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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최근 읽은 개그만화들 짧은 감상

바보도 따라할 수 있는 만화교실 - 6점
신조 마유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전설의 막장 만화가 신조 마유의 만화가 데뷰 일대기를 만화교실 형태로 꾸민 독특한 만화입니다. 사실 학습만화(?) 라고 해도 좋겠지만 신조 마유가 실제로 만화가로 성공하는 내용 자체가 반 이상이 개그라 개그만화로 분류할 수 밖에 없네요. 솔직히 이 작가 작품을 읽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이 만화교실에서 스스로 밝히는 작가의 인생이 드라마틱하고 신념이 확고해서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물장사라니!!!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은 확실히 뭔가 달라도 다른 법이랄까요? 예전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 이라는 책에서 굴곡많은 인생을 겪은 작가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 글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림과 내용은 대충대충 넘긴 경향이 강해서 만화로서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신조 마유의 파란만장 일대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그런대로 추천작. 별점은 3점입니다.


햣코 Hyakko 2 - 6점
카토 하루아키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빵빵 터진다기 보다는 잔잔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으로 고교 신입생 여자아이들의 일상을 다룬 담담한 개그만화입니다. 이런류의 만화야 쎄고 쎘지만 이 작품은 독특한 그림체와 더불어 민폐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인 토라코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좌충우돌 행동으로 인기를 모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토모가 주인공인 아즈망가 대왕이랄까요?
그에 더해서 인기를 끌만한 독특한 캐릭터들, 청순파 - 이른바 츤데레 아가씨 - 체육소녀(?) 등등... 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는 점은 왠지 약간 스쿨럼블 느낌도 나더군요. 어쨌건 2권까지는 재미있게, 가볍게 읽기 좋은 만화로 추천할만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딸리는지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전개는 왠지 불안감도 가지게 만드는데 3권을 읽어봐야 이후 전개를 조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나비효과 - 4점
박성열/중앙books(중앙북스)

국내산 웹툰으로 "반전"을 강조한 만화이긴 하지만 추리닝이나 트라우마같은 선배격 만화와의 차별화 요소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반전 코믹 웹툰이라는것이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은 구성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요사이는 초상식, 몰상식 개그만화로 트렌드가 완전히 이동해 버렸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재미있게 봤었지만 지금 보니 굉장히 웃긴다, 죽인다 뭐 이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이 작품의 경우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미 웹상으로 너무 많이 접하기도 했고 내용도 지나치게 패러디가 많다던가 (특히 슈퍼 마리오 패러디 등) 동어반복적인 개그가 많은 등 (곰과 호랑이 이야기 등) 알차다고 하기는 어렵기에 책으로 또 읽을 필요를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9/05/29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7 - 하야미네 카오루 / 에누에 케이

제목 그대로 "명탐정" 인 교수 유메미즈 키요시로가 옆집 이와사키 가(家)의 세쌍둥이 자매 아이, 마이, 미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짤막하고 일상에 가까운 이야기로 시작해서, 본편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전개로 한권이 이루어진 옴니버스 시리즈 만화입니다. 예전에 봤었지만 취향이 아니라서 보다가 접었었는데 형이 7권까지 구입했길래 빌려서 읽게 되었네요.

일단 장점부터 소개하자면 :
1. 추리만화이지만 대상 연령대가 낮은 덕분에 눈높이를 맞춘 티가 역력할 정도로 굉장히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유쾌하고 밝은 편입니다. 살인과 같은 강력사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발랄한 이야기들이라 추리소설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특히 아동들....

하지만 단점도 확실해서 :
  1. 장점이기도 하지만 대상 연령대가 지나치게 낮습니다! 한마디로 유치하달까요? 전개와 대사 모두 어이상실입니다.....
  2. 만화 자체가 한마디로 후집니다. 순정만화 스타일의 그림인데 전혀 제 취향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야기 전개도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또한 주인공 캐릭터도 너무나 과장되어 있고 웃기지도 않는 개그컷의 남발은 짜증만 불러 일으키더군요. 좀 깔끔하게 정리라도 해서 그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3. 추리적으로도 재미에 치중한 탓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더군요.
팬들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제게는 단점이 너무 명확한 수준 이하의 작품이라는 것이 제 감상평입니다. 아동용으로는 정평이 나 있는 시리즈이니 만큼 제 나이가 너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일단은 만화 자체의 수준이 함량미달이라 생각되네요. 어쨌건 별점은2점. 이번처럼 형이나 주위 누군가가 구입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다시 찾아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덧붙이자면, 같은 원작으로 잡지 "파우스트"에 연재된 작품 쪽이 "만화" 측면에서 그림과 전개 모두 7만배는 낫더군요. 파우스트 연재작이 단행본으로 나와준다면 구입 의향 있습니다!

* 현재의 만화판(위)과 파우스트 만화판(아래) 비교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0 : 명탐정 유메미즈 키요시로 등장 - 이와사키 가(家)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은 뭔가 수상쩍은 키큰 아저씨! 그 아저씨는 스스로 교수이자 명탐정이라고 칭하지만 뭔가 어벙하고 덜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곧바로 명탐정의 솜씨를 발휘해서 세자매의 수수께끼를 곧바로 풀어낸다.
- 주인공의 등장과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일상계 수수께끼를 잘 풀어낸 소품. 하지만... 지나치게 소품이기에 평가할게 별로 없네요.
Vol 1 : 그리고 5명이 사라지다 - 오무라 판타지 파크에 세자매를 데리고 놀러온 교수. 그러나 마술쇼 도중에 한 소녀가 사라지고 곧바로 "백작"이라 자칭하는 범인이 곧바로 다른 소년, 소녀를 유괴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키요시로는 경시총감과의 연줄을 이용해서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데!
- 범행 트릭이 너무나 유치하고 동기와 전개 모두 설득력 빵점인 아동용 추리물. 유치찬란 그 자체.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2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프롤로그 : 설혼전설 - 판타지 파크 사건으로 유명세를 탄 키요시로에게 잡지 "세.시마"의 편집부원 이토 마리가 찾아온다. 명탐정이 여행하면서 그 지방 전설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이른바 "명탐정 유메미즈 키요시로의 수수께끼 풀이 기행!!" 기획을 위해서. 첫번째 여행 코스는 N현 A고원으로, 이 지방에서는 눈보라 치는 밤이 지난 아침에는 "설혼의 숲"이라 불리우는 대나무 숲에 눈의 영혼인 "설혼"이 어린 아이를 데리러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3살짜리 아이가 행방불명된 20년 전의 사건은, 아이의 발자국이 집에서 설혼의 숲까지 일직선으로 나 있다가 숲 직전 20미터 정도에서 뚝 끊겨 있던 것.
- 이 "설혼전설"에 관한 트릭이 상당히 그럴듯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는 쓰잘데 없는 곁가지 이야기가 대부분에다가 스키 자국에 관련된 말도 안돼는 트릭이 들어가는 등 괜찮은 트릭을 다 망쳐버리는 전개를 보여줘서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듭니다.

Vol 2 : 마녀가 숨어있는 마을 - "세.시마"의 기획 두번째 코스는 "쇼우노사토"라는 벚꽃의 명소. "쇼우노사토"의 숲에는 마녀가 있다라는 전설이 있는데, 이토 마리와 교수, 그리고 세 자매 일행이 도착한 뒤부터 숙소인 여관 "로우란 장"을 무대로 한 정체불명 게임의 막이 오른다.
- 이 시리즈 치고는 이질적인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 15년전 한 일가족이 사라진 사건에 비롯된 현재의 비극이라는 점은 "김전일"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대형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무겁고 진중한 전개라서 이 시리즈와는 따로 노는 느낌에다가 트릭도 거의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어떻게 리프트를 혼자서 조작하는지라던가 하는 세세한 부분의 설명은 전무!) 낙제점에 가까운 작품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3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3 : 망령은 밤을 떠돈다 - 세 자매가 다니는 학원의 학원제 기간에 학교에 전해져 내려오는 4가지 전설을 소재로 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과거 4가지 전설을 창작한 것으로 알려진 여학생은 죽은 것으로 밝혀지는데....
- "김전일"의 "방과후의 마술사" 같은 설정이죠? 그러나 무거운 설정과는 반대로 학원제를 배경으로 한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라 설정과 미묘한 부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트릭은 여러개가 등장하는 풍성함을 보여주는데 모든 트릭이 만화에 가까운 것들이라 추리적인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봐도 실현이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요.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4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그랜드오프닝 : 탐정영화 - 교수와 세자매는 추리 영화를 보러간다. 완벽한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계단식 논 사이에 있는 오두막에서 태풍이 분 다음날 시체가 발견된다. 오두막은 전기도, 수도도 없고 구멍하나 없는 완벽한 밀실. 흐트러진 방 안에서 발견된 칼에 찔려 죽은 시체! 그러나 영화가 끝나기 전 사고로 인해 일행은 결말을 보지 못하고, 교수는 자신의 추리를 자매들에게 들려준다.
- 가상의 영화를 소재로 추리하는 독특한 작품. 솔직히 트릭은 현실성이 너무 없어보이긴 하지만 아이디어는 괜찮은 편.

