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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 로버트 바 / 이은선 : 별점 3점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 6점
로버트 바 지음, 이은선 옮김/시공사

프랑스 총경 출신으로 영국에서 탐정으로 활약하는 외젠 발몽이 주인공인 단편집으로, 1907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는 예전에 하서출판사의 "세계추리명작단편선"을 통해 접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 국내 출간이 반가웠고, 기대만큼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유쾌한 분위기입니다. 마치 마크 트웨인이 추리 소설을 쓴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고 할까요? 특히 프랑스인 탐정 발몽이 영국 사회에 대해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태도와 유머가 돋보입니다. 그의 허영심과 자의식 과잉이 만들어내는 코믹한 요소도 재미를 더하죠. 이러한 자뻑 탐정의 전형적인 예로는 '에르퀼 포와로'를 들 수 있겠습니다. 물론 발몽은 여성에게 약하다는 점에서 포와로와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추리적인 요소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살인 사건보다는 도난과 사기 사건이 중심이 되는데, 단순한 해결 과정뿐만 아니라 범죄 계획 자체가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20세기 초반 셜록 홈즈의 라이벌 탐정들이 활약하던 시기에 발표된 작품임에도, 기존 정통 단편 추리 소설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탐정이 사건 해결에 실패하는 이야기나 '추리'보다는 '모험'에 집중한 단편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그렇죠.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고, 지금 읽어도 별로 낡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추리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인 '공정한 정보 제공'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고, 본격 추리로서의 완성도도 다소 아쉬웠습니다. 또한, 이야기마다 수준 차이가 큽니다. 마지막에 실린 셜록 홈즈 패러디 단편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요. 특히 "셜로 콤즈의 모험"은 최초의 셜록 홈즈 패러디 단편이라는 자료적 가치는 높지만, 내용 자체는 가벼운 장난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유쾌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단편집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고전 추리 단편을 좋아하시거나 유머러스한 추리소설을 원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이 잘 팔려서 더 많은 고전 추리 걸작들이 출간되면 좋겠네요.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500개의 다이아몬드에 얽힌 수수께끼

외젠 발몽이 프랑스 총경으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

백만달러짜리 마리 앙투아네트 목걸이의 경매와 경매이후 벌어진 목걸이 행방을 뒤쫓는 추격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유능한' 발몽이 무능한 부하와 생각못한 방해로 작전에 실패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벌어지죠. 간단하지만 효과적이었던 범인의 다이아몬드 운송 계획도 볼거리지만 무엇보다도 '일반인'에게 주인공 명탐정이 패배하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등장해서 의외였습니다. 뤼뺑 시리즈 제 1작이 뤼뺑이 체포되는 이야기였던 충격과 버금가더군요.

이 시리즈의 특징, 자뻑 외젠 발몽과 그의 떠벌임, 자의식과잉 묘사와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반전까지 모두 등장하는 작품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2. 두 얼굴의 폭탄 테러범

발몽이 영국으로 온 이후 이중신분으로 무정부주의자 조직에서 정보를 캐 내다가 폭탄투척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것을 막으려 활약하는 모험담.

이 이야기는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첩보 - 모험물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당시 영국에 대한 발몽의 비판적인 시각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죠.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으며 발몽의 옛 부하 아돌프 시마르가 등장하는 등 시리즈 팬으로 즐길거리가 많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3. 은숟가락에 담긴 단서

벤섬 기브스가 발몽을 찾아와 사건해결을 의뢰한다. 사건은 그와 친구들이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사라진 백파운드를 찾아달라는 것.

라이오넬 데이커라는 유력한 용의자를 등장시키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독특한 소품입니다. 두명의 대화도 맛깔나고 은숟가락을 이용한 마술이라는 단서도 꽤나 유용한 등 소품이지만 풍성한 느낌이 좋았어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라이오넬 데이커가 어떻게 빚을 갚았나?' 에 대해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좀 아쉽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4. 치젤리그 경의 사라진 재산

치젤리그 경이 숨겨둔 막대한 재산을 찾는 이야기.

이 단편집에서 가장 정통 추리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몇가지 단서와 치젤리그 경의 유언을 토대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합리적으로 그려져 있거든요. 어떻게보면 좀 단순한 발상이기는 하나 다른 곳에서 찾아보긴 힘든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별점은 4점입니다.

