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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1

스시도감 - 보즈콘냐쿠 / 방영옥 : 별점 2.5점

스시도감 - 6점
보즈콘냐쿠 지음, 방영옥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321개에 달하는 스시 (초밥)를 재료별로 고퀄리티의 사진과 각종 정보와 함께 저자의 평을 곁들여 한 페이지, 또는 반 페이지로 구성하고 있는 도감입니다.

재료에 대해 간략하지만 필수적인 정보(제철,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등)가 잘 정리되어 있으며 "최고가", "고가", "보통", "저가" 로 구분하여 명확한 값어치를 알려주는 등 유용한 정보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재미 요소는 만화나 각종 컨텐츠에서 접해보기만 했지 실제로 보거나 먹어본 적은 없는 신기한 재료와 초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맛의 달인" 에서 이사무가 먹고 눈물을 흘렸던 청새치 초밥, 역시나 "맛의 달인" 에서 생선을 착각해서 망신당할 뻔한 오오하라 사장을 구해주는 에피소드에 등장한 자바리(구에)로 만든 초밥 등등 이름만 친숙한 재료가 가득합니다.
이런 것도 초밥으로 먹나? 싶은 재료도 눈에 뜨입니다. 회로도 먹기 힘든 다금바리, 군대에서 가장 저렴한 반찬으로 등장했던 임연수어처럼요.

이렇게 많은 초밥 중 맛보고 싶은 걸 몇 개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자가 천년에 한 번 맛볼 수 있는 진미라는 황적퉁돔(센넨다이) 초밥
  • 결점이 없는게 결점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편인 청황돔(고로다이) 초밥
  • 재산을 탕진할 정도로 맛있다는 쥐노래미 (아이나메) 초밥
  • 태평양의 최고급 새우로 초밥 1개 가격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서 어시장에서도 '살면서 한 번쯤 초밥으로 먹어보고 싶다'는 포도 새우

를 우선 꼽고 싶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골 초밥집에 들러서 "오늘은 포도 새우 하나 쥐어 주세요"라고 말할 때가 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모든 분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책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책을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유용하게 찾아보라고 소프트 양장 실 제본 방식으로 제작했다는 책 소갯글을 보면, 초밥을 먹으면서 한 장씩 내용을 찾아보고 감탄하며 정보와 함께 진짜 맛을 음미하도록 하는게 주 용도로 보이거든요. 아니면 초밥집에 비치해 놓던가요. 하지만 휴대하기에는 조금 크고 무겁다는건 아쉽습니다. 차라리 문고본 사이즈였다던가 이 책의 정보를 바탕으로 초밥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아요. 조금 범위를 확장하면 해산물 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AI를 활용해서 사진만 찍으면 정보를 제공해 준다던가, 예산을 입력하면 근처 어떤 제철 초밥을 어디서 몇 개 정도 먹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던가 하는 식의 서비스를 붙이면 충분히 수익이 나지 않을까요?

하여튼 별점은 2.5점. 모든 분들께 권해드릴만한 그런 책은 아닙니다만 초밥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2017/01/14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윤덕노 : 별점 3점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6점
윤덕노 지음/더난출판사

이런저런 음식관련 저서로 유명한 음식 컬럼니스트 윤덕노씨의 신작입니다. 제목 그대로 전쟁사와 관련된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전쟁과 관련된 음식이라면 제가 아는 것만 해도 통조림, 타르타르 스테이크, 햄버거, 양고기 전골, 만두, 크로와상, 스팸, 환타, 고기감자 조림 등 많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6장 52항목에 달하는 방대한 양 덕분에 처음 접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정 주제를 잡아서 역사와 정보를 잘 요약해 주고, 하나의 주제에서 여러 이야기를 함께 진행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마무리하는 글솜씨 역시 윤덕노씨 다왔고요.

그러나 이전 유사한 책에서 느꼈던 문제점도 똑같은데,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전쟁'과는 무관하거나, 너무 억지로 가져다 붙인 항목들이 제법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군대의 보급 작전, 전쟁터에서의 굶주림을 가지고 특정 요리를 대입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어디서 사료를 가지고 왔는지 모를 이야기들도 상당히 많아서 자료적으로 조금 애매한 부분도 없지는 않고요.

그래도 재미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식문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몇개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독일군 각성제 초콜릿 쇼카콜라" 

독일 공군이 영국 본토 항공전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각성제용으로 지급한 커피, 초콜릿, 콜라를 합친 식품입니다. 카페인이 풍부한 식품 세 개를 합쳐 놓은 덕분에 졸음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름은 '쇼카콜라'로 초콜릿에 커피와 콜라의 성분이 넣었는데, 각각 카카오는 60%, 커피 2.6%, 콜라 열매 1.6%의 비율이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그렇게 독해 보이지는 않는데, 한번 먹어보고는 싶네요. 특수 작전 투입 병사에만 지급되어 일반병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종전 무렵에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벌이기 전 마지막으로 지급되어 되려 사기를 떨어트리기도 했다는군요.

"전장에 날아든 요리책" 

"위대한 장군과 훌륭한 요리는 전쟁터에서 만들어진다." - "C-레이션 요리책" 첫 머리말.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에게 보내진 요리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C-레이션으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주는데, 같이 보내진 타바스코 핫 소스의 제조회사 사장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는군요. 식품회사 메킬레니의 회장 메킬레니 역시 2차대전 참전용사라서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타바스코 핫 소스에 대한 짤막한 역사도 함께 소개되는데 이 역시 인상적이에요. 남북전쟁의 부산물로 처음 출시되었다고 하며, 이후 다양한 전장에서 활약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지휘관의 호들갑과 미숫가루 파동" 

지금 생각해도 미숫가루는 정말 전쟁에 유용하다 싶을 양식입니다. 일단 불과 물 모두 필요가 없고 많은 양을 옮기기도 용이하니까요. 그런데 이 미숫가루의 역사가 삼국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는 몰랐습니다. 근거는 조선시대 "동문선"입니다. 이 책에 화랑들이 미숫가루를 먹었다는 시가 실려있다고 하네요. 사료로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임진왜란의 영웅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광해군에게 맛있는 요리를 바쳐 권력을 잡았다는 '사삼 각로' 좌의정 한효순과 '잡채 상서' 호조판서 이충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사삼 각로', 즉 더덕을 맛있게 요리한 한효순의 더덕 요리 레시피도 실려있는데, 더덕으로 만든 강정인 '밀병'이라고 합니다. 이를 서산 어리굴젓의 유래 중 하나로 추정될 정도로 음식 솜씨가 각별히 뛰어났던 한효순 집안의 손맛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요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도 '한'씨 가문의 피를 이은 덕분이려나요? 

하지만 임진왜란 때 용장이기도 했던 한효순이 광해군 때의 처신으로 손가락질을 받았고, 결국 인조반정 이후 삭탈관직을 당하는 등 수난을 당했다니 이 또한 인생무상입니다.

"케이준은 원래 요리가 아니었다?" 

이런저런 메뉴에서 흔히 보아왔던 '케이준 Cajun'이라는 음식의 유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지금과 같은 조리 용어가 아니라, 본래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프랑스계 이민자의 후손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군요. 프랑스와 인디언 연합군이 영국에게 패한 후 프랑스계 이민자 후손들이 대거 남부 루이지애나 지방으로 추방된 이후, 루이지애나 지방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늪지대 해산물의 갯냄새를 없애기 위해 강한 향신료를 듬뿍 넣은 것이 요리의 시초라고 하고요.

"거북선과 과메기"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식량을 어떻게 조달했는지에 대한 고찰입니다. 둔전제를 통한 농사, 소금을 만들어 곡식과 교환하여 식량을 마련한 것에 더해 어업, 그 중에서도 청어를 잡아 군량 및 곡식과 교환했다고 합니다. "난중일기"를 보면 이틀에 걸쳐 40만 마리의 청어를 내다 팔았다고 하니 그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접시 위의 초밥 두 개" 

초밥이 보통 한 접시에 대략 10개 나오는 이유, 회전초밥의 작은 접시 위에 같은 초밥 2개가 올려져 있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패전 후 배급제로 초밥을 팔 수 없게 된 초밥 요리사들이 손님이 가져온 쌀을 초밥으로 만들어주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네요. 1인당 쌀 한 홉으로 초밥 10개까지만 교환할 수 있는 제한 조건 탓에 이렇게 된 것이죠. 이 때 생선 역시 모자라서 10개를 모두 다른 생선으로 만들 수 없었던 탓에, 같은 종류의 초밥 2개를 내기 시작했고요.

2010/01/04

맛있는 초밥과 참치 - 구로 은행골

1월 2일 토요일 저녁에 형, 저, 제 와이프 이렇게 3명이서 신년 맞이 조촐한 가족 모임을 가졌습니다.

