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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오늘 한잔? - 하이시 가오리 / 안혜은 : 별점 3점

오늘 한잔? - 6점
하이시 가오리 지음, 안혜은 옮김, 아사베 신이치 감수/이다미디어

'애주가 의사들이 권하는 최강 음주법'이라는 소갯글에 혹해서 읽게된 책. 애주가 의사들이 풀어낸 올바른 음주 방법 가이드로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숙취를 예방하는 음주법이 대표적입니다. 숙취 예방을 하려면 술이 위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의 상승을 완만하게 만드는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름'이 많은 음식을 안주로 같이 먹는게 좋다는군요. 대표적인게 치킨입니다. 치즈, 낫토도 좋으며 위벽 보호를 위해서는 음주 전 미리 우유를 마시는 것 보다는 양배추를 먹는게 도움이 됩니다. 
또 숙취 예방을 위해서는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는 능력을 알고, 이에 맞춰 음주를 하는게 중요합니다. 1시간 동안 분해 가능한 순수 알코올 양 (술에 함유된 에탄올의 양으로 도수/100*마신 양(ml)*0.8)은 '체중*0.1g'이라네요. 저는 7g이니 한 시간에 맥주 500cc 1/3이 적당량인 셈입니다.

병에 걸리지 않는 음주법도 알아두면 좋은 정보입니다. 일본인 기준, 적정 주량은 순수 알코올로 하루 20g (맥주 500cc 한 잔, 와인 2잔 정도) 입니다. 일주일 총량으로 이 기준을 지켜야 하며, 일주일에 이틀 이상 '휴간일'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과한 음주 후 구토가 하고 싶어질 때는 참으면 안됩니다. 자연스러운 생체 반응에 따르는게 좋으니까요. 하지만 구토는 식도가 위산에 손상될 수 있으므로 구토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건 지양해야겠지요.
그리고 술과 함께 약을 먹는건 절대로! 안됩니다. 약은 원래 절반 정도 대사되는걸 전제로 처방되는데, 간에서 약과 알코올을 동시 처리해서 약리 효과가 지나치게 커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사의 절반을 알코올이 가져가므로). 그래서 음주 후 약을 먹어야 하면 최소 3~4 시간은 지나야 한다네요.

어떤 술이 어디에 좋은지?에 대한 정보도 실려있는데 고구마로 만든 전통 소주는 혈전 용해 물질을 증가시키며, 레드 와인 속 폴리페놀은 심질환과 동맥경화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레드 와인의 레스베라트롤과 쓴 맛 나는 맥주 속 이소알파산은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고요.
이외에 만취 때 뒷담화가 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전두엽이 마비되기 때문이며, 필름이 끊겨도 집에 찾아갈 수 있는 이유는 고정된 장기 기억 덕분, 술은 마실 수록 세지는게 아니라 무조건 (100%)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등의 재미있는 정보가 많습니다. 음주 후 목욕할 때 '히트 쇼크'가 와서 사망할 수도 있다는건 추리 소설의 트릭으로 사용해도 좋아 보였어요.

비슷한 조언이 반복되며, 관심이 없을 소재도 일부 섞여 있다는 단점도 있으나 여러모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이 책이 제공해 준 정보에 따라 앞으로는 한 주에 와인 1병 정도를 치즈 안주와 함께 즐겨볼까 합니다.

2023/06/22

오아시스 식당 - 아베 야로 외 / 정문주 : 별점 2.5점

오아시스 식당 - 6점
아베 야로 외 지음, 정문주 옮김/미우(대원씨아이)

문필가, 편집자이자 만화가라는 사코 후미오가 심야식당의 작가 아베 야로와 함께 맛집을 돌아다닌걸 기록한 에세이 모음. 모두 20곳의 식당이 소개되며, 아베 야로와 사코 후미오의 짤막한 만화, 둘의 이런저런 요리를 주제로 한 대담이 함께 수록된 구성입니다.
자기 주장이 약하고 순전히 가게의 맛과 멋을 찬양하는 착한 글들이라는건 심야식당과 일맥상통합니다. 누군가의 쉼터같은 오아시스 식당을 소개하는데 험한 말을 쓸 수야 없었겠지요.

소개된 가게도 몇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전부 대중 식당으로 2~3대가 이어 운영하는 노포가 많다는 겁니다. 일본 양식에서 밥을 함께 담아내는 방식을 처음 고안했다는 유명식당 연와정 - 현재 3대째 - 에서 시작해서, 원조 돈가스 카레격인 '가와킨 덮밥'을 만든 가게의 후계자 - 4대째 - 가게처럼요.
이런 유명 노포들 외에 본인들이 직접 검증한 동네 맛집 소개도 충실하다는게 두 번째 특징입니다. 그래서 현재 사는 곳인 도쿄, 그리고 근처 가나가와 맛집 소개가 12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런 류의 책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고치 맛집도 6군데나 등장합니다. 둘 다 고치 출신인 덕분이지요. 고치 명물 가다랑어 다타키는 다른 작품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베라야키같은 그 지역 사람만 아는 명물 소개는 신선했어요. 얇은 밀가루 반죽에 가쓰오부시, 파래, 파, 덴푸라를 올리고 반죽과 계란을 풀어 덮고 뒤집은 뒤 소스를 발라 먹는 요리라네요.
세 번째 특징은 왠지 모르게 친숙한 식당이 많다는겁니다. 우선은 심야 식당과 관련된 가게가 있습니다. 고엔지의 중화 고토부키로, 가게 명물 부추달걀볶음은 심야식당의 메뉴로도 등장했었지요. 녹말 소스를 끼얹은게 특징입니다.
그 외에도 호놀룰루 식당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칼럼에 등장했고, 대낮부터 술을 판다는 노가타 식당은 <<고독한 미식가>>의 한 에피소드가 바로 떠올랐어요. 아침 8시에 문을 여는, 성인영화계의 스타였다는 주인이 운영하는 주점 데라코아는 <<술 한잔 인생 한입>>에 등장해도 괜찮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요. 가본적은 없지만 다 친숙한 느낌입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도키와장 멤버들이 단골이었던 라면가게 마쓰바! 제가 좋아하는 <<만화의 길>>에도 여러차례 등장했었지요. 언젠가 방문해서 라멘은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주다'도 판다니 라면에 한 잔 곁들여야 할테고요. 


물론 맛은 큰 기대하지 않습니다. 글을 보니 전문가가 아닌, 2대의 부인이 조리를 하고있다니까요. 그야말로 가정식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게 더 <<만화의 길>> 스타일 - 고생스럽지만 잔 정이 넘치던 그 시기 - 이라고 생각됩니다.

밥집 탐방이다보니 요리를 따라하기는 힘든데, 한번 해봄직한 요리도 몇 가지 있어요. 요코하마 사이타마야 식당의 커피 소주가 그러합니다. 얼음이 든 큰 유리잔에 1/3 정도 소주를 붓고 그 위에 옛날 느낌 커피 (커피 우유 느낌이라니, 우리나라로 따지면 다방 커피나 맥심?)를 부어 만든다고 합니다. 요새 하이볼 등이 MZ에게 유행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맥심 소주볼' 이라고 팔면 어떨까 싶네요. 술과 커피를 섞어 마시면 건강에 굉장히 안 좋다고 하기는 합니다만....
가와킨 덮밥도 밥 위에 채 썬 양배추, 돈가스를 올리고 닭고기 카레를 끼얹었다니, 맛은 다를지언정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렇게 갈 수 없는 곳을 남의 눈과 입과 귀로 접한 셈으로, 푸근하고 정감어려 좋았으며 재미있는 내용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갈 수 없는 곳들이며, 유통기한이 있을 수 있다는건 아쉽네요. 비슷비슷한 내용이라 뒤로 갈 수록 식상해진다는 문제도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2/02/11

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 - 쿠스미 마사유키 / 박정임 : 별점 3점

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 - 6점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박정임 옮김/살림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가로 잘 알려진 쿠스미 마사유키먹부림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총 3부 구성인데, 가장 비중이 높은 1부는 혼자서 혼술을 마실 때, 어떤 안주를 직접 만들어 어떤 술과 함께 먹는지에 대해 쓴 글들입니다. 2부는 혼자서 술집에 갈 때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고요. 3부는 술을 다 먹고 마무리로 어떤걸 먹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술과 안주를 사랑하는 작가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로 술과 안주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이채로왔습니다. 저자의 다른 에세이에서는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술과 안주를 사랑하고, 먹거리에 대한 특별한 고집과 집착을 보이는 모습을 접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술잔이라던가, 차림상의 구성을 꼬치꼬치 따지는 모습은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이와마 소다츠와 별다를게 없어 보였고요. 얼마 전에 읽었던 "혼밥 자작 감행"의 쇼지 사다오도 그러했는데, 혼술하는 아저씨의 전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먹는 방법에 대해 여러가지 '전략, 전술'을 고려해서 안배한다는, "음식의 군사"가 떠오르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돈가스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돈가스를 소금, 간장, 소스 순서로 찍어 먹는다던가, 마지막 두 조각을 미리 소스를 뿌려 절여두었다가 밥이랑 함께 먹는다는 등의 이야기는 "음식의 군사" 속 돈가스 에피소드와 거의 똑같았으니까요. 오뎅을 접시에 담을 때 색감을 고려해서 담는다는 등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쥬쿠 카페 베르크의 커피 역시 "음식의 군사"에서도 소개되었었지요,

그러나 돈가스 정식을 일종의 '코스 요리'라고 생각한다는건 기발한 발상이었습니다. 육류에 전채 (야채절임), 샐러드 (양배추), 수프 (미소시루), 푸짐한 채소 요리 (밥)이 곁들여 나오기 때문이라는데, 아 정말 생각도 못했네요. 이왕 코스 요리니 주문할거면 값은 비싸도 히레가스 정식을 주문하자라던가, 맥주를 시킬 때 "이집 맥주는 어디 건가?"하고 브랜드를 물어보면 와인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에 이르르면, 이런걸 만화로 선보였다면 아주 좋았을텐데 좀 아쉽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음식의 군사" 속 돈가스 요리 에피소드보다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후지코 후지오의 "만화의 길" 속 추다와 멘치빵을 재현해 먹는 에피소드는 과연 만화가구나! 싶어서 기억에 남고요. 저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라 더 기억에 남은 것 같네요. 참고로 원작 속 '츄다' 레시피는 소주 3, 사이드 7의 비율입니다. 멘치빵은 아래와 같고요.

기요켄의 슈마이 도시락에 대한 글은 저자의 데뷰작 "스키야키"가 떠올라서 반가왔습니다.

혼자 안주를 만드는 이야기 속 레시피도 짤막하지만 충분히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건 가다랑어 안주입니다. 조금 얇게 썬 가다랑어를 준비하고, 그 위에 대파를 잘게 다져서 듬뿍 올립니다. 다음은 양하도 잘게 다지고, 차조기나 깻잎 한 장도 채썰어 올립니다. 마지막이 비법이라 할 수 있는데 마늘 대신 편을 썬 마늘장아찌를 올리는겁니다. 생마늘은 맵고, 간 마늘은 느낌이 약하기 때문이랍니다. 이걸 레몬즙을 섞은 간장에 찍어먹는다는데, 반주로 니혼슈, 조금 비싼 사케가 제격이라네요. 가다랑어 회는 구하기 힘들겠지만 방어회로 다음에 도전해 볼까 합니다. 방어회는 먹다보면 물려서 남기기 십상이니까요. 