Vol 4 : 사라지는 소세이섬 - 세 자매는 영화 캐스팅 제의를 받고 거대재벌 반노재단이 제작하는 영화 로케 현장으로 교수와 함께 떠난다. 그러나 촬영현장인 소세이섬에 도착하자마자 유일한 교통수단인 크루즈가 폭발하고,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다가 마지막에는 섬의 하나뿐인 가장 높은 "산"이 아예 없어져 버리는 기상천외한 사건에 맞부닥치게 되는데!
- 거대한 스케일의 농담같은 트릭이 등장하는데 너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 이러한 특정 "장소"의 소실에 대한 고전인 엘러리 퀸의 "신의 등불" 정도는 아니더라도 흉내는 내 줬어야지!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5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5 : 춤추는 야광괴인 - 일본 최초의 연금술사인 사이토 소우후가 남긴 금불상의 위치를 알려주는 암호가 마을 절에서 발견되고, 한편으로 마을 공원에서 춤추고 머리가 분리되는 "야광괴인"이 나타나는 사건이 일어난다.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키워드인 "코우다요이사루"는 무엇? 야광괴인의 정체는 무엇? 절에서 발견된 암호문의 해독 방법은 무엇?
- 암호문은 국내 독자는 풀기가 불가능한 일본어 암호 트릭이라 패스. 하지만 암호문의 "종이" 의 사이즈를 토대로 한 "키"의 도출이라는 방식은 참신했습니다. 문제는.... 정말 명탐정이라면 몇글자 치환해 보면 이러한 "키" 없이도 암호를 충분히 풀 수 있는 간단한 암호라는 점이겠죠.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6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6 : 유리항아리의 비밀 - 에도말기를 무대로 한 번외편! 나가사키의 데시마의 창고에서 유리 항아리 "피카이치"가 도난당한다. 자물쇠로 잠긴 창고는 완벽한 밀실상태에다가 남아 있는 발자국은 도저히 생물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의 사건. 마을에 흘러들어온 정체불명의 인물인 유메미즈 키요시로자에몬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 번외편 형식으로 막말의 일본을 무대로 한 이야기들. 첫번째 "피카이치" 도난 사건은 전개와 복선, 동기와 결말 모두 납득할 만 하며 재치있게 꾸며진 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 두번째 보살 이야기는 돌 보살상을 일종의 "추"로 썼다는 일상계 소품인데, 작중 묘사된 보살상의 크기를 볼 때 완전 억지였습니다. 나무를 몇톤씩 하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죠. 마지막 에도에 등장하는 요괴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 어이상실의 이야기였고.... 초반 분위기를 끌어주었더라면 별 세개는 줬을텐데 아쉽네요.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7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프롤로그 : 한여름밤의 괴담 - 교수와 세자매 및 기타 등장인물들이 모여 "괴담회"를 벌인다.
- 아하하하. 아주아주 유쾌한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소품인데 "괴담"을 추리해서 그 진상을 밝힌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네요. "피에 젖은 책상" 같은 조금은 유치한 괴담인데 추리를 끼워맞추는 것이 놀랍습니다!

Vol 7 : 트랩하우스의 숫자노래 - 유명 만화가의 저택인 "트랩하우스"에 초대받은 교수와 세자매는 파티 도중 만화가가 밀실 안에서 비명과 함께 실종되는 사건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쇄살인!
-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한 전개라 낯설었던 작품입니다. 만화안의 만화안의 만화라는 액자 구성은 독특했고 중요 범인을 드러내는 트릭 - 왜 범인은 옥상으로 도주할때 엘리베이터 3층 버튼을 누르고 3층에서 내려 옥상까지 뛰어올라갔을까? - 도 괜찮은 편이지만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또한 무대 설정같은 것도 지극히 만화적이라 현실성이 떨어지는데 너무 복잡하고 작위적인 구성을 취함으로서 더더욱 전개가 산으로 간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냥저냥한 수준이었습니다....

2017/01/27

만화의 길 (망가노미치) 1~4 - 후지코 후지오 A : 별점 3점

만화가 후지코 후지오 컴비(그 중에서도 A인 마가 미치오)를 모델로 한 장편 만화입니다. 전 4권짜리 애장판으로, 전체 연재분에서 "입지편", "청운편", "야스나로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권당 9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마가 미치오와 사이노 시게루가 만화가를 꿈꾸다가 데뷰하고, 성공 가도를 달리지만 스스로의 과욕과 실수로 쓰디 쓴 좌절을 맛본 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까지가 치밀하게 그려집니다. 구하기는 오래 전에 구해 놓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올해 들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방대한 양이라 독파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네요.

저는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재미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대표격인 "바쿠만", "아오이 호노오" 외에도 개그 만화인 "호에로 펜", "만화가의 사랑", "만화가와 어시스턴트", "월간 순정 노자키군" 등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뭐 하나 빼 놓기 어려울 만큼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라 히데노리의 "언제나 꿈을"은 조금 취향과 다르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고요.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다른 작품들 못지 않게 재미있습니다! 어린 컴비가 만화가로 데뷰하고 연재작을 이어간다는 부분은 "바쿠만"에 가까운데, 거장의 실제 경험이 뒷받침된 덕에 큰 설득력을 갖추었다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입니다. 물론 오바 츠구미와 오바타 다케시 컴비도 경험이야 있었겠지요. 허나 후지코 후지오 A는 본인 스스로 만화의 거장일 뿐더러 초창기 시절을 데즈카 오사무, 이시노모리 쇼타로, 아카츠카 후지오 등 토키와 장을 무대로 과거에 현대 일본 만화 거장들과 함께 활약을 펼쳤던, 만화 역사에서도 특별하면서도 역사적인 인물이니 비교가 어렵습니다.

함께 소개되는 후지코 후지오 컴비 및 토키와장 멤버들의 당시 작품들도 아주 볼만합니다. 특히 후지코 후지오 컴비의 초기작은 집대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학생 때 습작인 "작은 권총왕", 후지코 후지오 컴비의 단행본 데뷰작 "유토피아 최후의 세계 대전", 최초의 잡지 개제 "서부의 어딘가에", 최초의 의뢰이자 별책인 "3인 형제와 인간 포탄", 최초의 연재 "4만년 표류", 초기 창작 방법을 엿볼 수 있는 "백마가 온다", 상경 전 마지막으로 그린 의뢰작 "선풍도시", 세미 다큐멘터리 터치로 그린 "해발 6천미터의 공포(히말라야의 설인)"와 "남부전선 이상 없다", 상경 이후 최초로 각자 동시 진행한 소년클럽 의뢰작 "콘크리트 정글"(후지코 후지오 A)와 만화 동화 "사자와 꼬마 사슴", 상경 후 첫 정식 연재작 "해저인간 메바루", 처음으로 가혹한 프로의 일정에 도전하게 된 "치비와카마루", "장미와 반지", 이후 연재작 "밤의 왕자님", "세계와 싸운 소년", 땜빵으로 그린 첫 스포츠 만화 "철권의 분노" 등 수많은 작품이 빠짐없이 소개됩니다. 장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편 감상이 가능한 수준이고요.
컴비의 작품 외에도.신만화당 합작물인 "4개의 시계", "도감 시리즈" 등도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작품 자체가 후지코 후지오 컴비의 활동을 다루기에 단순히 소개로 끝나지 않고 작품들이 어떤 과정에서 탄생되고 완성되었는지 자세하게 알려주는데 이 역시 재미있습니다. 마가 미치오의 개인 경험을 토대로 그려내었다는 "꼬마 권총왕", 급작스러운 폭설로 놀랐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살아있는 눈 괴물(?)을 그려낸 "백마가 온다", 영화 "아스팔트 정글"을 감명깊게 본 후 갱스터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여 작업한 "콘크리트 정글" 등 처럼요. 모든 작품 시작 전 관련 노트를 만들고 줄거리와 캐릭터 설정을 적어놓는 창작 과정도 꽤 그럴듯했습니다. 앞으로 저도 따라해 봐야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다른 등장 작가들의 작품도 풍성합니다. 유명 작가의 등장 시 짤막한 소개를 곁들이는 정도가 많지만,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작품도 제법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글 대제"입니다. 두 컴비가 처음 데즈카 오사무를 만날 때 신연재물로 그리기 시작하고, 후일 마가가 급한 도움 요청으로 마지막화의 어시스턴트로 참여한다는 식으로요. 아마도 실화겠지만, 굉장히 드라마틱한 내용이었다 생각됩니다.

