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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7

CMB 박물관 사건목록 23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23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24권까지 출간되었다는 말을 이전 리뷰에서 했는데 이제서야 23권을 읽게 되었네요. 확실히 요새는 읽는 속도가 떨어졌어요. 특히나 신간을 챙기기가 쉽지 않군요. 

이번 편에는 총 4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네 번째 코테에
  • 아시즈리 계란말이 가게
  • Nobody
  • 그라운드

항상 그래왔듯 강력사건 - 일상계가 반반인 구성입니다. "네 번째 코테에", "Nobody"는 강력사건이고 다른 두편은 전형적인 일상계거든요.

수록작별 간략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네 번째 코테에"

신라가 지인의 부탁으로 환상의 코테에 (미장이 기술로 그린 회반죽 그림)를 찾기 위한 조사에 나선다는 내용.

환상의 코테에는 미장이 장인 쿄지로가 본인 최고 걸작이라 선언했던 것으로, 그가 부호의 별장 벽 4면에 만들었으나 불타버려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게다가 조사하려는 사람에게 불행이 닥쳐 저주에 걸린다는 소문까지 있고요.

그런데 신라가 밝혀낸 진상이 꽤 놀라우며 그럴듯합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한으로 추구한 쿄지로가 자신의 기술로도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못하자, 결국 여성 그 자체를 코테에로 만들었다는 것이거든요. 현대물 중 여성을 수집한다는 변태스러운 작품이야 여럿 있고, 포우의 "검은 고양이"라던가 란포의 고전 변격물도 떠오를 정도로 흔한 설정이지만 이를 에도시대와 코테에로 변주했다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작가가 평상시 보여주지 않던 스타일이라 더 의외성있게 다가왔던 것 같네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네번째 코테에의 파편이라는 증거도 적절히 제시되어 설득력을 높여주며, 코바씨 습격 사건이라는 곁가지 사건이 줄거리에 잘 녹아들어 있다는 점, 욕심내지 않고 짧게 마무리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시리즈 최고의 장점 중 하나인 박물학적 지식과 추리의 결합이 오랫만에 절묘하게 이루어졌다는 것도 좋았어요. 이래야 CMB지!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간만에 본 상당한 완성도를 지닌 수작입니다.

"아시즈리 계란말이 가게"

계란말이를 사러 간 신라 일행이 주인이 부재 중인 가게 안에 우연히 들어간 뒤 난장판이 된 가게 상황을 놓고 이런저런 추리를 한다는 일상계.

유머러스하고 즐거운 소동극으로 남겨진 증거들에서 극단적인 상황만 예상하는 이웃 사람들의 추리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묘사도 아시즈리씨가 도둑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하이킥 연타,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는 장면은 프로레슬링으로 그려지고 있는 식으로 대놓고 개그스럽고요.

그러나 핵심 단서라 할 수 있는 "다.스.케.테"라는 글자가 작위적인 것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일종의 암호 트릭인데(당연하겠지만) 일본어라 국내 독자가 즐기기에는 무리일 뿐더러, 설정 자체가 억지스러웠거든요. 국내용으로 변주한다면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도지마롤", "와인", "주스", "슈크림"을 사러가기 위한 앞글자만 적어놓은 장보기 메모가 "도-와-주-슈"가 된다는 식인데... 설득력있게 와 닿지는 못했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Nobody"

밀매조직 소속으로 살인혐의로 체포된 3명의 용의자 중 진범이 누구인지를 밝힌다는 내용.

여러모로 평균 이하였어요. 일단 핵심 트릭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프로 청부업자들이 시신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설정. 오랫동안 피를 모아 놓는다는 설정 모두 설득력이 낮은 탓입니다. 피해자 카를로의 도주가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고요. 이런 이야기에 억지로 "자바 코뿔소의 뿔"을 집어넣어 CMB스럽게 만드려는 꼼수를 부린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고정 캐릭터인 쿠지라자키 경감이 신라에게 사건을 의뢰한다는 설정도 경찰이 왜 고교생에게 이런 것을 부탁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내용도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시체가 없다면 기소할 수 없다는 것도 옛말이죠. 우리나라도 얼마전에 유명한 "시체없는 살인사건"이 남겨진 증거만으로 살인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되기도 했으니까요. 일본의 판례는 좀 다를 수 있지만 누군가 죽었다는 것이 명백하다면 충분히 법원에서 살인혐의를 인정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그라운드"

물바다가 된 학교 운동장에 얽힌 사연이 드러나는 일상계.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던 학교를 무대로 한 일상계입니다.

