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검색어 레이스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검색어 레이스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2020/01/01

포드 V 페라리 (2019) - 제임스 맨골드 : 별점 3점

유일한 미국인 르망 레이스 우승자 캐롤 쉘비는 심장병으로 레이서를 그만둔 뒤, 자신의 이름을 건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다가 포드로부터 '르망에서 페라리를 이길 차'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포드가 엔초 페라리로부터 모욕을 받아서, 페라리를 무조건 이기겠다는 집념으로 벌인 일이었다. 쉘비는 우승을 위해 최고의 드라이버인 켄 마일즈를 고용했지만, 그는 독불장군 성격 탓에 포드 경영진으로부터 배재되며 그 탓에 포드는 르망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쉘비는 전권을 위임받아 다시 켄과 손을 잡고 나스카 재패에 이어 르망 우승에 재 도전하는데....

안녕하세요! 2020 첫 리뷰는 백만년만에 본 영화, "포드 V 페라리"입니다. 

포드가 GT 40이라는 차로 르망 레이스에서 우승했던 실화를 그리고 있는데, 오랫만에 본 진짜 '남자 영화'였습니다. 자동차와 레이스라는 남자 중심의 소재를 가지고, 거칠고 화끈한 남자들의 세계를 박력넘치는 레이스 화면과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엔진 소리와 함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운전석 시점에서 잡히는 레이스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압권입니다.

게다가 쉘비와 켄은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쌓인 감정을 주먹으로 해결할 정도로 단순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자동차와 레이스에 중독된 수준으로 몰입한다는 점도 그렇고, 그야말로 '키덜트'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그런 인물들인 셈이죠. 일부러 살을 찌운 멧 데이먼도 그럴듯하지만 메소드 액팅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한 크리스찬 베일의 켄 마일즈 연기는 이런 인물의 전형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드러내고요. 영국 출신 독종 고집불통이 무엇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주거든요.

이외에 등장하는 비중있는 여자 등장인물은 켄의 아내 몰리 딱 한 명 뿐인데, 그녀 역시 자동차와 레이스에 나름 해박할 뿐 아니라 쉘비를 만나 늦게 귀가한 켄에게 화를 내던 장면을 제외하면 켄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손님을 쫓아낸 켄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면 말 다 했죠. 이 정도면 키덜트에게 찾아온 여신님 베르단디급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특출난 연출, 연기, 캐릭터에 비하면 서사 구조는 평이합니다. 오히려 적에 가까운 내부 인물들과 어떻게든 싸워가며 우승을 쟁취한다는 이야기는 흔하디 흔하죠. 그러나 켄 마일즈가 본인 성격 탓에 불필요하게 불러 일으킨 문제도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내부의 적들을 악덕 고용주라고 보기는 애매합니다 실제 르망 레이스도 앞서 말씀드렸듯 레이스 장면의 박진감은 빼어나지만, 페라리가 엔진 트러블로 리타이어하기 때문에 대결의 의미는 퇴색해 버리고요.

또 승리를 위한 쉘비의 역할은 말빨좋은 얼굴 마담에 불과한 것으로 그려진 것도 조금은 아쉬운 점입니다. 제가 가진 다른 책들 (이거나 이거)의 GT 40항목을 보면 켄 마일즈의 이름은 나오지도 않고, 쉘비가 우승과 개발의 주역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말이죠. 이는 켄이 테스트 드라이빙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비극적 사실이 드라마의 큰 축이기에 그를 중심으로 많은 부분 각색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각색 덕분에 마지막에 쉘비가 고인이 된 켄의 집을 찾아가 '진짜 남자의 눈물'을 보여주며 영화가 마무리되기에 불만은 없습니다만....
이외에도 드라마를 위해 각색된 부분은 제법 많습니다. 마지막 포드 3대의 동시 골인과 이로 인해 켄이 우승 트로피를 놓친다는 사실은 전부 사실이기는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켄도 선뜻 수긍했으며, 우승 트로피의 향방은 포드의 의도가 절대 아니었다고 하니까요. 1,2,3 등 모두 포드가 들어오는게 대단한 마케팅 효과가 있으리라는건 누구나 수긍할 만 하고요. 실존 인물인 레오 비비 입장에서는 많이 억울했을 듯 싶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정말로 오랫만에 본 가슴이 뛰는 멋진 남자 영화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일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만드네요. 저도 올해는 이렇게 일을 한 번 해 보고 싶어집니다. 집에는 자주 못 들어가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다시 한번,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5/09/07

성운아 (星雲児 聖・少年戦士伝) 1~6 - 이케가미 료이치 : 별점 1.5점

'뇌제'는 지구를 파괴시켰다. 우주를 지배하기 위해 5개의 보주를 모아야 했는데, 보주 1개가 지구 내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택받은 소년 히마코토 이쿠루가 성모의 도움으로 지구의 보주를 입수했고, 보주를 가진 5명의 성전사를 모아 지구 부활 및 뇌제 처단을 위한 모험에 나서는데...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이케가미 료이치의 '소년 SF 판타지 액션 만화'입니다. 소년 선데이 연재작이지요. 국내에도 1권만 해적판이 소개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만보님의 리뷰를 읽고(잘 계시지요?) 찾아보게 되었네요.

무려 40여 년 전 작품이지만 이케가미 료이치의 작화는 압도적입니다. SF 판타지에 걸맞는 세세한 디자인들도 중반부까지는 나쁘지 않고요. 이즈부치 유타카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디자인을 맡은 덕분이겠지요. 

이야기도 두 번째 보주를 찾기 위해 향한 혹성 제피로스 에피소드까지는 재미있습니다. 특히 생명통화 '다나피아' 설정이 기억에 남네요. 뇌제는 다나피아를 전투대회 우승자에게 준다는 조건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생명통화라는 말 그대로, 많이 얻으면 그만큼 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에 혹한 수많은 사람들이 전투 대회에 참여했다가 무참히 죽어갑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다나피아는 전투 대회 희생자들을 통해 만들고 있었습니다! "소일런트 그린"이나 데즈카 오사무의 "2100년 보더플래닛"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80년대에 유행했던 SF적인 반전으로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생각됩니다. 제피로스의 전투 대회도 단순히 격투 액션이 아니라 경주차 레이스까지 펼치는 풍성함이 좋았고요.

