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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Q.E.D 큐이디 42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4점

Q.E.D 큐이디 42 - 8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 큐이디 41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에셔 호텔"

에셔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기묘한 호텔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에셔의 작품을 사건의 동기와 실제 트릭에 효과적으로 응용한 구성이 인상적이었으며, 추리적으로는 최근 Q.E.D 시리즈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잘 짜여 있었습니다. 트릭에 필요한 설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으며, 독자에게도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범인이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과거가 드러난 이후에도, 토마가 워드프로세서로 쓰여진 편지라는 단서를 통해 헛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장면은 최고였어요. 단순한 정황 증거나 증언에만 의존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런 류의 장치 트릭의 한계이기도 한데 무한계단의 수수께끼를 정말 경찰 수사로 밝혀낼 수 없었을까라는 점입니다. 과거의 사건에 대한 사진 증거도 현장 검증 한 번이면 충분히 모순을 밝혀낼 수 있었을 테고요. 거액을 들인 복수치고는 결과가 애매하다는 것도 의아합니다. 왜 진짜 나쁜 놈인 쿠로즈미를 죽이지 않았을까요?

또한, 에셔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는 Q.E.D보다는 C.M.B에 더 어울릴 법한 소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래서야 스핀오프를 제작한 의미가 없잖아!

그래도 작품 자체는 매우 뛰어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논리의 탑"

논리 퍼즐을 통해 신형 연산장치가 숨겨진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연산장치를 숨긴 장본인인 미아가 로키의 옛 친구였고, 그 인연으로 토마가 사건에 참여하게 되지요.

전형적인 Q.E.D의 학습만화 스타일의 에피소드인데, 논리 퍼즐이 주요 소재인 작품다운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서로 다른 증언이 단순히 ‘참’과 ‘거짓’으로 구분되지 않고, 제3의 인물을 통해 정리되어 가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거든요. 또한, 미아가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한 직장 상사와 옛 연인을 불러모아 퀴즈쇼 형식으로 문제를 푼다는 설정도 충분히 납득이 가도록, 논리적, 합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고요.

추리물로서 특별히 눈여겨 볼 부분은 거의 없기에 약간 감점하여 별점은 3.5점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권의 전체 평점은 4점입니다. 장기 연재로 인한 힘 빠짐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번 작품들을 보니 그런 우려는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 권도 기대가 됩니다.

2013/07/25

가족 기담 - 유광수 : 별점 2.5점

가족 기담 - 6점 유광수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옛이야기 속 감추어진 진실을 들춰내어 소개해주는 독특한 인문학서.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와 비슷한 컨셉인데,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점과 뭔가 교훈을 주려고 한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자신의 아들을 죽여서라도 노모를 봉양하려 했다던 "손순매아"류의 이야기는 효자의 지극정성을 다룬 것이 아니라 사실은 아이가 짐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정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장화홍련전"에서 정말로 나쁜 것은 아버지인 배좌수라는 것을 근친상간까지 살짝 들먹이면서 설명하고요. 또 "심청전"의 심봉사는 대책없는 패배자다. 그러나 맹인 잔치에 가기 위한 노력이 그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는 새로운 해석도 등장합니다.

이렇게 옛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기에 읽기는 쉽고 쭉쭉 넘어간다는 장점은 큰데, 이야기들의 해석 모두가 그럴듯하고 와 닿지는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첩 간의 시기와 질투, 서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러했어요. 원전이 되는 작품들도 잘 모를 뿐더러, 내용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고요.

