 약해졌습니다. 작년 필승조 중 남아 있는 선수가 거의 없고, 윤명준의 부상 소식도 뼈아픕니다.

그래도 감독 교체로 인한 기대감과 탄탄한 선발진은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선발 4명이 50승 이상만 해 준다면 5할 승부는 가능하겠죠. 이용찬은 "누가 나와도 그 정도는 해 줄" 수준의 마무리였고, 정재훈은 노쇠화가 우려되었기에 어떻게든 대체 가능하며, 다행히 올 시즌은 긁어볼 로또 자원도 많습니다. (함덕주, 김강률, 장민익, 이원재, 변진수, 조승수, 진야곱 등)

6위 한화

엄청난 선수 보강과 감독 교체만으로도 전력 상승이 기대됩니다. 특 A급 보강은 없었지만, 1군급 선수를 다수 충원해 경쟁력 있는 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바로 상위권 진입은 어려워도 중위권 싸움은 충분히 가능하겠죠.

7위 NC

신생팀 프리미엄이었던 외국인 선발 3명 보유가 끝났습니다. 웨버는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120이닝 9승을 기록한 준수한 선발이었고, 대체 자원이 마땅치 않습니다.

국내파 에이스 이재학도 시즌이 길어질수록 한계를 보였고, 중간에서 큰 역할을 했던 원종현의 이탈은 뼈아픕니다. 보강도 제대로 못 했고요. 요즘 기사에 나오는 박명환은 로또고... 김경문 감독의 매직이 발휘될 수는 있어도 작년만큼의 순위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8위 롯데

모든 FA를 놓치고, 10승 이상을 거뒀던 외국인 투수들도 모두 교체한 절망적인 스토브리그였습니다. 작년 대비 전력 보강은 전무하며, 정재훈이 김사율과 비슷한 성적을 낼 수 있다 해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힘겨운 시즌이 예상됩니다.

9위 기아

외국인 투수 교체는 긍정적이지만, 그 외 전력 보강은 전무합니다. 눈에 띄는 군 제대 선수나 신인도 없고, 오히려 주전 선수가 군입대로 빠져나간 타격이 큽니다. 반강제적인 리빌딩 시즌이 될 듯합니다.

10위 KT

신생팀입니다. FA 영입으로 구색은 갖췄지만, 이기는 경기를 잡을 수 있는 힘은 없어 보입니다. 올 시즌은 경기 감각을 익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승부는 다음 시즌부터~!

2026/08/22

스파이더 맨 브랜드 뉴 데이(2026) -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별점 4점

지금 최고 흥행작이죠. 마블 영화에 대한 관심은 최근 많이 식었지만, 그래도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OTT를 통해 빼놓지 않고 챙겨봤는데(왜 리뷰가 없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번 작품은 오랫만에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가장 돋보인 건 액션입니다. 화끈하고 속도감 넘칩니다. 특히 초반의 1인칭 시점 질주, 활강 장면은 이전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연출이라 신선했습니다. 드라마와 액션의 조화도 적절해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진 그레이가 점프하듯 다른 사람의 육체를 강탈하는 시퀀스가 대표적입니다. CG가 필요없는 아날로그적인 촬영으로 슈퍼 히어로의 능력을 구현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탄탄한 이야기도 마음에 듭니다. 진 그레이가 벌이는 일종의 테러에는 V-Max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하지요. 이는 나중에 진이 갇혀 있던 연구소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브랜드에서 유래되었다는게 밝혀지면서, 진의 언니 세라가 연구소에 감금되어 생체 실험을 당했다는 과거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별 의미 없어 보였던 단서가 진상을 밝히는 열쇠가 되고, 동시에 진 그레이의 행동에 설득력을 더해 주는 구성인데 아주 훌륭해요. 복선을 제시하고 회수하는 과정도 깔끔하고요.

중반에 진이 MJ의 육체를 강탈했지만, MJ인 척 피터 파커를 속이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지극히 뻔하고 유치한 설정인줄 알았는데, 이 역시 진의 농간이었다는게 드러나면서 그녀의 가공할 능력을 관객에게 제대로 각인시켜 주거든요. 