또 "만화 소년", "모험왕", 등등 당대 유수의 잡지들과 출판사, 편집자 들도 다수 등장하여 극의 흐름에 동참하는데, 이러한 점은 "바쿠만"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 속 편집자는 마감 독촉 및 원고 수령 밖에는 딱히 하는게 없다는 차이점은 있지만요.

그리고 짧은 기간 (약 2년?)이지만 마가의 신문사 근무 중 진행한 각종 일러스트와 광고 도안, 만화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림 실력 및 디자인 감각이 정말 빼어나더라고요. 이게 정말 갓 고등학교(작중 중학교)를 졸업한 신입의 솜씨라니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확실히 거장, 천재의 편린이 엿보이는 작업물들이었어요. 만화가 아니라 이쪽, 산업 미술 쪽으로 매진하였어도 충분히 디자인 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당대 (1950~60년대)를 잘 그려낸 여려가지 디테일들도 좋습니다. 영화가 유일한 취미로 보이는 컴비가 감상하는 여러가지 영화들("베라크루즈", "아스팔트 정글", "위대한 환영", "제 3의 사나이", "너의 이름은"....), 증기 기관차를 이용한 출퇴근과 도쿄 상경, 전화가 드문 시절의 전보와 공중전화를 이용한 연락, 산보 등을 통해 보여지는 당시의 거리 풍경들 모두 굉장히 흥미로왔습니다.
당시 두 컴비의 여러가지 일상 생활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상경 전 학창 생활에 대한 상세한 묘사에서 시작하여 첫 하숙집 좁은 방에 대한 묘사, 매일매일 프랑스 빵과 우유 등으로 때우는 식사, 가끔 나가는 산책 등 모든 부분이 디테일하면서도 푸근하고 따뜻하게 그려지거든요. 악역은 없이 멘토인 데즈카 오사무와 도키와장의 큰 형님격인 테라오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컴비를 도와주지 못해 안달난 사람으로 보이는 등 이야기도 모두 푸근하고 따뜻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학교 때의 담임 선생님을 들 수 있습니다.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옹호해주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라는 조언을 해 주는 선생님이라니! 놀랍기만 할 따름입니다. 첫번째 하숙집의 주인인 마가의 백부도 역시 만화는 잘 모르지만 컴비의 꿈을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토키와장의 보증금으로 거금 3만엔을 선뜻 빌려주겠다고 하고요.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시대 착오적인 작화야 어쩔 수 없다쳐도, 원고 마감에 맞추지 못하는 사고를 치는 장면이 자주 반복되어 지루합니다. 주로 꿈이긴 하지만요.
청춘물이기도 해서 마가의 상대역 여성을 등장시키는데 뭔가 관계가 이루어질 것 처럼 떡밥만 던져놓고 제대로 된 드라마를 그리지 못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이렇게만 등장할거면 분량 낭비에 불과하지요.

그래도 읽는 재미는 충분했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될 가능성은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소개되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읽다보니 이 때가 축복받은 시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록 먹고 살기는 좀 힘들고 척박한 시기지만 젊은 혈기와 열정은 보답받는, 잡지사에 원고를 보내거나 들고 가면 원고가 실리고, 급하게 땜빵이든 뭐든 어떻게든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시대로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수요에 비하면 공급이 부족해 보였기에 열정만 있다면 어떻게든 데뷰 자체는 좀 쉽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무리 재미있는 만화라 하더라도 데즈카 오사무 혼자 6~7개 잡지 모두에 연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니까요. 두 컴비는 20대 초반, 테라오는 20대 중반, 데즈카 오사무도 20대 후반에 불과한 청년들인데 당대 만화계를 짊어진다는 설정을 볼 때 정말로 만화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시대적인 운으로 둘의 성공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철야 등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꿈과 열정을 잃지 않는 노력, 그리고 결과물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런 정보도, 어시스턴트 한명 없이 한달에 100페이지가 넘는 원고를 스토리부터 전부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만 그려내는 말도 안되니까요. 초기작의 스토리가 영화나 서적에서 따온 것이 많은 이유도 아이디어 구상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는 환경 탓이었을 테고요. 

비슷한 시기 활약했던 다른 신만화당 멤버들이 대체로 잊혀졌지만, 후지코 후지오, 이시노모리 쇼타로, 아카츠카 후지오 등이 거장으로 남은 이유는 결국, 꾸준히 히트작을 내 놓는 실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노력하는 천재가 시기를 잘 만났다'는 것이 정답인 셈입니다.

2004/01/01

절대미각 식탐정 - 테라사와 다이스케

절대미각 식탐정 1 - 6점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신작.
미스터 초밥왕은 제가 요리만화를 무척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정이 가진 않았었습니다. 설정에서부터 캐릭터들, 스토리라인 전체가 초밥이라는 소재를 놓고 벌어지는 오버의 극치들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특히나 매번 감정에 북받치는 주인공들이나 "입안에서 터지는 어쩌구..."하는 맛에대한 묘사는 짜증날 정도였고요.

그래도 이 "절대미각 식탐정" 은 일단 그러한 감정 과잉이나 오버가 조금은 희석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림은 뭐 여전히 독특하지만 꽤 탄탄한 편이고요.

주인공 다카노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유유자적 하면서 역사 소설가와 탐정이라는 두가지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으로 이 두가지 직업을 모두 알고 있는 인물은 비서인 교코 뿐이죠. 더군다나 그는 앉은 자리에서 도시락 10인분은 바로 먹어치울 정도의 굉장히 식탐이 심한 미식가입니다. 만화는 이 다카노가 경찰청 엘리트인 오카다의 요청으로, 또는 의뢰로, 또는 우연히 사건을 받아 해결해 나가는 추리만화의 구성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전부가 "음식"과 연관되어 있는, 약간은 요리만화의 설정도 띄고 있습니다.

사건의 예를 들면 어떤 식당에서 벌어진 살인 현장에서 범인으로 심증은 가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살해당한 요리장은 머리를 강타당했는데 흉기를 찾지 못한 상태죠. 여기서 다카노는 주 메뉴였던 커틀릿을 먹어보고 커틀릿 빵가루가 일반적인 빵이 아닌 일종의 "단단한 빵"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 요리사의 자백을 받아냅니다.... (1권 003 "남의 커틀릿을 먹다")

그러나 다카노라는 주인공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개인적으로는 "맛의 달인"의 지로같은 녀석이 이 만화 주인공으로 적당했을것 같습니다. 다카노의 너무 잘난척 하는 모습은 짜증날 정도였고, 비정상일 정도의 식탐이 현실성이 부족했거든요. 아울러 살인 현장에 음식이 중요한 증거로 남아있어 그 음식을 먹어보고 사건을 추리해 낸다던가(1-004 : 살인현장의 초밥을 먹다 편 등), 식당이 범행 장소라던가(2-012 : 라면집에 줄을 서서 라면을 시켜 먹는다 등), 음식의 특성으로 트릭이 이루어진다던가(1-005 : 독이 든 홍차까지 마신다 등) 하는 식으로 모든 사건이 음식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내용도 있지만 이야기의 소재와 설정이 아무래도 끼워맞추는데 문제가 좀 있는 편이라 전체적으로 그 추리의 깊이나 내용이 합리적이거나 치밀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즐겨 찾는 추리 동호회의 한 회원분은 거의 쓰레기급으로 분류하시더군요^^

하지만 요리만화를 좋아한다면 꽤 즐길 수 있는 만화입니다. 저도 추리만화와 요리만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런 형태의 만화를 만나니 꽤 신선합니다.

"추리" 보다는 "요리"만화를 좋아한다면 추천입니다.