찾아간 곳은 바로 제가 사는 구로동의 가장 유명한 맛집인 은행골! (가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녹두장군님등 유명 블로그분들이 올려주셨으니 참고하세요^^) 이전에도 몇번 방문해서 좋은 기억이 많았기에 형에게 한번 맛보여 주고 싶었던 가게이기도 했는데, 형이 마침 한턱 낸다고 하여 저와 제 와이프는 무척 호강했네요. 아주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먹은 것은 특초밥 3인분. 이 집 초밥은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밥을 부드럽게 쥐는 것이 특징이죠. 그 외는 제가 잘 몰라서 패스합니다만, 맛있는건 맛있는거죠!

먹은 순서는
먼저 아카미(맞나요?)와 간장새우 초밥 각 2개씩.
두번째로 연어와 광어 (맞나요?) 초밥으로 연어 3개, 광어 1개.
마지막으로는 광어 (?), 오징어 1개씩과 장어초밥 2개씩!
이렇게 초밥을 각 12개씩 먹고 마무리로 오토로 한접시를 시켰습니다.
오토로를 시켰기 때문일까요? 간장새우 한마리씩 서비스~
그리고 진리의 참치. 오 참치! 오토로! (먹던 도중에 찍어서 수가 많이 줄었네요) 정말이지 입에서 녹는 바로 그 맛! 처묵!처묵!
이렇게 맛나게 먹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예전에 비해 확실히 떨어져보이는 서비스와 봉사료 10%로 살짝 올라간 가격이긴 한데, 이 정도 퀄리티에 이 가격이면 수긍할만 하죠. 가격대 성능으로만 따진다면 은행골의 명성은 아직 탄탄해 보입니다. 가게 별점 3점입니다.

PS : 사진은 형의 아이폰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사주기도 형이 사주고, 찍기도 형이 찍어주었네요. 쌩유~!

2020/01/30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3)

애정하는 작품인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작가 라즈웰 호소키가 온갖 초밥을 연구하며, 심지어 직접 초밥을 쥐기까지 하는 과정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입니다.

음식, 특히 초밥 및 각종 관련 정보를 재미와 함께 잘 제공해 주는게 좋습니다. 나무젓가락이 무려 네 등급이 존재한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또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직접 실험하고 경험한 내용이 많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편의점 초밥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여러가지 실험해보거나, 초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차와 함께 먹거나, 초밥의 간을 여러가지로 만들어 먹어 본다던가, 맥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시를 만들어 본다던가(심지어 그 중 하나는 소시지 스시!) 하는 식으로요. 이 과정에서 터득한 레시피 제공도 아주 좋습니다. 스키야바시 지로의 메인 셰프인 지로 씨의 스시를 먹은 경험담 등도 값지고요.

그러나 단점도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1권과 2권은 1/3 가량이, 3권은 2/3 이상이 전혀 다른 만화로 채워져 있다는 점입니다. 1권은 작가가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음식을 먹었던 일상계 여행 에세이 만화가, 2권은 약간 소심한 식도락가 샐러리맨 에비코지 아지마로가 등장하는 "내 멋대로 1성 식당"과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스핀오프 같은 "소라의 술", 3권은 목욕이 취미인 공무원 센타로의 목욕 생활을 다룬 "속세 목욕"이 각각 수록되어 있거든요. 이 만화들이 재미가 없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분량을 차지해가면서 수록한건 반칙같이 느껴져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요. "라스시"만으로는 두 권 분량으로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이 단점에 비하면 모든 음식들에 대해서 작가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었으며, 한글화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는 사소할 뿐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고화질] 미식탐정 란포 2권 (완결) - 6점
Kusumoto Tetsu/미디어팜

'식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탐정 우타가와 란포가 의뢰받은 조사 대상이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의뢰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브리아 샤바랭탐정화한 아이디어지요.

억지도 있지만, 정말로 먹는 걸로 의뢰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예측하는게 나름 설득력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같이 소금구이를 좋아하는 그녀의 진심이 알고싶다는 의뢰를 받고, 미행을 통해 사실은 그녀가 양념 구이도 좋아하는 사실을 밝혀내어 그녀의 마음을 알게된다는 식으로요. 또 주인공 란포의 식도락 철학과 각종 요리 관련 설명 및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패턴이 단순하며, 조사 대상이 란포가 있는 음식점에 찾아올 정도로 너무 일(미행, 탐문 조사 등)이 쉽게 풀리는 전개 탓에 드라마가 별 볼일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아울러 요새 트렌드와 맞지 않는 작화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혼술 땡기는 날 - 4점
다케노우치 히토미 지음, 김진희 옮김/애니북스

집순이 히토미가 이런저런 술을 즐기는 이야기. 기본적으로 집에서 먹더라도 룸메이트가 있을 뿐더러, 여럿이서 같이 마시는 경우도 많아서 '혼술' 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집술'이라고 하는게 훨씬 맞는 표현일텐데 말이죠. 혼술 유행에 편승하려 한 느낌이에요.

그래도 내용은 나쁘지 않습니다. 맛있는 술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먹는게 전부인데 종류도 여러가지이고, 다 맛있어 보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레시피들도 대충대충이지만 실려있어서 이해를 돕고요. 

그러나 너무 대충 그린 작화는 문제입니다. 술과 요리까지도 성의없어 보이는 스타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건 음식, 요리만화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만 받쳐주었더라도 평균 이상은 되었을텐데 아쉽습니다.

2009/10/10

스시수첩 - 사카모토 가즈오 / 이은경 : 별점 3점

스시 수첩 - 6점
사카모토 가즈오 지음, 이은경 옮김, 안효주 감수/우듬지

총 94종의 스시를 사진과 짤막한 설명으로 수록한 책.
미려하게 찍은 사진은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제목과는 다르게 재료(생선) 쪽에 보다 비중을 둔 정보를 전해주고 있는데 - 만화로는 "초밥왕"이 아니라 "어시장 삼대째" 가 연상될 정도로 -,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재료 외에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초밥에 대한 짤막한 설명, 가장 맛있게 먹는 제철, 원산지 등도 함께 알려주고 있어서 짤막하긴 하지만 스시에 대한 기본 정보 제공이라는 목적에는 충실합니다. 때문에 간단한 식용 생선과 스시의 입문서 및 가이드북으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친숙한 도미, 참치, 광어 등은 물론이고 초밥관련 만화 등에서나 보아왔던 학꽁치, 쑤기미, 금눈돈, 눈볼대 등 생선들과 초밥의 설명을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재미있고 즐겁더군요. 언제쯤 이런 초밥을 제대로 한번 먹어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를 대비해서 공부라도 열심히 해 놔야 겠습니다.

읽기 편하고 재미도 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2004/01/01

절대미각 식탐정 - 테라사와 다이스케

절대미각 식탐정 1 - 6점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신작.
미스터 초밥왕은 제가 요리만화를 무척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정이 가진 않았었습니다. 설정에서부터 캐릭터들, 스토리라인 전체가 초밥이라는 소재를 놓고 벌어지는 오버의 극치들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특히나 매번 감정에 북받치는 주인공들이나 "입안에서 터지는 어쩌구..."하는 맛에대한 묘사는 짜증날 정도였고요.

그래도 이 "절대미각 식탐정" 은 일단 그러한 감정 과잉이나 오버가 조금은 희석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림은 뭐 여전히 독특하지만 꽤 탄탄한 편이고요.

주인공 다카노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유유자적 하면서 역사 소설가와 탐정이라는 두가지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으로 이 두가지 직업을 모두 알고 있는 인물은 비서인 교코 뿐이죠. 더군다나 그는 앉은 자리에서 도시락 10인분은 바로 먹어치울 정도의 굉장히 식탐이 심한 미식가입니다. 만화는 이 다카노가 경찰청 엘리트인 오카다의 요청으로, 또는 의뢰로, 또는 우연히 사건을 받아 해결해 나가는 추리만화의 구성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전부가 "음식"과 연관되어 있는, 약간은 요리만화의 설정도 띄고 있습니다.

