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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7

2024 두산 베어스 시즌 단평

드디어 2024 시즌이 끝났습니다. 18이닝 무득점으로 초유의 와일드카드 업셋을 당하며 많은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네요. 가장 말이 많은건 이승엽 감독에 대해서일테고요. 작년에 이어 간략하게 시즌을 정리해 봅니다.

제 평은 한마디로, '욕먹는건 당연하다'는 겁니다.
선발 투수들의 유래없는 부진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든 상황이기는 했습니다. 일단 네 명의 외국인 투수가 거둔 승수가 모두 13승에 불과하니까요. 알칸타라, 브랜든 선수가 합쳐서 24승을 거두었던 23년에서 -11승인데다가, 4선발로 낙점했던 최승용 선수의 부상 이탈 등이 겹쳤으니까요.
여기서 팀과 감독이 탱킹을 할 수 없었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부임 이후 FA 계약에만 250억을 넘게 들인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윈나우에 적합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게 이승엽 감독이 욕을 먹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올해 성적은 불펜 투수들을 지나치게 갈아 넣은 덕분일 뿐입니다. 금강불괴 이영하 선수마저 탈이 났었고, 최지강 선수는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이병헌 선수는 70경기가 넘는 경기에 등판해서 막판에는 자기 구속이 나오지도 않았으며, 고졸 신인 김택연 선수조차 70이닝 가까이 투구를 했을 정도로요. 이미 23년에 김명신 선수를 갈아 넣어서 올해 안식년을 만든 전과가 있는데도 배운게 없네요.

게다가 올해 와일드 카드 결정전 두 게임 18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지 못한건 결정적입니다. '국민 타자'라는 별명의 거포 출신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타선을 완전히 망쳐버렸습니다. 올해 두산 타선을 보면, 출루율이 형편없습니다. 30홈런을 넘게 친 양석환 선수, 커리어 하이라는 강승호 선수의 OPS가 8할 초반에 불과합니다. 김재환 선수는 8할 후반이기는 하지만 무려 168개의 삼진을 먹은 삼진왕이고요. 머니볼을 통해 진작에 정립된 세이버 매트릭스 이론을 무시하는 기조는 황당할 뿐입니다. 불펜이 좋으니 스몰볼을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탱탱볼 시대에 맞는 전략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당연히 출루율은 높아야 합니다. 아니면 작전이라도 잘 수행해야하는데, 리그 10팀 중 둘째로 많은 85회의 희생 번트를 대고 그중 30번을 실패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걸까요? 
발빠른 쌕쌕이들을 중용한 이유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도루왕 조수행 선수가 대표적입니다. 타이틀은 거머쥐었지만 OPS는 0.627에 불과합니다. 왜 이 선수가 정수빈 선수의 백업이 아니라 선발 좌익수로 기용되는걸까요? 상식적으로는 OPS가 그래도 7할인 이유찬 선수를 쓰는게 당연합니다. 아니면 기회를 주었을 때 나름의 성과를 보였던 홍성호, 전다민 선수를 쓰던가요. 조수행 선수 자리도 그렇고, 양석환, 강승호 선수의 부진과 허경민 선수와 박준영 선수의 부상 이탈 등이 있어서 유망한 신인 타자들에게 100타석 씩은 충분히 기회를 줄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건 반성해야 합니다.

또 작년부터 가을 야구에서 단 한 게임도 이기지 못한건 물론이고, 시즌 내내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만 반복합니다. 이기려는 노력도 느끼지 못했고요. 여러모로 윈나우에 적합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최소한 승부사 김태형 감독이라면, 투수를 갈아 넣었더라도 지금보다는 나은 성적을 거두었을 겁니다. 

그리고 '윈나우'라고 해도, 두산 베어스가 우승할 수 없는 전력인건 자명했습니다. 혹자는 팬들은 그래도 이기는 경기를 원한다, 이승엽 감독이 잘못한게 뭐 있냐고 하는데 두산 베어스 팬들은 이미 7년 연속 한국 시리즈를 경험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가을 야구 한, 두 게임 더 하는건 대단한게 아니에요. 왜 긴 호흡으로 팀을 운영하지 않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브랜든 선수가 아웃 되었을 때 이미 끝난 시즌이에요. 그 때부터 내년을 준비하면서 운영하는게 바람직했습니다. 

과거 베어스는 각목곰, 깡패곰, 육상부, 판타스틱 4 등 화려한 수식어를 바탕으로 한 분명한 컬러가 있었던 팀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베어스는 '투마카세'라는, 투수들을 갈아넣는다는 비하적인 호칭만 남았습니다. 국민 타자의 팀으로 보기에는 더 없이 한심한 상황이지요. 문제는 내년에도 똑같을 것 같다는 겁니다. 노장들은 나이를 더 먹을 테고, 신예 야수들은 당연히 몇 타석 소화하지 못할테고, 순위도 잘해야 4위 정도일테고요. 젊은 투수들의 부상만 없기를, 그리고 감독의 교체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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