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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1

웃지 않는 수학자 1, 2 - 모리 히로시 / 윤덕주 : 별점 2점

웃지않는 수학자 2 - 4점 모리히로시/서울문화사

전설적인 천재 수학자 텐노지 박사가 자신의 저택 '삼성관'에서 가족들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모에와 사이카와는 모에의 아버지와 텐노지 박사와의 인연으로 초대받았다. 크리스마스 파티의 흥이 한껏 오른 저녁, 텐노지 박사는 저택 입구의 거대한 청동상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시연했고 참석자들은 모두 크게 놀랐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를 풀기도 전에 텐노지 박사의 며느리 리츠코와 손자 순이치가 차례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사이카와 - 모에 컴비 시리즈입니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죠. 국내에는 1996년이라는 국내 추리소설 시장 암흑기에 소개된 탓인지 광속으로 절판되었었습니다. 7~8년 전에 읽었었지만, 얼마 전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첫 완독한 책이기도 하네요.

그러나 예전 감상과 비교하자면 영 아니올시다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트릭과 동기, 그리고 모호한 결말의 세 가지죠. 그 외에도 이상한 번역 등 꼽고 싶은 게 많습니다만...

일단 트릭은 장치 트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교적 참신하고 스케일은 크지만 정도가 지나쳤습니다. 비현실적인 수준이 도를 넘었어요. 그러한 장치를 만든 이유도 불분명하고 말이죠. 만화였다면 어울렸을지 모르지만, 진지한 본격 추리물에는 그다지 어울리는 트릭으로 생각되진 않습니다. 덧붙이자면, 무대가 된 '삼성관'이 원래 '천문대'였다는 중요한 단서를 너무 대충 넘겨 이야기를 모호하게 만든 것도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 생각되네요.

그래도 트릭은 '왜 1호실의 리츠코가 밖에서 죽고 아들인 순이치가 헝클어진 침대 아래에서 죽어 있었나?'라는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를 푸는 데에는 딱 들어맞고, 나름 재미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동기에요. 범인이 왜 범행을 저지르는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이가 없을 정도에요. 이후의 과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 단순한 미움으로 이렇게 오래 범행을 준비한다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지만, 이렇게 때를 기다려 왔다면 왜 불필요한 등장인물인 사이카와 - 모에 컴비가 초대되었을 때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설득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비하자면 완전 범죄에 희생양을 등장시키지 않는 범인의 실수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겠죠...

마지막의 모호한 결말은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의식한 탓일까요? 천재 괴물의 탄생을 알리는 결말로 보이는데, 괴물의 정체와 이러한 결말로 흐르는 이유 자체를 알 수 없기에 작위적으로만 느껴졌습니다. 그냥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끝내는 것이 훨씬 좋았을 텐데, 괜히 뒷맛만 찜찜해져 버렸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실제 공학교수이기도 한 저자의 특기를 살린 수학자의 두뇌 배틀이라는 테마와 함께, 앞서 말한 주요 수수께끼의 전개 과정과 중간중간의 수학 퀴즈, 그리고 사이카와 - 모에의 알콩달콩 귀여운 밀당은 볼 만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평균 이하였습니다. 제가 나이를 훨씬 더 많이 먹은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예전의 좋았던 기억은 절판된 책을 구했다는 기쁨이 컸던 게 원인이 아니었나 싶군요. 절판된 지 한참 지났지만, 구태여 구해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16/07/31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 모리 히로시 / 이연승 : 별점 1.5점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 4점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료 기타의 소개로 사이카와와 모에는 N 대학의 첨단 연구 시설인 ‘극지연’을 견학 방문하였다. 모든 실험이 끝나고 뒷풀이까지 마무리되는 시점, 완벽한 밀실 안에서 대학원생 니와와 다마코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모에가 단서를 잡고 극지연을 몰래 방문했지만 범인의 습격으로 실험실에서 동사할 위기에 빠졌다. 마침 네트워크를 통해 연락받은 사이카와가 그녀를 구해냈으나, 그 뒤 실험실에서 리더 기쿠마 교수의 시체까지 발견되며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한스미디어에서 새롭게 출간되는 모리 히로시의 사이카와–모에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그동안 딱 두 편 읽어보았습니다. 그 중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좋았지만 "웃지 않는 수학자"는 별로였었지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작품은 아쉽게도 "웃지 않는 수학자" 쪽입니다. 아니, 그보다도 더 못해요. 건질 부분은 공대 교수라는 작가의 배경을 살린 ‘극지연’과 연구에 대한 상세한 묘사밖에는 없는 탓입니다. 이 역시 불필요하게 분량만 늘이는 역할이라서 장점이라고 부르기는 어렵고요.