하지만 솔직히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출하 엔딩' 탓이겠지만 제피로스 에피소드 이후 심각할 정도로 줄어든 분량입니다. 앞 부분, 그러니까 기본 설정(5개의 보주와 성전사 등)과 마코토가 첫 번째 성전사 로고스를 만나는 제피로스 에피소드까지는 4권의 분량이 소모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세 명의 성전사와 보주를 입수하고, 뇌제를 물리치는 결말까지는 2권 분량 뿐입니다. 앞서의 분량을 감안하면, 나머지 세 명의 성전사와 함께 하기까지는 최소 6권 분량은 필요했는데 말이지요. 이래서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턱이 없습니다.
분량이 부족한 탓에 보주도 제피로스에서처럼 어렵게 구하지도 않습니다. 동료가 되면 보주도 그냥 굴러들어오는 식이고, 심지어 메이야는 원래부터 보주를 갖고 있었다고 하니 말 다했지요.
마지막 연재분 한 편 분량으로 이루어진 결말은 특히 최악입니다. 뇌제가 우주를 창조했고, 5개의 보주를 모아 제대로 된 우주를 다시 창조할 수 있다 운운하는 결말은 대사만 오갈 뿐, 뇌제의 강력함이나 보주의 능력 따위는 전혀 와 닿게 묘사되지 못하거든요. 그야말로 "소드 마스터 야마토"와 다를게 없는 셈입니다.

당대 고전 SF 판타지를 지나치게 의식한 설정들도 눈에 거슬립니다. 제피로스 전투대회의 경주차 레이스는 "매드맥스 2"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바루루와 합류하는 에피소드의 수인들은 누가 봐도 "스타워즈"의 이워크이며, 바슈크가 성전사가 된다는 일종의 반전 역시 다스베이더 느낌이고요. 이는 신선하다고 볼 여지가 없지는 않은데, 분량 부족으로 전개가 엉망이라 급작스럽게 등장하여 소모된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등장하는 여러 악당들, 기계 장치 및 여러 설정 디자인도 뒤로 가면 갈 수록 엉망입니다. 출하 엔딩이 결정된 후, 디자인을 맡은 전문가들도 기용되지 않았던걸까요? 전혀 SF스럽지도 않고, 유치해서 보기가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초반부는 분명 괜찮았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더 큽니다. 만보님 리뷰에 쓰여진 만큼의 가치가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2011/04/17

간만에 야구 잡담 - 2011시즌 두산 베어스 초반 평가

각 구단 모두 12게임씩을 소화한 초반 레이스. 바빠서 제대로 중계 볼 시간도 없지만 간략하게나마 결과를 보고 몇자 적어봅니다. 

두산은 야심차게 우승을 노린다는 각오로 2011시즌을 시작했습니다. 간만에 뽑은 대형 외국인 선수, 이혜천 선수의 복귀 등 베어스 역사상 드물게 스토브리그에서 전력에 플러스 요인도 많았고요. 

그러나 현재 3위에 처져 있습니다. SK와 LG의 미친듯한 초반 기세도 대단했지만, 역시나 선발 투수진 문제, 특히 2명의 부진이 컸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이혜천 선수는 최소 2~3선발의 모습을 기대한 팬심과는 반대로 확연하게 하락한 직구 구위로 2패만 안은채 중간계투로 물러났습니다. 외국인 선수 곤잘레스는 단 한경기도 뛰지 못하고 퇴출되어 선발투수 운용에 큰 고민을 남겼고요. 

타선도 작년 시즌 초반의 강력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주로 이종욱 - 정수빈 선수가 나선 테이블 세터진은 준수하고, 김현수 - 김동주 - 최준석 선수의 클린업 트리오 역시 리그 최상위권이며, 타격 1위 손시헌 선수가 중심을 잡고 있는 하위 타선도 강력합니다. 갑툭튀 김재환 선수의 활약 역시 반갑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안 풀리네요.

하지만 곤잘레스 선수 대신 선발진에 합류한 이현승 선수가 작년보다는 훨씬 나아졌고, 또다른 외국인 선수 니퍼트 선수는 현재까지는 압도하는 구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선우 선수도 작년 수준 정도는 기대할만 해 보이기에 외국인 선수 1명의 추가 영입, 부상에서 복귀한 김상현 선수의 쓰임새에 따라 작년보다는 훨씬 나은 팀 방어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타격 역시 사이클을 타는 듯 한데 서서히 회복세라 반갑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올 시즌은 분명 SK와 선두권 싸움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팀도 전력 보강 요인이 분명 있지만 탄탄한 야수진 측면에서는 베어스가 타 구단보다 확실한 강점이 있으니 장기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맞대결 결과가 중요할테지만요.

하여튼, 두목곰의 부상 이후 두 점 베어스로 전락했던 과거와는 많이 다르리라 믿습니다. 어느 정도는 더 지나봐야겠지만 올 시즌은 무조건 우승! 파이팅 허슬 두!

2013/02/21

미드웨이 1942 - 마크 힐리 / 김홍래 : 별점 2.5점

미드웨이 1942 - 6점
마크 힐리 지음, 김홍래 옮김, 남도현 감수/플래닛미디어

총 16권으로 구성된 세계의 전쟁 시리즈 중 한 권. 2차 대전 중 태평양 전쟁의 향방을 가른 미드웨이 해전을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다룹니다.

실제 전투에 대해 굉장히 생생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점, 그리고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도판도 비교적 풍부하며 특히 전황을 알려주는 지도 등의 시각 자료가 잘 삽입되어 있는 점 등이 마음에 듭니다. 그 중에서도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작전을 시도한 이유와 향후 계획은 다른 자료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이라 아주 좋았어요. 실패한 것으로 잘 알려진 둘리틀 작전이 야마모토의 결단을 재촉하는 계기가 되었고, 미드웨이를 점령한 이후 미국과 강화 조약을 체결할 의도가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도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고요.

책의 설명을 읽고 나니 배틀크루저, 레이스와 캐리어, 커세어로 이루어진 테란-프로토스의 주력 부대 결전에서, 테란은 배틀과 레이스를 전부 잃었으나 프로토스는 캐리어 한 대만 잃고 주력을 거의 온전하게 지킨 전투가 떠올랐습니다. 전투의 승패가 옵저버 활용(?)에 따라 갈렸다는 것도 스타를 다년간 즐긴 경험에 따라 수긍이 가는 부분이었고요. (그러고 보니 스타가 정말 잘 만든 게임이군요.)