블랙 위도우와 헐크 등 다른 마블 히어로들의 등장도 반갑습니다. 여러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가 산만해지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퍼니셔와 스파이더맨의 조합이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액션 스타일만 놓고 보면 잘 어울리는 콤비는 아니지만, 상극인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의외로 잘 맞습니다. 피터 파커가 필요한 장비를 이야기할 때마다 퍼니셔가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 등 개그 장면들이 아주 발군이에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피터 파커가 MJ를 잊지 못한 채 4년이나 홀로 지내며 괴로워한다는 설정은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21세기 MZ 세대의 젊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MJ 역의 젠데이야가 그 정도로 설득력 있는 외모를 갖췄는지도 개인적으로는 의문이고요.

마지막 절정부도 조금 아쉽습니다. 영화의 중심이 강력한 슈퍼 빌런과의 대결보다는 피터 파커 내면의 사투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화려한 액션 대결이 없습니다. 핸즈와의 대결이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스파이더맨이 질 것 같지 않은 상대라 긴장감은 떨어집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마블 영화와 세계관을 잘 알고 있지 않으면 100% 즐기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화끈한 액션과 신선한 아이디어, 적절한 유머에 잘 짜인 이야기를 갖춘 좋은 작품입니다. 

2021/01/01

더 마블 맨 - 밥 배철러 / 송근아 : 별점 2.5점

더 마블 맨 - 6점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한국경제신문

안녕하세요! 202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1년 첫 리뷰는 마블 슈퍼 히어로들을 탄생시킨, 슈퍼 히어로물의 아버지로 유명한 스탠 리의 전기입니다. 1922년 출생하여 2000년대 이후 마블 영화 카메오 출연까지 거의 전 생애가 설명되고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건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어야하는 상황이 그를 만화 작가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대공황의 여파로 '직장'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었고, 집안을 지탱할 가장 역할 수행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첫 직장 타임리 코믹스에 취직하게 된 건, 삼촌이 꽂아 주었던 덕분이었고 만화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잡일을 도맡았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 사장인 굿맨이 만화 사업이 돈이 된다는걸 깨닫고 영입했던 편집자 사이먼과 당대 최고의 작가였던 '잭 커비' 가 "캡틴 아메리카"를 탄생시켜서 큰 인기를 끌어 너무 바빠진 탓에, 스탠 리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로 작가 데뷔를 할 수 있었다네요. 천재의 위대한 첫 발이 순전히 낙하산에 운이 결합된 결과였다니 재미있습니다. 세상 사 다 뜻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이런 우연도 참 갚지다 싶군요.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출판 업계의 거물이자 스탠 리의 보스였던 굿맨의 전략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인기 있는 유행에 편승해서 그 유행이 끝날 때 까지 융단폭격하는 방식으로, 거의 언제나 큰 성공을 거둔걸로 나옵니다. 결국 굿맨과 마블은 결국 업계의 제왕이었던 DC를 능가하는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요. 삼성이 애플을 따라하는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인데, 역사가 증명하는 멋진 성공 사례인 셈입니다.

이후 굉장히 빠른 나이에 편집장이 되어 판타스틱 4, 스파이더맨, 헐크, 토르 등 인기 작들을 쏟아내며 자신과 마블의 독특한 창작법을 확립해 가는 과정도 흥미로왔습니다. 지금도 인기 많은 히어로들 탄생을 다루었으니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스탠 리의 방식을 요약하자면, 우선 이야기 개요 이전에 캐릭터를 확실히 설정하는 것, 그리고 이야기 뼈대만 구성하여 만화가들에게 주고, 그림 작업이 완성되면 글과 대사를 적어넣는 방식이 특징으로 설명됩니다.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네요.

