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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0

세계추리명작단편선 - 하서출판사 : 별점 4점

하서출판사에서 70년대에 간행된 세계 추리 명작 전집 중 한권으로 여러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추리소설 초창기 작품들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으로 재미와 수준이 아주 뛰어난 작품들로 엄선되어 있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어요. 지금은 좀 구하기 힘들어진 작가들의 비중이 높은 것 역시 마음에 든 점이었고요.

다른 곳에서도 많이 소개된 초유명 작품들 몇편도 실려있는 것은 약간 아쉽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걸작들이니 납득할만 합니다. 오래된 낡은 책이기에 수반되는 편집, 장정, 번역 문제를 제외하고 수록작품들의 퀄리티만 따진다면 별점 5점은 충분하겠죠. 어쨌건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어요.

개인적인 베스트를 꼽자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순수한 희소성 측면에서 최고 작품은 로버트 바의 "건망증 있는 사람들"과 윌키 콜린즈의 "사람이 오만하면", 그리고 로드 던세이니의 "두병의 소오스"를 꼽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희귀 고전 걸작을 새로 간행하면 어떨까 싶어서 저만의 리스트를 한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혹 출판사 관계자가 보신다면 한번 고려해 보셨으면 합니다. FTA 체결로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후 50년 이상이면 저작권이 풀리는 당장의 국내 현실에 맞춰본 것이죠. 이 단편집 위주이긴 하지만 몇몇 작품은 다른 작품에서 뽑아와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번역은 다시 해야겠지만요.
-추리소설의 여명기 걸작선-
토마스 버크 (1886~1945) "오터모울씨의 손"
로버트 바 (1850~1912) "건망증 있는 사람들"
윌키 콜린즈 (1824~1889) "사람이 오만하면"

-기묘한 맛, 추리소설의 색다른 재미-
로드 던세이니 (1878~1956) "두병의 소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893~1957) "의혹"

-셜록홈즈의 라이벌들-
스미스 어네스트 브래머 (1869~1942) "연립주택의 참극" (장님탐정 맥스 캐러더스) 또는 그외 (브룩밴드 장의 비극)
멜빈 데이비드 포스트 (1871~1930) "둠도프 사건" "나보테의 포도원" (서부개척시대 탐정 엉클 애브너) 또는 그외
로널드 A. 녹스(1888~1957) "밀실의 수행자" (비밀탐정 마일즈 브랜든)
체스터튼 (1874~1936) "날개달린 단검" (브라운 신부 시리즈) 또는 그외
오르치 백작부인 (1865~1945) 더블린 사건 (구석의 노인 시리즈) 또는 그외
잭 푸트렐 (1875~1912) "정보누설" (사고기계 반 두젠 시리즈) 또는 그외 (13호 독방의 문제)
아더 모리슨 (1863~1945) "렌턴관 도난 사건" (사립탐정 마틴 휴이트 시리즈)

크리스티 여사의 "야앵장"
한 여성의 의혹과 생존을 위한 속임수를 다룬 소품. 심리묘사가 정말로 흥미진진한 걸작입니다.
 
토마스 버크 "오터모울씨의 손"
추리소설 초창기 최고 걸작 중 하나. 이유는 아주 획기적인 트릭이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이후 여러 후대 작품들에 인용된 걸작 트릭이죠.

로버트 바아 "건망증 있는 사람들"
유머 미스테리. 은화 위조단 추적으로 비롯된 사건이 기발한 사기 사건으로 연결되는 구조도 신선하고 트릭과 전개 역시 유쾌하고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스미스 어네스트 브래너 "브룩밴드 장의 비극"
장님탐정 맥스 캐러더스 시리즈. 시리즈 최고 작품 중 하나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과학적이고도 신선한 트릭이 등장한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단, 맥스 캐러더스가 장님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설정상 감점요소가 좀 있고 결말이 좀 개운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하여간 이 작가는 전개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

로드 던세이니 "두병의 소오스"
로얄드 달이나 스텐리 엘린류의 "기묘한 맛" 류의 작품. 지금 읽어도 굉장히 충격적이고 기발한 결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화자를 통해 전개하는 작품의 스토리텔링이 무척이나 빼어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멜빈 데이비슨 포스트 "둠도프 사건"
서부개척 탐정 엉클 애브너 시리즈입니다. 이 작품은 동서 문고 시리즈로도 접할 수 있죠. 하나님 어쩌구 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전개는 짜증나지만 기발한 트릭만큼은 일품이었습니다.

G.K 체스터튼 "기묘한 발소리"
브라운 신부 시리즈. 지금은 정식 간행되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시리즈 최고작이라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좋은 작품이죠.

로널드 K 녹스 "밀실의 신비주의자"
밀실 트릭의 새로운 지평을 열은 단편. "김전일" 시리즈 중 한편인 <이진간촌 살인사건>의 서브트릭으로 사용될 정도로 추리 소설계에 유명한 트릭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작품이죠. 지금 읽는다면 트릭이 좀 뻔해보이기도 합니다만...

휴 월폴 "은가면"
착한 부인이 자신의 선행에 의해 파멸해 나가는 과정을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그린 독특한 작품. 이색적이고 좀 서늘한 유머가 있는 작품입니다.

윌키 콜린즈 "사람이 오만하면"
전체가 서간문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진행에 추리소설로 나무랄데 없는 전개를 가진 걸작입니다. 유머러스한 문체까지 곁들여진 초기 영국 추리 문학계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죠.

E.B 오르치 "더블린 사건"
구석의 노인 시리즈. 역시 동서문고로 간행되어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최고 걸작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발상의 역전이 기발한 작품으로 당대의 명탐정의 반열에 오른 구석의 노인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A.모리슨 "렌턴관 도난사건"
탐정 마틴 휴이트 시리즈. 역시나 추리소설 역사에 남을만한 멋진 트릭이 등장합니다. 또한 이 트릭을 풀어내기 위한 단서도 굉장히 합리적이라 단편 추리소설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덧붙이자면 아주 오래전 <세계의 명탐정 50인>에 등장했던 바로 그 트릭입니다. 전개가 조금 밋밋한 것이 약간 아쉽네요.

도로시 L 세이어즈 "의혹"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니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한마디로 걸작.

2020/11/14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2 : 모래시계 외 - 로버트 바 외 / 이정아 : 별점 2.5점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2 : 모래시계 외 - 6점
로버트 바 외 지음, 이정아 옮김, 박광규/코너스톤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두 번째 권입니다.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 문학의 초기인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반 발표되었던 단편들이 수록된 앤솔러지입니다.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과 마찬가지로 정가 할인되었기에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셜록 홈즈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탐정들 등장이 많은게 이채롭습니다. 유명한 외젠 발몽, 마틴 휴잇을 비롯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당대 탐정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산사나이, 자연인 명탐정 노벰버 조와 초창기 퇴마 탐정 플랙스먼 로우는 독특해서 인상적이더군요. 플랙스먼 로우는 시리즈를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하지만 수록작들 수준이 모두 높지는 않습니다. 셜록 홈즈의 영향을 짙게 받은, 모방작이 많은 탓입니다. 시대와 유행에 충실했지만, 뛰어넘지는 못한 셈이지요. "두 개의 양념병"이라는 걸작이 수록되어 있기에,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수준 이하 작품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가 인하된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에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고전 추리 소설 애호가시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기 전 참고하세요.

"거브 탐정, 일생 일대의 사건"

파일로 거브는 마대 자루에 꿰메어진 채 익사한 헨리 스미츠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나섰다. 그의 활약을 모든 리버뱅크 주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브 탐정은 피해자가 끊어진 전구를 쥐고 있었던 사실에 주목하는데...

도배 및 인테리어 사업을 하면서, 통신 교육으로 탐정이 된 파일로 거브가 활약(이라고 쓰고 좌충우돌이라고 읽는)하는 시리즈 단편입니다.

통신 교육을 받은 탐정은 "탐정 피트 모란"이 유명합니다. 그런데 피트 모란은 겉에 드러난 것들만 1차원적으로 해석하는 단순한 인물이었습니다. 고민따위는 하지도 않지요. 당연히 추리보다는 코미디가 핵심인 이야기 들이었고요. 이 작품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탐정에 대한 희화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요. 마을 주민 모두가 변장이라는 걸 알아채는 변장을 한 뒤 탐문 수사에 나선다던가, 파일로 거브가 펼치는 수사를 마을 주민 모두가 지켜본다는 등의 묘사 등이 그러합니다.

그래도 "피트 모란" 보다는 조금 낫습니다. 웃음거리를 제외하면, 나름대로는 추리물이기 때문입니다. 작 중 기묘하게 죽었던 헨리 스미츠 사건의 결정적 단서는 피해자가 쥐고 있던 전구였으며, 거브 탐정은 피해자가 "어디서 전구를 갈았는지?"를 파악한 뒤 피해자의 작업실로 올라가 전구를 가는 동작을 따라하다가 진상을 알게 되거든요.
피해자는 자신이 만든 '양고기 자동화 포장 기계'로 넘어져 마대 자루로 포장된 뒤 강물로 던져졌던 겁니다. 단서를 찾고, 추리한 뒤 추리를 검증한다는 순서만큼은 제대로 지키고 있는 셈이에요. 추리라기 보다는 겉에 드러난 단서를 '추적'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넓은 범주의 추리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대단한 추리는 아니며, 흡사 "월레스 앤 그로밋"을 연상케 하는 황당무계한, 일종의 다고베르트 머신같은 기계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퀸의 정원"에서도 언급되긴 했는데, 단지 '역사적 중요성'에 대해서만 점수를 받았을 뿐입니다. 당연합니다.

"두 개의 양념병" 

로드 던세이니가 1934년에 발표했던 작품으로 장르 문학을 사랑하시는 모든 애호가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실 고전 걸작 단편입니다. 마지막의 의외성이 돋보이는, 이른바 '기묘한 맛' 장르의 대표작이지요.

이전에 다른 앤솔러지에서 읽었었는데, 정통 추리물 성격이 강할 뿐더러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분량이 충실해서 놀랐습니다. 이는 마지막 반전을 훨씬 돋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상세한 묘사를 통해 반전을 탐정역인 린리 씨가 룸 메이트인 스메더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은근히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스메더스는 살인 용의자 스티거가 구입했다는 양념 '넘누모'를 파는 행상인이라서 린리씨는 샐러드에 뿌려먹게 넘누모 좀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스메더스는 거절합니다. "고기와 짭짤한 음식에만 뿌려 먹는 겁니다"며, 잘 모르고 채소에 뿌려 먹더라도 "두 번은 안 하죠"라고요. 이 말로 진상이 드러납니다!

2주일 동안 고기를 어떻게 보존했을지, 뼈와 정말 먹을 수 없는 내장 같은 부산물은 어떻게 처리했을지 등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는 합니다. 그래도 후대에 많은 영향을 준 고전 걸작임에는 분명해요. 제 별점은 4.5점입니다. 린리 씨와 스메더스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백작의 사라진 재산" 

외젠 발몽 시리즈 단편으로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에도 수록되었던 작품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트릭이 황당해서, 이전만큼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인지 잘 모르겠네요. 지금 주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모래시계" 

버트럼 이스트퍼드는 골동품상에서 오래된 모래 시계를 구입했다. 시계는 30분 정도 지나면 시간이 멈추는 문제가 있었다. 그날 밤, 모래 시계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던 (?) 버트럼 앞에 옛날 군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그 모래 시계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며, 190여년 전 자신이 참전했던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과 시계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는데...

