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음담패설 - 정병설 지음/예옥 |
제목 그대로 조선의 음담패설에 대한 책으로, 주로 "기이재상담"에 실렸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현재의 음담패설보다는 아무래도 은근한 것들이 많지만, 재미난 것들도 제법 있더군요. 선비가 비역으로 학질을 치료한 이야기는 그중 백미입니다. 음담패설이라 소개해드리기 어렵다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참고로 학질 치료에 놀라게 하거나, 열을 올리는 식의 치료가 많아서 강간으로 학질을 치료했다는 음담패설이 제법 존재한다는데, 과연 이야기로만 끝난 것인지도 살짝 궁금해지네요. 남성 성기를 "역장군"이라고 의인화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고요.
이러한 야담이 주는 재미 외에도 야담에 대한 해설이 자세하여 자료적 가치도 높습니다. 양반들이 생계의 기술과 방법이 없어 사기와 착취로 먹고 살았다는 최양업 신부의 1855년도 서신, 1767년 윤7월 30일 산음에서 일곱 살짜리 여자아이가 사내아이를 낳았다는 보고와 사내아이의 아버지는 소금 장수였다는 기록 등은 조선 후기의 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특히나 유교 국가로 상당한 통제가 있었으리라는 상식과는 다르게, 상상 이상으로 문란하고 방종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어떤 여자가 겁탈당한 위기에 놓였을 때 "저는 당신의 딸입니다"라고 말해서 강간을 막을 수 있는 정도였다고 하니 놀랍기만 합니다.
또 한문의 뜻을 이용하여 한시를 짓는 이른바 육담풍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더군요. 이 책의 제목부터가 그러한 방식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하는데, "기이재상담"은 기이(紀伊) + 집재(齋)로 "기집(계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그 외에 조선시대의 성문화 및 "기이재상담"과 같은 음담패설이 전래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인 등 외국인들의 학습용으로 사용되었으리라는 추측 등이 수록된 부록도 볼거리입니다. 이 중에서도 세책집에서 대여된 책들과 그 책들에 기록된 낙서들에 대한 것들은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한 자료였습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Mother fucker"스러운 욕과 낙서들은 뭐랄까, 지금 읽어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점이 참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재미와 자료적 가치 모두 평균 이상이므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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