5. 건망증 클럽

예전 하서출판사의 <세계추리명작단편선>을 통해 접했던 단편.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습니다. 두가지 사건 - 은화 위조와 사기사건 - 이 묘하게 겹쳐져서 하나로 이어지는 전개도 좋았지만 발몽의 런던 경시청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활약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사기꾼에게 한방 맞는 결말도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높이 평가할 부분은 너무나도 기발한 사기꾼의 계획이겠죠. 지금 보기에는 허술하기도 하고 약간 설득력이 처지는 부분도 있긴 하나 아이디어만큼은 정말 대단하거든요. 별점은 4점입니다.

6. 기형 발 유령

랜트림리 경의 저택에 출몰한다는 기형 발 유령의 발소리에 얽힌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 영국 경찰에 대한 발몽의 떠벌임같은 유쾌함은 잘 살아있긴 하지만 초반에 저택에 대한 묘사가 상세하지 않아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며 내용도 지나치게 과장이 심한 듯 싶어서 여러모로 조금은 아쉬운 이야기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7. 와이오밍 에드의 석방

와이오밍 에드로 불리우는 미국 무기징역수의 탈옥을 돕는 발몽이 탈옥에 감추어진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두가지 사건, 즉 와이오밍 에드의 탈옥과 탈옥에 관련된 사기사건이 등장하는데 탈옥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도 않고 가볍게 넘어가기 때문에 '사기사건' 으로 보는게 적당하겠죠.

솔직히 탈옥도 좀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을까 읽으면서 기대가 컸었는데 좀 실망스럽긴 했습니다. 그러나 범인의 사기 계획이 나름 치밀하고 설득력이 있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마무리 되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마지막 '변장쇼'는 좀 오버라 생각되지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8. 레이디 알리시아의 에메랄드

도난당한 블레어 에메랄드를 되찾고 레이디 알리시아를 만족시키겠다는 발몽의 일념이 빛나는 이야기. 그러나 도난사건 자체가 일종의 장난같고 두 연인의 치기어린 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추리적으로는 빵점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여성에게 약한 발몽의 일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점은 즐거웠지만 전체적으로 평균 이하였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셜록 홈즈 패러디

1. 셜로 콤즈의 모험

셜로 콤즈가 페그럼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이야기. 스코틀랜드에 대한 조롱과 더불어 패러디로서 즐길거리는 많으나 결국 셜로 콤즈의 추리와 수사는 치기어린 과대망상이었고 결국 운이 좋아서 단서를 찾았을 뿐이라는 결말은 추리 소설 애독자로서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하더군요. 재미도 있고 자료적 가치도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씁쓸함이 더 큽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 두 번째 돈주머니의 모험

코난 도일에게 홈즈가 원고료를 요구하러 찾아오지만 도일에 의해 살해당한다는 나름 충격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내용에 알맹이도 없고, 패러디도 아닌 이상한 작품이에요. 저자 로버트 바가 코난 도일의 절친한 친구라는데 친구에게 거는 가벼운 장난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저자들 사이의 개인적인 친분이라는 의미 이외의 것을 찾기는 어렵더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20/11/14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2 : 모래시계 외 - 로버트 바 외 / 이정아 : 별점 2.5점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2 : 모래시계 외 - 6점
로버트 바 외 지음, 이정아 옮김, 박광규/코너스톤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두 번째 권입니다.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 문학의 초기인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반 발표되었던 단편들이 수록된 앤솔러지입니다.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과 마찬가지로 정가 할인되었기에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셜록 홈즈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탐정들 등장이 많은게 이채롭습니다. 유명한 외젠 발몽, 마틴 휴잇을 비롯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당대 탐정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산사나이, 자연인 명탐정 노벰버 조와 초창기 퇴마 탐정 플랙스먼 로우는 독특해서 인상적이더군요. 플랙스먼 로우는 시리즈를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하지만 수록작들 수준이 모두 높지는 않습니다. 셜록 홈즈의 영향을 짙게 받은, 모방작이 많은 탓입니다. 시대와 유행에 충실했지만, 뛰어넘지는 못한 셈이지요. "두 개의 양념병"이라는 걸작이 수록되어 있기에,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수준 이하 작품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가 인하된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에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고전 추리 소설 애호가시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기 전 참고하세요.