표제작으로 저자는 '외젠 발몽' 시리즈 작가인 로버트 바인데, 작품은 외젠 발몽 시리즈와는 관계없는 역사 판타지입니다.

일단, 모래 시계 소유권을 주장하던 캐스퍼 센토어 중위가 해 준 전쟁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중위는 장군으로부터 기습 공격 작전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모래 시계가 멈춘걸 몰라서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작전 실패 후 체포되었습니다. 장군은 '모래 시계 모래가 다 떨어지면 총살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자리를 떠나고요. 그러나 모래 시계가 멈춘 탓에 총살을 집행할 수 없었고, 장군도 그 사실을 확인한 뒤 총살 지시를 철회한다는 내용입니다. 긴박하면서도 왠지 모를 유머, 여유가 느껴지는 좋은 이야기였어요.

그러나 설명되지 않는게 너무 많았어요. 캐스퍼 센토어 중위가 어떻게 버트럼 앞에 나타났는지부터 이유 불명이니까요. 왜 모래 시계가 파괴되고 중위는 사라졌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서야 버트럼 이스트퍼드가 꾼 꿈이라고 해도 될 정도에요. 그래서 점수는 2.5점입니다. 여러모로 마무리가 아깝습니다.

"일곱 명의 벌목꾼" 

노벰버 조를 벌목꾼 막사 책임자 클로즈 씨가 찾았다. 작년에 나타났던, 벌목꾼을 대상으로 강도 행각을 벌이는 검은 가면이 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클로즈 씨로부터 범인 체포를 부탁받은 조는 파트너 쿼리치와 함께 막사로 향했다. 다음날, 강도를 막기 위해 여섯 명이 뭉쳐 떠났던 인부들이 강도를 당했다며 돌아 오는데...

탐정 노벰버 조 시리즈 단편입니다. 노벰버 조는 깊은 산 속에서 일하는 벌목꾼이라는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이지요.

전개 방식은 셜록 홈즈와 동일합니다. 주어진 단서를 통해 귀납적 추리를 펼쳐 범인을 잡아내니까요. 여섯 명 벌목꾼이 차를 마셨던 주전자를 깨끗이 씻은 행동 등 보통 사람은 생각하기 힘든 사소한 일이 단서가 된다는 점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이 마신 차에는 수면제가 들어있었고, 그걸 숨기기 위해 주전자를 씻었던 겁니다.

그러나 자질구레한 단서가 범인을 드러내는건 아닙니다. 범인을 드러내는건 돈을 숨겨 놓았을 막사를 해체한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 덕분이거든요. 이에 놀란 범인을 현장에서 잡는게 전부입니다. 차에 수면제가 들어있던건 분명해서, 그걸 씻으나 안 씻으나 별 차이가 없었고, 범인이 특정 시간에 개울가에서 무슨 짓을 했건 별로 중요한 단서가 아니에요.

결론적으로 완성도는 그닥이었습니다. 셜록 홈즈 흉내를 내고는 있지만, 그 수준은 한참 미치지 못해요. 벌목꾼이라는 직업이 유용하게 사용돼지도 못했고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퀸의 정원"에서 부여한 가치도 역사적 중요성과 초판본 희귀성 뿐입니다. 엘러리 퀸도 '오지 탐정' 이라는 개념 도입만 높이 평가한 셈입니다.

"유령 저택의 비밀" 

잘 생각해보게. 톡톡 두드리는 소리, 흐물흐물한 물체 그리고 밴 뉘센 씨가 트리니다드섬에 살았다는 사실을 말이지. 또한 거기에 덧붙여 이 단 하나의 발자국까지 잘 생각해보게 뭔가 번쩍하고 해답 같은 게 떠오르지 않나?" 

심령학에 정통한 '퇴마 탐정' 플랙스먼 로우가 등장하는 단편. 심령 현상도 과학과 추리로 풀어낸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습니다. 톡톡 두드리는 소리, 흐물흐물한 물체 그리고 밴 뉘센 씨가 트리니다드섬에 살았다는 사실을 통해 그가 나병에 걸렸다는걸 추리해 내는 과정도 합리적이었고요.

그러나 진짜 유령이 나온거라는 결말 만큼은 영 별로네요. 이 정도까지 추리로 풀어내었다면, 사람이 꾸민거라는 진상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이디어는 좋고, 추리도 볼만하지만 앞서 설명드렸듯 진상, 결말 때문에 감점합니다.

"레이커 실종 사건"

은행에서 수금을 담당하던 사원 레이커가 실종되었다. 그는 1만 5천 파운드를 지닌 채였다. 경찰은 그가 돈을 가지고 도주한걸로 판단했지만, 마틴 휴잇은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진상을 밝혀낸다.

사립탐정 마틴 휴잇 (휴이트) 시리즈 단편입니다. 마틴 휴잇은 셜록 홈즈 시리즈가 연재된 스트랜드 매거진 출신 탐정으로 셜록 홈즈의 라이벌 중 한 명이지요. 그래서인지, 작품은 전형적인 셜록 홈즈 스타일입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탐정이 사건을 조사하여 추리 한 뒤, 경찰과 다른 결론을 내린다는 내용이니까요.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추리한 결과가 의외라는 전개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도 셜록 홈즈의 라이벌답게 추리적으로는 꽤 괜찮습니다. 수금할 때 레이커를 제대로 바라본 은행 직원은 거의 없었다, 은행 중 한 곳은 입구가 수리 중이었다는 수금 당시 정황, 그리고 레이커가 파리행 표를 살 때 본명을 댔고 독특한 우산만 채링크로스 역에 남겨졌다는 도주 정황을 통해 마틴 휴잇은 수금을 한 레이커는 변장한 가짜라고 추리하는데 이는 합리적입니다. 발표 당시에는 의외성있는 반전이었을 테고요.

하지만 마틴 휴잇이 진범을 알아내는건 작위적입니다. 레이커 이름이 적힌 우산 속 광고지가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요. 광고지만 없었더라도, 이 범행은 완전 범죄가 되었을거에요. 광고 내용도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범인들에게 진범이 자기 집으로 오라고 광고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지요. 최소한 암호 정도는 써 줬어야 합니다. 이럴 거라면 마틴 휴잇이 구태여 발품을 팔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신문 광고란 속 수상한 광고만 보아도 되잖아요?

그리고 마틴 휴잇 캐릭터도 문제에요. 유명세에 비하면 별다른 매력은 없기 때문이에요. 이름만 바꾸면 셜록 홈즈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전형적이더라고요. 후대에 그나마 이름을 남긴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은 다들 차별화된 특징들이 있었지요. 도둑인 뤼뺑을 비롯해서 장님인 맥스 캐러도스, 이름도 모르고 정체도 모르는 안락의자 탐정 구석의 노인, 멋드러진 별명만큼은 길이 남은 밴 듀슨 (반 두젠), 법의학 탐정의 시조인 손다이크 박사처럼요. 물론 독특하다고 해서 역사에 길이 남는건 아닙니다. 아마추어 괴도 탐정 래플스처럼 지금은 잊혀진 존재도 허다하지요. 그러나 이는 작품 수준이 기대 이하였던 탓입니다. 마틴 휴잇 시리즈는 추리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만큼, 마틴 휴잇만의 개성과 매력을 더하지 못한게 아쉽기만 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셜록 홈즈 스타일을 잘 따르고 있는,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이야기지만 단점이 명확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바다 건너온 살인자"

로프터스 디컨 씨가 자택의 하치만 성상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현장은 거의 밀실이었다. 다음날 아침, 고인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헨리 콜슨 씨는 명탐정 호러스 도링턴에게 사건을 의뢰했고 둘은 함께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헨리 콜슨 씨는 고인이 애지중지했던 '마사무네 검'이 사라졌다는걸 알아챘다. 그 검은 일본인 게이고 가나마로가 되찾기 위해 부탁과 협박을 반복했던 과거가 있었다. 가나마로는 원래 검의 소유주 아들로, 아버지 영전에 검을 바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 헨리 콜슨 씨는 게이고 가나마로가 일본으로 돌아갈 표를 예약했다는걸 알아내는데...

아서 모리슨이 쓴 단편인데 의외로 마틴 휴잇 시리즈가 아니네요. 내용은 전형적인 셜록 홈즈 스타일로, 마틴 휴잇이 등장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겁니다. 등장하는 명탐정 호러스 도링턴이 마틴 휴잇, 셜록 홈즈와 구분되는 특별한 매력이나 특기, 특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볼만 했습니다. 추리가 진행되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단서도 공정한 편이거든요. 약간의 범인 심리 분석도 눈길을 끄는 요소였고요. 디컨 씨는 외출했다가 급한 용무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때 집 안에 있었던 누군가가 범인이었을테고요.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집 안으로 들어왔을까요? 경찰은 침실 창문을 주목했지만, 도링턴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침실 창문으로 들어왔다면, 디컨 씨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침실로 향했을테고, 그곳에서 범행이 일어났을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요. 그리고 도링턴은 하치만 성상이 집에 들어온 날 범행이 일어났고, 성상이 원래 있던 상점에서 물건이 없어지고 부서진 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통해 '하치만 성상 안에 누군가 숨어서 잠입했다'고 추리하지요. 물건 안에 범인이 숨는 이야기는 많을테지만, 이 정도면 꽤 설득력있는 이야기였다 생각되네요. 범인 카스트로를 특정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볼 만 했습니다.

게이고 가나마로를 유력한 용의자로 등장시킨 전개도 좋습니다. 앞서 피해자가 집착했다는 마사무네 검과 보라빛 옻칠 세공품 소개를 통해 가나마로가 한 말 - 큰 돈을 들여서 겨우 검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의미 - 의 뜻이 드러나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 외에 여러가지 일본 물품에 대한 설명도 그럴듯 했습니다.

물론 하치만 성상 무게에 대해 좀 대충 넘어가고 있기는 합니다. 사람 한 명 무게가 추가되었다면 이상함을 느끼는게 당연했을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범행을 저지른 카스트로가 다시 성상에 숨은 뒤 몰래 빠져나갈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한 몫 잡아서 도주 자금을 마련하는게 상식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단점은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추리적으로는 빼어난 점이 분명 있고요. 탐정이 조금만 더 매력적이었다면 역사에 남을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날 밤의 도둑"

프로비던트 은행 지점장 아일랜드가 텅빈 금고를 보고 혼절했다. 그런데 경비원 제임스 페어베언은 전날 밤, 지점장 아내인 아일랜드 부인이 지점장실을 향해 남편을 부르는걸 목격했었다. 아일랜드 부인은 그 사실을 부정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지점장이 지점장실 문을 통해 금고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건강을 회복한 뒤, 범행 시간에 있었던 완벽한 알리바이를 입증했다. 그리고 그의 재산 상태는 완벽해서 금고 돈을 훔칠 필요가 없다는게 드러나는데...