다른 먹부림 콘텐츠에서 탕두부라고 소개되는 물두부 레시피는 정말 쉬워 보여서 인상적입니다. 평범한 냄비에 다시마 한 장을 깔고 물을 담아 가스버너 등에 올리고, 한 입 크기로 자른 두부를 넣은 뒤 끓고 나면 간장과 가쓰오부시, 다진 파를 섞은 종지에 찍어 먹으면 된다니까요. 간단하기로는 '조야나베'도 만만치 않아요. 냄비에 물을 붓고 저민 생강 두 조각 정도를 넣은 뒤 끓이다가 큼직하게 썬 양배추, 기다란 삼겹살을 세 토막 낸 걸 넣고 갈은 무와 다진 파를 듬뿍 넣은 아지폰(감귤 과즙 폰즈 상품명)에 찍어 먹는게 끝입니다. 폰즈가 집에 없기는 한데, 그 외에는 재료나 조리법 모두 너무 쉬워서 당장 해 먹어도 됨직한 수준이네요. 심지어 우러난 국물은 제가 좋아하는 우동 사리를 넣어 먹으면 끝장이라니, 꼭 한 번 해 먹어 봐야 겠습니다. 

그 외에도 가열한 올리브 오일에 큼직하게 썬 양배추를 넣어 재빨리 볶은 후 소금 후추로 간을 해서 먹는 양배추 볶음, 오니기리를 프라이팬에 올려 약한 불로 굽다가 간장과 미림, 미소 양념장을 발라 굽는 오니기리 구이, 간단한 여주 볶음밥, 통조림 참치에 잘게 다진 양파를 넣고 후추와 소금을 뿌린 후 마요네즈와 버무려 만든 속을 버터 발라 구운 식빵에 끼워 먹는 참치 토스트(굽지 않은 빵에 머스터드를 바른 뒤 슬라이스 치즈를 깔고, 그 위에 참치 마요네즈를 올려 구워도 맛있다네요) 등 대부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만 소개되고 있어서 아주 반가왔습니다.

뻔한 먹부림 에세이지만 재미도 있고, 레시피들도 괜찮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적당합니다.

2021/03/19

조선의 미식가들 - 주영하 : 별점 2.5점

조선의 미식가들 - 6점
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조선 시대, 음식과 요리에 대해 글을 남긴 문인과 그들의 글 속 주요 요리를 소개해주는 식문화, 미시사 서적. 당시 음식, 요리에 대해 글을 남긴 사람들을 '미식가'라 칭하고 있는 셈으로, 모두 15인이 소개되고 있는데 상세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니” 이색의 소주
  • “돼지고기를 찍어 먹으니 참으로 맛있었다” 김창업의 감동젓
  • “관서의 국수가 가장 훌륭하다” 홍석모의 냉면
  • “맛이 매우 좋아서 두텁떡이나 곶감찰떡마저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구나” 허균의 석이병
  • "어해 중에서 으뜸이다” 김려의 감성돔식해
  • “가슴이 시원스럽게 뚫리는 듯했다” 이옥의 겨자장
  • “동치미 국물에 적시고 소금 조금 찍으면 그 맛이 더없이 좋다” 전순의의 동치미
  • “겨울밤에 모여서 술 마실 때, 아주 좋다” 이시필의 열구자탕
  • “지난번에 처음 올라온 고추장은 맛이 대단히 좋았다” 영조의 고추장
  • “지금 엿집에서 사용하는 좋은 방법이다” 김유의 엿
  • “먹으면서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파했다” 조극선의 두붓국
  • “목구멍에 윤낸다고 기뻐하지 말라” 이덕무의 복국
  • “잠깐 녹두가루 묻혀 만두같이 삶아 쓰나니라” 장계향의 어만두
  • “즙이 많이 묻어 엉겨서 맛이 자별하니라” 빙허각 이씨의 강정
  • “갓채는 물을 짤짤 끓여 부으면 맛이 좋으니” 여강 이씨 부인의 갓

주로 선비, 사대부들이 쓴 산문이나 시조, 편지 속에서 음식, 요리를 주제로 쓴 글을 찾아낸 뒤, 음식과 요리에 대해 분석하고 글을 쓴 사람에 대해 소개하는 구성입니다. "도문대작"을 쓴 허균이나 채소에 대한 시조를 남겼다는 목은 이색 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잘 모르는 조선 선비들이 음식에 대해 쓴 글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당대 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게 좋았습니다. 또 귀양가서 쓴 글이 많다는게 이채롭더군요.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었습니다. 귀양가서 험한 음식을 먹다보니, 예전에 먹었던 맛난게 생각나 글로 남긴 경우도 있지만, 귀양가서 처음 보는 먹거리와 음식에 대해 글을 남긴 경우요. 전자의 경우는 허균, 후자의 경우는 조선 후기 김려의 글이 대표적입니다.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 속 글들을 조금 더 살펴보자면, 김려가 현재 마산 지역인 '우해'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쓴 글로 당시 어떤 생선으로 어떻게 젓갈을 만들었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최고의 젓갈이라는 감성돔을 비롯하여 볼락, 삼치에 붕장어까지 젓갈로 만들었다니 신기합니다. 당시 이런 물고기들이 많이 잡혔으며, 어민들도 판매를 위해 대량으로 젓갈을 담궈 시장에서 팔았다는걸 증명하기도 하고요. 꽤 거대했던 산업으로 짐작되는데, 지금은 그 전통이 많이 사라진듯 하여 무척 아쉽습니다. 함께 소개된 홍게로 만든 포는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이렇게 귀양지에서 처음 본 먹거리와 음식은 귀양지 특성 상 해산물이 많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귀양지에서 먹는 음식인데 등장하는건 지금은 쉽게 먹기 힘든 고급 재료들이더라고요. 과거 원나라가 고려를 방문했을 때, 원나라에서는 비싸서 먹지도 못하는 전복 등을 일반 백성들이 쉽게 먹는걸 보고 놀랐다는데, 딱 그 심정입니다. 3면이 바다라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정조 때 성균관 유생이었던 이옥이 남긴 글로는 당시 고추가 널리 전파되었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옥이 워낙 고추를 좋아해서 직접 심어 먹었을 뿐 아니라, 고추를 많이 먹으면 풍이 들거나 눈에 좋지 않다는 세간 속설을 반박하는 글까지 썼다니 고추 사랑이 정말 어지간했던것 같습니다. 인조 때 조극선이 남긴 글은 '연포회'라는 행사가 성행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연포회가 왜, 어떻게, 어디서 진행되었는지 상세하게 소개해주고 있기도 하고요. 연포회에서 먹었다는 두붓국 레시피도 꽤 자세합니다. 지금 만든다면 굴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육수에 연두부를 넣어 먹으면 비슷할거 같아요. 조극선은 닭고기를 써서 만든 것으로 설명되고 있지만요. 음식을 먹을 때에도 선비다움을 유지하라는 '잔소리' 가득한 이덕무의 글은 꼬장꼬장했을 당시 선비들의 마음 속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재미있었고요.

잘 몰랐던 당대 요리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내용도 많습니다. 영조가 병을 다스리기 위해 자주 먹었다는 '이중탕'에 대한 소개가 특히 흥미로왔습니다. 재료는 인삼과 백출, 건강포, 감초인데 영조가 조선조 최대 수명을 자랑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라니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겠지요. 저도 이제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이기도 하고요. 찍어 먹으면 맛있다는 감동적즙이 무엇인지도 소개해 줍니다. 감동즙은 젓갈의 일종으로 국물이 젓갈보다 넉넉하여 즙이라고 불렀으며, 김창업은 감동이 '자하젓'과 같다고 했다네요. 새우젓에 돼지고기를 찍어 먹는 현재 풍습과도 비슷한데, 역시 사람 입맛은 다 비슷한 법이겠지요?

현재도 재현 가능할 정도로 레시피 소개도 충실합니다. 목은 이색이 남긴 한시 "새벽에 한 수를 읊다" 를 볼까요? “기름에 두부를 튀겨 잘게 썰어서 국을 끓이고, 여기에 파를 넣어서 향기를보태네, 잘된 멥쌀밥은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깨끗이 닦은 그릇들은 눈에 환히 빛나누나"로, 두부 요리 레시피가 아예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쉬움과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허균과 "도문대작"은 이쪽 분야에서는 너무 많이 접한 소재였습니다. 당연히 조선의 미식가를 꼽을 때 허균을 꼽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만 신선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몇 년 전에 읽었던 "조선의 탐식가"들과 내용면에서도 많이 겹칩니다. 세조 때 어의 전순의가 편찬한 요리책 "산가요록"이라던가, 사대부 가문 부인들이 가문의 레시피를 기록했던 장계향의 "음식디미방",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는 취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선정이라 생각되고요. 도판도 그냥저냥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담고있는 내용은 가치있지만 단점도 있어서 감점합니다. 덧붙이자면 여기 수록된 거의 대부분의 글들은 현재 네이버에서 공짜로 읽을 수 있습니다. 책에 관심이 가시더라도 네이버를 통해 먼저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0/09/26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 고영 : 별점 3.5점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 8점
고영 지음/포도밭출판사

'음식문헌 연구자 고영이 읽고 먹고 생각한 것들'이라는 부제대로, 음식문헌 연구자인 저자가 본인이 경험했고, 맛보았던 식문화먹거리에 대해 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풀어놓은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크게 "아, 침이 고인다"와 "떠나고 먹고 감각하다", 그리고 "온전한 밥 한 그릇"이라는 세 개의 대 분류로 구분됩니다.
이 중 "아, 침이 고인다"와 "떠나고 먹고 감각하다"에 식문화와 먹거리에 대한 정보 전달 측면에서 가치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인 "온전한 밥 한 그릇"은 주로 저자의 '느낌'과 단상이 가득한, 에세이에 가까운 글들이 많고요. 

개인적으로는 앞의 두 주제가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식문화, 먹거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탓이지요. 단순히 이미 널리 알려져있던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저자가 음식문헌 연구자인 덕분에 본인의 연구가 바탕이 된, 깊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글들이 오래전 한시와 옛 문헌의 한 토막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제일 첫 글인 "융도, 두 자의 뭉클함"를 보자면, 김려가 남긴 서사시 "고시위장원경처심씨작"의 소개와 해설을 토대로 당시 먹거리에 대해 일람하다가 '융도'라는 두 글자에 주목합니다. 융도는 건국 초기 조선의 북쪽 끝, 여진과의 접경지대에서 나는 벼를 의미합니다. 이른바 조생종 벼인데, 보리를 먹어 치우고 벼를 수확하기 전 식량의 징검다리 역할과 냉해를 견디는 품종 확보를 목적으로 조선은 세종 때 도입 육종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소개합니다. 시 한 구절에서 이러한 전문적인 역사 관련 지식까지 풀어내는 그 식견이 사뭇 놀랍습니다.