그런데 이 방식을 따르면 만화가들의 역할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초창기 판타스틱 4를 비롯한 대부분 인기 작품들은 천재 작가 잭 커비가 기여한 바가 스탠 리 못지 않은걸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스탠 리는 커비 계약 종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마블에서 그를 쫓아내는데 힘을 보탠 것으로 보입니다. 잭 커비를 배제하고 자기 혼자 오롯이 각광받을 수 있도록 수를 쓴 거지요. 이 책에서는 둘의 결별은 오해와 판단 착오였을 뿐이며 잭 커비가 지나치게 돈을 욕심내었다는 식으로 스탠 리를 변호하지만, 그가 동료의 노고를 은근슬쩍 묻어버리고 혼자 영광을 독차지한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잭 커비를 쫓아낸 것 이외에도 스탠 리가 마블의 '더 맨' 이 되기 위해, 자신을 마블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기 위한 가열찬 노력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처음 출판사에 취직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결국 돈 때문이었다는 것도 씁쓸하고요. 회사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됨으로써 일자리를 보장받으려 했던 것이지요. 이는 군대에서 복무하면서도 타임리 코믹스 스토리 작업을 함께 해서 별도의 돈을 벌었던 등, 돈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강하게 보인 에피소드들로 설명됩니다. 어린 시절 경험이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만약 스탠 리가 풍족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면, 잭 커비와 마블에서 더 많은 걸작을 쏟아낼 수도 있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노력의 일환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마블의 '더 맨'이 되는데 성공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뒤 '작가'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더 큰 성공을 위해 기울였던 노력들은 모두 실패에 가깝다는게 이채롭더군요. '작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시도들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만화를 만든다'는게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거든요. 시도는 좋았지만 1960~70년대에 행하기에는 무리수였던 듯 합니다. 말년에 행했던 헐리우드 도전은 눈물없이는 보기 힘들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고요. 특히나 거대한 사기극이었던 SLM (Stanlee.net) 에 참여함으로서 거의 경력이 끝장날 뻔 했던 사건은 처음 알았네요. 그 외에도 실패하거나 사장된 기획은 수도 없고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성공하여 자리매김한건 어떻게보면 천운이 아닌가 싶어요.

이렇게 한 장르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의 명암, 성공과 실패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독서였습니다. 그러나 스탠 리에 대한 지나치다 싶은 변명, 방어는 거슬렸습니다. 기대했던 캐릭터들의 창작 비화도 다른 콘텐츠에 소개된 내용과 다른 이야기가 별로 많지도 않고요. 무엇보다도 이런 류의 책 치고는 거의 없다시피한 도판은 분명한 감점 요소입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스탠 리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1/08/22

시빌워 / 시크릿 인베이전 : 별점 4점 / 1.5점

Civil War 시빌 워 - 8점
마크 밀러 지음, 최원서 옮김/시공사
시크릿 인베이전 Secret Invasion - 4점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지음, 이규원 옮김/시공사

할인 판매가 떴길래 냉큼 구입해 읽은 시공 그래픽노벨 시리즈.

"시빌 워"부터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시의적절한 리얼리티 쇼 비판(?)에서 시작해 항상 궁금했던 초인들의 거침없는 자경활동에 대한 해결책으로 '초인 등록법안'이 발의되는 과정과, 그 법안에 대해 찬반으로 나뉜 초인들이 맞붙게 된다는 극적인 전개가 미려한 그림과 함께 박진감 있게 펼쳐져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도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라는 찬반 양측의 리더 아래, 찬성 측의 미스터 판타스틱, 행크 핌, 쉬 헐크, 센트리 등과 반대 측의 스파이더맨, 루크 케이지, 데어데블, 블랙 팬서, 골리앗 등 마블의 주요 캐릭터가 총망라되어 있어 팬으로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 외에도 영 어벤져스, 타이그라, 비전, 팰콘 등 수많은 히어로들과 '썬더볼트'라는 이름 아래 결집한 불스아이 등의 빌런까지 등장하니, 마블 팬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이벤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주요 이슈만 모아놓기는 했지만 스토리가 크게 튀는 부분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는 것도 강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시크릿 인베이전"은 아쉽기만 합니다. 거의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복제가 가능한 스크럴의 침입을 다루는데, 정작 스크럴의 계획이 무엇인지 애매해서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더군요. 일단 유전적으로 완벽히 복제가 가능하다면 능력도 동일하게 가져올 수 있으니 1:1 승부에서는 박빙이어야 정상인데, 그 부분을 애매하게 처리했고 애당초 "보디 스내처"처럼 천천히 잠식하여 장악하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텐데, 별로 유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변신도 하지 않고 정체를 드러낸 채 전면전을 벌인다는 계획도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종족의 위기에서 지구를 손에 넣으려는 계획 치고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요.