사건의 예를 들면 어떤 식당에서 벌어진 살인 현장에서 범인으로 심증은 가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살해당한 요리장은 머리를 강타당했는데 흉기를 찾지 못한 상태죠. 여기서 다카노는 주 메뉴였던 커틀릿을 먹어보고 커틀릿 빵가루가 일반적인 빵이 아닌 일종의 "단단한 빵"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 요리사의 자백을 받아냅니다.... (1권 003 "남의 커틀릿을 먹다")

그러나 다카노라는 주인공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개인적으로는 "맛의 달인"의 지로같은 녀석이 이 만화 주인공으로 적당했을것 같습니다. 다카노의 너무 잘난척 하는 모습은 짜증날 정도였고, 비정상일 정도의 식탐이 현실성이 부족했거든요. 아울러 살인 현장에 음식이 중요한 증거로 남아있어 그 음식을 먹어보고 사건을 추리해 낸다던가(1-004 : 살인현장의 초밥을 먹다 편 등), 식당이 범행 장소라던가(2-012 : 라면집에 줄을 서서 라면을 시켜 먹는다 등), 음식의 특성으로 트릭이 이루어진다던가(1-005 : 독이 든 홍차까지 마신다 등) 하는 식으로 모든 사건이 음식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내용도 있지만 이야기의 소재와 설정이 아무래도 끼워맞추는데 문제가 좀 있는 편이라 전체적으로 그 추리의 깊이나 내용이 합리적이거나 치밀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즐겨 찾는 추리 동호회의 한 회원분은 거의 쓰레기급으로 분류하시더군요^^

하지만 요리만화를 좋아한다면 꽤 즐길 수 있는 만화입니다. 저도 추리만화와 요리만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런 형태의 만화를 만나니 꽤 신선합니다.

"추리" 보다는 "요리"만화를 좋아한다면 추천입니다.

2009/01/07

최근 읽은 추리만화 약간 긴듯한 감상

이번 추리만화들 리뷰는 약간 깁니다. 리뷰에 앞선 총평으로는 "건질게 없었다" 되겠습니다.^^


명탐정 코난 63 - 2점
아오야마 고쇼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전편에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의 교살 사건, 회전 초밥집에서의 독살 사건, 켄타의 아버지가 관련된 사고사로 위장된 살인사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설의 폭주족 마녀가 등장하는 안개속 도로의 의문의 폭주족 질주 사건까지 4건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일단 양적으로는 풍부합니다.

그러나 질보다 양이라는 표현은 만화에 쓰는 표현은 아니죠... 전체적으로 추리의 수준이 너무나! 낮습니다.
첫번째의 교살 사건은 트릭이 너무 억지죠. 아무리 죽음을 감수한다고 결심했다해도 최후의 순간, 즉 죽을때 피해자가 발작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되거든요. 차라리 피해자가 스스로 자기 목을 졸랐다고 하지 그랬어?
그리고 세번째의 대부호의 사고사로 위장된 살인사건의 경우는 조금만 수사한다면 범인을 밝혀내는 것은 시간문제였을것 같을 뿐더러 앞부분의 "전국 코지마씨 선발대회"라는 억지스러운 설정이 기본적인 상식을 망각하고 있기에 언급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마지막 폭주족 마녀 이야기는 대단한 트릭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합리적인 트릭이라 트릭 자체는 봐줄만한 수준이긴 합니다. 그러나 동기 등 다른 부분은 완벽할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죠.

그나마 두번째 회전 초밥집 독살 사건은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회전 초밥이라는 무대를 이용한 트릭이고 동기 등도 잘 배분되어 있는 등 이야기 자체는 깔끔했으니까요. 별점은 두번째 에피소드만이라면 2점 정도? 그러나 전체 통합한다면 1점입니다.

그동안 추리적인 부분의 모자람을 채워주었던 기본적인 재미마저 많이 빠진 모습이라 이제 어느정도 한계에 달한 듯 싶어 안타깝기까지 하네요. 연재를 중지하라는 말 까지는 못하겠지만 좀 쉬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CMB 박물관 사건목록 9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의 스핀오프인 CMB도 이제 9권째군요.
이번 권에는 세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첫번째는 페루 안데스 산맥 잉카문명의 유적지인 태양의 신전 지하도에서 벌어진 교수 실종-살해 사건과 잃어버린 황금도시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일상속 소품같은 학교안에서 벌어진 고가의 그림 도난 소동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스쿠버 다이버의 사고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평하자면, 첫번째 이야기는 스케일에 비한다면 이야기전개가 설득력을 많이 잃고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길잡이 소년의 행동이라던가 그 후에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이야기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는 느낌도 강하고요.
두번째 이야기는 일상계 소품으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트릭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인데,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 너무 빈약하고 장치 자체도 상당히 부실해서 실효성이 부족해 보여 역시나 범작 수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 트릭 자체는 사실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이 시한장치 트릭이 발동하기 위한 조건이 너무나 까다롭다는 점에서 작가가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 스쿠버 다이버 이야기는 추리적으로 뭐라 논하기 어려운 이야기라서 아예 논외고 말이죠.

그나저나 이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점점 크게 느끼는 것인데 왜 새로운 주인공을 등장시켜 스핀오프화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 정도로 이번권은 QED 이야기라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것 같거든요. 물론 수학에 치중된 QED와 비교해 본다면 이 시리즈쪽은 박물학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긴 합니다만, 어차피 학자풍의 전문지식을 지닌 탐정이 등장한다는 점과 이야기 전개방식, 그리고 포맷 자체가 너무 똑같습니다...

차라리 한가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만큼 이번 편은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기에 좋아하는 작가이고 좋아하는 시리즈이지만 별점은 2점밖에 못주겠습니다.

환영 박람회 1 - 6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2007년 11월에 나온 작품으로 지난 주말 북오프에 갔다가 우연찮게 구입한 책입니다. 너무 뒷북인가요? 하여간 충동구매였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짤막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내용은 다이쇼 말-쇼와 초기 시대의 도쿄를 무대로 하여 명문가 출신의 탐정과 수수께끼의 조수를 주인공으로 한 옴니버스 시리즈로, 전부 6편의 이야기에 아주 짤막한 번외편 이야기 한편이 실려있는데 정통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추리물적인 성향이 강한 모험물로 보는 것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1화의 연쇄 폭탄테러범이야기와 3화의 바꿔치기당한 골동품 족자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는 추리물로 봐도 손색없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다른 이야기들도 나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다이쇼-쇼와 시대의 도쿄를 무대로 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경성탐정록" 필이 나는 것이 무척 반가웠거든요. 그림도 취향이었던 만큼 2권도 구입해 봐야 겠더라고요.

별점은 반가운 마음을 더해 3점 주겠습니다. 4점을 주고 싶기도 한데 정통 추리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 감점 요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무슨 뜻일까요? 첫 출간 당시 제목만 보고 양판소 계열 작품으로 오해하고 구입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거든요. 다른 제목이었다면 진작에 읽어 봤을텐데 말이죠...

2005/02/14

일본 여행기 둘째날

둘째날의 기록들입니다. 참 짧은 여행인데도 왜 이리 찍은 사진은 많은지....첫째날 이야기보다도 길어져서 보시는 분들 스크롤의 압박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죄송할 따름이지요...^^호텔에서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러 일단 내려갔습니다. 아침식사는 부페식인데 그다지 종류가 많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식-양식으로 구분된 점 하나는 특이하더군요. 주위의 일본인들은 거의 대부분 일식 아침 식사 (밥과 국, 간단한 반찬)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도 "낫토"라는 녀석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뭐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그런대로 맞는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좀더 얼큰하게 간을 해서 먹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하여간 서둘러 아침식사를 끝내고 호텔 근처의 요츠야 역까지 걸어간 뒤 신쥬쿠로 이동할 계획을 세우고 이동했습니다.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신쥬쿠! 여기는 정말 간판이 너무 와글와글 요란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그래도 도큐핸즈는 정말 쇼핑의 천국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에 뭔가 선물을 사가려면 여기서 사는게 좋을 것 같아요. 싸고 예쁜 물건이 많았습니다. 또 다카시야마 백화점과 기노쿠니야 서점이 연결되어 있어서 거의 "원스탑"으로 쇼핑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음에 들었고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기노쿠니야 서점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느낀것은 "한류스타" 열풍이었습니다. 제일 눈에 잘 띄는 코너 중 하나가 완전히 한국 스타들 코너로 꾸며져 있었거든요. (대체 여기 류시원이가 왜 포함되는 지는 미스테리...) 하지만 서점 자체는 기대보다는 작은 규모여서 약간 실망했습니다. 좀 넓고 쾌적하다기 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올망졸망하게 꾸며놓았다고나 할까요? 좁은 공간에 층으로 구분해 놓은 이런 구조보다는 국내의 대형서점들처럼 넓게, 한번에 볼 수 있게 꾸며놓은 것이 저는 더 마음에 듭니다. 대충의 아이쇼핑 후에 친구 엄사마^^와 점심약속을 잡고 약속장소인 스튜디오 알타로 이동하며 몇몇 샾을 더 둘러보았습니다. 그중 사진에 있는 브랜드샾 "Jounal Standard"는 추천장소입니다. 물건들이 다들 굉장히 예쁘고 고급스럽습니다. 다만 가격이 무지무지무지하게 비싸다는 것 빼고는 전부 마음에 들더군요.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지요..^^)
전날 너무 잘 얻어먹어 우리가 대접하기로 하고 같이 간 곳은 회전초밥집이었습니다. 가격은 싼것은 100엔부터 있고 제일 비싼게 350엔 짜리인 곳인데 엄상말로는 맛과 가격 모두 뛰어난 곳이라고 하더군요. 확실히 가격은 합리적이고 맛도 좋았습니다. 가격은 국내의 좀 괜찮다 싶은 초밥전문점 (스시히로바) 등과 비슷한 수준인데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맛은 일본가게가 더 좋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엄상이 식후 디저트를 쏜다고 데리고 간 곳은 시부야의 엑셀호텔 커피숍.. 덕분에 거의 초밥가격과 맞먹는 가격의 식후 디저트를 먹게 되었네요.
그리고 서둘러 시부야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의 거리다운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특히 대형 가라오케가 엄청 많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는 꼭 들려보고 싶었습니다. 이곳 저곳을 돌아보다가 관광 마지막즈음해서 대형서점이라는 "북1st"를 찾아가 보았는데 생각보다는 별다른 아이템이 없어서 살짝쿵 실망했지만 몇권의 추리서적을 구입했습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아쉬움이 남아 다시 하라쥬쿠로 이동하여 "북오프"에서 마지막 쇼핑을 했습니다. 저는 주로 105엔짜리 코너에서 몇권의 책을 구입했죠^^ 그리고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하라쥬쿠에 있는 덮밥집에서 해결했습니다. 지나가다 눈에 띄어 들어간 곳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먹을만 합니다. 사진에 있는 "겨울덮밥세트"가 7500원 정도인데 약간 비싸긴 했지만 바로 튀긴듯한 바삭바삭한 맛에 특별한 소스가 곁들여져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깐의 아이쇼핑을 즐겼죠^^
이제 밤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시간이므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옆의 손잡이 부분에 광고를 프린트 한 것은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 같아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모노레일을 타고 하네다로 이동한 다음 12시 출발의 전일본 항공 비행기를 타고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길도 올빼미 관광이라 새벽에 도착해서 힘들고 지쳤지만 즐거웠어요. 짧은 기간이라는 것 때문에 무척 아쉬움이 많이 남은 여행이었습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최소한 3박4일정도의 일정으로 좀더 여유있고 천천히 즐기다 와야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여행은 "여유"겠죠?

