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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0

히트의 탄생 - 유승재 : 별점 4점

히트의 탄생 - 8점
유승재 지음/위즈덤하우스

100년 가까이 된 우리나라 장수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알려주는 책. 미시사 서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히 제품과 브랜드의 역사 뿐 아니라 그걸 만든 사람들, 장수하게 된 이유, 광고 및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폭넓게 알려줍니다. 무려 25개의 항목이나 되어서 양도 풍성하고요.
덕분에 새롭게 알게된 정보들이 많은데, 몇 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샘표 간장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수 브랜드로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는 '몽고 간장' 이름의 유래입니다. 몽골에서 전래된건 아니나,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더군요. 마산에 고려 충렬왕 시절, 몽골이 일본을 정벌하겠다며 여몽 연합군을 주둔시켰던 곳에 군사들 식수공급을 위해 건설한 우물 '몽고정'이 있습니다. 이 몽고정을 수원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몽고간장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겁니다.
'메리야스'는 일본말이 아니라 스페인어 '메디아스Medias' 혹은 포르투갈어 '메이아스Meias'가 일본을 통해 전해지면서 일본식 발음이 더해진 말로 원래는 상의나 내의가 아닌 '양말' 또는 '스타킹'에 가까운 뜻입니다. 오늘날 백양을 있게 만든 대표 상품은 흰색의 민소매 러닝셔츠인데 백양이 1958년 아염산소다를 활용한 표백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후 나온 상품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입는 속옷의 사이즈 구분은 백양이 처음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1960~70년대 백양, 쌍방울과 함께 내의업계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던 '독립문'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독립운동가로 활약한 김향복 선생이 창업한 회사로, 그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며 보던 독립문을 떠올리며 정한 브랜드입니다. 1947년 '대성섬유공업사'로 시작한 사업이 확장해가면서 1953년 '평안섬유공업사'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듬해 1954년 5월 독립문을 상표등록했습다. 김향복 선생이 평안도 출신이라 회사 이름에 평안이 들어갔는데, 1971년에 평안섬유공업의 영어 이름을 따서 피에이티PAT(Pyong An Textile)를 새롭게 출시, 내의에서 성인 캐주얼 브랜드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나다. 지금도 건재한 코뿔소 브랜드인 PAT인데, 독립 운동가가 만든 브랜드라니 앞으로 관심을 더 가져야 겠습니다.
항상 궁금했던, "박카스를 마시면 피로가 풀릴까?"에 대한 답도 알려줍니다. 박카스는 비타민B의 일종인 니코틴산아미드와 카페인 등을 함유하고 있어서 각성 효과와 일시적으로 에너지를 생성해준다네요. 지속 효과는 극히 짧아서 그야말로 반짝 하고 느낄 뿐이라지만요.

마몽드는 광고 켐페인의 영향력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서 흥미로왔습니다. 이영애의 "산소 같은 여자' 시리즈가 마몽드를 국내 최고의 브랜드로 만든 일등공신이라고 하네요. 프랑스어로 '나의 세상'을 의미하는 브랜드 이름처럼,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인식이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나의 삶은 나의 것", "성취는 남자의 것만이 아니다" 등 여성의 심리적 욕구를 자극하는 카피도 강력한 위상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하고요. 마몽드가 매출 1천억 원을 넘었던 해에 출시한 라네즈는 마몽드보다 더 빠르게 1천억 원 매출 벽을 넘어섰는데, 이 역시 유명한 "영화처럼 사는 여자' 캠페인이 주효했던 덕분입니다. 태평양은 1970년대부터 광고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투입했고 많은 히트 캠페인을 남겼지만, "산소 같은 여자"와 "영화처럼 사는 여자"는 태평양 뿐 아니라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 나아가 광고업계 전체를 통틀어도 몇 손가락 안에 꼽을 법한 명작 캠페인이라고 합니다. 타깃 고객인 여성들의 심리와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적절히 반영했을 뿐 아니라 강력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면서, 장기간 지속하며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에도 아직 생생할 정도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몇몇 브랜드, 제품명의 유래도 재미있었습니다. '트리오'는 그릇 외에도 야채와 과일까지 세 가지를 모두 씻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는군요. 처음부터 설거지 외에도 농산물을 씻어 먹을 수 있는 세제로 고안되었기 때문입니다.
크라운을 대표하는 '죠리퐁'은 뻥튀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다양한 곡물을 가지고 실험한 끝에 1972년 출시한 과자로, 처음에는 먹어서 즐겁다는 의미의 '조이 Joy'와 뻥튀기를 의미하는 '퐁'을 합성하여 '조이퐁'이라 했지만, 동일상표가 등록되어 있어 같은 의미를 지닌 '졸리Jolly'로 대체해 '죠리퐁'이 된 것이있고요.
모나미의 '사인펜'과 '매직'도 사인하는데 편리하다는 뜻의 사인펜, 신기하게 어떤 표면이라도 쓸 수 있다고 해서 매직펜으로 이름을 붙였던건데, 이제는 보통명사로 굳어져서 국어사전에까지 올라가 있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여러가지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하고, 브랜드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잘 알 수 있어서 유익했는데 딱 한 가지, 너무 많은 제품들이 소개되는 탓에 다른 책이나 자료에서 접했던 제품들 - 호빵, 활명수, 박가분, 삼양라면 등 - 이 많고, 최근까지 위상이 살아있는 제품들은 인터넷 검색으로도 비슷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그래도 브랜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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