'구석의 노인' 단편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아해서 여러 편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낯서네요. 이전 다른 단편집 수록작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다른 단편집에서 빠진게 이해가 되더군요. 단순하고 뻔한 탓에 재미없고 지루했습니다. '지점장은 범인이 아니다', '지점장 아내는 거짓말을 해가며 누군가를 감싸주려 한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 결론은 쉽게 추리할 수 있어요. 범인은 바로 아일랜드 지점장의 아들이었던 거지요. 아들이 사건 발생 후 은행을 바로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도 이 추리를 뒷받침하고요. 이 정도 사건을 구석의 노인에게 의지하는 버튼 양은 너무 무능력한게 아닌가 싶네요. 경찰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좋아하는 시리즈의 미번역 초역을 읽어보았다는 의미 외에는 딱히 건질게 없었습니다.

"대리 살인" 

작가는 M.M 보드킨입니다. 작가는 영국에서 판사까지 역임했던 법조인이었다네요. 그래서인지, 클라이막스는 법정 공방이더군요. 정식 법정은 아니고, 검시이긴 합니다만 배심원이 배석하고, 변호사가 반대 심문을 하는 등 정식 법정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법정 미스터리라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밀실에서 구식 전장총이 발사된 장치 트릭입니다. 물병을 돋보기처럼 쓴 게 진상이고요. 엉클 애브너 시리즈인 "둠도프 사건"으로 익숙한 트릭이지요. 엉클 애브너는 1918년 발표되었으니 이 작품이 원조일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작가 보드킨과 탐정 폴 벡이 포스트와 명탐정 엉클 애브너만큼 알려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원조로서의 영광은 커녕, 잊혀져 버린거지요.

읽어보니 잊혀진 이유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소설 완성도가 별로인 탓입니다. 우선 쓸데없는 묘사가 많고 장황합니다. 에릭 네빌이 정원으로 나가 복숭아를 먹는 묘사가 2페이지에 걸쳐 설명될 이유는 없어요. 그에 비해 추리적인 부분, 트릭은 대충 넘어가는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에릭 네빌이 압박에 못 이겨 자백하고 쓰러진다는 결말은 최악이었어요. 트릭이 간파되었다 하더라도, 실수인지 살의가 있었는지 증명하는건 쉽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에릭 네빌이 정말로 목이 말라서 물병을 그곳에 놓았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엉클 에브너 시리즈가 훨씬 좋은 작품입니다.

2003/03/24

암호 미스터리 걸작선 - 0. 헨리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별점 2.5점

암호 미스터리 걸작선 - 4점
0. 헨리 외 지음, 정태원 옮김/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제목 그대로 암호 미스터리를 다룬 단편을 모아놓은 앤솔러지입니다.
기획은 좋지만 영문권 암호 미스테리이기 때문에 한국어권 독자가 그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재미있게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고 홈즈 시리즈 중 하나인 '춤추는 인형'같은것은 이 단편선에 끼기에는 너무 유명하고 알려진 것이고 그 외에도 모험소설이나 유머소설같은 작품들이 끼어 있는 등 단편 선정이 무슨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그러나 접하기 힘들었던 오스틴 프리맨의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 단편인 <문자조합 자물쇠>, 엘사 베이커의 탐정 덱스터 드레이크 시리즈 단편인 <미카엘의 열쇠>와 같은 작품은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엉클 애브너 시리즈로 유명한 멜빈 데이비슨 포스트의 <대암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단순한 암호 트릭물이 아니라 지금의 서술 트릭물의 원조격의 풍모까지 느껴지는 작품이었거든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절반의 성공이었달까요? 기획 자체는 괜찮았고 영어를 잘 하신다면 읽는 재미가 두배 이상이 될 듯 하니 영어에 자신이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8/02/18

에르큘 포아로의 모험 (포와로 수사집) - 애거서 크리스티 / 천두병 : 별점 2점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이하 "공략") 을 읽고 충동적으로 읽기 시작한 여사님의 포와로 시리즈 단편집입니다. "공략" 에서 언급한 수많은 걸작들보다 이 책을 먼저 집어든 이유는 딱 한 가지, 가입한 전자 도서관에서 대여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 읽은 탓에 기억도 없고 리뷰도 남아있지 않아서 처음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네요.
문제는 "동서 추리 문고" 판본인데 원서 대비 "싸구려 아파트의 모험" 등 여러 작품이 빠져있고, "요리사를 찾아라" 라는 다른 단편집 수록작이 실려 있으며, 뒤에는 장편 "구름 속의 죽음"이 합본되어 있는 엉망진창 구성이라는 겁니다.

하여튼, 읽어보니 크게 두 가지 특징이 느껴집니다. 첫 번째는 "연극" 이라는 요소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공략" 에서 언급한 걸작들처럼 작품 전체가 한 편의 연극으로 다의적인 내용을 품도록 쓰여진 건 아닙니다. 단지 작 중 벌어지는 사건을 한 편의 연극처럼 재구성하여 보여주거나, 사건 해결을 위한 연극을 꾸미는 식 정도로만 쓰입니다. 즉 작품 속 연극을 독자가 작품 속 인물들과 함께 바라보는 정도에 그칩니다. 연극이라는 요소의 외연 확장 없이 단순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으로, 덕분에 작품들이 굉장히 작위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두 번째는 여러모로 초기작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공략"에서 언급한 대로, 홈즈 시리즈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내용의 수준도 지금 읽기에는 여러모로 좀 유치합니다. "공략" 에서 말하는대로 트릭의 완성도가 낮은 탓도 크며, 전개에 있어 전혀 상관없는 인물을 수상하게 묘사하는 등 독자를 속이려는 의도도 눈에 많이 뜨입니다.

결론내리자면, 여사님 작품 치고는 높은 수준이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하지만 나름의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 고전의 향취가 강하며 짤막하게 읽기 쉽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고전 본격 추리 소설에 입문하고자 하는 입문자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전승 무도회 사건" 

크론쇼 백작이 전승무도회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10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와 교제 중이던 여배우 코코도 코카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는데....

포와로와 헤이스팅스가 전통적인 홈즈와 왓슨 구도로 사건을 해결하는 본격 추리 단편입니다. 사건을 의뢰할 뿐 아니라 해결에 도움을 주는 충실한 조력자 역할인 재프 경감은 레스트레이드 경감 포지션이라 할 수 있고요.

하지만 고전적인 설정에 비하면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핵심 트릭이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하는 탓입니다. 작중 묘사만으로는 공정하게 단서가 제공된다고 할 수 없어요. 전개와 설정도 작위적입니다. 코코가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또 아무리 프로 배우라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장을 하는건 위험 부담이 컸을텐데,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는데 말이지요. 또 전개에서 자신만이 진상을 안다며 정보를 툭툭 던지는 포와로의 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홈즈가 연상되어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공략" 에서 설명되었던 여사님의 특기, 즉 "연극을 글로 옮긴" 작풍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 하나는 좋았습니다. 결정적인 추리쇼가 연극이거든요. 하지만 이 역시 작위적이기만 할 뿐, 완성도에는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본격적인 여사님 스타일로 진화하기 직전의 습작같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데이빗 서쳇 주연의 TV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영상물에 더 잘 어울렸을 작품입니다.

"머스든 저택의 비극"

시골 장원에서 사망한 노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공략" 에서 베스트로 꼽았던 작품이죠.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입 속에서 총을 발사하여 총상이 보이지 않았다는 핵심 트릭부터가 기대 이하에요. 검시한 의사가 내출혈로 오진했을 뿐이라서, 의사가 실력만 있었어도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을 겁니다. "의안을 빼고 총을 쏜 후 의안을 다시 집어 넣은" 식으로 총상을 위장했던 "엉클 애브너" 작품 트릭 정도라면 모를까요.
전개도 블랙 대위의 우연한 방문이 사건 해결의 시발점이 되는 등 여러모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지나친 연극조 분위기도 감점 요소입니다.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그야말로 '연극'이 펼쳐지는데 지금 읽기에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유치했어요. 발표 당시에 읽었더라면 고딕 호러 느낌이 전해졌을지 모르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영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을 "공략" 에서 높이 평가한 이유는 딱 한가지, 푸아로의 마지막 말 한마디가 살인자의 냉혹함을 부각하기 때문이라는데 이 장면 하나만으로 베스트로 꼽기는 여러모로 무리입니다. 게다가 "공략" 에서 지적한 장점인 '뛰어난 단편소설만이 지니는, 최소한의 글자 수로 최대한의 충격을 선사하는 순발력의 미학' 을 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냥 포와로의 수다에 불과하니까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백만 달러 공채"

일종의 밀실이라 할 수 있는 항해 중인 여객선에서 백만 달러에 달하는 채권이 도난당했다. 항구에서 완벽에 가까운 수색이 이루어지지만 발견되지 않았고, 채권은 여봐란 듯 시장에서 유통되는데.... 

밀실에서의 소실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트릭만큼은 재미있었습니다. 채권의 실체는 아무도 보지 못했으며, 애초에 채권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대담한 발상이 인상적인 덕분입니다.
일종의 연극 무대와 소품처럼 설명하는 묘사는 단편집 수록작 전체에 공통적인 연극적인 구성을 답습하고 있는데, 다행히 이 작품에서 만큼은 적절한 수준이에요. 여객선이라는 공간이 연극 무대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범인이 너무 뻔하게 드러난다는 단점은 조금 아쉽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클럽의 킹" 

미모의 발레리나를 협박하던 매니저가 살해당했다. 발레리나는 도주 끝에 한 가정집에 구조되는데...

복잡한 인간 관계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공략" 에서 언급했던 여사님 작풍의 특징의 편린이 엿보입니다. 브릿지를 하는데 킹이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진상을 꿰뚫어보는 포와로의 솜씨도 그럴듯 하고요. 우리나라 버젼이라면, "도둑 잡기" 를 하는데 조커가 없었다 정도의 이야기겠지요.

그러나 사건 자체가 범인과 공범들의 연극이라서, 이 쯤 되니 연극 사랑이 지나치지 않나 싶습니다. 동기 및 설정도 작위적이기 짝이 없고요. 무엇보다도 이 정도 상황이라면 경찰이 충분히 범인을 검거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뜨이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집트 왕 무덤의 모험" 

당대 유명했을 투탄카멘의 저주를 추리물로 변주한 작품입니다.

트릭이라고 부를 만한 요소는 딱히 없습니다. 그래도 우연한 사고를 발단으로 원격 조종 살인 등 연쇄 살인을 일으키면서 진짜 의도했던 살인을 그 사이에 감춘다는, "ABC 살인사건"의 원형같은 아이디어가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역시나 과장된 추리쇼 연극이 동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연극 없이도 범인을 잡아내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을텐데 좀 아쉽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랜드 메트로폴리탄 보석 도난 사건"

석유 부호의 아내가 잃어버린 진주 목걸이를 되찾는다는 내용으로 작위적이고 유치합니다. 이유는 이 책 전체를 지배하는 연극조 구성 때문입니다. 불쌍한 프랑스 하녀의 자리비움 시연도 그렇고, 포와로가 카드에 대해 묻는 척 하며 지문을 입수하는 전개, 그리고 진범이 두 명의 유명한 보석 도둑으로 변장한 상태였다는 점 모두가 그러합니다. 현장의 장치를 이용한 트릭도 연극 무대 느낌이 물씬 나고요. 