2011/02/16

에키벤 철도 도시락 여행기 - 하야세 준 / 채다인 : 별점 3점

에키벤 1 : 큐슈 - 6점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에이케이(AK)

에키벤 4 : 홋카이도편 - 6점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에이케이(AK)

블로그 이웃이시기도 한 채다인 님이 번역하신 철도 - 에키벤 소개 만화. 요리 만화를 좋아하는 저이기에 주저 없이 1권을 구입하여 읽었고 2, 3권은 아직 구입하지 않았는데, 채다인 님의 도움으로 4권을 먼저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내용은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주인공 다이스케가 일본 전국 철도 일주를 하면서 각 지방역의 맛있는 에키벤을 찾아 먹는 것이 전부입니다. 한마디로 지극히 심플하죠. Channel J에서 방영했었던 "ekiben 일본 기차 도시락"이라는 여행 프로그램과 거의 동일한 구성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심플한 구성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리나 와인 하나로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는 식의 요리 만화보다 훨씬 현실적이잖아요? 세밀하고 정교한 그림 역시 철도 여행과 에키벤을 간접 체험하는 데 부족함이 없고, 여행 과정과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의 디테일도 대단하기에 일본 철도 여행 가이드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러나 정보 전달 요소 중심이라 내용에 별다른 드라마가 없다는 점은 큰 약점이라 호불호는 갈릴 것 같습니다. 압도적인 묘사와 정보량에서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을 전달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정보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읽으면서 다른 만화도 많이 떠올랐는데, 누구나 사 먹을 수 있는 에키벤이 소재라는 점에서 느껴지는 소박함과 일상성은 "고독의 구루메"가, 철도와 에키벤이 50:50 비율로 섞여 있어서 에키벤 만화이기도 하지만 "철덕"들을 위한 만화이기도 하다는 점에서는 "월관의 살인"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에키벤" 만화라는 점에서 떠오른 만화는 바로 이겁니다.


신장개업 3 - 4점
츠치야마 시게루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요리 만화의 숨은 실력자 츠치야마 시게루의 작품 "신장개업" 3권! 하코다테의 레스토랑 '오릉곽정'의 요리장 토시죠가 전국을 돌며 망해가는 가게를 업그레이드해 준다는 만화로, 3권에는 쇠락해가는 관광지의 에키벤인 "혼마루 도시락"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업그레이드 방법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무하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껍데기만 바꾸는 것입니다) 에키벤 팬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에키벤을 먹기 위해 철도 정차역을 변경시킨다!"라는 꿈이 담겨 있어 비교하며 읽게 되더군요. 어처구니없는 과장과 오버로 점철된 전형적인 성장 - 배틀형 요리 만화이기는 하나, 에키벤을 좋아하신다면 이 작품 역시 한번쯤 찾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8/08/15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1,2 - 혼다 : 평균 별점 2.5점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1 - 6점
혼다 지음/미우(대원씨아이)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2 - 4점
혼다 지음/미우(대원씨아이)

"만화가가 주인공인 만화는 다 재미있다!" 라는, 제가 만든 말이 있습니다. 허언은 아닙니다. 거장 후지코 후지오의 "만화의 길", 지금은 이름조차 잊혀진 쿠스노키 케이의 "만화가의 사랑", 데즈카 오사무의 건투를 그린 "블랙잭 창작비화", 처절한 생존기인 "만화가 상경기", 요절복통 "월간 순정 노자키군", 전설의 막장 만화가 신조 마유의 "바보도 따라할 수 있는 만화 교실", 이 바닥의 금자탑 중 하나인 시마모토 가즈히코의 "호에로 펜"과 "푸른 불꽃 (아오이 호노오)", 점프 방식 스타일 만화가 만화인 "바쿠만" 등등 제가 읽었던 대부분의 만화가 만화가 재미있었거든요.
이와 비슷하게 "서점이 무대인 만화는 다 재미있다!" 라는(역시나 제가 만든) 말도 있습니다. 국내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구제 반코의 "엉망진창 서점" 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서점 숲의 아카리" 등도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 작품은 일본의 모 만화 전문 서점에서 일하는 혼다 씨가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린 일종의 전문가 일상툰 (에세이 코믹)으로 저의 명제에 그런대로 부합하는 작품입니다. 최소한 1권만큼은 기대에 값하거든요.

다른 서점 무대 작품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주인공 혼다씨가 일하는 곳이 "만화 전문" 서점이라는 점입니다. 상당히 크고 유명한 서점인지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고요. 그래서인지 특별한 작품을 원하는 특별한 손님과의 에피소드가 주요 재미 요소입니다. 초절정 핵미남 외국인이 말도 안되는 성인 동인지를 찾는 에피소드, BL만화를 원하는 외국인 손님들과의 에피소드 등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일본 BL의 파괴력은 정말로 상상 초월이더군요! 외국인들을 묘사한 방식도 독특하면서도 특징을 잘 잡아내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주고요. 추천을 원하는 쾌활한 외국인에게 "팬티 가면" 을 권해주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소개와 추천, 탐색의 와중에 여러가지 만화에 대한 정보도 넘쳐나는데 동인녀들이 찾으면 소리를 지를 정도의 인기작가라는 오게레츠 타나카 선생님은 정말이지 처음 알았네요.
그럼 여기서 질문, "감동적인 순정만화", "길어야 3권까지", "40대 남성도 즐길 수 있는" 만화를 찾는 손님이 구입한 작품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베르제르크"입니다! 꺄오! 정말이지 1권은 별점 3점이 아깝지 않아요!

하지만 2권부터는 재미가 덜합니다. 손님과의 에피소드는 야쿠자가 책을 사서 교도소로 배송하는 정도만 재미있었을 뿐 나머지는 서점 안에서 벌어지는 업계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인데, 대체로 좋은 쪽으로만 소개되는 탓입니다. 서점 직원들끼리의 회식을 그린 에피소드에서 재미가 좀 터지나 싶었는데, 역시 ''재미있개 디스하는 능력이 없다'고 빠져나가 버릴 뿐이고요. 책 뒤의 특별 보너스 만화를 읽어보니 1권에서의 "접객 연수" 에피소드 때문에 문제가 생겨 콘티를 점장에게도 사전에 확인받게 되었다는데, 아무래도 그 때문인 듯 싶습니다. 어디나 검열이 문제지요. 

그래서 2권의 별점은 2점도 과하기에 두 권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점장의 사전 검열 절차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서 더 구입해 읽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1권만 읽어보셔도 충분하실겁니다.

2023/02/11

만화가족 - 오오시마 토와 : 별점 2점

[고화질세트] 만화가족 (총2권/완결) - 4점
Towa Oshima/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여고생>>의 작가가 만화가 가족인 자기 가족을 소재로 그려낸 일상 만화.

저는 이전 다른 리뷰에서도 말씀드렸었지만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모두 재미있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별로 실망한 적이 없었어요. 비교적 최근에 읽었었던 <<극도 만화 이야기>>라는 최악의 실패작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만화는 일상 개그로 유명한 작가가 그린 작품이라 그래도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소재도 굉장히 흥미롭잖아요? 일가족 4명, 아버지와 어머니, 딸 둘 모두가 만화가인 가족 이야기라니! 만화가 부부는 많이 있지만 이 정도로 만화가가 많은 가족이 또 있을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이색적인 만화가 가족의 이야기를 잘 담아내지 못한 탓입니다. 오오시마 야스이치가 카와시마 레이코를 처음 만나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가족이 아니면 모를 이야기라 재미있었고, 엄마가 만화가를 잠시 은퇴했다가 레이디스 코믹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이야기, 여러가지 도구 사용을 두고 가족끼리 이런저런 정보를 공유하는 이야기는 만화가 가족이라서 알 수 있었던 이야기라 생각되어 만족스럽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에피소드가 별로 없다는 거에요.
또 저는 <<일격전 (권법소년)>>과 <<바츠 앤 테리>>, <<특종! 사건 현장>>, <<탐정의 아내>> 등을 좋아했던 오랜 오오시마 야스이치 팬이기에 아버지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를 바랬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도 실망스러운 점이었어요. 그나마도 게임에 진심이었다던가, 딸의 만화를 앞에서는 비판해도 뒤에서는 관심깊게 보고 있었다는 류의 잔잔한 내용들 뿐이며 임팩트있는 에피소드는 파티 현장에서 오오시마 야스이치가 쓰러진 이야기밖에는 없었습니다. 레이디스 코믹으로 유명하다는 엄마 카와시마 레이코는 아이를 구타했던 육아 방식이라던가, 레이디스 코믹을 그릴 때의 독특한 만화 창작 방법 등 비중이 더 큰 편이기는 하나, 잘 모르는 작가인데다가 레이디스 코믹은 전혀 관심이 없는 장르라 와 닿지 않았습니다. 여동생은 4컷 만화만 연재했고, 완전한 프로이자 현역은 아닌 듯 해서 비중도 작고 관련 에피소드도 별로 없어서 언급할게 없네요.
2권은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 만화가 오오시마 토와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라 작품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고요. 데뷰 과정과 게임 만화를 그릴 때의 고충들, 에로 만화가로의 각성과 만화 창작 과정의 고뇌를 다룬 에피소드, 그리고 CD와 애니메이션 제작에 얽힌 에피소드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실감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만, 이래서야 <<만화가족>>이라고 부르기는 힘들지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 대단한 재미를 주지도 않고, 내용도 밋밋합니다.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2008/10/14

카즈는 행복해 - 미유키 노마 / 아이코 우에다 : 별점 3.5점

카즈는 행복해 1 - 8점
미유키 노마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최근 좀 심하게 달린(?) 탓에 포스팅거리가 떨어져 집에 뒹굴고 있는 잊혀진 추리만화를 끄집어 내 보았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베이비시터 카즈의 하트 탐정 첫번째 이야기"로,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베이비시터 되겠습니다.