이 책 덕분에 옛 문헌 속 이런저런 몰랐던 식문화와 먹거리에 대해 알게 된 것도 많습니다. 세종 때의 문헌 "산가요록"을 통해 우리에게는 일찍이 다양한 김치가 있었다는 소개처럼요. 복숭아 김치, 살구 김치, 수박 김치 등이 있었다는데, 그 맛이 사뭇 궁금해지네요.
일본 헤이안 시대 중기 수필집 "침초자"에 소개된 아마즈라와 13~14세기 원나라의 갈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빙수의 원형 이야기, 제빙 기술이 발달하여 1910년대 조선에서도 여름에 얼음 띄운 화채나 빙수 먹기가 어렵지 않았다는 등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빙수 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광수 소설 "무정"에서도 빙수를 먹으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널리 퍼졌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와인에 대해 최초로 상세한 기록을 남긴 이기지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는 1720년 북경 천주당에서 와인을 맛보고 "소림과 대진현이 또 나를 어떤 방으로 이끌었다. 탁자에 수정병이 하나 있는데, 높이는 세 자(약 30.3cm)쯤이고 술이 떠 있는 듯 담겨 있었다. 술을 따라 내게 권하는데 술맛이 감미로우면서도 상쾌하고 이채로운 향이 코를 찔렀다. 마시고 난 다음에는 그저 조금 취기가 오를 뿐이고 취하지는 않았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호기심이 왕성했던 이기지가 이후 와인 제조법을 물어보아 남긴 기록을 보면, 이 와인은 '포트 와인' 이었습니다.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북경 천주당의 예수회 신부들이 먼 북경까지 포도주를 옮기기 위해 선택한 방법으로 설명됩니다. 도수가 높아야 쉽게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꽤 그럴듯하지요. 하지만 포트 와인은 높으면 도수가 20도를 넘어가는 제법 센 술이라 마시고 나면 취할텐데, 이기지는 술이 꽤 셌나 봅니다. 이 뒤 다른 자리에서 포도주 세 잔을 거푸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다고 하거든요.
저자의 글은 뒤에 조선 땅에 상륙한 여러가지 외국 술에 대한 글로 이어집니다. 각 글이 항목별로 분리가 되어 있기는 해도, 와인과 브랜디 등 각종 서양 술, 맥주, 사케와 정종, 청주 등의 일본 술,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 등이 어떻게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렀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항목만 따로 떼어 놓아도 충분히 가치있는 술에 대한 미시사 문헌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드네요. 그만큼 자료적 가치도 충분합니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풍성한 사료를 통해 깊이를 더한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냉면 먹방"에서 소개되는 냉면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흔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당대 여러 기사들을 통해 냉면 먹는 방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조망해 주기 때문입니다. 단지 '겨울에 평양 냉면'을 먹었다는게 전부가 아닌 것이지요. 1936년 "조선중앙일보" 기사를 통해 '냉면 미각의 절정은 삼복 (더위) 이전' 임이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매일신보" 1936년 기사에서도 여름 관청, 회사 점심시간이면 냉면집 전화통에는 불이 날 지경이라고 소개되었다고 하고요. 그러나 지금과 다른 점은, '경성 냉면은 평양 냉면의 연장에 지나지 않았으며', '냉면을 주문하면 20분은 기다릴 각오'를 했어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패스트 푸드가 아니었던 겁니다.

"소금 한 톨에 깃든 사연"을 통해 풀어놓는 우리나라 소금 산업의 역사도 흥미로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굽는 방식의 제법을 사용하였는데, 일본이 조선 강점 시기에 한국 해안에 대단위 천일 염전을 조성한게 대단위 소금 산업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금을 만드는 염호가 옛부터 고단하고, 노비나 군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해 중국 산동 출신 노동자를 대거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네요. 이후 중국 노동자들의 파업, 퇴사 이후 1930년대에는 조선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요. 고되고 힘든데다가 사회적 인식까지 부족한, 지금의 염전 노예 사건의 단초가 이렇게 일본에 의해 강제된 천일염 제조 산업 초창기부터 있었다는게 참 가슴 아픈 사실이네요.

그러나 이렇게 정보 전달 측면에서 우수하며, 많은걸 생각하게 해 주는 글들에 비해 저자의 느낌, 에세이에 가까운 글들은 좀 별로입니다. 저자의 생각 - 식문화와 먹거리는 빈부에 상관없이 평등해야 한다 - 도 옛 문헌을 통해 먹거리가 빈부에 따라 큰 격차를 보였다는걸 소개하면서, 이런 격차가 그나마 평등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알려주는데 비슷한 주장의 반복이 많은 편입니다. 이러한 격차가 현대에도 이어지는걸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는 바입니다만, 지나치게 과했어요.

그래서 별점은 3.5점입니다. 정보 전달 측면의 글들은 별점 4점도 아깝지 않으나, 비슷비슷한 에세이 류의 글로 약간 감점합니다. 저자의 음식 관련 미시사, 문화사 전문 서적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네요.

2020/05/31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 - 김동진 : 별점 2.5점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 - 6점
김동진 지음/위즈덤하우스

제목 그대로 조선에서의 소고기 식문화에 대해 고찰하는 책입니다. 

근거가 확실하여 신뢰가 가도록 쓰여진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조선 시대때 소고기를 정말 많이 먹었다는걸 증명해 주는데, 그 양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세종 때에는 무려 소가 15만 여 마리에 달했다니 놀라울 정도지요. 맛은 물론 몸에도 좋아서 성찬으로 유명했는데, 이는 전쟁 때 병사들에게 베푼 '호궤'의 중심이 소고기였다는 걸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양도 어마어마해서 숙종 때에는 군졸 한 명 당 0.81kg 부산물 제거 시 400g 정도 할당되었고, 술은 소고기 한 근당 술 다섯 홉까지 지급했다니 군 생활도 나름 할 만 했을 것 같네요. 소주 한 병이 2홉이니 고기에 술 2병 반이면 괜찮은 셈이잖아요? 이 양은 영조 때는 2.44배 등으로 이후 계속 증가했다고 하니 더더욱 그러합니다. 우역 (소 전염병)이 퍼지면 소가 죽을게 뻔해서 일찌감치 잡아서 먹었던게 소고기 식문화가 널리 퍼지고 전형화된 이유라는 것 역시 재미있는 이론이었고요.

이러한 조선 시대 소고기 식문화 관련 자료는 물론이고, 후반부에 소개되는 다양한 소고기 요리들도 볼거리입니다. 당연히 당시 자료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15세기는 주로 "산가요록"을, 16세기는 "촌가구급방", "수운잡방", "묵재일기"를, 17세기는 "음식디미방"을, 18, 19세기는 "산림경제" 속 요리와 조리법을 주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비슷한 요리들도 있지만, 지금은 잊혀진 요리와 조리법들이 더 눈길을 끕니다. 어떤 요리들은 상당히 맛있을거 같아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600여년 전 요리인 육면, 토장, 양 식해가 대표적입니다. 육면은 고기를 솔잎처럼 가늘게 썰어서 깨끗이 씻어 밀가루 또는 메밀가루를 반복해 묻혀 끓는 물에 삶는 국수 요리입니다.
토장은 밀가루 한 되와 고운 쌀가루 한 홉, 녹두가루 한 홉을 물로 반죽해 밀판에 놓고 밀어 길이 두 치(약 6센티미터)에 너비 한 치 반(약 4.5센티미터)으로 자릅니다. 이를 대광주리에 담아 끓는 물에 익혀 물에 담가 차갑게 식히고, 들깨즙에 간장을 넣고 여러 가지 향채와 맛있는 고기, 계란면, 표고 등을 섞어 먹습니다. 일종의 냉 비빔국수인 셈이죠.
양식해는 양을 먼저 물에 깨끗이 씻어 둥글게 조각내어 후추를 갈아 넣고 물이 펄펄 끓을 때 양을 잠깐 넣어 반만 익혀 꺼낸 것을 차게 식힌 뒤, 소금을 살짝 뿌리고 진밥 한 사발과 누룩 한 움큼을 고루 섞어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 기름종이로 봉하고 재[灰] 속에 깊이 묻어두었다가 꺼내어 썰어먹는 일종의 젓갈입니다. 고춧가루를 더해도 괜찮을 듯 싶네요.

지금도 흔하게 먹는 소고기국과 곰국의 조선 시대 레시피도 인상적입니다. 소고기국은 "산림경제"를 통해 그 유래가 사슴고기국임을 알려주기 때문에, 우리나라 요리의 흐름을 아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조리법을 보면 지금의 소고기국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고기를 소금과 술, 식초를 써서 담그고 기름과 후추를 넣어 볶은 뒤 국을 만드는 식이며 내장 등의 고기도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고춧가루를 넣으면, 지금의 내장탕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반대로 곰국은 끓는 물에 넣고 뭉근한 불로 오래 익히는 지금 방식과 똑같다는 것도 재미있고요. 그 외 요리들 소개 모두 나름대로 볼 만 했습니다.

또, 당시의 소고기는 대부분 늙은 소의 고기였기 때문에, 이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들도 인상적입니다. "음식디미방"에서는 소고기를 삶을 때 살구씨 빻은 것과 떡갈나뭇잎을 넣는게 비결로 소개됩니다. 처음부터 고기를 물에 넣지 말고, 펄펄 끓을때 넣는 것도 비법으로 이는 "수운잡방"에서도 소개된 방법입니다.
"음식디미방"에서는 질긴 고기는 산앵두나무를 함께 넣고 뽕나무로 때서 삶으라고도 하고요. 저자는 조사를 통해, 살구씨는 굳은걸 풀어주는 성분이 있고 떡갈나뭇잎은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타닌이 함유되어 있으며, 산앵두나무 역시 굳은 것과 부은 것을 풀어주는 성분이 있어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해 주었을거라고 알려줍니다.

소고기를 많이 먹었다는건, 보관 방법과 오래된 고기의 조리법도 비중있게 소개되는 것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상한 고기의 경우, "당추자唐秋子에 구멍을 서너 개 뚫는다. 말만한 크기의 고기에 (당추자) 서너 개를 같이 넣고 삶으면 상한 것 같지 않다."며 조리해 먹을 정도입니다. 이는 소고기의 유통양이 적고 희귀했다면 관심가질 일이 없는 항목일테지요.

그러나 이러한 레시피들의 효과에 대해서 실제로 실험을 통해 증명한건 없으며, 단지 추정만 있는건 아쉽습니다. 또 소고기를 먹어야 장수했으며, 소고기를 먹지 않아 단명했다는 사례를 소개하는 등의 항목과 같이, 저자 입맛에 맞추어 가공된 자료가 많다는 것도 거슬렸던 점이고요. 이렇게 일반화 시킬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전반적인 내용이 학술적 자료에 근거한, 논문과 같이 쓰여져 있어 읽는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다는 것도 감점 요소였어요.

조선 시대 소고기 식문화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꼭 한 번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건 분명하지만, 재미 측면에서는 도저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좀 더 에피소드 중심의 이야기를 수록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2020/03/29

마시는 즐거움 - 마시즘 : 별점 2.5점

마시는 즐거움 - 6점
마시즘 지음/인물과사상사

마시즘이라는 필명으로 각종 매체에서 연재되던 글들을 엮은 음료 관련 잡학 문화사 서적. 각 항목별로 해당 주제에 관련된 음료의 역사와 문화, 기타 잡학 상식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다루고 있는 음료의 폭도 넓습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커피, 차, 와인, 맥주는 물론 콜라와 환타, 소주, 커피믹스와 갈아만든 배, 심지어 사약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고 있으니까요.