전투기의 호칭이라든가 약어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등, 번역 면에서 아쉬움은 있으나, 원했던 정보를 파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두께나 도판도 적절했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21/07/11

몽인 - 우라사와 나오키 / 서현아 : 별점 2점

몽인 (일반판) - 4점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학산문화사(만화)

온갖 사기를 당한 뒤 자살을 생각하던 아빠와 카스미는, 우연히 까마귀 '마리아'의 인도를 받아 '불연' 이라는 곳을 찾았다. 그곳의 정체는 프랑스를 찬양하는 괴인이 소장인 '프랑스 연구소'였다. 소장은 아빠에게 루브르 미술관에서 페르메이르의 '레이스를 짜는 소녀'를 숨기는 작전을 실행해주면, 위작을 팔아 거액을 나누어주겠다고 유혹했고, 소장의 말에 넘어간 부녀는 마지막 비상금을 털어 프랑스로 향했다. 그리고 소장이 세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오랫만에 본 우라사와 나오키의 한 권짜리 단편입니다. 어딘가에서 추천 글을 읽고 구입해 보았습니다. 

굉장히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대소동이 일어나고, 본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폭주해서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결말은 유쾌했습니다. 좀 오래 전 헐리우드 소동극을 보는 느낌으로, 조금 낡은 듯한 그림하고도 잘 어울렸고요. 옛 사랑이 아련하게 그려지는 결말도 나쁘지 않아요.

아카츠카 후지오의 오마쥬 만화로 볼 수도 있다는 독특함도 인상적이에요. 소장은 아카츠카 후지오의 "오소마츠 군" 속 주력 캐릭터인 이야미 (아래)의 오마쥬로 보이니까요.


이 캐릭터를 아는 팬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되었으리라 생각되네요. 소장과 카스미가 대화를 나누며 보여주는 티키타카는 이 만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범죄물로는 함량 미달이었던 탓입니다. 페르메이르의 "레이스를 짜는 소녀"를 살짝 숨겨 놓은 뒤, 위작을 고가에 팔아 넘긴다는 계획은 언뜻 보면 그럴듯해요. 하지만 관광객들에게 마스크를 나누어 준 뒤, 부부젤라 소리로 그걸 쓰게 해서 소동을 일으킨 사이 그림을 숨긴다는 실제 작전이 너무 어설픕니다. 루브르가 그렇게 보안이 허술할리가 없지요. 설령 숨기는게 가능했더라도, 모든 장소는 CCTV로 감시되고 있었을테니 바로 들통났을테고요. 게다가 프랑스어도 못하며 일본에서도 사기만 당하다가 미래가 없어진 찌질남과 어린 딸이 실행범이라면, 훨씬 치밀한 준비와 실행을 보여주었어야 했습니다.

결말도 급작스럽고 작위적입니다. 운과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으니까요. 비버리 대통령 마스크가 대박이 났다 한들, 아빠가 재기하는건 불가능했을거에요. 물론 이런 결말이 옛 헐리우드 영화스럽기는 했습니다만....

그리고 아카츠카 후지오에 대한 오마쥬도 범죄물에는 전혀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이야미는 이상한 말투로 프랑스를 찬양하는 과장된 모습만 보여주거든요. 개그만화 캐릭터이니 당연하겠지만, 덕분에 이야기의 비현실성만 커졌을 뿐입니다. 그나마 정체가 무엇인지, 목적이 무엇인지도 밝혀지지도 않고요. 본인이 직접 프랑스어로 가서 계획을 실행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이 없어요. 여권이 없는 듯한 암시 정도에 그칩니다. 이럴거라면 소장은 등장하지 아니함만 못했습니다. 트럼프를 풍자하는게 분명했던 비버리 대통령도 많이 억지스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허술한 이야기 구조는 조금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적합해 보입니다. 범죄물 말고, 이야미의 사랑 이야기에 주력하는게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구태여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3/03/19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2 스페이스 레이스

亂れからくり (創元推理文庫) (文庫) - 8점 泡坂 妻夫/東京創元社

마와리 토모히로의 집은 조용한 주택가의 한 구석에 있었다. 평범한 목조 모르타르 2층 건물로 나뭇결이 드러나있는 판자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바로 옆에는 5층짜리 아파트가, 앞에는 초록색 화장 벽돌로 마감한 신축 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새 건물의 선명한 색감 속에서 마와리 가가 있는 한 귀퉁이만 어둡게 느껴졌다. 인적은 드물었다. 가끔 가방을 걸친 세일즈맨, 장바구니를 든 주부가 지나갈 뿐이었다.

"시간을 맞추지."

마이코가 말했다. 열시 십분, 마이코의 시계가 5분 늦었다. 토시오는 아침에 역에서 확인했으니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마이코가 자신의 시계 바늘을 움직여 맞췄다.

두 사람의 차는 아파트 담벼락을 따라 토모히로의 집을 등지고 멈춰 서 있었다. 백미러로 집 현관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위치였다.

"해바라기 공예 사장, 마와리 데츠바는 올해 예순두 살야.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지만, 작년에 가벼운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업무에서 손을 뗐지. 요코하마 안쪽, 오나와(大縄)에 살고 있고……. 저기, 언젠가 고대 토기가 출토된 땅이지. 데츠바는 특별한 용무가 없는 한 회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고 하더군. 실제 업무는 아들 마와리 소우지가 담당하고 있어."

마이코의 설명은 토시오에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뢰처의 사정까지 조사해야 하는 건가요?"

"조금, 이유가 있어서."

마이코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와리 소우지라고 하면 아까 본 사진에 있는 토모히로의 형제인가요?"

"아니야. 소우지와 토모히로는 사촌 사이야. 토모히로의 아버지는 류키치(龍吉)라고 하는데, 해바라기 공예의 사장인 마와리 데츠바의 동생이야. 류키치는 이미 20년 전에 죽었고, 아직 어린 아이였던 토모히로는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지만, 생활은 데츠바의 도움이 필요했지. 그 어머니도 토모히로가 학생일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런 인연으로, 토모히로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바라기 공예에 입사하게 되었어. 그래서 현재 소우지는 해바라기 공예의 영업부장, 토모히로는 제작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이 둘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군."