프로 베이비시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는 제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은 없지만 전문가적인 지식을 나열하는 "프로의 세계" 류의 만화는 아니며 놀랍게도 "추리만화" 라는 것이 이 작품의 포인트라 할 수 있으며, 베이비시터가 탐정역을 맡고 있는 만큼 대부분 일상 밀착형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일상 밀착 정도는 정말 대단해서 일상계 추리물로 잘 알려진 여러가지 작품들("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나선계단의 앨리스",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등)도 이 책과 비교한다면 대하 서사 추리물로 보일만큼 소박하고 담백한 구성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불륜이 의심되는 아기 엄마의 정체는? 우산에 씌우는 비닐 봉지를 수십장 모아가는 남자의 정체는? 같은 류의 소소한 사건들이 주로 펼쳐집니다. 한마디로 말해 그야말로 일상계 중의 일상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담백한 일상계임에도 불구하고 추리만화로서의 가치는 정통 본격물에 비해 그다지 뒤떨어지지 않는게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전개와 추리의 과정이 굉장히 합리적이에요. 단서의 제공도 공정한 편이고요. 단편 옴니버스 물이라 이야기 하나하나가 굉장히 짧은데도 한편에 이야기를 잘 압축하여 시작부터 결론까지의 설득력도 높습니다. 2권부터 큰 사건(그래봤자 아주 약간이지만요)이 벌어져서 스케일이 커지는 부분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아울러 노마 미유키씨의 원작을 동글동글하고 귀엽게 구현한 그림도 마음에 듭니다. 노마 미유키 씨도 만화가이긴 한데 작품은 몇개 찾아보니 확실히 이 만화를 그린 우에다 아이코씨 그림이 훨~씬 귀여우면서도 작품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네요. 일상계 작품이라 그런지 이 작품처럼 귀여운 순정만화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별점은 1권만으로는 별 4점 입니다. 2권까지 포함한다면 별 3.5점이고요. 그나저나, 그다지 인기는 없었던 탓에 단행본은 달랑 2권 나오고 끝났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작가도 잊혀진 듯 이후의 작품은 출간된 것도 없네요(국내기준입니다). 일상계 추리물이라서 이야기가 별로 극적이지 않고, 내용이 너무 소박하여고담백한 탓에 "김전일"로 대변되는 연쇄살인범이 판치는 만화들과 한판 붙기에는 당시 분위기상 무리가 있긴 했을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도 큰 것 같은데 지금 보아도 추리만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한 작품이기에 Q.E.D의 소소한 일상 추리가 마음에 드셨던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조사해 보니 현재 절판입니다만, 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겠죠.

2014/12/04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 타카기 나오코 / 채다인 : 별점 2.5점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 6점
타카기 나오코 지음, 채다인 옮김/애니북스

알라딘 중고서적 산본점에서 발견하고 구입한 타카기 나오코의 구루메 에세이 만화입니다. 이글루스 유저분들께는 채다인님이 번역하신 것으로 더욱 유명하지요.

“처묵처묵 여행만화”라는 다인님 소개 그대로, 에세이 만화가로 유명한 저자가 일본 방방곡곡의 맛을 찾아 여행한 기록 만화입니다. 총 일곱 개 지방의 여행기가 실려 있습니다. 현재의 근거지인 관동의 도쿄와 사이타마, 관서는 작가의 고향인 미에현 근처의 와카야마, 오사카, 그리고 큐슈까지, 그야말로 방방곡곡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이런 곳들에 여행 가서 명물 요리들을 하나씩 전부 먹어보고 품평하는게 내용의 전부로, 아주 약간의 에피소드가 곁들여져 있지만 일상계스러운 것들이라 딱히 의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훈훈한 구루메 식도락 여행기로도 그런대로 볼 만했습니다. 해당 지역의 명물이 어떤 것이고 어디서 어떻게 먹으면 되는지를 쉽게 알려주는 데 충실하거든요. 즉, 이런 류의 만화의 핵심인 정보 제공 측면에 매우 부합하는 만화라 할 수 있습니다. "맛의 달인"의 일본 맛기행인지 뭔지는 환경이나 전통 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과한 시도가 만화를 망치고 있는데, 이 작품은 자연스럽고 부담 없는 여행기 분위기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곱 개 지방의 많은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음식 베스트 3는 아래와 같습니다.

  • 1위 : 사이타마 히가시마츠야마의 닭꼬치. 닭꼬치라는 이름인데 돼지고기가 대부분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뽈살, 간장, 혀 모두 맛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찾아가서 종류별로 전종목 재패를 해보고 싶어집니다. 돼지 생간 + 생파 조합의 꼬치도 있다는데 맛이 죽인다고 하니 이 역시 도전을! (그런데 돼지 생간은 기생충이 있지 않나요?)
  • 2위 : 다른 구루메 만화나 책에서 접했던 쿠마모토의 말고기 요리. 항상 먹고 싶었던 요리입니다.
  • 3위 : 야마가타의 냉메밀국수. 차가운 닭육수 국물이라는데 상상이 잘 안되네요. 식은 닭칼국수가 그렇게 맛있을리는 없을거 같은데... 괴식스럽기도 하지만 기대가 됩니다.

아울러 쉽게 그린 듯하지만 나름 정성이 엿보이는 그림(특히 음식 그림이 꽤 괜찮습니다)과, 뒷부분에 부록 만화와 사진,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의 베스트 음식을 선정하고 있는 구성도 정리 차원에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정보"라는 목적에 충실한 만화로, 에세이 만화, 그중에서도 식도락 구루메 탐방기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06/01/16

우치다 공포만화 컬렉션 - 우치다 야스오 원작 :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


프리랜서 라이터 아사미 미츠히코를 탐정으로 내세운, "여정 미스터리"라는 분야에서 유명한 우치다 야스오의 여러 작품들을 만화화하여 출판한 기획물. 현재 1권에서 11권까지 나와 있으며, 아사미 미츠히코 만이 아닌 다른 명탐정들, 이른바 우치다 야스오의 3대 명탐정이라는 시나노의 콜롬보 다케무라 이와오, 경시청의 오카베 경부 등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만화 시리즈화해서 출간하는 기획의 시도는 높이 살 만 하고,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인 탓에 만화로라도 번역된 것 역시 고마와 해야 할 일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작품의 수준만 본다면 오히려 돈이 아까운 것도 많다는 것입니다. 계속 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이것 참 고민되네요.

이유로는, 일단 권마다 다른 작가들을 쓰고 있는데 기획한 곳이 순정만화 전문지인지 대체로 작화가 순정체입니다. 순정체라는게 문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수준 자체가 낮은 작품이 많아요. 솔직히 작품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요.
또 우치다 야스오 소설은 한권밖에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추리" 보다는 이색적인 풍광에 왠지 더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만화 시리즈도 역시나 추리적인 요소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권 분량으로 페이지수가 제한된 탓에 축약이 너무 심한 것도 문제에요.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작품이 있을 정도니까요.

결론적으로, 만화화 자체에는 실패한 듯한 느낌입니다. 내용도 좀 낡고 고리타분한 것이 많아 21세기에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구식이 아닌가 싶은 작품이 많은 것도 감점 요인이고요.
만화 쪽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탄탄한 작가 혼자서 전체를 맡아 작업했더라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쉽네요. 원작 작품 선정에서부터 만화적인 구성 모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을 볼 때, 좋은 기획을 살릴 수 있는 좋은 편집자를 구하지 못한 티도 많이 나서 더더욱 아쉽습니다.

저같은 매니아라면 구입하셔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3만원이 넘는 재앙이 되리라 생각되니 빌려서 보시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네요. 그나마 볼만한 책은 4권 "밀실 살인 사건", 7권 "트럼프 책의 비밀", 9권 "시인의 망령", 10권 "여섯개의 숫자" 정도입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정도?
권별 상세 리뷰는 아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우치다 공포만화 컬렉션" 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1권 바람의 레퀴엠 - 책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관계로... 추후 추가하겠습니다.