2013/08/13

스시 장인: 지로의 꿈 - 데이빗 겔브 : 별점 3점

스시 장인: 지로의 꿈 - 6점 데이빗 겔브 감독, 오노 지로 외 출연/아트서비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은, 긴자의 최고급 스시집 "스키야바시 지로"의 주인인 일본 최고의 스시 장인인 80대 지로와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요시카즈의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다큐멘터리이기에 대단한 재미는 없습니다. 전해주는 메시지도 항상 위를 올려다보고 끝없이 노력하라는 구태의연한 것이고요.

그래도 이 메시지를 75년간 한 우물만 판 장인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으며, 촬영과 음악이 아주 뛰어나서 몰입하기는 좋았습니다. 특히나 백미는 지로의 코스를 교향곡 3악장에 비유하며 모차르트의 음악과 함께 담아낸 장면이에요.

아울러 "맛의 달인"이나 "미스터 초밥왕" 등 여러 요리 만화에서 보아왔던 것이 얼마나 구라인지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수확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미하라는 담배를 핀 요리사 료지를 쫓아냈었는데, 일본 최고의 스시 장인 지로는 담배를 피웠고 끊은 이유도 단지 건강 문제였다는 사실. 한 번에 적절한 초밥의 양을 덜어내고, 일수법 같은 묘기까지 동원해서 재료가 손에 닿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만화 속 이론과 달리, 일본 최고의 스시 장인은 스시는 양손을 이용하여 여러 번 뒤집어 가며 만들어내더라라는 것 등입니다.

만화 같은 부분은 손님의 성향을 파악해서 왼손잡이면 반대편에 스시를 놓는다든가, 남녀에 따라 초밥 크기를 다르게 해서 먹는 시간을 똑같이 한다는 정도밖에는 나오지 않더군요.

그래도 한 가지, 예전에 지로에게서 수행했던 요리사가 요시카즈가 가게를 이어받는 것에 대해 "아버지와 같은 수준이라도 고객은 떨어져나갈 것이다.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 "맛의 달인"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르더군요. 유명 요리집의 후계자가 아버지 수준의 음식을 제공하지만 단골들이 아직 멀었다고 질책하는 에피소드였죠. 해답은 메인디시가 아니라 다른 부분을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기억되는데, 요시카즈도 한 번쯤 고려해보면 좋겠네요.

어쨌거나 결론은 추천작. 재미보다는 요리를 좋아하고 스시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단, 스시가 강하게 땡긴다는 후유증은 염두에 두시기 바래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제일 저렴한 코스가 3만 엔부터라고 하고, 한 코스를 먹는 데 1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고 하니 제가 평생 먹어볼 일은 없겠죠? 어차피 후쿠시마 이후 일본 스시를 먹을 생각 자체가 사라져버리기도 했지만요. 그러고 보니 후쿠시마 이후 일본 스시계에 위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도 드네요. 요시카즈가 소고기 스시 같은 걸 개발하면 먹힐지도?

2017/04/28

음식의 군사 1~3 - 쿠스미 마사유키 : 별점 2점

[고화질] 음식의 군사 03 - 4점 Masayuki Izumi/서울문화사

구루메 만화가 붐이 된 지도 꽤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구루메 만화들 속에서 "고독한 미식가" 등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쿠스미 마사유키의 신작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연재가 시작된 것은 2011년이니 신작이라고 하기는 좀 민밍하지만, 국내에는 얼마 전에나 출간된 따끈따끈한 작품이지요. e-book으로만 출간되어 있는데, 알라딘에서 구입해 읽었습니다.

내용은 무척 단순합니다. '혼고'라는 바바리 코트에 중절모를 걸친 남자가 맛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는게 전부거든요. 이런 기본 설정은 유래없는 대 인기작 "고독한 미식가"와 별로 다를게 없습니다.
그러나 혼고가 리키이시에게 갖는 쓸데없는 경쟁 의식을 중심으로 '코미디' 터치가 강하다는 점, 일상 이야기는 쏙 빼고 음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리키이시라는 라이벌을 등장시켜 대결 구도를 보인다는 점에 더해 혼고의 머리 속에 '제갈공명'이 있어서 음식을 먹는 방법에 대해 지휘를 한다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건 첫 번째 에피소드인 "오뎅의 군사"입니다. 오뎅 가게에서 처음으로 리키이시를 만난 혼고는 그가 라이벌임을 직감하고, 리키이시가 주문한 무, 우엉 오뎅에 대항하여 자신만의 오뎅 진을 펼쳐 공방을 펼친다는 전개를 보여주거든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비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라는 전통적인 병법에 대항하여 "비 오는 날에는 소주에 어묵탕이지!"라면서 풀어나가는 식인 셈이지요. 이 에피소드 만큼은 작품의 모든 특징이 잘 어우러진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구입한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요.

그러나 '군사'가 등장하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 방법을 병법처럼 푼다는 아이디어는 이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면서도 음식과 잘 접목되고, 또 그것을 대결 구도로 만드는게 굉장히 힘들다는건 당연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빠져도 1권은 나름 괜찮은 이야기가 많기도 하고요. 모츠야키 가게는 신선한 재미가 있었고, 초밥집에서의 이야기도 괜찮았어요. 초밥 먹는 방법이 여러가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돈가스 한 개로 즐기는 풀코스 - 레몬 더하기 소금으로 한 점, 우스터 소스로 한 점, 간장 겨자, 소금 겨자, 소스 겨자, 간장, 마지막은 우스터에 재워둔 한 점과 흰 밥 - 역시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딤섬 도시락을 먹는 이야기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2권은 최악입니다. '군사' 설정은 뒷전이고, 혼고가 지방 맛집을 전전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이야기의 전부인 탓입니다. 지방을 돌아다녀서 라이벌 리키이시조차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스스로의 차별화 요소까지 걷어찬 최악의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나마 3권은 조금 회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첫 번째 에피소드만큼은 못해요. 간혹 등장하는 '간장의 마술사' 이야기는 도대체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요. 너무 뜬금없을 뿐더러 재미도 없거든요. 간장 찬양만 하는 만화라 간장 회사 광고같은데, 돈 내고 광고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에요.
아울러 번역, 전개도 이상한 부분이 꽤 됩니다. 특히 몇몇 이야기는 중간에 페이지가 누락된 느낌입니다. 지금 보니 저자도 Masayuki Izumi라고 되어 있네요. 나 원 참.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1권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추천해드리기는 힘듭니다. 길게 끌고 갈 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이에요. TV 드라마화 까지 된 것으로 볼 때 아주 인기가 없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계속 봐야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덧붙이자면, "라면이란 무엇인가"의 운치쿠 유조처럼 혼고는 검은색 정장 위에 '트렌치 코트'와 '중절모'를 걸친 한결같은 패션으로 등장하는데 무언가의 패러디인걸까요? 미디어 팩토리 학습만화 고유의 캐릭터인 운치쿠 유조를 따라한 것일지도...