제목에서의 밀실 트릭은 장황한 묘사로 포장되어 있을 뿐,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우주복’이라 불리는 방한복을 이용한 트릭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치노세–다마코의 실험 투입 장면만큼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기도 하고요.

그나마 트릭은 합리적이고 제대로 설명되기는 합니다. 사이카와가 범인이 알 수 없었던 돌발 상황—셔터 고장—에 초점을 맞추어 추리를 진행하는 것도 괜찮았으며, 범인의 ID로 보이는 “Shika”의 의미도 그럴듯 하고요. 더 큰 문제는 소설로서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공들여 짜낸 트릭을 풀어나가는 것이 추리 소설의 핵심 요소이기는 합니다만, ‘소설’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상 소설로서의 재미도 독자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허나 이 작품은 그러한 점을 너무나 간과하고 있습니다.
우선, 거의 대부분의 진행은 사이카와, 모에 시점이며 이들의 일방적인 추리만 이루어집니다. 범인 시점에서의 이야기는 모두 사이카와의 추리와 관계자 증언을 통해서만 알 수 있어요. 즉, 범인과 동기에 대한 묘사는 거의 전무합니다. 추리소설에서 탐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범인이고, 트릭 외의 또 다른 한 축은 동기인데도 불구하고요. 범인이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의문과 그에 따른 드라마 없이 트릭만 풀어나간다면, 소설이 아니라 추리 퀴즈에 더 가깝습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동기도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이치노세가 ‘성폭행을 당했다’에서 ‘마스다가 자살했다’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도 이해할 수 없으며, 니와가 이러한 만행을 저지른 나쁜 놈이라 하더라도 다마코까지 죽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니까요.
솔직히 마스다라는 놈이 제일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애인을 지켜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뭐 하는 짓인지.... 이러한 동기에 비하면 기쿠마 교수와 이치노세가 부녀 관계였다는 설정은 작위적이지만 차라리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데뷔작 한 작품 외에는 전부 별로인데, 시리즈를 더 읽어봐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되는군요.

2005/03/03

모든 것이 F가 된다. (2005.06.23. 약간 내용 수정버젼) : 별점 3점

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지음/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마가타 박사는 완전무결한 컴퓨터가 제어하는, 단 하나의 문으로 막힌 방에서 15년 간 살아왔다. 14살때 양친을 살해했지만, 다중인격을 인정받아 사형을 면한 뒤 감금된 것이었다.
그녀가 천재적인 능력으로 15년간 양친이 설계한 연구소에 감금된 채 여러 시스템을 개발하는 동안,
 그녀는 한 번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방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도 단 세 명뿐이었다. 유일한 출구는 카메라가 24시간 감시했고, 카메라가 기록한 영상도 절대 침입이 불가능한 컴퓨터에 저장되었으며, 나오는 짐이나 들어가는 짐 모두가 철저하게 점검당했다. 즉, 손톱만큼의 빈틈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밀실이었다.

국립대학 공학부 교수 사이카와는 그녀에게 흥미를 느껴 연구소가 위치한 섬으로 학부 MT를 떠났다. 그런데 그날 밤, 사이카와와 모에가 우연찮게 방문한 연구소에서 급작스러운 시스템 다운이 일어났다. 그리고 둘은 마가타 여사의 방 앞에서 여사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양손과 양발을 절단당한 시체를 목격했다. 살해당한 그녀는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문장을 남긴 채였다.

이후 연구소의 소장도 옥상 헬기 착륙장에서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되었다. 연구소는 지속적인 시스템 다운으로 경찰과 연락이 불가능했지만, 개발진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겨우 전화망이 복구되었을 때 부소장 야마네마저 살해당했다. 모든 것이 컴퓨터로 관리되는 이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에 사이카와는 수학의 천재 모에와 함께 도전한다. 

모리 히로시의 데뷰작. 이 작가의 작품은 이전 서울문화사에 나온 "웃지않는 수학자"를 먼저 읽었었는데 조사해 보니(작가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있군요)사이카와-모에 커플 시리즈 중서 웃지않는 수학자는 세 번째 작품이고, 이 작품이 첫 번째 작품입니다. 제 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했고요. 원래는 시리즈 5연작으로 쓰던 작품중 4번째 작품이 될 예정이었다는데, 출판사의 의향에 따라 첫번째로 간행되었다는군요.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는 않았고 저는 한국의 번역자이신 로랑님의 홈페이지를 통해 읽었습니다. 혹 제 사이트 통해 찾아가신다면 감사의 말씀은 꼭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무척 잘 읽었거든요.