"거브 탐정, 일생 일대의 사건"

파일로 거브는 마대 자루에 꿰메어진 채 익사한 헨리 스미츠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나섰다. 그의 활약을 모든 리버뱅크 주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브 탐정은 피해자가 끊어진 전구를 쥐고 있었던 사실에 주목하는데...

도배 및 인테리어 사업을 하면서, 통신 교육으로 탐정이 된 파일로 거브가 활약(이라고 쓰고 좌충우돌이라고 읽는)하는 시리즈 단편입니다.

통신 교육을 받은 탐정은 "탐정 피트 모란"이 유명합니다. 그런데 피트 모란은 겉에 드러난 것들만 1차원적으로 해석하는 단순한 인물이었습니다. 고민따위는 하지도 않지요. 당연히 추리보다는 코미디가 핵심인 이야기 들이었고요. 이 작품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탐정에 대한 희화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요. 마을 주민 모두가 변장이라는 걸 알아채는 변장을 한 뒤 탐문 수사에 나선다던가, 파일로 거브가 펼치는 수사를 마을 주민 모두가 지켜본다는 등의 묘사 등이 그러합니다.

그래도 "피트 모란" 보다는 조금 낫습니다. 웃음거리를 제외하면, 나름대로는 추리물이기 때문입니다. 작 중 기묘하게 죽었던 헨리 스미츠 사건의 결정적 단서는 피해자가 쥐고 있던 전구였으며, 거브 탐정은 피해자가 "어디서 전구를 갈았는지?"를 파악한 뒤 피해자의 작업실로 올라가 전구를 가는 동작을 따라하다가 진상을 알게 되거든요.
피해자는 자신이 만든 '양고기 자동화 포장 기계'로 넘어져 마대 자루로 포장된 뒤 강물로 던져졌던 겁니다. 단서를 찾고, 추리한 뒤 추리를 검증한다는 순서만큼은 제대로 지키고 있는 셈이에요. 추리라기 보다는 겉에 드러난 단서를 '추적'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넓은 범주의 추리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대단한 추리는 아니며, 흡사 "월레스 앤 그로밋"을 연상케 하는 황당무계한, 일종의 다고베르트 머신같은 기계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퀸의 정원"에서도 언급되긴 했는데, 단지 '역사적 중요성'에 대해서만 점수를 받았을 뿐입니다. 당연합니다.

"두 개의 양념병" 

로드 던세이니가 1934년에 발표했던 작품으로 장르 문학을 사랑하시는 모든 애호가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실 고전 걸작 단편입니다. 마지막의 의외성이 돋보이는, 이른바 '기묘한 맛' 장르의 대표작이지요.

이전에 다른 앤솔러지에서 읽었었는데, 정통 추리물 성격이 강할 뿐더러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분량이 충실해서 놀랐습니다. 이는 마지막 반전을 훨씬 돋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상세한 묘사를 통해 반전을 탐정역인 린리 씨가 룸 메이트인 스메더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은근히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스메더스는 살인 용의자 스티거가 구입했다는 양념 '넘누모'를 파는 행상인이라서 린리씨는 샐러드에 뿌려먹게 넘누모 좀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스메더스는 거절합니다. "고기와 짭짤한 음식에만 뿌려 먹는 겁니다"며, 잘 모르고 채소에 뿌려 먹더라도 "두 번은 안 하죠"라고요. 이 말로 진상이 드러납니다!

2주일 동안 고기를 어떻게 보존했을지, 뼈와 정말 먹을 수 없는 내장 같은 부산물은 어떻게 처리했을지 등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는 합니다. 그래도 후대에 많은 영향을 준 고전 걸작임에는 분명해요. 제 별점은 4.5점입니다. 린리 씨와 스메더스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백작의 사라진 재산" 

외젠 발몽 시리즈 단편으로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에도 수록되었던 작품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트릭이 황당해서, 이전만큼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인지 잘 모르겠네요. 지금 주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모래시계" 

버트럼 이스트퍼드는 골동품상에서 오래된 모래 시계를 구입했다. 시계는 30분 정도 지나면 시간이 멈추는 문제가 있었다. 그날 밤, 모래 시계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던 (?) 버트럼 앞에 옛날 군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그 모래 시계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며, 190여년 전 자신이 참전했던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과 시계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는데...