2018/01/27

오로지 일본의 맛 - 마이클 부스 / 강혜정 : 별점 2점

오로지 일본의 맛 - 4점
마이클 부스 지음, 강혜정 옮김/글항아리

영국인 요리사 출신 작가가 쓰지 시즈오의 "일본 요리 : 단순함의 예술"에 깊이 매료된 탓에, 현재 일본 요리를 탐구하고자 3개월 동안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도쿄를 비롯한 일본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러가지 다양한 문화를 맛보고 즐긴 경험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집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망스럽습니다. 여행 목적은 그럴듯했지만 내용이 목적에 딱히 부합하지 않는 탓입니다. 그냥 일본 이곳저곳 여행기와 식도락이 결합된 뻔한 여행기에 불과합니다.
또 색다른 곳에서 느끼고 경험한 이색적인 체험을 쓰기는 했는데, 서양인 시각에서만 신기하고 재미있을 만한 체험이라는 문제도 큽니다. 일본에 이웃한 한국인 시각에서 봤을 때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게다가 와패니즈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저자가 지나치게 일본을 맹신하는 묘사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본 요리 장인이 만든 튀김을 맛본 후, 엄청난 기술과 맛에 감탄하는 정도는 괜찮아요. 일본 튀김은 저도 좋아하니까요. 그러나 아지노모토사를 방문기를 통해 MSG의 무해함을 강조하며 합성 조미료를 전도하고, 쓰키지 시장 방문 경험의 마지막을 '장기를 팔아서라도 꼭 가봐야 하는 곳' 이라고 마무리 하며, 생 와사비야 말로 슈퍼 푸드로 그 맛에 중독되었다고 묘사하는 식으로 직접 찾아서 경험하고 맛본 모든 요리와 재료에 대해 끝없는 칭찬과 홍보가 지겹게 반복됩니다. 이러한 맛에 대해 부정하는건 아니지만, 일본 내 식문화를 소개하는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특별한 내용도 없어요. 예를 들어 튀김이나 와사비, 가쓰오부시 등은 모두 "맛의 달인" 등에서 자세히 소개했던 것입니다. 튀김의 핵심 비결인 밀가루 대충 풀기, 와사비 농원의 생육 환경과 강판에 가는 법, 가쓰오부시 제조법 및 전용 대패 모두 말이죠. 쓰키지 어시장은 "어시장 3대째"라는 더 길고 방대한 작품이 이미 존재하고요. 이는 일본 요리가 건강식이며 장수에 도움이 된다며 오키나와 요리와 장수의 비결을 탐구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나 "맛의 달인"에서 이미 등장했던 소재입니다. 그나마 오키나와의 새로운 소금 제조법 정도만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직접 '비스트로 스맙'을 찾아 가서 기무라 타쿠야 등을 만나고, 스모 연습장을 찾아가 챵코 나베를 직접 먹어 보는 식의 현장감 넘치는 경험담은 좋아요. 그러나 이 역시 방송이나 다른 여러가지 컨텐츠에서 보았던 내용에 반복에 불과하고, 저자가 신기하게 생각한 대부분은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에서는 새롭지 않습니다. 장인 정신을 발휘하는 요리사들, 연예인들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해서 게스트에게 먹이는 등은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고래 고기처럼 일본의 정책을 비판하고, 맛없다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도쿄를 벗어나서의 이야기들에서 조금 많이 드러나는 편이에요. 허나 고래 고기는 이런저런 컨텐츠에서 특유의 풍미가 있다고 언급되어 왔으니 색다를 것도 없고, 도쿄 이외의 장소에서의 에피소드는 음식, 요리 관련 이야기라기 보다는 외국인의 좌충우돌 여행기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비판적 시각은 일부일 뿐, 결국 글은 가이세키 요리나 오사카 패스트푸드를 극찬하는 기승전'일본맛있쪄'로 마무리되니 온전한 비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일본 최고의 회원제 레스토랑 미부에서의 놀라운 경험이 소개되는 마지막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일본 요리란 무엇인지, 그 진가를 제대로 체험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거든요. 맛을 떠나 일본 요리의 찬양이 반복되는 느낌이라 지루했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일본 여행 목적이기도 했던 일본 요리의 비결은 '재료 본래의 맛을 끌어내는 것' 이라는 것도 로산진 이래로 너무 많이 접한 내용이라 식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요리사다운 시각이 돋보이는 몇몇 디테일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숯불구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비결이 재료를 작게 만드는 혁신 덕분이라는 착안이 대표적이에요. 서구에서 초밥이 진짜 이유를 끌게 된 이유에 대한 주장도 신선합니다. 설탕, 소금, 식초로 이루어진 초밥 양념이 빅맥의 기본 양념과 동일하다는 것이죠.
또 저자의 재기발랄한 글솜씨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큽니다. 예를 들어 성게 맛에 대한 묘사도 제가 본 작품 중 최고로 꼽을 만 해요. 인어들이 바닐라 맛만 있는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다면 이런 맛이 아닐까 싶다는데, 정말로 멋드러진 발상입니다!

하지만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이 정도의 단편적인 장점만으로 덮을 수는 없습니다. 실망이 컸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책을 읽느니 "맛의 달인" 을 다시 정독하는게 정보와 재미 측면에서 더 나을 겁니다.

2013/06/11

꽃 아래 봄에 죽기를 - 기타모리 고 / 박정임 : 별점 3점

꽃 아래 봄에 죽기를 - 6점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산겐자야역 상점가 좁은 골목에 위치한 바 "가나리야"는 주인인 구도가 주방장을 겸해 운영하는 작은 바입니다. 도수별 4단계로 나뉘어진 필스너 생맥주와 맛있는 요리가 강점인 곳이지요. 이 곳을 찾은 손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은 구도가 자신의 추리를 들려 준다는 안락의자 탐정물 형식의 단편집입니다.

그러나 뻔한 트릭풀이물은 아닙니다.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덕분입니다. 묘사력과 서정적인 전개가 좋아서 읽는 재미와 함께 애잔한 여운을 남겨줍니다. 일상계 성격이 강한 내용도 매력적이고요.

덧붙이자면 맛있는 요리가 각 단편마다 디테일하게 삽입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뛰어난 묘사력으로 입에 군침이 돌게 만드는 것은 물론,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 생각됩니다. 몇몇 요리는 재현해보거나 찾아가서 먹고 싶을 정도였어요. 책의 모양새와 장정도 아주 좋았고요.

물론 '실제 사건, 진상과는 동떨어진 추리를 들려줄 수도 있다'는 단점이 눈에 조금 뜨이기는 합니다. 이러한 안락의자 탐정물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단점이기도 하지만, 수록된 몇몇 이야기에서는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추리는 추리에 불과할 뿐이라는게 좀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허나 단점은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회귀천 정사"가 연상되는 좋은 단편집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꽃아래 봄에 죽기를"

하이쿠 동호인 가타오카 소교가 병사한 뒤, 소교는 주민등록이 없는 무적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같은 동호회 회원이었던 나나오는 그가 고향을 버린 이유를 조사하고, 유골을 보리사에 묻을 계획으로 조후로 향했다. 

요리바 "가나리야"와 탐정역인 마스터 구도가 첫 등장하는 표제작.

소교가 왜 고향을 버려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실제 조후에서 있었던 대화제와 연결하여 가상 역사 소설처럼 꾸민 솜씨가 탁월합니다. 여성 장애인 살인 사건과 소교가 마지막 남긴 습작노트에서의 '벚꽃이 피었다'를 연결시켜 진범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본격 추리물로의 가치도 높고요. "하이쿠 동호인"들이 등장하는 작품답게 멋드러진 하이쿠들이 적절하게 삽입되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와카타케 나나미와 심포 유이치의 장점만을 섞은 느낌입니다. 묘한 매력이 넘치는 작품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가족사진"

지하철 역 시민 기증 서가의 추리소설들에서 발견된 흑백 가족사진에 대한 진상을 풀어가는 이야기.

정말로 가볍고도 가벼운 일상계 작품으로, 구도가 제시한 수수께끼에 대해서 가나리야의 단골손님들이 각자 자신의 추리를 이야기한다는게 특징입니다. 일종의 역발상 안락의자 탐정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극중 주인공인 노다의 역할이 굉장히 작으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게 좋았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 거처"

사진작가 쓰마키는 "마지막 거처"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자신의 작품전 포스터 도난사건으로 고민하다가, 구도에게 상담을 요청한 뒤 어떻게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주는데...