특징이라면 깊이있는 역사 전반이라기 보다는, 주로 재미있는 일화나 에피소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방식도 SNS의 형식을 빌린다던가, 유행어를 사용하는 식으로 젊은 감각에 맞추어져 있고요. 덕분에 쉽게 읽을 수는 있습니다. 이런게 요새 트렌드구나!라는걸 느낄 수 있던 것도 좋았고요. 짤막하지만 꽤 괜찮은 정보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몇 가지 소개해 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심포지엄 Symposium'이 원래 그리스에서는 '함께 마시다'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처음 알았네요.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회식'이었던 셈이지요. '많이 마시되 취하지 말라'가 모토였다니 정말 회식 문화와 다를게 없어 보입니다.
럼 Rum의 어원이 '과격한 소동'을 뜻하는 Rumbulion이었다(독해서 마시면 과격한 소동을 일으켰기 때문), 유명한 커피하우스 블루 보틀의 이름은 콜시츠키가 17세기 후반 오스트리아에 차렸던 커피 하우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오란씨의 이름은 오렌지와 비타민 C의 결합이다 등 명칭 관련된 정보들은 재미있는게 많습니다.
음료 자체에 대한 정보도 건질만 합니다. 코카콜라의 맛이 국가별로 다르고, 특히 멕시코 코카콜라는 콘시럽대신 사탕수수를 사용해서 더욱 달콤하고 향긋하다는 것처럼요. 무엇보다도 정식품의 베지밀과 같은, 순수 한국산 음료에 대한 정보들은 독보적인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이야기는 다른 해외 도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당연하게도, 깊이있는 정보는 그닥입니다. 환타 이야기처럼 다른 책들을 통해 이미 접했거나, 알고 있는 내용도 많았고요. 또 저처럼 기존에 인터넷으로 이미 접했던 독자에게 새롭게 제공되는 부분이 없다는 점 역시 아쉬웠습니다.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구입해서 읽을 필요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 측면에서는 나무랄데 없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마시즘의 컨텐츠를 읽으실 수 있다면, 책을 별도로 구입해서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2020/01/04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 한국고문서학회 : 별점 4점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 8점
한국고문서학회 엮음/역사비평사

고문서에 관심을 가진 구성원들이 연구한 결과물을 엮은 시리즈의 세 번째 책입니다. 조선에 대한 생활사이자 풍속사, 미시사 서적으로, 제목 그대로 조선 시대의 복식 문화 (의), 음식 문화 (식), 주택 문화 (주)의 3가지에 대해 다룹니다.

개인적으로 식문화에 관심이 많기에 구입하였는데, 기대에 충분히 값합니다. 평소에 궁금했지만 따로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항목에 대한 정보가 잔뜩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선, 쌀과 그 이외 곡식의 경작과 가격 등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1910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곡류 중 쌀이 차지하는 비율이 43%이며 보리는 16%였습니다. 생산비는 3:1인 것이죠. 그러나 16세기 중후반 유희춘의 "미암일기"를 보면 쌀과 보리의 가격차는 최소 2~3배에서 최대 6배까지 났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쌀 농사에 집중해야 했을텐데, 18세기 중반 이후 이모작을 통해 농민들은 보리 확보에 열중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땅의 힘이 떨어지고 제때 모내기를 못하는 등의 이유로 벼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요. 답은, 이모작을 통해 수확한 보리는 온전히 소작농의 재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생산비, 가격 차이에 대한 정보로 이런 결론을 끌어내고, 이를 다른 사료를 통해 증명하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유머 게시판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조선인은 대식가였다는 이야기도 여러가지 사료를 통해 증명해 줍니다. 오희문의 "쇄미록"은 그가 임진왜란 때 피난 생활을 일기로 기록한 책입니다. "쇄미록"에 따르면 곤궁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끼에 7홉의 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고 합니다. 이규경도 남자는 한 끼에 7홉, 여자는 5홉을 먹는다고 기록했었고요. 7홉은 오늘날 성인 남자 1인분의 세 배의 양이니 대식가라는 말은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심지어 어린아이가 먹는다는 3홉조차도 오늘날 성인 남자 1인분보다 많으니까요. 이러한 대식 습관은 선교사 들의 기록을 통해 외국에까지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지금 세계를 휩쓰는 한국말인 '먹방'의 뿌리는 이러한 대식 유전자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싶군요.

주식 외에도 부식, 기호 식품과 구황 작물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습니다. 부식 재료에는 여러가지 재료들과 김치, 장, 젓갈 등 다양한 식품들이 등장합니다. 기호 식품으로는 술과 담배가 주로 소개되고 있고요.
술이 약주라고 불리우게 된 유래, 조선 시대 주로 마셨던 술이 무엇인지 - 탁주와 막걸리, 소주 등 -, 주막과 술집 풍경 등 조선 시대 음주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술을 잘 마시는게 자랑거리였다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왜 담배가 널리 유행하였는지에 대한 설명 등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였으며, 개인적으로는 구황 작물 소개를 아주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소나무, 느릅나무, 검은 콩, 콩, 메밀 등 다양한 재료의 소개에 그치는게 아니라 실제로 당대에 먹었던 레시피를(!) 당대의 문헌을 통해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솔잎의 경우, 빻아서 곱게 가루내어 찐 다음 햇빛에 말려 사용하면 된다는군요. 솔잎 3홉과 쌀가루 1홉, 느릅나무즙 1되를 잘 섞어서 죽을 만들어도 되고요. 솔방울은 우리도 잘 알고 있는 한명회가 가루내어 먹는 방법을 임금께 올렸다고 하며, 그 외 다양한 구황 작물과 먹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 문화 외에 복식 문화, 주택 문화에 대한 내용도 풍성하기는 마찬가지에요. 복식 문화는 주로 당대 그림을 통해 설명해 주고 있는데, ''유행과 사치'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난하건 말건 유행을 따르는 세태 묘사를 보면, 유행이라는게 단지 세대나 돈 문제는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주택 문화에서는 온돌방의 보급에 대한 설명이 기억에 남네요. 조선 시대 온돌방이 일반적이었을거라 생각했는데 보급이 제한적이었다는 내용이라 아주 의외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궁궐에서도 16세기 후반까지 온돌방보다 마루방이 많았다니 놀랍습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야 겨우 주된 난방 방식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하네요. 이러한 온돌방의 보급으로 실내 장식과 생활 방식마저 변했다는 설명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전 마루방에서는 중국이나 서양처럼 입식 생활을 하였지만, 온돌방을 통해 좌식 문화가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조선 시대에 이미 온돌을 활용한 온실이 보급되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만점이 아닌 이유는 제가 흥미를 가지지 못한 주제가 다소간 포함되어 있을 뿐, 책의 내용과 완성도 모두 빼어난 좋은 책입니다. 풀 컬러에 인쇄도 깔금한 도판도 완벽하고요. 내용도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쓰여진 만큼, 다른 시리즈들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네요

2018/12/31

2018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17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15차, 열 다섯번째!를 맞는 블로그 결산입니다. 숫자부터 정리해보면, 2018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40 (52)권, 기타 장르문학 3 (3)권, 역사서 9 (15)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8 (9)권, 기타 도서 21 (20)권으로 모두 91 (101)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 작년보다는 독서에 소홀했지만 그래도 한달에 7~8권 수준이면 뭐 나쁘지는 않네요.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8년 베스트 추리소설 :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올해 추리 분야 도서 중 유일한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소설이 아니라는게 유일한 단점입니다. 재미 뿐 아니라 생각해 볼만 한 메시지를 함께 전해주는 좋은 작품이에요.

2018년 워스트 추리소설 : "유령탑" 

사실 모리 히로시의 사이카와 모에 시리즈 중 한 권인 "지금은 더 이상 없다"도 올해 별점 1점을 받은 망작이기는 합니다만,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과 그림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팔아먹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빠 단독 워스트로 선정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과 설명을 제외하면 건질만한 부분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디 다른 분들은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2018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딱 3권, 그 중에서도 두 권만이 정식 출간된 책이라 따로 선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양이 발 살인사건""마음의 지배자" 모두 좋았어요. 두 작품 모두 단편집인데 별점 4점, 5점짜리 작품도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말이죠. 장르 문학에 관심있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8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원더랜드"

역사 관련 서적을 10권 이하로 읽은건 오랫만이네요. 다행히 별점 4점짜리 책은 언제나처럼 존재합니다. 유희와 놀거리에 대해 심도깊게 고찰한 이 책입니다. 제 리뷰로는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데, 취미와 오락, 유희 관련 문화에 대해 관심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8년 워스트 역사 도서 : "만물의 유래사" 

미시사 서적과 백과 사전류를 좋아해서 충동 구매한 책인데 프랑스인이 프랑스를 위해 만든 시대 착오적인 결과물입니다. 확실히 백과 사전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2018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늑대를 요리하는 법"

올 한해 제법 많이 읽었는데 별점 4점짜리 책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도판과 번역만 충실했더라도 별점 4점은 충분했을터라 베스트 도서로 선정합니다. 재미도 있고 여러모로 참고가 될 내용도 많은 좋은 책이에요.

2018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소주 이야기"

미시사 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두서가 없고, 소주 자체에 대한 고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저자 스스로 석달 자료 조사를 거쳐 열흘 만에 쓴 책이라고 하는 말 만큼이나 내용이 두서없는 졸작입니다. 저렴한 가격만이 장점입니다.

2018년 베스트 기타 도서 : "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이번 해에 기타 도서의 베스트는 별점 4.5점에 빛나는 이 책입니다. "깃털", "클래식 음반세계의 끝", "아주 오래된 서점"의 별점 4점 트리오는 조금 아깝네요.

2018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올해 기타 도서는 별점 2점 아래가 없어서 워스트는 딱히 꼽지 않겠습니다. 별점 2점으로 워스트가 되는 것도 괴로운 일이니까요.

결산평 : 15년 째라니... 강산이 변해도 이제 한번 반이 변했네요. 올 한 해 무탈하게 보냈다는게 너무나 기쁩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18/06/09

소주 이야기 - 이지형 : 1.5점

소주 이야기 - 4점
이지형 지음/살림

살림 지식 총서 중 한 권. 소주는 개인적으로 즐기는 술이라 그냥 별 생각없이 구입해 읽어보았습니다.

책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소비되는 소주는 가짜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95퍼센트 순도의 에틸알코올인 '주정'에 물을 부어 만든 희석식 소주는 증류해 마시는 전통적인 증류식 소주와는 다르다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희석식 소주의 제조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줍니다. 주정을 만드는 원재료의 대부분은 저렴하면서 에틸알코올을 많이 생산해 낼 수 있는 타피오카이며, 주정을 만드는 열 군데 정도의 회사는 모두 (주) 대한주정판매로 납품하고, 소주업체들은 (주) 대한주정판매에서 주정을 사다가 물과 섞어 만들며, 소주맛을 내는 대표적인 감미료는 과거에는 사카린, 1980년대 이후 스테비오사이드가 많이 사용된다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 한 구절,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을 인용하며 소주는 피난민과 실향민의 술이다, 소주는 삼류였기에 사회 도처의 삼류 인생들을 위로해 주었기에 진짜던 가짜던 상관없다는 말로 마무리해서 좀 당황스럽습니다. 희석식 소주가 아닌 전통 증류 소주에 대해 자세히 파헤치는 내용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어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다음에는 난데없이 소주 광고에 조인성이 모델로 등장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소주 업계의 마케팅 경쟁에 대한 것으로 자도주 의무판매제도 폐지 후 소주업계가 자유 경쟁하기 시작한 1996년 부터 스타를 동원한 공격적 마케팅이 시작되었으며, 초반 부드럽고 순한 술을 강조하기 위한 이영애 등의 순수 컨셉 모델 이후 '처음처럼'의 이효리로 대표되는 섹시 모델 시대로 진입하여 현대로 이어지고 있는 흐름이 설명됩니다. 이러한 극심한 마케팅 전쟁의 이유는 주정에 물을 타고 첨가물을 약간 추가하는 간단한 공법으로 맛에 큰 차이가 없어서 마케팅과 영업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맛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완전히 동의하기는 좀 어려웠어요.