사촌 사이지만, 토모히로 쪽은 일찍 부모를 잃고 데츠바의 보호 아래 있었다. 사진 속 모습만 보아도 굴곡진 기질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성격도 달라. 소우지는 장난감을 수집하는 취미에 몰두하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토모히로는 오히려 장난감을 다루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현실적인 불평불만가이지. 게다가 토모히로는 데츠바와 소우지에게 큰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기도 했고. 그런 두 사람의 대립이 격렬해진건 한 사건이 계기였어."

술집의 소형 트럭이 토모히로의 집 앞에 정차하고 점원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백미러에 비쳤다. 곧 몇 개의 빈 병을 적재함에 싣고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장난감 업계는 최근 큰 변화를 겪고 있어. 백화점 장난감 매장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니? 십만 원이 넘는 호화로운 장난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장난감의 메커니즘도 현대 과학의 정수가 집약되어 있고. 자동차도 그냥 움직이는 장난감은 이제 과거의 장난감이 되어버렸어. 동력은 배터리로, 조작은 전파나 음파를 통해 멀리서도 움직일 수 있어. 라디오 컨트롤이나 소닉 리모컨이라고 불리는 자동차는 알고 있겠지? 여자아이 인형만 해도 예전 같으면 궁궐에서 공주가 가지고 놀았음직한 화려한 패션 인형이 즐비해. 즉,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광고를 통한 대량 생산과 장난감 자체의 고급화가 이전에는 없었던 장난감 전성시대를 만들어내고 있어."

토시오는 장난감에 대한 관심은 적었지만, 장난감에 대한 광고가 너무 많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대체로 장난감 산업은 예전부터 가내 수공업이 주를 이루며 규모가 커지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었어. 두세 명의 가내 수공업부터 규모가 큰 곳이라고 해도 종업원은 기껏해야 천 명 정도에 불과했지. 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난감 산업의 성격이야. 실제로 해바라기 공예의 직원은 20여 명으로 이는 해바라기 공예의 전신인 츠루슈도 (鶴寿堂)시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달그락달그락 새로 대표되는 이른바 소품 완구 제조 및 판매가 주 업종이었고. 그런데 작년에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유행에 편승하려 했던 것인지, 해바라기 공예가 경주용 자동차에 손을 댔어. 사장인 마와리 데츠바가 아닌 젊은 후계자의 기획이었던 것 같더군."

"알아요. 레이싱카는 요즘이라면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을것 같은데요."

"해바라기 공예의 신제품 이름은 스페이스 레이스였어. 다른 업체들이 놀랄 정도의 최고급 제품이었지. 이게 잘되면 해바라기 공예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거야."

마이코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실패했나요?"

"그래. 경주용 자동차를 달리게 하려면 주행로에 전류를 흘려보내야 하지. 보통은 가정용 전기를 사용해서 변압기로 전압을 10볼트 정도로 낮춰서 한 두 암페어의 전류를 주로에 흘려보내. 자동차는 이 전류를 받아 내장된 모터를 돌려서 달리게 도고. 그런데 해바라기 공예의 스페이스 레이스는 이 변압기에 결함이 있었어. 판매된 제품 중 갑자기 불이 나거나 만지면 감전되는 제품들이 발견되고 말았지."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난거죠?"

"변압기는 하청업체에서 만들었기 때문이야. 전부 다 불량품은 아니었지만, 극히 일부라도 위험한 불량품이 있었던 것은 확실했기에 스페이스 레이스는 전면 제조 금지, 전 제품은 회수되어 폐기 처분되었지."

"큰 피해를 입었군요."

"실제로 해바라기 공예는 부도 직전까지 갔어. 업체들 중에는 아직도 해바라기 공예의 존속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현재 해바라기 공예는 엄청난 빚을 지고 있을거야."

"소우지와 토모히로는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는 건가요?"

"아까 말했듯이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을 피한 것은 토모히로가 더 참을성 있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최근 토모히로가 드디어 참을성을 잃은것 같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마이코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토모히로의 집 출입문이 열리면서 백미러에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보였다.

"...... 마사오다."

마이코는 시계를 보았다.


목적이 있는 발걸음이었다. 백미러 속 마사오는 사진에서 본 것처럼 웃고 있지 않다. 그래서 더 말라 보이는 것일까. 얼굴색이 생각보다 훨씬 더 하얗게 보였다. 마사오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검은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는 발걸음을 재빠르게 움직여 차 옆을 지나갔다. 마이코의 에그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마사오는 큰길로 나가자마자 왼쪽으로 돌아서서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역 방면이야."

마이코는 에그의 문을 열었다.

"아마 역이겠지. 나는 걸어서 마사오의 뒤를 쫓을게. 만약 마사오가 다른 차를 타면 그대로 따라가면서 틈틈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구로사와군에게 상황을 알려주도록 해. 만약 차를 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산인은행 뒤에 주차장이 있으니 그곳에 차를 두고. 그럼 역에서 만나자."

마이코는 말을 마치고 차 문을 닫았다. 큰길로 나와 좌회전하자 마사오의 뒷모습이 금방 보였다. 차를 찾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같은 걸음으로 계속 걷고 있었다. 토시오는 주차장에 에그를 놓고 국철역으로 달려갔다. 역에 도착한 것은 토시오가 더 빨랐다. 잠시 후 마사오와 마이코가 역으로 걸어왔다. 

마사오는 망설임 없이 표를 샀다. 토시오는 자판기 숫자를 읽고 같은 금액의 표를 두 장이나 샀다.

기차는 비어 있었다. 토시오는 마사오가 있는 곳에서 문 두 개 정도 떨어진 곳에 섰다. 마이코가 다가왔다.

"차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마사오는 시간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것일까. 그리고는 가만히 밖을 바라보았다.

중후한 체격에 탄탄한 옆모습을 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예쁘게 묶고 은빛 머리 장식으로 고정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 그에 어울리는 날카로운 목소리를 상상하게 하는 입매, 미끄러질 것 같은 어깨는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바로 옆에서 보고 처음 알아차린 부분도 있었다. 약간 위로 치켜 올라간 코와 고양이처럼 구부정한 등 굽은 모습이었다.

다음 역에서 골프채를 든 남자가 일어나서 내렸다. 마이코는 빈 자리에 앉았다.