굉장히 독특하고 보기 힘든 밀실 트릭이 등장한다는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카메라 등으로 완벽하게 관리되는 시스템이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거의 완벽한 밀실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현대 과학, 기술 시대의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의 모범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첫머리에서부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는 등, 단서의 제공 역시 상당히 공정한 편이라 마음에 듭니다.

아울러 탐정역의 사이카와는 제가 싫어하는 "천재형 명탐정"에 가깝지만 엘러리보다는 "트릭"의 우에다에 가까울 정도로 소탈하고 거부감 없는 성격으로 역시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재벌가의 외동딸이자 수학의 천재인 모에는 만화스럽긴 해도 감초로서의 재미는 충분히 가져다 주고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천재 마가타 시키 박사의 캐릭터가 아주 멋집니다. "천재 사이코 살인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한니발 렉터 박사에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그러나 작가 자신이 지적하듯이 트릭이 '실제로 쓰이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점이 정통 본격 추리 팬들에게는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비현실적이거나 완전 허구는 아니라서 본격물로서 가치를 잃지 않고는 있습니다만...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트릭이거든요. 일부 독자들은 이 트릭 때문에 이 작품을 "SF"로까지 분류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저같은 일반인이 해독하기에는 불가능한 트릭인건 맞습니다. 단서와 복선이 아무리 많아도 말이지요. 

그리고 가장 큰 반전이자 내용의 핵심인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 트릭은 너무 작위적입니다. 15년이라는 세월동안 은폐가 가능했다는 점, 어느 시점에서의 "교체"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은 여러가지 장치로 설득력있게 설명하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뭐, 그래도 흥미진진하고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과학적이론들은 현학적인 재미를 충족시켜 주며, 건조하기는 하지만 건전한(?)묘사는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다른 일본 작품들과는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건전하고 밝으면서도 완벽한 연쇄 살인을 다룬 현대 본격물이라는게 이 작품이 가진 최대의 장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불만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공짜로 읽은 주제에 주절거릴 수는 없겠지요. 별점은 3점입니다.

내용 추가 : "웃지 않는 수학자" 한편만 번역, 출간되어 아쉬움이 남던 차에 이번에 다시 국내에 출간된다니 더욱 반갑네요. 모쪼록 시리즈 전편이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불량한 표지 디자인과 가격은 다시한번 국내 추리 도서 시장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군요.

PS : 이 작품은 "The Perfect Insider"라는 제목으로 게임으로까지 나와 있다니 게임도 한번 즐겨보고 싶네요.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게임 오프닝과 일러스트를 보실 수 있으니 한번 들려보시기를 권합니다.

2018/04/20

지금은 더 이상 없다 - 모리 히로시 / 이연승 : 별점 1점

지금은 더 이상 없다 - 2점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하시즈메의 별장에 약혼녀 마리코와 함께 방문하여 휴가를 보내던 공무원 사사키는 우연히 만난 니시노소노 양에게 푹 빠졌다. 마침 니시노소노 양은 가출 상태로 사에키에게 가까운 역까지 이동을 부탁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폭풍우 탓에 니시노소노 양도 별장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는데, 마침 그날 밤 밀실인 오락실-영사실에서 아사미 자매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말았다. 

모리 히로시의 대표작인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8편입니다.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이야기의 대부분이 사사키라는 인물의 1인칭 수기 형태로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완벽한 졸작입니다! 이유는 추리적으로 도저히 점수를 줄 수 없는 탓입니다. 거의 500여 페이지 가까운 분량으로 쌓아 올린 이야기와 설정을 모두 뭉개고 설득력이 전혀 없는 이야기를 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생을 살해한 언니가 자살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여기까지는 뭐 그렇다 칩시다. 그렇지만 구태여 좁은 창을 빠져나가면서 현장을 밀실로 만든 이유, 그리고 아사미 유키코가 동생 아스코에게 가발을 씌우고 옷도 바꿔 입힌 이유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른 가설을 물리치는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들이 정작 진상에서는 유키코가 흥분 상태로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식으로 흘러가니 황당할 뿐입니다. 이에 비교하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등장하는, 방을 밀실인 척 할 수 있는 사사키가 범인이다! 라는 추리 퀴즈 수준의 가설들이 진상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또 사사키의 수기 속에 등장하는 니시노소노가 모에가 아니라 모에의 고모 무쓰코였다는 일종의 서술 트릭반전도 사기에 가깝습니다. 보통의 서술 트릭물은 앞부분에서 진상을 눈치챌 수 있는 단서를 던져주는데, 이 작품 속에는 휴대폰이 없고 HAM을 취미로 한다는 정도의 설정 밖에는 없고, 오히려 이름이 "모에" 라는 잘못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는 등 독자를 속이려는 노골적인 의도가 강해서 괘씸하기 짝이 없네요.