표제작으로 저자는 '외젠 발몽' 시리즈 작가인 로버트 바인데, 작품은 외젠 발몽 시리즈와는 관계없는 역사 판타지입니다.

일단, 모래 시계 소유권을 주장하던 캐스퍼 센토어 중위가 해 준 전쟁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중위는 장군으로부터 기습 공격 작전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모래 시계가 멈춘걸 몰라서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작전 실패 후 체포되었습니다. 장군은 '모래 시계 모래가 다 떨어지면 총살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자리를 떠나고요. 그러나 모래 시계가 멈춘 탓에 총살을 집행할 수 없었고, 장군도 그 사실을 확인한 뒤 총살 지시를 철회한다는 내용입니다. 긴박하면서도 왠지 모를 유머, 여유가 느껴지는 좋은 이야기였어요.

그러나 설명되지 않는게 너무 많았어요. 캐스퍼 센토어 중위가 어떻게 버트럼 앞에 나타났는지부터 이유 불명이니까요. 왜 모래 시계가 파괴되고 중위는 사라졌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래서야 버트럼 이스트퍼드가 꾼 꿈이라고 해도 될 정도에요. 그래서 점수는 2.5점입니다. 여러모로 마무리가 아깝습니다.

"일곱 명의 벌목꾼" 

노벰버 조를 벌목꾼 막사 책임자 클로즈 씨가 찾았다. 작년에 나타났던, 벌목꾼을 대상으로 강도 행각을 벌이는 검은 가면이 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클로즈 씨로부터 범인 체포를 부탁받은 조는 파트너 쿼리치와 함께 막사로 향했다. 다음날, 강도를 막기 위해 여섯 명이 뭉쳐 떠났던 인부들이 강도를 당했다며 돌아 오는데...

탐정 노벰버 조 시리즈 단편입니다. 노벰버 조는 깊은 산 속에서 일하는 벌목꾼이라는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이지요.

전개 방식은 셜록 홈즈와 동일합니다. 주어진 단서를 통해 귀납적 추리를 펼쳐 범인을 잡아내니까요. 여섯 명 벌목꾼이 차를 마셨던 주전자를 깨끗이 씻은 행동 등 보통 사람은 생각하기 힘든 사소한 일이 단서가 된다는 점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이 마신 차에는 수면제가 들어있었고, 그걸 숨기기 위해 주전자를 씻었던 겁니다.

그러나 자질구레한 단서가 범인을 드러내는건 아닙니다. 범인을 드러내는건 돈을 숨겨 놓았을 막사를 해체한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 덕분이거든요. 이에 놀란 범인을 현장에서 잡는게 전부입니다. 차에 수면제가 들어있던건 분명해서, 그걸 씻으나 안 씻으나 별 차이가 없었고, 범인이 특정 시간에 개울가에서 무슨 짓을 했건 별로 중요한 단서가 아니에요.

결론적으로 완성도는 그닥이었습니다. 셜록 홈즈 흉내를 내고는 있지만, 그 수준은 한참 미치지 못해요. 벌목꾼이라는 직업이 유용하게 사용돼지도 못했고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퀸의 정원"에서 부여한 가치도 역사적 중요성과 초판본 희귀성 뿐입니다. 엘러리 퀸도 '오지 탐정' 이라는 개념 도입만 높이 평가한 셈입니다.

"유령 저택의 비밀" 

잘 생각해보게. 톡톡 두드리는 소리, 흐물흐물한 물체 그리고 밴 뉘센 씨가 트리니다드섬에 살았다는 사실을 말이지. 또한 거기에 덧붙여 이 단 하나의 발자국까지 잘 생각해보게 뭔가 번쩍하고 해답 같은 게 떠오르지 않나?" 

심령학에 정통한 '퇴마 탐정' 플랙스먼 로우가 등장하는 단편. 심령 현상도 과학과 추리로 풀어낸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습니다. 톡톡 두드리는 소리, 흐물흐물한 물체 그리고 밴 뉘센 씨가 트리니다드섬에 살았다는 사실을 통해 그가 나병에 걸렸다는걸 추리해 내는 과정도 합리적이었고요.

그러나 진짜 유령이 나온거라는 결말 만큼은 영 별로네요. 이 정도까지 추리로 풀어내었다면, 사람이 꾸민거라는 진상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이디어는 좋고, 추리도 볼만하지만 앞서 설명드렸듯 진상, 결말 때문에 감점합니다.