결론내리자면 모든 분들이 좋아하실 책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 일종의 "왜곡", "반전", "음모론"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2013/07/22

일본의 검은 안개 (상) - 마쓰모토 세이초 / 김경남 : 별점 2.5점

일본의 검은 안개 - 상 - 6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마쓰모토 세이초가 발표하여 일세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논픽션이 드디어 정식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이런 책까지 읽을 수 있게 되다니, 정말 세상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 작품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에는 모두 6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일본의 검은 안개』를 헤쳐가는 방법 - 모비딕 편집부 서문
  • 1장: 출근길에 사라진 총재 - 시모야마 국철총재 모살론
  • 2장: 10분간 2,000피트, 고도 유지 - 목성호 추락 사건
  • 3장: 누가 자전거를 쐈는가 - 시라토리 사건
  • 4장: 쓸모 있는 자와 쓸모 없는 자 - 라스트보로프 사건
  • 5장: 혁명을 파는 남자 - 이토 리쓰 사건
  • 6장: 검은 돈의 뿌리, 빙산의 일각 - 2대 부정부패 사건

사회파 추리소설은 사회 고발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논픽션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이자 실제 언론인이기도 했던 마쓰모토 세이초가 쓴 논픽션이, 단순한 사건 추적을 넘어 흥미로운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해 주는건 그렇기 때문이겠지요.

다만, 이 책에 실린 사건들은 발표 당시 일본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켰겠지만,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저 역시 이름이라도 들어본 사건은 ‘시모야마 국철총재 사건’ 하나뿐이었거든요. 그런 이유로 별점은 2.5점입니다.

물론 거장의 대표 논픽션이라는 점에서 가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같은 논픽션이라면 국내 추리 애호가 분들께는 다루는 사건 자체가 좀 더 흥미로운 "미스터리의 계보"를 먼저 추천드립니다.


"출근길에 사라진 총재"
‘빌리 배트’에도 등장했던, 시모야마 국철총재가 실종 후 열차에 치인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수사는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는 이를 미군정 G2와 GS 간의 권력 다툼에서 비롯된 모략으로 해석하며 다양한 정황과 증거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특히 시모야마 총재의 속옷에만 묻어 있던 기름, 절단된 시신과 멀쩡한 겉옷, 사체에서 나온 색색의 가루 등은 모두 치밀하게 분석되며, 그가 어디에 감금되었는지를 추리하는 장면이나 기차 시간표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장면은 마치 본격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줍니다. 논픽션으로도, 재미로도 뛰어난 이야기로,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10분간 2,000피트, 고도 유지"
1952년, 33명의 승객을 태운 채 추락한 ‘목성호’ 항공기의 사고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유일한 여성 승객이었던 오하라인 요코가 다이아몬드 밀수 공작의 희생양이라는 가설도 등장하지만, 점령기 미군의 실수였을 가능성으로 마무리되어 결말은 다소 싱거웠습니다. 분량도 25페이지 남짓으로 짧은 탓에, 여러모로 큰 인상을 주지는 못하네요.

"누가 자전거를 쐈는가"
삿포로에서 발생한 경찰관 시라토리 사살 사건의 전말을 다루고 있습니다. 공산당 조직을 해체하려는 모략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지만, 사건 자체가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그리 흥미롭지 않아 몰입이 어려웠습니다. 유사한 일이 한국에서는 자주 벌어졌던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쓸모 있는 자와 쓸모 없는 자"
주일 소련 대표부의 라스트보로프가 실종 후 미국으로 망명한 사건을 추적합니다. 처음에는 대단한 인물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이렇다 할 정보도 없는 인물로 밝혀져 다소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냉전기의 일본이 미·소 간의 첩보 충돌 지대였다는 역사적 의미는 느껴졌지만, 지금의 독자들에게는 큰 흥미를 주기 어렵습니다.

"혁명을 파는 남자"
일본 공산당 내 실력자였던 이토 리쓰의 제명 사건을 통해 그의 이중 스파이 행위를 조명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 욕심과 비겁함으로 인해 좌우를 오가며 배신을 일삼는 인물의 행보는 읽는 재미가 있었으나, 스파이 행위 자체는 단순한 이간질에 불과해 큰 임팩트는 없었습니다. 중국에서 27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는 후일담은 충격적이지만, 그만큼의 무게감 있는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검은 돈의 뿌리, 빙산의 일각"
쇼덴 사건과 조선 사건이라는 두 건의 부정부패 사건을 다룹니다. 쇼덴 사건은 GHQ와 관련된 정치적 공작이 얽혀 있어 흥미보다는 복잡한 뒷사정 중심으로 흐르고, 오히려 평범한 고발에서 시작된 조선 사건 쪽이 훨씬 인상 깊었습니다. 결국 수사는 정치적 이유로 흐지부지 마무리되며,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과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남는 이야기였습니다.