마사오는 그보다 대여섯 정거장 지나 작은 역에서 내릴 기미를 보였다. 토시오는 눈빛으로 마이코에게 알렸다.

소수의 승객들과 뒤섞인 마사오는 예의 그 걸음걸이로 계단을 내려 개찰구를 빠져나가자 곧장 상가를 지나갔다. 상가를 지나자 마사오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늘게 이어지는 완만한 언덕길. 붉은 열매를 한가득 맺은 감나무가 무겁게 기울어져 있다. 인적이 드물었지만, 미행을 당할 염려는 없었다. 마사오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왼쪽으로 돌아서자 그 한 귀퉁이는 작은 호텔, 여관이 즐비한 거리였다. 대부분 깊은 입구 앞에 물을 뿌려놓고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는 구조였다.

"어디로 가려는 걸까요?"

토시오는 이런 곳에 발을 들여놓는 마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이코를 비난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보면 모르겠어? 러브호텔이잖아."

마이코는 토시오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넌 그 반대라고 생각하겠지만, 보라고."

마사오는 흰 블록 담벼락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토시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상대가 있는 겁니까?"

"당연하지."

"누구일까요?"

"나도 몰라."

토시오는 마사오가 사라진 자리에 섰다. 입구의 흰 벽에 기품 있는 파란색 글씨가 보였다. 

샹보르관.

양쪽에 원통형 날개가 있는 4층짜리 호텔이었다. 벽은 흰색이고, 삼각뿔 모양의 파란 두 지붕 사이로 창문이 보였다. 창문 가장자리에는 복잡한 덩굴 장식이 붙어 있었다.

마이코는 시계를 보고 5분이 지나자 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토시오는 잠시 머뭇거렸다.

"너도 들어오라고."

마이코가 말했다. 지나가던 주부가 토시오를 본 것 같았다. 토시오는 당황하며 마이코의 뒤를 쫓았다.

검은색 유리로 된 자동문에 들어서자 안은 어두웠고, 따뜻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오렌지색 조명에 비춰진 종려나무 화분이 반짝이고 있었다. 갑자기 밤의 세계로 들어선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작은 체구의 여인이 안쪽에서 슬그머니 나와서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옆으로 돌아섰다. 부드러운 카펫을 밟으며 여자의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로 4층, 여자는 한 방문을 열었다.

유리로 된 샹들리에, 벽에 장식용 벽난로가 달려 있고, 안에는 전기 난로가 있었다. 방의 장식은 어딘가의 궁전을 모방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푹 쉬세요, 천천히……"

홍차를 두고 나가려는 여자를 마이코가 붙잡았다.

"이건, 성의표시."

마이코는 여자에게 지폐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5분 전에 이 호텔에 들어왔던 여성분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이죠."

여자는 표정이 굳어졌다. 이를 본 마이코는 가방을 열어 검은색 수첩을 슬쩍 보여주었다. 

"기다리는 분은 아직 안 오셨습니까?"

"오셨어요. 바로 옆 방에 함께 계십니다."

여자는 벽을 가리켰다.

"익숙한 손님인가요?"

"네, 뭐, ......."

토시오는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이코는 고개를 돌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옆 방 손님이 돌아갈 것 같으면 그 전에 알려주실 수 있나요?"

"돌아가기 전에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여자가 나가자 마이코는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렇게 해도 괜찮습니까?"

"이 수첩을 말하는 거야?"

마이코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경찰 수첩 같은 건 아닐거잖아요."

"당연하지."

"만약에 발견되면 어떻게 할 거죠?"

"괜찮아, 그 여자도 그런 건 다 알고 있을 거야"

"뭐라고요?"

"모르겠어? 나는 그 여자가 말하기 쉽도록 도와준 것 뿐이야."

토시오는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까지 이런 행동을 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당당했지?"

마이코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모처럼이니까 목욕이나 할까?"

마이코는 담배를 끄고 일어섰다. 침실 문을 열고 전등을 켰다. 침대의 반쪽이 보였다. 침대 옆에는 꽃무늬 스탠드가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욕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물소리가 들렸다.

마이코는 거실로 돌아왔다.

"자, 어디까지 얘기했지?"

"어디까지라뇨?"

토시오는 마이코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멍하니 있으면 안 돼. 일 얘기야. 차 안에서 토모히로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잖아."

"......그랬습니다. 최근 토모히로와 소우지의 사이가 나빠졌다, 그 정도였지요."

"그래. 그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했지. 그 전에, 우다이 경제연구회의 손님은 어디서 오는 것 같아?

"주간지 등에 광고를 내는 건가요?"

마이코가 입을 열었다.

"카츠 군처럼 세상이 움직여 주면 정말 도움이 될 텐데 말이야……. 일반인들이 거래 조사 같은 걸 하겠어?"

비야냥거리는 말이라면 익숙해져 있다. 트레이너의 욕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이 멍청아, 죽어버려라. 토시오는 입을 다물었다.

"물론 니시키 빌딩의 상호를 보고 뭔가 업무를 물어보는 사람들도 싫어하지는 않아. 하지만 지금 조사 업무는 내가 어려울 때 도와준 선배가 흥신소 소장인데, 그곳의 하청을 받고 있어."

마이코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우연히 내게 들어온 일 중에 마와리 토모히로가 의뢰한 신용조사가 있었어. 조사 내용은 신규 거래와 관련된 상대 회사에 대한 신용조사였지. 개인 이름으로, 특히 해바라기 공예에 대해서는 극비리에 진행해야 하는 조건. 어때?"

"토모히로는 해바라기 공예와 결별하고 거래처를 빼앗은 뒤 자기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사전 작업 중인 걸까요?."

"아마도 그런것 같아. 토모히로는 해바라기 공예와 결별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셈이지.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토모히로가 과연 제대로 독립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야."

"스폰서가 없나요?"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래. 그래서 토모히로는 새로운 회사 설립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노리고 극비리에 움직이기 시작한거니. 그렇다고 해도 내가 굳이 그 내용을 파헤쳐서 조사할 이유는 없어."

"마사오의 행적 조사도 토모히로의 의뢰였군요?"

마이코는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 행적 조사까지는 아니야. 2~3일 전에 토모히로를 만났는데, 그때 마사오를 미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나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어. 아무래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토모히로는 단 하루만 해도 좋다고 했어. 오늘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냥 호기심 때문에 나는 승낙했지. ……결국은 신원 조사가 된 것 같지만..."

