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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2

칫솔을 삼킨 여자 - 롭 마이어스 / 진선미 : 별점 2점

칫솔을 삼킨 여자 - 4점
롭 마이어스 지음, 진선미 옮김/양문

캐나다의 전문의인 롭 마이어스가 다양하고 기이한 환자들에 대해 소개하는 논픽션. 총 51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뭔가 추리소설을 쓰기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읽게 되었습니다.

장점이라면 논픽션으로 실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과 환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예상치 못한 사고가 제법 많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간호사의 의문의 빈혈을 다룬 이야기에 나온 말, "모든 의학적 의문에는 해답이 있다"라는 말 그대로 의학적으로 원인을 찾기 위한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어 한편의 추리소설을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점입니다.
개중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몇개 소개해드리자면,
<젊은 여성의 위 속에 들어 있는 178개의 콘돔>
콘돔은 코카인을 넣고 밀봉한 것으로 밀수가 목적이었죠. 결국 젊은 여성은 사망하는데 콘돔이 몇개 터져 코카인이 체내로 흡수되었기 때문입니다. 원인은 복통으로 고생하는 아가씨에게 친절한 할머니가 미네랄 오일을 주었는데 그것이 콘돔의 고무를 녹인 것이라고 하네요.

<정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신부>
혼전 순결을 지키다가 결혼한 날 자신이 정액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신부의 이야기입니다. 정액에 익숙해지게끔 하는 치료로 병은 나았지만 신부는 그 뒤로는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하는 슬픈 후일담이 이어집니다.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뻔했디>에 실렸던, 성교 중 페니실린 쇼크사한 아내의 이야기와도 비슷하네요.

<내 가슴에 바느질용 바늘 있다>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한 환자의 말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사례입니다. 마지막 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가슴에 바느질용 바늘이 삽입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의사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환자에 대해 관심이 없는지를 잘 드러내는지 알려주는 사례죠.

<사람의 근육을 부숴버리는 자동차>
자동차 운전을 19시간 연속한 남자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근육통 등의 증상이 일어나는데 원인은 앉은 자세로 압력을 받으며 오랜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아 근육이 부서진 것 때문입니다. 근육에 손상이 발생하여 혈액 속에 CK (크레아틴 카이나제)가 많아져 콩팥에 독성을 나타내고 급성 신부전을 일으킨 것이라네요.

<죽음으로 몰고 간 입 냄새>
입냄새가 심하다는 것에 컴플렉스가 있어서 가글을 열심히 했는데 가글 제품이 마그네슘이 다량 포함된 것이라 마그네슘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 <위기탈출 넘버원>에 나올 법한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그 외에도 전선을 씹다가 납 중독에 걸린 사례라던가 남자로서 궁금했던 발기 지속에 대한 사례 등이 눈에 띄이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일단 절반 이상이 이전에 읽었던 <다윈상>과 비슷하게 환자의 무모하거나 바보같은 도전, 아니면 정신이상으로 벌어진 사고라 그닥 새로울게 없는 탓이 큽니다. 기대했던 "추리적" 재미가 전무한 것이죠.
또 장의사와 환자들에 대해 꽤나 상세한 묘사를 시도하는 등 소설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게 논픽션이라는 장르와 잘 어울리지 않은 것도 문제였습니다. 개중 구더기가 환자의 코, 두피에서 발견된 사례나 수간을 시도하다가 직장이 찢어졌다는 등의 지저분한 내용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는 읽으면서 불쾌하기까지 했어요. 아울러 가격도 컨텐츠의 내용과 양에 비하면 과하다 생각됩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 딱히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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