2권 북쪽에서 온 남자 : 그림 히다카 료
가수 지망생 쇼코의 신변에서 일어난 두개의 살인사건. 두 사건을 연결하는 "북쪽에서 온 남자" 란 과연 누구인가?
아오모리현 시모키타 반도를 부대로 무녀의 예언을 등장시켜 이색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작품.. 이지만 결정적인 추리 부분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왜 두명을 죽였는지에 대한 당위성 자체가 없고 예언과 우연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고 있으며 만화로 구성된 전개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별볼일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3권 장미의 살인 : 그림 토바 쇼코
여고생 유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먼 친척 동생 오가타 사토시가 의심받게 되자 아사미 미츠히코가 직접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여정보다는 "다카라즈카"라는 극단을 주요 소재로 삼은 작품입니다. 이외에도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등 예능계를 무대로 했다는 점에서는 다른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느낌과 재미를 전해 주더군요. 추리 부분에서도 맥락이나 단서를 하나씩 쫓아나가는 전개도 좋았고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결말이 너무 시시해서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4권 밀실 살인 사건 : 그림 에구치 유
우에노 역사 재개발을 둘러싸고 상인회의 갈등이 팽배해 있던 중 개발 회사의 중역인 와다 후미오의 살인 용의로 궁지에 몰려 있던 테라야마 코지 마저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자살 전 테라야마의 사건 의뢰 편지를 받은 아사미 미츠히코가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우에노 역이라는 꽤 친숙한 소재를 등장시킨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 중 한편입니다. 밀실 살인 사건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그다지 기발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추리와 동기, 전개가 납득할 만 하고 결말까지 확실한 작품이었습니다.

5권 백화점 연쇄 살인 사건 : 그림 시토 료코
하카타의 백화점 경쟁 관계를 둘러 싼 기업간의 전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우연히 사적 발굴현장에 참석한 아사미 미츠히코는 백골이 된 사체를 발견하고 사체의 정체가 밝혀진 후 자신의 옛 연인과 친구가 사건에 관련된 사실을 알게된 형이 직접 아사미 미츠히코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일단 그림, 만화적인 수준에서 제일 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컷의 배열이나 전개가 도대체 알아먹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라 화가 날 정도더군요. 추리와 단서 등도 맥락에 맞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일단 내용 이해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수준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6권 나비부인의 눈물 : 그림 타마이 마키코
나가사키에서 악덕 카스테라 업자 야마오카 쇼지가 살해되고 전통 카스테라 업자 마츠나미가 용의자로 몰린다. 마츠나미의 딸인 하루카는 추리작가 우치다의 소개로 아사미 미츠히코를 알게 되고 그를 초청하게 된다. 이후 저명 유명인사가 2명이나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으로 발전하는데...
나가사키를 무대로 한 본격 여정 미스테리로 우치다 선생이라는 추리작가가 등장하는 것이 재미나네요. 그림도 꽤 마음에 들고 만화적으로는 나무랄데 없는 구성이라 읽기에는 편했습니다. 단지 "공원 나비부인 동상에 걸어놓은 펜던트"같이 정통파 미스테리 비스무리하게 거창하게 벌려놓은, 그것도 여러명이 죽어나가는 사건의 무게에 비해서 추리의 전개가 얄팍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7권 트럼프 책의 비밀 : 그림 츠키시마 츠구미
시오리는 살해당한 아버지가 최후로 남긴 단서인 "트럼프의 책"이라는 단어를 두고 고민하던 중 탐정이라는 아사미 미츠히코라는 인물을 알게 된다. 그가 사건 해결을 위해 도와주면서 동분 서주 하던 중 아버지의 부하직원도 살해당하는 등 사건은 계속 커져만 가는데...
쿠슈 야나가와를 주로 하여 펼쳐지는 진정한 본격 여정 미스테리입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쿠슈 야나가와"라는 지역 자체가 이야기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구조로 진정한 여정 미스테리라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은 여정이라는 것이 사실 이색적 풍광을 보여주는 것 이외의 추리적 의미는 거의 없었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해독 트릭이 주 트릭인데 괜찮은 수준이었고 무엇보다도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이라 높이 살 만 합니다. 만화로서도 그림은 그다지 잘 그린 건 아니지만 만화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솜씨가 좋아서 마음에 들었고요.

8권 침묵의 돌 : 그림 히다카 료
신주쿠와 쿠라시키에서 일어난 두개의 살인사건을 연결하는 단서는 무엇인가? 명수사관 오카베 경위의 추리로 사건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경시청의 천재 오카베 경위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히카리라는 여대생이라 전개 방식이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주더군요. 두개의 살인사건이 벌어진 당위성 자체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주인공 히카리의 전문 지식을 이용한 결정적 단서 제공 같은 재미가 살아 있어서 결정적인 추리와 동기 부분에 비록 문제는 약간 있지만 저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뒤에 실린 단편 "잠자는 불꽃"도 치정극으로 보이는 전개속에 은근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 좋았고요.

9권 시인의 망령 : 그림 사토미 유
사쿠타로라는 작가의 시와 똑같이 구현된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오카베 경위가 사건을 맡은 후 스가이 쿠니오라는 은퇴한 전직 형사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용의자에게 접근하던 중 스가이마저 살해당하게 되는데...
역시 오카베 경위 시리즈로 "시를 따라한 연쇄 살인"이라는 착상이 일단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림도 괜찮은 편이었고 스토리 전개를 만화적으로 잘 구현해 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ABC 살인사건" 과 유사한 전개로 참신함보다는 의외성에 기대는 느낌이 강했으며 동기와 과정 역시지 설득력이 떨어지더군요. 한마디로 어렵고 복잡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는, 나름대로 흥미진진한 작품이었습니다. 뒤에 단편 "거울 속의 여인" 이 실려있는데 이 단편도 추천작입니다.

10권 여섯개의 숫자 : 그림 츠키시마 츠쿠미
동경 타마호반에서 의문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그가 남긴 것은 6개의 숫자가 적힌 종이 쪽지 뿐. 오카베 경위는 피해자의 딸 치아키에게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한 "침없는 벌"이라는 의문의 단서를 접한다. 한편 치아키와 은퇴를 앞둔 베테랑 형사 카와 반장의 컴비가 오카베 경위의 적극적 지원으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간다...
오카베 경위 시리즈이긴 한데 실제 탐정역은 치아키라는 소녀라 이색적이더군요. 치아키와 베테랑 형사 카와 반장이라는 컴비가 꽤 재미난 설정이라 좋았습니다. 여섯개의 숫자와 "침없는 벌"이라는 단서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는 과정의 묘사 역시 합리적인, 이치에 맞는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요.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영상화도 두번이나 된 인기 작품으로 여기서 결성된 (?) 이 컴비 주연의 단편 시리즈도 있다고 하는데 그 작품들도 기대되더군요. 어쨌거나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11권 여신의 저주 : 그림 나가오 후미코
귀신 모미지 전설의 마을 토가쿠시에서 전설을 모방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수사를 지휘하는 다케무라 경위는 사건의 그림자에 숨겨진 비참한 사연을 밝혀내게 된다.
나가노현 경찰 본부 수사1과 경위 다케무라 이와오 (시나노의 콜롬보)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와 비슷한 전통 무속과 살인 사건의 조합이라는 전개라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추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21세기에 읽기에는 너무나 고리타분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전통 신앙에 많은 것을 기대는 설정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용 역시 그냥 뻔한 복수극일 뿐이었습니다. 새로운 탐정을 만나는 재미 이외에 특기할 만한 점은 없는 작품이네요.

2010/04/04

내 인생의 만화책 - 황민호 : 별점 3점

내 인생의 만화책 - 6점
황민호 지음/가람기획

194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한국 만화를 캐릭터 중심으로 풀어낸 역사 및 비평서입니다. 대체로 시대에 맞는 이슈와 작품, 캐릭터를 잘 선택하고 있고 작품에 대한 비평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편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눈에 좀 뜨입니다. 첫번째는 소년 만화와 성인 만화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현재 한국 만화의 주요 흐름이라 할 수 있는 순정 만화와 무협 만화가 한편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비평서이기에 특정 캐릭터를 내세우기 어려운 순정 만화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좀 더 공평한 시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두번째로는 "캐릭터"를 주 테마로 삼았는데 왜 80년대를 풍미했던 강철수의 발바리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걸까요? 당대 대학생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인기덕에 영화화도 되었었고 지금까지도 그 생명력이 이어지고 있는 발바리를 이러한 목록에서 뺀 것은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또 "어쩐지 좋은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은 이러한 목록에 포함될 수준의 작품은 아닙니다. 단지 일본 만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1세대 창작물이라는 가치이외의 어떤 것을 찾기 힘든 작품이니까요. 이 작품만큼은 아무래도 저자가 소년 챔프 등 국내 챔프 계열 잡지 편집장을 역임했기에 선정된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너무 캐릭터 중심으로 풀어나가려다 보니 위대한 "작품"에 대한 해설이 부족해진 것도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이강토를 비롯해서 80년대를 풍미한 최강타, 오혜성, 구영탄은 캐릭터를 특정하기 어렵고, 작품별로 복수의 화신이나 천방지축 학생 등으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했던 주인공들인데 너무 캐릭터에 집착해서 비평이 좀 애매해진 느낌이입니다. 이 시기는 그냥 "작품 - 공포의 외인구단 / 신의 아들 / 동전 한 개와 불청객 등 -"을 중심으로 서술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위의 단점들은 제목이 "내 인생의 만화책" 이라는 걸 놓고 볼때는 모두 납득할만한 것들이죠. "내가 읽고 보았던 만화책 중에서 내가 선정했다" 라는 의미이니만큼 개인의 취향일테니까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국 만화 역사 / 비평서를 써 내려간다는 애초의 컨셉과도 충분히 합치할 뿐 아니라 작품별로 세세하게 풀어나가는 비평의 수준도 높기에 국내 최고 수준의 심도 깊은 만화 평론서인건 분명합니다. 양도 풍성하고 자료적인 가치도 높으며 오랫만에 접하는 과거의 주인공들, 김민의 불나비나 길창덕의 꺼벙이, 신문수의 도깨비감투 혁이 등도 모두 반가왔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05/12/28