"토모히로는 전부터 아내의 행동을 의심하고 있었습니까?"

"마사오가 이런 곳에 온 이상, 토모히로도 어느 정도 예상한게 아닌가 싶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아들이 한 명. 두 살 몇 개월로 세 살은 아직이야. 이름은 토우이치(透一). 마사오의 어머니가 돌보고 있을거야."

이상하게도 토시오는 아직 마사오를 비난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집에서 나온 마사오의 표정은 남편의 눈을 피해 애인을 만나러 가는 표정이 아니었다.

물소리가 달라졌다.

"물이 가득 찬 것 같군."

마이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들어갔다. 어딘지 모르게 침착하지 못하다. 토시오는 담배를 서둘러 피웠다.

힘찬 물소리가 들린다. 문득 욕실에 면한 벽이 투명하게 비춰졌다. 지금까지는 그저 꽃무늬 벽인 줄 알았던 것이 유리로 된 칸막이였던 것이다. 욕실의 전등을 켜면 반대편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마이코 쪽에서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모양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하얀 나신이 어린아이처럼 양손을 높이 뻗고 있었다. 풍만하고 젊은 가슴이다. 살이 통통한 것에 비해 몸 전체가 탄탄했다. 마이코는 크게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욕조에 뛰어들었다.

토시오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유리 칸막이 옆에 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토시오는 서둘러 커튼을 잡아당겼다.

잠시 후 마이코가 수건을 몸에 두르고 침실 문을 열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카츠군도 목욕하지?"

그 대답은 어렴풋이 기다리는 동안 준비해 두었다.

"아뇨. 마사오가 갑자기 돌아가는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반쯤은 이대로 마사오가 돌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

마이코는 문득 커튼을 발견하고 조금 열어 화장실을 보았다.

"흐음 ....... 자네는 꽤나 신사로군."

토시오는 마이코를 곤란하게 해주고 싶었다.

"우다이 씨는 몸매가 좋더군요."

그러자 마이코는 토시오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천진난만한 웃음에 토시오의 얼굴이 되려 조금 붉어졌다.

"그래도 스포츠에는 자신 있다고. 유도도 3단 정도 되는 실력이야."

마이코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았다.

"나는 어제 저녁에 잠을 제대로 못 잤어. 이제부터 조금만 더 자고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깨워줘. 한 시간만 지나면 깨어날 거야."

그렇게 말하고 마이코는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안쪽에서 자물쇠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토시오는 멍하니 침실 문을 계속 바라보았다.

마사오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같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일까. 남자 쪽은 안이 보이는 유리 너머로 마사오의 나체를 감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호텔 여자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처음 보는 손님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자는 같은 욕실에서 마사오와 몸을 씻고, 다른 두 몸은 서로 엉키면서 침실로 ......

토시오는 의자의 팔꿈치 걸이를 잡고 힘을 다해 몸을 띄워 거꾸로 섰다. 신발 끝이 샹들리에에 부딪혔다. 샹들리에가 크게 흔들렸다.

토시오는 의자에서 뛰어내려 TV를 켰다. 모든 채널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겨우 뉴스가 나오는 방송을 찾았다. 아나운서는 하호쿠가타(河北潟) 매립 공사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운동의 쟁점을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설의 말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토시오의 생각은 마치 자석에 빨려 들어가듯 마사오에게로 향했다. 토시오는 TV 옆에 작은 냉장고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을 열자 맥주와 주스가 보였다. 토시오는 맥주를 꺼내어 병뚜껑을 열었다.

정확히 한 시간 후, 마이코가 침실에서 나왔다. 옷차림이 단정하고 표정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혼자서 너무 많이 놀아 화상을 입은건 같은 얼굴이네. 얼굴이 벌겋다고."

마이코는 테이블 위에 놓인 맥주 병을 보며 말했다. 마이코는 냉장고에서 자신도 맥주를 꺼내 컵에 부어 한 모금 마신 뒤 한숨에 마셔버렸다.

45분이 지난 뒤, 호텔 여직원이 조용히 문을 두드리며 마사오 일행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샹보르관에서 마사오가 나왔다.

마사오 혼자만 있었다. 얼굴이 달랐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머리가 풀려 양 어깨에 걸려 있어 순간적으로 마사오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은 똑바로 호텔에 왔을 때와 똑같았다. 걸음걸이도 마찬가지였다. 경기하러 갔다가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과 비슷했다. 마사오는 몸을 숙여 원래 왔던 길을 걸어갔다.

"상대 얼굴 좀 보자."

담벼락 뒤에서 마이코가 말했다.

5분 정도 기다리자 그 남자가 나타났다.

피부가 하얗고 입술이 붉고 날씬한 체격의 남자였다. 옅은 색의 안경을 쓰고, 흰 코트에 양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마이코의 얼굴이 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우지다!"

마이코가 낮게 외쳤다.

마사오의 상대는 토모히로의 사촌인 마와리 소우지였다. 소우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사오가 지나간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이코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더 이상 소우지에게 볼일이 없었다. 마사오를 쫓기 위해서다. 마이코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우지를 추월했다. 소우지는 마이코에게 조금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토시오가 지나갈 때, 소우지는, "오, 주모우......"라고 말한 것 같았다. 반짝, 의치의 금빛이 빛났다.

마사오는 역에서 처음 왔을 때와 같은 표를 샀다.

"소우지가 나를 알아챘어?"

기차 안에서 마이코가 물었다.

"우다이 씨의 얼굴을 알고 있나요?"

"몰라. 모르니까 아무렇지 않게 소우지 옆을 지나칠 수 있었지. 그런데 소우지가 뭔가 혼잣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주모우 어쩌구라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주모우?"

마이코는 생각에 잠겼다.

"주모우라는 게 뭔데요?"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인데.......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군."

마사오는 자신의 역에서 내렸다. 역 앞 큰길을 건너 상가로 들어섰다. 이대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주의력이 약해진 것일까. 마사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상가는 한낮이라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했다. 토시오는 마사오가 사라진 주변 상점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걸었다. 그 중 약국에서 마사오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리 넓지 않은 가게였다. 토시오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마사오는 새로운 손님에게 전혀 무관심했다. 카운터 맞은편에 콧수염을 기르고 흰옷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나이를 보면 이 가게의 주인인 것 같았다. 지금 막 작은 초록색 상자를 포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토시오는 상자 안의 약 이름을 재빨리 읽었다.