사실 중간까지는 제법 읽을 만 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큽니다. 사에키 1인칭 시점의 모에 홀릭 서술 트릭은 도대체 사이카와는 어떻게 된거지? 라는 독자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며, 폭풍우가 밀어닥쳐 고립된 산 속 별장의 밀실 살인이라는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 설정도 나쁘지는 않거든요. 또 "둥글둥글해졌다" 는 말은 약한 부분이 없어지고 강한 부분만 남은 강한 형태다, 트럼프나 타로는 자신의 미래를 트집잡으며 기뻐하는 자학적 게임이다는 식의 모리 히로시다운 조금 삐뚤어진 사고 방식이 엿보이는 묘사들도 나쁘지는 않고요. 그러나 이런 요소는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거나 재미를 주지는 못하며, 약혼녀와 여행 온 주제에 18살이나 어린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어떻게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밖에 없는 사사키라는 인간 쓰레기 시점에서 이런 묘사가 많은 탓에 사사키의 비호감도만 상승할 뿐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본격 추리물로는 함량 미달에다가 서술 트릭물로 보기에는 트릭이라는 게 없는 사기극이라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작가 스스로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이건 추리 소설이 아니라 연애 소설이다, 사사키는 글재주가 없어서 이야기가 완전 별로다, 운운하는 마지막 대단원의 작가 변명은 이 길고 긴 이야기를 읽은 독자를 더욱 허탈하게 만듭니다. 연애 소설이지만 추리 소설로도 완벽한 작품들을 쏟아낸 여사님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독자의 흥미를 잡아 끄는 몇몇 설정은 시리즈 독자라면 그런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이 작품만 놓고 보면 일고의 가치도 없기에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단연코 제가 읽은 이 시리즈 중에서는 최악이었습니다.

2017/01/07

작가의 수지 - 모리 히로시 / 이규원 : 별점 4점

작가의 수지 - 8점
모리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로 친숙한 작가 모리 히로시가 쓴, 제목 그대로 작가의 수지(收支)에 대한 책입니다.

국어 사전을 찾아보니 수지에는 두가지 뜻이 있더군요. 첫번째는 수입(收入)과 지출(支出), 두번째는 거래(去來)에서 얻는 이익(利益)입니다. 이 책에서 사용된 의미는 후자입니다. 작가 데뷰 후 약 20여년에 걸쳐 278권의 책을 내 놓으며 155억원이라는 수익을 낸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글이 얼마에 팔리는지에서 시작하여 인세율로 대표되는 출간물에서의 이익은 물론, 추천사, 대담, 인터뷰, 강연에서 미디어 믹스, 교과서와 시험 문제에 사용되는 경우까지 정말 돈을 벌 수 있는 모든 항목을 알려줍니다.
게다가 이 모든걸 본인의 경험과 자료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내용 중 몇몇 재미있는 디테일은 인용하고 싶지만, 왠만하면 이 책만큼은 직접 사서 읽으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되니까요. 아 정말 작가들은 복받았어요. 다른 전문 직종 중 이렇게 수익 관련 정보를 모두다 공개한 경우는 없잖아요?