이야기라도 설득력있게 묘사되었면 모르겠지만 트릭을 알아내는 장면부터 작위적이고, 등장인물이 너무 적어 용의자도 특정 가능할 뿐 아니라 심지어 트릭마저도 유치해서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게다가 남편과 보험을 연결시켜 용의자를 흐리게 하는 묘사도 노골적으로 독자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느껴져서 마음에 들지 않고요.

그야말로 초기작이라는 티가 물씬 나는 졸작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저주받은 상속권" 

고전 추리 걸작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단편입니다. 한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는 저주, 저주를 이용한 냉혹한 살인이라는 설정은 브라운 신부 단편이 떠오르고 어둠 속에서 숨어있다가 살인자를 덮치는 장면은 셜록 홈즈 시리즈(그 중에서도 "얼룩끈")가 떠오르죠.

그런데 전설이 오래 전 부터 계속되어 온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집트 왕 무덤의 모험"에서처럼 현재 시점에서 진행되는 저주나 전설은 지금 시작되었으니까 가능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사건은 후대의 사람이 일으킬 수 없기 때문에 과거에 실제로 저주가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리거든요.

그래도 마지막 포와로의 대사 하나로 평범 이하의 소품에서 작품의 가치가 확 뛰어오릅니다. 저주의 발단이 된 아내의 외도와 자식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의심이 후대에 구현되어 가문과 재산이 넘어갔다는 점에서는 살짝 오싹하기도 하네요. 의처증으로 아내와 아들을 죽인 미치광이에게 어울리는 멋진 마무리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사를 찾아라"

홈즈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요리사가 사라진 사건이 상류층에게 있는 강력 사건보다 못할게 없다는 가정 주부의 의뢰에서 시작되는 도입부부터 범상치 않은 작품입니다. 실종된 요리사와 거액을 지닌 채 도주한 은행원을 연결시키는 전개도 일품이고요.

그런데 몇 가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낡은 트렁크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수고를 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며, 부인이 의뢰를 취소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는 겁니다. 남편이 범인이 아니라면 구태여 의뢰를 취소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래도 평균 이상은 되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웨스턴 스타"

사라진 보석 "웨스턴 스타"에 관련된 진상을 풀어내는 이야기로 지나친 억측이 가득한 작위적인 작품이라는, 이 대부분의 단편집 수록작들이 갖춘 단점을 아주 정확하게 갖춘 작품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배우들이며, 핵심 트릭이 연극이라는 점은 이제 지겹기까지 하네요. 

그나마 앞서 다른 작품에서 말씀드렸듯 연극적이라도 설득력있게만 전개되었다면 조금 괜찮았겠지만 이 작품 속 연극은 각본이 너무 부실합니다. '수수께끼의 중국인' 이라니! 변장을 너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요.

한마디로 점수를 줄 부분이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구름 속의 죽음" 

이전에 리뷰를 남겼던 작품이죠.

** 그리고 이 책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다른 "포와로 사건집" 수록작들 리뷰를 덧붙입니다. 별도로 구해 읽었습니다만, "싸구려 아파트의 모험", "베일을 쓴 여인", "사라진 광산", "초콜릿 상자" 는 아직입니다. 나중에라도 읽으면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납치된 총리" 

영국 총리가 실종된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세계 정세를 소재로 꽤나 거대한 음모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그닥이에요.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데 지극히 억지스럽거든요. 조작이 너무 쉽다는 맹점도 있고요. 총리가 저격당하는 등의 사고가 있었는데 조치도 너무 대충인 등, 여러모로 평균 이하의 졸작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사냥꾼 별장의 모험" 

헤이스팅스가 현장에서 발로 뛰고, 포와로는 간단한 정보만으로 진상을 추리해내는 안락의자 탐정물입니다.

전형적인 홈즈, 왓슨 컴비 단편이 떠오릅니다. 설정부터가 "바스커빌 가의 개"와 똑같으니까요.
하지만 완성도는 홈즈 시리즈에 미치지 못합니다. 진범이 원래 배우 출신으로, 1인 2역 연기를 했다는 것인데 경찰의 수준(더불어 헤이스팅스까지)이 의심되는 유치한 트릭에다가, 정점에 달한 연극 사랑도 너무한 수준입니다. 범인들이 구태여 포와로에게 사건을 의뢰하여 긁어 부스럼을 만든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요.

고전 향취 물씬 풍기는 도입부와 분위기는 마음에 들지만 그 외에는 건질게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데이븐하임 씨 실종 사건" 

저명한 은행가의 실종 사건 해결을 걸고 재프 경감과 내기를 한다는 이야기로, 재프 경감의 끈기있는 수사보다 자신의 추리가 더 확실하다고 자부하는 포와로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눈 같은걸 쓰는 것 보다 눈을 감고 생각하는게 더 낫다"는 말로 대표되는, 자존감이 극히 높은 자부심 덩어리 포와로 캐릭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어요.

전개도 일품입니다. 홈즈 시리즈인 "입술 비뚤어진 사나이" 와 별다르지 않은 진상은 대단치 않고, 트릭도 변장 트릭에 불과하다는 단점은 크지만 전개하면서 드러내는 정보들을 통해 이를 설득력있게 꾸며내는데 성공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가장 완벽하게 실종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아이디어도 아주 괜찮았고요.

데이븐하임 씨는 배우도 아니고, 얼굴도 잘 알려져있는데 지나치게 변장을 맹신해서 설득력이 낮아진건 아쉽지만 가벼운 소품으로 읽을만은 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잃어버린 유언장 사건" 

돌아가신 큰아버지와 거액의 유산을 두고 승부를 벌이는 바이올렛 마쉬양의 의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산을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내용과 다른, 뒤에 쓰여진 유언장을 찾아내는 일종의 보물찾기인데, 여러모로 문제가 많습니다. 모호한 말에서 찾아내야 하는게 유언장이라는걸 짚어내는 첫 과정부터 애매하고, 유언장을 찾아내는 과정의 설득력도 지극히 낮은 탓입니다. 불에 가져다 대어야 보이는 잉크라는 단서는 아무데도 없다는 점에서는 추리가 아니라 초능력의 영역이 아닐까 싶고요. 게다가 헤이스팅스도 지적했지만, 둘만의 승부에 포와로가 끼어든 자체도 반칙이라 생각됩니다.

여러모로 단점만 도드라지는 수준 이하의 작품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이탈리아 귀족의 모험" 

이탈리아 귀족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사냥꾼 별장의 모험" 과 같은 개념, 트릭의 작품입니다. 목격자가 범인으로 위증을 했다는게 진상이니까요.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변장보다는 그래도 공들인 연출이 들어가 있으며, 진상을 알게 만드는 "수플레" 라는 단서도 나름 공정히 제공되고 있습니다. 커피에 대한 언급만 빼고 말이죠(커피는 전혀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화가 어디서 걸려왔는지? 라는 결정적 단서를 경찰이 미리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범인이 이런 사실도 간과하고 엉터리 알리바이 공작을 꾸민게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에요. 발표 시점에는 신고 전화의 출처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던걸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쁘지도 않지만 단점도 명확한 평작입니다.

2006/12/19

눈먼탐정 캐러더스 - 어네스트 브래머 / 장미경 (자유추리문고 26) : 별점 2점

20세기 초반, 추리소설의 여명기에 명탐정 홈즈의 대성공 이후 여러 매거진, 신문 등을 무대로 하여 여러 탐정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연재물이라는 특성탓인지 단편이라는 형식이나 트릭 중심의 전개 및 추리적인 장치, 방법 모두가 비슷비슷한 도토리 키재기 식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작품의 형식보다는 기본 설정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 중에서도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에게 직업이나 외모, 그 외의 여러 장치로 특징적 요소를 부여한 작품이 제일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설정 놀이가 창작하기에 가장 쉬운 탓이었겠죠.
간단한 예를 들어도 서부 개척시대의 탐정인 "엉클 애브너" 라던가, 이름마저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의 인물 "구석의 노인", 신부님인 "브라운 신부", 천재 교수 "반 두젠", 괴도 "뤼뺑" 등등등 셀 수도 없습니다.

이 눈먼탐정 캐러더스 역시 당시 쏟아져 나온 탐정들 중 한명으로 셜록 홈즈와 차별화 되는 요소는 제목 그대로 "장님"이라는 특징 정도입니다. 같은 장애인 탐정으로는 유명한 귀머거리 탐정 드루리 레인이 있는데 레인은 독순술 덕에 일상 생활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는 설정이었죠. 캐러더스 역시 눈 역할을 하는 충실한 관찰자 하인 퍼킨슨이 있어서 추리적으로 모순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촉각으로 편지나 메모지의 글귀를 읽어내기까지 하니까요. 또한 장애인이기에 다른 감각이 발달했다는 식으로 놀라운 추리력의 이유를 제시합니다. 이 작품집에서도 남다른 촉각과 후각, 청각에 의존하는 단편이 몇 편 있을 정도거든요. 뭐 과학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지만요.

이 단편집은 이러한 장애인, 장님 탐정 캐러더스의 기념할 만한 데뷰작을 비롯해서 전 단편집 세 권에서 가려 뽑은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단편들 하나하나를 본다면 썩 좋은 작품들은 아닙니다. 전에 하서판 걸작선에서 읽었던 대표작 "브룩밴드 장의 비극"은 좋은 작품이었기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솔직히 실망했어요.
일단 주인공이 장님이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기도 힘들고 장님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탐정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탓이 큽니다. 이래서야 차별화를 위해 억지로 장님이라는 설정을 가져다 붙인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지요. 드루리 레인은 최소한 "최후의 비극"에서 귀머거리라는 것을 결정적 트릭으로 써먹었는데 말이죠. 

또한 추리적으로 그다지 정교한 장치는 없다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이야기의 논리는 굉장히 합리적이지만 세밀한 복선이나 반전 없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구조라서 기복이 별로 없고, 드라마도 재미가 없어요. 무엇보다도 사건이 너무 시시합니다. 추리라는 것이 성립될만한 사건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별로 흥미롭지도 않고요. 

그 외에도 상황 설명으로 너무 긴 분량을 끌고 나가는 탓에, 진상을 밝히는 실제 추리는 굉장히 비중이 적다는 점도 감점 요인입니다. 정작 중요한 내용이 별로 없어요. 결말도 엄청나게 한심스럽고요. 이런 점에서는 사건의 전개에만 치중할 뿐, 결말은 대충 생각했던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본 이야기가 아닌 부수적 사건이 훨씬 인상적인데, 차라리 보다 가볍고 쉬운 이야기로 꾸며 나가는 것이 더욱 좋았을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이색적이고 매력적인 탐정을 창조해 낸 성과는 있지만 단지 그뿐인, 셜록 홈즈의 인기에 편승한 조잡한 기획물에 불과한 실망스러운 수준의 작품입니다. 홈즈와 동시대, 같은 공간에서 호흡했던 다른 명탐정을 만난다는 역사적 의미, 그리고 당시 시대 상황을 소설을 통해 접하는 재미 외에는 건질게 없습니다. 물론 셜록 홈즈도 졸작이 있긴 하지만 걸작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캐러더스는 그정도 포스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당대의 아류작일 뿐입니다.