그런데 사건의 발단이 되는 운동장 사건은 야구부 감독이 21세기 출전권을 노린 꼼수라는 것이 비교적 초반에 밝혀지고, 이후에는 신라 - 타츠키 컴비가 주축이 되어 벌이는 간단한 사기극이 전부입니다. 감독의 행동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도 문제네요. 엄연한 범죄행위에 당한 것을 제대로 항변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불가였거든요. 이런 유치한 사기극에 걸려들 정도의 인물이니 그럴만도 한건가?

여튼, 추리적 요소는 없는 그냥 학원 드라마에요. 타츠키 아버지의 활약 정도만이 인상적일 뿐이네요. 시리즈의 팬이라면 즐길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별점은 2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전체 평균 별점은 약 2.5점. 수작과 졸작이 섞여 있는데 그래도 전부 평작인 것 보다는 마음에 듭니다. 다음 권에도 최소한 한편의 수작이 있는 구성이었으면 합니다.

2014/05/06

사형집행인의 딸 - 올리퍼 푀치 / 김승욱 : 별점 3점

사형집행인의 딸 - 6점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문예출판사

18세기 독일을 무대로, 사형집행인이 마녀로 위심받아 화형당할 위기인 산파 마르타의 생명을 구한 뒤 마르타가 죽였다고 의심되는 고아들 사망 원인과 아이들 어깨에 있는 기이한 문양의 정체, 그리고 나병진료소를 파괴한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힌다는 역사 추리 소설입니다. 상세한 시대 묘사, 독특한 직업의 탐정이 등장하는 역사 추리 소설의 전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역사 추리 소설은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추리, 역사에 관련된 소재를 모두 좋아하며 그냥 독서가 아니라 뭔가 배우는 느낌이 드는게 좋거든요.
이러한 현학적인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당시 시대상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필수인데, 이 작품은 기대에 충분히 값합니다.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 및 조력자인 젊은 의사 지몬 프론비저 등 등장인물들은 물론 군인들, 짐마차꾼들과 같은 다양한 직업과 숀가우라는 도시 및 작품의 중요한 요소인 마녀 심문 (고문) 절차 등의 행정적 설정과 같은 모든 요소가 현실감있게 제대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이 중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야콥 퀴슬입니다. 전직 군인으로 고문에도 능한 사람 죽이는 명수가 실제로는 의사보다도 뛰어난 학식을 지닌 진짜배기 르네상스맨이라는 설정인데, 아주 독특하고 신선했습니다. 수많은 역사추리물을 읽어봤고, 실존 유명인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직업 - 고대 로마의 포도주 상인, 로마 장군, 수도사, 18세기 영국의 해결사, 터키 환관, 중국 판관 등 - 의 탐정들을 봤지만 사형집행인은 처음 접해보거든요. 단지 직업의 기발함으로 승부하는건 아닙니다. 디테일 역시 장난이 아니에요. 작가 올리퍼 푀치가 실제로 바바리아 주의 사형집행인 집안인 퀴슬가(家)의 후손이기에 가능했던 아이디어와 묘사라 생각됩니다. 덕분에 야콥 퀴슬이 지나치게 먼치킨으로 미화되었다는 단점도 있기는 하지만요.

그러나 다른 역사 추리소설과 동일한 단점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추리 소설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복선이 정교하거나 단서가 공정하게 제공되지 않거든요. 괜찮은 트릭이 등장하지도 않고요. 그냥 특정 단계를 클리어하면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식의 전개가 대부분입니다. 비교적 초반부터 진짜 범인인 군인들이 드러나는 등 수수께끼 풀이라고 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작위적이고 우연에 의지한 전개도 비교적 많고, 악마가 고아들의 은신처를 때맞춰 발견한 경위나 흑막의 정체 등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도 눈에 뜨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마녀의 표식이라는 것이 아이들끼리의 장난이었다는 것이죠. 가장 중요한 단서가 애들 장난이라니!

또 야콥 퀴슬이 중요한 정보를 항상 한박자 늦게 알아챈다는 전개도 너무 반복되어 식상하며, 결말부에서 법원서기가 모든걸 알고있었다!고 밝히는 장면은 정말로 불필요해 보였습니다. 덕분에 마르타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 동기가 죄다 사라져버린 탓입니다. 흑막을 알고 있었다면 깔끔하게 사건을 정리하는건 일도 아니었을텐데, 사건을 키운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잖아요? 한명 죽인다고 나병진료소나 군인들이 사라져버리는 것도 아니고, 파괴와 살인이 계속되면 수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은 당연할텐데 말이지요. 이런 점은 작가의 데뷰작이라는게 이유라 생각됩니다. 너무 쉽게 써 내려 갔어요.