또 이러한 말 그대로의 '수지' 관련 내용 외에도 글 곳곳에 포함된 모리 히로시의 작가로서의 자세 역시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사실 보통 작가라면 1년에 장편 소설 한두권 내기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 역시 단편 소설 한편을 거의 6년동안 잡고 있기도 했고요. 허나 모리 히로시는 20년 동안 장편만 90편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평균으로 따지면 1년에 4.5권이죠. 책 속에 인용된 '수지'에 따르면 보통 원고지 1매당 고료가 5,000엔이고 장편 소설은 대략 400~600매 가량입니다. 즉, 연재만 된다면 대략 200만~300만엔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1년에 한편 정도 연재만 해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요. 이후 책으로 출간되거나 미디어 믹스가 된다면 이는 완전히 별개의 수익이고요(일본 기준으로의 연재가 전제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모리 히로시는 본인 스스로 다작을 통해 이 수익을 4.5배로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 외의 책까지 합치면 매년 14권에 가까운 책을 내 놓았으니 거의 10배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죠. 원래 공대 교수라는 직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 시간을 쪼개어 이렇게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모습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는 책 속에서 엿볼 수 있는 모리 히로시의 작가관과도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요약하자면 '소설 집필을 좋아하지 않지만 밥벌이니까 마지못해 쓴다, 하지만 독자에게 돈을 내게 만드는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그것이 창작자로서의 기본 중 기본이다' 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즈니스맨 같아 보일 정도로 수지에 철저한 모습이죠?
그러나 수익을 위해서만 다작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로서의 생명력을 위해서는 무조건 많이 쓰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된,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와 닿는 말은 바로 "첫 작품을 발표한 뒤 그 반응을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반응 같은 걸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즉시 다음 작품을 집필해야 한다. 그것이 발표작에 대한 최선의 지원 사격이기도 하다." 는 말입니다. 안 팔리던 시절의 스티븐 킹얼 스탠리 가드너도 힘든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와 소설 창작에 몰두했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에요. 모리 히로시는 운 좋게도 첫 작품이 대박이 난 덕분에 나름 탄탄대로를 걸었을 뿐, 결국 본질은 같습니다. 돈을 벌려면, 성공하려면 계속해서 글을 써라! 155억원이라는 수익이 그다지 놀랍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그만큼 노력한건 분명하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이쪽 바닥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 같은 책입니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 뿐 아니라 재미도 있고 여러모로 허투루 듣기 어려운 프로 작가로서의 의견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감점 요소는, '일본' 의 현황이라는 것과 모리 히로시의 데뷰가 특출난 덕이 있었다는 것 뿐이에요. 진심으로 모두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모리 히로시의 작품은 딱 4편 읽었는데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빼면 모두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었습니다만, 에세이 류의 작품은 꽤나 읽을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덧붙이자면, 이 좋은 책은 출판사 북스피어크리스마스 이벤트에 응모하여 운 좋게 받게 된 책이기도 합니다. 모리 히로시 표현대로 분석을 해 보자면 1시간 투자해서 12,800원짜리 책을 얻은 것입니다. 시급으로는 괜찮은 편이군요. 여튼, 편집자 마포 김사장님의 축하 포스트잇 처럼 '올 한해 수지맞는 일이 잔뜩 생겼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아마 아시겠지만 저는 이벤트로 받은 책이라도 혹평하는 리뷰어입니다. 이 책의 별점이 높은 이유는 이벤트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2018/12/31

2018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17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15차, 열 다섯번째!를 맞는 블로그 결산입니다. 숫자부터 정리해보면, 2018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40 (52)권, 기타 장르문학 3 (3)권, 역사서 9 (15)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8 (9)권, 기타 도서 21 (20)권으로 모두 91 (101)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 작년보다는 독서에 소홀했지만 그래도 한달에 7~8권 수준이면 뭐 나쁘지는 않네요.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8년 베스트 추리소설 :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올해 추리 분야 도서 중 유일한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소설이 아니라는게 유일한 단점입니다. 재미 뿐 아니라 생각해 볼만 한 메시지를 함께 전해주는 좋은 작품이에요.

2018년 워스트 추리소설 : "유령탑" 

사실 모리 히로시의 사이카와 모에 시리즈 중 한 권인 "지금은 더 이상 없다"도 올해 별점 1점을 받은 망작이기는 합니다만,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과 그림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팔아먹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빠 단독 워스트로 선정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과 설명을 제외하면 건질만한 부분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디 다른 분들은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2018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딱 3권, 그 중에서도 두 권만이 정식 출간된 책이라 따로 선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양이 발 살인사건""마음의 지배자" 모두 좋았어요. 두 작품 모두 단편집인데 별점 4점, 5점짜리 작품도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말이죠. 장르 문학에 관심있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8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원더랜드"

역사 관련 서적을 10권 이하로 읽은건 오랫만이네요. 다행히 별점 4점짜리 책은 언제나처럼 존재합니다. 유희와 놀거리에 대해 심도깊게 고찰한 이 책입니다. 제 리뷰로는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데, 취미와 오락, 유희 관련 문화에 대해 관심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8년 워스트 역사 도서 : "만물의 유래사" 

미시사 서적과 백과 사전류를 좋아해서 충동 구매한 책인데 프랑스인이 프랑스를 위해 만든 시대 착오적인 결과물입니다. 확실히 백과 사전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2018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늑대를 요리하는 법"

올 한해 제법 많이 읽었는데 별점 4점짜리 책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도판과 번역만 충실했더라도 별점 4점은 충분했을터라 베스트 도서로 선정합니다. 재미도 있고 여러모로 참고가 될 내용도 많은 좋은 책이에요.

