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단 내용부터 문제에요. 재미도 없고 무섭지도 않고,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조차 하기 어려웠거든요. 뭔가 있어보이는 척 폼만 잡는 느낌이었습니다. 독자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작품이라고 소개되고 있는데 그래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알 수 없게 꼬아놓은게 아닌가 싶었어요.
또 책의 구성과 디자인 역시 마음에 들지 않네요. 200페이지 정도 되는 문고본 사이즈 절반이 영어 원문으로 실린 탓이 큰데 출판사에서 왜 이렇게 출간했는지는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영문학도가 공부를 위해 살만한 책도 아닐 뿐더러 원서를 읽을 사람이 구태여 번역된 책을 사 볼 이유가 없을텐데 말이죠. 덕분에 고등학교때 읽던 영한대역 문고를 보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뭐 이렇게 원문이 실려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라 그렇다쳐도....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트디렉터 쌤 쿠의 젊은 독자의 감수성에 맞는 뉴욕 빈티지 스타일 어쩌구"라면서 홍보했던 디자인 역시도 별로에요. 뉴욕 빈티지 스타일이 뭔지 알고나 쓴 용어인지 의심스럽네요. 실려있는 이미지들은 작품과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 외려 거슬리기까지 했고요.
이러한 단점들에 더하여 가격 역시도 만만치 않아서 아쉽습니다. 지금 가격의 절반, 아니 2/3 정도 가격이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직거래의 장점은 유통과정을 최소화하여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도 있지 않나요? 제값을 받고 싶은 취지는 알겠지만 구태여 사이트까지 접근하여 회원가입하는 소비자에게도 뭔가 잇점이 있어야죠.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래도 아티초크의 철학에는 100% 공감하는만큼 다음에는 보다 멋진 작품을 선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명예 회복 해결사>
자살이 합법화된, 죽음회관이 공식적으로 들어선 어느 시대. 주인공인 화자 카스테뉴는 낙마 사고로 머리에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명예회복 해결사를 자처하는 와일드와 어울리며 스스로가 하스티르의 왕위를 이어받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란 옷 왕의 왕관을 쓰고. 그러나 와일드의 사망으로 그의 꿈은 물거품으로 끝난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노란 옷 왕>이라는 희곡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작품. 이 희곡은 책에 수록된 두편의 단편 모두에서 핵심 소재로 사용되죠.
그러나 노란 옷 왕이 뭔지, 노란 표적이 뭔지, 하스티르 왕이 뭔지 전혀 설명되지 않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네크로미콘" 정도의 디테일은 보여줬어야 했을텐데 그냥 읽으면 안된다 수준으로만 설명되니 내용이 와 닿지 않네요. 때문에 비교적 괜찮았던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어보이는 와일드라는 독특한 캐릭터와 카스테뉴의 광기 묘사도 설득력없는 광기의 향연일 뿐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노란 표적>
노란 표적을 받은 화가와 그의 모델이자 연인 테시에게 노란 옷 왕이 찾아와 죽음을 선고한다는 이야기.
그래도 정상적인 사람들이 나오고 <노란 옷 왕>이라는 희곡에서 전해주려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살짝 선보이는 작품. 노란 옷 왕이 그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찾아와 노란 표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죽인다는 내용인 듯 싶습니다. 테시의 꿈과 화가의 꿈의 이어지는 것에 대한 묘사라던가 썩어 문드러진 듯한 교회 경비원의 끔찍한 정체와 같은 묘사는 제법 공포스럽기도 하고요.
그러나 역시나 인과관계를 전혀 알 수 없는 소설이기에 뭐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카르코사의 망자>
죽은 자가 자신이 죽은 것을 깨닫는다는 대여섯페이지 남짓한 꽁트.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성은 갖추고 있지만 딱히 드라마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카르코사가 뭔지도 모르겠고요. 뭐 이 작품이 발표된 시점에서는 제법 먹혔을지도 모르겠네요.
평가하기에는 애매하나 구태여 점수를 주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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