마사오는 돈을 지불했다. 계산대가 울리며 금액이 표시되었다. 토시오는 금액도 기억에 담아두었다. 마사오는 소포를 받아 가방에 넣고 가게를 나섰다. 달콤한 냄새가 남았다.

주인은 새로운 손님에게로 향했다.

"감기약을 ......"

주인은 증상을 듣고 뒤쪽 유리 선반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는 마사오가 구입한 약과 비슷했지만 브랜드가 달랐다. 토시오는 기억하고 있던 약의 이름을 말했다.

"............"

주인은 손의 움직임을 멈췄다. 다시 한 번 토시오를 탐색하듯 바라보았다. 콧수염이 살짝 움직였다.

"...... 의사의 처방전을 가지고 계십니까?"

"처방전? 가지고 있지 않은데요."

"그럼 유감스럽습니다만, 판매할 수 없습니다."

주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험한 약인가요?"

"용도에 따라서는 ...... 수면제니까."

"방금 전에 가게에 있던 사람한테는 팔지 않았나요?"

"그 분은 ...... 제대로 된 처방전을 가지고 있었어요."

토시오는 어쩔 수 없이 감기약만 받았다.

상가를 빠져나오는 길에 마이코를 따라잡았다.

"뭘 샀어?"

토시오는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포장을 꺼냈다.

"감기약입니다."

"또 쓸데없는 걸 샀나 보네. 다음에는 사지 않고 물건을 물어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마사오도 감기약을 샀어?"

"그 사람이 산 약은 저한테는 안 팔더라고요."

"안 팔았다고?"

"그 사람이 산 건 수면제입니다."

"수면제라니......."

마이코는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수면제는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건가요?"

토시오는 거절당한 것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 있었다.

"마사오가 처방전을 가지고 있었어?"

"가게 아저씨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런 기미는 전혀 없었습니다."

마이코는 약국 주인과 마찬가지로 토시오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사람을 본거야."

"사람을?"

"제대로 된 가정의, 아는 사람이라면 의사의 증명 따위는 없어도 팔 수 있어. 하지만 지나가던 낯선 젊은이에게는 팔지 않아."

"그렇습니까?"

"물론, 마사오라면 처방전을 몇 장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그녀는 원래 종합병원의 간호사였어.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이 많았을거야."

"그녀는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 자는 건가요?"

"...... 그건 나야 잘 모르지"

마사오는 끝까지 걸음걸이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자신의 집 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은 괜찮아?"

마이코가 물었다.

"괜찮냐니.......?"

"맥주를 마셨잖아."

"저 정도, 이미 깼어요."

지금은 마이코의 얼굴이 더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토시오는 은행 뒤편 주차장까지 걸어가 에그를 마이코에게 돌려주었다. 마이코는 차에 탔다.

"아직도 감시를 계속하는 거예요?"

"그래. 다섯 시까지는 약속이니까."

근처 유치원이 끝났나보다. 교복을 입은 아이와 엄마가 몇 쌍이 지나갔다.

잠시 후, 역에서 온 샐러리맨 같은 남자가 마사오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백미러에 비쳤다. 키가 작고 마른 체격의 남자였다.

"저게 마사오의 남편이야. 마와리 토모히로."

마이코가 말했다.

전에 보았던 사진은 토모히로의 특징을 잘 포착하고 있었다. 튀어나온 이마, 너무 작은 입, 퉁퉁 부은 턱........ 토모히로는 자신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이코의 차를 힐끗 쳐다보았다.

토시오는 소우지와 비교했을 때, 토모히로의 표정에서 음흉한 그늘을 느꼈다.

"토모히로가 돌아왔으니 더 이상 감시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글쎄, 잠깐만."

마이코는 시계를 보았다.

"토모히로라는 사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부분이 있단 말이지."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 달그락달그락 새

2014/10/02

포르노 영화 역사를 만나다 - 연동원 : 별점 2.5점

포르노 영화 역사를 만나다 - 6점
연동원 지음/연경문화사(연경미디어)

포르노 영화의 역사를 다룬 미시사 서적입니다. 영화라는 산업의 초창기부터 음지에서 존재해 오다가 "딥쓰로트"의 흥행 성공과 함께 합법화 및 대형화되었고, 이후 비디오의 등장과 21세기로 이어지는 과정의 역사를 짚어줍니다. 실제 사람들의 생활을 바꾼 포르노의 이면이 인상적인데, 예를 들어 홈 비디오의 보급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이 포르노였다는 사실이 그러합니다.

이러한 역사와 함께 "딥쓰로트"나 "Devil in Miss Jones", "녹색 문 뒤에서" 같은 나름 의미 있는 작품에 대한 평가, 유명한 관계자들 이야기, 정치권의 탄압이라든가 범죄조직과 엮인 포르노 영화계의 뒷이야기, 부록으로 실린 유명 배우 린다 러브레이스, 존 홈즈, 치치올리나 등의 약력과 같은 흥미로운 소재가 가득합니다. 제가 어둠의 경로로 일찍이 감상했었던 유럽의 포르노 제국 프라이빗의 몇몇 작품 소개는 반갑기까지 했고요.

단점이라면 깊이 있는 분석은 없는 단순한 소개라는 점, 그리고 유럽 포르노 영화도 약간 소개되기는 하나 거의 미국 중심의 구성이라는 점입니다.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일본 쪽 내용이 없는 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국내 현실상 도판이 상세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 생각되지만, 이건 뭐 어쩔 수 없고요.

여튼 남자들이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주제이기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영화 역사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쯤 봐도 실망하지는 않으실 것 같네요. 아주 오래전 영화 잡지 "키노"에 실렸던 전설적인 공포영화 소개 기사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확실히 하드코어와 하드 고어는 통하는 데가 있나 봅니다.

그나저나 책보다는 영상 매체 다큐멘터리가 훨씬 더 어울리는 내용이라 생각되는데, 저자가 인용한 히스토리 채널의 포르노그래피의 역사를 다룬 다큐도 보고 싶네요.