2013/07/18

어두운 거울 속에 - 헬렌 맥클로이 / 권영주 : 별점 2.5점

어두운 거울 속에 - 6점 헬렌 맥클로이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류층 여학생들을 위한 고급 기숙학교의 미술 교사 포스티나 크레일은 교장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녀의 동료인 기젤라를 통해 사정을 전해 들은 정신과 의사 배질 윌링 박사는 포스티나와의 면담, 그리고 학교 방문 등을 통해 그녀에게 일어난 기이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데...

일본식 분류 기준에 따르면, '3대 여성 서스펜스 스릴러 작가' 중 한 명인 헬렌 맥클로이의 대표작입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샬럿 암스트롱과 "내 안의 야수"의 작가 마거릿 밀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세 작가 모두 매력적인 작품을 남긴 것은 분명합니다.

하여튼, 이 작품은 도플갱어 전설을 모티브로 한 기묘한 불가능 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덕분에 고딕 호러 스타일의 공포스러운 서스펜스와 본격 정통 추리물의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장르를 능숙하게 결합해나가는 전개는 마치 존 딕슨 카를 연상케 할 정도로 잘 짜여져 있어서 흡입력도 무척 뛰어나고요. 

여성 작가라 돋보이는 점도 있습니다. 특유의 재기발랄한 대사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여성 특유의 향수에 대한 언급은 단서로도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고요(다소 노골적인 느낌이 없진 않았습니다만).

하지만 아쉽게도 본격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핵심 트릭이 단순히 ‘대담한 변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한, 그 중심에 있는 앤드류 바이닝이 포스티나와 아주 흡사한 외모를 지녔다는 중요한 정보를 초반에 전혀 드러내지 않는건 불공정한 전개입니다. 주변 인물들 모두가 동일 인물로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면, 이는 초반에 밝혔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바이닝은 포스티나를 아는 이들이 모인 학교 파티에 아무렇지도 않게 모습을 드러내는데, 최소한 그들을 피해 등장하는 식의 정교한 장치도 필요했고요.

두 번째로는 바이닝의 동기가 너무나도 빈약하다는 점입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지위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다고 설명됩니다. 그런데 고작 몇 년치 연봉 정도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 보석 때문에 복잡한 살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할머니의 복수 때문이었다는건 더욱 신빙성이 떨어졌고요. 이래서야 본격물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동기면에서는 낙제점을 줄 수 밖에 없어요.

마지막으로, 포스티나를 죽이는 이유는 이야기의 흐름상 납득할 수 있었지만, 앨리슨을 살해한 동기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포스티나를 심장마비로 죽이기 위한 계획에는 앨리슨의 존재가 방해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그녀를 제거할 이유는 없습니다. 도플갱어 관련 사건에서 앨리슨은 일종의 공범자였기에 진상을 밝히기도 어려웠을테고요. 설령 밝혔더라도 포스티나의 사망 원인이 심장마비라는 점, 그리고 거울 장치 트릭이 들통나더라도 단순한 장난으로 변명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기소 자체는 어려웠을겁니다. 바이닝의 말대로 사건 자체가 무혐의 처리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지요. 즉, 불필요한 범행이었습니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유명 고전답게 몰입감과 긴장감만큼은 최고 수준입니다. 책의 완성도도 아주 높아, 번역은 물론 디자인, 판형, 장정 등에서 소장 가치를 느낄 수 있었고요. 위에서 언급한 추리물로서의 문제점들 때문에 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작품입니다.

2013/07/16

멸종 - 로버트 J.소여 / 김상훈 : 별점 2.5점

멸종 - 6점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이부록 그림/오멜라스(웅진)

서기 2013년, 물리학자 칭-메이 황이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했다. 두 명의 캐나다인 고생물학자 브랜디와 클릭스는 타임머신을 타고 6,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로 떠났다. 공룡 멸종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타임머신은 목표했던 시기에 안전하게 도착했고, 브랜디와 클릭스는 지구의 중력이 현재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공룡의 몸집이 그토록 거대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가벼운 중력 덕분이었다.

