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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이집트 상형문자 배우기 - 강주현 : 별점 2점

이집트 상형문자 배우기 - 4점
강주현 지음/정인출판사

제목에 혹해서 구입한 책. 제가 고대 이집트로 전생할지도 모르니 이런건 배워두면 좋을까 싶어서 구입해 보았습니다.
상형문자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앞부분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간략한 이집트 역사와 피라미드 변천사 등 고대 이집트 역사의 개요를 깔끔한 도판과 함께 잘 설명해주고 있거든요. 상형문자에 대한 책 답게 문자의 역사도 소개해주고 있는데,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이집트 언어와 문자 사용을 금지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상형문자를 읽고 쓰는건 고위층만 가능했고, 서기들은 700개가 넘는 문자 기호를 배워야 했다고도 하고요.
뒤이어 로제타 스톤의 발견과 상폴리옹의 문자 해독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상형문자가 각 기호 안에 음가값을 가진 알파벳형 문자였고, 여기서 찾아낸 음가가 뜻을 가진 표의 문자와 결합하여 문장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라는걸 알려줍니다.

이런 배경 설명이 50여 페이지 가량 진행된 후, 본격적인 상형문자 학습이 시작됩니다. 동물들이 바라보는 방향 순서, 그룹지어진 글자는 위에서 아래 방향이라는 등의 '읽는 방법'과 같은 기본 정보에서부터 시작해서 실제 무덤 벽화를 통한 예제들, 음가를 갖춘 상형문자 목록과 뜻을 지닌 표의 상형문자의 대표적인 것들이 소개되는 식으로 조금씩 상세하게 학습이 이루어지는, 그야말로 교과서를 보는 듯한 구성으로 전개됩니다. 심지어 중요 항목 설명 뒤에는 연습문제까지 실려있으니 말 다했죠.
사람이 앉아있는 상형문자가 손을 어떻게 들고 있는지, 다리 모양은 어떤지 등에 따라 다양한 뜻을 가졌다는게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뒤에 오는 문자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도 있고 표의문자로 만드는 기호가 별도로 있는 등 복잡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같은 발음이지만 다른 단어는 결정사라는 기호로 해결하고요. 배우는건 정말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여러가지 기호, 대표적인 읽는 방법도 소개됩니다. 모음없이 자음만 있었다네요. 형용사가 명사 뒤에, 동사 + 주어 + 목적어 순서를 가지며 지시 형용사는 명사 뒤에 오는 등 간단한 문법 소개도 빠지지 않고요. 마지막은 투탕카문 무덤 벽화를 통한 실전 학습입니다. 

그런데 교과서같이 구성만 했을 뿐, 실제 교과서같은 책으로 볼 수 있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각 단락의 수준이 일정치 않고, 하나의 단락에서 모든 정보를 주지 않고 개요만 대충 설명하고 지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개인적으로 불만인건 상형문자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구입했는데, 정작 책의 대부분은 상형문자를 읽고 쓰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데 발음대로 읽고 쓰기만 하는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한글 자모로 자국 언어를 표시하는 사업이 진행되었던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일화가 떠오르네요. 한글 자모를 잘 이해하고, 한국 문화에 친숙해지기야 했겠지만 그렇다고 한글로 언어 소통이 되는건 아니잖아요? 차라리 아주 작더라도 '언어'로 쓸 수 있는 수준으로 책이 집필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게다가 단락별 설명이 부실한 탓에, 뒤로 가면 갈 수록 외우고 배우는건 거의 포기하게 됩니다. 앞 부분을 잘 이해했다고 해서 뒷 부분 내용을 알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래서야 교과서식 구성을 채택한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간략한 개요 정도를 접하는데는 괜찮지만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았고, 상형문자를 배우는데 성공하기도 힘든 책이라 여러모로 애매했습니다. 분량에 비하면 가격도 비싼 편이고요. 이대로는 고대 이집트로 전생해봤자 출세하기는 어렵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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