"레이커 실종 사건"

은행에서 수금을 담당하던 사원 레이커가 실종되었다. 그는 1만 5천 파운드를 지닌 채였다. 경찰은 그가 돈을 가지고 도주한걸로 판단했지만, 마틴 휴잇은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진상을 밝혀낸다.

사립탐정 마틴 휴잇 (휴이트) 시리즈 단편입니다. 마틴 휴잇은 셜록 홈즈 시리즈가 연재된 스트랜드 매거진 출신 탐정으로 셜록 홈즈의 라이벌 중 한 명이지요. 그래서인지, 작품은 전형적인 셜록 홈즈 스타일입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탐정이 사건을 조사하여 추리 한 뒤, 경찰과 다른 결론을 내린다는 내용이니까요.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추리한 결과가 의외라는 전개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도 셜록 홈즈의 라이벌답게 추리적으로는 꽤 괜찮습니다. 수금할 때 레이커를 제대로 바라본 은행 직원은 거의 없었다, 은행 중 한 곳은 입구가 수리 중이었다는 수금 당시 정황, 그리고 레이커가 파리행 표를 살 때 본명을 댔고 독특한 우산만 채링크로스 역에 남겨졌다는 도주 정황을 통해 마틴 휴잇은 수금을 한 레이커는 변장한 가짜라고 추리하는데 이는 합리적입니다. 발표 당시에는 의외성있는 반전이었을 테고요.

하지만 마틴 휴잇이 진범을 알아내는건 작위적입니다. 레이커 이름이 적힌 우산 속 광고지가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요. 광고지만 없었더라도, 이 범행은 완전 범죄가 되었을거에요. 광고 내용도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범인들에게 진범이 자기 집으로 오라고 광고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지요. 최소한 암호 정도는 써 줬어야 합니다. 이럴 거라면 마틴 휴잇이 구태여 발품을 팔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신문 광고란 속 수상한 광고만 보아도 되잖아요?

그리고 마틴 휴잇 캐릭터도 문제에요. 유명세에 비하면 별다른 매력은 없기 때문이에요. 이름만 바꾸면 셜록 홈즈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전형적이더라고요. 후대에 그나마 이름을 남긴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은 다들 차별화된 특징들이 있었지요. 도둑인 뤼뺑을 비롯해서 장님인 맥스 캐러도스, 이름도 모르고 정체도 모르는 안락의자 탐정 구석의 노인, 멋드러진 별명만큼은 길이 남은 밴 듀슨 (반 두젠), 법의학 탐정의 시조인 손다이크 박사처럼요. 물론 독특하다고 해서 역사에 길이 남는건 아닙니다. 아마추어 괴도 탐정 래플스처럼 지금은 잊혀진 존재도 허다하지요. 그러나 이는 작품 수준이 기대 이하였던 탓입니다. 마틴 휴잇 시리즈는 추리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만큼, 마틴 휴잇만의 개성과 매력을 더하지 못한게 아쉽기만 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셜록 홈즈 스타일을 잘 따르고 있는,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이야기지만 단점이 명확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바다 건너온 살인자"

로프터스 디컨 씨가 자택의 하치만 성상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현장은 거의 밀실이었다. 다음날 아침, 고인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헨리 콜슨 씨는 명탐정 호러스 도링턴에게 사건을 의뢰했고 둘은 함께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헨리 콜슨 씨는 고인이 애지중지했던 '마사무네 검'이 사라졌다는걸 알아챘다. 그 검은 일본인 게이고 가나마로가 되찾기 위해 부탁과 협박을 반복했던 과거가 있었다. 가나마로는 원래 검의 소유주 아들로, 아버지 영전에 검을 바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 헨리 콜슨 씨는 게이고 가나마로가 일본으로 돌아갈 표를 예약했다는걸 알아내는데...