이후 그들은 점액질과 같은 기이한 생명체와 조우하고, 일련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의 정체가 화성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니다. 클릭스는 예기된 멸종에 대비하여 이들을 현재로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브랜디는 조사 도중 화성인들이 사실은 호전적인 바이러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목격하여 이에 반대하는데....

로버트 J. 소여의 SF 소설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 멸망 시기로 이동한 두 명의 고생물학자가, 화성에서 온 바이러스 형태의 지적 생명체와 조우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요. 긍정적인 평이 많았기에 기대를 품고 읽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에 비해서는 아쉬웠습니다. 기본 설정부터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졌고, 이야기 전개도 전형적인 일본 망가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분위기였던 탓입니다.

가령, 거의 달 착륙에 맞먹는 수준의 프로젝트임에도 예산 문제 등으로 너무 소규모로 묘사되는 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단 두 명의 시간 여행자가 모두 고생물학자이며, 그것도 서로 연적 관계라는 설정부터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당연히 군인이나 생존 전문가, 엔지니어 같은 인물 한 명쯤은 포함됐어야 했습니다.

화성 바이러스들이 중력을 조절하여 자신들이 살아가기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공룡을 병기로 진화시켰다는 설정도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클리셰였어요.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들이 군체 형태로 하나의 생명체처럼 행동한다는 설정 역시 참신하다고 보기 어려웠고요.

무엇보다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정말 어처구니없었습니다. 생체병기임이 분명한 중력 조절 위성에, 미래의 지구산 무전기를 통해 해제 코드를 보내 위성을 추락시킨다? 솔직히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외계인 비행체를 지구의 컴퓨터 바이러스로 감염시킨다는 설정 수준의 유치하고 안이한 전개였습니다. 그걸 실행하는 장치가 도시바 팜탑이라는 묘사 부분에 이르르면, 일본 SF 만화의 영향력이 짙게 느껴져 더더욱 몰입하기 힘들어졌고요.

또한, 또 다른 미래의 브랜든 섀커리가 등장해 기묘한 일기를 통해 타임 패러독스를 정리하려다가, 이 모든 것이 절대자(창조주)의 의지로 귀결되는 결말도 SF적인 매력을 반감시켰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나비효과"보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생각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룡 멸종 원인에 대해 대담한 가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 하나 만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공룡의 거대한 체격과 그에 비해 다공질의 뼈 구조, 익룡이 빈약한 날개를 가졌음에도 비행이 가능했던 이유 모두가 당시 지구의 중력이 지금보다 작았기 때문이라는 가정은 매우 흥미롭고 설득력 있었던 덕분입니다. 디테일한 설명에서도 작가가 공룡에 대해 상당한 연구를 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위기 순간, 중력 조절 위성이 기능을 멈춘 뒤 공룡들이 중력에 눌려 하나둘씩 쓰러지는 장면은 상당히 강렬했고, 영상으로 표현되었다면 굉장한 장면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SF 영화 같은 구성으로, 소개만큼의 걸작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영화였다면 훨씬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야기의 흥미나 속도감은 충분하기에, 더운 여름날 가볍게 읽을 만한 오락용 SF 소설로는 추천드릴 만합니다.

2013/07/13

추리소설 600번째 리뷰 등록!

추리소설 5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였던 "구석의 노인 사건집"에서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13년 7월 13일, "점과 선"으로 드디어 600번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인 2011년 8월 11일, "검은 옷을 입은 신부"가 500번째 리뷰였는데, 그로부터 약 23개월이 걸렸군요. 한 달에 4권 정도 읽은 셈이네요. 블로그 제목 그대로 1,000권 읽기까지는 앞으로도 약 100개월, 8년 정도가 더 걸릴 것 같은데, 언젠가는 분명히 완주할 수 있겠지요. 사실 그때까지 이글루스가 남아 있을지가 더 걱정되긴 합니다만...