그래도 딱 한 편, "연립주택의 참극"이라는 괜찮은 작품이 실려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작품 하나는 홈즈 시리즈 최고 걸작과 비교해도 별로 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다른 수록작들이 다 별로라는 거지만요. 수록작별 간단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디오니소스 은화

사립탐정 캐러일은 의뢰받은 사건 때문에 디오니소스 시대의 은화 감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문가인 리치먼드에 거주하는 윈 캐러더스를 방문했는데, 그가 과거의 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캐러더스는 캐러일에게 사건의 개요를 듣고 곧바로 사건의 진상을 풀어내는데... 

사건을 의뢰하러 오는 역의 사립탐정 캐러일, 장님이자 부유하며 뛰어난 추리력을 지닌 캐러더스, 그리고 캐러더스의 하인이며 엄청난 관찰력의 소유자인 퍼킨스 등 주요 설정과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캐러더스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그러나 설정과 캐릭터 소개가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이고 정작 사건 이야기는 단 몇 페이지에 걸쳐 짧게 언급될 뿐이라 추리적으로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진상에 관한 이야기를 캐러더스가 이미 경험했다는 결말이 너무 맥빠져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스트래스웨이트경 부인의 간지 (간교한 지혜) 

보험회사는 진주목걸이 도난 보험에 가입한 스트래스웨이트 경 부인의 목걸이 재감정에 나섰다. 감정인이 교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처음의 진주목걸이와 재감정한 목걸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캐러일에게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곧바로 목걸이는 도난당했고, 캐러일과 캐러더스는 사건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 부부를 방문했다. 그리고 캐러더스는 곧바로 목걸이가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 

당시 유행인가요? 방탕하고 가난한 귀족 이야기는 굉장히 진부할 뿐더러 이야기의 중심인 목걸이 도난 사건 역시 너무 간단한 사기극이라 조금 유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사건의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 되는 단서 역시 빈약하기 짝이 없고요. 첫 작품에서의 단점인 배경과 캐릭터 소개 부분이 많고 정작 사건 이야기는 비중이 적은 단점 역시 여전합니다.

매싱검 장의 유령 

매싱검 장 11호실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가스를 잠갔음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가스등이 켜졌고, 욕실에서 물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캐러일은 사건 조사를 위해 부하를 잠복시켰지만 부하 역시 유령임에 분명하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캐러일은 어쩔 수 없이 캐러더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유령이 등장하는 아파트라는 소재도 독특하고 유령을 등장시키는 방법이 나름 과학적이며, 결말까지 깔끔합니다. 좋은 작품이에요. 

하지만 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즉 의외의 이야기가 나오기 힘든 내용이기에 정교함이 조금 떨어지고 이 작품만 유별날 정도로 번역이 엉망이라 제대로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극명하게 갈리고 뒤섞여 있는데, 번역만 좋았어도 훨씬 좋았을 겁니다. 아쉽습니다.

독버섯 

12세의 소년 찰리 윈폴이 독버섯을 먹고 사망했다. 캐러일의 활약으로 그의 숙부 필립 래우덤의 계획 살인으로 생각되어 그는 체포되었지만, 캐러더스는 캐러일이 잡은 증거를 뒤쫓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의 누명을 벗기는 이야기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합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여 이야기의 설득력이 높습니다. 특히 캐러일이 밝혀낸 증거를 하나씩 뒤집어 나가는 과정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이야기에 별다른 기복이 없고 결국 진상이 너무나 별볼일 없다는 단점 역시 분명합니다. 왜 경찰이 진상을 파악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무해서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단점이고요. 결말만 좀 더 말끔하고 명쾌했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겁니다.

헤들럼 고지의 비밀 

1차대전 직전의 미묘한 시기, 퍼킨슨은 우연히 찾아간 박물관에서 그가 예전에 알고 있던 독일 군인 폰 굴트 대위가 정체를 숨기고 일하고 있는걸 알아채고 캐러더스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다. 캐러더스는 폰 굴트 대위가 수행하고 있는 작전을 그가 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통해 눈치채는데... 

1차대전 직전의 당시 시대 상황 때문인지 홈즈도 그렇고 스파이, 특히 독일 스파이를 색출하고 그들의 작전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당시 소설에 꽤 많이 보이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스파이 분쇄물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스파이의 작전이 너무 보잘 것 없고 내용에서도 중요한 암호가 트릭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암호 그 자체로 존재해서 캐러더스의 액션씬(?) 이 등장하는 것 정도가 위안거리일 뿐인, 추리물로서의 가치가 낮은 시시한 작품입니다.

연립주택의 참극 

폴래슈가 캐러일을 찾아 왔다.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바람을 핀 일 때문에 정부의 애인에게서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게 이유였다. 아내에게 밝혀지면 곤란하다는 것을 들어 비밀 유지를 당부했지만 그는 그 직후 살해되고 마는데... 

이 작품집의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사건이 치밀하면서도 복선과 전개가 합리적이고 추리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캐러더스가 장님인 덕분에 추리가 명쾌해 지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드네요. 

지나치게 독자에게 친절한 탓에 중간부분에서 일찍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알려진 트릭이기도 한데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인지는 조금 궁금하군요.

구두와 은그릇 

세간에 화재가 되고 있는 "원숭이 도둑"에 의해 캐러더스가 고용한 엔덜리의 집에서 은그릇이 도난당하고 말았다. 캐러더스는 엔덜리 부부의 집에 방문해서 그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묘한 사건들과 여러 증거들을 모아 진상을 밝혀낸다. 

중심 사건인 시시한 도난사건보다는 중간부분의 구두가 바뀐 사실을 통해 밝혀내는 짤막한 치정극 이야기가 훨씬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소품 수준이지만 상당히 기발하고 인상적이거든요. 그러나 도난 사건이 너무 별로이고 결말까지 실망스러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컬버 거리 범죄 

컬버 거리에 있는 위도슨 앤드 스텝 상회의 사장 버논이 갑자기 정신이상 상태로 발견되고 상회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버논의 정신이상과 화재를 연결짓지만 버논 가문과 친분이 있는 캐러일의 조카딸에 의해 캐러더스가 사건에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한다. 

초 중반부는 나름대로 인상적인데 중반 이후에 범인이 너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결정적 약점이 있으며 사건의 단서가 맥락이 좀 맞지 않아 추리적으로 실패한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뭔가 더 정교한 트릭이나 장치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이 시리즈 특유의 원패턴 전개라 조금 아쉽습니다.

2023/06/10

유리탑의 살인 - 치넨 미키토 / 김은모 : 별점 2점

유리탑의 살인 - 4점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리드비
<<아래 리뷰에는 진범, 반전,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물 전달 시스템 트라이던트를 개발하여 엄청난 부를 거머쥔 코즈시마 타로는 자신의 저택 '유리관'에 조촐한 행사를 위해 여러 손님 - 유명 추리 소설가 쿠루마 코신, 편집자 사쿄 코스케, 영능력자 유메요미 스이쇼, 형사 카가미 츠요시, 그리고 명탐정 아오이 츠키요 - 을 초대했다. 유리관에는 손님 외에 집사 오이타 신조, 메이드 토모에 마도카, 요리사 사카이즈미 타이키와 코즈시마 타로의 주치의 이치조 유마가 함께 있었다.
행사 직전, 이치조 유마는 코즈시마 타로를 독살했다. 코즈시마가 동생의 난치병 치료를 특허 분쟁으로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연사로 위장할 계획은 즉사하지 않은 코즈시마가 전화를 건 탓에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뒤이어 집사 오이타, 메이드 마도카가 연달아 밀실에서 살해당한채 발견되자, 유마는 명탐정 아오이 츠키요의 조수, 왓슨 역을 자처하여 컴비를 이루게 되었다. 두 사건의 범인에게 코즈시마 살해까지 떠넘기기 위해서였다.


발표 당시, 미스터리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 대부호가 만든 기묘한 저택이라는 무대
  • 저택이 고립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3건의 연쇄 살인 사건
  • 모든 사건들은 일종의 밀실 상황
  • 사건은 명탐정이 해결
는 점에서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이 중 한 사건은 화자인 이치조 유마가 이미 저지른 도서 추리물이기도 하고요. 미스터리 애호가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는 모두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또 사건의 이런 저런 상황이 여러 미스터리 명작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애호가들을 자극하는 요소입니다.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유리관의 살인>>이라고 부르고, 코즈시마가 남긴 다이잉 메시지는 <<비뚤어진 집>>, <<Y의 비극>>, <<독 초콜릿 사건>>을 의미한다던가, 마도카 사건에서 남겨져 있던 메시지는 '관 시리즈'와 관련이 있으며, 결국 이 모든 진상은 '관 시리즈'와 연결된다는 식입니다.
트릭도 모두 유명 작품에서 따 왔습니다. 오이타 신조 사건에서 특정 시간에 자동 발화시킨 트릭은, 의도적으로 창문이 아침 햇빛을 집중시키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엉클 애브너 시리즈인 <<둠도프 사건>>과 유사합니다. 토모에 마도카의 시체를 밀실 안으로 집어넣는 트릭은 작 중에서도 언급되듯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가 떠오르고요. 만화 <<외천루>>에서는 아래와 같이 아예 동일하게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미스터리 애호가들이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온갖 작품들이 언급되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후기 퀸 문제 - 작품 속 해결이 진짜 해결인지를 작품 속에서는 증명할 길이 없다 - 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던가, 비밀 통로와 암호, 심지어 '독자에게의 도전장'까지 삽입된건 그야말로 미스터리 애호가의 피를 끓게 만들지요.

