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잡상노트 -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씨가 1984년부터 1992년까지 "모델 그래픽스(Model Graphix)" 에 연재했던 일러스트-컬럼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일반 팬들에게는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의 원작이 되는 짤막한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책이죠. 개인적으로 어떻게 입수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수년전에 구입했지만 최근 다시 뒤적이고 필받아 몇자 적어봅니다.
전부 13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모든 이야기가 전쟁 관련 이야기이고, 다루고 있는 소재도 광범위해서 2차대전 소사 (小史)는 물론 스페인 내전이나 1차대전 직후에 대한 이야기, 중국 항공전에 대한 이야기 등 디테일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는 등 모든 부분에서 밀리터리 매니아로서의 미야자키 하야오씨의 취향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차대전 직후 독립했다가 오스트리아에 병합되어 사라진 보스토니아라는 나라의 국왕이 꿈꾸었던 무적 공군, 그리고 스페인 내전과 레지스탕스를 다룬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들도 모두 좋은 이야기였어요^^
미야자키 하야오씨의 수채화 일러스트와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정감있고 따뜻한 일러스트와 글이 가득한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은 작품으로, 잔인한 전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미야자키씨의 일러스트와 손으로 쓴 소박하고 담담한 글들이 어우러져 쾌활하고 행복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 책을 뒤적일 때 마다 놀라게 되는 대단한 점이죠. 제가 워낙 좋아라 하는 작품이기도 해서 별점은 4점입니다.
모델 그래픽스 판형이라 어렵겠지만 어떻게든 디자인과 내용을 잘 편집해서 이전에 읽었던 "슈나의 여행" 처럼 디자인을 일신한 문고본으로 다시 출간되면 좋겠는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야.....^^
강철의 대지 - 문효섭 지음/이미지프레임(길찾기) |
덧붙이자면, 국내 만화작가 문효섭의 "강철의 대지" 는 이 "잡상노트"의 영향을 굉장히 짙게 받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메카닉에 있어서 참신한 해석을 덧붙이고는 있지만 2차대전을 중심으로 한 밀리터리 색채가 짙은 세계관에 수채화로 이루어진 만화 방식과 동물들로 이루어진 군인들 등 설정의 대부분이 미야자키 하야오씨의 판박이로 보이거든요. "강철의 대지" 역시 좋은 작품이고, 작가의 굉장한 노력이 느껴지는 수작임에는 분명하나 솔직히 이러한 점 때문에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좀 힘들죠. 별점은 3점입니다.
책의 디자인과 장정은 모두 아주아주 훌륭한 수준으로, 이러한 퀄리티로 "잡상노트"의 번역본이 출간되어 두 작품의 정당한 비교가 이루어진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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