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범죄 수사과 형사 신스케는 경마장에서 우연히 살해당한 사체와 접촉하면서 연쇄 살인극 수사에 빠져들었다. 신스케의 파트너인 고참 형사 우미카타는 연쇄 살인극이 어떻게 비롯되었는지를 추리해 내었고, 모든 피해자들이 사망한 뒤 가쓰하타 병원 원장이 자신이 주도하여 벌인 일이라는걸 고백한 유서가 발견되어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우미카타가 신스케, 그리고 원장 조카인 야나기다와 함께 한 자리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자 야나기다는 우미카타와 신스케를 죽여 입을 막으려 하는데...
아와사카 쓰마오의 장편 추리소설입니다. 최근 이 작가 작품만 읽고 있네요. 원서로 읽었습니다.
무려 여덟 명의 죽음이 이어지는데, 이들은 모두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는 순환 구조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래서 제목에도 '윤무가 들어간거 같네요.
탐정역 형사 우미카타도 신선합니다. 경력이 많아 형사부장조차 어려워하는 인물로, 게으르고 거만한 데다 도박까지 좋아하는 평소 행동만 보면 좋은 형사라고 하기 어렵지만 사건을 대하는 능력만큼은 뛰어나다는 설정 덕분입니다. 빼어난 관찰력과 비상한 추리력을 갖추고 있으며, 명품 브랜드와 미식에도 이상할 정도로 해박하여 수사에 큰 도움을 주거든요. 문제 많은 비호감 인물이지만 형사로서는 유능하다는 상반된 설정을 잘 결합했습니다. 호색한에 기묘한 취미(?)가 있고 자기 분야에서는 전문가급 형사 명탐정이라는 점에서 모스 경감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비상한 추리력은 쓰쓰미 준의 사체가 발견된 집을 조사할 때부터 드러납니다. 집에서 광고지가 발견되었는데, 살림집이 아니라서 신문도 구독하지 않고 광고지에는 접힌 흔적조차 없습니다. 따라서 신문에 끼워져 배달되거나 우편함에 꽂혀 있던 물건이 아니라, 영업사원이 직접 집을 방문해 건넨 것이라고 추리하지요.
쓰쓰미 준의 방에서 인기 없는 만담가 다쓰다 이치엔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증언 처리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어떤 방송에서도 이치엔을 기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우미카타는 곧바로 이치엔 본인이 방 안에 있었다고 판단하거든요.
피해자의 벨트가 채워진 모양을 보고 경찰의가 왼손잡이라고 판단한 것과 달리, 여러 정황을 통해 오른손잡이인 다른 사람이 피해자에게 옷을 입히고 벨트를 채웠다고 알아내는 장면도 좋고요.
추리는 마지막 장면까지 이어집니다. 가쓰하타 병원 원장은 유서를 통해 여덟 명의 죽음이 서로 이어진 연쇄 살인이자 자살극이었다고 밝힙니다. 이는 모든 사건을 설명하는 완벽한 해답처럼 보였지만 우미카타는 유서의 내용과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비교하면서 여러 모순을 찾아낸 뒤 유서에 적힌 진상이 조작되었다고 추리합니다. 모순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우미카타와 신스케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원장은 D호실에 입원했던 환자들의 이름을 직접 입에 올렸다. 하지만 유서에는 이들의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유서가 사실이라면 원장이 처음부터 그 원칙을 스스로 어겼다는 이야기이므로 이는 모순이다.
- 오쿠 후사의 집 문손잡이에 남아 있던 지문은 이상하다. 다섯 손가락의 지문이 모두 남아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문을 열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흔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 야나기다는 앞선 탐문 수사에서는 만담가 이치엔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신스케가 다쓰다 이치엔이라는 이름의 환자를 찾았을 때는 그런 환자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는 야나기다가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미 등장했던 여러 단서들, 증언의 모순을 근거로 진범을 추리해내는건 굉장히 본격 추리물 스러워서 마음에 듭니다. 마지막에 야나기다 앞에서 펼치는 추리는 고전적인 추리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고요. D호실이라는 연결고리와 유서의 오류, 야나기다의 말실수까지 포함한 정보 모두 사전에 제공된다는 점도 본격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높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건 다쓰다 이치엔의 죽음입니다. 그는 매가 물고 가다가 떨어뜨린 식칼에 찔려 죽는데,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너무 작위적입니다. 이치엔이 죽지 않고 경찰에 체포되었다면 사건의 진상이 훨씬 일찍 밝혀졌을 테니 작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퇴장시킬 필요가 있었겠지만, 굳이 이렇게 우연에 의존하는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여덟 명이 얽힌 연쇄 살인과 자살극도 아이디어에 비해 조금 길게 느껴집니다. 특히 동반 자살까지 시도했던 후나미즈와 고노 아유미 커플은 빠졌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신스케와 사오리의 관계도 불필요하게 느껴졌고요. 마지막에 우니카타와 신스케가 야나기다에게 죽을 뻔 하지만, 로쿠야마가 설치한 장치에 의해 야나기다가 죽고 만다는 결말도 뻔했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여덟 명의 연쇄살인을 피해자와 가해자가 계속 뒤바뀌는 순환 구조로 만든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이들을 가쓰하타 병원 외과 D호실이라는 하나의 접점으로 묶으면서 제공되는 단서들도 모두 공정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현대 경찰 수사물과 본격 추리물이 잘 결합되어 있는 추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