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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4

1942 대기근 - 멍레이 외 / 고상희 : 별점 3.5점

1942 대기근 - 8점
멍레이 외 엮음, 고상희 옮김/글항아리

1942년 후난성에서 발생했던 무려 300만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기근을 설명하는 논픽션이자 미시사 서적. 수집 가능한 거의 모든 자료와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전쟁이나 재해에서 고통받는 것은 평범한 민중들일 뿐이다라는 진리를 새삼 느끼게 해 줍니다. 아울러 이러한 재앙이 왜 일어났는지와 대기근의 와중에 위대함을 보여준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고요.

책 홍보문구 및 내용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참혹했던 실상의 설명이 압권으로 개인적으로는 땅이 갖고 싶어 갖고있던 곡식을 팔아 땅을 샀지만 먹을게 없어 농사한번 지어보지 못하고 땅도 팔고 아들도 굶어죽고 아내마저 미쳐버린 리다차이 이야기,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을 들고나와 100위안을 외치며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는 골동품 시장의 노부부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이 정도는 그나마 인간성이 유지되는 수준이라 그러하고.. 이후 기근이 격심해진 뒤의 아내를, 자식을 팔고 심지어 삶아먹기까지 했다는 내용이라던가 목숨을 건 탈출에 대한 내용은 상식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충격적이라 잘 와닿지 않을 정도였어요. <바다 한가운데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존본능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네요.
또 당시 대기근을 취재했던 타임즈 기자의 사진이 실려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아주 잔인한 사진은 뺀 듯하나 당시의 분위기를 전해주는데에는 충분한 수준이었어요. 저자가 자료를 찾아 다니고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따는 과정을 삽입하는 르포르타쥬 형식으로 작성되어 현실감을 살리는 구성도 효과적이었고요. 중국적인 디테일도 인상적인데 대기근의 참상을 말할 때 인터뷰어들이 "대가 끊긴 집안이 많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대기근은 인재였다는 설명도 놓칠 수 없는 부분으로 대기근의 이유를 크게 세가지 - 극심한 가뭄, 메뚜기때의 창궐, 군대의 수탈 -로 들고 있는데 가뭄이야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메뚜기때의 창궐은 일본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화위안커우 제방을 터트려 생태계가 교란되었기 때문이며 군대의 수탈은 지금까지도 허난 지역에서는 4대 재해로 꼽는게 '수해, 가뭄, 메뚜기 재해, 탕언보'라고 할 정도로 극심했다니 뭐라 할 말이 없네요. (당시 허난성을 수탈한 탕언보의 부대)
참사를 막기위한 구호활동이라도 서둘렀다면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으나 후난성 전체가 일본군 손에 들어갈 수 있기에 장제스가 의도적으로 수탈에 전념하고 구호활동을 소홀히 한 것이라는 것도 책에서는 여러가지 자료를 통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남에게 빼앗길 거라면 나라도 싹 털어버려야겠다는 그런 심정인데... 정말 너무한 일이죠. 청나라 후기의 혼란기에서도 기근 때 정부의 노력으로 피해가 최소화되었다는 설명이 등장하니 이래서야 뭘 위해 정권을 잡고 전쟁을 한건지 알 수가 없어집니다.
그나마 당시 유력 신문 <대공보>의 기자 장가오펑의 기사와 사장 왕윈성의 사설, <타임즈> 기자 시어도어 화이트의 기사 등으로 참상이 널리 알려져 구호가 시작하게 되었고 그 외에도 몇몇 인물들의 영웅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었다는 점 정도만 위안거리네요. 이후 탕언보 부대는 일본군이 허난 성에 대한 전면공격을 감행한 44년에 민중의 공격으로 패주하나 탕언보는 건재했고 기근의 원흉인 군벌과 정치가들에게 제대로 된 철퇴가 내려진 것 같지 않은 결말은 뒷맛이 씁쓸하지만요.
그러고보니 세월호 사건과 참으로 많은 것이 겹쳐보이기도 하네요. 관계기관의 무능함이 겹쳐져 발생한 인재라는 점과 빠른 구호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관계자에 대한 처벌은 현재진형형이니 지켜봐야할테지만....

여튼 생각할 거리도 많고 놀라움을 안겨주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딱 한가지, 지도가 몇개 실려있기는 하나 전체를 개괄할 수 있는 형태로 삽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지만 큰 단점은 아니에요. 출판사 글항아리에서 발간하는 '걸작 논픽션' 시리즈에 포함된 것이 납득되는 수준으로 별점은 3.5점. (역시나 같은 시리즈인 <자백의 대가>도 마찬가지지만) 미시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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