2013/09/03

라인업 - 켄 브루언 외 / 오토 펜즐러 엮음 : 별점 3점

라인업 - 6점 켄 브루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박산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추리애호가이자 편집자이기도 한 오토 펜즐러의 본업은 추리 전문 서점 주인입니다. 서점의 매출 증진을 위해 고민하던 오토는, 유명 작가들의 시리즈 캐릭터 전기나 프로파일을 제작하여 고객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을 모은 결과물이고요. 자신의 영리 창출을 위한, 한마디로 사심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반응도 좋았고 팬들도 색다른 읽을 거리를 만나게 된, 윈-윈 기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스물한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켄 브루언의 잭 테일러
  • 리 차일드의 잭 리처
  •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 존 코널리의 찰리 파커
  • 로버트 크레이스의 엘비스 콜과 조 파이크
  •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 존 하비의 찰리 레스닉
  • 스티븐 헌터의 밥 리 스왜거
  • 페이 켈러맨의 피터 데커와 리나 라자루스
  • 조너선 켈러맨의 알렉스 델라웨어
  • 존 레스크로아트의 디스마스 하디
  • 로라 립먼의 테스 모나한
  • 데이비드 모렐의 람보
  • 캐롤 오코넬의 말로리
  • 로버트 B. 파커의 스펜서
  • 리들리 피어슨의 루 볼트
  • 앤 페리의 토머스와 샬럿 피트
  •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의 펜더개스트
  •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프레셔스 라모츠웨

이중 제가 알고 있는 캐릭터는 겨우 절반 정도? 그 중 읽은 것은 더 적군요. 음.. 공부가 부족해요. 어쨌거나, 이 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얼마 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가 발표되기도 한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창작 비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유는 본인의 창작 이론이 명확하게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 첫째 캐릭터가 왕이다. 독자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플롯이 아니라 캐릭터다.
  • 둘째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 세번째 캐릭터를 너무 구체적으로 설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같은 것이죠. 솔직히 세 번째 것은 좀 이해가 안되지만 어쨌거나 초인기작가의 발상은 한번 봐두어서 나쁠 건 없겠죠?

그리고 스티븐 헌터의 밥 리 스웨거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황당하게도 다른 책에서 플롯을 훔쳤다는 고백에서 시작하여 데뷔작 "탄착점"을 쓰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아주 재미나요. 실제 저격용 총을 사서 훈련도 하는 등 별짓을 다했더라고요. 이러한 것이 리얼리티를 보장해 준 것이겠죠. 밥 리 스웨거 시리즈는 "더블 타겟"이라는 영화로만 접해보았는데 이 정도 입담이라면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또 이런 류의 책이라면 작가로 성공하기까지의 고생담이 빠질 수 없을텐데, 고생담으로는 존 레스크로아트의 디스마스 하디 이야기가 최곱니다. 요약하자면, 문학도이자 밴드 활동을 한 뮤지션인 저자가 순문학 작가로 야심을 불태우지만 상업적으로 잘 풀리지 않아서 일종의 패러디를 통해 장르문학에 뛰어들고, 이를 성공시켜 그 돈으로 생활하면서 순문학 소설 (즉, 진짜 소설)을 쓰기 위한 발판 마련을 위해 첫 추리소설을 쓰나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합니다. 이 시점에 그는 원고를 네 개나 완성했는데 딱 하나만 출판되었고 그나마도 문고판 초판본이 전부라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이후 작가로의 삶을 포기하지만 병이 생겨 직장을 그만두었고, 마지막으로 전업 작가에 도전하여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운 좋게도 2년 전 책이 대박이 나서 결국에 작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파란만장하다는 말이 잘 어울려요.

이와는 정 반대인 "콜린 덱스터와 모스 경감"에 대한 글도 인상적입니다. 독자의 질문에 대해 답하는 형태로 구성된 글인데 모스 경감 시리즈는 그냥 취미로 쓴 글이라는 것, 본인은 운이라고 말하는데 첫 작품을 수정 없이 당대 최고의 범죄소설 출판사에서 출판하게 된 일, 뛰어난 인재들 (앤서니 밍겔라!)과 배우들 (존 길구드에서 엘리자베스 헐리까지)가 포진된 유명 TV 시리즈로 방영되기까지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읽으면서도 다른 작가들과는 너무나 판이한 성공담은 정말이지 놀랄 정도였어요. 그만큼 작품의 질이 뛰어난 덕이겠지만요.

조금 장르는 다르지만 "람보"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월남전 당시의 분위기가 어떻게 창작에 반영되었는지가 아주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는 덕분입니다.

몇 편의 픽션 형태의 글 중에서는 리들리 피어슨의 "루 볼트"가 최고였습니다. 루 볼트 형사가 경찰서 내부에서 일어난 1만 달러 반환 사건에 연루된 뒤 취조를 받는 과정에 대한 기록인데 ,볼트가 당당한 태도로 상대방을 교묘하게 옭아맨 뒤 빠져나가는 솜씨가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의외의 진상이라는 반전까지 있기에 한 편의 단편으로도 손색없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들도 한번 읽을 가치는 충분해요. 프로 작가들의 창작과정은 읽는 것 자체가 공부죠. 별점은 3점입니다.

2007/04/11

4.11 두산 대 한화 짧은 시청기

에.. 홈 개막전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해 졌습니다.

몇가지 적어보자면

좋았던 점 :
1. 신인투수 임태훈의 구위.
2. 김명제의 구위.
3. 테이블세터의 안정된 타격과 출루와 그것을 점수로 만드는 중심타선의 타격감. (특히 오늘 홍성흔 선수와 최준석 선수 굿!)

나빴던 점 :
1. 오늘 새롭게 들고나온 달감독의 타선에서 3번 김현수와 7번 정원석은 완전 구멍... 앞으로 제발 성장해 주길...
2. 리오스-홍성흔 배터리의 승부가 별로 안 좋았음. 특히 두번째 이영우 선수 타석은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요?
3. 무엇보다도 김동주 선수의 나빴던 타격감. 특히 마지막 타석에서의 타격은 정말 아쉬움!

이로서 1승 3패. 최 하위권으로 떨어졌군요. 길고긴 레이스에서 한번 졌을 뿐이지만 1회부터 분위기가 좋아서 이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솔직히 많이 아쉽네요. 어차피 아직은 의미없는 순위긴 하지만 내일부터의 건투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