자학의 시 (自虐の詩) - 고다 요시이에 : 별점 5점

자학의 시 2 - 10점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세미콜론

"이 세상에는 행복이나 불행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무언가를 잃어야 하니까요. 무언가를 버리면 또 다른 무언가를 반드시 얻게 되죠." - 유키에

역시 이번 일본 여행에서 구입한 책입니다.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글을 읽고 꼭 보고 싶었는데 하라주쿠 북 오프에서 발견하고 반값에 구입하게 되었죠.

별다른 직업도 없고 경마와 빠칭코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마음에 들지않는 점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식탁 뒤집기는 예사인 조폭 출신의 건달 이사오, 그런 이사오의 아내로 하루하루를 괴롭고 고단하게 살아가지만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유키에의 이야기로 문고본 상, 하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권은 주로 유키에와 이사오의 결혼생활, 특히 이사오의 막나가는 모습과 고단하면서도 행복해 하는 유키에의 일상에 촛점을 맞추고 있고 하권은 유키에의 성장과정, 그리고 결혼까지의 일대기 - 어머니가 어릴적 도망나가 정말로 어렵게 하루하루를 연명하다가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도망치듯 도쿄로 상경하여 술집에서 일하다가 조직원 이사오와 만나 결혼하게 되는 - 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읽어본 감상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소재와 캐릭터가 개그 만화의 소재로 쓰이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개그만화이기에 일단은 확실히 웃겨주면서도 행복이라는 것이 얼마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인지, 그리고 사는데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웅변하는 정말로 찐한 감동과 재미가 넘치는 진정한 걸작입니다.

또한 이 대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전부 4컷 만화로 진행된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에요. "보노보노"나 "아즈망가대왕"과 같은 스토리성 4컷 만화도 많이 보아 왔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4컷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저에게 열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해설을 보니 이 작품은 동명 타이틀로 여러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각각 연재되었던 모양인데 이 문고본은 유키에와 이사오의 이야기만 모아서 출간되었다고 나와 있군요. 다른 이야기도 정말이지 궁금해 집니다.

여튼, 2005년도의 만화 베스트로 뽑습니다. 별점은 5점.
이름없는 작가이고 사실 거의 팔리지 않을 것 같아 국내에 출간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내에도 꼭 소개되어 유키에와 이사오의 멋지고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주위 분들이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2015.07.21 업데이트하며 국내 출간 정보 링크 추가합니다.

PS 1 : 이시카와 쥰이 극찬한 만화는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 자신의 만화는 일본에서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말이죠...
PS 2 : 대표적 꼴통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작품 해설이 권말에 있는 것이 너무나 불만이긴 합니다. 찢어버려야 하나....

2006/07/15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 (전 18권) - 키타자키 타쿠 : 별점 2점

스피드 걸이라는 만화로 조금 알려진 키타자키 타쿠의 정통(?) 추리 만화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추리만화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자면, 추리 만화는 그동안 많이 있었고, 특히 추리강국 일본에서야 데즈카 오사무가 초기부터 쟝르물을 시도했을 정도로 그 저변이 깊고 넓습니다. 하지만 요새와 같이 하나의 "쟝르"로서 정의되고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온건 아무래도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 (소년탐정 김전일)" 대박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어요. 이후에 나온 이른바 "시리즈" 작품만 해도 한두개가 아니며 그 중에서도 "긴다이치 하지메" 처럼 누구누구의 후손이 활약한다는 이야기만 해도 제가 본 것만 두, 세개는 넘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시리즈는 유행에 편승했을 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캐릭터나 추리적인 분위기만 유사하게 잡았을 뿐, 추리물의 기본 - 잘 짜여진 단서들, 정교한 트릭 등 - 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긴다이치 소년이 추리만화 쟝르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다른 유행에 편승한 작품들이 인기에 있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쟝르가 활성화 되는데 공헌한 건 "명탐정 코난"입니다. 조금 낮은 연령 취향의 설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정교한 트릭을 선보이며 정통 추리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며 긴다이치 소년과 추리만화의 양대산맥을 이루었지요. 긴다이치와 코난의 성공과 "학원 추리물"이라는 쟝르물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으로 이후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정해진 공식을 잘 따라 추리와 트릭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쟝르로 인정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의 작품들로 준척급 이상의 성과를 거둔 작품은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나 "탐정학원 Q", "Q.E.D" 등이 있겠네요.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지금 소개할 이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도 이러한 "추리물"과 "시리즈물"이라는 정해진 공식에 충실합니다. 그 중에서도, 시리즈를 끌고가는 탐정 캐릭터의 독특함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 3인조 아이돌 그룹 "TriColore"의 멤버인 시라세 아키라거든요. 여자라는 점과 아이돌이라는 신분이 타 추리물 탐정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죠. 

주인공의 라이벌로 "괴도 리스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 역시 공식에 충실한데 김전일의 괴도신사나 코난의 괴도 키드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거기에 시리즈 중반 이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작품 전체를 꽤뚫는 악역인 - 김전일의 요이치나 코난의 검은 코트의 사나이들에 대응하는 - 연쇄살인마 "산타클로스"의 존재마저도 공식대로입니다. 

또한 옴니버스 시리즈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TriColore"가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큰 기둥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서 단편물로서만이 아니라 긴 호흡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며, 그 외에도 고교생인 아키라의 학교 생활이나 청춘물 같은 사랑 이야기, 협력자 격인 경찰, 여러 다양한 친구들 등 친숙한 설정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고 다 좋은 추리만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러한 공식보다는 추리, 그리고 트릭이 추리만화라는 쟝르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이 만화는 유감스럽게도! 정통 추리물에 걸맞는 멋진 추리적 요소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동기나 배경 설명 등은 꽤 그럴싸하지만 본격적인 추리 부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맥이 빠질 정도로 어이가 없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과학적 트릭, 공간이동 트릭, 밀실 살인 트릭 등 거의 모든 추리적 트릭이 등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트릭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간단한 사건들의 소박한 트릭이 더욱 와 닿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깝기만 하네요. 작가가 굉장한 트릭을 구상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장면이 눈에 선하긴 한데 원체 트릭들이 한심한지라....

또 트릭이 별볼일 없는 데 비해 이야기가 너무 장황한 것은 작가 스스로도 그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겠지만 외려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들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시라세 아키라의 아버지가 고고학자라는 설정, 다른 멤버인 리나, 카나코의 가족 이야기들은 군더더기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시라세 아키라가 학교에서는 정체(?)를 숨기고 히유가 아키라라는 본명으로 안경하나 끼고 다니면서 정체를 숨긴다는 슈퍼맨같은 변장 설정 역시 사족에 불과하고요. 그 외에도 후반부로 가면 그림쪽은 확실히 좋아지긴 하지만 전작에 비해 뭔가 무뎌진 듯한 뎃셍 등 그림에서의 문제도 눈에 많이 띄는 것, 노출이나 므흣(?)한 장면들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추리할 때에는 찬물을 머리에 끼얹고 추리하는 아이돌 시라세 아키라라는 존재만으로도 인기 시리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긴 했습니다. 추리물을 제외한 부분은 여러 인물들의 애정 관계나 인물 설정, 그리고 아이돌에 관한 여러 디테일 등으로 비록 뻔하지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부분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주요 멤버인 카나코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는 것으로 하여 그룹의 멤버 체인지를 한다던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이 바뀐다던가 하는 디테일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러한 재미때문에 18여권에 이르는 꽤 긴 시리즈로 연재된 것 같지만 위에서 설명한 추리만화로서 가지고 있는 결정적 약점, 즉 트릭이 후지다!는 것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인기가 없는 것을 떠나 다른 어디서도 관련 글을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마이너 만화이지만 추리 매니아로서 의무감을 가지고 얼마전 완결편까지 전권 구입에 성공한 기념으로 리뷰를 남깁니다. 차라리 절판된다면 책의 가치가 본의 아니게 올라갈지도 모르겠군요.

