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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6

안락 탐정 - 고바야시 야스미 / 주자덕 : 별점 1.5점

안락 탐정 - 4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아프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바야시 야스미연작 단편집. 제목 그대로 의뢰인의 이야기만 듣고 진상을 추리해내는 탐정이 등장합니다.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딱히 좋아하는 작가는 아닌데 설정과 뒷 표지 소개가 그럴듯해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특기라 할 수 있는 기발한 설정은 여전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소거법>>이 대표적이에요. 왕따를 당하던 회사원 토코가 탐정에게 자기가 초능력자라고 밝힙니다. 자기가 누군가를 "사라져"라고 하면 그 사람이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사라진다면서요. 그래서 회사의 적(?)들을 없애나가다가 같은 능력을 가진 사원 야마히를 만나서 둘 중 하나만 남아야 하는 상황에 빠진 뒤 탐정을 찾게 된 것이지요. 이를 여러가지 '인간 소거' 일화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는 의뢰인이 엄청 말랐을 거라는 분위기를 풍기지만 알고보니 200kg 정도의 뚱보였다는 반전이 꽤 좋았어요. 의뢰인에 대한 단서가 전무한데, 마른 사람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전개가 절묘한 덕분입니다. 다이어트 식품인줄 알고 먹었던게 알고보니 냉동 피자였다는 진상도 유쾌했고요.

그런데 역시나,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아니, 추리의 결과가 얼토당토하지 않아서 화가 날 정도입니다. 앞서 흥미진진하다고 소개해드렸던 <<소거법>>이 대표적입니다. 알고보니 토코는 초능력자가 아니었다는게 진상입니다. 회사 사람들 모두가 합심해서 장난을 쳤다는 거지요. 회사 밖에서 사라지라고 한 사람들은 모두 무시하거나 화를 냈다던가, 토코가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이라는걸 알려주는 등 몇 가지 단서가 있기는 합니다. 허나 그렇다고 진상의 설득력이 생기지는 않아요. 이런 장난을 합심해서 칠 정도로 한가한 회사가 있을리 없으니까요. 게다가 구조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여러 명이 없어져 업무가 늘어나고 심지어 조직까지 변경되는 상황에 처하면서까지, 심지어 여러 명 - 도코, 야마히 - 을 대상으로 회사에서 합심해서 장난을 친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초능력이 실재할 수 없으니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긴 했어야 했겠지만, 그 답이 '장난이었다'니 맥이 다 빠집니다. 이래서야 제목이 무색할 정도죠.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기묘한 헛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지막 이야기 <<모리아티>>에서 탐정이 알고보니 사기꾼이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건 역대급 최악의 결말을 다툴만 합니다.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었지만 추리해내는건 척 했으며, 헛점들은 모두 탐정이 미리 알고 추리하는 척 했기에 생긴 오류들이었다는건데, 소설의 기본 설정 - 안락의자 탐정물 - 을 흔들 뿐더러, 설득력도 한없이 낮은 탓입니다.
일단 탐정이 이 모든걸 어떻게 미리 알고 있었는지는 전혀 설명이 없습니다. 홈즈가 명탐정이 된 건 그가 사실은 범죄계의 나폴레옹 모리어티였기 때문이라는게 거의 유일한 근거입니다. 하지만 탐정이 추리한 사건은 그라비아 아이돌 스토킹 사건, 특정 회사에서 벌어진 장난, 다이어트 블로거에게 가짜 식품 배달 사건 등 거리의 불특정한 누군가에게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모리어티가 저질렀거나 관여했음진한 큰 도난 사건같은 중범죄가 아니에요. 의뢰인들은 간판을 보고 찾아온 사람도 있는 등, 사전에 탐정을 알지도 못하고요. 심지어 경찰에 신고도 되지 않은 사건도 많습니다. 이를 모두 탐정이 뒤에서 조종했다? 턱도 없는 주장입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위해 일부러 탐정의 추리에 헛점을 만든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탐정의 추리에도 헛점이 있고, 이를 설명하는 추리도 설득력이 전무하니 양 쪽 모두 점수를 줄 수 없는 괴작이 탄생하고 말았네요. 이런 에필로그 형태의 결말보다는 처음부터 탄탄하게 이야기를 완성하는게 더 좋았을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기발하다는 측면에서는 볼 만한 부분이 약간 있습니다만 딱히 권해드릴 작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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