역시나 전형적인 일상계. 그러나 포스터 도난에 대한 진상은 별로 설득력이 높지 않습니다. 구도의 추리는 볼만했지만 새롭거나 의외성 있지도 않고요. 그래도 등장하는 요리인 '가지 겨자 절임'이 꽤 임팩트 있게 사용된게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살인자의 빨간 손"

젊은 여성의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현장 주변에서는 빨간 손의 악마가 초등학생을 노린다는 괴담까지 퍼졌다. 괴담과 사건을 조합하여 단골손님들 사이에서 추리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1편의 주인공 나나오와 단골손님들이 등장하는 작품.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사구치 히즈루의 과거사를 비롯해서 경찰 모모세 겐지의 존재까지 추리에 가담시키는 복잡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작품부터 실제 진상을 속 시원하게 밝혀주지 않는다는 단점이 시작될 뿐더러 실제 빨간 손이 어떤 것이었을지에 대해 추리하는 마지막 부분은 범위를 극단적으로 좁힌 것으로 보이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어요. 그렇게 따지자면 오토바이나 자전거 배달원은 모두 마찬가지였을 텐데 말이지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일곱 접시는 너무 많다"

회전 초밥가게에서 참치만 일곱 접시를 먹은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수수께끼 풀이를 던지는 단골 히가시야마의 이야기.

기이한 일상을 소재로 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회전 초밥가게 메뉴 리스트를 이용한 독특한 암호 트릭이 등장하는 등 신선한 요소는 많습니다. 

그러나 진상이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도 않으며 모든 것은 추론에 불과해서 좀 맥이 빠집니다. 구도의 말대로, 쓸데없는 이야기에서 시작된 말장난에 불과한 작품으로 보이거든요. 그리고 추리가 어찌 되었건 참치를 일곱 접시나 먹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특이한 행동인데, 그러한 행동을 보이면서까지 불륜을 저지르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죠. 

수수께끼를 위한 수수께끼에 불과해서, 이 작품집의 워스트로 꼽겠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물고기의 교제"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나나오가 다시 등장하여 가타오카 소교에 얽힌 과거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는 내용입니다. 중간에 나나오에게 프로포즈를 한 다카쓰카의 폭행사건 증인 찾기가 끼어들고 있어서 내용적으로는 풍성합니다.

그러나 역시나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모든 것은 추론에 불과하다는 단점은 전작과 동일합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 별로입니다. 소교가 장님 행세를 했다는 핵심 트릭에 대한 진위가 밝혀지지 않는 것도 문제고요. 무엇보다도 기누에가 자살한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는 게 아쉬웠습니다. 여운을 남기는 맛은 좋지만 보다 친절했더라면 더 좋았을겁니다. 

묘사도 좋고 상상력도 뛰어나며 등장하는 하이쿠도 아름다우나, 추리적으로는 부족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2020/07/16

어른의 맛 - 히라마쓰 요코 / 조찬희 : 별점 3점

어른의 맛 - 6점
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바다출판사

푸드 저널리스트 히라마쓰 요코의 에세이집으로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다츠가 자신의 식도락 생활을 하이쿠가 아니라 일반 수필, 산문 형태로 써 내려간다면 이런 글이 되지 않을까 싶은 글들이 가득합니다. 

은근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도 돋보입니다. 특히 "혼자의 맛"은 작가가 리얼 소다츠라는걸 증명하는 글이에요. 자신만의 음식 조합이라던가, 서서 마시는 선술집에서 어른스럽게 술을 마시는 방법, 혼자서 이자카야를 즐기는 법이 실려있는데 각 방법들 모두가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에피소드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술집에서의 일화나 음식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는 글들도 소다츠가 바로 떠오르고요.

그러나 단순한 술꾼, 먹보 미식가의 글만도 아닙니다. 깊은 연륜과 경험이 묻어나는 글들도 인상적입니다. "눈물나는 맛"이라는 제목의 글 구성이 특히나 마음에 듭니다. 글은 와사비 초밥과 고추가 들어간 김치 등 매운 요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다츠가 먹음직한 아귀 간, 가라스미, 슈토 등 다양한 진미를 열거하며 어른이 되어 알고 먹게 된 맛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이어나가지요. 그 뒤는 어른이 되고 나서 알게된 여러가지 맛이 소개됩니다. 찜통에 찐 무화과에 참깨 소스를 얹은 일품 요리와 같은 대표적인 예가 등장하는건 물론이고요. 또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을 다시 맛볼 때 재회의 기쁨도 크다며 곶감, 톳 등의 맛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글의 마무리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어렸을 때 먹었던 엄마의 맛입니다. 어른이 조용히 흐느끼게 되는 맛은 바로 그 맛인거지요. 음식에 대한 맛있는 묘사에 살짝의 감동까지 곁들여진 좋은 글이라 생각됩니다.

"깊은 산의 맛"에서 료칸 우쓰오장의 음식을 소개하는 글도 대단합니다. 사진 한 장 없지만, 음식의 형태와 맛이 떠오를 정도로 잘 묘사한 글이기 때문이에요. 산촌의 맛을 표현하면서 '오독오독, 꾹, 섬벅, 바삭, 아삭아삭, 담백, 미끈미끈, 혹은 어떤 것은 쌉싸래하고 어떤 것은 은은히 달고 끈끈하고 아리다.'라고 설명하는 문장처럼요. 이 정도 글 솜씨면 오히려 사진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대단하지는 않아도 따라해보고 싶은 레시피도 실려 있습니다. 시금치를 데쳐서 서벅서벅 잘라 물기를 쫙 빼고 으깬 두부와 함께 무친 일종의 나물이 그러합니다. 간은 올리브오일과 소금, 간 후추가 전부라는데 쉽게 따라해 볼 만 하지요. 맛도 좋을 듯 싶고요.
해삼 손질법은 집에서 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억하면 좋겠더군요. 일본 전통 해삼 손질 방법인 '자부리'에 대한 소개인데, 뜨겁게 끓인 녹차에 채썬 해삼을 넣고 재빠르게 휘저어 살짝 데친 뒤 채반에 받치면 됩니다. 녹차 온도는 보통 80도 정도이고요. 이 뒤 유자 식초에 담가 손님에게 내면 됩니다. 이렇게 데치면 오독한 식감이 경쾌해지고 녹차가 해삼 특유의 알싸한 맛을 누그러뜨려 좋다는군요.

간간히 언급되는 음식 관련 정보도 볼만합니다. '로산진의 낫토 먹는 법'은 처음 알았네요. 일단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상태에서 305번, 그 다음 간장 넣고 119번, 이렇게 총 424번을 섞으면 낫토가 가장 맛있다는 설인데 솔직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저자가 여러 낫토로 실험해 본 결과로는 횟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답니다. 어떤 낫토냐가 더 중요한 거지요.
물의 경도에 따라 다른 맛이 나는 이유를 고찰한 "물의 맛"도 흥미롭습니다. 연수는 수용성 성분을 잘 유출하고, 경수는 미네랄 성분이 많아서 가교 결합이 이루어져 소재를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에 연수는 일본 요리에, 경수는 유럽 요리에 어울린다고 하네요. 유럽에 스튜나 스톡이 많은 이유입니다. 경수라서 미네랄 성분이 소재와 더욱 잘 결합해서 진한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지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재미도 있으며, 음미할만한 글이 많은 좋은 에세이였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크고요. 저도 이런 글을 쓰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8/08/04