2018/08/04

공정드래곤즈 1~3 - 쿠와바라 타쿠 : 별점 2점

[고화질] 공정 드래곤즈 03 - 4점
쿠와바라 타쿠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입니다. 백종원 씨를 비롯, 여러 셰프들이 스타덤에 오른지 오래이며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는 온갖 예능들도 넘쳐나고 있고,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마저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만화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요리 만화는 등장한지 오래되긴 했습니다. 빵이나 카레, 중화요리, 초밥, 도시락, 와인, 술 등 요리사가 주인공이며 특정 요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주로 주인공의 직업과 소재가 특이한 배틀물 - 고전 "맛의 달인"의 '완벽과 최고'의 대결처럼 - 에 머무른 작품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다양한 장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음식과 요리를 소소한 일상, 인간 드라마와 결합시키거나, 평범한 음식을 실존하는 평범한 식당에서 평범하게 먹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로 전개하는 '음식을 소재로 한 소소한 일상계'입니다. 앞서는 "심야 식당", 그리고 뒤에는 "고독한 미식가"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외에도 영상화 된 작품만 해도 "하나 씨의 간단 요리", "와카코와 술",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 "음식의 군사" 등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인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두 번째로 현재 음식 만화에서 작지만 확실한 인기를 몰고 온 분야는, 판타지 세계관과 음식 소재를 결합한 '이세계 미식물'입니다. 쿠이 료코"던전 밥" 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장르는 "던전밥"처럼 이세계의 몬스터를 재료로 친숙한 음식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이세계 주점 노부" 등 처럼 현대(그 중에서도 일본) 요리를 그러한 음식을 잘 모르는 이세계 주민에게 소개한다던가, 아예 현대 일본인이 이세계로 이동하여 자신의 요리 실력으로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맛없는 밥 엘프와 유목생활", "이세계에서 카페를 개점했습니다" 등으로 아이디어가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가 아니라 현대 요리사가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다는 "노부나가의 셰프" 와 같은 이야기도 유사 장르로 포함시킬 수 있을테고요.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 만화는 이러한 '이세계 미식물' 장르에 속한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원조 "던전 밥" 의 특징을 많이 따릅니다. 용을 사냥하는 용 사냥꾼들이 용을 재료로 이런저런 친숙한 음식들을 만든다는 점에서요. 이세계 전문직 종사자의 평범한 식단을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는 '일상계 음식 만화'의 한 범주로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아류작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포룡선 퀸자자호를 타고 용을 사냥하는 사람들과 사냥 과정에 대한 디테일 - 용이라고 불리우긴 하지만 크툴루 신화 속 크리쳐가 연상되는 "용", 고전적인 비행선인데 용을 잡기 위한 다양한 장비(작살총, 봄랜스, 창과 이런저런 와이어, 후크들, 오토자이로)를 갖춘 퀸자자호, 포룡 과정에서 하늘에 떠 있는 퀸자자호 내부에서의 식사와 빨래와 같은 생활 묘사 등등등 - 이 펜터치 중심의 고전적이면서도 빼어난 작화로 그려져 있어서 큰 재미를 선사해 주는 덕분입니다.

그런데 1권은 용 사냥꾼이 용을 사냥하고 그 부산물을 조리해 먹는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2, 3 권부터는 세계관이 긴 호흡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나가더군요.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2권은 용의 거래로 먹고 사는 마을 '퀀 시'에 기항한 퀸자자호가 마을에서 깨어나 폭주하는 용을 사냥하는 이야기에 승무원 지로의 짤막한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지며, 3권은 사냥 중 지상으로 떨어진 타키타가 지상의 사냥꾼에게 구조된 후, 자신을 따르게 된 새끼 용을 무리에게 돌려보내 준다는, 한 권에 한 편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구성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이세계 미식물' 을 보고 싶었던 것이지 일상계 이세계 사냥 판타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야기도 딱히 새롭거나 재미있지도 못합니다. 전형적인 설정의 전형적인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그나마 용잡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우러지는 2권은 조금 낫지만, 3권은 전형적인 나우시카류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고기에 푹 빠진 미카는 "던전밥"의 라이오스와 유사한 등, 퀸 자자호의 승무원들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캐릭터라는 점이 더해져 식상해도 너무나 식상할 따름입니다.
용 고기가 무슨 색깔이며 구울 때는 어떻고, 날로 먹으면 어떤지 등 기본적인 특성조차 소개되지 않고 이런저런 요리를 선보인다던가, 뒤로 가면 갈 수록 특별한 요리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전개를 보면 판타지 구루메 만화를 그려달라는 편집부의 요구를 따르는 척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그려나가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뭐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테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3권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읽기는 했는데, 다음 권을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면 저와 같은 이세계 미식물 팬을 위해서 지브리에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를 활용하여 비슷한 컨텐츠를 내 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나우시카 세계관에서 오무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 등이 등장하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요? 서둘러라 지브리!

2007/01/14

묵공 (墨攻: Battle Of Wits, 2006) - 장지량


2007년도 들어 처음 본 영화같군요.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해 보았습니다. 자랑할 건 아니지만 영 땡기지가 않아서... 원작 만화를 보긴 했지만 만화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누구나 이야기하는 아스트랄(?)한 결말은 둘째치고라도 양성 사수 이후의 이야기는 너무 사족이 심하다고 보여져서요. 그래서 가장 완성도 있던 에피소드인 양성 사수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결과물 역시 생각만큼의 스케일, 생각만큼의 이야기 구조를 지닌채 완결되었다고 보여지는군요. 묵가의 혁리와 조나라 장수 항엄중의 대결 구조가 이 스토리의 핵심인 만큼 그런대로 이야기 줄기는 잘 잡아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화는 만화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겠지만, 영화는 만화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평민출신 자단을 장군으로 발탁하는 이야기는 원작의 평범한 백성이 양성 사수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보다 설득력도 떨어질 뿐더러 평범한 백성이 전쟁과 평화에 대해 자각을 갖게 된다는 주제를 전혀 표현하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억지로 끼워 맞춘 여성 캐릭터 일열은 만화에서의 혁리 캐릭터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 빼는 것이 나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불필요한 캐릭터들을 배치시키는 것 보다는 차라리 원작처럼 정말로 쪼끄만 성에서 백성들과 똘똘뭉쳐 사수전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더 리얼할 것 같기도 하고요.

또한 만화를 보신 분들이 기대하셨을 혁리와 항엄중의 두뇌싸움이라던가 수성 방법의 논리적인 부분 같은 것 역시 거의 건너뛰고 있고, 특히 주인공이자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인 혁리의 영웅성만 강조될 뿐 민초들을 규합하는 부분이나 묵가의 사상을 전파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 무지하게 떨어져서 영화 내내 전쟁을 부정하지만 결국 전쟁영웅에 머무르는 평면적인 캐릭터로 전락해 버린 것이 제일 아쉽더군요. 마지막 부분에서 모략이 오가는 것은 좋았지만 외려 영화의 주제의식을 떨어트릴 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실망했던 것은 영화의 스케일이었습니다. 조나라의 십만 대군이 쳐들어 오는 거대한 스케일은 한 5분 나오고 결국 조나라 결사대 천명만 남는 것이 주요 전개가 된다는 것, 한마디로 말해 스케일이 100분의 1로 주는 전개가 만화와는 다르게 너무 급작스럽게 이루어 지기 때문에 뭔가 좀 스펙터클한것을 기대했지만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군요. 정말 예고편에 나온 것이 스펙터클의 전부인거 같아요.

어차피 어둠의 경로로 본 것이라 군말하기 어렵지만 솔직히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고 밖에는 말 못하겠네요. 두뇌싸움이나, 깊이있는 주제의식이나, 아니면 스케일이던가 하나의 꼭지만 확실히 보여 주었어도 더 완성도 높은 영화가 되었을텐데 말이죠.

아울러 합작 영화답게 국내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관심거리였는데 안성기씨의 항엄중 역할은 실미도의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긴 하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은 "날 쏘고 가라" 그대로더군요) 그런대로 무난했다 보여집니다. 그리고 슈퍼 주니어라던가? 최시원이라는 친구가 연기한 양왕 아들 양적은 스티븐 시걸의 연기, 즉 표정이 어떤 장면에서도 절대 바뀌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성우 더빙 덕인지 그런대로 볼만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