무엇보다도 '작위적인 상황들은 알고보니 저택 주인 코즈시마 타로가 꾸민 연극이었기 때문이었다!'는 반전은 신선했습니다. '작위적'인게 당연한 상황을 설득력있게 만드는데 이보다 나은 아이디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괜찮았어요. 엄청난 부자인 코즈시마 타로는 미스터리에 푹 빠진 나머지, 스스로 위대한 걸작을 쓰고 싶어서 트릭을 고안한 뒤, 추리와 관련된 이런 저런 손님들 - 명탐정, 추리 소설 작가, 편집자, 영매 - 을 초대하여 실제로 추리를 하게 만든 것입니다. 연극이니 당연히 코즈시마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죽지 않았었습니다. 지하 감옥에서 등산 조난자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한게 들통나서 살해당했다는 유치한 동기 역시 가짜였고요.
코즈시마가 연극을 위해 '유리탑' 안에 이중 나선 구조와 같은 비밀 나선 계단을 설치했다는 진상도 적절하게 써먹고 있습니다 (이 진상이 <<미로관>>과 유사하다는 점도 과연 코즈시마 타로답더군요). 영능력자 유메요미, 그리고 화자 유마까지 알 수 없는 인기척을 계속 느꼈다는 식으로 비밀 계단과 통로에 대한 단서도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고요.
트릭도 다른 작품에서 따 온게 많다고는 했지만, 그런대로 볼만했습니다. 특히 오이타 사건에서 식당을 밀실로 만든 트릭은 괜찮았어요. 각설탕을 회전 빗장에 꽂아 넣고 화재를 일으키면, 스프링쿨러가 작동하여 각설탕이 녹아서 빗장이 걸린다는 것인데 현실적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체에 등유를 끼얹어 화재를 일으킨 원인도 위장하는 등 디테일도 꼼꼼했고요. 명탐정 아오이 츠키요가 괜찮았다고 말할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스터리 애호가를 위한 장치와 반전 외에는 과연 그렇게까지 절찬을 받을만한 작품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우선 본인이 명탐정임을 주장하는 아오이 츠키요는 작위적인걸 넘어서는, 그야말로 현실과는 백만광년은 떨어진 듯한 만화같은 캐릭터라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래서야 "모든게 '연극' 이라서 작위적이었다"는 아이디어는 빛이 바랩니다. 그래봤자, 핵심 등장인물이 가짜보다 더 한 만화라서 영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을 위해서는 보다 진지한, 현실적인 탐정으로 묘사되는게 바람직했습니다.
아오이 츠키요의 비현실성은 진상 부분에서 극에 달합니다. 그녀는 연쇄 살인이 연극임을 초반에 간파하고 실제로 피해자들을 살해했다고 합니다. 졸작 <<유리관의 살인>>을 납득할 수 없어서 본인이 범인이 되는 걸작 메타 미스터리로 만들기 위해서라고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살인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이러한 '메타' 방식 설정은 일본 일부 작품에서 가끔 보곤 했는데, 적절히 잘 사용된 경우는 생각나지 않네요.
명탐정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명탐정을 부르기 위해 불가능 범죄를 저지르곤 했다는 아오이 츠키요의 또다른 배경 설정도 한심하기 그지 없었어요. 시로다이라 쿄의 <<명탐정에게 장미를>>에도 등장했던 설정인데, 그 때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리뷰를 남겼었지요.
그리고 악당 - 명탐정 대신 명범인 - 이 되기로 결심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면, 초지일관 그렇게 나갔어야죠. 마지막 순간에 유마를 구해주고 키스까지 한 다음 사라지는건 최악이었습니다. 캐릭터만 희미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만화나 라이트 노벨 세계관이라면 모를까, 정통 본격물에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코즈시마 타로의 추리 소설이 엉망이라는건 츠키요가 이미 언급했지만, 실제로도 트릭 외에는 건질게 없습니다. 소설에서 진범은 카가미였습니다. 딸이 코즈시마 일당 - 코즈시마와 집사 오이타, 메이드 마도카 - 에게 납치되어 생체 실험을 받다가 죽었다는걸 알고 복수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는 모든 진상이 밝혀지고 난 뒤 어차피 죽을 생각이었다며 자살합니다. 그렇다면, 복수를 마치고 죽을 결심을 한 범인이 밀실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는건데, 이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경찰이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면, 카가미의 동기가 밝혀지는건 시간 문제였습니다. 어차피 빠져나갈 방법도 없으니 트릭을 사용해 범행을 저지를 이유도 없지요. 손님들이 초대되었을 때 범행을 저지를 이유도 당연히 없습니다. 카가미는 이전에도 코즈시마를 방문해서 같이 식사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다음에도 혼자 찾아와 모두를 죽이는게 더 쉬운 복수였을거에요. 관 시리즈, 특히 <<십각관의 살인>>이 걸작인 이유 중 하나는 범인이 트릭을 만든데 타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처럼 아무런 설득력없이 수수께끼를 만들기 위해 트릭을 사용한게 아니고요.
또 딸의 복수를 위해서였다면, 조가타케산 사건을 언급하는 것도 이상했고 - 딸은 조가타케산 사건의 피해자라기 보다는, 최근 사건의 실종자이므로 -, 코즈시마 일당의 범행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면 돌려 말할 까닭도 없습니다. 직접적으로 복수의 이유를 쓰면 되지요. 나카무라 세이지를 죽이라면서 비밀 통로를 은근히 알려주는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코즈시마가 유마가 자신을 독살하게끔 유도하여 연기했다는 설정도 어처구니를 상실케 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원래는 모든게 연극이었다는 발상을 제외하고는 딱히 건질게 없었습니다. 쉽게 읽히는 라이트 노벨스러운 작풍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추리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네요. 진지한 본격 추리물과는 거리가 멉니다.
예전 <<데드 트릭>>리뷰 에서, 본격 미스터리는 프로레슬링과 비슷하다는 말에 동의한다고 했었는데, 프로레슬링도 형편없고 장난스러운 각본은 욕을 먹기 마련입니다. 제가 나이가 있는 탓에 요새 트렌드와 거리가 있어서 이런 작품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건 사실이겠지만, 살인을 장난스럽게 다루는 작품은 진심으로 없었으면 합니다. 

2006/12/05

추리특급 - 엘러리 퀸 엮음 / 정성호 : 별점 2점

추리특급
앨러리 퀸 엮음, 정성호 옮김/제삼기획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단편 중 추리적 요소가 강한 것들만 모아서 엮은 앤솔러지입니다. 

기획의도는 좋습니다. 순문학가들이 미스터리 단편을 발표 했다는 것도 나름 의의가 있는 일이고 그러한 풍토는 사실 부러운 일이기도 하니까요. 작품들도 나름 재미있고 괜찮은 수준들이고, 작가들도 시대별로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으며, 작품들마다 새로운 요소들이 많아 신선한 느낌도 많이 전해 줍니다.

그러나 제목 만큼의 "추리" 요소가 있는 작품은 딱 한편뿐 이라는 것 뿐이라는 문제는 큽니다
추리의 범주는 전형적인 고전적 트릭물에서부터 "범죄"에 관련된 묘사가 등장하는 것까지 굉장히 그 폭이 넓습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요. 그렇기에 이 작품들이 추리소설이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엘러리 퀸이 선정했다고 해서 "광의"의 미스터리보다는 "협의"의 미스터리, 즉 정통 추리 매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들이 실려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기대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솔직히 다른 작가들이 썼다면 너무 겉멋만 부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묘사에만 집착하고, 애매한 상황 설정으로 끝나는 작품들이 대부분일 뿐더러 거진 다 소품 성격이 강해서 영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윌리엄 포크너의 "칵테일의 비밀"은 정통 추리물이라고 할만 하더군요. 이 작품이 이 앤솔러지의 베스트라 할 수 있고, 싱클레어 루이스의 "완전한 변신"도 나름 추리적 성향이 강해서 추천할 만 합니다. 그 외에는 추리적인 요소를 조금이라도 기대하고 본다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들입니다. 그냥 이런 저런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군을 한번쯤 스쳐지나간 것으로 위안 삼아야겠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완전한 변신 - 싱클레어 루이스
뛰어난 배우이자 유능한 은행원인 제스퍼 홀트는 1년간 은둔자 쌍동이 형 존으로 위장한 이중생활을 계속하며 은행에서 돈을 빼돌리고 자기 자신을 지워버릴 계획을 세운다.
초중반까지는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어떤 사람이 한몫 단단히 잡은 뒤 자기 자신을 지워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여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이 작품은 그 과정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표현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막판에 심리적으로 주인공이 붕괴한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허무해서 결말이 그다지 명쾌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수록작 중에서는 추리물 성향이 가장 짙은 작품 중 하나이긴 합니다.

칵테일의 비밀 - 윌리엄 포크너
떠돌이 조엘 플린트는 마을의 은둔자같은 프리첼 영감의 외동딸과 결혼하여 마을에 정착하지만 2년 뒤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고 자수한다. 그러나 그가 곧바로 탈옥하여 종적을 감추고 프리첼 영감은 광기가 더 심해져 마을 사람들을 거부한채 지내다 결국 농장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결심을 하게 되는데...
이 앤솔러지 유일의 정통 추리물입니다. 중간중간 묘사가 장황하고 캐릭터를 심리 분석, 묘사하는 것이 지나치긴 하지만 범죄의 과정과 동기, 결말까지 매끄러운 작품입니다. 범인의 한순간의 실수로 사건이 들통나는 것은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약간 문제가 있지만 이 정도 사소한 문제는 덮어줄 수 있을 정도로 극 전개가 명쾌한 정통파 추리 단편입니다. 배경 설정과 등장인물이 약간 엉클 애브너 스타일이라는 것도 재미를 주는 요소였고요. 포크너라는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네요.

몸값 - 펄 벅
켄트는 아내 알린, 딸 베티와 아들 브루스와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살아간다. 그러나 딸이 유괴되고 몸값을 요구하는 메모가 발견되면서 그는 악몽과도 같은 며칠을 보내게 된다.
유괴에 대한 이야기로 유괴된 아이의 가족, 특히 아버지에 대한 디테일하고 감수성이 넘치는 묘사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때문에 지옥과도 같은 상황에 대한 설득력은 강하지만 범죄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거의 보여주는 것이 없습니다. 사건의 해결 역시 추리적인 요소와는 거리가 멀고요. 범죄물에 가까운 소품이라 생각됩니다.

기적적인 복수 - 버나드 쇼
가족 사이에서 광인으로 취급받는 제노는 추기경으로 있는 아저씨의 부탁으로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기적 사건에 대해 조사해 줄 것을 요청받는다. 기적은 그 마을의 소문난 무신론자인 브림스턴 빌리가 마을 묘지에 매장당한 날 밤에 다른 모든 무덤이 강 건너편으로 옮겨간 사건. 즉 그와 같은 무신론자와 같은 땅에 누워있는 것을 거부한 묘지의 의지라는 것이었다.
버나드 쇼의 유머가 넘치는 소품입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작품에서 표현된 것 처럼 광인에 가까운 인물이기에 더더욱 작품에 활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이 문제의 원인이기도 해서 약간 반칙같기도 하지만 마지막의 반전도 기가 막히네요. 단, 기적에 대한 묘사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은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유머와 재치 면에서 탁월한 작품이었습니다.

불과 그림자의 저주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음.. 줄거리를 요약할 필요도 없는 너무나 짧은 꽁트로 청교도 병사들이 카톨릭 사제단을 학살한 날 밤에 벌어진 괴이한 복수극입니다. 뭐나 논하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짧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코르시카 섬의 악몽 - 버트란드 러셀
N교수의 친구인 나는 교수의 비서인 X양이 코르시카 섬에 여행갔다온 이후 그녀가 뭔가 깊은 고민에 휩싸인 것을 알고 N교수를 대신해서 코르시카 유력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장난스러운 작품입니다. 솔직히 버트란드 러셀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이 앤솔러지에 실리지도 못할 치졸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사건은 장황하고 허황되며 결말은 어처구니 없고 맥이 빠지는 그런 단편으로 작가 이름만 뺀다면 그냥 습작 수준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작품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유령의 숨결 - 루디야드 키플링
인도 제국에서 근무하는 임레이가 어느날 불가사의하게 실종된 이후 그의 방갈로에 스트릭랜드가 이사온다. 화자인 "나" 역시 사업차 방문했다가 그 방갈로에 같이 기거하게 되며 그 이후 방갈로에 나타나는 유령때문에 그곳을 떠날 결심을 하는데...
키플링의 전형적인 인도 제국을 무대로 한 작품으로 사건의 동기가 기발하긴 하지만 나머지는 그냥저냥인 작품이었습니다. 유령이 나타나 자기에게 일어난 범죄를 고발한다는 설정도 지금 읽기에는 좀 고리타분하기도 하고요.

이웃 - 존 갤스워디
이 작품도 굉장히 짧아서 줄거리를 요약하지는 않겠습니다. 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른 순간의 격정을 기록한 소품입니다.