공정드래곤즈 1~3 - 쿠와바라 타쿠 : 별점 2점

[고화질] 공정 드래곤즈 03 - 4점
쿠와바라 타쿠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입니다. 백종원 씨를 비롯, 여러 셰프들이 스타덤에 오른지 오래이며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는 온갖 예능들도 넘쳐나고 있고,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마저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만화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요리 만화는 등장한지 오래되긴 했습니다. 빵이나 카레, 중화요리, 초밥, 도시락, 와인, 술 등 요리사가 주인공이며 특정 요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주로 주인공의 직업과 소재가 특이한 배틀물 - 고전 "맛의 달인"의 '완벽과 최고'의 대결처럼 - 에 머무른 작품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다양한 장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음식과 요리를 소소한 일상, 인간 드라마와 결합시키거나, 평범한 음식을 실존하는 평범한 식당에서 평범하게 먹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로 전개하는 '음식을 소재로 한 소소한 일상계'입니다. 앞서는 "심야 식당", 그리고 뒤에는 "고독한 미식가"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외에도 영상화 된 작품만 해도 "하나 씨의 간단 요리", "와카코와 술",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 "음식의 군사" 등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인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두 번째로 현재 음식 만화에서 작지만 확실한 인기를 몰고 온 분야는, 판타지 세계관과 음식 소재를 결합한 '이세계 미식물'입니다. 쿠이 료코"던전 밥" 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장르는 "던전밥"처럼 이세계의 몬스터를 재료로 친숙한 음식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이세계 주점 노부" 등 처럼 현대(그 중에서도 일본) 요리를 그러한 음식을 잘 모르는 이세계 주민에게 소개한다던가, 아예 현대 일본인이 이세계로 이동하여 자신의 요리 실력으로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맛없는 밥 엘프와 유목생활", "이세계에서 카페를 개점했습니다" 등으로 아이디어가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가 아니라 현대 요리사가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다는 "노부나가의 셰프" 와 같은 이야기도 유사 장르로 포함시킬 수 있을테고요.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 만화는 이러한 '이세계 미식물' 장르에 속한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원조 "던전 밥" 의 특징을 많이 따릅니다. 용을 사냥하는 용 사냥꾼들이 용을 재료로 이런저런 친숙한 음식들을 만든다는 점에서요. 이세계 전문직 종사자의 평범한 식단을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는 '일상계 음식 만화'의 한 범주로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아류작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포룡선 퀸자자호를 타고 용을 사냥하는 사람들과 사냥 과정에 대한 디테일 - 용이라고 불리우긴 하지만 크툴루 신화 속 크리쳐가 연상되는 "용", 고전적인 비행선인데 용을 잡기 위한 다양한 장비(작살총, 봄랜스, 창과 이런저런 와이어, 후크들, 오토자이로)를 갖춘 퀸자자호, 포룡 과정에서 하늘에 떠 있는 퀸자자호 내부에서의 식사와 빨래와 같은 생활 묘사 등등등 - 이 펜터치 중심의 고전적이면서도 빼어난 작화로 그려져 있어서 큰 재미를 선사해 주는 덕분입니다.

그런데 1권은 용 사냥꾼이 용을 사냥하고 그 부산물을 조리해 먹는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2, 3 권부터는 세계관이 긴 호흡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나가더군요.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2권은 용의 거래로 먹고 사는 마을 '퀀 시'에 기항한 퀸자자호가 마을에서 깨어나 폭주하는 용을 사냥하는 이야기에 승무원 지로의 짤막한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지며, 3권은 사냥 중 지상으로 떨어진 타키타가 지상의 사냥꾼에게 구조된 후, 자신을 따르게 된 새끼 용을 무리에게 돌려보내 준다는, 한 권에 한 편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구성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이세계 미식물' 을 보고 싶었던 것이지 일상계 이세계 사냥 판타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야기도 딱히 새롭거나 재미있지도 못합니다. 전형적인 설정의 전형적인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그나마 용잡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우러지는 2권은 조금 낫지만, 3권은 전형적인 나우시카류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고기에 푹 빠진 미카는 "던전밥"의 라이오스와 유사한 등, 퀸 자자호의 승무원들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캐릭터라는 점이 더해져 식상해도 너무나 식상할 따름입니다.
용 고기가 무슨 색깔이며 구울 때는 어떻고, 날로 먹으면 어떤지 등 기본적인 특성조차 소개되지 않고 이런저런 요리를 선보인다던가, 뒤로 가면 갈 수록 특별한 요리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전개를 보면 판타지 구루메 만화를 그려달라는 편집부의 요구를 따르는 척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그려나가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뭐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테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3권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읽기는 했는데, 다음 권을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면 저와 같은 이세계 미식물 팬을 위해서 지브리에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를 활용하여 비슷한 컨텐츠를 내 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나우시카 세계관에서 오무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 등이 등장하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요? 서둘러라 지브리!

2008/04/12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 미야베 미유키 / 김소연 : 별점 3.5점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 8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대답은 필요없어" 이후 정말이지 간만에 읽은 미야베 미유키 책이네요. 사실 "쓸쓸한 사냥꾼"과 착각하고 구입한 책입니다. 단편 미스터리물이라고 해서 착각했어요.
 7가지의 불가사의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에도시대의 혼조 후카가와를 무대로 한 단편 연작 미스터리 물(?)로, 탐정겸 형사로 오캇피키 모시치가 전편에 등장하고 있고 장소와 시간대가 동일하기에 연작 미스터리라고 칭한 듯 합니다.
7개의 이야기는 '외잎 갈대, 배웅하는 등롱, 두고 가 해자,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 축제 음악, 발 씻는 저택, 꺼지지 않는 사방등'입니다. 뻔한 괴담들이긴 하지만 작품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참 재미있게 꾸며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역자 후기를 보니 원래 전승되는 이야기라고 해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원래 있던 이야기와 연관되도록 이야기를 또 꾸미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참 대단한거 같아요. 무엇보다도 모든 작품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재미있게 읽었고 워낙 좋은 작품이라 별점은 3.5점입니다. 아울러 개인적인 베스트는 "두고 가 해자" 였습니다. 모두 다 일정 수준 이상의 단편들이지만 추리적 요소가 가장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미스터리보다는 시대물 +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했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범인 체포는 함정수사나 잠복에 의존하고 있고 추리라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거든요. 미야베 여사의 필력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인 것은 분명하나 추리팬에게 추천하기는 조금 난감하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잎 갈대는 초밥집 오우미야의 주인 도베에의 강도 살해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7개의 이야기 중에서 기이한 이야기와 제일 연관이 없다는게 특징입니다. 그래도 작품의 완성도도 높고 내용도 마음에 들었어요. 문제는 사건을 해결이 가장 중요한 단서인 "나무 부스러기"를 통해 이루어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연이 많이 좌우하고 있어서 추리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배웅하는 등롱은 주인 아가씨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한밤중에 에코인으로 매일 다녀와야 하는 하녀 오린의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추리물은 아닙니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애틋한 느낌이 잘 살아난 서정적인 드라마라고 할 수 있지요. 과연 등롱을 들고 오린을 매일 바래다 주는 것은 누구였을까요?

두고 가 해자는 남편이 살해당한 오시츠의 이야기입니다. 원래 전해진다는 기이한 이야기도 제일 괴담에 가까우며 내용도 추리물로 보기에 충분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단서와 복선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고 전개도 아주 명확하거든요. 물론 아주아주 정교한 내용은 아니고 결국은 함정수사지만, 뭐 에도시대니까요.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는 잡곡가게 오하라야 근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계기로, 오하라야의 며느리 후보 오소데가 낙엽을 열심히 치우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사건 자체가 불명확하며 전혀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는 등 좀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단점은 있지만, 따뜻한 내용이 좋았던 작품입니다. 오소데가 뭐라고 편지를 썼는지는 궁금한데, 이런 부분을 드러내지 않음으로 해서 여백의 미를 살린 것도 좋았습니다.

축제 음악은 상상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아가씨 오요시와 모시치의 조카딸 오토시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얼굴베기"라는 악당을 실제 검거하기 위한 노력과 오토시의 질투가 얽히는 추리적인 요소도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축제 음악이라는 비유가 아주 적절하게 쓰이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낙에 심리묘사가 탁월하기에 더 와 닿기도 했고요.

발 씻는 저택은 재산을 노리는 연쇄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곳곳에서 수수께끼들과 기이한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지만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의외라면 의외였던 작품입니다. 진상이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평이한 것이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시점과 심리를 통해 진행되는 묘사는 좋았지만, 평범한 수준입니다.

꺼지지 않는 사방등은 홀로 열심히 살아가는 오유라는 아가씨가 부자집인 이치케야의 정신나간 사모님을 위해 딸 역할을 부탁받는 이야기.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는 부부간의 치정극으로 역시나 평범한 수준입니다. 사방등과 부부간의 관계를 빗대어 사방등의 연료, 불꽃을 지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묘사와 디테일은 과연 미야베 미유키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기는 한데, 워낙 이야기가 알맹이없고 별다른 것이 없어서 연작집의 마지막을 마무리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2017/12/17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한 그릇 더! - 타카기 나오코 / 채다인 : 별점 2.5점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한 그릇 더! - 6점
다카기 나오코 지음, 채다인 옮김/애니북스

2권이 나왔는지 전혀 몰랐는데 얼마전 알고 구입하게 된 다카기 나오코의 에세이 만화입다. 1권과 마찬가지로 타카기 나오코 에세이 만화의 진수인 음식, 여행, 일상과 유머가 모두 포함된 즐거운 작품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화, 만화적 구성도 조금 실망스러웠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훨씬 '만화'에 가깝고요. 1권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술과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더 먼 곳으로 떠난 여행이 많다는 정도? 제목에 '배 빵빵'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정말 많이 먹더라고요.