어쨌든 600번째 리뷰를 쓰게 되는 이 시점까지,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글의 그림은 예전에 EST님께서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사용하였습니다. EST님께 특히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점과 선 - 마쓰모토 세이초 / 김경남 : 별점 4.5점

점과 선 - 10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카사카의 요정 '고유키'에서 일하던 두 명의 종업원은 단골손님인 기계 공구상 야스다 다쓰오를 바래다주기 위해 도쿄역 13번 플랫폼에 섰다. 그곳에서는 15번 플랫폼이 보였다. 둘은 동료 종업원인 오토키가 낯선 남자와 함께 하카타행 침대 특급 '아사카제'에 오르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남자는 최근 부정부패 사건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OO성의 과장대리, 사야마 겐이치였다.

6일 뒤, 오토키와 사야마 겐이치의 시신이 후쿠오카 가시이 해안에서 발견되었다. 두 사람은 청산가리가 든 주스를 마시고 동반 자살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후쿠오카 경찰서의 베테랑 형사 도리카이 준타로는 사야마가 가지고 있던 열차 식당의 영수증이 1인분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동반 자살을 하러 가는 남자가 정말 여성을 두고 혼자 식사를 할 수 있었을까...

마쓰모토 세이초의 첫 장편이자, 발표 당시 대히트를 기록하며 사회파 추리소설의 시대를 연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저도 약 20여 년 전 해적판 번역본으로 처음 접했었는데, 이번에 모비딕과 북스피어가 함께한 ‘세이초 월드 시리즈’의 일환으로 정식 출간되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미하라 형사가 야스다의 알리바이를 깨뜨리기 위한 집요한 수사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복잡하거나 거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구성을 뛰어난 트릭과 현실감 넘치는 수사 전개로 탁월하게 끌고 가는 점에서, 고전 명작다운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도쿄에서 거의 존재할 수 없는, '4분의 공백'을 이용하여 사야마와 오토키를 목격하도록 만드는 공작은 "패러디"가 나올 정도로 유명하면서도 멋진 트릭이고, 규슈와 홋카이도를 오가는 알리바이 공작의 큰 스케일, 그리고 그것을 차근차근 파헤쳐가는 수사 과정 모두 지금 다시 읽어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만큼 흥미진진했습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도 압도적입니다. 단순한 정사 관계가 아니라, 두 사람을 각각 살해한 후 마치 함께 동반 자살한 것처럼 꾸몄다는 진상은 그야말로 ‘두 개의 점을 잘못된 선으로 연결한 것’이라는 제목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상식이라는 맹점을 찌르는 이 반전 트릭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이전 번역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사회파적인 요소들과 사건 이후의 씁쓸한 여운도 정식판에서는 더욱 두드러지더군요. 관청의 비리로 시작된 사건이라는 점, 결국 자살한 야스다는 잊혀지고, 비리에 연루되었던 부장은 오히려 더 잘나가게 되었다는 후일담은 무척 씁쓸하면서도 묵직하게 남았습니다. 200여 페이지라는 부담 없는 분량, 알리바이 트릭을 이해하기 위한 표와 도식들, 적절하게 삽입된 일러스트도 독서의 재미를 더해주고요.

물론 약간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야스다의 동기, 그리고 실제 흑막이라 할 수 있는 야스다 료코의 캐릭터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점은 사건 외적인 묘사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지나치게 사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설보다는 르포르타주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병약했던 탓에 기차 시간표를 탐독하다가, 어느새 그것을 활용한 알리바이 조작의 달인이 된 야스다 료코라는 캐릭터가 좀 더 부각되었더라면 훨씬 풍성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변함없는 흥분을 안겨주는 훌륭한 작품인건 분명합니다. 명작은 역시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별점은 4.5점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3/07/08

리플리 1 : 재능있는 리플리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홍성영 : 별점 2.5점