살인 - 존 스타인벡
짐 무어는 유고슬라비아 여자인 젤카와 결혼한다. 그녀는 완벽한 주부이지만 짐은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수시로 바람을 피우러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농장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을 듣게 되는데...
존 스타인벡은 사실 굉장한 작가죠. 그러한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것이 의외일 정도로 마초적이고 유머러스한,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작가의 사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초적인 요소가 너무 심하게 드러났다 생각되어 굉장히 재미나게 읽긴 했지만 뭔가 뒷맛이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2014/06/02

탐정사전 - 김봉석, 윤영천, 장경현 : 별점 1.5점

탐정사전 - 4점
김봉석.윤영천.장경현 지음/프로파간다

제가 어렸을 적, 국내 최고의 추리문학 출판사였던 해문은 "세계의 명탐정 50인"(이후 일본 탐정을 뺀 44인으로 축약 재간)이라는 책을 출간했었습니다. 명탐정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에 명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퀴즈를 한 개 선보이는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었죠. 이런 핵심 내용 외 일러스트, 수록된 여러가지 추리 관련 정보도 인상적이었고요. "스포일러"라는 점에서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추리문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가던 추리 키드에게는 정말로 좋은 선물 같은 책이었습니다. "세계의 위인은 명탐정"이라는 동일 구성의 유사 도서가 연이어 출간되었던 걸로 보면 꽤 인기를 끌었던 것 같네요.

이 책 "탐정 사전"의 출간 정보를 들었을 때에는 "세계의 명탐정 50인"의 현대적인 재구성이 될 걸로 예상했습니다. 스포일러 문제 및 저작권 이슈로 추리 퀴즈 부분이 빠지더라도 그만큼 잘 만들어진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할 수밖에 없을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출간과 거의 동시에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솔직히 실망이 큽니다. 이 책이 대체 누구를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는지 알 수가 없는 탓이 큽니다. 추리 문학 초보자를 위한 책이라면 정말로 추리 소설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엄선하여, 그중 등장한 탐정들을 중심으로 소개했어야 했습니다. 애호가를 위한 책이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 탐정을 소개하거나, 기존에 소개된 탐정이라도 다양한 정보를 충실히 실었어야 하고요. 그런데 이 책은 이도 저도 아닙니다. 뷔페에서 맛이나 코스 구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음식을 얹어놓은 쟁반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

일단, 어떤 기준으로 탐정들이 선정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동서고금의 모든 탐정을 담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선정 기준은 막연하게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출판물이라면 판매 부수나 시리즈 권수, 방송물이라면 시청률이나 방영 횟수, 또는 역사적 의의 등의 기준이 있어야 했을 텐데 말이지요. 솔직히 선정 기준은 그냥 저자들의 팬심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IWGP"의 마시마 마코토, "트릭"의 야마다 나오코와 우에다 지로, 니시오 이신의 이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이 일본의 3대 탐정 중 하나인 가미즈 교스케, 다카기 아키미쓰의 기리시마 사부로 검사,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형사, 우치다 야스오의 시나노의 콜롬보 다케무라 이와오나 경시청의 오카베 경부, 여정 미스터리의 대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도쓰가와 경부 등을 제치고 소개될 만큼 비중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꼭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걸작에서 활약했으며 추리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탐정들 중 소개되지 않은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프렌치 경감, 커크릴(콕크릴) 경감, 방코랑은 그렇다쳐도, 대체 뤼뺑은 왜 빠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명 탐정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보기엔, 그 외의 황금기 명탐정은 거의 수록되어 있으니까요.

"차일드 44"의 레오 데미노프와 같은 스탠드얼론 작품의 주인공이 포함된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작품이 추리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레오 데미노프가 전통적인 ‘탐정’ 역할에 충실한 인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소련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평가하고 싶었다면, 시리즈 캐릭터인 아르카디 렌코가 더 타당했을 것입니다. "토로스 & 토르소"의 헥터 라시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리즈라고는 하나 국내에선 한 권만 소개되어 있어 스탠드얼론으로 보이고, 탐정 같지도 않은 인물인데 뤼뺑마저 빠진 명단에 포함되었다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탐정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시티헌터"의 사에바 료가 실려 있는 부분은 어이없음의 극치입니다. "지뢰진"의 이이다 쿄야까지는 그러려니 하겠지만요. 굳이 추리만화에서 뽑고 싶었다면 "Nervous Breakdown"의 두 컴비나 "절대미각 식탐정"의 다카노 세이야를 꼽는 게 나았을 겁니다. 완성도를 떠나 최소한 ‘추리 만화’이긴 하니까요. 대중문화적 아이콘으로 넣고 싶었다면 "춤추는 대수사선"의 아오시마가 더 적절했을테고요.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절판본이나 국내 미출간작에 등장한 탐정을 소개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카렐 차페크의 메이즈리크 시리즈를 소개하며 국내 절판이라 언급했는데, 이런 식이면 독자보고 어쩌라는 건가요? 커트 캐넌 시리즈도 한 권만 출간되었는데, 현재 절판입니다. 뒤렌마트의 베르라하(베를락) 경감 시리즈, 모돌이 탐정도요.

캐릭터별 글 수준이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입니다. 말 그대로 사전이라면 구성 면에서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캐릭터는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는 반면, 어떤 경우는 작품 분석과 작가 소개까지 이어집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정보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 항목도 많습니다. 반 두젠(밴 듀슨) 교수의 경우, '생각하는 기계'라는 별명과 대표작 "13호 독방의 문제" 언급만으로 그치는데, 이런 내용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개 작성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차라리 소개를 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 겁니다. 대부분의 항목에서 주요 작품과 그 속에서의 활약상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에요. 

그 외, 탐정들의 배열도 시대순이나 장르순이 아니라 이름순이라는 점도 의아했으며 실제 캐릭터가 묘사된 일러스트조차 특별함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건질 만한 부분도 없진 않았습니다. 결과물 자체는 아쉬웠지만, 고전 본격물부터 하드보일드, 현대물, 대체역사 판타지, SF, 만화, 드라마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범위는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리노 나쓰오의 무라노 미로, 하라 료의 사와자키에 대한 소개는 흥미롭게 읽었고, 미야베 미유키의 스가무라 사부로 시리즈, 센도 타카시의 "폐허에 바라다"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로버의 악당들"의 빌 파믈리, 토니 힐러만의 인디언 탐정 조 리프혼과 짐 치처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Q.E.D"의 토마 소같이 많이 소개되었지만 의외로 아는 사람이 적은 탐정 소개도 반가왔던 점입니다. "Q.E.D" 소개글은 작품의 매력을 잘 전달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그러나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크게 느껴졌기에,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괜찮았던 몇몇 항목에 비해 전체적인 만족도가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방향성이 없는 기획과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정보들이 대다수인 탓이지요. 30여 년 전 읽었던 "세계의 명탐정 50인"과 비교해 특별히 나은 점도 없고요. 가격까지 고려하면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덧붙여 눈에 띈 몇 가지 오류를 정리해봅니다. 엉클 애브너 항목에서 "나보테(나봇)의 포도원"을 "나보프의 포도밭"이라 오기한 부분, "차이나타운" 작가 소개 영역에서 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표기된 점(각본가가 언급되었어야 함), 유불란의 후속작이 없다고 언급한 점 등입니다.

2015/01/06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 워싱턴 어빙 외 / 한동훈 : 별점 3점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 6점 워싱턴 어빙 지음, 한동훈 옮김/태동출판사

이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서는 아마도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고전 본격 황금기, 클래식 미스터리는 사족을 못 쓰는 애호가입니다. 이런저런 고전들은 많이 읽은 편인데 평균적으로 괜찮게 평가하고 있는 이유는 다 저의 취향 때문이죠.
 그러나 아주 오래전 읽었었던 예전에 읽었던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이 심하게 기대 이하라서 나름의 기준점을 최소한 19세기 말 이후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그 이전 작품들은 지금 읽기에는 심하게 낡았다고 여겼거든요. 이 책 역시 대부분 작품이 19세기 후반 발표된, 기준점 통과가 간당간당해서 그동안 읽지 않았었던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 완전 대박입니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놀라움이 가득했어요.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과 견줄만한,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명탐정들 - 여성 탐정 러브데이 브룩, 오스트리아 최고의 형사이자 탐정인 요제프 뮬러, 의뢰인을 위해서는 그 어떤 일이라도 하는 변호사 랜돌프 메이슨, 과학 탐정 크레이그 케네디 교수 - 시리즈 단편들은 완성도를 떠나 존재만으로도 반가웠을 뿐더러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 "결산", "위험천만한 게임"이라는 "걸작"이라 칭해도 부족함없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4편이나 되는 작품이 수록된 볼륨도 마음에 들고요. 발표된 시기를 감안할 때 지금 읽기에는 낡아버리거나 시대착오적인 작품도 있고, 고전적 작법으로 쓰여져 지금 기준의 완성도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작품도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고전을 읽을 때 감수해야 할 필연적인 세금과도 같은 것이죠. 가이 포크스나 보르시치와 같은 고유명사를 잘못 번역한 옥의 티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번역도 무난한 편입니다.

그래서 수록 작품 평균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고전 본격물 미스터리 애호가에게는 놓칠 수 없는 책인데 고전 애호가가 아니시라면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는 하네요. 그래도 최소한 걸작이라 말씀드린 저 세작품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본서는 절판되었으나 e-book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기도 하니까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울버트 웨버, 혹은 황금의 꿈" 

"슬리피 할로우" 등으로 유명한,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명이라는 워싱턴 어빙의 작품입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평범한 네덜란드 출신 배추농부 울버트 웨버가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는 내용인데, 떠벌이가 지껄이는 듯한 구전문학같은 묘사가 볼거리입니다. 울버트의 보물을 찾기 위한 헛된 노력이 해적들의 은밀한 행동과 결합되어 전개되는 독특한 전개, 블랙코미디 느낌도 많이 전해주는 유쾌함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울버트가 부동산 재벌이 된다는 난데없는 결말과 같은 두서없는 전개, 구전문학스러운 묘사 등은 너무 낡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간 호러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장르 문학으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하기도 하고요. 최소한 "미스터리"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부동산이 최고라는 교훈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차라리 시사풍자물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길쭉한 궤짝"

에드거 엘런 포우의 단편. 친구가 애지중지 돌보는 궤짝 안에 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낡았다는 느낌을 주기는 하나 흥미로왔어요. 

다만 선장의 말을 빌어서 마무리하지 말고, 마지막 침몰 직전 상황에서 진상이 드러나는게 더 나았을 것 같네요. 예를 들자면 관 뚜껑이 열리고 아내의 시체가 등장하는 "어셔가의 몰락" 식으로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걸작 단편입입니다. 무허가 3류 도박장에서 주인공이 도박으로 거금을 딴 뒤 술에 취하고 몽롱한 채로 도박장 방 하나를 빌려 잠을 자다가 침대 천장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는 내용이지요. 

주인공이 술에 취하는 과정의 생생한 묘사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침대 지붕이 내려오는 묘사가 정말 대단합니다. 읽다가 숨이 턱턱 막힐 정도에요. 잠이 오지 않아 세밀하게 관찰했던 벽에 걸린 그림 속 인물의 깃털 유무에서 모골송연한 범죄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과정도 매끄럽고요. 짧은 글이지만 정교하게 복선이 짜여져 있는 덕분이지요. 