그 외에도 급작스러운 닉 퓨리의 등장이라든가, 마지막 마블 보이의 뜬금없는 상황 종결 장면, 와스프를 이용한다는 스크럴 반전 카드의 무가치함, 총질만 조금 했을 뿐인 노먼 오스본의 급부상과 권력 찬탈 등, 이 책만 놓고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너무 많습니다. 아무래도 전체 이슈를 한 권으로 요약하는 데 실패했달까요.

게다가 그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데생과 펜 터치도 거칠고, 구도 자체가 문제가 많아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이야기의 중심도 영 어벤져스와 이니셔티브, 코만도스 같은 신진 세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고요.

히어로와 빌런이 손을 잡고 거대 악과 맞서 싸운다는 아이디어는 좋았던 만큼, 차라리 스크럴이 복제한 히어로들을 무찌르기 위해 빌런들이 들고일어난다는 설정이 더 나았을 것 같네요. 한마디로 토니 스타크의 추락, 노먼 오스본의 권력 찬탈이라는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한 것 외에는 건질 게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시빌 워"는 별점 4점, "시크릿 인베이전"은 별점 1.5점입니다. "시빌 워"만 추천드립니다.

2008/05/02

초인 강철남 (Iron Man) 2008 - 존 파브로우 : 별점 5점!

제 블로그를 와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슈퍼 히어로물의 팬입니다. 시간에 쫓겨 영화관 갈 틈이 별로 없었지만 간만의 휴일을 맞아 마찬가지로 슈퍼 히어로 팬인 형과 와이프, 이렇게 3명이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재미있다! 입니다. 사실 아이언맨 원작 만화는 접한 적이 별로 없지만 일단 고민이 별로 없는 능청스럽고 즉흥적인 캐릭터라는 것이 마음에 드네요. 그동안의 슈퍼 히어로물, 예를 들자면 배트맨, 헐크나 스파이더 맨은 자신의 자아와 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 많이 보여왔거든요. 이러한 모습은 캐릭터를 복잡하게 보이게 만들어주긴 하지만 2시간 정도 영화 상영시간에 녹여 넣기에는 좀 무리였었고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죠. 애시당초 정해진 상영시간 (약 2시간) 동안 슈퍼 히어로의 탄생과 액션, 그리고 주변 인물과 악당에 대한 소개만으로도 영화 시간이 모자르니까요.

이 영화는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슈퍼 히어로의 고민은 싹 걷어버리고 슈퍼 히어로를 일종의 "놀이" 처럼 만듭니다. 천재이자 엄청난 부자인 토니 스타크는 자신이 만들어 낸 슈퍼 갑옷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그야말로 "영웅 놀이"를 즐기는 키덜트의 전형으로 보이며, 영화는 시종일관 스타크의 천재성과 재력을 드러내어 이러한 영웅 놀이를 현실화 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시원시원하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아이언맨의 활약상 역시 변신이나 벌레 물림, 개인 트레이닝 같은 것이 아닌 순전히 "돈"에 의존한 것이기에 외려 현실감이 넘치고 말이죠^^

아울러 특수효과야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배우를 선택한 캐스팅 역시 탁월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그다지 몸짱도 아니고 별로 젊지도 않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연기력이 정말 "토니 스타크"에 너무 딱 어울렸거든요. 만화에서의 이미지는 약간 얍실한 앤디 가르시아나 천진한 매튜 브로데릭 쪽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알콜 중독 경력에 막되먹은 악동 이미지 + 어느정도 깔끔하고 젠틀한 이미지가 그야말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 자체로 보였습니다.

어쨌건 상영시간 내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악당 보스 역할인 제프 브리지스와 그의 철갑인 (아이언 몽고?)의 활약이 조금 미미한 것과 기네스 펠트로의 캐스팅이 에러 같은 느낌은 들지만 (극중 등장하는 미스 브라운(?) 으로 불리우는 여기자가 더욱 미녀라는 점이 특히 안습...) 무척 재미있게 감상하였기에, 대박이 나서 속편이 꼭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현재 분위기는 속편 분위기인데, 이 분위기 꼭 이어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