아서 모리슨이 쓴 단편인데 의외로 마틴 휴잇 시리즈가 아니네요. 내용은 전형적인 셜록 홈즈 스타일로, 마틴 휴잇이 등장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겁니다. 등장하는 명탐정 호러스 도링턴이 마틴 휴잇, 셜록 홈즈와 구분되는 특별한 매력이나 특기, 특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볼만 했습니다. 추리가 진행되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단서도 공정한 편이거든요. 약간의 범인 심리 분석도 눈길을 끄는 요소였고요. 디컨 씨는 외출했다가 급한 용무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때 집 안에 있었던 누군가가 범인이었을테고요.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집 안으로 들어왔을까요? 경찰은 침실 창문을 주목했지만, 도링턴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침실 창문으로 들어왔다면, 디컨 씨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침실로 향했을테고, 그곳에서 범행이 일어났을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요. 그리고 도링턴은 하치만 성상이 집에 들어온 날 범행이 일어났고, 성상이 원래 있던 상점에서 물건이 없어지고 부서진 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통해 '하치만 성상 안에 누군가 숨어서 잠입했다'고 추리하지요. 물건 안에 범인이 숨는 이야기는 많을테지만, 이 정도면 꽤 설득력있는 이야기였다 생각되네요. 범인 카스트로를 특정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볼 만 했습니다.

게이고 가나마로를 유력한 용의자로 등장시킨 전개도 좋습니다. 앞서 피해자가 집착했다는 마사무네 검과 보라빛 옻칠 세공품 소개를 통해 가나마로가 한 말 - 큰 돈을 들여서 겨우 검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의미 - 의 뜻이 드러나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 외에 여러가지 일본 물품에 대한 설명도 그럴듯 했습니다.

물론 하치만 성상 무게에 대해 좀 대충 넘어가고 있기는 합니다. 사람 한 명 무게가 추가되었다면 이상함을 느끼는게 당연했을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범행을 저지른 카스트로가 다시 성상에 숨은 뒤 몰래 빠져나갈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한 몫 잡아서 도주 자금을 마련하는게 상식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단점은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추리적으로는 빼어난 점이 분명 있고요. 탐정이 조금만 더 매력적이었다면 역사에 남을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날 밤의 도둑"

프로비던트 은행 지점장 아일랜드가 텅빈 금고를 보고 혼절했다. 그런데 경비원 제임스 페어베언은 전날 밤, 지점장 아내인 아일랜드 부인이 지점장실을 향해 남편을 부르는걸 목격했었다. 아일랜드 부인은 그 사실을 부정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지점장이 지점장실 문을 통해 금고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건강을 회복한 뒤, 범행 시간에 있었던 완벽한 알리바이를 입증했다. 그리고 그의 재산 상태는 완벽해서 금고 돈을 훔칠 필요가 없다는게 드러나는데...

'구석의 노인' 단편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아해서 여러 편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낯서네요. 이전 다른 단편집 수록작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다른 단편집에서 빠진게 이해가 되더군요. 단순하고 뻔한 탓에 재미없고 지루했습니다. '지점장은 범인이 아니다', '지점장 아내는 거짓말을 해가며 누군가를 감싸주려 한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 결론은 쉽게 추리할 수 있어요. 범인은 바로 아일랜드 지점장의 아들이었던 거지요. 아들이 사건 발생 후 은행을 바로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도 이 추리를 뒷받침하고요. 이 정도 사건을 구석의 노인에게 의지하는 버튼 양은 너무 무능력한게 아닌가 싶네요. 경찰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좋아하는 시리즈의 미번역 초역을 읽어보았다는 의미 외에는 딱히 건질게 없었습니다.

"대리 살인" 

작가는 M.M 보드킨입니다. 작가는 영국에서 판사까지 역임했던 법조인이었다네요. 그래서인지, 클라이막스는 법정 공방이더군요. 정식 법정은 아니고, 검시이긴 합니다만 배심원이 배석하고, 변호사가 반대 심문을 하는 등 정식 법정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법정 미스터리라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밀실에서 구식 전장총이 발사된 장치 트릭입니다. 물병을 돋보기처럼 쓴 게 진상이고요. 엉클 애브너 시리즈인 "둠도프 사건"으로 익숙한 트릭이지요. 엉클 애브너는 1918년 발표되었으니 이 작품이 원조일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작가 보드킨과 탐정 폴 벡이 포스트와 명탐정 엉클 애브너만큼 알려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원조로서의 영광은 커녕, 잊혀져 버린거지요.