이어서 황석영의 "객지" 속 문장과 함께 막소주와 소주 도수에 관해 설명됩니다 "객지"의 무대는 1960년대 말 쯤으로 당시는 희석식 소주 초창기 로 알코올 도수는 30도였는데, 1973년 주정 배정 제도가 생긴 후 소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25도로 도수가 내려가게 되고 25년간 25도가 대세가 되었다는군요. 저 역시 대학 생활 중 마셨던 소주는 모두 25도의 빨간 뚜껑 진로였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1990년 소비자 단체의 의뢰로 알코올 도수 확인 결과 22~24도 정도로 밝혀졌다는 에피소드는 처음 알았습니다. 진로는 부인했지만 도수를 내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꼼수였던 것이겠죠? 1998년 이후 소주 도수가 유행처럼 지속적으로 떨어진 흐름은 저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요.

그리고는 폭탄주의 역사, 몇 가지 해장국 소개와 저자의 1,2,3차 술자리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이 이어지는데 특별한 내용은 없고, 마지막인 안동이 소주의 명산지가 된 이유 정도만 재미있었습니다. 700여년 전 고려 시대 당시 몽골이 일본을 치기 위한 병참기지가 안동이었고, 안동 외에도 고려의 수도 개성은 몽골 군의 본거지, 제주도와 진도는 몽골의 전진 기지였는데 이 네 지역 모두 전통 소주로 유명하다는 점에서(진도는 홍주) 소주의 유래는 몽골의 독한 발효주 '아라크' 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럴듯하죠?

이렇게 몇몇 이야기는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솔직히 그다지 잘 쓴 책은 아닙니다. 미시사 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두서가 없고, 소주 자체에 대한 고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저자 스스로 석달 간 자료조사를 거쳐 열흘 만에 쓴 책이라고 하는 말 만큼이나 내용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이 책은 그 어떤 점도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2018/06/08

메두사호의 조난 - A. 코레아르.H. 사비니 / 심홍 : 별점 2점

메두사호의 조난 - 4점
A. 코레아르.H. 사비니 지음, 심홍 옮김/리에종


뗏목에서 여러명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구조를 기다리는, 메두사 호의 조난을 제리코가 그린 위의 그림은 한 번씩 보신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이 책은 그림의 소재가 되었던 메두사 호 해상 조난 사건의 피해자의 수기로 이루어진 논픽션입니다. 이런 류의 해상 재난 관련 논픽션"바다 한 가운데서"를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책 소개도 그럴듯해서 관심이 가던 차에 읽어보게 되었네요.

책은 메두사 호가 항해하게 된 이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814. 15년 파리 조약을 통해 원래 프랑스 땅이었지만 영국이 보유하고 있던 아프리카 서해안의 권리가 명확해 진 후, 프랑스가 자신들의 소유지인 거점 도시 생 루이를 다시 차지하기 위해 4척으로 구성된 세네갈 원정대가 출발한 것이 이유입니다. 식민지를 유지해야 했으므로 3개 중대 250여명의 군인은 물론 신부, 의사, 정원사에 제빵 기술자 등 다양한 직업의 인원들로 구성되었고, 같은 이유로 다양한 물자도 운반하였는데 이 중에는 무려 10만 프랑에 이르는 자금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능한 원정 함대 사령관 쇼마레 탓에 원정대의 기함 메두사 호는 케이프 블랑코 모래톱에 좌초하였고, 무익한 노력이 이어지다가 배의 파손이 심해져 결국 구명정 등으로 탈출하였습니다. 당연히 악천후 등에 의해 망망대해에서 배가 침몰한 사고라 생각했었는데, 부주의로 인해 육지 근처 모래톱에 좌초했던 사고라는게 황당했어요.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났다면 당연히 이 사건이 그림의 소재가 될 정도로 유명하진 않았겠죠? 조난자들의 절반 가까이인 152명이 프리깃함의 자재로 대충 만든 뗏목에 탑승했는데, 노 하나 없어서 다른 구명정 들이 끌어주어야 함에도 이들이 예인줄을 풀어버렸기 때문에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가 소수만 구조되는 처참한 비극이 찾아오고 맙니다.
이 비극이 책의 절반 정도 분량을 차지합니다. 주로 뗏목에서 당시 군의관 사비니와 인부 리더 코레아르가 활약하는 내용이고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 조난당한 이유도 황당하지만, 무려 백 명이 넘는 사람이 타야 할 뗏목의 준비 역시 황당하기 그지 없더군요. 나침반 하나 없고 음식도 제대로 싣지 않고 출발했을 뿐 아니라 그 이후에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문제가 닥치거든요. 심지어 일부 승선자들이 반란을 일으키기기까지 하니 말 다했지요. 이 과정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할 식인도 시작되고요. 결과적으로 10%인 15명만 생존하고, 이 중 5명도 구조되자마자 바로 죽어버리는 참혹한 표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뗏목 조난 외의 나머지 절반 분량은 다른 구명정과 상륙정에 탑승했던 조난자들이 육지로 상륙하여 도보로 사막을 가로지르는 이야기인데 이 역시 처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확실히 바다보다는 사막이 생존에는 더 낫다 싶긴 했어요. 물과 식량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고 탐욕스러운(이들의 말에 따르자면 그렇습니다. 멀쩡한 남의 나라를 자기 멋대로 식민지로 만드는 무리들이 염치도 없지...) 무어인들을 만나 고초를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망한 사람은 소수라는 점에서요. 애초부터 메두사 호에 있던 군인들 중심으로 확실하게 규율을 잡고, 식량을 확실하게 확보한 후 도보로 이동하는게 더 나은 판단이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표류, 조난 외에도 구조된 이후의 후일담도 상세합니다. 생존자 대부분이 가진 재산 모두를 약탈당하고 알거지가 된 데다가 국가와 국민들로부터 잊혀졌고, 심지어 사비니의 수기는 정치적인 음모로 이용되고 코레아르는 정부 관계자에게 완전히 무시당하는 등 살아 남은 뒤에도 고초를 겪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수기가 쓰여진 목적은 사비니와 코레아르가 자신들의 영웅적인(?) 행동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걸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묘사들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었어요. 식량이 없어 죽어나가며 식인도 했다고 서술하면서, 또 어떤 부분에서는 국왕 폐하의 신하들을 바닷 속으로 돌려보냈다는 식으로 장례를 치뤄 주었다고 쓰는 등 앞 뒤도 잘 맞지 않고요. 때문에 정말로 함대 사령관 쇼마레의 무능과, 총독의 무자비함도 별로 신뢰가 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이런 류의 사건이 벌어졌을 때 문제는 보통 윗 사람들 때문이라는 고금동서의 전례가 있기는 합니다만 아무 것 증명된 건 없으니까요. 솔직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포도주를 독차지하고 죽은 사람들의 고기를 먹은 인간 말종들이었을 수도 있죠.
게다가 수기 내내 스스로의 영웅적인 행동과 박애정신에 감탄하고, 자기들이 조국과 국왕에 충성하며 헌신하는 국민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도 읽으면서 솔직히 짜증이 났습니다. 이유는 역시나 자신들에 대한 보상 목적이라 생각되는데 오히려 이런 불필요한 묘사로 정작 중요한 표류, 생존을 위한 투쟁에 대한 묘사가 희석되고 깊이가 없어지는 탓입니다.

그래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여러가지 디테일들 - 뗏목에서 더위를 잊기 위해 모자에 바닷물을 담가 얼굴을 씻고, 머리를 적시고, 물속에 손을 넣는 것을 반복했다, 사막을 도보로 횡단하던 중 약 2미터 깊이로 모래를 파면 물을 얻을 수 있었다, 무어인은 큰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불을 붙인 나무뿌리와 함께 잡은 황소를 던져 넣고 모래로 덮은 후, 다시 그 위에 숯불을 덮어 조리했다. 무어족 가죽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염소 가죽은 방수가 완벽했다 등 - 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도보 횡단 중 만난 무어인의 왕 자이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자이드 왕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에 대해서도 잘 알고있는 국제인으로 소개되거든요. 왕이라기 보다는 좀 큰 유목민을 이끄는 리더로 보이는데 당대 아프리카 서부 세네갈의 한 지역 부족장이 이 정도의 국제 감각과 지식을 지니고 있다는건 상당히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토착 민간 요법으로 열병을 치료하는 방법도 인상적이었어요. 럼주를 넣은 매우 뜨거운 펀치를 '카엔 후추' 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고추 삶은 물과 함께 큰 잔에 넣어 마시는 것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는 것과 진배 없어 보이네요.

하지만 살기 위한 처절한 투쟁 묘사는 그닥 상세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애초 글이 쓰여진 목적이 조금은 불순하고, 그래서 저자 시점에서 왜곡된 내용이 많은 듯 하여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인쇄 상태, 폰트 등 책의 만듬새도 마음에 들지 않고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이런 류의 해상 조난 관련 논픽션을 원하신다면 이보다는 "바다 한 가운데서"를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디테일, 깊이 모두 차원이 다릅니다.

2017/11/04

고양이는 알고 있다 - 이상우 : 별점 1.5점

국내 대표적 추리 작가 중 한 분이신 이상우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하여 일곱 편의 꽁트 및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연찮게 읽어보았는데, 수준은 낮은 편입니다. 평균 별점은 1.5점 정도? 때문에 권해드리기는 무리지만 그래도 딱 한편, "황매실의 하룻밤"은 괜찮았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이 작품 하나만큼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세요.

"낭랑 18세" 

수위와 짜고 빈 사무실을 터는 보일러실 직원의 실패담입니다. 굉장히 짤막한 꽁트인데, 나름 재미있는 트릭이 등장합니다. 지하에서 일하는 직원이 어떻게 빈 사무실을 알아냈나?는 것으로 답은 공범자인 수위가 휴게실에 틀어놓은 음악 테이프였습니다. 음악을 듣고, 보일러실 직원이 레코드 가게에서 그 노래의 길이로 몇 호인지를 알아낸 겁니다. 4분 12초 짜리면 412호라는 식으로요. 그러나 결국 덜미가 잡히는데, 그 이유는 가게 점원에게 부탁하여 낭랑 18세를 찾은 탓이었습니다. 점원이 찾아준게 오리지널이 아니라 최근에 유행한 리메이크 버젼이었기 때문이지요.

발상은 재미있지만, 문을 따기 전에 최소한 안이 비었는지 아닌지 정도는 최소한 확인하고 문을 땄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그리 현실적인 아이디어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백사도"

김내성스러운 제목에, 주인공인 그로테스크한 화풍으로 유명하다는 화가 김몽산도 김내성스러운 설정이라서 혹시나 했는데, 내용을 보니 정말로 김내성의 백사도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더군요. 김몽산의 최신 대표작 제목이 "백사도" 거든요.

그러나 내용 자체는 김내성 작품과는 무관합니다. 자신의 작품을 혹평하는 평론가 곽충빈에게 살의를 품고 독이 든 얼음을 만든 김몽산의 계획이 실패하고 허무한 결말에 이르는 내용으로, 독이 든 얼음을 직접 챙기지 않고 딸에게 운반시킨 잔꾀 때문에 망한다는 것입니다. 설령 김몽산의 계획이 성공하여 곽충빈이 죽었어도 김몽산이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도 지극히 회의적이고요.

거장의 명성에 기대기만 한 수준 이하의 내용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예고 살인"

유전공학을 이용한 제품으로 유명한 주식회사 무진에서 일하는 천재 학자 김묘숙 박사와 그녀와 함께 기술팀을 이끌던 장주석 기술 이사가 차례로 살해당하는데...