2018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소주 이야기"

미시사 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두서가 없고, 소주 자체에 대한 고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저자 스스로 석달 자료 조사를 거쳐 열흘 만에 쓴 책이라고 하는 말 만큼이나 내용이 두서없는 졸작입니다. 저렴한 가격만이 장점입니다.

2018년 베스트 기타 도서 : "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이번 해에 기타 도서의 베스트는 별점 4.5점에 빛나는 이 책입니다. "깃털", "클래식 음반세계의 끝", "아주 오래된 서점"의 별점 4점 트리오는 조금 아깝네요.

2018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올해 기타 도서는 별점 2점 아래가 없어서 워스트는 딱히 꼽지 않겠습니다. 별점 2점으로 워스트가 되는 것도 괴로운 일이니까요.

결산평 : 15년 째라니... 강산이 변해도 이제 한번 반이 변했네요. 올 한 해 무탈하게 보냈다는게 너무나 기쁩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18/12/02

세계 탐정 사전?

창작자가 컨텐츠를 기획하여 올린 후, 후원을 받아 목표를 달성하면 후원자들에게 컨텐츠를 제작하여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춘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있습니다. 색다른 컨텐츠가 소개되곤 해서 가끔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슈뢰딩거의 고양희", "중국집" 등이 텀블벅 후원을 통해 손에 넣은 책이고요.

오랫만에 들어가보니 "52인의 탐정들을 만나다. "세계 탐정 사전"" 이라는 책이 올라와 있더군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라 후원을 해 볼까 하고 내용을 좀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굉장히 실망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네요. 무엇보다도 이들이 소개하는 52인의 탐정 명단이 아주 가관인 탓입니다. 만화 "명탐정 코난" 의 책 앞날개에 소개되는 "코난이 찾은 명탐정" 을 그대로 베꼈거든요. 아니, 제대로 베끼지도 못했습니다. 자기들 멋대로 명단을 삭제했는데 대표적인 예는 아르센 뤼팽과 쥘 메그레의 명단 삭제입니다. 그 외에도 룰타비유까지 삭제된걸 보면 프랑스인을 싫어하나 싶은 의심마저 생기는군요. 이렇게 영미권과 일본 탐정만 소개할거면 "세계" 라는 제목은 가당치도 않죠.
이렇게 국내에 소개된 탐정들은(심지어 뤼뺑은 전작이 소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멋대로 뺀 주제에, 국내에 제대로 소개도 되지 않은 아사부키 리야코, 사시치, 다카기 요시부미, 브롱크스의 어머니, 코코, 칸헤 다이스케, 제니가타 코이치, 센바 아코주로, 이바라키 칸키, 타라오 반나이 등은 명단에 있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일본 탐정들이라도 이들보다 국내에 더 많이 소개되고 더 유명한 탐정은 여러 명 될 겁니다. 가가 교이치로, 미타라이 키요시, 아사미 미츠히코, 사와자키, 에노모토 케이, 엔시씨, 아 아이이치로, 삼색묘 홈즈, 사이카와 - 모에, 류몬 다쿠, 스스키노 탐정, 우라조메 덴마 등등등....

결론적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세계 탐정" 에 대한 기준이 없으며, 원작을 읽어본 후 탐정을 선정해서 소개하는 사전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때문에 저는 후원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전 "탐정 사전" 이라는 책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세계의 명탐정 50인" 시리즈를 재간행하는게 훨씬 나을겁니다.

2005/06/15

베스트 미스터리 2000 1, 2 - 일본추리작가협회 편저 / 정태원 역 : 별점 3.5점

베스트 미스터리 2000 - 1 - 8점
일본추리작가협회 편저/태동출판사
베스트 미스터리 2000 - 2 - 8점
일본추리작가협회 편저/태동출판사

소문만 듣던 책인데 인터넷 서점에 마침 재고가 있길래 냉큼 구입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들의 단편선이니 구입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제목과 서론을 보니 일본 추리작가 협회에서 직접 선정한 2000년도판 베스트 단편선 쯤 되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한국 추리 작가 협회가 매년 출간하는 베스트 추리소설 모음집과 유사해 보입니다. 

