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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4

잔혹한 세계사 - 조지프 커민스 / 제효영 : 별점 3점

잔혹한 세계사 - 6점
조지프 커민스 지음, 제효영 옮김/시그마북스

흥미로운 제목과 저자의 이름 (조지프 - 조셉 커민스)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책, 거기에 더해 알라딘에서 50% 할인 행사까지 진행해서 도저히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고로 작년 이야기이며, 지금은 도서 정가제 덕에 가격이 원상복구된 상태입니다만.

제목 그대로 전 세계에서 벌어졌던 여러가지 잔혹한 대량 학살 사건을 연대기순으로 수록한 책으로 모두 18건의 사건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자 특유의 디테일하고 깊이있는 묘사와 다양한 도판, 자료들은 역시나 기대 이상이더군요.

수록 사건 모두가 인상적이나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마운틴 메도즈 학살> 사건을 첫 손가락에 꼽겠습니다. 처음 알게된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모르몬교의 창시자 조지프 스미스와 그의 후계자 브링검 영에 대한 소개 및 모르몬 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한 암살단 "단", 학살 자체 모두가 처음 안 것들로, 유타주의 모르몬 왕국을 지키려는 브링검 영이 200여명의 이민자를 정부에서 보낸 토벌 세력으로 오해한 탓에 벌어진 사건인데 전말이 공개된 후에도 정작 브링검 영은 처벌받지 않았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또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의 "백백교 사건"과 굉장히 유사해서 더 기억에 남기도 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교주의 지시에 의한 집단 살인 및 그 명령을 충실히 따른 행동대원들이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죠. 물론 모르몬교는 백백교와는 달리 최소한 "교인들"의 이익을 위해 벌인 일이라는 큰 차이가 있고 그것이 두 종교의 명운을 가른 것이겠지만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이네요. 더 놀라운 것은 모르몬교에서도 이 학살이 중대한 범죄라는 것을 인지하고 애도를 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을 했다면 사죄하는 것이 당연한건데, 당연한게 비상식이 되는 현재가 더 기이한 걸까요?

<아르메니아 대량학살 사건>도 마찬가지로 처음 알게 된 사건입니다. 1차대전 당시 터키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러시아에게 패전한 터키가 해당 영토에 분포한 아르메니아인들이 러시아에 협력할 것을 우려하여 학살했다는 것인데, 가해자인 터키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도 산유국이자 NATO 회원국인 터키의 위상을 의식해 언급을 자제한다는 점에서 꼭 상기해야 하는 사건임에는 분명합니다. "형제의 나라"도 좋지만 형제가 큰 잘못을 한 것도 항상 기억해야겠죠.
그 외의 사례들 역시 놀라울 정도로 잔혹한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이러한 광기에 가까운 잔혹한 살육이 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 전달에 충실할 뿐입니다. 그래서 읽다보니 살육을 지시하고 그것을 수행하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답답했어요. 예전에 나치가 유대인을 살육한 것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해주는 "밀그램 실험" 관련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결국 같은 이치였을까요? 여튼 저자와 독자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조금이라도 마련해 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두번째로는 수록 사건의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미국 - 영국 중심의 학살 사례가 많기 때문인데 저자가 아무리 미국인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감이 있었어요. 물론 수록 사례들 모두 집단 이기심에서 비롯된 잔혹한 광기를 잘 증명하기는 하나 "학살" 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뭔가 레벨이 안 맞는 느낌이 드는 사례들도 있거든요. 실제로 한 40여명이 사망한 <인도 캘커타 블랙홀> 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규모면에서는 학살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우니까요. 인도 - 영국의 관계가 상업적인 관계에서 통치, 지배로 탈바꿈한 계기가 되었기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이 책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사건도 특별한 광기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후진적인 체제에서 벌어진 부주의한 사고에 불과하고요.
세번째로는 카테고리 분류입니다. 각 사례별로 보면 종교적, 인종적, 정치적, 경제적 목적들로 구분되는데 단순히 연대순이 아니라 사례를 적절하게 분류하여 묶어 놓는 것이 이해에는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아쉽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점인데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잔혹한 인간 본성을 디테일한 묘사와 도판으로 함께 읽는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거든요. 영화나 소설과는 다르게 실제로 있었던, 그야말로 "사실"이라는 점에서도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래도 내용의 충실함은 물론 자료적 가치도 높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했기에 더 만족스럽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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