리플리 1 : 재능있는 리플리 - 6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그책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가난에 시달리며, 자잘한 사기로 생계를 이어가던 톰 리플리에게 그린리프라는 부자가 다가왔다. 이탈리아 나폴리 옆 몬지벨로에서 시간을 보내던 자신의 아들 디키를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린리프의 돈으로 디키를 만나러 간 톰은 그와 친구가 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디키에게 기대어 살아갈 희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자 디키를 살해하게 되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리플리"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범죄자가 누군가를 살해하고 그 사람으로 행세한다는 설정은 흔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톰 리플리의 내면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독특함이 돋보입니다. 덕분에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을 정도로 흡입력도 대단합니다. 희대의 범죄자 톰 리플리라는 인물을 지켜보는 재미도 각별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르네 클레망 감독,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비교해 본다면 아쉬움이 큽니다. 영화는 개인적으로도 All-Time Best로 꼽을 정도로 뛰어난 범죄 영화였지만, 소설은 정교한 범죄물로서의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그 반대의 경우가 많은데, 참 흥미로운 예외더군요.

예를 들어, 영화 속 톰(알랭 들롱)은 디키를 살해한 뒤 그의 서명을 위조하기 위해 정교한 장치를 활용하며 연습을 반복하고, 디키의 자살을 가장하기 위해 자기가 챙겨간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부어 넣는 식으로 증거를 만드는 치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소설 속 톰 리플리는 살인을 충동적으로 저지르고, 뒷수습은 절반 이상 운에 맡기는 인물로 그려져 실망스러웠습니다. 마지막에 디키의 유언장을 위조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결말 역시 너무 쉽게 흘러간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고요.

또한 제목 그대로 '천부적인 살인자(Natural Born Killer)' 혹은 재능 있는 범죄자로서의 면모를 기대했지만, 후반부에 명품에 집착하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된장남에 가까운 찌질함이 느껴져 아쉬웠습니다. 소유물을 통해 자기 존재를 상기하고, 그것을 즐긴다는 그의 심리 묘사만큼은 인상적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영화 속 톰, 특히 압도적인 외모와 카리스마로 사악함을 뿜어내던 알랭 들롱의 모습이 훨씬 설득력 있었습니다. 프레디를 살해한 뒤 닭요리를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했었지요.

물론 톰이 미리 보낼 편지를 준비한다거나,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실종과 복귀를 준비하는 모습은 기대에 부응합니다. 추리적으로 꽤 볼만한 바꿔치기의 디테일, 그리고 톰과 디키 사이에 묘하게 흐르는 게이 코드도 흥미로웠고요. 하지만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보자면, 기대만큼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아닙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심리 묘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는 있지만, 소설보다는 제가 사랑하는 1960년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감상하시는걸 더 추천드립니다.

2013/07/03

비로드의 손톱 - 얼 스탠리 가드너 / 박순녀 : 별점 2.5점

비로드의 손톱 - 6점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박순녀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페리 메이슨에게 이바 글리핀이라는 미모의 여성이 찾아와 사건을 의뢰했다. "스파이시 빗츠"라는 협잡 신문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으니, 이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페리 메이슨은 "스파이시 빗츠"의 실제 주인인 베르타를 찾아가 협박을 중단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리고 오히려 베르타의 아내가 이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 이바에게서 베르타가 살해되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페리 메이슨 시리즈의 초기작이라고 합니다. 단 4일 만에 완성된 작품이라네요.

일단 굉장히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빨라 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스파이시 빗츠'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페리 메이슨이 알아내는 데, 채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게다가 그 인물은 바로 그날 밤에 살해되기까지 하니까요. 이렇게 빠른 호흡으로 쉴 틈 없이 사건이 전개되고, 해결을 위한 페리 메이슨의 작전도 줄기차게 이어지는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당대의 인기작다운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추리적인 요소도 꽤 괜찮은 편입니다. 모든 증거가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전개는 아니었어요. 이바에게서 자백을 이끌어내는 장면도 인상 깊었고, 베이츠의 젖은 몸, 닫힌 문 등의 단서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도 충분히 설득력 있었습니다.