작가의 시리즈 캐릭터인 추경감과 강형사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이 단편집 속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추리적으로는 완성된 편입니다. 김묘숙 박사에게 1시간 이상 지나야 녹는 독약 캡슐을 전해주고, 100kg이 넘는 장이사의 체중을 이용하여 일정 무게 이상의 사람이 밟아야 독이 주입되는 독 주사기를 장치하는 식으로 트릭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범인인 변사장이 범인으로 삼을 희생양(이이사)을 준비하여 사건을 꾸미고 이이사가 범인이라고 몰고 간다는 점, 마지막으로 변사장의 동기가 비교적 상세하게 등장한다는 점에서요.

하지만 이 모든 점들이 잘 연결되어 완성되어 있지는 않아서 아쉽습니다. 일단 김묘숙 박사에게 준 캡슐이 1시간이 지나야 녹는다는 것은 마지막 추경감의 추리 외에는 그 어떤 단서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래서야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요. 장이사 체중을 이용한 트릭은 조금 낫기는 하지만 너무 뻔할 뿐더러, 경찰이나 다른 사람이 과체중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건 문제입니다. 또 이이사라던가, 비서 미스 구 등을 엮어서 범인으로 꾸미려는 변사장의 계획도 그닥 치밀하게 전개되지 않고요.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증거인 "괴문서"를 만든 신문이 변사장 집에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좋은 추리물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증거 앞에서 또 다른 추리들은 전부 불필요해져 버리니까요. 그 외에도 변사장의 계획은 헛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추경감과 강형사의 툭탁거리는 캐미는 좋고, 앞서 말씀드렸듯 추리물로서의 기본 조건은 갖추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내의 남자들"

우연찮게 추경감은 한 주부의 불륜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 주부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전해듣고 사건 수사를 돕기 위해 나섰다.

지극히 평범한 불륜 치정극입니다. 약간의 수사가 진행된 후 현장에 남겨진 증거 - 현장 도어 손잡이 지문과 체모 - 로 범인이 체포되기에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무리입니다. 정숙해 보였지만 사실은 문란했던 한 주부에 대한 묘사를 선보이는게 목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쪽으로도 많이 부족했고요. 딱히 점수를 줄 부분이 없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황매실의 하룻밤"

두 쌍의 젊은 부부가 시골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려고 이동 중에 별장 옆 황매실이라는 작은 촌락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곳에 거주하던 사람들 모두 부부를 보고 말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급한 일로 밤에 전화를 쓰려 별장에서 황매실로 이동한 부부는 황매실 마을이 텅 빈 것을 보고, 황매실 마을이 전설처럼 구미호들이 사람 행세를 하고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하며 두려움에 떠는데...

몇 페이지 되지 않는 꽁트인데 이 단편집 최고의 작품입니다. 공포스러운 상황도 설득력이 넘칠 뿐더러, 결말 역시 와 닿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진상은 바로 '황매실 주민들은 할아버지 제사로 밤에는 모두 아랫 마을에 다녀온 것이며, 제사드리는 날은 목욕 제계하고 외간 사람들과 말도 나누지 않는 법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정말 그럴듯 했어요.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공포스러운 하룻밤에 대한 묘사가 조금만 더 생생했더라면 5점도 충분했겠지만, 이대로도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고양이는 알고 있다" 

최건일이 청산 중독으로 사망했다. 원인은 팔에 난 상처로, 경찰 수사를 통해 상처의 원인이 된 고양이 발톱에 청산이 발라져 있었다는게 밝혀졌다. 추경감과 강형사는 수사를 통해 최건일의 복잡한 가정사에 주목하는데...

니키 에쓰코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표제작으로, 전형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콩가루 집안이 등장합니다. 빚에 쪼들리는 동생(최건식), 방탕한 아들(최호정), 아버지가 반대하는 남자와 교제하는 딸(최현아), 최건일의 오랜 불륜 대상인 가정부(석이네) 등 등장인물 모두 전형적이니까요.

그러나 콩가루 집안에 대한 묘사 외에는 추리물로 볼 만한 여지가 전무합니다. 강형사의 현란한 헛다리짚는 추리가 펼쳐지는 것 정도는 볼거리이지만, 실상 진상은 별 볼일 없기 때문이에요. 차라리 고양이 발톱에 바른 청산이 흉기였다는게 더 재미는 있었을텐데, 실상은 건식이 소독약을 바꿔치기한게 진상이라니 허무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것이 밝혀지는 것도 최호정의 자백에 불과하고요. 도대체 고양이가 뭘 알고 있었던건지 당쵀 알 수가 없네요. 

무엇보다도 방탕하고 철없던 최호정이 마지막 순간에 휴머니스트로 돌변하여 눈물까지 쏟는다는 결말은 최악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고로 별점은 1점입니다.

"아내는 탐정"

술을 끊은 김말구는 아내 박순임, 딸 김민희와 무인도로 캠핑을 떠났다. 그런데 텐트에서 소주병이 발견되고, 김말구는 새벽에 몰래 술을 마시러 나오는데...

남편이 술을 사다가 텐트에 숨겨놓은 후, 오래전 술을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위장하여 다시 술을 입에 대려고 한 것을 알아챈 아내가 술을 물로 바꿔치기했다는 내용의 꽁트입니다. 아내가 이를 알아챈 이유는 술병을 쌌던 신문지가 올해 것이었다는 겁니다. 여러모로 딱히 점수를 주기 애매한 수준의 작품이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17/06/04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 김봉규 : 별점 2.5점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 6점
김봉규 지음/담앤북스

우리나라 유명 종가와 그 종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독특한 음식, 을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내용은 크게 두 항목, 먹치레와 술치레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고요. 두 항목 구성은 약간 다른데 소개되는 내용은 항목별로 같습니다.

먹치레의 1장 '선비, 셰프가 되다'를 예로 들자면, 안동 계암종가와 삼색어아탕을 소개하면서 "수운잡방"이 안동 광산 김씨 가문의 탁청정 김유와 그 손자 계암 김령이 저술한 것이며, 이 책이 안동 계암종가에 물려 내려오면서 관련된 음식들이 전해졌다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수운잡방"에 나오는 30여가지 음식과 술을 재현하는데 삼색어아탕이 그 중 대표격으로 간략한 레시피를 알려줍니다. 은어, 숭어를 이용해 완자를 만든 후, 은어 삶은 물에 집간장으로 간을 한 탕을 만들어 완자, 녹두묵, 대하에 탕을 부어 완성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김유'라는 인물에 대해 2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명을 추가하며 마무리합니다. 먹치레 편의 모든 항목 구성이 이와 같습니다.

종가와 종부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를 알게 되니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당연하지만 서애 류성룡이 '중개'(일종의 약과)를 좋아했다, 고산 윤선도는 의술에 밝아서 직접 장수를 위한 술을 담궈 먹었다는 것 처럼요.
처음 안 인물이지만 독특한 인물도 많습니다. 일제 강점기 바둑고수 노근영이 그러한데, 그의 삶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천재로 유명했다는 노사 기정진의 청나라 사신 수수께끼 풀이도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류이주를  알게 된 것도 수확입니다. 그의 자택인 '운조루'에는 항상 쌀 두가마니가 들어가는 뒤주가 있어서 배고픈 동네 사람들은 누구나 퍼 갈 수 있었다고 하네요. 심지어 밥 짓는 연기가 멀리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굴뚝까지 낮았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종가 고택에 대한 설명들도 재미난게 많습니다. 전주 인재종가의 판소리 공연을 위해 지었다는 칠량집 학인당, 앞서 말씀드린 노근영의 자택이었던 노참판댁 고가는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집니다. 노참판댁 고가는 특별한 건 없지만, 노근영이 바둑 내기에 건 탓에 주인이 27번이나 바뀌었다는 이력이 호기심을 당기거든요.

또 잘 모르는 종가라도 음식만큼은 흥미로운게 많습니다. 지촌종가의 여름철 고급 별미라는 '건진국수'는 정말 맛있을 것 같아 꼭 한번 먹고 싶어집요. 국수를 삶아 바로 건져 사용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예상외로 뽑아낸 국수가 아니라 칼국수라는게 의외였습니다.
성주 사우당종가의 '은어 국수'는 은어를 잡아 내장을 제거하고 손질한 뒤 푹 고아 육수를 만드는데, 지금은 물이 오염된 탓에 은어를 거의 잡을 수 없어서 요리가 끊길 위기라는 소개에서 "라면 요리왕"에 나오는 세리자와의 라면이 떠올랐습니다. 그 라면은 말린 은어로 육수를 내는 것이었는데, 말린 은어를 이용하여 육수를 내어 재현하면 맛이 많이 달라질까요? 궁금하네요.

이어지는 술치레 역시 재미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술치레는 종가를 별도로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술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차이점은 있는데, 항목별 구성은 마찬가지로 전부 동일합니다. 어떤 집안에서 어떻게 전승되어 왔으며, 지금은 누가 비법을 이어서 빚고 있다는 유래와 어떻게 빚는지에 대한 방법의 상세한 소개, 뒤이어 술의 특징과 잘 어울리는 안주, 그 집안 유명인에 대한 짤막한 소갯글로 마무립니다.

제가 술을 좋아해서인지 먹치레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렇게나 모르는, 안 먹어본 술이 많다는 것에도 놀랐고요. 모두 18종의 독특한 전통주가 소개되는데, 이름만이라도 들어본 것은 '교동법주'와 '안동소주' 뿐이니 말 다했지요. 그나마 교동법주와 안동소주도 제가 먹어본 것과는 뭔가 다른, 더 깊이있고 전통있는 술이 소개됩니다.

몇가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술들 소개를 꼽자면, 교동법주는 오랫동안 만석꾼이었던 경주 최부잣집 가양주입니다.
술 이름에 '춘'자가 붙는 춘주는 귀한 술에 붙는 별칭으로 당나라 때 생겨났고요.
이화주가 점성이 높아 숟가락으로 떠 먹기도 했고, 이화주의 梨花가 배꽃이 재료라는 뜻이 아니라 '배꽃이 필 무렵 빚는 술'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육당 최남선이 꼽은 조선 3대 명주는 '관서감홍로', 전라도 '이강고', '죽력고'라는데 세가지 맛 보고 싶습니다. 감홍로는 특히 이런저런 곳에서 언급되는데, "별주부전"에서는 자라가 토끼에게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고 꾀어 냈지요. "춘향전"에서 춘향이 이도령과 이별하는 장면에서의 이별주도 감홍로고요. 아~ 맛이 정말 궁금합니다.
안동소주는 최근 '명인 안동소주'에서 세계적 위스키가 되고자 2015년부터 오크통 숙성을 하고 있다는데 이 역시 꼭 한 병 소장하고 싶습니다. "맛의 달인"에서 일본 술에는 스피리츠가 없다고 한탄하던 평론가가 오키나와 고주를 마시고 감탄한다는 에피소드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이렇듯 재미있는 내용은 많지만, 음식과 술에 대한 소개에 그친다는 단점은 큽니다. 이런저런 정보들이 많기는 하지만 깊이도 많이 부족하고요. 종갓집 한 곳에서 음식 하나만 소개하는 구성도 아쉽습니다. 대표 음식이 많은 곳도 있을텐데 말이지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책보다는 영상 다큐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지금 사업체로 발전한 종가와 종가 음식의 소개는 광고로 보이는게 좀 많았습니다. 물론 어떻게 하면 쉽게 먹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려는 취지였다고 생각은 됩니다. 의련 백산종가의 '설뫼 망개떡'은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백산 안희제를 위함이라는 명분까지 있고요. 그러나 '오희숙 전통 부각'처럼 그냥 광고에 그치는건 빼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복원 전통주들 역시 광고로 보아도 무방할 듯 하고요. 내용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거라면 협찬 형식으로 좀 더 저렴하게 내 놓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쁘지는 않으며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입문서로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편이고 편집에서도 페이지 낭비가 심해서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점은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종갓집별로 분리하여 책 한권씩을 따로 내는게 좋은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살림 지식총서' 정도 두께로 말이죠. "한국 종가의 먹치레와 술치레' 시리즈! 멋지지 않습니까? 가격만 괜찮다면 저는 구입 용의 있습니다.