아울러 야콥 퀴슬 외의 다른 캐릭터들이 주인공만큼의 존재감이 없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젊은 의사 지몬은 처음에는 힘의 야콥 - 지혜의 지몬으로 역할이 분배되나 싶었는데 내용에서는 야콥이 훨씬 뛰어난 학식을 갖춘 것으로 묘사되기에 별 쓸모가 없습니다. 위기와 문제만 일으키는 민폐 캐릭터에요. 그나마 활약이라면 은신처에서 클라라와 조피를 구해낸 정도밖에 없습니다. 제목이기도 한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 역시 지몬과 야콥을 엮어주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하고요. 미인에다가 나름 여러가지 능력을 갖춘 것으로 소개되지만, 정작 사건에 있어서는 후반부에서 군인들에게 납치당하는 식으로 민폐 역할에만 소비될 뿐입니다. 이래서야 제목이 왜 "사형집행인의 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사형집행인"이거나 "사형집행인과 사윗감"이라면 모를까.

그래도 기본적인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해서 흥미롭고 쑥쑥 읽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독특함은 물론 마녀사냥이라는 당대의 소재를 잘 녹여낸 줄거리는 매력적이고 산파를 고문해서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 시간제한이 존재하여 긴박함을 더하는 전개도 괜찮았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역사추리물이 아니라 역사모험물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리겠다 싶더군요. 악인은 모두 응분의 벌을 받고 주인공 일행은 모두 상응하는 보답을 받는다는 완벽한 권선징악 서사를 갖추고 있으니까요. 사람이 많이 죽어나가고 적나라한 고문과 처형 묘사가 관건인데, 이것만 조금 순화한다면 어린이용 모험소설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알렉산드르 뒤마나 쥘 베르느의 역사모험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4/05/02

처녀귀신 - 최기숙 : 별점 3점

처녀귀신 - 6점
최기숙 지음/문학동네

우리의 전래 이야기 중 귀신에 촛점을 맞추어 이야기 속의 숨겨진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해낸 역사-문화서입니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여자, 처녀귀신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자도 여성이고 조선시대는 여성이 아무래도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겠죠. 

"한국의 학교 괴담"과 비슷하게 당대 전래되던 이야기를 소개하고 저자의 해석을 자세하게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의..."와는 다르게 내용이(학술서치고는) 비교적 쉽게 쓰여져 있으며 생각도 못했던 파격적인 해석이 몇 가지 등장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성에게 혼례란 성인식과 동일시 된 것으로 처녀귀신은 미처 성인의 세계로 진입하지 못한 실패자의 표상이라는 해석, 여자귀신은 억울하게 현실에서 쫓겨난 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일이라는 해석 등은 아주 새로왔습니다. 장화홍련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죽어버린 사또들은 자기만 아는 비겁한 소인배였다는 뜻이겠죠?

귀신들이 관리나 전도유망한 청년을 찾아가 하소연하는 합법적 절차를 존중한 이유 역시도 참신했습니다. 시공을 초월한 존재가 뭐가 부족해서 스스로 복수하지 않았느냐는 것인데, 이는 사대부 남성이 즐겨 읽던 야담 속 이야기가 많아서 관리의 능력을 부각시킨 것이라고 하네요.

또 전래 이야기의 재해석도 소개되는데, 인삼장수 최가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건장한 사내귀신이 수절하던 최가 어머니를 찾아와 겁탈하고, 그 후 귀신이 올때마다 재물을 가져와 부자가 되었다. 어느날 여자가 귀신에게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게 뭐냐고 물었고 노란색이라고 답하자 집안을 온통 노랗게 칠하고 귀신을 쫓았다"라는 이야기로, 청상과부가 부자가 되자 이를 기이하게 여긴 사람들이 만들어낸 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과부가 부자가 된건 사내와 성관계를 맺은 대가로 재물을 얻은게 분명하고, 부자가 된 여자는 남자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서 약점을 캐서 관계를 정리한 뒤 남자를 매몰차게 거절했을 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지요. 정말 그럴듯해요!

다만 뒷부분에서 자살자를 다루면서 귀신보다는 자살에 이르게 된 당시 사회상 해석에 치중한건 아쉽습니다. 제목 및 앞부분 내용과 살짝 거리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독특하고 새로우며 재미도 있는 좋은 책입니다. 170여 페이지 정도되는 짤막한 분량, 책의 장정과 디자인도 좋았고요. 가격도 괜찮은만큼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