또한 캐릭터 자체가 주는 재미도 상당히 컸습니다. 주역 3인방인 페리 메이슨, 델라 스트리트, 폴 드레이크의 매력은 여전했고, 특히 이 작품에서의 페리 메이슨은 직업은 변호사이지만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의 모습을 보여주어 독특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유산 검인 장면 한 곳을 제외하면 변호 활동도 거의 나오지 않아, 굳이 직업이 변호사일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이바 베르타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한마디로 어벙한 팜므 파탈인데요, 탐정에게 이렇게까지 무시당하는 팜므 파탈은 또 없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어요. 유혹해도 무시당하고, 죄를 뒤집어씌우려다 되레 들통나고 망신당하는 등 한없이 찌질한 모습만 보여줘서 여러모로 신선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대리만족(?)도 느껴졌고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글리핀의 베르타 살인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유산은 자신에게 돌아올 텐데, 굳이 살인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하녀 딸과의 관계가 드러나 유산 상속에 위협이 된다는 정도의 설명은 필요했을 것 같은데, 너무 간단히 넘겨버린 것 같습니다.

또한 페리 메이슨 시리즈에 공통된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사건 해결을 위한 메이슨의 연극과 공작이 지나치게 쉽게 성공하는 점, 대부분의 사건이 자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은 아니지만, 당대의 인기작다운 재미는 충분했습니다. 더운 여름날, 지친 머리를 식히기 위한 심심풀이 독서로는 제격인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출간된 페리 메이슨 시리즈를 완독했기에 더 좋았고요.

덧붙이자면, 책 뒤 해설에서 얼 스탠리 가드너가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소개되는데, 나름 감동적이었습니다. 바쁜 생활 중에도 하루에 최소 4,000단어의 소설을 써냈다는 점, 타자기를 너무 많이 쳐서 손톱이 빠질 정도였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만 대고 있는 저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네요.

2013/07/01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 로버트 블록 외 / 제프리 디버 엮음 / 홍현숙 : 별점 2.5점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 - 6점 로버트 블록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황금가지

1권에 이어 8년만에 읽게 된 2권. 2권을 읽지 않은 이유는 1권 리뷰에 언급했던대로,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나 수준이 기대 이하였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번역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러나 주말에 읽을 책이 없던 차에 우연찮게도 도서관 서가에서 눈에 들어오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2권에는 모두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담배 파는 여자 - 제임스 M 케인
  • 7월 4일의 야유회 - 렉스 스타우트
  • 우리 시대의 삶 - 로버트 블록
  • 치의 마녀 - 토니 힐러먼
  • 예비 심문 - 예레미아 힐리
  •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 - 에드워드 D 호크
  • 불타는 종말 - 루스 렌들
  • 시적인 정의 - 스티브 마티니
  • 붉은 흙 - 마이클 말론
  • 베니의 구역 - 마샤 멀러

보시다시피 작가진은 1권 못지 않게 화려한 편입니다. 게다가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 토니 힐러먼의 나바호 경찰 시리즈와 같은 유명 시리즈까지 포함된건 반가왔고요.

그러나 정통 추리물이 그다지 많지 않았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제목 그대로 "서스펜스"를 강조한 작품들도 아니고... 이래저래 조금 애매했달까요? 특히나 기대가 컸던 두 편의 작품, 네로 울프 시리즈인 "7월 4일의 야유회"와 에드워드 D 호크의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이 기대 이하라는 문제가 너무 컸습니다. "7월 4일의 야유회"는 일종의 사기극에 불과하여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였고, "인터폴: 현대판 메두사 사건"은 트렌디한 모험극으로 트릭은 말장난에 불과한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수록작들이 다 형편없는 것은 아니에요. 추리물은 아니지만 루스 렌들의 "불타는 종말"은 읽으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빠져나갈 수 없는 고통의 삶과 반전을 묵직하게 그린 덕분입니다. 또 배심원 선임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그린 "예비 심문", 필리핀 이민 범죄조직과 얽힌 살인사건을 다룬 "베니의 구역"은 나름 괜찮은 추리물이었고요.

그래도 1권과 비슷하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한게 사실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