하지만 대지진 이후 갈 생각이 없어진 후쿠시마를 비롯한 동북부 지방 여행기가 절반 정도 되는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후쿠시마와 카나가와 편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이 등장해서 더 그러했어요. 후쿠시마의 꿀경단과 도부지루를 비롯한 해산물들, 카나가와의 네이비 버거와 시로코로 곱창 등은 당장이라도 먹고 싶은데 말이지요. 그래도 이러한 부분은 여행의 용이성 문제일 뿐, 이야기 자체는 충분히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고치, 미야자키와 카고시마는 충분히 허용 범위라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특히나 고치의 가다랑어 타타키는 이런저런 만화 등에서 많이 접해서 먹어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친숙한데 정말이지 먹어보고 싶네요. 타카기 나오코도 완전 극찬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맛있다고 한 소금 타타키는 "술 한잔 인생 한입"에서 주인공 소다츠의 친구 다카노마타가 집에서 만들어 주는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먹어봐야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 외에도 고치 시골 초밥과 각종 디저트, 미야자키의 토종닭 숯불 구이도 언젠가는 한 번 먹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요.

이렇듯 1권, 그리고 타카기 나오코 팬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마지막 에피소드는 번역본이 출간된 대만 출판사 요청에 의한 대만 여행기인데 우리나라에도 거의 전 작품이 번역 출간된 만큼, 3편에서라도 다루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번역하신 채다인님도 찬조 출연하시면 더 좋고요.

2005/07/27

마다가스카 (Madagascar, 2005)


뉴욕 센트럴 파크 동물원의 최고 인기 스타인 사자 알렉스(벤 스틸러), 얼룩말 마티(크리스 록), 기린 멜먼(데이비드 쉬머), 하마 글로리아(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절친한 친구 사이. 하지만 마티의 10번째 생일날 야생을 꿈꾸는 마티가 동물원을 탈출하게 되고 다른 친구들은 그를 데려오기 위해 애쓰다 포획되어 아프리카로 이송되던 중 자유를 꿈꾸는 펭귄들 탓에 중간에 표류하여 미지의 정글 마다가스카로 보내지게 된다.

마다가스카의 여우 원숭이들의 왕 킹 "줄리앙"은 그들을 위협하는 "푸싸"들을 없애기 위해 사자 알렉스의 환심을 사고자 하지만 고기가 없는 마다가스카에서 굶주림에 시달린 알렉스가 폭주하여 친구들을 위협하다가 정신이 든 후 자책하며 혼자 외로이 지내게 된다.

하지만 북극으로 탈출을 원했던 펭귄들이 너무 춥다며 배를 몰고 다시 마다가스카로 돌아오면서 최후의 모험이 시작되는데....

드림웍스의 여름 신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단 그간의 동물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들과는 좀 다른 캐릭터 설정이라 특이하더군요. 동물들이 나오면 보통 야생의 정글이 무대거나 최소한 시골 목장 정도가 배경이었는데 이 작품은 사자, 얼룩말, 하마, 기린 이라는 독특한 조합의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설정을 가지고 감으로써 차별화를 시키고 있으면서도 이 길들여진 동물들이 본의아니게 (얼룩말 마티는 제외하고) 마다가스카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상당히 재미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냥 뉴요커로 설정을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코미디 영화가 하나 탄생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기린 멜먼의 설정은 좀 많이 아니었지만요)

하지만 내용면으로는 대부분의 코믹한 요소를 주인공들이 아닌 펭귄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중심이 많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분명 재미난 요소들이 많은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4마리의 동물들은 그다지 활약하거나 보여주는 것이 없거든요. 오히려 중반 이후 알렉스가 배고픔에 정신을 잃고 야성에 눈을 뜨면서 부터는 심각해지기까지 해서 비교가 더 크게 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마지막에는 펭귄들까지 4마리의 동물들에게 합세하며 이야기의 매듭을 확실히 지어주며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주인공들이 뉴욕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결말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동안 아동용 영화에서 강조해 왔던 미덕은 "자연으로 돌아가라!" 였던 것 같은데 이 작품은 그러한 상식을 완전하게 뒤집고 있거든요. 물론 현대인을 풍자해서 구성한 성인용 코미디의 티도 좀 나긴 하지만 이 작품의 주요 타겟이 아동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놓고 본다면 쉽고 편한것만 추구하는 현대인의 감성을 아이들에게마저 강요하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더군요.

그래도 이야기의 얼개도 잘 짜여져 있긴 하고 웃겨줄때는 확실히 웃겨주는 센스는 있습니다. 캐릭터들도 충분히 귀엽고 재미나며 많은 친숙한 음악들의 사용으로 귀까지 즐거운 킬링타임용 여름방학 특선 애니메이션으로는 손색이 없긴 합니다. 크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쉽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요리 같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드림웍스의 저력을 보여주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많이 보이는 작품입니다.

PS : 사자가 초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뭐 고양이과니까 잘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얼룩말을 더 좋아할 것 같은데 말이죠.

2025/10/24

그거 사전 - 홍성윤 : 별점 3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지만 명칭이나 유래를 잘 알지 못했던 물건들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주는 책입니다. 원래는 매일경제 연재물입니다. 접할 때마다 흥미롭게 읽었는데, 책 한 권으로 묶여 나와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었습니다. 

단순한 사물 설명을 넘어, 그것들이 가진 인문학적 의미까지 함께 풀어냈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집 반찬으로 자주 나오는 자차이를 소개하면서, 중국에서는 자차이의 지역별 판매량이 도시화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소비되는 반찬으로 도시 거주 인구수와 비례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지표 역할을 하는 음식이 놀랍게도 커피라고 하네요. 이처럼 단순한 사물에서 출발해, 관련된 사회적 맥락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성이 돋보입니다.
배달 음식 포장을 벗길 때 사용하는 랩칼을 다루면서는, 우리나라 배달 음식 문화의 역사가 함께 소개되고요. 과거 젓가락으로 그릇과 랩이 닿은 부분을 문질러 벗겨내던 '젓가락 신공' 소개는 저에게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초밥 사이에 넣는 인조 대잎에 대한 설명이 조지 오웰의 소설 "엽란을 날려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도 저자의 넓은 식견을 느낄 수 있었으며, 상표나 가격이 적힌 꼬리표를 고정하는 택핀 항목에서는 과거 서태지가 유행시키기도 했던, 흑인 문화에서 상표 태그를 떼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문화적 배경 설명도 인상적입니다. 여러가지 설 중에서도 '난 이렇게 대단한 물건을 새걸로 가지고 있다'는걸 자랑하고 과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건 확실히 그럴 듯 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부심의 표현이었다는 것이지요.

도어 스토퍼를 다루며 엘러리 퀸의 "용 조각 문 버팀쇠의 비밀"을 언급한 대목은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반가왔습니다. 참고로, 원래 문 버팀쇠는 여닫이창을 열린 상태로 고정하기 위해 받쳐 세우는 막대를 뜻하므로 엄밀히 말하면 오역이라고 하네요. 문이 천천히 닫히도록 하는 현관문 위에 달린 장치는 도어 체크, 혹은 도어 클로저라는 것도 도어 스토퍼 설명에서 소개되고요.

뚫어뻥의 어원은 흥미로운데, 1980년대 백광산업이 출시한 '백광 트래펑'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하수구 트랩에 펑크를 내는 도구라는 의미의 '트래펑'에, ‘뚫어’와 ‘뻥’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더해진 멋진 네이밍인데 아직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다는게 오히려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어원이라면 사이펀 펌프로 알고 있던 기름 펌프의 정식 명칭이 '간장 츄르츄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정보입니다. 이 이름을 붙인 사람은 일본의 기발한 발명가 닥터 나카마츠로, 그의 엉뚱하면서도 놀라운 발명 인생에 대한 짧은 소개도 인상 깊었어요.

여러 익숙한 물건들의 명칭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수확입니다. 예를 들자면 중식당 회전 테이블의 '레이지 수잔', 신발끈 끝의 '애글릿', 끈이 통과하는 구멍인 '아일릿', 창문 잠금장치인 '크리센트', 마트 계산대에서 사용하는 막대는 '체크아웃 디바이더', 겨울 가로수에 묶는 볏짚은 '잠복소', 사원증 목걸이 끈은 '랜야드'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신장개업 가게 앞에서 바람에 춤을 추는 풍선 인형에도 이름이 있었는데, '스카이댄서'입니다. 원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예술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디어를 낸 예술가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민셜, 하지만 특허는 협업했던 풍선 예술가 가짓이 등록했다고 합니다. 가짓은 유대인이었다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습니다.

그 외에도 과일을 감싸는 포장재인 팬캡이나 과일망이 재활용이 안 된다는 사실, 회 밑에 깔린 천사채의 한자가 '천사(天使)'가 아닌 '하늘이 내린 채소(天賜)'였다는 등 짧지만 밀도 있는 정보가 가득하고, 단순한 설명을 넘어 인문학적인 부분도 전해준다는 점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핵심이 되는 '그거' 말고는 도판이 부실하다는건 단점입니다. 연재물로 접했던 독자에게 별다르게 새롭게 전해주는 정보도 별로 없고요. '그거' 종류에 따라 분량도 조금씩 다르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은 되는 좋은 인문학, 잡학 서적이라 생각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가볍게, 하지만 의미도 있는 독서를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