2017/05/20

진짜? 가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본 음식 이야기 - 타무라 코지 / 유태선 : 별점 1.5점

진짜? 가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본 음식 이야기 - 4점
타무라 코지 지음, 유태선 옮김/어문학사

e-book으로 구입해서 읽게 된 책으로, 여러가지 신기한 일본 음식을 주로 소개해 줍니다. 심도깊게 한가지 주제를 파고든건 아니고, 그냥 음식에 대한 신기한 정보들을 짤막하게 나열하는 식입니다. 덕분에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그다지 깊이는 없어요.
그래도 모두 13장, 26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라 인상적인게 없지는 않습니다. 주로 초, 중반부에  재미난 정보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항목만 몇가지 소개드리자면,

  • 일본에서는 노른자가 진한 붉은 빛을 띄는 것이 고급 달걀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파프리카, 천연 색소, 인공 색소를 사료에 섞는다는군요. 
  • 가나자와의 식품 개발회사가 비지, 두부, 생선 연육을 섞어 인공 장어구이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껍질까지 신경을 써서 특허 기술을 이용하여 모양과 식감을 생생하게 재현했다는데 정체가 궁금합니다.
  • 참치캔 참치와 두부, 참마 가루, 달걀 흰자를 으깨 섞은 후 김 위에 올려 구워 만드는 간단 인공 장어 레시피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집에서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수준의 레시피이니 만큼 기회가 되면 도전해봐야겠습니다.
  • 홋피는 "술한잔 인생한입"을 통해 익히 접했던 맥주 모양 음료죠. 1948년에 발매되었으며 알코올 성분이 0.8%로, 보통 소주와 홋피를 1:5로 섞어 알코올 도수 5% 정도의 음료를 만들어 먹는다고 합니다. 이름의 유래는 '진짜 홉을 사용한 진짜 논 비어'라는 의미로 '홋비'라고 명명했지만 발음이 어려워 '홋피'가 되었다고 하네요.
  • 같이 먹으면 안 좋은 식품은 "와하맨"에서 개그의 하나로 사용된 적도 있습니다. 튀김+수박은 설사를 유발하고, 무+당근은 무의 비타민 C를 당근의 아스콜비나제가 파괴하는 등 여러가지 조합이 소개됩니다. 그런데 장어+매실장아찌는 소화불량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같이 먹으면 좋다는군요.
  • 음식점에서 물을 서비스하는걸 일본 특유의 서비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래는 다이쇼 시대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을 위해 커피를 마실 때 마다 입가심을 위한 물을 제공한 것이 시초라고 하네요.
  • 일본의 유파 '시조류호초도 (호초시키)' 소개를 통한 심도깊은 정통 일본요리 설명도 재미있었습니다. 요리 순서, 레시피, 차림법 등 그 디테일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 은어 뼈 바르는 방법이 일본 전통 곡예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심지어 천연 은어만 가능하고 양식 은어로는 불가능하다는데, 어떤 것인지 한번 보고 싶군요.
  • 이런 저런 책에서 많이 봤던 '운수가 좋은 차 줄기' 관련 정보도 새롭습니다. 차의 줄기가 좀처럼 서지 않는 이유는 애초에 자 줄기가 찻잔에 들어가는 것 부터 흔치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들인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몇몇 정보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중한 것이기도 하죠.

그러나 고기감자는 도고 헤이하치로가 만들게 했다, 마가린은 나폴레옹 3세가 만들게 했다 등 다른 책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도 많고, 음식에 관련되었다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폭넓은 정보들 - 음식에 관련된 기념일들을 무려 30여페이지에 걸쳐 소개하는 등 - 이 수록되어 있는 등 중복과 낭비도 심한 편입니다. 심지어 젓가락 사용 방법에 대한 설명도 7페이지에 달할 정도입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주제와 동떨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점이 더 크기에 감점합니다.

2017/04/28

음식의 군사 1~3 - 쿠스미 마사유키 : 별점 2점

[고화질] 음식의 군사 03 - 4점 Masayuki Izumi/서울문화사

구루메 만화가 붐이 된 지도 꽤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구루메 만화들 속에서 "고독한 미식가" 등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쿠스미 마사유키의 신작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연재가 시작된 것은 2011년이니 신작이라고 하기는 좀 민밍하지만, 국내에는 얼마 전에나 출간된 따끈따끈한 작품이지요. e-book으로만 출간되어 있는데, 알라딘에서 구입해 읽었습니다.

내용은 무척 단순합니다. '혼고'라는 바바리 코트에 중절모를 걸친 남자가 맛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는게 전부거든요. 이런 기본 설정은 유래없는 대 인기작 "고독한 미식가"와 별로 다를게 없습니다.
그러나 혼고가 리키이시에게 갖는 쓸데없는 경쟁 의식을 중심으로 '코미디' 터치가 강하다는 점, 일상 이야기는 쏙 빼고 음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리키이시라는 라이벌을 등장시켜 대결 구도를 보인다는 점에 더해 혼고의 머리 속에 '제갈공명'이 있어서 음식을 먹는 방법에 대해 지휘를 한다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건 첫 번째 에피소드인 "오뎅의 군사"입니다. 오뎅 가게에서 처음으로 리키이시를 만난 혼고는 그가 라이벌임을 직감하고, 리키이시가 주문한 무, 우엉 오뎅에 대항하여 자신만의 오뎅 진을 펼쳐 공방을 펼친다는 전개를 보여주거든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비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라는 전통적인 병법에 대항하여 "비 오는 날에는 소주에 어묵탕이지!"라면서 풀어나가는 식인 셈이지요. 이 에피소드 만큼은 작품의 모든 특징이 잘 어우러진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구입한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요.

그러나 '군사'가 등장하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 방법을 병법처럼 푼다는 아이디어는 이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면서도 음식과 잘 접목되고, 또 그것을 대결 구도로 만드는게 굉장히 힘들다는건 당연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빠져도 1권은 나름 괜찮은 이야기가 많기도 하고요. 모츠야키 가게는 신선한 재미가 있었고, 초밥집에서의 이야기도 괜찮았어요. 초밥 먹는 방법이 여러가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돈가스 한 개로 즐기는 풀코스 - 레몬 더하기 소금으로 한 점, 우스터 소스로 한 점, 간장 겨자, 소금 겨자, 소스 겨자, 간장, 마지막은 우스터에 재워둔 한 점과 흰 밥 - 역시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딤섬 도시락을 먹는 이야기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2권은 최악입니다. '군사' 설정은 뒷전이고, 혼고가 지방 맛집을 전전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이야기의 전부인 탓입니다. 지방을 돌아다녀서 라이벌 리키이시조차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스스로의 차별화 요소까지 걷어찬 최악의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나마 3권은 조금 회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첫 번째 에피소드만큼은 못해요. 간혹 등장하는 '간장의 마술사' 이야기는 도대체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요. 너무 뜬금없을 뿐더러 재미도 없거든요. 간장 찬양만 하는 만화라 간장 회사 광고같은데, 돈 내고 광고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에요.
아울러 번역, 전개도 이상한 부분이 꽤 됩니다. 특히 몇몇 이야기는 중간에 페이지가 누락된 느낌입니다. 지금 보니 저자도 Masayuki Izumi라고 되어 있네요. 나 원 참.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1권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추천해드리기는 힘듭니다. 길게 끌고 갈 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이에요. TV 드라마화 까지 된 것으로 볼 때 아주 인기가 없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계속 봐야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덧붙이자면, "라면이란 무엇인가"의 운치쿠 유조처럼 혼고는 검은색 정장 위에 '트렌치 코트'와 '중절모'를 걸친 한결같은 패션으로 등장하는데 무언가의 패러디인걸까요? 미디어 팩토리 학습만화 고유의 캐릭터인 운치쿠 유조를 따라한 것일지도...

2015/02/16

처음 만나는 우리 문화 - 이이화 : 별점 2.5점

처음 만나는 우리 문화 - 6점
이이화 지음/김영사

백과사전처럼, 여러 문화사적 주제를 다루며 그 역사와 유래를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특정한 주제나 엄선된 항목보다는 저자가 생각나는 대로,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을 소개한 느낌이었어요. 이런 류의 만물박사형, '읽을 수 있는 사전' 스타일의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사전, 시대를 엮다"에 나오는 메이지 시대 일본 백과사전(화한삼재도회)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처음 알게 된 내용이나 생각지도 못한 주제들도 꽤 있어서 기억에 남는 항목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동학: 평등을 중요시. 양반·상놈, 적자·서자 구분을 없애고 모두를 "접장"이라 부름. 1914년 러시아 혁명 이후 "동무"라는 표현이 평등 호칭의 예로 알려졌지만, 동학은 그보다 20년 앞섰음.

사대부집 여인의 태교: 일곱 가지. 음식을 고르게 썰어 먹고, 자리는 가운데에 앉고, 무거운 짐을 들지 않으며, 험한 길을 피하고, 위태로운 냇물을 건너지 않으며, 높은 마루에 오르지 않고, 부정한 말을 하지 않음.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을 걸고, 사내아이는 붉은 고추, 계집아이는 푸른 솔잎을 함께 꿰어 구분. 부정한 기운을 막기 위해 상중이거나 생리 중인 여성은 출입을 삼감.

소주의 유래: 고려 중기 원나라 군이 장기 주둔하면서 가져온 증류 기술이 안동에 전해져 전통 소주가 만들어졌다고 함.

북촌: 안동 김씨, 풍양 조씨, 여흥 민씨 등 명문가들이 북촌에 거주. 몰락한 양반들은 남산 밑에 모여 살았음. 북촌 골목은 대문 앞 말 탄 벼슬아치들이 지나기 위해 일부러 꼬불꼬불하게 만들었으며, 말이 지나갈 땐 하인이 "물럿거라" 외쳐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피맛골이 생김.

신라의 종이: 중국에서도 명품으로 인정받음. 하얗고 반질반질해 "백추기"라 불렸고, 주로 절에서 제작. 이 전통은 조선까지 이어져, 종이와 관련 기술은 거의 절에서 전수됨. 한지로 여성 생리대도 만들었음.

다만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개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짜장면이나 고무신, 전차 도입 등은 다른 사료에서 더 자세히 다뤄졌던 내용이라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주제를 소개하는 방식이 매력이라지만, 너무 산만하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또한 이 책에 나온 정보들이 확정된 사실인지, 하나의 설에 불과한 것인지 애매한 것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윷놀이의 유래"입니다. 이 책에서는 부여의 행정구역인 "사출도"에서 비롯됐다고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상징사전에 따르면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고 하니까요.