읽어보니 잊혀진 이유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소설 완성도가 별로인 탓입니다. 우선 쓸데없는 묘사가 많고 장황합니다. 에릭 네빌이 정원으로 나가 복숭아를 먹는 묘사가 2페이지에 걸쳐 설명될 이유는 없어요. 그에 비해 추리적인 부분, 트릭은 대충 넘어가는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에릭 네빌이 압박에 못 이겨 자백하고 쓰러진다는 결말은 최악이었어요. 트릭이 간파되었다 하더라도, 실수인지 살의가 있었는지 증명하는건 쉽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에릭 네빌이 정말로 목이 말라서 물병을 그곳에 놓았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엉클 에브너 시리즈가 훨씬 좋은 작품입니다.

2024/09/06

트레몬의 모험 - 로버트 바 / 남원우 : 별점 1점

트레몬의 모험 - 2점
로버트 바 지음, 남원우 옮김/단한권의책

전 재산을 미국인에게 사기당해 잃은 뒤, 나가사키에 머물며 자신을 구해줄 인연을 기다리고 있던 트레몬 눈 앞에 미국의 대부호 헴스터 씨의 요트가 나타났다. 트레몬은 헴스터 씨와의 면회로 그의 비서로 고용되었다. 트레몬이 외교 쪽 연줄이 있고, 여러 외국어에 능통했던 덕분이었다. 햄스터 씨의 딸 거트루드의 허영심 충족을 위한, 각 나라의 왕들을 만나려는 여행 목적을 이루기 위해 트레몬은 연줄이 있던 코레아의 황제를 만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항해 도중, 그리고 황제 알현 중에 거트루드의 오만방자함과 철없음으로 분란이 일어났지만, 트레몬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헤쳐나가며 헴스터 씨가 보호해 왔던 헴스터 씨 친구의 딸 힐다 스트레톤과 연인이 되었다.

외젠 발몽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바의 역사 모험 연애 소설. 
여자 마음을 가지고 놀 줄 알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영국식 화법의 귀재 트레몬의 입담은 볼만했습니다. 말 안 듣는 여자는 때려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신기했고요. 지금 시점에서는 당연히 말도 안되는 발상이지만, 솔직히 작품 속 거트루드 헴스터는 맞아도 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원본에서 각색이 이루어진 듯 한데, '코레아'가 무대라는 점도 독특했어요.

그러나 재미는 입담 뿐입니다. 내용은 유치했고, 정교하지도 못합니다. 기껏 거트루드를 납치한 코레아의 황제가 그녀를 선뜻 순순히 다시 보내준다는 결말이 특히 어처구니 없었어요. 거트루드가 평소의 패악질을 궁 내에서도 부려서 못이겨 쫓아낸다는 설명 정도는 덧붙여줬어야 했습니다. 
 트레몬을 사기쳐 먹었던 미국인 사업기 캐머포드가 거트루드와 결혼하는 결말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연애물에서 가장 중요할 둘 사이의 빌드업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초반에 거트루드에게 마음이 있어 보였던 트레몬의 마음이 힐다에게로 쏠리는, 심지어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청혼부터 하는 급작스러운 전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서 헤이스팅스의 뜬금없는 청혼과 굉장히 비슷했는데, 당시 영국 남자들의 사고방식이었나 봅니다. 빌드업 따위는 건너뛰고 돌직구를 한복판에 던지는 상남자들!

더 큰 문제는 코레아와 고종 황제의 등장입니다. 후진적이며 남성 중심의 강압적 문화라는걸 강조하는 요소일 뿐더러, 명성 황후 시해 사건가지 집어넣었는데 이건 정말이지 최악 오브 최악이에요. 황후가 무도한 외국 세력에게 살해당했는데, 황제는 여자에 미친 나머지 납치까지 해서 새로 후궁을 들일 생각만 하는 상황으로 그려지니까요. 이 정도면 각색자가 고종에 대한 원한에 사무친게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각색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 그냥도 수준 이하인데, 불필요했던 각색으로 읽을 가치가 전무한 쓰레기가 되어 버렸네요.

2010/12/27

Hansang의 2010 올해의 추리소설 Best 3

2010 올해의 추리소설 이벤트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팬덤의 하나인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 2009년 12월 ~ 2010년에 간행된 책들이 대상인데 확인해보니 이 중에서 읽은 책은 30여 권밖에 안되네요. 너무 적게 읽었나? 어쨌건 제 블로그 정리 차원에서라도 저도 한번 선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은 아직 며칠 더 남았지만 책을 더 읽기는 힘들 것 같거든요.