워낙 일본이 추리 강국이라 저변과 시장이 넓은 덕분이겠지요? 수록된 작품의 양이 상당합니다. 두 권으로 나누어져 출판되었는데 1권에는 11편, 2권에는 9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품들 수준도 우수합니다. 재미도 있고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통 추리물을 비롯해서 형사물, 공포스릴러, 환상단편, 인간 드라마, 심리 서스펜스에서 패러디까지 각종 쟝르를 넘나들며, 전개와 설정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읽으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겠더라고요.
작가군도 풍성합니다. 사노 요, 노리츠키 린타로, 이마무라 아야, 모리 히로시, 니카이도 레이토 등 유명 작가들은 물론 끝부분 작가 소개에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라고 표시된 작가도 상당수 있을 정도니까요. 이렇듯 작가진만 보더라도 정말로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엄선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 줍니다. 

전체적으로 우수하지만, 개인적으로 1권의 베스트는 사기극 "영원표묘", 정통추리물에 가까운 "사용중"과 "일곱통의 편지"이며 2권의 베스트는 정통 추리 "흉소면", "까마귀의 계시"였습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평균 이상 수준은 충분합니다.

번역이 약간 깔끔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 조금 더 작은 판형으로 예쁘게 장정하였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렇게 번역되어 출판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추리 강국으로서의 일본의 진수를 최소한의 노력으로 맛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수고롭더라도 구해볼 가치가 있는 책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추후 2000년만 아니라 다른 년도의 베스트 단편 모음집도 소개되면 좋겠네요. 자세한 각 단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1권

1. 잠들 수 없는 밤을 위하여 - 오리하라 이치 : 

 잡지의 "고민 상담실"의 투고와 신문기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으로 소품에 가깝습니다.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드라마에 가깝지만 마지막의 여운이 인상적이었어요.

2. 거짓말쟁이의 다리 - 사노 요 : 

 형사수사물. 두 형사의 대화로 주거침입- 강간미수 사건의 뒤에 감추어진 진상이 서서히 밝혀지는 전개로 잘 짜여져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마지막 반전은 약간 억지스럽습니다.

3. 배반의 푸가 - 스즈키 기이치로 : 

영안차 운전수라는 독특한 직업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한 여자의 집착을 서늘하게 그린 소품. 약간 로얄드 달 느낌이 드는 기묘한 작품인데, 조금 더 압축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4. 영원표묘 - 구로카와 히로유키 : 

미술상을 무대로 한 독특한 사기극으로 만화 "갤러리 페이크"같은 느낌을 전해줍니다.
초반에 제공되는 명확한 단서를 통해 결말까지 이끌어내는 추리극적인 성격이 강하면서도, 독자까지 속이는 세련된 전개와 트릭이 돋보입니다. 작가가 미대 출신의 전문가라 그런지 이야기에서 보이는 미술품에 대한 묘사도 괜찮았고요.

5. 지난날의 사랑 - 오사카 쓰요시 :

사립탐정이 여배우의 의뢰로 애인의 불륜 뒷조사를 한다는 내용으로, 별다른 추리적인 요소는 없지만 이야기 전개는 깔끔하고 무난합니다. 베스트로 선정되기에는 지나치게 심심한게 아닌가 싶지만요.

6. 얼음설탕 - 후지모토 유키 : 

한 주부가 과거에 사라졌던 애인과 우연히 재회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점점 수렁속으로 빠져드는 서스펜스 드라마입니다. 여성 버젼의 스텐리 엘린 단편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심리 묘사가 탁월하며 반전도 인상적입니다.

7. 야수의 기억 - 고바야시 야스미 : 

호러 스릴러의 성격을 띈 작품입니다. 다중인격의 소유자로 다른 인격일 때의 파괴적인 행동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을 잘 묘사하며, 추리적인 부분도 확실한 편이고 반전도 좋습니다.
하지만 독자를 속이기 위해서 전개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건 감점 요인이네요.

8. 은폐꾼 - 가스미 야스시 : 

사회적 파탄을 불러올 수 있는 불상사를 국가 차원에서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단체가 등장하는 소품입니다. 설정과 전개가 스티븐 킹의 "금연 주식회사"와 유사하지요. 기발한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후반 전개는 좀 뻔해서 아쉽습니다.

9. 사용중 - 노리츠키 린타로 : 

한 추리작가가 살해되었는데, 그가 생각한 추리 소설의 전개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입니다. 스텐리 엘린의 작품을 인용해가며 전개되는데, 밀실 트릭에 대한 생각은 노리츠키 린타로가 직접 이야기 하는 것 같아 더욱 재미있더군요.
결정적 약점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짧은 분량으로 스릴과 서스펜스를 충분히 전해주는, 단편의 교과서 같은 작품입니다.

