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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희망의 끈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 별점 1.5점

희망의 끈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아래 리뷰에는 진상,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케이크 카페 사장 하나즈카 야요이가 살해당했다. 도난당한 물품은 없었고, 인품이 좋은걸로 유명했던 탓에 원한 관계로 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하나즈카 야요이가 사망 1개월 전, 개인 트레이닝과 피부 관리실에 등록했다는게 밝혀져 '이성 관계'가 동기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녀와 관계가 있어 보이는 남성은 사망 얼마 전 만났던 전 남편 와타누키와 가게 단골 시오미 뿐. 그러나 전 남편 와타누키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기에 마쓰미야는 시오미에 주목했고, 가가의 동의를 얻어 본격적인 수사를 벌였다. 시오미는 아내와 사별한 뒤 중학생 딸 모나와 거리가 멀어진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편 사건 수사와 동시에, 마쓰미야는 죽은 줄 알았던 친부가 아직 살아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배다른 누나 요시하라 아야코의 연락 덕분이었다. 암으로 죽을 날이 머지 않았다는 친부를 만나러 갈 것인지? 마쓰미야의 결심을 도운 건 하나즈카 야요이 사건의 진상이었다. 십 수년 전, 불임 클리닉의 실수로 야요이의 수정란을 시오미 부부가 이식받아 낳은 딸이 모나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야요이는 딸을 만나기 전 전 남편과 상의했는데 이를 오해했던 와타누키와 사실혼 관계인 동거녀 다유코가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었다. 마쓰미야는 가족이라는 끈은 어떻게든 이어져있다는걸 통감하고 친부를 만나러 간다....


"소중한 사람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는 연결되어 있다. 끈이 아무리 길어져도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 죽을 때까지 끈을 놓지 않겠다."

읽기 전에는 몰랐는데. 가가 형사가 등장하더군요. 그러나 가가 형사 시리즈는 아닙니다. 가가 형사의 비중은 낮으며, 마쓰미야가 주인공인 스핀 오프입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에서 기대해 봄직한 추리적인 요소도 거의 없습니다. 트릭이라던가, 범행을 숨기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는 우발적인 범행인데다가, 유력한 용의자가 쉽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경찰 수사가 오래 걸릴 일도 없었습니다. 와타누키와 야요이가 사건 직전에 만났다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와타누키의 현재 동거녀 다유코인게 당연합니다. 혹시라도 둘이 재결합에 대해 쿵짝을 맞추는 중이었다면 버림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작중에서처럼 경찰이 와타누키에게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며 용의 선상에서 제외하고, 시오미에게 수사를 집중한다는건 있을리 없습니다.

이렇게 수사 과정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탓에 이야기도 사건과 수사보다는 야요이가 와타누키를 만났던 건 시오미의 딸 모나가 자기 딸이라는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동기에 집중하여 드라마를 풀어나갑니다. 
하지만 수정란이 바뀌는 일이 과연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전개도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습니다. 다유코가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모나의 정체를 캐는 마쓰미야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요. 오히려 가정의 비밀과 프라이버시를 건드리는 잔인한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게다가 사건과 함께 펼쳐지는 마쓰미야의 친부 요시하라 마사쓰구 이야기는 최악이었어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간에, 그가 결혼한 상태에서 불륜을 저지르다가 마쓰미야와 그의 어머니 가쓰코를 버리고 원래 가정으로 돌아간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죽기 전에야 '사정이 있었다, 가족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다가온다는건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이 따위 끈이라면 잘라내는게 상책입니다. 아니면 돈으로 보상받던가요. 이런 인간을 가족이라며 대우할 이유는 없습니다.
마사쓰구 불륜의 원인이 아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었는데 상대방이 여자였다는 것도 불필요한 사족에 불과합니다. 왜 덧붙여졌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어요. 그런다고 불륜이 용서되는건 아니니까요.
이런 쓸모없는 마쓰미야 친부 이야기보다는 모나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고 자세히 풀어내는게 좋았을겁니다. 태어날 때부터 사고로 죽은 언니, 오빠 대신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친딸이 아니라는건 다른데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발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모나가 느낄 부담감과 딜레마도 설득력이 충분했고요. 좋은 설정을 썩힌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수사가 펼쳐지기는 하지만 추리물로 보기에는 많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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