한마디로, 이 작품을 읽은 것 하나 만으로도 이 작품집을 읽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근대 추리소설의 시조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거장의 작품다왔달까요. 별점은 5점입니다.

"꿈속의 여인"

조금 흔해빠진 괴담이랄까... 자신의 생일날 자신을 죽이기 위해 나타나는 여인에 대한 환상과 공포를 품고 살아가는 마부 아이작의 이야기입니다. 

별다른 극적 반전도 없고 여인의 정체도 알려주지 않는 등 불친절한 부분이 많아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앞선 작품은 걸작인데 이 작품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거장이라고 항상 걸작만 쓰는건 아니겠지요. 

그래도 아이작의 과거 이야기는 분명 흥미로우며 꿈과 현실을 잇는 과정의 묘사만큼은 볼만했던 만큼 별점은 2.5점입니다.

"공주의 복수"

캐서린 루이자 퍼키스의 여성 탐정 러브데이 브룩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에 "문간의 검은 가방"이라는 단편이 소개되었던 시리즈이지요.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 셜록 홈즈 스타일입니다. 

루시에 쿠니에르라는 아가씨의 실종 사건을 그리는데 추리적으로는 별로였어요. 러브데이의 추리가 불완전한 "관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집사가 드루스 소령을 쳐다보는 눈빛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하는데 지나친 억측입니다.
뭐 이 부분은 눈빛에서 살기를 느끼는 무림 고수와 같은 재주가 있었을지도 모르니 그렇다 쳐도, 사건 관계자들이 모인 상황에 난입하여 "모자 가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 정도의 비약입니다. 그녀를 빼돌린 드루스 부인과 그윈 부인이 불안한 눈빛을 교환하며 모자를 쳐다보았다? 이게 모자 가게를 가리키는 것인지, 그냥 눈둘데가 없는 것인지도 불명확하고 그 모자 가게에서 산 모자인지도 확실치 않으니까요.

주로 관찰을 통해 추리하는 러브데이 브룩과 자신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주위 남자들을 매료시키는 루시에 캐릭터, 셜록 홈즈의 라이벌치고는 1인칭이 아니라 3인칭으로 쓰여진 점 등은 특이하지만 추리적으로 부족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천국의 물가에서"

아주아주 약간 고딕 호러 분위기가 나기는 하는데 실상은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러브스토리입니다. 주인공 케언공이 라마스 양에게 청혼할 때의 대사는 재미난데 그 외에는 별다른게 없는 고전 할리퀸 로맨스에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목사 서재의 피웅덩이" 

오스트리아 최고의 형사이자 탐정인 요제프 뮬러 시리즈 단편입니다. 목사관 서재에 피웅덩이를 남긴채 목사가 사라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충격적이면서도 기발한 인간 소실 트릭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상은 트릭이고 뭐고 없이 서재에서 예배당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 지하실에 숨겼다는게 결론이라서 맥이 빠집니다. 이래서야 명탐정이 딱히 등장할 필요도 없죠. 자세한 현장 조사가 이루어졌더라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을 거에요. 아무리 피가 응고하였더라도 아무런 흔적없이 시체를 옮기는 작업을 성공했을리는 없으니까요.

그 외에도 사건 해결의 핵심 단서가 순전한 우연 - 범인이 시체를 옮길 때 우연히 팽이가 떨어져 그것을 돌리게 된 것 - 이라 추리적인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지닌 양치기 캐릭터는 전혀 등장할 필요가 없었고요. 

셜록 홈즈처럼 현장을 아주 철저하게 조사한 뒤 단서를 찾아내어 사건을 해결하는 뮬러의 활약은 그럴듯했습니다만, 이러한 이유로 별점은 2점입니다. 홈즈 시대 추리소설의 단점만이 극대화된 작품이었어요.

"범죄구성 사실" 

엉클 애브너 시리즈로도 유명한 멜빈 데이비스 포스트의 변호사 랜돌프 메이슨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사교계의 총아인 사무엘 월콧이 사실은 리차드 워렌이라는 인물로, 월콧의 아내와 공모하여 그를 죽인 뒤 신분을 가로챈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월콧 (워렌)이 아내를 죽여 입을 막으려는 계획을 돕는다'는 나름 충격적인 설정으로 고객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랜돌프 메이슨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에요. 페리 메이슨의 선구자적인 캐릭터죠.

또 완벽하게 시체를 없앨 경우 범죄 사실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사망 사실과 그 사망을 가능케 한 폭력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서 무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 당시에 소설로 발표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떠오르네요. 요새는 이 법의 헛점이 많이 알려진 덕인지 이런저런 정황 증거를 통해 범죄 사실이 입증된다면 유죄를 선고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시체를 없애는 과정의 디테일도 좋아요. 황산을 이용하여 시체를 녹여 없애는 방법인데 소설처럼 깔끔하게 모든 흔적을 단시간내에 없애는 것은 어려웠겠지만, 묘사가 잔혹하면서도 생생해서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부족함이 없지는 않으나, 쓰여진 시기를 감안하면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쌍벽의 탐정"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작가인 마크 트웨인의 작품으로 정통 추리물에 가까운 서사, 그리고 제법 그럴듯한 범죄 및 트릭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완성도는 좀 처집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치 스틸맨이 어머니를 버리고 모욕한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와중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재능(냄새 맡기)을 어필하는 전반부와 호프 캐넌의 은광 부락에서 벌어진 폭사사고를 다룬 후반부로 나뉘는데, 두 이야기가 잘 결합되지도 않을 뿐더러 지루한 탓입니다. 

특히 전반부 이야기는 설득력도 낮고 이렇게 길게 설명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장황해요. 후반부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서 플린트 버크너에게 살의를 품은 노예와 같은 영국 소년 페트락 존스가 범행을 결심하는 과정, 거기에 아치 스틸맨이 그 마을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의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여 실종된 아기를 찾아내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플린트 폭사사건 이후 페트락의 친척 아저씨 셜록 홈즈가 등장하여 여러가지 단서를 이용하여 범인을 지목하고 아치 스틸맨과 추리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난잡하게 전개됩니다. 

마크 트웨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정교한 과학적 트릭 - 초가 타는 시간을 이용하여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알리바이를 만듬 - 이 등장하는 것은 인상적이지만 아치 스틸맨이 현장 조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만큼 완전 범죄로 보기에는 문제가 많아요.

물론 셜록 홈즈의 패러디물을 쓰기도 했던 작가의 작품답게 셜록 홈즈가 등장하여 여지없이 망가지는 장면은 재미있었고 그 외에도 셜록 홈즈 스타일에 대한 통렬한 패러디, 예를 들어 "탐정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탐정 곁에서 일을 꾸미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등은 인상적이고 재미있긴 했습니다. 미국적인 정취와 무식함 (집단 린치를 포함하여)을 한껏 느낄 수 있다는 부가적인 장점도 존재하고요.

그러나 단점이 더 부각되는 작품이라 별점은 2.5점입니다. 조금 더 짧게 줄였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작가의 욕심이 과했던게 아닌가 싶네요.

"블랙 핸드"

제목을 한글로 풀이하면 "흑수단". 제목 그대로의 범죄단체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크레이그 케네디 교수 시리즈 중 한편입니다. "과학 탐정"의 선구자적인 인물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자신이 직접 개발한 도청 장치를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하죠.

셜록 홈즈 시리즈의 영향을 짙게 느껴지는데 1인칭 화자가 파트너로 등장하는 것에서부터 기묘한 사건의 의뢰, 독자가 그 사용법을 알 수 없는 장치의 등장, 대단원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홈즈 시리즈를 보는 듯 합니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별게 없습니다. 유괴 사건에서 아이를 은닉한 장소를 도청 장치를 통해 듣고 경찰에게 알려준다는 방법이 전부니 말이죠.

그런대로 잘 쓰여지기는 했지만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탁상시계"

"독화살의 집"이라는 멋진 본격 추리소설을 쓴 작가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는데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내용이라 기대와 영 달랐습니다. 장르 구분을 하자면 판타지에 가까왔달까요. 시간을 불특정하게 14분간 멈추는 능력이 있는 탁상시계로 벌인 완전범죄 이야기로 시간이여 멈춰라! 류의 내용이라 추리적으로는 건질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시계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반전도 없어서 여러모로 실망스러웠습니다. 

만년 2인자의 질투심이라는 동기는 충분히 설득력있기는 하고, 이런 류 아이디어의 원조인지도 궁금하긴 한데, 상술한 이유로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결산"

퍼시벌 와일드의 단막극. 극작가로도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 출간된 작품은 단편집 두 권밖에 없지요. 때문에 자료로서도 귀중한데 작품의 수준도 아주 높습니다. 딱 두명의 등장인물이 이발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빚어지는 극도의 서스펜스가 놀라울 정도에요. 이발사 킬번이 과연 그의 딸을 농락하고 버린 손님 존의 멱을 딸 것인가?와 존이 시간제한이 있는, 전 재산이 걸린 경매에 참석할 수 있는가?라는 두가지 드라마를 긴장감넘치게 선보이면서도 킬번이 존을 12년 동안 뒤쫓고 지금의 찬스를 만들게 된 경위를 설명해주는 솜씨도 탁월한 덕분입니다.

아울러 마지막 반전 - 존이 이야기한 경매시간과 이발소 시계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에 대한 대사 - 까지 확실하고요. 이런 작품이 10여 페이지에 불과하다니 고개가 숙여질 뿐이네요. 별점은 5점입니다!

"위험천만한 게임"

프로 사냥꾼 레인스포드는 우연히 조난당하여 러시아 출신 부호 자로프 장군의 섬에 표류하였다. 자로프 장군은 사냥에 미친 인물로 극도의 긴장감을 위해 인간을 사냥하고 있었고 레인스포드도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생명을 건 게임에 참여하는데..... 

어딘가의 앤솔러지에서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던 걸작입니다. 인간 사냥이라는 아이디어, 그리고 실제 사냥 게임에 대한 설정 - 3일이라는 시간 제한 및 자로프 장군이 사거리 짧은 피스톨을 장비했다는 핸디캡 등 - 이 탁월할 뿐 아니라 두 명의 대결에 대한 묘사가 긴장감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반전도 기가 막혀요. 바다로 뛰어든 레인스포드의 목적은 탈출이 아니라 성까지의 거리를 단축시키기 위함이었다는 것인데 예상을 깨는 맛이 있었거든요. 별점은 5점입니다. 

한 남자가 협박 때문에 생명을 건 모험에 뛰어들어 성공한 뒤 협박자를 응징한다는 내용은 스티븐 킹의 단편 "벼랑 끝에 선 사나이"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새 출발"

잘 모르는 작가의 종말 이후를 그린 SF로 문명이 모두 사라진 뒤, 이전 문명의 기억을 지닌 자가 미개집단의 종교인과 충돌한다는 설정의 작품입니다. 

설정부터 많이 접해보았던 것으로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네요. 종교인이 믿는 신의 존재가 식기세척기였다는 반전은 있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하여 뛰어나다고 하기 어렵고요. 한마디로 전체적으로 진부했어요. 시대가 너무 흐른 탓이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