그럼 먼저 선정에 앞서 간단하게 2010년 추리소설계를 들여다 보도록 하죠.

2010년 국내 추리소설계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쏠림 현상이 심했고" "뜻깊은 발굴도 있었으며" "국산 추리소설이 모처럼 활기를 띤" 한 해였다고 말이죠.

"쏠림 현상"은 230여 권의 작품 중 100권 정도를 일본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일본 추리소설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 그리고 100권 정도의 일본 작품도 히가시노 게이고, 우타노 쇼고, 미야베 미유키 등 특정 유명 작가에게 많이 치우쳐져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일본 작품 이외의 작품 역시 기존 유명 작가의 시리즈 작품들과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팩션 장르물이 대부분이라는 것에 기인합니다. 출판사도 책이 팔려야 먹고 사는 경제조직이니 인기 작가 작품이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있고 덕분에 출간된 반가운 작품들도 많았지만 일부 작가는 작품의 수준보다는 순전히 작가의 네임벨류로 선정되어 출간되는 것 같아 조금 아쉽더군요.

"뜻깊은 발굴"은 첫 번째 쏠림 현상의 와중에도 추리 애호가로서 기다려 왔던 반가운 작품들이 속속 번역된 한 해이기도 해서 꼽아보았습니다. 일본 추리소설 중에서는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라든가 "리라장 사건"이, 영-미권에서는 "7퍼센트 용액""붉은 오른손",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과 딕슨 카의 고전들이 출간되었으니까요. 앞으로는 일본과 영-미권에 치우치지 않은, 예를 들면 중국이나 대만 등 제 3 세계권의 추리 소설도 발간되었으면 합니다. 혹시 모르죠. "장미의 이름"처럼 대박이 날 수도 있잖아요?

"국산 추리소설의 활기"는 목록에서 보기 드문 한국 추리 소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반가운 일이었어요. 장르도 훨씬 다양해져서 꾸준히 출간되어왔던 단편집뿐만 아니라 정통 장편 추리물에서부터 팩션, 하드보일드, 그리고 김내성의 과거 고전이 재발간되는 등 질과 양 모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주 기쁩니다. 한국 추리 소설도 더욱 성장한 한 해라 생각되며, 부끄럽게도 제대로 읽어본 작품이 아직 없는데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여기 "경성탐정록" 2권이 포함되어 있었어야 하는데... 눈에서 땀이나네... ㅠ.ㅠ

그럼 간단한 분석을 마치고, 제 개인적인 "2010 올해의 추리 소설" 순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둥~

Hansang의 2010 올해의 추리소설 Best 3

* 2009년 12월 ~ 2010년 출간된 추리소설만 해당됨

"7퍼센트 용액" - 니콜러스 메이어 : 별점 4점 - 셜록키언들에게는 전설과도 같은 작품. 일본 원판으로 구입은 해 놓았지만 10페이지 정도 읽고 손 놓고 있던 차에 국내에 출간되어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작품도 역시나 만족스러웠고요.

"얼굴에 흩날리는 비" - 기리노 나쓰오 : 별점 4점 - 과거 구판본으로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정식 완역본으로 작품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제 생각에는 여성 작가의 하드보일드란 이런 것이다! 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작품 같아요. 첫 맛부터 진하고 독한 위스키라기보다는 부드럽지만 슬프면서도 날카롭고 쓴 뒷맛을 감추고 있는 사케 같은 작품이랄까요?

"유다의 창" - 존 딕슨 카 : 별점 4점 - 고전 걸작. 더 말이 필요 없죠. 제가 읽은 딕슨 카 전 작품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 만한 작품입니다.

<아차상>

"마크스의 산 1.2" - 다카무라 가오루 : 별점 4점 - 2010년 재판본이 아닌 예전 고려원 판본 별점입니다. 새 판본을 읽지 못했기에 선정하지는 않습니다만, 좋은 작품이죠.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쓰마오 : 별점 4점 - 별점 4점이기는 한데 개인적인 팬심이 포함되어 있어서 순위에서는 뺍니다.

이상으로 2010 올해의 추리소설 관련 글을 마치며, 내년에는 별점 5점짜리 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