그래도 읽는 재미는 있고, 도판도 충실한 편이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깊이 있는 정보는 다른 책에서 보충하면 되고, 이 책은 우리 문화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학생이나 청소년들에게 특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4/03/26

술의 여행 - 허시명 : 별점 3점

술의 여행 - 6점
허시명 지음/예담

술을 주제로 하여 해당 술의 고향을 찾아가는 기행문이자, 그 술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미시사, 식문화사, 그리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레시피집을 겸하고 있는 책입니다. 특정 지역에 대한 기행문과 그 지역 문화재 소개가 결합되어 있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비슷한 맥락이지요. 개인적으로 미시사, 문화사류의 책을 좋아할 뿐더러 요리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목차는 지역별 16개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두 꼭지는 일본의 술문화와 일본기업 월계관에 대해 다루고 있으므로 소개되는 지역은 14지역입니다. 

인상적이었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 번째로는 안동의 고삼주 이야기입니다. 고삼주는 견훤과 왕건이 고창에서 대치하던 929년 겨울, 주모 안중이 견훤의 병사들에게 먹여 그들을 취하게 만든 뒤, 왕건을 찾아가 공격하라고 알려 대승하게 만들었다는 유래가 있다는군요. 맛이 쓰면서도 단 탁주로 추정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경주는 당연하겠지만 신라주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안압지에서 발굴된 14면체 목제주령구 각 면에 있는 벌칙들을 소개해주며 김유신과 천관녀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이 목제주령구가 복원과정에서 유실된 것은 몰랐었는데, 그나마 실측과 사진을 통해 복제품이라도 전해지는 게 다행이네요. 다음에 경주에 가게 되면 저도 기념품으로 하나 사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희석식 소주가 대세인 현재 시장에 증류주로 당당하게 도전하는 중인 경주법주의 "화랑"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금복주의 계열사이기도 한 경주법주가 독재정권 시절 일종의 특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배경설명까지 친절하게 소개되는데 뭐... 본의는 아니더라도 특혜는 특혜겠죠.

한반도 최초의 포도주는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던지는 무주의 머루주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포도주는 원래 고려시대 원나라로부터 전래되었다고는 하나,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진짜 포도주는 하멜이 표류했을 때 난파된 잔해에서 건져내었던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클래릿 1통이었다고 하네요. 제주도 관리들에게 상납하였더니 관리들이 맛있다고 5일 만에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조정으로는 진상되지 못해서 아예 알려지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조선의 포도주는 "동의보감"과 "양주방"에 실린 대로라면 누룩과 찹쌀 고두밥, 포도즙을 섞어 빚는 중국식이었다고 하고요.
현재 한국 포도주는 "머루"로 만들고 있는데, 이 머루주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무주 지방의 와이너리 4곳 방문기 및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샤또무주의 머루주는 꼭 먹어보고 싶어요. 손수 농사지은 원료로 와인을 빚는 '도메인 와인'이라고 하는데, 주인이 있으면 팔고 없으면 그만 판다는 느긋한 마인드가 마음에 꼭 들거든요. 저자의 말대로 주인이 편안해야 술도 편안한 법이겠죠.

그 외의 이야기들도 모두 재미있고, 소개되는 술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조 과정을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하여 주고 있는데 꼭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 맛깔난 글솜씨도 좋았고요. 일본과의 술문화 비교라든가 사라져가는 전통술, 누룩도가들의 이야기는 안쓰러움과 함께 전통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단점이라면 사진이 별로라는 점, 그리고 이왕지사 기행문처럼 쓸 것이라면 조금 자세한 지도를 함께 실어주었어야 했다는 점입니다. 복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의아한 점이고요. 

그래도 유려한 글과 술에 대한 정보로도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 중 저와 비슷한 취향이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 복간본인데 이미 절판되어 있네요. 이유가 무엇일지... 그 정도로 안 나갈 책은 아닌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덧붙여 부록에 실린 술도가 연락처 중 꼭 먹고 싶은 것과 그 연락처를 기록해 놓습니다. 구하기 쉬운 대형 주류업체 술부터 먼저 찾아 마셔봐야겠습니다. 이번 주말은 "화요"와 함께 해 볼까요?

1. "가을국화" - (주) 무학
2. "샤또무주 머루와인" - 샤또무주 와이너리 /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삼거리 46-20 / 063-322-8101
3. "문경 호산춘" -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 460번지 / 054-552-7036
4. "부자" - 배혜정 누룩도가
5. "운해" - (주) 금복주
6. "화랑" - (주) 경주법주
7. "화요" - (주) 화요

2012/05/16

음식전쟁 문화전쟁 - 주영하 : 별점 2점

음식전쟁 문화전쟁 - 4점
주영하 지음/사계절출판사

문화인류학적인 시각에서 음식의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분석했다는 책으로 도서관에서 충동 대여해서 읽어보았습니다. 먹거리 관련 책으로 잘 알려진 주영하 씨의 책이더군요. 저자의 책은 아직 "차폰 잔폰 짬뽕""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두 권밖에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구태여 비교하자면 "차폰 잔폰 짬뽕"과 좀 비슷합니다. 음식에 대해 문화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 음식보다는 다른 부분에서의 문제 제기가 많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하지만 주제 하나만큼은 명확했던 "차폰 잔폰 짬뽕"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음식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이야기가 많이 혼란스럽고, 주제가 명확하다기보다는 희석되는 측면이 많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맛의 달인"에도 등장했었던 희석식 소주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 한국인의 폭음은 막걸리를 마시듯 소주를 마셨기 때문에 생겼다는 문화적인 이유가 크다는 점 같이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실려있긴 합니다. (소수민족 롤로족이 도수 4~5%의 옥수수술을 마시다가 중국에 병합된 후 도수 50%에 육박하는 저렴한 바이쥐우로 술이 대체되었으나, 여전히 바이쥐우를 옥수수술 마시듯 하는 사례 소개)
요릿집의 역사와 유명 요릿집 태화관에서 벌어진 "독립선언서 낭독", 식도원에서의 "조선 공산당 결성식"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나 요정에 대해 소개한 부분도 나쁘지는 않았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우리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문화적 측면에서의 고찰이라는 점에서는 건질 게 있기는 한데, 저는 "음식" 그 자체에 좀 더 집중된 책이 더 좋은 것 같네요.

2012/04/15

뜻밖의 음식사 - 김경훈 : 별점 3점

뜻밖의 음식사 - 6점
김경훈 지음/오늘의책

우리나라에서 옛부터 먹어온 먹거리들을 음식 색깔에 따라 블루, 레드, 옐로우, 블랙 & 화이트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책. 우리의 오랜 먹거리 목차를 구태여 영어로 한 이유는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건 역사와 요리, 음식이라는 저의 미시사적 관심사를 충족시키는 주제의 책이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음식이나 요리가 아니라 먹거리가 되는 재료 자체에 주목했기 때문에 다른 유사 서적에서 많이 보아왔던 주제들 - 김치나 갈비 같은 - 이 없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순히 재료의 역사에만 치중하지 않고, 주요 요리들의 레시피를 소개해 주는 것도 좋았어요. 그림이 곁들여진 것은 아니나 꽤 구체적이라 한 번 해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이러한 점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를 몇 개 소개해드리자면,

  1. 매실을 예전에는 국의 조미료로도 썼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제호탕 만드는 법도 눈여겨봐 둘 만했습니다.
  2. 박하로 박하주와 박하차 만드는 법은 꼭 한 번 따라 해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박하잎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박하주 - 소주 1리터에 잘게 썬 박하잎 50그램을 넣어 2개월 밀봉 후 마심. 박하차 - 깨끗이 씻은 박하잎을 물에 넣고 오래 끓인 다음 체로 찌꺼기는 걸러내고 꿀이나 설탕을 섞어 마심.
  3. 오미자로 만드는 중국 사천성의 태수 여경대의 전설적인 정력제 독계산! 나이 70에 자식을 여럿 낳고, 결국 버린 약을 수탉이 먹고는 암탉 등에 올라 내리지 않아 암탉의 벼슬이 다 벗겨져 독계가 되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하는데, 육종용 3푼, 오미자 3푼, 토사자 3푼, 원지 3푼, 사상자 4푼을 빻아서 체에 받혀 분말로 만든 것을 하루에 한 스푼씩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 재료들, 갖고 싶다...
  4. 산수유는 남자 몸에 참 좋은 게 맞더군요. 그중 정력 증강에 탁월하다는 산수유주! 산수유 열매를 잘 말린 뒤 5~6배 정도의 소주를 붓고 3개월간 그늘에서 보관하면 된답니다. 와우!

그 외의 다른 먹거리들도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으니, 이런 류의 미시사 서적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10/11/24

꽁트 - 우리 동네 이야기

이거 참 황당해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 얘기 좀 들어봐.

우리 동네에 인간말종 노숙자 같은 동네왕따 상거지가 한 명 살고 있어. 근데 얘가 내 친척이야. 오래전에 대판 싸우고 의절하기는 했지만. 어쨌건 그래서 우리 옆집에 터 잡고 살고 있어. 문제는 담뱃값 좀 달라, 소주 먹고 싶다, 이러면서 가끔 행패를 부리는 거야. 고성방가는 물론이고 우리 집에 돌을 던지든가 빈병을 던지든가 하는 식으로.

그래도 얼마 전까지 불쌍하기도 해서 좀 챙겨줬기 때문에 조용했었어. 그런데 최근에는 화가 나기도 하고 돈도 아까워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거든? 그랬더니 역시나 다시 뒤숭숭하더라고. 최근에는 가족문제도 좀 있는 모양이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는 아예 작정하고 소주병을 나한테 바로 던지더라고! 정통으로 맞아서 피도 나고 눈이 핑 돌데? 이건 좀 심하잖아! 나도 열받아서 병을 바로 집어던지는 식으로 맞섰지. 녀석도 맞은 것 같긴 한데 얼마나 다쳤는지는 잘 모르겠고... 솔직히 지금 아파 죽겠고 마음 같아서는 아예 잘근잘근 밟아서 반 죽여버린 다음에 동네에서 영원히 쫓아내고 싶어. 자랑은 아니지만 싸우면 당연히 내가 이길 것 같긴 하거든.

그런데 싸워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문제야. 일단 쟤 칼 갖고 있어. 나도 다칠지 몰라. 게다가 얘가 가끔 동네 사람들한테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빈 통 안에 휘발유 들어 있다. 나 건드리면 확 불 싸지르고 나도 죽을 거다 하는 식으로 얘기하고 다니곤 했거든. 동네 경찰 아저씨가 몇 번 확인하고 수거도 해 가기는 했는데 아직도 저 통 안에 뭐가 있는거 같아. 혹 쫓겨나기 전에 불이라도 확 싸지르면 어떡해? 우리 집과 내 가족은 물론이고 최신식 삼성 TV와 현대차, 기타 등등 전재산이 날아가면 나도 망하는 거잖아.

그렇잖아도 어제 한판 싸웠다는 소문 도니까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 근처에 가지 말라고, 우리 집 애랑 놀지 말라고 주의주는 판이라 동네에서 큰소리 좀 치는 형님들에게 도움은 청해봤는데 별 소용 없더군. 가끔 저 상거지 깡패 돌봐주는 옆집 중국집하는 형님도 웬만하면 좋게좋게 넘기라고 하고 있고 우리 집 앞에 CCTV 설치해준 쌀집 아저씨 (별로 고맙진 않아. 관리비나 전기료는 내가 내니깐) 도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느냐고 하더라고. 하긴 그동안 경찰이나 형님들도 어쩌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뭐가 바뀔리는 없겠지.

하아~ 이럴 거면 속은 엄청 쓰리지만, 그냥 담뱃값이나 주면서 달래줄걸 그랬나 봐.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 노숙자 깡패 원수가 제풀에 지쳐 쓰러지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