10. 일곱통의 편지 - 아사기 마다라 : 

동거하던 남자의 어머니와 왕래한 편지로 이면에 숨겨진 살인사건이 밝혀지는 작품으로 전개도 독특하지만 추리적으로도 일품입니다.

11. 먼 창 - 이마무라 아야 :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이 불구가 된 사고로 환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소녀의 이야기로 "환상특급"에 나올법한 이야기네요. 소녀의 일기로만 전개되는 구성도 독특하고요. 재미도 있고 후반부의 아버지의 일기에서 밝혀지는 진상도 좋습니다. 다만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는건 단점이에요.

2권 

시효를 기다리는 여자 - 니이츠 키요미 : 

15년 전에 일어난 살인 사건의 시효가 끝나기 직전 진범의 심리와 사건의 진상을 묘사한 작품. 독자를 속이는 소설만의 효과로서 이루어진 트릭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반전과 결말은 수긍하기 조금 어렵더군요.

부하 - 곤노 빈 : 

부하를 믿고 신뢰한 경부보가 방화범을 잡는다는 내용의, 인간 드라마와 추리물이 잘 섞여 있는 소품입니다.

흉소면 - 기타모리 코 :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 처럼 대학의 민속학자가 한 고택의 오래된 가면을 둘러싸고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본격 추리물입니다. 트릭과 전개도 깔끔하지만, 무엇보다도 단편에서 소홀히 취급되기 쉬운 범인의 동기까지 설득력있게 등장하는게 마음에 듭니다.

독점 인터뷰 - 노자와 히사시 : 

유괴 살인 사건의 중요 참고인이 독점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는, 약간 사회파 느낌을 전해 주는 작품입니다. 사소한 단서로 진상이 밝혀지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구성은 취향이 아니라서 별로였지만, 복잡한 인간관계가 얽힌 드라마가 잘 살아있어서 읽는 재미는 충분합니다.

석탑의 지붕 양식 - 모리 히로시 : 

사이카와와 모에 커플이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하지만 둘이 탐정으로 등장하는건 아닙니다. 모에와 그녀의 친구들이 모여서 사이카와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이야기거든요. 결국 정답은 집사가 맞춰버린다는 "흑거미 클럽"과 유사한 결말도 독특하고요.
그러나 고대 인도의 수수께끼의 석탑 지붕 양식에 관한 수수께끼라는 설정이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정답은 아무도 모르지만 개중 설득력 있는 것"이라는 결말은 반칙이라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작가의 명성에 값하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아가씨 출범 - 와카다케 나나미 : 

메이지시대를 무대로 천방지축 아가씨의 탈출 계획을 막는 하녀의 기지가 발휘되는 소품입니다. 일본어를 이용한 트릭이 하나 등장하지만, 대단한 수준은 아니에요. 유쾌한 분위기는 즐거웠지만요.

까마귀의 계시 - 우타노 쇼고 : 

동네 쓰레기를 마당에 모아놓는 정신병에 걸린 여인이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정통 추리물입니다. 사건 자체가 백만분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우연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만 뺀다면, 독자에게 공정한 단서를 제공하면서도 전개도 깔끔하고 흥미롭게 진행되는 좋은 작품입니다.

생환자 - 츠부라야 나츠키 : 

산악 경비대 대장을 주인공으로, 산에서 발생한 알 수 없는 프로 등산인의 추락사를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소재와 설정이 독특하며 등산에 대해 전문가적인 지식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아쉽게도 추리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별로 평가할 건덕지가 없었어요.

가스케의 세기의 대결 -니카이도 레이토 : 

사람들이 식사 대신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장소인 "독서 레스토랑"을 무대로 주인공 가스케가 건방진 싸구려 평론가 고토쿠를 추리소설 품평 내기를 통해 혼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서 레스토랑과 추리소설 품평 내기라는 설정도 참신하고, 등장하는 방대한 추리 작품에 대한 지식도 상세한데다가 무엇보다 유쾌한 꽁트 분위기가 즐거웠던 작품입니다. 작가가 평론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엿보이는 점도 재미있었고요. 

하지만 전개는 로얄드 달의 "맛"에서의 포도주 맞추기 게임과 거의 유사해서 신선함은 떨어집니다. 트릭도 추리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문제가 많고요. 여러모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